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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도의 예비
1. 사실관계 피고인이 강도예비, 특가법위반(절도)의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대상판례에서 문제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칼과 포장용 테이프 등을 휴대하고, 등산용칼과 회칼을 피고인의 차량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절도 범행이 발각되는 경우 그 체포를 면탈하는 등의 목적으로 이를 휴대한 것임을 시인한 점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준강도의 예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강도예비죄로 기소하였다. 원심(대구지법 2004. 7. 6. 선고 2004고단3287 판결)은 이에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하였다. 항소이유로 강도예비죄를 처벌하는 이유가 강도죄의 흉폭성에 비추어 강도범행의 결의가 객관적·외부적으로 드러난 이상 실행의 착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이고, 준강도의 경우에도 그 흉폭성과 행위의 불법성이 강도와 같다고 보아 강도죄와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는 점, 강도상해, 강도살인, 강도강간죄 등에는 준강도가 포함되는 점을 감안하면 강도예비의 강도에 준강도가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하여, 원심은 강도예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점을 들었다. 2. 판결요지 피고인이 야간에 등산용칼, 후레쉬, 포장용 테이프를 휴대하고 배회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강도할 목적으로 예비하였다고 인정하는데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필자 부기: 가사 절도와 함께 체포면탈 등을 목적으로 위와 같은 물거을 휴대하고 피해대상을 물색하며 배회한 점이 충분히 입증되었더라도,)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로 준강도만을 예비한 행위를 강도예비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인정된다. 3. 판례의 검토 1) 준강도의 예비죄 성립가능성 대상판례의 사실관계가 다소 불명확한데, 피고인이 절도를 위하여 필요한 도구를 준비하고 나아가 범행도중 발각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체포면탈 등의 목적으로 흉기를 휴대한 상태로 피해대상을 물색하던 중,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안이다.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준강도죄가 통상의 강도죄와 폭행, 협박 등이 재물강취 등의 수단이 아니고, 재물의 탈취행위에 후행함으로 그 행위구조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폭행, 협박과 재물탈취 등의 순서만 역전되어있을 뿐, 전체적으로 유사한 행위태양과 불법성을 이유로 강도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어, 준강도를 목적으로 한 일종의 준비행위로 파악, 강도예비(형법 제343조)를 적용, 기소하였다. 원심 및 대상판결(항소심)은 검사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체포면탈 등을 목적으로 흉기를 휴대하였는지의 입증이 명확하지 않고, 설사 입증되었더라도, 준강도를 예비한 행위를 강도예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는데, 그 논거가 불분명하다. 이하에서는 준강도죄의 구조와 함께 준강도의 예비행위에 대한 강도예비죄 적용가능성을 살펴본다. 2) 준강도죄의 구조와 강도예비죄의 적용가능성 (1) 준강도죄의 성격과 구조 먼저, 준강도죄의 성격에 대하여 ① 강도죄의 특수한 유형, ② 절도죄의 가중유형, ③ 폭행, 협박죄의 가중적 구성요건 또는 ④ 절도나 강도죄의 가중유형이 아니라 독립된 구성요건으로 파악하는 견해 등이 있다. 한국의 지배적 시각은 ① 또는 ④라고 하겠는데, 어떠한 견해에서든지, 준강도죄는 폭행, 협박과 재물탈취행위의 결합형식이 통상 강도죄와 다르지만, 불법내용을 강도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점에서 강도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따라서, 폭행, 협박의 정도도 강도죄와 같이 평가하고, 그 시기도 절도의 기회시 행하여질 것을 요구한다(이재상, 형법각론 제4판, 박영사, 2001, 294면; 임웅, 형법각론, 법문사, 2001, 301면 등. 판례도 유사한 입장이다. 대법원 2004. 11. 18. 선고 2004도5074 전원합의체 판결). 아울러, 준강도죄의 구조에 대하여, ① 절도와 폭행·협박의 결합범으로 보는 입장(결합범설. 임웅, 전게서, 300~301면; 山口厚, 刑法各論 補訂版, 有斐閣, 2005, 227~229頁), ② 절도에 의한 폭행·협박이라는 신분범으로 보는 입장(신분범설. 박상기, 형법각론, 박영사, 1999, 269면; 참고로, 진정신분범설로 前田雅英, 刑法講義各論 第3版, 東京大學出版會, 1999, 203頁; 부진정신분범설로, 大谷實, 新版刑法講義各論, 成文堂, 2000, 238頁)이 있다. 주로 준강도죄의 성격을 위의 ② 내지 ③으로 보는 입장에서 ②설을 취한다. 준강도죄에 대한 견해 차이에 따라 준강도죄의 기수·미수 판단기준 및 폭행, 협박행위만 관여한 후행자의 처리방식 등이 달라진다. 즉, 신분범설에서는 폭행, 협박을 기준으로 기수, 미수를 판단하게 되지만, 결합범설에서는 절도의 기수, 미수여부를 기준으로 하게 된다. 또한 폭행, 협박에만 관여한 후행자에 대하여 신분범설에서는 준강도죄의 공범(진정(구성적)신분범설) 내지 폭행, 협박의 공범(부진정(가감적)신분범설)로 파악하지만, 결합범설에서는 승계적 공범의 문제로 파악하여, 승계적 공범을 부정하는 입장에서는 단지 폭행, 협박죄의 공범만이 성립하게 된다(이재상, 전게서, 295면. 한국에서는 결합범설이 상대적으로 다수적 입장이다). (2) 강도예비죄의 적용가능성 그렇다면, 준강도죄에 있어서도 강도예비죄의 적용이 가능한가?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하여 논의한 사례를 확인하기 어렵다. 대체로 학설의 다수입장에서는 부정적 견해를 취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수견해는 준강도죄의 절도는 적어도 절도미수단계에 도달할 것을 요구하고 예비행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절도의 예비행위만 하고, 폭행, 협박에 나아가 경우는 단순히 폭행, 협박죄만 구성하게 되는데, 만일 준강도의 예비를 긍정하면 폭행, 협박이 예비행위 만에 그친 때에도 강도예비를 구성하게 된다. 나아가 결합범설에서는 준강도죄의 예비를 인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절도예비나 폭행, 협박의 예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이를 결합하여 준강도의 예비로 파악하기는 논리적으로 곤란하다(특히, 동일한 결합범설에서도, 준강도죄를 강도죄의 특수한 유형이 아닌 독립된 범죄로 이해하는 경우, 준강도의 예비를 인정하기 더욱 어렵다). 또한 준강도죄는 절도행위 이후, 사후적으로 폭행, 협박에 나아가게 됨으로서 그 구조가 강도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강도죄와 동일하게 평가, 처벌하는 범죄인데, 절도가 이루어지기 이전의 단계에서 강도예비로 포착하여 처벌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곤란하고, 현실적으로도 생각하기 어렵다. 아울러, 만일 준강도의 예비죄가 가능하다면, 대부분의 절도예비행위가 강도예비죄로 파악되는 결과가 야기될 것이고, 목점범인 예비죄에 있어서 목적은 기본범죄에 대한 확정적 인식을 그 내용으로 하는데, 준강도의 예비사례는 대부분, 절도가 1차적인 목적이고, 사후의 폭행, 협박은 조건부, 불확정적인 형태에 그치는 점도 문제이다. 신분범설에서도 준강도죄의 예비를 인정하기에는 난점이 있다. 준강도죄는 절도의 신분을 갖춘 행위자만이 주체가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신분을 갖추지 못한 자가 준강도예비죄의 행위주체가 된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西田典之, 刑法各論 第2版, 弘文堂, 2002, 178頁; 참고로, 일본형법의 준강도죄 규정은 강도예비죄 보다 뒤에 위치함으로써, 법문상으로도 준강도의 경우 예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점도 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한국형법은 준강도죄의 규정 이후에 강도예비죄 규정을 둠으로, 이러한 논란은 문제될 것이 없다). 반대로 준강도의 예비를 긍정하는 견해와 그 논거도 생각할 수 있다. 즉, 첫째, 준강도죄가 강도죄와 같이 처벌되는 것은 준강도죄가 강도죄에 필적하는 불법을 갖춘 점에 있는데, 이를 준강도 예비의 경우에 특별히 다르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둘째, 현실적으로 절도행위 외에 그 이후의 사태전개에 따라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할 의사로 이를 준비하는 행위는 충분히 가능하고, 단순히 절도만을 준비하는 행위와 구분할 수 있다. 일본 판례사안이지만, 피고인들이 보석점으로부터 보석을 절취하기로 계획하고 범인 중 일부가 쇼윈도를 부수어 보석을 절취, 도주하고 다른 공범이 만일 범인들을 추적하여 오는 점원 등이 있다면, 이에 폭행을 가하여 체포를 면탈하기로 범인들 간 상호 역할분담을 한 사안도 있다(大阪高判平成4·6·30判例集未登載). 셋째, 폭행, 협박의 의사가 조건부라 하더라도 조건부 의사가 반드시 불확정적 의사를 지칭하지 않는다. 절도가 범행 중, 발각되면 폭행, 협박을 가할 확정적 의사를 갖는 예도 가능하다. 넷째, 신분범설에서 분명히 행위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신분이 필요하지만, 신분이 없더라도 예비죄를 구성할 수는 있는 점 등을 논거로 들 수 있다(山口厚, 前揭書, 227頁, 前田雅英, 前揭書 220頁, 大谷實, 前揭書, 250頁. 참고로, 일본의 경우, 다수견해는 준강도의 예비를 긍정한다. 大谷實 編, 判例講義 刑法 II, 悠悠社, 2002, 69頁).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대상판례 외에 준강도의 예비를 언급한 판례는 없다. 참고로, 일본 最高裁判所 판례에서 피고인이 사무실에 침입, 절도를 계획하고 펜치 등 필요한 도구와 함께 만일 범행도중 발각된 경우, 체포면탈에 사용하기 위하여 등산용 나이프 등을 준비하고, 범행대상을 물색 중, 불심검문에 의하여 검거된 사례에서, 준강도죄의 예비를 인정한 예가 있다( 最判昭和54·11·19刑集33卷7·710頁,判時953·131頁). 4. 결 론 현재 대상판례는 상고 중으로, 대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매우 흥미롭다. 사견으로는 준강도의 예비가 긍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준강도의 예비행위도 현실사례에서 충분히 상정할 수 있으며, 통상 강도예비행위와도 그 위험성 등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준강도죄를 결합범으로 파악하는 입장(사견으로는 준강도의 기·미수판단기준, 공범문제등을 고려할 때, 결합범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에서는 준강도에 있어서 강도예비죄를 인정함에 앞서 지적한 난점이 문제이다. 그러나 준강도죄는 강도죄의 특수한 형태로, 결합범으로서의 구조를 절도행위과정에서 발생하는 폭행·협박행위의 결합이 아니고, 절도행위와 폭행, 협박행위가 일정한 관련성을 갖고 혼합된 결합 형식으로 이해한다면, (결합범설에서도) 준강도에 있어서도 강도예비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6-10-30
