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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중대명백설 적용을 둘러싼 대법원 판례에 대한 비판적 검토
Ⅰ. 대상 판결의 요지 1. 사건의 개요 서울 방화뉴타운 내 위치한 긴등마을은 지난 2005년 10월 23일 재건축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후 동년 11월 3일 강서구청으로부터 추진위원회를 승인 받았다. 그 후 2007년 8월 1일 조합설립을 인가 받았고, 동년 10월 26일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았다. 문제는 개정전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3항에 적시된 조합설립인가 조건인데, 위 규정은 "전체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5(80%) 이상 및 토지 면적의 2/3 이상의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긴등마을은 건축물의 경우 전체 동의율 80%를 충족했지만 토지의 경우 동의율이 71.73%에 불과하였다. 그럼에도 피고 구청은 건축물 동의율이 충족됐다는 이유만으로 주택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하였던 것이다. 그 후 조합은 종전 계획대비 103가구 늘어난 규모로 경미한 사항들에 대한 변경을 하면서 피고에게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율 변경 등을 이유로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조합설립 변경인가처분을 한 후 2008년 1월 23일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하였다. 한편, 위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나기 전 참가인 조합은 2007년 11월 23일 원고 등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07가합23297호, 2007가합23341호로 매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그러자 긴등마을 재건축 사업지내 토지 소유주인 원고 등은 위 매도청구를 거부하면서 피고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1) 대법원 판결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3항에서 정한 동의요건 중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을 '토지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 중 어느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고 잘못 해석하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주택재건축사업 추진위원회의 조합설립인가신청에 대하여 조합설립인가처분을 한 사안에서, 위 처분은 개정 전 도시정비법 제16조 제3항에서 정한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위법할 뿐만 아니라 하자가 중대하다고 볼 수 있으나,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의 문언적 의미가 명확한 것은 아니고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조합설립인가처분 당시 주택단지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정비구역에 대한 재건축사업조합의 설립인가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 토지 소유자, 건축물 소유자' 모두의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였다고 할 수 없어 위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당연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2) 원심 판결 원심은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수를 모두 합산하는 산정방식을 취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이 사건 인가처분 당시 이 사건 사업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수는 ①토지 및 건축물의 소유자 242명, ②토지 소유자 41명, ③건축물 소유자 1명 합계 284명이고 그 중 동의자 수는 토지 및 건축물의 소유자 198명, 토지 소유자 7명 합계 205명으로서, 이 사건 인가처분 당시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율은 72.18%(205 ÷ 284 × 100)로 구 도시정비법상 동의요건인 4/5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므로, 이 사건 인가처분은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도시정비법상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위법하고, 그 동의율이 도시정비법이 규정하는 법정동의율보다 현저하게 낮은 이상, 그 하자는 중대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Ⅱ. 평석 1. 문제의 제기 조합설립인가 과정에 위와 같은 하자가 있다고 해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당연무효인 것일까? 원심법원은 위 대법원의 동의율 산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여 이러한 경우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로서 무효라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즉 위 동의요건 법리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행정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해 행정처분을 했더라도 그 처분 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해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당연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해 원심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의 무효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해야 한다는 또 다른 법리를 적용하여 판단에 이른 것으로서 위 동의요건의 다음 단계 심사 기준 즉, 엄격히 구별하여 취급하였다. 2. 위법성 정도에 관한 판단 기준 문제 정비사업분쟁을 처음 접하게 된 행정법원은 다른 처분의 하자는 중대명백설에 의하여 판단하면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에 대해서는 그 기본행위인 조합설립결의(동의)의 하자를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높게 평가하여 전체 인가처분의 무효를 판단하는 기존 대법원 판결의 태도를 답습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즉 행정법원은 무효가 아닌, 취소될 수 있는 재건축결의의 하자, 조합설립동의의 하자에 대한 기준을 만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행정법원은 민사법원에서 단순히 이관된 사건이므로 그전 사건에서 대법원이 세워놓은 논리구조를 따라 그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항고소송에서 무효, 취소를 구분하는 기준에 따라 도시정비법상 행정처분의 하자를 판단하여야 할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대상 판결 역시 위와 같은 부담을 가지고 판단한 예인지도 모르나 일정 부분 비판이 불가피하다. 3. 