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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집행
부동산·건축
배당이의소송후 수령한 배당금에 관한 변제효력 발생시점
- 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5다70822 판결 - 1. 사안의 개요 채무자 소유 부동산의 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 A(채권최고액 2억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원금 1억원 및 2016년1월 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이자(지연이자)채권이라는 내용의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였다. 집행법원은 배당기일(2016. 12. 31.) 위 채권계산서를 기초로 A에게 1억1200만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고, 후순위 근저당권자 B가 A를 상대로 배당이의를 하였다. 배당이의소송에서 법원은 B의 청구를 기각하여2017년 12월 31일 A에게 1억1200만 원을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가 확정되었고, A는 그날 공탁된 배당금 1억1200만 원을 수령하였다(사안의 개요는 본 평석에서 다루는 쟁점과 관련되는 부분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법리적으로 동일한 평가를 받을 수있는 범위 내에서 실제 사안을 최대한 간략하게 수정하여 정리한 것이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근저당권자 A의 채권은 배당기일(2016. 12. 31.)을 기준으로 하면 1억1200만 원이고, 배당표 확정 후 공탁된 배당금을 수령한 날(2017. 12. 31.)을 기준으로하면 1억2400만 원이 된다. A가 수령한배당금은 1억1200만 원인데 위 수령에 따른 변제 효과 발생일을 배당기일로 보면A의 채권은 전부 소멸한 것이 되고, 배당금을 실제로 수령한 날로 보면 A의 채권은 원금 1200만 원이 남게 된다. A의 배당금 수령에 따른 변제 효과 발생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이 사건의 쟁점인데, 이에대해 대법원은 배당표 확정에 따라 A가배당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 날 변제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결하였고, 그 근거로A가 배당금을 현실적으로 수령할 수 없는상태에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인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3. 평석 본 사안에서 A가 수령한 1억1200만 원에 관한 변제 효과 발생시점은 A가 배당금을 현실적으로 수령한 날이 아니라 배당기일(배당금 공탁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해석하면 채무자가 부당한 손해를 입게 된다.본 사안에서 B의 배당이의가 없었으면채무자의 A에 대한 채무는 전부 소멸한다. 그런데 채무자와는 무관한 B의 배당이의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채무자의 채무가 소멸하지 않고 남게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 지연이자율이 높고 배당이의소송기간이 길수록 채무자의 손해규모가 커지게 될 것인데 이러한 손해를채무자에게 부담시켜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채무자가 배당이의소송 도중에A에 대한 채무를 변제함으로써 고율의 지연이자 부담을 면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있으나, 현재의 민사집행제도에서 효과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할 수단이 있는지 의문이며,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채무자에게그러한 부담을 안기는 것이 타당한지는의문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채무자의 손해에 대하여 채무자가 B를 상대로 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구제받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불법행위 성립요건 등과 관련하여 현실적인방안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덧붙여, 근저당권자의 채권에 고율의지연이자율이 적용되고, 채무자의 변제자력이 있는 경우라면, 근저당권자는 일부러 배당이의를 유도하여 배당표 확정시까지 시간을 끄는 방법으로 고금리의 이익을 얻으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로,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해석하면 제3자의 권리관계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채권자 E가 채무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2개의 대여금채권이 있고, 그에 대한 담보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채권최고액3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고 가정한다. [채권1] 대여일: 2015. 12. 31., 금액:100만 원, 이자율: 월 1%, 변제기일:2016. 12. 30., 보증인: 갑 [채권2] 대여일: 2015. 12. 31., 금액:100만 원, 이자율: 월 2%, 변제기일:2017. 12. 30., 보증인: 을 근저당 부동산에 관하여 다른 근저당권자가 경매신청을 하여 진행된 경매절차의배당기일(2016. 12. 31.)에 E에게 100만 원을 배당하는 내용으로 배당표가 작성되었고, 후순위 근저당권자인 F가 E를 상대로배당이의를 한 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였으나 2017년 12월 31일 F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되어 그날 E가 공탁된 배당금 100만원을 수령하였다고 가정한다. 위 경우에 F의 배당이의가 없었다면 E가 2016년 12월 31일 배당금 100만원을수령하고, 그 배당금은 전부 변제기가 도래한 채권1의 변제에 충당되었을 것이다(채권2의 이자에 일부 변제충당되는 부분은 편의상 무시함). 그런데 F의 배당이의에 따라 2017년 12월 31일 배당표가 확정되고 그날 E가 배당금을 수령함으로써 배당금은 전부 변제이익이 큰 채권2의 변제에 충당된다. 제3자인 F의 배당이의 유무에 따라 보증인‘갑’과‘을’의 이해관계에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는데,이러한 결과가 타당한가? 이상에서 설명한 문제점은 배당이의 여부와 관계없이 당초의 배당기일에 변제의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간단히해결된다(배당이의소송 결과 추가배당을해야 될 경우에는 추가배당의 배당기일에배당 내용에 따라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배당이의에 따라 배당표가 확정되지도 않았고 채권자가 배당금을 수령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는 근거는 무엇으로 볼 것인가가 문제된다. 채권자 A에게 배당이 되었는데 채권자 B가 배당이의를 한 경우 집행법원은 A에 대한 배당금을 공탁하며, 이 공탁금은배당이의소송의 판결 결과에 따라 A 또는B가 수령하게 된다. 이 때 집행법원의 공탁은 채권자를 A 또는 B로 한 채권자불확지 공탁과 다를 바가 없다. 채권자불확지공탁의 경우 공탁요건이 갖추어진 공탁이라면 공탁금출급청구권확인판결을 받기전까지 진정한 채권자가 공탁금을 수령할수 없어도 공탁시점에 변제의 효과가 생긴다. 배당금 공탁의 경우에도 채무자를 대신하여 집행법원이 변제자금인 배당금을변제공탁하면서 진정한 채권자가 A인지B인지를 과실 없이 알 수 없다는 사유로채권자불확지공탁을 한 것으로 보지 못할이유가 없다. 그렇게 해석하면 배당이의소송 결과 채권자 A가 배당을 받게 되든,채권자 B가 배당을 받게 되든, 또는 나누어 배당을 받게 되든, 공탁 시점에 A 또는B에게 채무를 변제한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아무 문제도 없다. 정당한 배당권자가배당이의판결 확정시까지 배당금을 수령할 수 없으면서도 배당기일에 자신의 채권은 이미 소멸한 것으로 취급되는 불이익을받게 되지만, 이는 채권자불확지공탁에서의 정당한 채권자가 입는 손해와 동일한것으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손해로 보거나, 뒤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부당제소로인한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면 된다. 문제는 채무자가 배당이의를 하였으나채무자의 청구가 기각된 경우인데, 이 경우도 배당이의에 따른 배당금의 공탁을지급금지사유(채권가압류나 변제금지가처분 등) 발생에 따른 제3채무자의 공탁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 공탁 시점에 채무변제의 효과를 발생시키고 채권자의 배당금 수령 지연에 따른 손해는 부당제소에따른 손해배상 문제로 해결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배당표 확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배당이의소송의 판결에 의해 원래의배당표가 그대로 확정되거나 경정된 배당표가 확정되었을 때 그 확정의 효력은 당초의 배당기일로 소급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당기일에 변제의 효과가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함에 따른 채권자의손해는 배당이의를 제기한 자가 채무자이든 다른 채권자이든 관계없이 그를 상대로 불법행위(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해결하면 될 것이다. 이 경우불법행위의 성립요건(특히 고의 과실) 충족이 문제되어 현실적으로는 손해배상을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나, 이는 배당이의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 소송에까지 이르는 법적 분쟁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배당이의를 통해 비로소 배당을 받게 된채권자의 경우 부당제소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나, 국가기관의 잘못된 업무 처리에 따른 손해 일반과 같이 취급하면 될 것이다. 또한, 부당제소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 그 손해액은배당기일부터 배당금 수령일까지의 배당금에 대한 법정이자에서 공탁금이자를 공제한 금액이 될 것인데, 채권자의 채권이고율의 지연이자가 있는 채권인 경우 실제로 배당금을 수령한 날까지의 지연이자를 배상받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으나, 배당이의에 따른 채권자의 손해는‘배당기일에 배당금을 받지 못한 손해’이지‘배당금을 받을 때까지 고율의 이자를보장받지 못한 손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므로, 법정이자 상당액의 손해배상으로채권자의 손해는 전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본 판결의 결론에반대한다. 최영노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배당이의
배당금
경매
최영노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18-07-17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대리권의 남용과 선의의 제3자
- 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다3201 판결 - 1. 사실관계 대상판결에 소개된 원심의 사실인정을 필요한 범위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⑴ A는 친권자로서 원고를 대리하여 2011년 6월 30일경 B에게 甲 부동산을 매도하고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⑵ B는 2013년 8월 26일 甲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⑶ 원고는 B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매매계약이 A의 친권 남용에 의해 체결된 것이어서 그 효과가 원고에게 미치지 않으므로, B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B가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기각되었다. ⑷ 원고는 B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이므로, 이에 터 잡은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⑴ 원심은, 위 매매계약은 친권자 A에 의한 대리권 남용행위에 따라 체결된 계약으로서 그 효과는 원고에게 미치지 아니하는바, 위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B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고, 무권리자인 B가 피고에게 甲을 매도하였다 하여도 아무 효력이 없는 것이어서 피고 명의의 등기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되지 않은 무효의 등기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⑵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의 대리행위가 객관적으로 볼 때 미성년자 본인에게는 경제적인 손실만을 초래하는 반면, 친권자나 제3자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행위이고 그 행위의 상대방이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행위의 효과가 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나, 그에 따라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같은 조 제2항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누구도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대항할 수 없으며, 제3자가 악의라는 사실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그 무효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검토 ⑴ 대리권의 남용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대리행위의 상대방이 대리인의 배임적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를 유추하여 대리행위의 효력을 부정할 것이라는 종래의 입장(대판 2001. 1. 19. 