국회법상의 수정안
1. 사건의 개요 정부가 2005.3.24. 政府組織法中改正法律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 改正案에는 ① 財經部 등 4개 부처에 複數(2명)의 次官을 두기로 하는 내용, ② 統計廳과 氣象廳을 차관급 기구로 格上시키기로 하는 내용, ③ 國防部 소속으로 防衛産業廳을 신설하기로 하는 내용, ④ 建交部의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이 의안은 즉시 소관위원회인 行自委에 回附되었고, 행자위는 이 의안과 기왕에 행자위에 제출된 관련 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한 후 委員會代案을 마련하여 본회로 넘겼다. 위원회대안이란 위원회가 본회로부터 회부받은 의안과 수정안, 관련된 의안이 있으면 그 의안과 수정안, 위원회 자체의 수정안, 의원들로부터 추가로 제출된 수정안들을 모두 종합하여 하나로 만들어 놓은 안을 말한다. 위원회종합안인 셈이다 {국회선례집 278면 이하, 김교창 표준회의진행법(법률신문사, 2005) 264면}. 이 委員會代案에는 정부가 제출한 改正案의 내용 중 ①과 ②만이 들어있다. ③과 ④는 빠졌다. 위원회가 ③과 ④는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본회에 2005년 6월 30일 위 代案이 議案으로 上程되었다. 본회에 상정된 議案은 이 代案 하나뿐이다. 본회로 보면 이 代案이 原案이다. 이 議案의 審議 중에 議員 33人(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소속임)이 ③을 修正案으로 제출하였다. 그리고 議長이 이를 수정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본회에 상정하여 표결에 부치었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자 議長은 이 수정안과 아울러 ①과 ②가 들어 있는 의안이 가결되었다고 선포하였다. 그 후 의원 21人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憲裁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③은 의안에 대한 수정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이를 수정안으로 상정하여 가결선포한 것은 무효라는 것이 그 청구원인이다. 憲裁는 冒頭의 判決要旨를 내세워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기각결정에는 재판관 3人이 반대의견을 표하였다. 판결요지에 대한 評釋을 위하여 필자는 먼저 의안과 수정안의 관련성에 관한 會議進行法(會議法이라고 줄여 말하기도 함, Rules of Order)을 알아본 후 이 事案에서 修正案으로 다루어진 것이 과연 會議法상의 修正案에 해당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된 의안에 관한 國會法의 규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2. 議案과 修正案 사이의 關聯性 어떤 議案에 대하여 그 내용을 關聯性(Germaneness)을 지니는 범위에서 변경하자고 提議하는 안이 修正案이다. 관련성을 지니는 것으로는 의안과의 사이에 보완적인 것, 경쟁적인 것 및 적대적인 것 등이 있다{Robert’s Rules of Order(Perseus Books, 2000, 이하 RR이라 약함) 130 - 132p, 김교창 전게 149면 이하}. 그 예는 이 사안에 관한 다음 항에서 들기로 한다. 관련성을 지니는 것만이 수정안으로 될 수 있고, 그렇지 아니한 것은 수정안으로 될 수 없다. 이를 關聯性의 原則이라고 말한다. 이 원칙은 천여년에 걸쳐 英美의 議會에서 형성되었고, 會議法의 일반원칙으로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다. 관련성의 원칙은 同一한 議案 再提出禁止의 원칙(RR 325ff, 김교창 전게 57면, 107면), 一事不再議의 원칙(國會法 제92조, RR 72p, 김교창 전게 107면)과 함께 會議體가 다룰 議案의 범위를 한정하기 위한 會議法의 일반원칙이다. 이미 제출 내지 상정되거나 임시적으로 처리(회부 또는 연기)된 議案과 동일한 의안은 동일한 會期 중에 재제출될 수 없고, 이미 최종적으로 처리(가결 또는 부결)된 의안은 동일한 會期 중에 再議할 수 없다. 상호 관련성이 있는 것이면 동일한 의안이고, 그렇지 아니한 것이며 동일한 의안이 아니다. 역으로 위 두 개의 원칙에 해당하는 여부가 관련성의 存否를 가리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RR 130-131p, 김교창 ‘修正動議에 관한 연구’ 辯護士 (35) (서울지방변호사회, 2005) 9면 이하, 김교창 전게 167면 이하}. 관련성의 원칙은 條理로서 法源으로 된다고 볼 수도 있고, 法文의 해석에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3. 이 事案의 修正案이 會議法상의 修正案인 與否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법률안에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네 개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 네 개가 하나의 의안으로 倂合되어 제출되었으나, 이 네 개는 각 別個의 議案이다. 이 네 개 중 ① 또는 ②만이 제출되어 있는 때에 ③ 또는 ④가 얼마든지 제출될 수 있고, ① 또는 ②만 제출되어 가결되거나 부결된 뒤에 ③ 또는 ④가 얼마든지 제출되고 審議될 수 있다. 그리고 ③의 가결 또는 부결로 ① 또는 ②에 아무런 변경도 가하여지지 아니한다. ③과 ① 또는 ②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방위산업청의 신설과 ① 또는 ② 사이에 무슨 관련성이 있는가. 따라서 ③은 분명히 ①이나 ②에 대한 수정안이 아니다. 別個의 議案이다. 이를 수정안으로 보고 본회에 상정하여 처리한 것은 의장이 會議法을 위반한 것이다. 수정안이 어떤 것인지 이해를 돕기 위하여 ①, ②에 대한 수정안을 몇 개 예로 든다. ①에 대한 수정안으로 ㈎ 複數(2명)의 次官을 두되 1명은 政務次官, 1명은 事務次官으로 정하자, ㈏ 복수의 차관을 두기로 할 바에는 2명이 아니라 3명으로 增員하여 두기로 하자, ②에 대한 수정안으로 ㈐ 統計廳과 氣象廳을 국장급 기구로 格下시키기로 하자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위 수정안들 중 ㈎는 보완적인 것이고, ㈏는 경쟁적인 것이며, ㈐는 적대적인 것이다. ①에 대한 수정안 중 가령 의장이 ㈎를 먼저 표결에 부쳐 ㈎가 가결되면 ㈏와 의안 중 ①은 표결에 부칠 필요조차 없다. ㈎로 이 사항에 대한 본회의 의사가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와 ㈏가 모두 부결되면 의장은 끝으로 의안 중 ①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 국회법 제97조는 이런 회의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憲裁는 국회법에 수정안의 범위에 어떠한 제한도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冒頭의 판결요지를 내놓았다. 그 범위가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면 條理를 찾아보아야 하고, 條理도 못찾으면 그 범위를 文理的, 論理的, 歷史的, 體系的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憲裁는 이런 그의 職務를 遺棄하였다. 헌재가 내놓은 판결요지를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헌재의 해석은 우리의 상식에도 벗어난다. 다행히 재판관 3人이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에 따라 이 판결요지가 조만간 변경되기를 바란다. 會議法에 위반되었다고 이 ③의 가결이 당연히 무효라고 필자는 말하지 아니한다. 관련성의 원칙은 회의법 중 細部規則에 속한다. 이런 세부규칙은 회의체가 그 효력을 一時停止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안의 경우 ③을 본회가 별개의 의안으로 제출받아 심의하였다면 위 원칙에 위반되지도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원칙을 위반하고 그것이 나아가 다른 瑕疵를 이끌어내었다면 그 瑕疵의 정도에 따라 ③의 가결은 무효로 판정될 수도 있다. 다음 항에서 이 점을 살핀다. 4. 위원회가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한 議案 우리 국회법은 委員會中心主義를 취하고 있다{金哲洙 憲法學槪論(博英社, 2001) 941면, 朴奉國 國會法(博英社, 2000) 283면}. 모든 의안은 제출된 뒤 위원회로 회부되고 그 심사를 마쳐야 의장이 본회에 상정할 수 있다(국회법 제81조 내지 제85조). 특히 법률안은 소관위원회의 심의를 마친 후 法司委를 거치게 되어 있다(동 제86조). 위원회에 回附된 이 事案의 議案에는 위 네 개가 들어 있었다. 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그 중 ①과 ②만 본회에 附議하고, ③과 ④는 본회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위원회가 본회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의안은 議長이 본회에 附議할 수 없다(국회법 제87조 제1항). 예외적으로 위원회의 그런 결정이 본회에 보고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議員 30人 이상의 요구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의장이 본회에 附議할 수 있다(동 단서). 그런 요구가 없으면 그 의안은 廢棄된다(동조 제2항). 이들 국회법에 의하여 ③은 이미 폐기되었다. ③은 같은 會期 중에 再提出될 수 없다. 국회의장은 修正案이 아닌 ③을 수정안이라고 제출받아 처리하였고, 나아가 국회법의 위 조항들을 위반하였다. 그 위반의 정도는 위원회에 관한 규정들을 묵살한 정도에 달한다. 그 조항들은 국회법의 骨格을 이루고 있는 조항들이다. 그렇다면 憲裁는 이 사안에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는 무효라고 판시하였어야 한다. 憲裁의 판결요지에 반대의견을 표한다.