대상 대법원 판례에 대한 비판적 검토 사안의 경우 구 도시정비법 제16조에서 토지소유자 등의 특정비율 이상의 동의율 충족을 명백하게 요구하고 있고, 더불어 동법 제17조 제1항에서는 그 동의의 진위까지 철저하게 확인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법 문언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석 중에 위 동의 요건을 유효하게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한 무효로 보아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 판결은 미리 유효라는 결론을 상정한 후 중대명백설을 기조로 개별사안에 따른 뚜렷한 명백성심사를 거치는 형식을 취한 후 법적 안정성 측면을 강조하여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끼워 맞춘 듯한 인상이 강하다. 더욱이,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5'의 의미와 관련하여 "토지와 건축물을 모두 소유한 자 뿐만 아니라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를 모두 포함하여 그 4/5의 동의를 요한다"라고 판시하여 그 동안의 논란을 불식시켰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작 그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할 무효 판단에 있어서는 그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지 아니한 채 문언의 의미를 일탈한 다의적 해석을 하여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 토지 소유자, 건축물 소유자' 모두의 4/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백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서 이중잣대를 적용하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오히려, 원심은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5'의 의미는 '토지와 건축물을 모두 소유한 자 뿐만 아니라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를 모두 포함하여 그 4/5의 동의를 요한다'라고 봄이 상당한바,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3항이 '토지소유자의 4/5 이상 또는 건축물소유자의 4/5 이상의 동의'가 아닌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의 4/5 이상의 동의'라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이를 '토지소유자의 4/5 이상의 동의 또는 건축물소유자의 4/5 이상의 동의 중 어느 하나만 얻으면 동의요건이 충족된다'라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의미를 넘는 해석방법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함으로써 논리 일관적 판단을 하였다. 위와 같이, 똑같은 사안을 놓고서 중대명백설을 원용하면서 원심은 인가처분의 무효를 선언하였는데 반해 상고심은 그 반대의 판단을 하고 있는 바 이는 명백설의 허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된다. 독일에서 명백설의 이름으로 발전된 중대명백설은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통설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듯하나, 특히 누구(이해관계인, 평균인, 전문가 등)의 판단을 기준으로 그 명백성 여부를 정하느냐 등에서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이와 관련하여 김남진교수 등은 명백성보충요건설을 적극 지지한다. 즉 행정행위의 무효사유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의 명백성은 행정처분의 법적안정성 확보를 통하여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는 한편, 그 행정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믿은 제3자나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서 중대한 하자를 가진 행정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 김남진, "중대 명백설의 맹종에서 벗어나야 -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1두4566 판결 평석", 법률신문, 2003. 10. 2. 제3209호.) 판사의 재량이 너무나 막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도시정비사업의 시발점에 해당하는 조합설립인가요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은 법정 강행규정으로서 동의율에 대한 하자가 어떤 식으로든 명백히 발생한 경우, 즉 진정성 있는 토지 또는 건물 소유자의 5분의4 이상의 동의라는 형식적, 실체적 동의 요건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인바, 이조차 유효한 인가로 인정하는 것은 재건축진행이라는 사업자와 조합 측의 이익만을 생각한 과도한 조치로서 비례의 원칙에 반하며, 조합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여 평등원칙에도 반한다고 할 것이다.
2014-10-13
국유재산 변상금 부과 외 민사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나
Ⅰ. 사실관계와 쟁점 피고는 한국자산관리공사(원고)가 관리하는 국유지를 2005년 7월1일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 무단으로 점유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07년 4월20일부터 세 번에 걸쳐 국유재산법에 따라 총 1642만1750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피고가 변상금을 내지 않자 원고는 2010년 9월14일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는 ①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② 민법상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③ 국유재산법에 정해진 대부료가 부당이득금이 되는지, ④ 대부료 조정규정이 부당이득금 산정에 적용되는지, ⑤ 변상금부과처분이 부당이득채권의 시효중단사유가 되는지가 문제돼 왔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국유재산법의 변상금 부과·징수권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법적성질이 다르다. 따라서 국가는 변상금 부과·징수권의 행사와 별도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수익자가 반환할 이득은 손실자의 손해에 한정되고, 손실자의 손해는 사회통념상 당해 재산으로부터 통상 수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상당액이다. 국유재산으로부터 통상 수익할 수 있는 이익은 대부료이므로 국유재산 무단점유 부당이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유재산법에서 정한 대부료 상당액이다. 대부료조정은 적법하게 대부계약을 체결한 성실한 자를 위한 제도인데, 무단점유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대부료조정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 무단점유자에게 대부료조정을 하면 장기 무단점유자가 오히려 대부기간의 제한을 받는 대부계약자나 단기 무단점유자에 비하여 이익을 얻게 되어 형평에 반한다. 따라서 부당이득산정의 기초가 되는 대부료는 조정대부료가 아니라 산출대부료라고 봐야 한다. Ⅲ. 평석 1.