2000다20694 등)을 확인한 후, 한 걸음 나아가 같은 조 제2항도 유추적용되어 선의의 제3자가 보호될 수 있음을 최초로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판시가 선례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⑵ 논의의 전제로서 행위능력제도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흔히 행위능력제도가 제한능력자 본인의 보호와 함께 거래의 안전에도 이바지한다고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행위능력제도에 의하여 상대방의 이익, 나아가 거래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있지만, 민법은 이러한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무릅쓰고 정신적 능력이 불완전한 제한능력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결단을 내린 것이다(지원림, 민법원론, [1169] 참조). 대판 2007. 11. 16. 2005다71659, 71666, 71673도 “행위무능력자제도는 사적자치의 원칙이라는 민법의 기본이념, 특히, 자기책임원칙의 구현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서 인정되는 것이고, 거래의 안전을 희생시키더라도 행위무능력자를 보호하고자 함에 근본적인 입법취지가 있다”고 하였다. 제한능력을 이유로 취소하는 경우에 선의의 제3자가 보호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⑶ 이제 대리권의 남용에 민법 제107조 제2항을 유추하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적절한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① 대리권의 남용도 넓은 의미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데, 권리남용으로 되어 대리권이 부정된다면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지 않아서 본인이 보호되는 반면, 그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될 것으로 믿은 상대방이 예기치 않은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여기서 본인과 상대방 사이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론이 주장되고, 판례나 다수설은 민법 제107조를 '유추'하여 상대방의 보호범위를 결정한다(심리유보설). 그러나 적어도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에서는 제한능력자 보호라는 민법의 근본결단이 존중되어야 하므로, 대리권이 남용된 경우에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긍정되더라도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인 제한능력자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정대리권이 제한능력자의 보호라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로 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경우에 상대방의 보호는 외면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긍정되는(대리권남용이 인정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보호가치가 부정되지만,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권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경우에 상대방은 민법 제135조에 기하여 대리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할 것이다(지원림, 민법강의 제15판. [2-299a]). ② 위와 같은 필자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상판결의 입장에 수긍할 수는 없다. 즉 판례나 다수설은 민법 제107조를 ‘유추’하여 상대방의 보호범위를 결정하는데, 선의·무과실인 대리행위의 상대방에 대해서는 남용의 효과를 차단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유추는 대리행위 상대방의 보호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법률구성의 ‘차용’일 뿐이다. 그런데 제3자의 신뢰를 어떤 요건 하에서 어느 정도로 보호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지만, 신뢰의 보호가 강행규정이나 민법의 근본결단에 우선할 수는 없다. 즉 법률행위제도를 통하여 사적자치를 기본원칙으로 승인한 민법 하에서 거래의 안전, 즉 신뢰의 보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정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실현될 수 있고, 함부로 유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악의 제3자로부터의 선의의 전득자(대판 2013. 2. 15. 2012다49292) 또는 선의 제3자로부터의 악의의 전득자(채권양도금지특약에 관한 대판 2015. 4. 9. 2012다118020)는 법이 허용하는 신뢰보호의 연장선상에서 제3자 보호규정의 적용범위에 포함될 수 있지만, 그 밖의 경우에까지 선의 제3자의 보호에 관한 규정을 유추함은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법형성에 해당한다. 따라서 민법 제107조 제2항도 유추의 대상이라는 결론은 해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③ 백번 양보하여 민법 제107조가 전부 유추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의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이 유추되어서는 안 된다. 재산법의 영역에서 권리의 외관에 대한 신뢰는 예외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특히 효력규정이나 사회질서 등과 저촉되는 경우에 신뢰보호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에도 민법 제107조 제2항이 유추된다고 한다면, 제한능력자의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가 몰각된다. 오히려 제한능력자 보호라는 이념은 그를 위한 법정대리제도의 운용에서도 원칙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따라서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권의 남용에 민법 제107조 제2항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④ 한편 대표권남용과의 정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대표권의 남용에 관하여 판례는 종래 주로 심리유보설을 따랐으나(대판 1997. 8. 29. 97다18059 등), 최근 대리행위 상대방의 (중)과실 유무를 따지지 않는 신의칙설을 따르는 판례가 늘고 있다(대판 2016. 8. 24. 2016다222453 참조). 이 입장에 따르면 대리권의 남용에서보다 상대방의 보호범위가 넓어진다. 그런데 신의칙설에 따르면 대리행위 상대방의 보호범위가 넓어지지만 상대방이 보호되지 않는 경우에 그와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는 선의이더라도 보호되지 않는 반면, 대상판결의 입장을 따르면 상대방의 보호범위가 좁아지지만 상대방이 보호되지 않더라도 그와 이해관계를 선의의 제3자가 보호된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가 본인의 보호 및 거래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⑷ 거래의 안전, 즉 신뢰의 보호는 진정한 권리자의 불이익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제한능력제도는 제한능력자의 보호를 위한 법의 근본결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한능력자에게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상판결처럼 제한능력자를 위한 법정대리권의 남용에 민법 제107조 제2항을 유추하면 그로 인하여 제한능력자의 보호라는 민법의 근본결단에 반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대상판결의 입장은 선례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급히 변경되어야 한다. 지원림 교수 (고려대 로스쿨)
대리권
남용
원인무효등기
지원림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8-07-09
조세·부담금
파산·회생
세법상 가산금의 파산절차 내에서의 지위
- 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5다216444 판결 - Ⅰ. 판례의 소개 1. 사실관계의 요지 피고인 대한민국은 A회사가 국세를 체납하자 2010년 9월 10일 A회사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를 하였다. A회사는 2010년 11월 23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같은 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원고는 2012년 7월 2일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한 다음 2013년 4월 2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고, 같은 날 피고는 원고에게 체납세액에 관한 교부청구를 하였다. 원고는 2013년 4월 15일 체납세액 중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세금을 모두 변제한 다음 이를 이유로 위 압류를 해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체납액이 남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가 원고가 2013년 12월 5일 나머지 세금을 모두 납부하자 위 압류를 해제하였다. 원고는 뒤에 납부한 세금 중 일부는 파산선고일 이후에 발생한 가산금으로서 재단채권이 아닌 후순위파산채권이므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나머지 세금에 대한 주장은 본 평석의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생략한다) 피고를 상대로 뒤에 납부한 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직무상 재단채권에 해당하는 파산 선고일 이전에 발생한 세금을 수시로 변제할 의무를 파산선고 후에 지체하여 생긴 위 세금에 대한 가산금채권 역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의 입법 취지, 국세징수법상 가산금의 법적 성질,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4호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국세나 지방세에 기하여 파산선고 후에 발생한 가산금은 후순위파산채권인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 제2호의 ’파산선고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 괄호 안에 있는 규정에 따라 재단채권에서 제외된다고 하면서 원심을 파기하였다(파기 후 환송심은 화해권고결정으로 확정되었다). II. 쟁점 및 논의의 실익 기본적으로 파산선고 후에 파산채권자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파산절차 수행 과정에서 생기는 채권인 재단채권은 파산재단 전체로부터 파산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받고,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재단채권의 범위에 관한 규정인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에는 공익적 목적 등 정책적 이유에서 파산선고 전에 발생한 채권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특히 같은 조 제2호는 조세채권의 확보를 위하여 “국세징수법 또는 지방세기본법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국세징수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으로서 그 징수우선순위가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는 것을 포함하며, 제446조의 규정에 의한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다). 다만,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인한 청구권은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도 재단채권에 포함된다. 파산절차는 청산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적 채권추심절차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을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으로 취급하는 회생절차보다 조세채권의 확보라는 이념이 강하게 관철된다. 이에 반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인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여서만 그리고 다른 채권자와 평등하게 배당받아야 한다. 파산채권은 배당순위에 따라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 일반 파산채권,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나뉜다. 채무자회생법 제446조는 파산선고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및 위약금 등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과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파산채권들은 모두 일반 파산채권이 된다. 이 중 후순위파산채권은 일반 파산채권에 대하여 배당을 통한 변제가 모두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배당을 받을 수 있으므로, 후순위파산채권까지 배당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리하면 그 성립이 파산선고 전후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조세채권은 재단채권에 해당한다. 가산금도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전까지의 가산금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에 따라,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 중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대한 가산금은 제2호 단서에 따라,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가산금은 제3호 또는 제4호에 따라 각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의 가산금 역시 재단채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어왔고, 대상판결은 이에 관하여 판단하였다. III. 