2006-07-06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1. 사실관계 가. 시설대여(리스)회사인 A리스 주식회사(이하 ‘A리스’라고 한다, 1999. 11. 6. 원고 회사에 합병됨)는 소외 B자동차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자동차를 구매하여 1995. 8. 25. 소외 주식회사 해당(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과 사이에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에 대여하는 내용의 리스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A리스와 소외 회사는 위 1995. 8. 25.자 계약체결시 대여시설이용자인 소외 회사는 자기의 책임과 비용으로 관련 법령에 의거 자동차를 등록하고, 관할관청의 검사 등 행정지시를 철저히 이행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자동차가 항상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ㆍ관리하여야 하고, 위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그 등록명의가 소외 회사일 경우에도 A리스에게 있다고 약정하였다. 다. A리스는 1995. 8. 31. 소유자 명의를 소외 회사로 하여 이 사건자동차에 관한 등록을 하였다. 라. 한편, 피고는 소외 회사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98카합4878호로 자동차가압류결정을 받아 그결정정본에 기하여 1998. 5. 19.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하여 가압류집행을 하였다. 2. 대법원 판례의 요지 특정 물건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게 남겨두고 시설이용자에게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식을 통하여 담보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설대여(리스)의 특성과 시설대여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의 입법취지를 염두에 두고 같은 법 제13조의2 제1항, 제13조의3 제1항, 제13조의4, 자동차관리법 제6조, 제8조 제1항, 자동차등록령 제18조의 각 조항들을 종합해 보면, 차량의 시설대여의 경우에도 대여 차량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 유보돼 있음을 전제로 하고, 다만 현실적경제적 필요에 따라 차량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행정상의 의무와 사고발생시의 손해배상책임은 시설대여이용자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면서 그 편의를 위해 차량등록을 소유자인 시설대여회사 아닌 시설대여이용자 명의로 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에 대한 특례규정을 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3조의2에 의하여 시설대여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대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시설대여회사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3. 종전의 판례 가. 이 사건 원심판결 원심은,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1998. 1. 1. 위 법률이 폐지되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에 위조항과 같은 내용이 규정됨)은 시설대여회사가 차량의 시설대여 등을 하는 경우에는 자동차관리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여시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같은 법 제13조의3 제1항, 자동차관리법 제8조 제1항, 제11조 제1항, 제12조 제1항과 종합하여 볼 때,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의 규정형식상 자동차관리법의 특정조항(원고 주장대로 한다면 적용이 배제돼야 할 자동차관리법 제6조)이 명시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은 점, 또한 위 규정은 위와 같은 등록방식을 허용하는 허용규정일 뿐 강제규정이 아닌 점, 앞서 본 약정 등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 명의로 등록하게 된 경위, 등록명의를 신뢰한 자에 대한 거래의 안전보호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관리법상 차량의 등록은 그 관리의 목적과 사고발생시 손해배상책임문제 등을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서 원칙적으로 그 소유자의 명의로 하도록 돼 있으나, 시설대여 등의 경우 비록 차량의 법적 소유권자는 시설대여회사이지만 실제 차량의 점유사용자는 대여시설 이용자이고, 또한 대여시설 이용자가 시설대여기간 동안 당사자가 돼 차량의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검사 등 그 물건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의무를 이행하거나 공과금 통지서의 수령 등에 있어 그 편의상 대여시설 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과 같이 차량의 이용자의 명의로 신탁하여 등록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따라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등록명의자에게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며, 따라서 이 사건 자동차는 비록 원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원고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소외 회사의 소유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집행채권자로서 대외관계에 있는 피고에 대해 내부적인 소유권으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00. 6. 28. 선고2000나4159 판결). 나. 세무서가 체납처분후 수령한 배당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판결 리스계약체결후 리스이용자를 소유자로 등록하고 리스회사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였고, 세무서가 동 리스물건을 경매해 경락대금에서 체납액을 우선 배당금으로 수령하자, 리스회사는 세무서를 상대로 소유권확인청구소송과 리스물건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첫번째 소송(소유권확인소송)의 담당재판부는 등록원부상의 등록명의에도 불구하고 리스물건은 리스회사의 소유라 판시하고 소유권확인청구를 인용하였으나(광주지방법원 1988. 5. 25. 선고 88가합1177 판결), 두번째 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담당재판부는 중기관리법제3조 제1항, 제2항과 자동차관리법 제4조 및 제5조 등록규정에 의거하여 중기 및 자동차의 적법한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상기 법규에 따라 등록을 마쳐야 할 것인바, 리스회사가 비록 리스물건에 대한 소유권확인 승소판결을 받았더라도 소정의 절차에 따른 등록을 마치지 아니한 이상 소유권자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적법한 소유자임을 전제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기각한다고 판시하였다(광주지방법원 1989. 11. 2. 선고 89가합3603 판결). 4. 판례 평석 가. 대상판결의 검토 대법원 판결은 금융리스의 물적 금융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한 판결로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의 입법취지, 리스물건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거래의 관념인 점, 소유명의가 리스이용자에게 있음을 기화로 무단양도하는 경우에 있어서 리스회사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리스이용자가 리스물건을 제3자에게 임의로 매각하더라도 등기 및 등록에 대한 공신력은 인정되지 않고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되는 동산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보아 선의취득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므로, 제3자가 리스물건이 리스이용자 명의로 등록돼 있음을 신뢰하여 소유권이전등록을 하더라도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는 없다고 본다. 또한 건설기계등록원부 및 건설기계등록증에 소유자가 리스이용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사실 없이 제3자 명의로 최초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등록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한다. 임의매각된 리스차량에 대한 회수방법으로는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 인도단행가처분, 근저당권 실행을 통한 강제경매개시결정 및 인도명령, 원인무효인 제3자 명의 등록말소청구 등이 있다. 나. 운용리스의 소유권 귀속 금융리스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대내외적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귀속하나, 운용리스의 경우 소유권을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한 경우에 대한 판례가 없어 이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시설대여에 포함되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등록상의 특례가 적용된다는 견해와 민법상 임대차 규정이 적용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검토하건대, 운용리스와 실질이 유사한 임대차(렌트카)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불가능하고 ‘허’자 번호판을 사용하므로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없고 렌트회사의 물건에 대한 소유권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실질이 유사한 운용리스와 임대차(렌트카) 사이의 소유권 귀속 측면에서의 형평성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여전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규정이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를 구별하고 있지 아니한 점, 운용리스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가능하여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리스회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아니할 경우 리스회사는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운용리스의 경우에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를 적용하여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 미등록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판례는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에 대한 선의취득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여, 고가의 기계로서 중소기업에서는 리스 내지 소유권유보부 할부매매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례인 점, 취득자가 중고기계전문취급상으로 이러한 실태를 잘 알고 있는 점, 시가의 1/5 정도의 가격으로 수차례 전매된 점, 원고는 매도인의 소유권에 대하여 동 물건의 설치경위 및 제작회사와 매도인간의 매매계약서, 영수증, 매매대금의 완납 여부 등을 제작회사에 조회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단순히 매매계약서만 확인하였으므로 매수인에게 과실이 있는 점을 이유로 선의취득을 부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1990. 4. 13. 선고 89나44536 판결). 검토하건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규정은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것이므로,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의 경우 선의취득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2006-04-24
책임보험과 혼동 문제
Ⅰ. 사건의 개요 1. 당사자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 이 사건 가해차량과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 이 사건 피해자인 소외 망 이○○의 아버지 2. 사고 발생 1) 가해 차량 : 광주33러○○○○ 승용차 운전자 김○○(망인의 어머니) 2) 피해자 : 이○○ (사고당시 23세 10개월의 미혼인 남자) 3) 사고 일시 : 2002. 2. 12. 15:05경 사고 장소 : 광주 북구 화암동에 있는 기사식당 앞 도로 4) 사고내용 ① 가해차량 운전자는 산장방면에서 제4수원지 방면으로 주행하다가 ② 안전운전부주의로 우측 도로 노견에 설치되어 있는 가로등원격검필기를 충격하여 ③ 동승자인 피해자를 사망케 하였음. 3. 2002. 3. 29. 소외 김○○의 상속포기신고 4. 피고의 반소청구 위 김○○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피고가 망인의 단독상속인이 되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책임보험금의 한도액인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반소청구 Ⅱ. 항소심의 판단 1. 손해배상청구권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경우 혼동으로 소멸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특별한 경우에는 상속에 의한 혼동을 부정하여 손해배상채권을 존속시켜야 할 특별한 경제적 의미를 인정할 수 없는 바,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혼동으로 소멸하게 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41653, 41660 판결 등 참조).” 2. 상속포기의 의사표시는 목적물이 없고 신의칙에 위배 “원고에 대한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의한 망인의 김○○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중 위 김○○가 상속받은 부분은, 상속개시 당시 김○○가 망인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루어진 위 김○○의 상속포기의 의사표시는 그 의사표시의 목적물이 없는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나아가 살피건대, 위 김○○의 상속포기의 의사표시는 가해자인 위 김○○가 원고에 대한 직접청구권 중 자신의 상속분이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거나 신의칙에 반하여 이를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 의사표시는 신의칙에도 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대법원의 판단 1. 