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이 제기되는 이유 누군가 내 땅을 법률상 원인 없이 쓰면 인도소송으로 그를 쫓아내거나 부당이득소송으로 그간의 사용이익을 받아 낸다. 그러나 국유재산은 행정기관이 자력으로 무단점유자를 쫓아내고 사용이익을 받아 낼 수 있다. 국유재산법에 명시된 행정대집행과 변상금부과 및 체납처분이 바로 그것이다(72조, 73조2항).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특이한 제도로서 우리 국유재산법의 모태가 된 독일이나 일본에도 없는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사소송이 왜 필요할까? 국유재산 관리기관 중에서 민간 수탁기관은 직접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는 점과 변상금채권에 대한 시효중단장치가 미흡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 밖에 '독촉-압류-공매-청산'이라는 일련의 복잡한 행정행위보다는 법원의 처분에 맡겨버리고 싶은 행정 부담이 한 몫 한다고도 볼 수 있다. 2.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이 문제는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으로 민법상 부당이득금을 산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사실상 동일하다. 다만 대법원은 구 소송물이론에 입각하여 청구원인이 변상금(대부료의 120%)이냐 부당이득(임료 상당)이냐에 따라 구분하여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91다42197 판결에서 국가가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산정조항이 적용되지 않지만 국가가 변상금부과처분을 하고나서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면 변상금산정조항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이후 대법원은 2000다28568 판결에서 국유재산법의 변상금을 구하는 민사소송이 불가함을 분명히 하였다. 이 문제는 대상판결 전부터 이미 정리됐다고 볼 수 있다. 3. 민법상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은 구 소송물이론에 따라 국유재산의 부당이득금은 임료 상당이라는 전제에서 이를 민사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대법원은 위 91다42197 판결에서 '국가가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라고 하여 부당이득을 구하는 민사소송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대법원 판결이 없었고, 변상금을 구하는 민사소송이 불가하다는 2000다28568 판결과 맞물려 실무상의 혼란은 여전했다. 대법원의 91다42197 판결과 2000다28568 판결을 참고하여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하면 대부분의 하급심은 본안 판단을 했지만 몇몇 하급심은 각하판결을 하기도 했다. 변상금과 부당이득반환은 법 영역이 다르고, 그 요건이나 산정방법도 다르다. 공법상의 해결방법이 있다고 해서 사법상의 해결방법에 소의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4.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의 부당이득금(임료 상당의 금원) 산정방법 국유재산의 부당이득을 대부료로 산정할 수 있다면 국가는 '소장제출-임료감정-청구취지변경'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감정평가비용도 절약하게 된다. 대부료는 재산가액에 일정요율을 곱하여 산정하는데(법 32조1항, 영 29조), 임료감정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 다수의 하급심은 임료감정 없이 대부료를 부당이득으로 봤지만, 명백한 대법원 판례가 없어 몇몇 하급심에서는 임료감정을 거치기도 했다. 문제는 국유재산법의 대부료 조정조항이다. 개별공시지가나 주택공시가격이 급등하더라도 대부료가 일정비율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조정하고 있다(법 33조, 영 31조). 대부료를 부당이득금으로 삼는다면, 대부료 조정조항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혼란은 종전 국유재산법에도 있었다. 즉 구 국유재산법은 변상금산정의 기반이 되는 대부료에 조정조항이 적용되도록 했다. 그러나 부당이득이나 변상금의 기반이 되는 대부료는 무단점유자에 대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적법한 점유자를 위한 대부료 조정조항을 무단점유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2009년 1월30일 개정 국유재산법부터는 변상금에 대부료 조정조항을 배제하고 있다.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가 없는 동안 하급심은 긍정설과 부정설로 나뉘었는데, 대상판결의 원심은 긍정설에 입각하여 조정대부료를 부당이득금으로 판시했다. 5. 대상판결의 의의 위 Ⅰ. 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는 5개의 쟁점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변상금을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종전 대법원 판례로 해결이 됐다(위 2. 참조). 대상판결은 나머지 4개 쟁점 가운데서 3개에 대하여 일거에 명확한 판시를 하여 국유재산 관리 실무 및 국가재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이 아직 판단하지 않은 마지막 쟁점의 향배에 따라 향후 국유재산 부당이득반환소송의 존폐가 사실상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변상금부과처분이 부당이득채권의 시효중단사유가 안된다면 대상판결에도 불구하고 국유재산 부당이득반환소송은 유지할 실익이 없게 된다. 6. 결론 행정상 강제집행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민사소송에 의존하는 경향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 행정집행제도를 둔 경우라면 민사소송에 기대지 말고 활용하는 것이 옳다. 근본적으로는 행정집행을 입법할 때부터 그 필요성 및 민사소송으로의 회귀 없이 운영될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민사소송을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불편한 것으로 여겨서 행정집행으로 대체하였지만 다시 민사소송으로 회귀하는 예가 적지 않았다. 일본 국유재산법이 별도의 행정집행제도를 두지 않고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되, 부당이득반환소송이나 인도소송에 필요한 세세한 재무성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시사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국유재산법은 행정대집행제도와 변상금부과 및 체납처분제도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민사소송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민간수탁기관에 이러한 행정권능을 부여하고, 체납독촉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여하는 국유재산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률이 특별히 마련한 행정상의 조치를 외면하고 비정상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는 행정기관의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을 고치게끔 국유재산 무단점유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일체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상판결 소수의견(대법관 5인)은 이점에서 짚어볼만 하다.