그동안의 논의 1. 견해의 대립 이에 관해서는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재단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었고, 헌법재판소는 구 파산법 제2호 본문 후단에 따른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연체료 채권과 관련하여 이를 재단채권으로 보는 범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 반면(2003헌가6 결정), 구 파산법 제2호 본문 전단과 관련하여서는 가산금을 재단채권에 포함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보았다(2006헌가6 결정). 2. 실무의 태도 구 파산법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가산금이 재단채권이라는 입장을 취하였고(2009다95539), 당시 실무례는 엇갈리기도 하였으나,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에는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 법인파산실무, 제4판, 박영사, 제349~350면). IV. 검토 1. 가산금의 성격 가산금은 본세가 납부기한까지 납부되지 않는 경우 미납분에 관한 지연배상금의 의미로 부과되는 부대세의 일종이다(90누2833 판결 등). 2.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4호의 관계 조문의 괄호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파산선고 이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의 가산금도 일단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같은 조 제4호의 ‘파산재단에 관하여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에는 파산관재인이 직무와 관련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불이행도 포함되므로(2013다64908 전원합의체 판결) 가산금 채권은 여기의 재단채권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구 파산법과 달리 제2호에서는 같은 호의 재단채권에서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함을 명문화한 반면, 제4호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양자를 구분할 실익이 생긴다. 제2호는 공익적 성격의 채권인 조세채권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청구권이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재단채권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고 본래적 의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제4호보다는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가산금은 제2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의 분석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이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고, 가산금이 지연손해금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채무자회생법 입법 당시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열거하려다가 실패하였고, 후순위파산채권을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의 재단채권의 범위에서 제외하게 된 것이 주로 과태료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구 파산법 조문과 달리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의 재단채권 중 제2호의 재단채권에 대하여만 후순위파산채권으로서의 성격을 우선시하여 이를 제외한다는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별도의 규정을 삽입한 입법자의 의사는 위 제2호의 재단채권에 대하여는 그것이 후순위파산채권에도 해당할 수 있다면 이를 재단채권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성질을 띠고 있는 가산금은 위 제2호 본문 괄호에 따라 재단채권이 아닌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 제2호의 후순위파산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경우 가산금의 개념을 따로 인정하지 않고 이자(interest)의 개념 속에 넣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고율인 지연이자에 불과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가산금’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다른 지연이자와 분리하여 도산절차 내에서도 별도로 취급하여 우대함은 부당하다(국제적으로는 조세채권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실제 이를 폐지 내지 축소한 입법례도 상당수 있다). 또한, 본래 후순위파산채권에서 ‘후순위’라 함은 파산채권 간의 우선 관계를 말하는 것일 뿐 재단채권과의 관계를 규율하려는 것이 아닌데 위와 같이 후순위파산채권을 재단채권에서 제외한다는 명문규정을 두었다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에 비추어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V. 결론 결론적으로 위 가산금 채권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해석한 대법원의 태도는 타당하다. 입법론으로는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명시하는 것이 옳다. 이주헌 판사 (서울회생법원)
파산채권
재단채권
회생
세금
이주헌 판사 (서울회생법원)
2018-06-04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법인의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제2차 납세의무를 1차 과점주주에 대한 과점주주(2차 과점주주)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56899, 서울고등법원 2017누64578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사건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08년경 업무시설신축·분양사업을 시행하는 A사에 금원을 대여하면서 그 담보로 A사 발행주식 전부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하였다. A사는 사업부지 내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토지소유자 B사의 주주들과 B사 발행주식 중 약82%를 매수하기로 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다. B사는 금융기관 대출과 관련하여 B사 소유 토지 및 건물(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신탁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원고는 2010년 5월경 A사가 위 대여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위 근질권을 실행하여 A사 발행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A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새로 임원을 선임하였다. 한편, 2010년 6월경 대출만기일까지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시공사가 금융기관에 변제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에 피고는 2014년 12월 1일 B사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시공사에 이전됨에 따라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2010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다. 그런데 B사가 납부기한인 2015년 1월 14일까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자, 피고는 위 법인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A사가 B사의 지분 약 82%를 보유한 과점주주라고 보아 A사를 B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2015년 2월 2일 위 체납세액 중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하도록 통지하였다. 피고는 A사 마저 납부기한까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자 A사의 지분100%를 보유하고 있던 원고를 A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2015년 3월 10일 원고에게 법인세 납부통지를 하였다. 2. 이 사건 제1, 2심 판결의 내용 이 사건 제1, 2심 판결은 [①국세기본법(2011. 12. 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39조 제1항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의 발생요건으로 “법인의 재산으로 그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가산금과 체납처분비에 충당하여도 부족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1차)과점주주가 부담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위 규정에 따른 의무에 해당할 뿐 위 ‘국세 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②이 사건의 경우 과점주주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법인의 재산을 은닉·분산·이동하는 등에 해당한다거나 제2차 납세의무의 입법취지상 자력이 있는 과점주주가 체납법인의 인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2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과세관청이 어느 시점에 납부기한을 정하여 법인세 경정·고지를 하였는지에 따라 누가 2차 과점주주가 되는지가 달라지고, 주된 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가 성립한 날로부터 2차 과점주주 결정 시점까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생겨 법률관계가 장기간 불안정하게 된다. ④ 단계적 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부과제척기간을 단계적으로 늘어나게 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와 조세법률 관계를 신속하게 확정 짖고자 마련된 부과제척기간규정을 몰각시키게 된다]는 점 등을 논거로 법인의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점주주까지만 적용되고 1차 과점주주에 대한 과점주주에까지 확대하여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원래의 납세의무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제3자에 대하여 원래의 납세의무자로부터 징수할 수 없는 액을 한도로 하여 보충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케 하는 것을 제2차 납세의무라고 한다. 법은 청산인 등의 제2차 납세의무(제38조),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제39조),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제40조),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제41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제2차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과점주주인가의 여부는 법인의 납세의무 성립일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1985. 12. 10. 선고 85누405 판결), 제2차 납세의무의 성립시기는 적어도 ‘주된 납세의무의 납부기한’이 경과한 이후라고 할 것이며, 부과제척기간은 주된 납세의무와 별도로 진행하게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2차 납세의무가 성립한 날로부터 5년간이라고 한 바 있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두13234 판결). 이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우 주된 납세의무자인 B사의 2010사업연도 법인세 납세의무 성립일은 2010년 12월 31일이고, 부과제척기간은 신고기한의 다음날인 2011년 4월 1일부터 2016년 3월 31일까지 5년간이 된다. B사의 위 납세의무 성립일인 2010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과점주주는 A사가 된다. 피고는 2014년 12월 1일 B사에 납부기한을 2015년 1월 14일로 정하여 2010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으므로 과점주주 A사의 제2차 납세의무는 B사의 납부기한 다음날인 2015년 1월 15일 성립하게 되고 그 부과제척기간은 2015년 1월 15일부터 2020년 1월 14일까지 5년간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 제1, 2심 판결과 같이 이 사건을 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A사(1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성립일 2015년 1월 15일을 기준으로 원고(2차 과점주주)가 A사의 과점주주가 된다. 또한 원고의 제2차 납세의무는 A사의 2차 납세의무 납부기한이 경과한 날 성립하고 부과제척기간은 그로부터 다시 5년간이 된다. 