상속포기의 소급효 “상속포기는 자기를 위하여 개시된 상속의 효력을 상속개시시로 소급하여 확정적으로 소멸시키는 제도로서(민법 제1019조 제1항, 제1042조 등) 피해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어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함으로써 위의 법리에 따라 그 손해배상청구권과 이를 전제로 하는 직접청구권이 소멸하였다고 할지라도 가해자가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하면 그 소급효로 인하여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직접청구권은 소급하여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되고 그 결과 위에서 본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게 되므로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이를 전제로 하는 직접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음 “그리고 상속포기는 상속의 효과로서 당연승계제도를 채택한 우리 민법하에서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로서 상속포기로 인하여 당해 상속인에게 발생하였던 포괄적인 권리의무를 승계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결과 만약 상속포기를 하지 아니하였더라면 혼동으로 소멸하였을 개별적인 권리가 소멸하지 않는 효과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는 상속포기로 인한 부수적 결과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이유로 신의칙 등 일반 조항을 들어 전체적인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상당하지 아니하다는 점, 나아가 이 사건에서 김○○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그녀의 상속지분은 피고에게 귀속되었는데 피고는 원래의 공동상속인 중 하나로서 피해자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피고에게 책임보험에 의한 혜택을 부여하여 보호할 사회적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 상속포기가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Ⅳ. 검토 1. 문제의 제기 1) 민법 제507조 혼동 민법 제507조는 권리의무관계를 간소화하기 위해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한 때에는 채권은 소멸한다. 그러나 그 채권이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책임보험과 혼동의 문제 그 동안 실무에서는 부모가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으로 자녀에게 손해배상해 주어야 하는 채무자의 지위에 놓이기 되는 이 사건처럼,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경우 그가 피해자의 상속인임을 내세워 책임보험금을 달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혼동의 법리를 적용하여 배척하였다. 또한 이에 가해자가 상속포기를 하여 나머지 상속인에게 자신의 상속지분을 귀속시키는 경우에도 혼동의 법리가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판례의 명확한 입장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어 왔다. 2. 혼동과 상속포기 1) 상속포기의 대상 소멸문제 이에 대해 보험사는 항소심 판결처럼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과 가해자의 손해배상채무는 동시에 존재하여 혼동으로 인하여 소멸되게 되므로 상속포기로 인하여 소급하여 상속의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라도 이미 소멸한 것에 대한 법률적인 효력부인 문제에 불과하게 되어 상속포기가 혼동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즉 포기의 대상이 이미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혼동은 그 성질이 일종의 사건에 불과하나, 상속포기는 상속재산에 속한 권리의무의 승계를 부인하고 처음부터 상속이 아니었던 효력을 생기게 하려는 단독의 의사표시로서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행하는 법률행위이다. 따라서 혼동이 상속의 포기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고, 상속 포기라는 제도를 우리 민법상 명시적으로 두고 있는 이상 상속포기의 소급효를 혼동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제한할 수도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상속포기의 효과와 혼동에 의한 권리소멸과의 관계를 분명히 정립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2) 상속포기가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 또한 보험회사는 상속포기로 인하여 다른 상속인에게 상속의 집중이 일어나 보험금을 다른 상속인에게 모두 받게 하는 것은 권리남용 또는 신의칙에 반하는 무효의 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가해자를 대신해 채무를 지는 보험회사를 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법론상 상속포기는 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있는 제도로서 설사 그로 인하여 반사적인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하여 상속포기라는 제도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또한 보험회사는 원래 자신이 부담해야 할 배상액을 그대로 부담하기만 하면 되므로 이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보험회사는 상속에 의한 채권?채무의 혼동 그 자체와는 무관한 제3자일뿐 아니라, 이미 자신의 보상의무에 대한 대가인 보험료까지 받고 있는 처지여서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상속에 의한 혼동이 생긴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자기의 보상책임을 면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상속포기를 하지 아니하였더라면 혼동으로 소멸하였을 개별적인 권리가 소멸하지 않는 효과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는 상속포기로 인한 부수적 결과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이유로 신의칙 등 일반 조항을 들어 전체적인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상당하지 아니하다고 한 점은 타당하다. 3. 책임보험과 혼동 1) 책임보험금 청구권이 혼동으로 소멸하는 문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상속포기의 효과와 혼동에 의한 권리소멸관계, 혼동문제를 피하기 위해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이 아닌지에 관하여 명확한 해석을 하여 앞으로 보상실무의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상속인인 가해자가 상속포기를 한 것이 아닌 경우 그가 피해자의 상속인임을 내세워 책임보험금을 달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혼동의 법리가 적용되어 인정되지 않는다는 항소심의 견해를 그대로 수용하였다. 2) 이에 대한 비판 상속인인 운전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과 자배법에 의한 책임보험은 그 성질을 달리한다. 이 경우 보험회사가 책임보험금을 지급하고 다시 운전자에게 그 만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가해자의 채무와 상속권은 서로 혼동되어 소멸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은 피보험자가 납입한 보험료에 따른 결과이기에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과는 전혀 별개이다. 아울러 상속인인 가해자와 피상속인인 피해자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라면 피해자의 상속권은 나머지 상속인이 상속하게 될 것이고, 이 사건처럼 어머니가 상속권을 포기하거나 상속권에 대해 아버지가 모든 상속권을 갖도록 협의분할 경우 아버지는 어머니의 상속지분을 제외함이 없이 전액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해자인 상속인과 피해자인 피상속인이 동시사망이거나 가해자의 상속권포기 등과 같은 우연한 사유에 의해 법률관계가 달라진다는 것은 모순이다. 4. 결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위에서 언급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 동안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이 소멸한다고 보아 일률적으로 배척하였던 것에 대해 상속포기의 경우 예외적으로 보험금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2005-03-21
행정재량에 대한 사법적 통제강화와 그 전제
Ⅰ. 사실관계 (1) 원고(유00)는 피고(서울특별시 은평구청장)에게 2001. 2. 8. 적환장 및 차고지를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 228-5로 기재한 폐기물처리업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였다가, 같은 달 26. 적환장 등을 은평구 수색동 72-13으로 기재한 사업변경계획서를 제출하였다. (2) 원고는 2001. 3. 15. 및 같은 달 27. 피고로부터 [수색동 72-13은 타회사가 차고지로 사용하고 있는 토지로서 원고가 이를 적환장 등으로 사용할 수 없으니, 적환장 등을 변경하라]는 취지의 보완통지를 받고, 피고에게 같은 해 5. 10. 적환장등을 수색동 33-6으로 기재한 사업변경계획서를 제출하였다. (3) 그런데 피고는 2001. 6. 12. 원고에 대하여 [우리 구 청소여건 등을 감안한 ‘2001.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구역 확대계획(구청장방침 제745호)에 의거 2001. 6. 25.부터 대행확대 대상 11개 동(전체)을 기존 3개 업체로 대행구역을 확대 시행하게 됨에 따라 반려한다]라는 이유로 위 2001. 5. 10.자 사업변경계획서를 반려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원고의 주장 원고가 피고 또는 그 산하 공무원들로부터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하여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이를 신뢰하여 사무실의 개설, 직원의 채용, 법인설립의 추진, 적환장 등의 물색·임차 등에 많은 노력과 시간 및 비용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 약속과 달리 사업변경계획서를 반려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되고, 또 피고가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신규업체의 진입을 불허하기로 하고서 사업계획의 적정 여부를 검토하지도 아니한 채 사업변경계획서를 반려한 것은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한다. Ⅲ. 대법원의 판결요지 (1) 폐기물처리업 허가와 관련된 법령들의 체제 또는 문언을 살펴보면, 이들 규정들은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기 위한 최소한도의 요건을 규정해 두고는 있으나, 사업계획 적정 여부에 대하여는 일률적으로 확정하여 규정하는 형식을 취하지 아니하여 그 사업의 적정 여부에 대하여 재량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 사업계획 적정 여부 통보를 위하여 필요한 기준을 정하는 것도 역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설정된 기준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이 아니라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볼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행정청의 의사는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2) 그러나 그 설정된 기준이 객관적으로 합리적이 아니라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보이는 경우 또는 그러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채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의 제시 없이 사업계획의 부적정 통보를 하거나 사업계획서를 반려하는 경우에까지 단지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행정청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경우의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그 범위를 일탈한 조치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3) 원고가 폐기물처리업의 허가를 받기 위하여 이 사건 사업계획서에 처리대상폐기물의 수집·운반계획서 등 제반 서류를 갖추어 피고에게 폐기물처리업사업계획서를 제출하였다면, 피고로서는 그 사업계획서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관할구역 내의 생활폐기물 발생량과 그 변동추이, 적정한 업체별 폐기물 처리량, 기존 대행업체 및 신규업체의 폐기물 처리능력, 기존 대행업체가 보유한 인력 및 장비의 가동률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과연 신규업체의 진입을 허용할 경우 영세업체의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청소에 관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책임행정의 이행이 불가능하게 될 것인지의 여부를 검토함과 동시에, 신규업체의 선정방법과 절차 등에 관하여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그 기준하에서 이 사건 사업계획서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거나, 적어도 원고의 이 사건 사업계획서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데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여 원고에게 통보함으로써,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으려는 원고 등으로 하여금 그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그러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처리기준을 설정하거나 제시하지 아니한 채, 단지 '신규업체유치에 따른 특혜시비를 막고 영세업체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하여 신규업체 유치를 배제한다'는 막연한 추진방침을 제시하고 있는 '2001.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구역 확대계획'이 수립되었다는 이유로 원고의 사업변경계획서를 반려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그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법리오해나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Ⅳ. 評 釋 1. 보기드믄 裁量統制의 密度强化 법원(원심 및 상고심)은 이 사건에서 행정청(피고)에게 재량권이 인정되어 있다는 사실, 따라서 재량권행사의 기준을 스스로 정하는 것도 재량권의 범위에 속하며, 이에 관한 행정의 의사는 가능한한 존중되어야 함을 일단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원고의 이 사건 사업계획서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데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여 원고에게 통보함으로써,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으려는 원고 등으로 하여금 그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그러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처리기준을 설정하거나 제시하지 아니한 채, 단지 '신규업체유치에 따른 특혜시비를 막고 영세업체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하여 신규업체 유치를 배제한다'는 막연한 추진방침을 제시하고]있음을 처분의 위법사유(재량권의 남용과 일탈사유)로 판시하고 있는바, 그 어느 사건에서보다 행정재량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밀도를 강화하고 있음이 주목될만 하다. 그리고, 그러한 법원의 태토는 처분기준의 설정·공표 및 처분의 이유제시에 관한 행정절차법의 규정(제20조, 제23조)에 비추어 보나, 지방자치행정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2. 미덥지 않은 法院의 裁量에 대한 理解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법원이 재량(행위재량·계획재량·판단여지 등 포함)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만큼 그에 관한 올바른 식견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적어도 그동안의 판례에 나타난 바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그 점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재량을 자유재량과 기속재량으로 구분하고 있는 점, 기속재량에 붙인 부관을 무효시하는 점, 재량과 판단여지의 차이를 무시하고 있는 점, 행위재량과 계획재량(또는 형성적 자유)의 차이에 대한 이해부족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상세는 金南辰/金連泰, 行政法Ⅰ(제8판, 192면 이하 참조).