2014-08-11
체납처분 이후 발생한 유치권의 효력
Ⅰ. 쟁점 사안 조세채권자의 압류 결정 이후 발생한 유치권이 조세권자의 압류에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 Ⅱ. 대법원 판단 1. 다수의견 민법상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가지는 경우에 법률상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담보물권이다(민법 제320조 제1항). 따라서 어떤 부동산에 이미 저당권과 같은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그 부동산에 관하여 민사유치권이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에 관하여 이미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비로소 그 부동산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유치권자에게 경매절차의 매수인에 대한 유치권의 행사를 허용하면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절차적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게 됨으로써 경매 목적 부동산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환가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고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줄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까지 압류채권자를 비롯한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희생 하에 유치권자만을 우선 보호하는 것은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부동산에 관한 민사집행절차에서는 경매개시결정과 함께 압류를 명하므로 압류가 행하여짐과 동시에 매각절차인 경매절차가 개시되는 반면,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절차에서는 그와 달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이하, '체납처분압류')와 동시에 매각절차인 공매절차가 개시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체납처분압류가 반드시 공매절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체납처분압류가 되어 있는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경매개시결정등기가 되기 전에 그 부동산에 관하여 민사유치권을 취득한 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그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2. 반대의견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유치권의 대항력을 부인하는 근거가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있음을 누누이 밝혀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판례 태도와는 달리 이 사건 판결에서는 압류의 처분금지효가 아닌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이나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를 전면에 부각시켜 그로부터 유치권의 대항력을 부인하는 근거를 찾은 다음, 체납처분 압류의 처분금지효력은 인정하지만 체납처분압류 이후 곧바로 공매절차가 개시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경매절차 개시 후에 발생한 유치권 효력을 부정하는 판시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한 것은 기존의 견해와 명백히 상반되는 판시이다. Ⅲ.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근본적으로 경매개시결정 즉 압류 이후 발생한 유치권의 효력을 부정한 기존의 판례(2006다22050, 2008다70763, 2009다19246 판결 등)의 근거가 압류의 처분금지효력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경매(집행)절차의 신뢰와 절차적 안정성에 있는지 여부 인 바, 유치권의 효력을 부정하는 근거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압류의 처분금지효력이 아닌 경매(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이라고 보는 반면, 반대의견은 압류의 처분금지효력이라고 보아 동일한 효력을 가진 체납처분 압류 이후 유치권 발생은 기존의 법리에 비추어 보아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물론 반대의견의 다른 근거도 존재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이와 같은 논의이기 때문에 지면 사정상 이와 관련된 논의만 설시한다). Ⅳ. 반대의견에 대한 반박 가. 반대의견은 기존의 대법원이 압류의 처분금지효력만을 근거로 유치권을 부정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판례에서 이와 같은 견해를 비켜서 집행절차의 안정성을 쟁점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의 판결들에서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에 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즉 근저당권에 관한 판례(2008다70763 판결)에서는 판결요지가 아닌 전문에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부동산 경매절차에서 유치권 행사가 허위채권에 기한 것일 경우 매각대금을 부당하게 하락시켜 경매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이해관계인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유치권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시하여 경매개시 이후 유치권 발생을 부정하는 한 가지 이유는 경매의 공정성 때문임을 언급한 바 있고, 그 후 가압류와 관련된 2009다19246 판결에서는 판결요지에서 구체적으로 "이는 어디까지나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 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무자가 당해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제3자가 취득한 유치권으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한다면 경매절차에서의 매수인이 매수가격 결정의 기초로 삼은 현황조사보고서나 매각물건명세서 등에서 드러나지 않는 유치권의 부담을 그대로 인수하게 되어 경매절차의 공정성과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게 될 뿐만 아니라 유치권신고 등을 통해 매수신청인이 위와 같은 유치권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에는 매수가격의 즉각적인 하락이 초래되어 책임재산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환가하여 채권자의 만족을 얻게 하려는 민사집행제도의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상황하에서는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점유이전을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는 처분행위로 봄이 타당하다는 취지이다" 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압류의 처분금지효 뿐만 아니라 경매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언급하면서 그 취지를 설명하였다(물론 2009다19246 판결에서의 유치권을 부정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점유의 사실행위성에서 찾았으나, 이와 같은 논리는 압류 이후 유치권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과 논리 모순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아쉬운 부분이다) 나. 더욱이 기존의 판례에 의하면 근저당이나 가압류는 사실상 처분금지효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발생한 유치권에 관하여 그 효력을 부정하지 않았다. 