이 사건 제1, 2심 법원이 위 ①논거에서 (1차)과점주주가 부담하는 제2차 납세의무는 위 규정에 따른 ‘의무’에 해당할 뿐 ‘국세 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법 제39조 제1항 소정의 제2차 납세의무 발생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이 이 사건을 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인이 사업양수인으로서 법 제41조에 따라 사업양도인에게 부과된 당해 사업에 관한 국세·가산금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때에는 ‘양도인’에게 부과된 국세·가산금도 법인의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그 법인에게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가산금’에 포함된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누10210 판결)”고 판시한 바 있어, 대법원이 이 사건의 경우를 이 사건 제1, 2심 판결과 같이 단계적 제2차 납세의무 문제로 풀어갈지는 의문스럽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제2심 법원은 위 판례는 양도인으로부터 사업을 양수한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에 대해 사업양수인의 과점주주가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지 문제된 사안으로 과점주주의 과점주주가 거듭하여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지 여부가 문제된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위 판례가 ‘사업양수인’이 지게 된 ‘제2차 납세의무’를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국세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의 문제(단계적 2차 납세의무 문제)로 풀어가지 않고 주된 납세의무자인 ‘양도인’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곧바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국세 등’으로 보고 있는 점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규정의 거듭 적용이 문제된 이 사건의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이와 같이 ‘주된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법 제39조 제1항의 ‘국세 등’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위 규정에서 ‘그 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과점주주인지 여부는 이 사건 주된 납세의무자 B사의 납세의무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또한 ‘주된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된 국세 등’을 법 제39조 제1항의 ‘국세 등’에 포함된다고 하면 원고의 제2차 납세의무 역시 A사(1차 과점주주)의 경우와 같이 B사의 납부기한 다음날인 2015년 1월 15일 성립하게 되고 부과제척기간은 2015년 1월 15일부터 2020년 1월 14일까지 5년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경우 3, 4차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로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기준은 언제나 주된 납세의무자가 되므로 과점주주의 법적불안정이나 부과제척기간 규정의 몰각 우려는 없게 된다. 대법원 판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2차 납세의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편, 제2차 납세의무 규정의 취지상 근질권을 실행하여 과점주주가 된 것에 불과한 원고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고는 2010년 5월경 근질권을 실행하여 A사 발행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A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새로 임원을 선임하는 등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1 이상의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제1, 2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대법원 2008. 1. 10. 선고 2006두19105 판결 등)할 여지는 높아 보인다.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국세기본법
납세
과점
김용주 변호사 (법무법인 조앤김)
2018-05-15
금융·보험
파산·회생
공동근저당권자가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서 우선변제 받은 경우, 물상보증인 소유의 다른 목적 부동산의 채권최고액이 감축되는지
-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3다16992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관계 가. 채무자 겸 근저당권설정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자인 피고가 선행절차인 회생절차 내에서 회생담보권자의 지위에서 채무자 소유의 1부동산의 환가대금으로부터 41억원을 우선변제 받았다. 나. 그럼에도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다른 목적 부동산인 물상보증인 소유의 2부동산에 관한 후행 공매절차에서 당초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라는 이유로, 채권최고액 71억5000만원에서 위 41억원을 공제하지 않은 채 다시 우선 배당받음에 따라 후순위권리자인 원고가 전혀 배당을 받지 못하였다. 다. 이에 원고가 2부동산에 관한 당초의 채권최고액에서 위 41억원이 감액되었어야 함에도 감액하지 않고 배당을 실시함으로써 자신에게 귀속되었어야 할 돈이 피고에게 귀속되었다며,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초과수령분(피고가 후행절차에서 배당받은 돈 - 당초의 채권최고액에서 위 41억원 감액한 잔존 채권최고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 1심과 원심에서 모두 원고가 승소하자 피고가 상고하였다. 2. 판단의 요지 민법 368조는 공동근저당권의 경우에도 적용되고, 공동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근저당권을 실행한 경우는 물론이며 타인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공매 절차, 수용 절차 또는 회생 절차 등에서 환가대금 등으로부터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피담보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배당받은 경우에도 적용된다.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동시배당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공동근저당권자는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피담보채권을 민법 368조 1항에 따라 부동산별로 나누어 각 환가대금에 비례한 액수로 배당받으며, 공동근저당권의 각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이른바 누적적으로 배당받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이시배당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동시배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동근저당권자가 공동근저당권 목적 부동산의 각 환가대금으로부터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배당받을 수는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민법 368조 1항 및 2항의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공동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근저당권을 실행하거나 타인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 등의 환가절차를 통하여 공동담보의 목적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한 환가대금 등으로부터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피담보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배당받은 경우에, 그와 같이 우선변제받은 금액에 관하여는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한 경매 등의 환가절차에서 다시 공동근저당권자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며,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공동근저당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우선변제권의 범위는 피담보채권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최초의 채권최고액에서 위와 같이 우선변제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채권최고액으로 제한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는 채권최고액을 넘는 피담보채권이 원금이 아니라 이자·지연손해금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평석 대상판결에서는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채무자 소유의 1부동산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다른 목적 부동산인 물상보증인 소유의 2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도 확정되는지 등도 문제되지만(이에 관하여는 구 회사정리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하여 확정설을 취한 대법원 2001. 6. 1. 선고 99다66649 판결이 있다), 주로 문제되는 것은 선행 회생절차에서 피고가 우선변제 받은 액수만큼 2부동산에 관한 채권최고액이 감액되는지 여부이다. 이에 관하여는 거래관계가 계속되는 이상 근저당관계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고, 채권자의 신청에 의한 경매절차가 아니므로, 채무자로부터 임의의 변제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등의 이유에서 선행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았더라도, 나머지 공동담보물에 대한 채권최고액이 감액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위 견해에 의할 경우 공동근저당권자에게는 아무런 이유 없이 부당한 이익을 주고, 후순위저당권자 등에게는 근거 없이 불이익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나머지 담보물에 대하여는 채권최고액에서 이미 배당받은 만큼을 공제한 나머지만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판례는 최근의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50637 판결을 비롯하여 감액긍정설에 따른 것이 다수이지만(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5다14502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68012 판결), 공동근저당권의 목적 부동산이 일부씩 나누어 순차로 경매가 실행되는 경우에 공동근저당권자가 선행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원본 및 이자·지연손해금의 합산액이 결과적으로 채권최고액을 넘더라도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관한 경매 등의 환가절차에서 다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72318 판결이 있어 통일되지 않았다. 동시배당이든 이시배당이든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가 안분부담 할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는 안분의 전제가 되는 채권액이 특정되어 있을 것을 필요로 하는데, 저당권은 이미 피담보채권이 확정되어 있고 등기까지 되어 있지만, 근저당권의 경우에는 채권최고액만 등기되어 있을 뿐이어서,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가 부담할 금액을 안분하기 전에 피담보채권의 확정이 필요하다. 어느 범위의 채무를 피담보채무의 범위에 넣어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된 것인데,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가 안분부담할 채무를 정하는 문제로까지 전개되게 된다. 아무튼 대상판결은 누적적 근저당에 관한 문제로, 가령 갑 부동산 위에 최고액 6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동일한 근저당거래를 확대하기 위하여 다시 최고액을 3000만원 증액할 필요가 있어 을 부동산을 추가담보로 제공하면서 공동근저당권의 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 민법 368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와 관련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일본에서는 다른 견해도 있었지만, 1971년 민법 개정으로 공동근저당권 등기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동근저당권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고,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는 누적적 근저당권으로 하여 공동근저당권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즉 일본 민법은 누적적 공동근저당권을 원칙으로 하여 공동저당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공동저당의 등기를 한 경우에 한하여 순수공동근저당권으로서 공동저당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398조의18, 398조의16).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누적적 근저당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통설은 누적적 근저당 자체는 인정하되, 다만 어디까지나 공동근저당이 아닌 별개의 근저당으로 등기되어 있는 경우 공시 자체가 별개의 근저당권으로 등기되어 있어 후순위권리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는다거나 거래의 안전을 해하지 않으므로 민법 368조의 적용을 배제하자는 것으로, 이에 의하면, 공동근저당의 취지가 등기된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원칙적으로 순수공동근저당권으로 해석하여 민법 368조가 적용된다고 보고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면서도 공동근저당관계를 등기하지 않은 경우에는 누적적 근저당으로 보게 된다. 어쨌거나 결국 문제는 공동근저당에 대한 누적적 배당의 가부 즉, 공동근저당의 경우 그 목적부동산 중 일부가 제3자에 의하여 현금화되어 그 매각대금에서 우선변제 받은 경우, 나머지 공동근저당권의 목적부동산에서 다시 채권최고액 만큼 변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실제로 앞서 본 대로 다시 채권최고액 만큼 변제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고, 후순위담보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인이 없고 공동저당물이 모두 채무자 소유인 때에는 이러한 결론이 부당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이해관계인이 있는 경우 이러한 결론은 매우 부당하다. ① 공동근저당권을 누적적 근저당권과 같이 취급하게 되면 공동근저당권 등기는 그 의미를 잃게 되고, 극단적인 경우 공동근저당권자는 항상 타인으로 하여금 저당권을 실행하게 하고 자신은 배당절차에만 참가함으로써 채권최고액만큼 수차 배당받을 수 있어 우선변제권을 수차 행사할 수 있게 되고, ②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일부 부동산에서 먼저 변제받더라도 나머지 공동근저당부동산에서 다시 배당받을 수 있다면 민법 368조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③ 채무 없이 책임만 지는 물상보증인은 어느 경우라도 자신의 책임한도가 채권최고액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누적적 배당을 허용하게 되면 공동담보물 전체가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 물상보증인이 채권최고액만큼 수차에 걸쳐 누적적으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저당권에 있어서 후순위근저당권자가 존재하고 공동근저당권자가 공동담보물의 현금화대금으로부터 배당을 받은 경우, 피담보채권이 동시에 확정된다고 볼 것인가는 별론, 적어도 당초 설정된 채권최고액을 초과하여 누적적으로 배당받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회생