2004-12-06
임용결격자 임용행위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1. 대법원 2003.5.16. 선고 2001다61012판결 공무원 연금법에 의한 퇴직급여 등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여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고, 임용당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었다면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며, 당연무효인 임용행위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자로서는 공무원연금법 소정의 퇴직급여 등을 청구할 수 없고, 또 당연퇴직사유에 해당되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한 자가 그 이후 사실상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당연퇴직 후의 사실상의 근무기간은 공무원연금법상의 재직기간에 합산될 수 없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누6496 판결, 2002. 7. 26. 선고 2001두205 판결 참조) 2. 대법원 1987.4.14. 선고 86누459판결 가.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되어 있는 공무원임용 결격사유는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위한 절대적인 소극적 요건으로서 공무원 관계는 국가공무원법 제38조, 공무원임용령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한 때가 아니라 국가의 임용이 있는 때에 설정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한 때가 아닌 임용당시에 시행되던 법률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임용당시 공무원임용 결격사유가 있었다면 비록 국가의 과실에 의하여 임용 결격자임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 다. 국가가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는 자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공무원으로 임용하였다가 사후에 결격사유가 있는 자임을 발견하고 공무원 임용행위를 취소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원래의 임용행위가 당초부터 당연무효이었음을 통지하여 확인시켜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의미에서 당초의 임용처분을 취소함에 있어서는 신의칙 내지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고 또 그러한 의미의 취소권은 시효로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 라. 공무원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취득 또는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고, 당연무효인 임용결격자에 대한 임용행위에 의하여서는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하거나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피임용자는 위 법률소정의 퇴직금 청구를 할 수 없다. - 판 결 요 지 - 임용당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었다면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며,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해 왔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자로서 공무원 연금법 등에 의한 소정의 퇴직급여 등을 청구할 수 없다 - 평 석 요 지 - IMF 환란때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차원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을 대거 해직 시키자 해당공무원은 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 보다는 퇴직연금청구권 불인정에 더 반발했으며 정부는 특례법 제정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하였던 바 비록 공무원연금법이 결격자의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문에 내재하는 입법취지에 따라 임용결격자에게도 퇴직금청구권을 인정하면 공무원 연금법 제64조 등이 규정한 급여제한이 당연히 통용돼 특례법에 의한 무차별적 보상이 제어될 수 있다. Ⅱ. 問題의 提起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 문제가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다가, 이것이 IMF患亂때 첨예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에서 공공부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는데, 당시 국민의 정부는 정부조직의 축소와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차원에서 전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회작업을 통하여 1998. 3. 경부터 임용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 2,400여명에게 임용취소통보를 하여 해직시켰다. 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퇴직연금청구권의 불인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해당 당사자의 반발을, 정부는 89누459판결을 효시로 한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물리쳤다. 그 이후 당사자들의 물리적인 반발이 격화되어 급기야는 1999.8.31.에 ‘임용결격공무원등에대한퇴직보상금지급등에관한특례법’(법률 제6008호)의 제정을 가져 왔다. 당사자의 반발로 인한 사회문제가 특례법의 제정을 통해 일거에 해소되어 버림으로써 과연 법적 평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가? 특례법의 명칭에 나타난 ‘퇴직보상금’이 시사하듯이, 이는 법적 물음에 대한 정치적(정치적) 해결책일 뿐이다. 그리고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 문제는 여전히 법적 조명을 받지 못한 채, 또 다른 政變시에 불쑥 등장할 법하다. 그런데 비록 정치적 해결책일 망정 관련 법체계와의 조화를 충분히 고려하였을까 의문스럽다. 즉, 기왕의 공무원연금법이 제64조에서 예정하고 있는 급여제한이 이 특례법의 대상자에겐 처음부터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등의 원칙에 대한 이런 단순 명백한 위반은 결코 정치적 정당성만으로 불식시킬 순 없다. 그런데 이런 체계위반적 입법의 등장까지 초래한 그 淵源이 바로 대법원의 89누459판결이다. 따라서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은 추후에 충분한 지면에서 살펴보기로 하되, 여기선 그것의 무효성 여부와 이에 따른 퇴직연금청구권 인정 여부에 대해 간략히 論究하고자 한다. Ⅲ. 公務員任用缺格者의 任用行爲의 無效性 與否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가 당연 무효라는 점이 문제발생의 연원이다. 그리하여 86누459판결에 대해서 맨먼저 김남진 교수님이 ⅰ) 사안상의 흠이 임용을 무효로 만들만큼 중대한지 의문스럽다는 점, ⅱ) 그런 임용행위의 취소에 신의칙을 전적으로 배격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면서 비판하셨는데, 동인, 공무원임용의 취소와 신의칙, 고시연구, 1987.8 및 동인/이명구, 행정법연습, 2001, 427면 이하 참조. 김성수 교수 역시ⅰ) 무효와 취소의 구별기준에 대한 법적인 부담을 행정객체에게 일방적으로 미루어 버렸다는 점, ⅱ) 임용행위 무효론에 입각하여 신뢰보호원칙의 배제는 임용처분이라는 행정행위의 존속을 신뢰한 개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무효도그마를 강하게 비판한다. 동인, 일반행정법, 2001, 310면 이하. 그런데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성 여부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은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이 되어야 한다. 동법 제33조가 일정한 자는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고 결격사유를 규정한 점만을 갖고서 이를 판단의 기초로 삼을 순 없고, 오히려 소정의 결격사유에 해당할 때에는 ‘공무원이 당연히 퇴직한다’고 규정한 동법 제69조가 방향추이다. 이 점은 가령 의료법 제8조와 제52조처럼 ‘결격자의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지 않는 입법상황과 비교하면 여실하다. 따라서 1949년 8월 12일에 법률 제44호로 제정된 국가공무원법 제40조가 규정한 것에 변함이 없는 현행의 입법상황에선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는 무효로 볼 수밖에 없고, 여기에선 임용취소를 제한하는 데 동원될 수 있는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애초부터 통용될 수가 없다. 다만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가 과연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의문을 표할 순 있지만, 다른 법률상의 ‘결격사유’ 규정과의 相違함의 정당성을 특별신분관계로서의 공무원근무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이 입법자의 재량을 일탈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고 타당하게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 1990. 6. 25.선고, 89헌마220결정. Ⅳ. 公務員任用缺格者의 退職金請求權 認定 與否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를 당연무효로 판시한 86누459판결 이래로 이런 입장은 지금까지 전혀 변함없이 고수되고 있다. 그리하여 무효인 행정행위에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지 않는 일반적 논의도 여기에 통용된다. 서울행정법원 1999. 2. 2.선고 98구15275판결 그런데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성 인정이 그 공무원임용결격자와 관련한 모든 법적 물음에서 가늠자가 되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공무원임용결격자에 대한 퇴직연금청구권의 부정이 바로 이런 논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대표적 경우이다. 즉, 판례에 의하면, 공무원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취득 또는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설정을 처음부터 용인하지 않을 경우에 그 결격자가 행한 여러 행위의 효과가 문제가 된다. 물론 국가배상책임법의 영역에선 이른바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을 매개하여 국가책임의 성립이 열려있다. 그리고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을 임용결격자의 법적 지위 인정에 접목시켜 그의 旣 受領給與를 대상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부정된다고 한다. 류지태, 행정법신론, 2003, 598면; 김성수, 개별행정법, 2001, 55면. 그러나 86누459판결 등은 ‘사실상 공무원’이론이 퇴직금청구권의 인정에 동원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이 국가책임법상 외관주의의 지배의 산물이어서 임용결격자와 피해국민간에 발생한 법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임용결격자의 퇴직금청구권의 인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여기선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의 법적 성격의 규명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법 제1조상의 목적이 가늠자가 된다. 동법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는 적법한 공무원관계의 성립의 전제를 다소 약화시킬 수 있는 모멘트이다. 법해석자는 법문의 상호관계, 법문에 규정된 사안과 정상 및 기타 법문의 의미 중에서 중요한 증표로서 평가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의미내용을 선택해야 한다. 金亨培, 法律의 解釋과 欠缺의 補充, 고대 법률행정논집 제15집(1977), 13면. 그리하여 역사적 사실로서 존재하는 立法者 등의 主觀的 意思가 아니라, 그것과 무관하며 경우에 따라선 벗어나는 客觀的인 規範目的에 바탕을 두고서 법률을 해석하고자 한다. 즉, 法律의 解釋에 있어서 法文에 내재하는 立法趣旨(ratio legis)를 추구한다. 따라서 목적론적 법률해석을 취함으로써 임용결격자에게도 퇴직금청구권을 일단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퇴직금청구권을 인정하면 그에 따라 공무원연금법 제64조 등이 규정한 급여제한이 당연히 통용될 수 있기에, 특례법에 의한 무차별적 보상이 제어될 수 있다.