근저당과 관련하여, 민법제356조는 "저당권자는 채무자 또는 제3자가 점유를 이전하지 아니하고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보다 자기채권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 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채무자의 재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된다면 그 금액의 한도내에서 채무자는 사실상 처분 금지의 효력의 제한을 받게 되고 더불어 근저당권자는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가지게 된다. 가압류의 효력과 관련하여서도 대법원은 "부동산에 가압류 등기가 경료되면 채무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처분행위를 하더라도 이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된다(2009다19246 판결)"라고 판시하여 처분금지효력이 인정되는데, 이러한 처분금지효에도 불구하고 근저당권 및 가압류 이후 발생한 유치권에 관하여는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다. 위와 같이 체납처분과 동일한 처분 금지효력을 가진 근저당권 또는 가압류 등기 이후에 발생하는 유치권에 관하여 그 효력을 인정하는 이유는 유치권의 법적담보물권성과 더불어 민사집행법상 인수주의를 채택한 입법자의 결단 때문이고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여 판시하였던 것이다. 즉 민사집행법은 경매절차에서 저당권 설정 후에 성립한 용익물권은 매각으로 소멸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유치권에 관하여는 그와 달리 저당권 설정 시기와의 선후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경매절차의 매수인이 유치권의 부담을 인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사집행법 제91조 제3항, 제5항 ). 이는 점유하는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는 민사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가지는 특수한 성격을 고려하여 공평의 원칙상 그 피담보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확보하여 주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러한 경우까지도 유치권의 효력을 부정하였다면 유치권의 성립 취지 자체가 몰각될 우려가 있었다. 라. 체납처분 절차에 의한 압류는 민사집행법상의 압류와 같이 곧바로 채무자의 재산에 경매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근저당권 및 가압류 등기가 경료된 경우와 동일하게 해당 금액의 범위 내에서 처분금지효를 가지고 있을 뿐이고 그 이후의 절차는 여전히 남아있다. 체납처분절차는 민사집행법상 압류의 효력과 같이 경매개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조세채권의 만족을 위한 재산을 확보하는 수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즉 체납처분절차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은 실질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이 아니라 단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처분금지의 효력 또는 우선변제권만을 확보하는 것일 뿐이다. 이는 근저당권을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채권자가 만족을 얻는 것이 아니라 우선변제권을 얻는 것과 동일하다. 또한 가압류 채권자가 가압류 등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만족을 얻는 것이 아닌 단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의 범위 또는 가압류 금액의 범위 내에서 채무자의 처분금지효만을 가지는 것과도 동일하다. 그렇다면 가압류나 근저당권 이후에 발생한 유치권에 관하여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체납처분 절차만을 가지고 유치권의 효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근거가 일관되지 못하여 부당할 뿐이다. Ⅴ. 결어 다수의견 대로 경매개시결정 이후 유치권 발생시 그 효력을 부정하는 이유는 압류의 처분금지효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채무자 재산의 처분에 관하여 국가의 관장 하에 진행하는 경매절차의 안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해석하여야 비로소 기존에 대법원이 근저당권 설정 또는 가압류 등기 이후의 유치권에 대하여 효력을 부정했던 판시들과 일관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2014-07-10
신용장개설의무와 CISG상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의미
I. 대법원 2013.11.28. 선고 2011다103977 판결의 요지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에 의하면, 매수인은 계약과 협약에 따라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제53조),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에는 그 지급을 위하여 계약 또는 법령에서 정한 조치를 취하고 절차를 따르는 것이 포함된다(제54조). 그리고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이 그 계약에서 상대방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할 정도의 손실을 상대방에게 주는 경우 이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되며(제25조), 매도인은 계약 또는 협약상 매수인의 의무 불이행이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64조 제1항 제(가)호]. 따라서 협약이 준거법으로 적용되는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당사자가 대금의 지급을 신용장에 의하기로 한 경우 매수인은 계약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라 신용장을 개설할 의무가 있고, 매수인이 단순히 신용장의 개설을 지체한 것이 아니라 계약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른 신용장의 개설을 거절한 경우 이는 계약에서 매도인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협약 제25조가 규정한 본질적인 계약위반에 해당하므로,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II. 판결의 의미와 쟁점사항 1. 판결의 의미 체약국의 숫자로부터 알 수 있듯이(2014년 4월 1일 현재 80개국) 국제상사에 관한 국제통일법으로서 가장 성공적인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하 '국제물품매매협약'이라고 한다)이 우리나라에서 2005년 3월 1일 발효되었다. 이 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는 국제물품거래에 대하여는 특정 국가의 법이 아니라 위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 대상판결은 위 협약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쟁점사항 국제물품매매협약에서는 계약위반에 따른 구제방법을 매도인이 계약위반한 경우의 구제방법(제45조 내지 제52조)과 매수인이 계약위반한 경우의 구제방법(제61조 내지 제65조)으로 나누고,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모두 공통되는 구제방법(제5장)을 규정하고 있다. 구제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손해배상청구, 이행청구, 대체물지급청구, 계약해제가 있다. 이 중 대상판결에서는 계약해제가 쟁점이었는데, 매수인이 합의된 조건에 따라서 신용장을 개설하지 아니한 것이 '본질적인 계약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의 이유 및 결론이 정당한지 검토해 보도록 한다. III. 본질적인 계약위반(fundamental breach)의 의미 1. 규정내용 국제물품매매협약 제64조에서는 매수인에게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있는 경우에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제25조에서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은, 그 계약에서 상대방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할 정도의 손실을 상대방에게 주는 경우에 본질적인 것으로 한다. 다만, 위반 당사자가 그러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하였고, 동일한 부류의 합리적인 사람도 동일한 상황에서 그러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우리 민법에서는 계약해제사유로 이행지체와 이행불능을 규정하고, 판례(대법원 1994.4.12. 