채무자
근저당권
공동근저당권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8-02-13
민사소송·집행
부동산·건축
격벽이 제거된 오픈상가를 합체등기 전에 매각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 대법원 2016. 3. 15.자 2014마343 결정 - 1.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근저당권자 ㈜옥스피탈투자대부의 신청에 따라 2012년 9월 7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 사건 각 부동산은 수년 전부터 각 호실이 벽체 등에 의해 구분됨이 없이 일단의 작업장(떡공장) 및 사무실로 사용되어 왔다. 1심은 경매개시결정을 취소하고 경매신청을 기각한 사법보좌관의 결정을 인가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14. 1. 22.자 2012타경45589 결정), 원심 역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은 경계 구분을 위한 물리적 표식이 없어 그 위치 및 면적의 특정이 불가능하여 구조상·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고, 현재의 이용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경계벽 등이 제거된 것이 사회통념상 복원을 전제로 한 일시적인 것이라거나 그 복원이 용이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인정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이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각 부동산에 대한 경매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4. 2. 4.자 2014라167 결정). 한편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에 의하여 소멸하지 아니하는 가등기나 가처분등기 등은 마쳐져 있지 아니하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경매대상 건물이 인접한 다른 건물과 합동됨으로 인하여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었다면 경매대상 건물만을 독립하여 양도하거나 경매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이러한 경우 경매대상 건물에 대한 채권자의 저당권은 위 합동으로 인하여 생겨난 새로운 건물 중에서 위 경매대상 건물이 차지하는 합동 당시의 가액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 위에 존속하게 되므로 저당권자인 채권자는 경매대상 건물 대신 위 공유지분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1동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 사용될 수 있어 그 각 부분이 소유권의 목적이 된 경우로서, 그 구분건물들 사이의 격벽이 제거되는 등의 방법으로 합체하여 각 구분건물이 독립성을 상실하여 일체화되고 이러한 일체화 후의 구획을 전유부분으로 하는 1개의 건물이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0. 3. 22.자 2009마1385 결정 등 참조). 이에 따라 위의 경우에 종전의 구분건물에 대한 저당권자로서는 그 저당권을 구분건물들의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 중에서 위 경매대상 구분건물이 차지하는 합체 당시의 가액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에 관한 것으로 등기기록의 기재를 고쳐 이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1. 9. 5.자 2011마605 결정 등 참조). 그렇지만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 전부와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동일성이 있으므로,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 전부에 대한 저당권자가 그 전부를 경매의 대상으로 삼아 경매를 신청한 경우라면 이는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에 관하여 설정된 저당권설정등기 등이 일괄매각 경매절차를 통하여 말소되어 위 구분건물들에 대한 합병제한사유가 해소된다면, 그 경매절차에 의하여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 전부를 매수한 매수인은 합병등기 등을 통하여 그 현황과 등기를 일치시킴으로써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비록 합체되기 전의 각 구분건물에 관한 저당권을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의 공유지분에 관한 것으로 등기기록의 기재를 고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 전부를 경매의 대상으로 삼은 경매신청을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에 대한 경매신청으로 보아 일괄매각을 허용하고, 위와 같은 사정을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하여 매각절차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3. 평석 구분건물에 대한 담보대출 이후에 격벽이 제거된 오픈상가 즉,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서 그 각 부분이 소유권의 목적이 되었다가, 구분건물들 사이의 격벽이 제거되는 등의 방법으로 합체하여 각 구분건물이 독립성을 상실하여 일체화된 경우, 경매대상 건물이 인접한 다른 건물과 합동됨으로 인하여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었으므로, 경매대상 건물만을 독립하여 양도하거나 경매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경매대상 건물에 대한 채권자의 저당권은 위 합동으로 인하여 생겨난 새로운 건물 중에서 위 경매대상 건물이 차지하는 합동 당시의 가액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 위에 존속하게 되므로, 경계벽 등이 제거된 것이 사회통념상 복원을 전제로 한 일시적인 것이라거나 그 복원이 용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저당권자인 채권자는 경매대상 건물 대신 위 공유지분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하거나 원래대로 격벽을 복원한 다음 경매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유지분 등기를 경료하거나 격벽을 원상으로 회복함에는 큰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협력을 얻지 않으면 안 되는데, 채무자의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격벽이 원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상태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방법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본과 달리 우리 부동산등기법에는 (구분)건물의 합병등기에 관한 규정만이 있을 뿐, 합동?합체 등기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합동?합체 등기에 관하여 합병등기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거나 준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구분)건물의 합병등기는 합병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거나 저당권 등 소유권, 전세권, 임차권 이외의 권리의 등기가 있는 건물에 관하여는 할 수 없고, 다만 합병대상 건물 모두에 대하여 등기원인, 그 연월일, 접수번호가 동일한 저당권등기만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다(부동산등기법 제42조, 제37조, 등기선례 제201110-2호). 결국 현행 부동산등기법 아래서는 종전건물의 소유자가 동일하고, 종전건물 모두에 대하여 등기원인, 그 연월일, 접수번호가 동일한 저당권 등기만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합동?합체로 인한 등기(표시변경등기, 공유지분등기, 저당권이전등기 등)가 불가능하다. 구분건물이 합체되면 더 이상 종전 건물은 경매의 목적이 될 수 없고, 합체로 생긴 새로운 (구분)건물이나 그 공유지분을 경매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합체로 생긴 새로운 (구분)건물이나 그 공유지분에 대한 경매는 종전 구분건물에 대한 저당권을 합체 후 (구분)건물에 관한 것으로 등기부의 기재를 고친 후 실행함이 원칙이나, 합체등기 제도가 없는 현행법 하에서 위와 같은 원칙을 고집한다면, 종전건물에 대한 저당권자는 합체로 저당권을 상실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저당권을 현실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대상판결이 종전 저당권을 합체 후 (구분)건물에 관한 것으로 고친 후 경매를 실행하여야 하는 원칙에 대하여, 하나의 예외를 설정한 것이다. 요컨대 위에서 본 문제가 없는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구분건물 합체로 공유지분이 된 부분 전체에 대한 이른바 ‘통’경매로서의 임의경매를 허용하여 일괄매각하고, 합병등기는 사후에 매수인의 부담으로 실행하는 예외를 설정한 것이다. 대상판결이 그 이유에서 “용인시 기흥구 (주소 생략) ○○상가동의 지하층에는 구분건물로서 이 사건 각 부동산 외에 지하층 제17호 철근콘크리트피씨조 28.14㎡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사건 각 부동산뿐 아니라 제17호도 함께 구분건물로서의 독립성을 상실하여 서로 일체화되었다면, 그 지하층 구분건물들 전부에 대한 합체등기 및 그 중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에 관한 근저당권으로 변경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만을 경매대상으로 삼아 경매할 수는 없으므로, 환송 후 원심은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제17호와 합체되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가려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시한 것은, 그 각 부동산 및 제17호가 함께 합체되어 한성상가동의 지하층이 1개의 구분건물이 된 것인지(①), 그 각 부동산만이 합체되어 한성상가동의 지하층이 2개의 구분건물이 된 것인지(②) 명확하지 않은바, ①의 경우이면 위에서 본 이유 때문에 합체등기가 마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각 부동산(혹은 그에 해당하는 공유지분)에 대한 경매가 허용될 수 없지만, ②의 경우라면 이른바 ‘통’경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으므로, ①, ② 중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한 다음, 경매의 허용여부에 관하여 다시 판단하여 보라는 취지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구분건물 합체로 공유지분이 된 부분 전체에 대한 이른바 ‘통’경매로서의 임의경매를 허용하여 일괄매각하고, 합병등기는 사후에 매수인의 부담으로 실행하는 예외를 설정함으로써 격벽이 제거된 오픈상가에 대하여 격벽의 원상회복이나 공유지분 등기 없이도 경매가 가능함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유) 바른)
경매
공유지분
구분건물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유) 바른)