2004-03-08
'중대.명백설'의 맹종 벗어나야
Ⅰ. 事件의 槪要 (1) 피고(서울특별시 강남구청장)는 ‘원고가 택시운전자격정지처분(이하 ‘선행처분’이라 한다)의 기간 중인 1998. 8. 26. 09:00경 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하였다’는 이유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7조 제1항 제6호, 같은법시행규칙 제51조 제1항 [별표 3] 제7호 (가)목을 적용하여, 원고에게 택시운전자자격취소처분(이하 ‘후행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원고는 피고의 선행처분(택시운전자격정지처분)이 무권한의 행위로서 무효임을 전제로 후행처분(택시운전자운전자격취소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原審判決(서울고법 2001. 5. 8, 2000누14650)의 要旨 (1) 선행처분일 당시에 시행되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78조 제1항에 의하면, 택시운전자격 취소·정지 등에 관한 사무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속하고 시·도지사가 위 사무에 관한 권한을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위임하기 위하여는 조례에 의하여야 할 것인데, 선행처분 당시에는 서울특별시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78조 제1항 소정의 사무에 관한 권한을 구청장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마련하고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구청장인 피고가 위 권한을 행사할 근거가 없었다 할 것이다. (2) 따라서 선행처분은 권한없는 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것으로서 위법하며, 이와 같은 하자는 중대하고 명백한 것이어서 선행처분은 당연무효라 할 것이다. (3) 선행처분(택시운전자격정치처분)이 당연무효인 이상 원고가 1998. 8. 26. 운행한 것을 가리켜 ‘택시운전자격정지의 처분기간 중에 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한 것’이라 할 수 없으며,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운전자격취소처분)은 위법하다. ◀ 판 결 요 지 ▶ 구청장이 서울시조례에 의한 적법한 위임 없이 택시운전자격정지 처분을 한 경우 그 하자가 비록 중대하다고 할지라도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당연무효 사유는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Ⅲ. 上告審判決(2001두4566)의 要旨 (1)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의 선행처분은 결과적으로 서울특별시조례에 의한 적법한 위임없이 행하여진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하다고 할 것이나, 원고의 위 1998. 4. 28.자 위반행위(합승행위 및 검사방해행위) 당시에 시행되던 자동차운수사업법 제33조의4 제3항, 제69조 제1항, 같은법시행령 제9조 제1항 제24호에 의하면 위 법률 제33조의4 제3항 소정의 택시운전자격 취소·정지 등은 국가사무로서 그 권한이 교통부장관에게 있었고 교통부장관은 이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며, 서울특별시사무위임규칙 제3조 [별표] 제25호는 서울특별시장이 택시운전자격 취소·정지 등에 관한 권한을 구청장 또는 사업소장에게 재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가 위 1998. 4. 28.자 위반행위를 하였을 당시에는 구청장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택시운전자격정지처분을 할 적법한 권한이 있었는데, 피고가 선행처분을 함에 있어서 그 처분 당시가 아닌 위반행위 당시에 시행되던 규정에 의하여 선행처분을 할 권한이 피고에게 있다고 오인할 여지가 없지 아니하였고, 현행법상 시·도지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국가의 기관위임사무를 함께 관장하고 있어 행위의 외관상 양자의 구분이 쉽지 아니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선행처분에 있어서의 하자가 비록 중대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는 결국 당연무효 사유는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의 선행처분은 당연무효이고, 따라서 무효인 선행처분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행정처분의 당연무효 사유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 평 석 요 지 ▶ 똑같은 사안을 놓고서 '중대.명백설'을 원용하면서 원심은 선행처분으로서의 운전자격정지처분의 무효를 선언하고 있는데 대하여 상고심은 그 반대의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명백설' 의 허점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오히려 사장되어 있는 명백성보충요건설을 적극 확용할 필요가 있다 Ⅳ. 評 釋 1. ‘重大·明白說‘ 虛點의 생생한 사례 행정소송법은 처분의 취소소송과 무효등확인소송을 구분하고 있다(동법 제4조 참조). 이와 같은 실정법규정은 처분에 하자(위법성)가 있는 경우에, 당해 처분은 ‘무효’가 되거나 ‘취소할 수 있는 행위(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로 구분됨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행정처분이 ‘무효’인가 아니면 ‘취소할 수 있는 행위(이하에서는 간단히 ‘취소’로 표기하기로 한다)’에 해당하는가에 따라 - 특히 행정구제와 관련하여 -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구태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 하겠다(이 사건도 바로 그 문제와 관련되어 있음을 想起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 ‘무효’와 ‘취소’를 어떠한 기준에 따라 구분하는가 하는 점에 있다. 행정법의 교재에는 그에 관한 여러 학설(논리적 견해·개념론적 견해·목적론적 견해·기능론적 견해·중대명백설·명백성보충요건설 등)이 소개되어 있다(졸저, 行政法Ⅰ, 제7판, 278면 이하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특히 판례는 ‘중대·명백설(이하 ‘명백설’로 부르기로 한다)만 고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대판 1993. 12. 7, 93누11432; 대판 1994. 10. 28, 92누9563; 대판 1996. 11. 12, 96누1221 등 참조). 본래 독일에서 명백설(Evidenz-theorie) 의 이름으로 발전된 그 중대·명백설은 한동안 통설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특히 누구(이해관계인·평균인·전문가 등)의 판단을 기준으러 그 ‘명백’ 여부를 정하느냐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음이 비판되어 왔다(이러한 점에 관하여는 vgl. H. Maurer, Allgemeines Verwaltungsrecht, 14. Aufl., 2002, S. 262 f; 졸저, 전게서 279면 참조). 흥미있는 것은, 이 사건에서의 原審과 上告審의 상이한 판결이 바로 명백설의 허점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하는 점이다. 똑 같은 사안을 놓고서, 그리고 ‘중대·명백설’을 원용하면서 原審은 처분(선행처분으로서의 운전자격정치처분)의 무효를 선언하고 있는데 대하여 上告審은 그 반대의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2. 外國에서의 경향 이른바 ‘명백설’의 고향으로 볼 수 있는 독일에서는 그 명백설의 결함을 시정, 보충하려는 노력이 다방면으로 행해져 왔는바, 그의 산물의 하나가 1976년에 제정된 연방의 행정절차법(Verwaltungsverfahrensgesetz) 제44조의 규정이다. 즉, 同條는 [행정행위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고려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명백한 때에는 무효이다](제1항)라는 말로써 ‘중대·명백설’을 일단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행정행위가 무효가 되는 경우(절대적 무효원인)와 무효가 되지 않는 경우(상대적 무효원인)를 열거해 놓음으로서, 그 중대·명백설의 원칙은 어디가지나 2차적 보충적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동조 제2 및 3항. 아울러 졸저, 전게서, 281면 참조). 日本에서도 그 ‘중대·명백설’을 보완, 극복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 학설과 판례를 통해 행해져 왔는바,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있는 ‘명백성보충요건설’이 대표적 예이다(이에 관하여는 졸저, 전게서, 280면 참조) 3. ‘소수의견’으로 死藏되어 있는 명백성보충요건설 이른바 ‘명백성보충요건설’이 우리의 판례상으로도 소수의견(반대의견)으로 등장하였다가 사장되어 있는 셈인데, [행정행위의 무효사유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의 명백성은 행정처분의 법적 안정성 확보를 통하여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는 한편, 그 행정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믿은 제3자나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서.., 중대한 하자를 가진 행정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1995. 7. 11, 94누4615의 반대의견)라고 하는 주장이 그에 해당한다. 아깝게 사장되어 있는 위 ‘반대의견’을 되살려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는바, 이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03-10-02
조례제정의 부작위와 처분의 부작위의 구별
**판례요지** 조례제정에 대한 부작위위법확인의 소송을 제기한 후 그 소가 상고심에 계속 중일 때 당사자가 정년퇴직한 경우 설령 부작위위법확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구제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 것이므로 결국 부작위위법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은 상실되어 그 소송은 부적법하다 **평석요지*** 조례는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되는 입법작용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이 행정입법이므로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음을 판시한 대법원이 ‘조례’의 행정입법성을 간과하고 있는 점이나 ‘조례의 제정권’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있다고 보고 피고적격을 인정한 것 등은 이해 안돼 Ⅰ. 事實關係 ① 원고는 서울시 서초구청 교통행정과 소속 지방지도원으로 재직중인 자로서 서울지역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설립을 추진해 오던중 1999. 6. 19. 서울 영등포구 소재 성문밖 교회에서 34명의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하여 서울지역지방자치단체 노동조합을 설립하면서 그 대표자로 선출되었다. ② 원고는 1999. 6. 21. 피고(서울특별시장)에게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위 노동조합의 설립신고를 하였는데, 피고는 같은 달 23. 원고에게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2항에서 노동운동이 허용되는 사실상의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범위를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행 서울특별시 조례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서울특별시 소속의 모든 공무원의 노조활동이 금지된다는 이유로 위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반려하였다. Ⅱ. 原告의 請求原因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근로자의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무원의 경우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노동 3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1항에서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 대하여는 노동3권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는 한편, 같은 조 제2항에서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범위를 조례로 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 조례를 제정, 공포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피고는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2항의 위임규정에 따라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범위를 조례로 제정, 공포하여야 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 의무에 명백히 위법하며, 피고의 위와 같은 의무는 당사자의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법률의 위임에 따라 발생하는 의무이므로 원고는 조례제정 신청 유무와 관계없이 이 사건 부작위위법 확인을 구할 원고적격이 있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가 1999. 6. 16. 피고에게 한 서울지역지방자치단체노동조합의 설립신고 속에 조례제정을 신청하는 취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부작위위법확인을 구할 원고적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Ⅲ. 原審判決(서울고법 2000. 5. 