선고 93다45480,45497 판결 등)는 불완전이행을 계약해제사유로 인정하고 있어서 우리에게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는 요건은 생소하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해석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 규정내용의 기초적 해석 (1)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계약해제의 엄격성 국제물품매매협약 제74조에서는 사소한 계약위반이더라도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고 있지만, 제49조 및 제64조에서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계약해제를 허용한다. 국제물품매매거래에서 매수인과 매도인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결과, 일반적으로 매수인은 샘플만 보고서 구매를 결정하고 실제로 인도받을 물품에 대한 검사는 물품이 목적지에 도착하고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만일 물품에 사소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물품의 반송을 위하여 불필요한 운송을 다시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매수인이나 매도인은 매매계약 후 가격이 변동하면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자 하는 유혹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제물품매매협약에서는 손해배상을 통하여 손쉽게 구제될 수 있는 사소한 하자에 대하여는 계약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는 엄격한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계약해제를 허용하고 있다. (2)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의미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계약해제의 엄격성을 고려하면 원칙적으로 계약의 해제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독일연방법원(clout 171)도 이러한 점을 확인하면서 매수인이 하자있는 물건을 사용할 수 있거나 재판매를 할 수 있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제25조의 규정으로부터 좀 더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도출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가) 당사자의 합의: 계약에서 해제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위반은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당사자의 합의는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계약의 전반적 내용과 문구 및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 등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계약위반의 결과: 계약위반의 결과 상대방에게 발생하는 금전적 손해가 중대하거나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부수적 의무의 위반이라도 당사자에게 중대하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될 수 있다. (다) 이행불능: 이행불능이 객관적으로 확실하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될 것이다. (라) 이행의사의 부재: 채무자가 이행을 명시적으로 거절하고 있거나 이행지체에 따라 이행통지를 하였지만 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이행의사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된다. (마) 하자치유의 제공가능성: 협약 제48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하자의 치유가 가능하고, 이러한 하자치유가 합리적 기간 내에 가능하며, 상대방에게 불합리한 불편을 끼치지 아니한다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고 보기 힘들다. IV. 신용장의 개설과 본질적인 계약위반 1. 매수인의 신용장 개설의 지연 환율이 극심하게 변동하는 경우와 같이 대금지급 시기가 예외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아니라면, 매수인이 대금지급을 지연하더라도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되지 아니할 것이다. 그러나 신용장 개설의 지연은 다른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신용장은 대금지급의 수단이기 때문에 매도인으로서는 신용장을 개설받기 전에 물건을 제작하거나 선적준비를 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리고 매도인과 매수인이 신용장 개설시기에 관하여 합의한 것은 매도인에게 선적준비기간을 수여하기 위한 것이므로 신용장 개설이 지연된다는 것은 매도인에게 수여된 선적준비기간을 단축시키는 결과도 가져온다. 이러한 점에서 대금지급수단으로서의 신용장개설이 지연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질적인 계약위반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에서 매수인이 신용장 개설을 지체하는 것은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한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2. 합의된 조건에 따르지 아니한 신용장 개설 매도인과 매수인이 각 다른 국가에 존재하여 동시이행을 확보하기 힘든 국제물품매매계약에서 신용장은 동시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매수인이 거래은행을 통하여 매도인에게 신용장을 개설하면 매도인은 선적 후 개설은행에 신용장에 기재된 선적서류 등을 제시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받고, 매수인은 매도인이 제시한 선적서류 등을 통하여 물품을 수령 및 통관할 수 있으므로 국제물품거래에서의 동시이행이 확보된다. 신용장에 대금지급의 조건으로 기재된 서류들은 매수인과 매도인이 합의하여 결정하는데, 기본적으로 매수인이 물품을 수령하고 통관하는데 필요한 서류라는 점에서 매수인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매수인이 합의된 조건을 변경한다면 매도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매수인이 임의로 신용장 조건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대상판결에서 피고는 당사자의 합의에 부합하는 신용장을 개설하지 아니하고 40피트 컨테이너 포장, 환적(transshipment) 불허, 피고에 의하여 지정된 자가 발행한 검사증명서, 비유전자변형생물체 증명서 등으로 조건을 변경하였다. 컨테이너가 커지면 운송료가 증가하고 포장방법에 변화가 발생하므로 매도인에게 불리하고, 직항선이 없거나 컨테이너와 같은 복합운송의 경우에 환적이 필요하므로 환적을 불허하는 것은 매도인에게 불리하다. 무엇보다 피고에 의하여 지정된 자가 발행한 검사증명서를 조건으로 하면 피고의 의사에 따라서 검사증명서가 발급되지 아니할 수 있으므로, 매도인은 신용장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즉, 피고가 대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할 가능성이 있다. 위와 같은 중대한 계약위반에 대하여 원고가 합리적인 부가기간을 정하여 그 수정을 요구하였음에도 피고가 이를 거절한 이상 피고에게 의무이행의 의사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에게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인정되고 대상판결의 결론에 찬성한다. V. 끝내기 원고의 계약해제를 인정한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본질적인 계약위반'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아니한 점, 신용장 개설지연이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아니란 취지의 판시를 한 점 및 신용장 조건인 서류가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지 설시하지 아니하고 본질적인 계약위반을 인정한 점에 대하여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4-06-16
민간자격의 직무가 변호사법의 직무에 저촉될 수 있는가?