2017-12-12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국세기본법상 통상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의 관계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1740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2008년 11월 5일 A회사에게 자신들이 각 2분의1 지분씩 소유한 이 사건 부동산을 양도한 뒤 전체 양도가액을 35억원으로 하여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다. 나. 피고는 2012년 1월 2일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가액이 임대차보증금 3억3000만 원을 포함한 38억3000만 원임을 전제로 세액을 다시 계산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2008년 귀속 양도소득세를 추가 납부하도록 각 경정·고지하는 이 사건 부과처분을 하였다. 다. A회사는 2014년 12월 1일 원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에서 양도가액을 35억 원으로 정하고 이를 모두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양도가액을 38억3000만 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추가로 그 지급을 구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라. 법원은 2015년 4월 23일 위 매매계약에 따른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가액은 35억원이고, A회사가 원고들에게 위 양도가액 35억원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A회사와 원고들 사이에 체결된 위 매매계약에 기한 A회사의 매매대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민사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5년 5월 16일 확정되었다. 마. 원고들은 2015년 5월 22일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민사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의 후발적 경정사유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2008년 귀속 양도소득세의 경정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15년 7월 28일 원고들의 위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심 : 서울고등법원 2017. 4. 4. 선고 2016누81361 판결 처음부터 존재하던 사유를 이유로 한 통상적 경정청구를 인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후발적 경정청구까지 허용한다면 원시적 사유임에도 소송을 통하여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바꾸는 방법으로 통상적경정청구의 제척기간 만료 후에도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게 되어 통상적 경정청구기간과 쟁송기간을 제한한 입법취지에 반한다. 그러므로 국세기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5조의2 제1항 제1호의 원시적 사유가 나중에 같은 조 제2항 제1호 사유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대법원 : 2017. 9. 7. 선고 2017두41740판결 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문언 내용과 그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최초의 신고 등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을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하는 판결이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납세의무자가 그 판결에서 확정된 내용을 법 제45조의2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통상적경정청구사유로 다툴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납세의무자의 정당한 후발적 경정청구가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 3. 평석 가. 관련 법 규정 흔히 법 제45조의2 제1항의 경정청구를 통상적 경정청구, 제2항의 경정청구를 후발적 경정청구라 부르는데, 이 사건에 관련된 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45조의2(경정 등의 청구) ①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제출한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최초신고 및 수정신고한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 또는 경정을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결정 또는 경정으로 인하여 증가된 과세표준 및 세액에 대하여는 해당 처분이 있음을 안 날(처분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로 한정한다)에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 1.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각 세법에 따라 결정 또는 경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결정 또는 경정 후의 과세표준 및 세액을 말한다)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할 때 ②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제출한 자 또는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을 받은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제1항에서 규정하는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결정 또는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 1.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 나. 후발적 경정청구의 입법취지 후발적 경정청구는 통상적 경정청구기한이 경과한 후 당초 신고나 부과처분 시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감액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납세자에게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사정변경의 원칙을 납세자의 영역에서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도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둔 취지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는데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2379 판결). 일본 국세통칙법도 제23조 제1항에서 통상적 경정청구, 제2항에서 후발적 경정청구를 규정하고 있는데, 입법취지는 우리나라 의 그것과 비슷하다(東京高裁, 平成 10. 7. 15. 平9 (行コ)193호 판결 등 참조). 다. 통상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의 관계 대상판결에서 원고들은 양도소득세의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에 통상적 경정청구를 하지 못하다가, 관련 민사판결 확정 후 2월 이내에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였다. 그런데 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제4호도 마찬가지다)는 엄격한 의미에서 사후에 사정이 변경된 경우라기보다는 당초에는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 사후에 판결 등에 의하여 명확해진 경우일 수 있고(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2379 판결 참조), 법 제45조의2 제1항 제1호의 통상적 경정청구의 사유도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는 통상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와 연관되고, 실무상으로는 경경청구의 기한문제로 직결된다. 경정청구의 본질은 원시적인 과다 신고와 신고·결정·경정처분 후 발생한 사유로 후발적으로 과다해진 경우 모두를 방치할 수 없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납세자의 권리구제수단이다. 이렇게 본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는 통상적 경정청구의 보완적 관계이지, 다른 종류나 성질의 경정청구는 아니다. 법 제45조의2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 중 특정유형의 후발적 사유를 추출하고 그에 따른 청구기간의 특례를 규정한 것이 제2항이다. 청구기한에 관하여 제2항이 ‘제1항에도 불구하고’라고 규정하지 않고 ‘제1항에서 규정하는 기간에도 불구하고’라고 규정한데서도 알 수 있다. 경정청구제도가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그 취지가 있는 만큼 법규정의 문언상 가능함에도 이를 축소하여 적용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대상판결과 같이 통상적 경정청구 기한이 만료되었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 기한이 만료되지 않았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반대로 후발적 경정청구 기한은 도과하였으나 아직 통상적 경정청구 기한은 도과하지 않았다면 통상적 경정청구는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조세실무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있는 경우 경정청구기한이 경과되었더라도 통상적 경정청구기한이 경과되지 않았다면 경정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해석하고 있다(東京高裁, 昭和 61. 7. 3. 昭60(行コ)82호 판결, 神호地裁, 平成 19. 11. 20. 平 18(行ウ)59호 판결 등). 4. 결론 대상판결은 통상적 경정청구 기한이 도과하였다 하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 기한이 도과하지 않았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한 최초의 사례로, 경정청구에 관한 납세자의 권리를 더욱 강하게 보호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김철 변호사 (법무법인 이강)
양도소득세
후발적경정청구
경정청구
김철 변호사 (법무법인 이강)
2017-10-27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행정처분의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아도 당연무효
-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두11716 판결- 1. 판결 내용 가. 취득세는 신고납부방식의 조세로서 이러한 유형의 조세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하여 신고하는 행위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그 납부행위는 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구체적 납세의무의 이행으로 하는 것이며 지방자치단체는 그와 같이 확정된 조세채권에 기하여 납부된 세액을 보유하는 것인바, 이러한 납세의무자의 신고행위가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신고행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신고행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및 하자 있는 신고행위에 대한 법적 구제수단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신고행위에 이르게 된 구체적 사정을 개별적으로 파악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취득세 신고행위는 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써 취득세 신고행위의 존재를 신뢰하는 제3자의 보호가 특별히 문제되지 않아 그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보더라도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지 않는 반면, 과세요건 등에 관한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 법적 구제수단이 국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비함에도 위법한 결과를 시정하지 않고 납세의무자에게 그 신고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시키는 것이 과세행정의 안정과 그 원활한 운영의 요청을 참작하더라도 납세의무자의 권익구제 등의 측면에서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이와 같은 하자 있는 신고행위가(그 하자가 중대하지만 명백하지 않더라도) 당연무효라고 함이 타당하다. 나. 원심은 원고가 1999년 12월 16일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 등을 자진신고한 사실, 피고가 2000년 5월 16일 및 2003년 4월 1일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 등의 납부를 각 고지하였음에도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까지 과세관청 등에 이 사건 신고행위의 하자를 이유로 한 불복청구를 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고행위의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취득세 등에 관한 이 사건 신고행위의 경우에는 그 존재를 신뢰하는 제3자의 보호가 특별히 문제되지 않아 그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보더라도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등기와 같은 소유권 취득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금의 지급과 같은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도 갖추지 못함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에 기초한 이익 등을 향유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와 같이 지방세법에 규정된 취득이라는 과세요건이 완성되지 않는 등의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 법적 구제수단이 국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신고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원고에게 그대로 감수시키는 것이 원고의 권익구제 등의 측면에서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보더라도 과세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지장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그 하자가 중대한 이 사건 신고행위의 경우에는 이를 당연무효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 이 사건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취득세 신고행위의 당연무효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행정처분의 무효와 취소의 구별기준 가. 