30, 99누15084)의 要旨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제12조, 제36조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같은 법 제4조 제3호가 정하는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행정청이 당사자의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에 기한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적극적 또는 소극적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의 응답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부작위가 위법함을 확인함으로써 부작위 또는 무응답이라고 하는 소극적 위법상태를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라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신청 자체가 없거나 신청이 있다 하여도 법률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한없는 자의 신청에 대한 무응답은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할 것이다. Ⅲ. 大法院의 判旨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소는 서초구청 교통행정과 소속 지방지도원으로서 버스전용차로 통행위반 단속업무에 종사하던 원고가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2항에서 노동운동이 허용되는 사실상의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범위를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피고가 조례를 통하여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구체적 범위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법한 부작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확인을 구하는 것인데, 원고는 이 사건 소가 상고심에 계속중이던 2000. 6. 30. 이미 정년퇴직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설령 피고가 위 조례를 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한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확인으로 인하여 원고가 종국적으로 구제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결국 위 조례를 제정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은 상실되었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Ⅳ. 評 釋 1. 條例는 自治立法이며, 處分이 아니다. (1) 원고는 이 사건에서, 피고(서울특별시장)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2항의 위임규정에 따라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조례를 제정, 공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히 위법임을 전제로 조례제정부작위 위법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하여 原審은 조례제정의 “신청권한없는 자의 신청에 대한 무응답은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함을 이유로, 大法院은 “설령 피고가 조례를 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한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확인으로 인하여 원고가 구제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각각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원심이나 대법원은 “조례제정의 부작위”가 행정소송법상의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으로서의 “부작위”에 해당하는가 여부에 대하여는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는 것이 된다. 아니, 우회적으로 “조례제정부작위”가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으로서의 “부작위”에 해당함을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그러한가? (2) 행정소송법은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으로서의 “부작위”에 대하여 [“不作爲”라 함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일정한 處分을 하여야 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1항 제2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處分”의 부작위만이 여기서의 부작위에 해당하며, 자치입법 또는 행정입법으로서의 條例제정의 부작위는 여기서의 부작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과 대법원이나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3) 대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행정입법의 부작위”는 행정소송의 대상으로서의 부작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다음과 같이 판시한바 있다. [원고는 특정다목적댐법 제41조에 의하면 다목적댐 건설로 인한 손실보상 의무가 국가에게 있고 같은 법 제42조에 의하면 손실보상절차와 그 방법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피고가 이를 제정하지 아니한 것은 행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그 부작위 위법 확인을 구한다고 주장하나, 행정소송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상 분쟁을 법에 의하여 해결함으로써 법적 안정을 기하자는 것이므로 부작위 위법 확인소송의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구체적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이어야 하고 추상적인 법령에 관하여 제정의 여부 등은 그 자체로서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어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대판 1992. 5. 8, 91누11261). 조례는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되는 입법작용(자치입법, 행정입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大統領令”이 행정입법이므로 인하여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음을 판시한 대법원이 “條例”의 행정입법성(자치입법성)을 간과하고 있는 점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 않을 수 없다. 2. 被告適格의 문제 원심과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서울특별시장의 피고적격성에 대하여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여 “조례의 제정권”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례의 제정권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보지 않으면 안된다(헌법 제117 제1항, 지방자치법 제15조 참조). 원심과 대법원은 그 점 역시 간과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03-05-29
강남구청과 대통령간의 권한쟁의
I. 事件의 槪要와 審判의 對象 1. 사건의 개요 (1) 피청구인(대통령)은 2001. 1.29. 대통령령 제17113호로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기준·지급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한다”라는 내용의 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5조 제4항을 신설, 제정하였는데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강남구)은 그 소속 지방공무원들의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기준·지급방법 등을 정함에 있어서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내에서 이를 하여야 하는 제약을 받게 되었다. (2) 청구인은 헌법 제117조, 제118조 및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지방자치단체로서 자치입법권, 인적고권 및 재정고권의 헌법상의 지방자치권한을 가지며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1호 마목 및 사목에 의하여 청구인 소속 지방공무원의 수당에 관한 지급기준, 절차, 방법 등을 구체화하는 규칙의 제정 및 시행에 관한 권한과 이에 관련된 예산의 편성 및 집행에 관한 권한을 가지는데,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규정을 제정하여 청구인의 이 권한들을 침해하였다고 청구인은 주장하면서 그 침해의 확인과 위 규정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5조 제4항(이하 ‘문제조항’이라 한다)이 위헌이어서 이를 제정한 행위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 및 이로 인하여 이 사건 규정조항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하는 것인지 여부이다. 문제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5조 ① 근무명령에 의하여 규정된 근무시간외에 근무한 자에 대하여는 예산의 범위안에서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한다. 다만, 비전임계약직공무원에 대하여는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② 시간외근무수당은 매 시간에 대하여 당해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기준호봉의 봉급액의 7할(계약직공무원의 경우에는 당해 공무원의 연봉월액의 60퍼센트 해당금액의 5할을 말하며, 이하 “봉급기준액”이라 한다)의 192분의 1의 15할을 지급한다. ③ (생략) ④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기준·지급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한다. Ⅱ. 決定理由의 要旨 헌재공보는 이 사건의 결정이유 요지로 8가지를 제시하고 있으나, 본고에서는 그 핵심적 내용인 다음의 사항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령’에 법률 이외에 헌법 제75조 및 제95조 등에 의거한 ‘대통령령’, ‘총리령’ 및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헌법재판소가 “법령의 직접적인 위임에 따라 수임행정기관이 그 법령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정한 것이면, 그 제정형식은 비록 법규명령이 아닌 고시, 훈령, 예규 등과 같은 행정규칙이더라도, 그것이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헌재 1992.6.26, 91헌마25)한 바에 따라,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법령’에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는 행정규칙이 포함된다. (2) 문제조항에서 말하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라는 것은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법규명령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므로, 문제조항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한 헌법 제117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 (3) 문제조항은 시간외근무수당의 대강을 스스로 정하면서 단지 그 지급기준·지급방법 등의 범위만을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므로 청구인은 그 한계내에서 자신의 자치입법권을 행사하여 시간외근무수당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자신의 규칙으로 직접 제정하고 이를 위하여 스스로 예산을 편성, 집행하고 또 이를 토대로 하여 관련된 인사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게 되는 ‘범위’라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구체적인 결정권 행사의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는 획일적인 기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근거는 전혀 없는 것이므로, 문제조항은 그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결코 지방자치단체장의 규칙제정권, 인사권, 재정권 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헌법상 자치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4) 헌법 제117조 제1항은 법령의 규정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에 우선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거니와 여기서 말하는 ‘법령’ 가운데에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는 행정규칙이 포함되는 것이므로 문제조항이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청구인의 법률상의 권한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라면, 그 제한이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이는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문제조항에서 말하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라는 것은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법규명령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므로 문제조항은 법규명령에 의한 자치권의 제한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법률상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Ⅲ. 評 釋 1. 헌법 제117조 제1항 소정의 ‘법령’의 의미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령’은 법률 이외에 대통령령, 총리령 및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이 당연히 포함된다. 