Ⅰ. 사실개요 원고는 민간자격 '보상관리사'를 신설하여 관리·운영하기 위하여 피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이하 '직능원'이라 한다)에게 '자격기본법' 제1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민간자격 '보상관리사' 등록을 신청하였다. 보상관리사는 사단법인인 원고가 '보상관리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보상관리업무에 대한 지식의 습득정도를 평가 또는 인정하여 부여하는 민간자격이다. 민간자격 보상관리사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평가 또는 인정의 대상 직무인 '보상관리업무'는 직능원의 '민간자격편람'에서 등록신청서에 기재하도록 되어 있어, 원고 법인이 다음과 같이 기재하여 제출하였다. 즉, 그것은…… ⑨보상협의·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 ⑩보상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관련업무…… 등이다. 원고의 등록신청에 대하여, 피고는 거부처분을 하였다. 거부처분사유는 자격기본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서는 '다른 법령에서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된 분야'에 해당할 때에는 민간자격을 설치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사업법'이라 한다)은 사업시행자는 보상업무를 보상전문기관에만 위탁 시행할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제81조), 민가자격 보상관리사는 위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자격기본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해당되어 보상관리자격제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Ⅱ. 대법원 판결요지 대법원은 피고의 거부처분 사유에 대하여서는 "공익사업법은 보상업무의 위탁대상을 제한하고 있을 뿐(제81조 제1항), 그 업무자체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거나 국가자격을 두어 무자격자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이 사건 자격이 공익사업법에 의하여 금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변호사법은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법률사무'를 행함(제3조)을 직무로 정하면서, 해당직무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자격자가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금지규정(제34조) 및 처벌규정(제109조)을 두고 있는 바, 이 사건 직무내용 중 '보상협의·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제9호)', '보상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관련업무(제10호)'는 변호사법의 직무내용과 저촉되어 무자격자의 행위가 금지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 사건 자격은 그 직무내용 중 일부가 국가자격관련 법령인 변호사법에 저촉되는 경우로서 자격기본법 제17조 제1항 제1호의 민간자격 제한분야에 속한다"고 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판례평석 1. 대법원이 민간자격 보상관리사의 직무내용 중 '보상협의·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제9호)', '보상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관련업무(제10호)'가 변호사법의 직무내용과 저촉된다고 판단한 것은, 실정법상 민간자격과 변호사자격은 질적 차이가 있음을 간과하고, 특정 국가자격에 관한 선입견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위법하다. 대법원 판단은 실정법상 민간자격과 변호사의 자격은 질적 차이가 있음을 간과한 것이라 하겠다. 민간자격은 '직무'라고 표현되어 있으나, 제1심 판결에서도 인정한바와 같이, 직무에 속하는 사무를 타인으로부터 위임받아 수임료를 받고 처리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간자격의 인정은 자격운영주체인 국가외의 법인겢報펯개인이 직무로 열거된 업무에 대한 지식의 습득정도를 검정하여 평가 또는 인정하는 데 그친다. 그러한 직무를 위임받아 수행할 수 있게 한 실정법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그 성질상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피고가 발행한 '민간자격편람'에서 민간자격등록신청서에 신청하는 민간자격의 직무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되어 있어, 그에 근거하여 공익사업현장에서 매일같이 비변호사에 의하여 일상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직무를 신청자격의 직무로 열거한 것뿐이다. 그런데 그러한 직무가 열거되었다는 것만으로 실정법에도 근거 없이 민간자격자가 변호사처럼 그러한 직무를 타인으로부터 위임받아 수임료를 받고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행한 판단은 실정법을 벗어난 판단이다. 이 사건에서 직무라고 열거된 행위는 단지 해당 민간자격의 평가 또는 인정의 대상 직무를 의미할 뿐이다. 그리하여 자격기본법은 민간자격의 효과에 대하여 그것이 일정한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소양 등의 습득정도가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 또는 인정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그 이외에는 아무런 권능도 부여하지 않았다. 이 점은 각종 기능사·기사 등 거의 대부분의 국가자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변호사법이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보상협의·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제9호)' , '보상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관련업무(제10호)'에 관한 사항을 공부하여 학점을 취득하거나 지식의 습득정도를 평가 또는 인정받아 민간자격을 취득하는 것까지를 금지하고 있다고는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어떤 직무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소양의 습득정도를 평가 또는 인정하는 민간자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하여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직업이 다양화된 사회에 있어서는 노동시장에서 인력을 구하려고 할 때 수요자가 상대방이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의 습득정도를 쉽게 인식시킬 수 있는 척도로서, 또한 사람들이 평생학습을 통하여 자기가 원하는 직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민간자격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민간자격은 대학에서 부여하는 학점과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OECD 국가 등 많은 국가에서는 자격의 개념을 넓은 의미로 사용하여, 학점과 좁은 의미의 자격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2. 대법원이 변호사법의 직무와 저촉된다고 본 민간자격 보상관리사의 직무에는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는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으며, 따라서 그 점에서도 대법원의 판단은, 역시 핵심적인 전제가 결여되어 위법하다. 