기존의 원칙 ① 행정처분의 무효와 취소의 구별기준에 관하여서는 종래의 통설과 판례는 중대명백설의 입장에 서있었다. 즉, 행정처분의 하자의 내용이 중대한(wesentlich) 법규위반이고, 그 하자의 존재가 명백하면(offenbar) 무효, 그렇지 아니하면 취소 사유가 된다{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는 무효로 하여야 할 것이나 행정목적의 달성이 저해되고 제3자의 신뢰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하자의 존재가 명백하여야 한다는 요건도 갖추어야 무효로 볼 수 있다. 하자가 중대하다는 것은 행정처분이 중요한 법률요건을 위반하고 그 위반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하다는 것이고, 명백하다는 것은 하자가 일반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할 때 외관상 명백하다는 것이다(박균성 행정법론上 p378-379면, 김동희 행정법Ⅰ p324-325면 참조, 홍정선 행정법론.上 p350-353 참조)}. ② 명백보충설은, 행정처분의 무효는 그 하자가 중대한 법규위반임은 항상 요구되지만 그 명백성은 법적안정성이나 제3자 신뢰보호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요구된다는 견해이다. 즉, 명백성은 법적안정성, 행정의 원활한 수행, 제3자 신뢰보호의 경우에만 요구되고 따라서 동일한 처분이 대량으로 행하여졌거나 이해관계에 있는 제3자가 있는 경우에만 요구되고 그 이외 경우 요구되지 않는다. ③ 구체적 가치형량설 구체적사안마다 국민의 권리구제요청과 행정의 법적안정성, 제3자 이익보호 요청을 형량하여 무효, 취소여부를 결정하자는 학설로서 하자의 효과의 개별화를 주장한다. 구체적 타당성을 지향하는 장점을 가지지만 행정처분의 무효와 취소의 구별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나. 최근 학설과 판례의 경향 ① 일본 최고재판소의 소화40년 8월 17일 판결은 “과세처분이 과세청과 피과세자간에만 존재하는 것으로서, 당해 처분에 있어 내용상의 과오가 과세요건의 근간에 대한 것이고, 과세행정의 안정과 그 원활한 운영의 요청을 참작하여도 여전히 불복신청기간의 도과에 의한 불가쟁적 효과의 발생을 이유로 하여 피과세자에 위 처분에 의한 불이익을 감수시키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하자는 당해 처분을 당연무효로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했다. 위 판결은 당해 과세처분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은 인정하였으나, 명백성에 대해서는 따로 검토하지 않고, 납세자가 전혀 관계사실을 부지하고 있었던 점, 징세행정상 특별한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당해 처분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이후 명백보충설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다수설 및 최근 우리 대법원 판례의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② 대법원 95. 7. 11.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중대명백설에 따르고 있으나 소수의견은 “행정행위의 무효사유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의 명백성은 행정처분의 법적 안정성확보를 통하여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는 한편, 그 행정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믿은 제3자나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써 그와 같은 필요가 없거나 하자가 워낙 중대하여 그와 같은 필요에 의하여 처분의 상대방의 권익을 구제하고 위법한 결과를 시정할 필요가 훨씬 더 큰 경우라면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그와 같이 중대한 하자를 가진 행정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설시하였고, 헌법재판소는 94. 6. 30. 92헌바23 결정에서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하자 중대하기는 하나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당연 무효가 되지는 아니하지만 다만 당해행정처분을 행정처분을 무효로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반면에 그 하자가 중대하여 그 구제가 필요한 경우에 대하여서는 그 예외를 인정하여 이를 당연무효사유로 보아서 쟁송기간 경과 후에라도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관련소송사건에서 청구인이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처분의 진행정도는 마포세무서장의 압류만 있는 상태이고 그 처분의 만족을 위한 환가 및 청산이라는 행정처분은 아직 집행되지 않고 있는 경우이므로 이 사건은 위 예외에 해당되는 사례로 볼 여지가 있고, 따라서 헌법재판소로서는 위 압류처분의 근거법규에 대하여 일응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여 그 위헌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이른바 명백보충설을 지지하는 견해를 표명하였다. ③ 대상 판결은 신고행위의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아도 이를 당연무효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무효라고 판시하였고, 위 판결은 취득세 신고행위에 관한 것이지만 결국 취득세 신고행위에 터잡은 취득세 부과처분에 관한 하자에 대한 판례이다. 3. 결 행정처분이 중대한 법규를 위반하였음에도 그 하자의 존재가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여태껏 수많은 중대한 법규위반의 처분이 유효로 취급되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소홀한 점이 많았던 것이 현실이다. 명백성의 요건은 애매하고 재판관의 주관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판단될 위험이 많아서 앞으로는 가급적 제한적으로, 궁극적으로는 처분의 무효원인에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 점에서 대상판결은 의미 있는 획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취득세
행정처분
무효
2017-06-16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 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매수자금에 사용하기 위하여 A(저축은행)으로부터 42억 원을 대출받았다. 나. 원고는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8년 6월 30일 수탁자 B(부동산신탁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신탁원본의 우선수익자를 A로, 수익권증서 금액을 58억8000만원으로 정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부동산이 환가되는 경우 A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잔액은 위탁자인 원고가 지급받기로 약정하였고, 2008년 7월 1일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곧이어 B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다. 원고가 위 대출금채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하자, A의 요청에 따라 수탁자인 B는 공개매각을 실시하였으나 수차례 유찰되었고, A에게 수의계약으로 대출원리금과 같은 액수인 45억여원에 이 사건 건물을 매각하였다. 라. 과세관청인 피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위탁자인 원고가 A에게 이 사건 건물을 공급하였다고 보아 2010년 1월 16일 원고에게 2009년 1기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2. 판결의 요지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Ⅱ.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1. 종전 판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기 전의 종전 판례는, 신탁법에 의한 신탁이 위탁매매와 같이 ‘자기(수탁자) 명의로 타인(위탁자)의 계산에 의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또는 공급받는 등의 신탁업무를 처리하고 그 보수를 받는 것이어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의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이고, 다만,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가 지정된 타익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가 사업자 및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았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33034 판결). 종전 판례는 수익자설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일본 소비세법 제14조도 신탁재산에 속하는 자산 등 거래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수익자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보고 있다. 2. 검토 가. 단일세율에 의한 거래세 누진세율에 기초한 소득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인가에 따라 적용세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소득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하여 과세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이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므로, 공급대가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할 필요성이 소득세에 비하여 크지 않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이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종전 판례의 문제점 ① 거래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의 분리 신탁된 부동산이 수탁자 명의로 있는 동안에는 수탁자 명의로 대외적 거래행위가 행해지므로, 종전 판례에 의할 경우 대외적 거래를 통하여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는 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달라진다. 그리하여 부동산투자신탁 등 수익자가 다수인 신탁의 경우, 수익자 별로 일일이 부가가치세의 신고납부를 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익자가 개인으로서 부가가치세법 제3조의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그에게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게 된다. 또한, 종전 판례에 의하면, 타익신탁의 경우 수익자는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본다는 취지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에서 신탁사무처리비용을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 부가가치세액에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액을 누구에게 과세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②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의 불가능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재산에 대하여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다만,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권리’ 등에 기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판례에 의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라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매매대금의 일부로서 신탁재산에 속하고(위 99다59290 판결), 구 신탁법 제21조(현행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에서 예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는 수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만이 포함되며, 위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두4612 판결). 따라서 위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 수탁자 명의 신탁재산에 대하여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없고, 다만, 위탁자의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있을 뿐이므로, 부가가치세의 징수가능 여부는 수익권의 실질적 가치에 달려있게 된다. 