다만, 행정규칙의 형식을 취하지만 그것이 법규적 성질을 갖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이른바 ‘법규적 성질(내용)을 갖는 행정규칙’ 또는 ‘행정규칙 형식의 법규명령’도 위 법령에 포함될 것인지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대판 1987.9.29, 86누484; 1994.3.8, 92누1728; 2002.9.27, 2000두7933)와 헌법재판소의 판시(헌재 1992.6.26, 91헌마25)는 이를 긍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법령에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는 행정규칙’이 포함된다고 한 헌법재판소의 판시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 문제조항 중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의 의미 헌법재판소는 문제조항 소정의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를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로 이해하면서 동시에 “법규명령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은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본다. ① 먼저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는 그 형식이 부령이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점은 헌법재판소가 이를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으로 본 것과도 일치한다. 입법기술상 법규명령인 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한다” 또는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하는 범위”로 정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시개발법 제63조 제8항(“건설교통부령으로 정한다”)에 따라 동법시행규칙 제33조를 두고 있는 반면에(유사형식으로 동법 제70조 제4항과 시행규칙 제34조 제2항, 법 제72조 제2항과 규칙 제33조 제1항, 법 제38조 제2항과 규칙 제22조 등), 문제조항과 같은 형식을 취하는 동법 제5조 제4항 및 제57조 제1항(“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한다”)은 부령인 시행규칙의 어디에도 관련규정이 없다. 뿐만 아니라 동법시행령 제25조 제2항, 제28조 제3항, 제32조 제1항 및 제4항, 제46조 제6항, 제47조 제2항, 제48조, 제62조 제3항, 제63조 제4항에서도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장관이 정한다”) 부령인 시행규칙에는 아무런 관련규정이 없다. 같은 규정형식을 취한 동법시행령 제65조 제4항 하나만이 시행규칙에서 그 근거를 두고 있을 뿐이다. 이는 곧 문제조항의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가 행정규칙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② 그러나 백번 양보하여 이를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에 포함되지 않는 “법규명령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과의 관계에서 볼 때 위 문제조항의 관련 부분을 헌법재판소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너무 자의적인 한정합헌 유사적 판단으로 보인다. 즉, 어떠한 경우에 전자 또는 후자에 속할 것인지의 판단이 불명확한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에 따르게 되면 매 사안마다 법원에 의하여 해석기준의 불명확성에 따른 무원칙적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 문제조항은 그 불명확성의 정도가 과도하여 위헌·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할 것이다. ③ 다만, 문제조항의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를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로 극히 예외적으로 이해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결론과 같이 헌법 제117조 제1항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 청구인의 헌법상 자치권한에 대한 본질적 침해인지 여부 결정이유요지 (3)에서 밝힌 헌법재판소의 판시내용은 그 자체로서는 전혀 틀리다고 할 수 없으【15면에서 계속】 나,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구체적인 결정권 행사를 하는 경우에 있어 법원으로서는 매 사안별로 헌법상의 자치권한이 본질적으로 침해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어 어려움을 초래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4. 문제조항과 청구인의 입법권한의 충돌-권한쟁의 사유 결정이유 요지 (4)의 전반부와 같이, 헌법 제117조 제1항에 의하여 법령의 규정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에 우선하고, 위 ‘법령’에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는 행정규칙이 포함된다. 그런데 문제조항이 (위 2. ③에서 보듯이 비록 극히 예외적이긴 하나)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해당되고 또 그에 의하여 청구인의 법률상의 권한을 제한하도록 한 것인 때에는, 문제조항인 국가입법(대통령령)과 청구인의 자치입법권 사이에는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한 다툼이 존재하게 되므로 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권한쟁의의 사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단순히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 개념의 적용을 통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으로서, 이미 결정해 둔 소극적 결론에 대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5. 결어 본 사안의 결론은 ‘법규적 성질을 갖는 행정규칙’임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바, 이 점은 문제조항인 당해 조문(제4항)의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를 이에 해당한다고 만연히 판단하고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정작 요구되는, 당해 조항에 근거하여 행정자치부장관이 행정규칙으로 정한 범위가 실질적으로 법규적 성질을 갖는 행정규칙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법원에 의한 구체적인 평가절차가 있어야 함에도 이를 결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 사건 판례의 취지대로라면 이같은 형식의 규정에 따른 다른 유사사례의 해결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하게 될 우려가 있다. 즉, 매 사안의 판단시 당해 사건 담당 법원이 문제조항의 형식에 따른 행정규칙에 대하여 만연히 법규적 성질을 갖는 것으로 간주한 후 쉽게 원하는 결론을 내리게 될 우려가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 첨언하건대, 본고는 대통령령이 정한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의 의미를 여하히 판단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것이므로, 본안에 관한 사항인 권한의 침해 여부에 대한 것은 여기서 상세히 다루지 않았음을 밝힌다.
2003-05-22
하종선 변호사 미국소송사례탐방-석면소송(상)
작년에 보도되었던 뉴스중 필자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리나라 사망자 중 25%가 암으로 사망한다는 보도였다. 암과 관련된 시민단체에 의하면 실질적으로는 사망자 3명중 1명 꼴로 암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암중 근래 급증한 것이 폐암인데 폐암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석면과 담배이다. 석면은 「Asbestos」라고 불리우는데 지하철 공기에 석면이 많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아스페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그 위험성을 알리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석면은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인체에 매우 위험한 각섬석계 석면과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주장되는 사문석계 석면으로 구분된다. 1980년대 초까지는 각섬석계 석면이 사용되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주로 사문석계인 백석면이 세계 6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1989년에 환경청(EPA)에 의해서 석면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가 1991년 미항소법원의 판결로 그와 같이 전면 금지한 법이 폐기되었지만 그후에도 제조물책임소송을 우려하여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석면시멘트파이프, 지붕·판넬 등 건축자재, 보일러 단열재,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가스캐트(Gasket) 등에 사용되고 있다. 수입된 백석면의 90% 이상이 건축자재로 사용되고 석면시멘트파이프는 상수도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우리 몸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우리나라 석면업계는 공기에 비산되지 않는 백석면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건축자재는 시공과정에서 절단하고 천공하기 때문에 석면이 공기중으로 비산되는 문제가 있고, 또한 시간이 경과되면서 석면제품이 부스러져서 비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석면은 쉽게 구해서 제조원가를 많이 들이지 않고 석면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단열, 보온, 흡음에 뛰어난 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 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이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과거 석면이 스프레이 공법으로 시공된 건물들에서 석면을 제거하는 작업이 수행되고 있다. 왜냐하면, 석면은 폐암, 흉막·복막·심막 등의 중피조직에서 생기는 악성종양인 중피종(mesothelioma), 폐조직을 손상시키는 석면침착증(asbestosis), 백혈병 등 각종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석면이 세계적으로 처음 문제가 된것은 1973년에 미국에서 선고된 Borel v. Fibreboard Paper Products Corp.(493 F. 2d 1076, 1973)사건에서 제 1심 배심원들이 6개 석면제조회사에 대하여 33년간 단열보온재 시공작업자였던 원고 보렐(Borel)에게 $58,534.00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한 제 1심 판결에 대한 피고들 항소가 기각되면서부터였다. 원래 원고 Borel은 여러회사가 제조한 석면을 갖고 작업했기 때문에 10개 석면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중 4개사는 배심원평결전 원고 Borel과 $20,902.20에 화해했었다. 이 판결은 석면제조업자들이 사용자에게 석면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은 것이 경고결함에 해당하고, 석면제조업자들은 전문가를 활용하여 제품의 위험에 대한 시험과 연구분석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원고 보렐은 1936년부터 단열보온재 시공작업을 해왔는데 1960년대 초반까지는 가슴이 갑갑한 증세외에는 비교적 건강했는데 1964년에 엑스레이 검사결과 폐에 구름이 낀것처럼 흐리게 나와 1969년 1월에 폐조직검사를 실시했는데 석면침착층(Asbestosis)임이 밝혀졌다. 이때부터 원고 보렐의 건강은 점차 악화되어 1970년 2월에 오른쪽 폐를 들어내는 수술을 했고 이때 중피종(mesothelioma)임이 밝혀졌다. 원고 보렐은 1969년 10월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미 판결이 선고되기 전 재판중에 사망하였다. 이처럼 석면에 의한 질병은 20년 내지 40년의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게 된다. 미국의 많은 주들은 어떠한 원인에 의하여 질병이 발생한 것을 알거나 또는 알수 있었던 날로부터 몇년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경우에 이러한 소멸시효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특히, 석면의 위해성이 널리 보도되면서 원고가 석면에 의한 발병임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제기하였고, 이것이 많이 받아 들여졌다. 이때문에 석면피해자들은 중증으로 진행하기 전이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고, 미국의 몇몇 주들이 특별 입법을 하여 소멸시효기간을 연장하여 주는 특별조치도 취하였다. 우리나라 민법 제766조 1항에 의하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로부터 3년안에 제소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석면 피해자는 자신의 질병이 석면에 기하여 발생한 것임을 안날로부터 3년안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석면 피해자가 비록 자기의 질병이 석면에 의해서 발병된 것임은 지금으로부터 3년전에 알았다고 할지라도 석면제조업체를 상대로 제조물책임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법적가능성을 발병후로부터 10년이 지나기 직전에서야 알게된 경우에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보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지가 문제되는데, 이렇게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알 수 없는 제소가능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경우는 “사실의 부지는 항변할 수 있어도, 법률의 부지는 항변할 수 없다”는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가해자를 안 날”에 해당된다고 보아 3년 소멸시효가 이날로부터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종선-미국 캘리포니아州 변호사>
200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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