만일 수탁자가 부동산을 분양하여 수취한 대금에서 비용을 모두 충당한 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기에 충분하다면,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으로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신축된 건물의 분양대금이 공사비 등을 변제하기에 부족하여 위탁자의 수익권이 실질적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없게 된다. ③ 신탁재산에 대하여 조세채권의 우선권이 적용되지 못함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는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할 수 없으므로, 거래징수 된 부가가치세액이 신탁재산에 속해 있으면서 수익자에게 이전되기 전의 단계에서는 조세채권의 우선적 효력이 발휘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 공사비 등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경우에는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이 조세채권보다 실질적으로 우선하는 결과가 된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신탁부동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수탁자이므로, 수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은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하고, 이에 기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하거나 집행절차에 참가할 수 있으며,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 매입세액의 공제와 관련한 문제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에 대한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함에도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담보제공 등으로서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거나(담보신탁의 경우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8항 제1호의 유추적용),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더라도 수탁자가 신탁용역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전받는 것으로서 공급가액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으면서 거래징수를 당하지 않을 것이므로, 공제받지 못하는 매입세액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은 후 공급받은 용역 등에 관하여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을 이전받는 것을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을 경우 수탁자는 재화의 매입이 없으면서 재화를 공급한 것이 된다. 부가가치세에서 재화의 공급은 통상 그 재화의 매입(공급받음)을 전제로 하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입세액의 공제는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부가가치세(매입세액)이 있을 때 문제된다. 만일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이전하기 전에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은 위탁자가 공제받을 것이고, 이와 같이 부가가치세의 거래징수 및 매입세액공제가 동일한 납세자 안에서 이루어진 이상, 부가가치세의 순환과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Ⅲ. 결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자를 수탁자로 판시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변경된 판례에 따라 신탁부동산에 관한 부가가치세의 세부적 업무처리가 속히 안정화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부가가치세
신탁부동상
조세
2017-06-13
가사·상속
유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의 의미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31511 판결 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1937년 12월 3일생으로 2011년 12월 12일 삼성창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로 병원생활을 계속하던 중 2012년 11월 9일 사망하였다. 망인의 상속인으로 그의 처인 원고 B, 자녀인 원고 C, D, E 및 피고 F가 있다.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2011년 12월 20일 공증인가 S법무법인에서 ‘망인은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을 장남인 F에게 유증한다. 단, F는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차남인 C 및 삼남인 D에게 각 3000만원, 딸인 E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처인 B에게는 B의 사망시까지 매월 말일에 60만 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가 작성되었다. 위 공정증서에 의하면, 망인은 자필서명이 어려워 공증인 K와 증인들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공증인이 대신 서명, 날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고들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 규정된 방식에 위반하였고, 또한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유언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Ⅱ. 판결요지 1심에서는 “이 사건 공정증서의 유언자란에 망인이 직접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하지 않고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는데, 당시 망인은 팔에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을 뿐 침대에 양손이 결박된 상태로 있지 않아 의식이 명료하였다면 굳이 공증인에게 서명과 날인을 대신하도록 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 위 공정증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취지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서 요구하는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대법원의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 망인은 이 사건 유언 당시 오른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일어나 이 사건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어, 망인의 의사에 따라 공증인이 그 사유를 적고 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고, 망인의 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공정증서는 민법 제1068조에 규정한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Ⅳ. 해설 1.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68조). 그런데 공증인법은, 공증인과 참석자는 각자 증서에 서명날인하여야 하고, 참석자로서 서명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유를 증서에 적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명(署名)이란 자기 고유의 필체로 자기의 이름을 제3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쓰는 것을 말하고, 기명(記名)이란 단순히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적어야 하지만, 기명은 다른 사람이 대리해서 적거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기명의 경우에는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날인이 함께 요구된다. 이 사건의 경우 공증인 K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자를 대신하여 유언자의 이름을 기재했더라도 유언자의 날인이 있으므로 비록 ‘서명’에는 해당되지 않을지라도 ‘기명날인’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법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공증인법은 서명날인을 요구하면서 유언자가 서명을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기명날인의 방식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기명날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민법과 공증인법에 따라 당연히 유효하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공정증서는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위암이 악화된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는 경우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대신 서명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최고재판소 1962. 6. 8, 집 16-7, 1293면). 학설 역시 기명날인은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고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을 때에는 공증인이 부기하고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대신’하는 것은 서명이 아니라 기명날인이다.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며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는 성명의 자서와 날인을 요구한다(제1066조). 성명의 자서란 스스로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로서 서명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유언자가 날인은 하지 않고 서명만 한 경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작성하면서 만약 유언자가 서명만 하고 날인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공증인 앞에서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유언자가 도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공증인도 민법에 따르면 유언자의 서명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간과하는 일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민법에 따라 유효한 유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증인법에 따라 무효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는 민법과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도 유언자가 ‘서명날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명날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에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969조 제5호). 그리고 일본 공증인법은 일본 민법과 같이 공증인과 열석자의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열석자 중에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이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제39조 제3항 및 제4항). 즉 일본에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이 민법이나 공증인법이나 모두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다.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구했다(제1068조). 그런데 그 후에 제정된 공증인법에서는 서명날인을 요구했고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도록 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의 공증인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 발생한 입법상의 오류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민법처럼 우리 민법을 공증인법과 일치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한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해석론으로는 공증인법이 민법보다 나중에 제정되었다는 점(신법 우선의 원칙), 민법이 일반법이라면 공증인법은 공증에 한정된 법이라는 점(특별법 우선의 원칙)에서 공증인법상의 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 비교 판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 요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과 비교해볼만할 판례가 있다. “다른 사람이 사지가 마비된 유언자의 손을 잡고 공정증서 말미용지에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한 행위만으로는 유언자의 서명날인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21802 판결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유언자의 이름을 적고 날인한 것은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하는 것은 무효라고 보는 것은 다소 모순된 느낌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유언자를 대신해서 이름을 적는 것은 분명히 기명에 해당하지만,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을 하게 하는 것은 기명이나 서명 어느 것으로 보기에도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명’과 ‘기명’에 관한 개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행위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유언자의 의사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설사 다른 사람이 기명날인을 하던, 유언자가 서명, 날인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도와주던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 비교 판례에서 대법원이 유언장을 무효라고 본 것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여 그러한 유언이 유언자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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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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