또한 더 나아가서 이 사건 보상관리사의 직무내용 중 '보상협의·계약체결 및 보상금의 지급(제9호)', '보상관련 민원처리 및 소송수행관련업무(제10호)'에는 원천적으로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배재되어 있으며, 따라서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변호사법의 직무내용과의 저촉은 있을 수가 없다. 그것은 그러한 업무는 공익사업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에도 열거되어 있으며, 이 사건 보상관리사 등록신청서에 기재한 그러한 업무도 당해 규정에 정해진 것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다. 만약 그러한 업무에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의 고유업무가 포함되어 있다면 당해 공익사업법시행령 제43조 제2항의 규정은 당장에 변호사법에 저촉된다고 할 것인바 그러한 저촉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사업법시행령 제43조 제2항의 규정은 처음부터 공익사업현장에서 비변호사인 공익사업시행자와 그 직원들이 매일같이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업무를 정하고 있는 것이며, 현실적으로도 그러한 업무는 공익사업현장에서 비변호사인 그들에 의하여 매일같이 일상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소송수행관련업무(제10호)'라 하여도, 준비단계업무도 있고, 최종단계의 업무도 있는 것이며,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도 있고, 비변호사도 수행할 수 있는 업무도 있는 것이다. 공익사업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 또는 이 사건 보상관리사 등록신청서에 기재한 그러한 업무에는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그 성질상 처음부터 당연히 배제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업무가 비변호사인 사업시행자와 그 직원들에 의하여 전국 각지의 공익사업현장에서 매일같이 일상적으로 수행되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만약에 그러한 업무에 변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고유업무가 포함되었다고 본다면, 이들은 모두 변호사법위반으로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대학에서 그러한 업무에 대한 공부를 하여 학점을 취득하거나 그러한 업무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그 습득정도를 평가 또는 인정받는 민간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처음부터 변호사법과의 저촉관계는 있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014-03-24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원외처방전 발급행위의 위법성
1. 사건의 개요 및 쟁점 - 2000년 의약분업 시행으로 외래 환자들에 대한 약처방은 의사의 권한으로, 약 조제 및 판매는 약사의 권한으로 각각 분리되었다. 그에 따라 외래 환자가 약(전문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은 후,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을 갖고 약국에 가야 한다. 이러한 경우 의사의 처방을 '원외처방'이라고 하고, 그 처방전을 '원외처방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원외처방전에 의해서 환자가 약국에서 구입한 약값을 '원외처방 약제비'라고 한다. 원외처방 약제비는 주로(약 80% 정도)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라고 함)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환자가 부담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약을 처방하면 건보공단으로부터 진찰료를 받는데, 그 안에는 약 처방에 소요되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처방료가 처방한 약품의 양이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가의 약품을 처방하거나 약품을 많이 처방한다고 하여 의사가 요양급여비용을 더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의사는 약을 처방만 할 뿐 약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므로, 약을 많이 처방한다고 하여 의사가 얻는 이익도 없다. 한편,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여 약을 처방한 경우, 의사가 청구한 진찰료 중의 일부가 삭감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건보공단은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여 약이 처방된 경우 그 약값을 처방한 의사로부터 환수해 왔다. 초기에는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 근거하여 약제비를 환수해 오다가, 2006년 원외처방 약제비를 처방한 의사로부터 환수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2006. 12. 8. 선고 2006두6642)이 선고된 이후에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약제비를 환수(전산상계 방식)해 오고 있다. 그에 따라 약제비를 환수당한 의료기관들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를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이라고 부르기도 함)을 제기하였다. - 이 소송에는 상당히 다양한 법률적 쟁점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하에서는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원외처방전 발급행위가 민법 제750조의 위법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해서만 살펴보기로 한다. 2. 하급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서울서부지방법원 2008. 8. 28. 선고 2007가합2036 및 2007가합8006호)은 "요양급여기준의 입법목적, 위 기준에 의한 심사절차의 형식, 의료기관이 가입자에게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범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처방전의 발급이 보험자에 대하여 위법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09. 8. 27. 선고 2008나89189)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정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 임의로 이에 어긋나는 원외처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응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09다78214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함)은 임의비급여에 관한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 처방은 어느 경우이든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될 수 없으므로 요양기관은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 처방을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하였다면, 그 처방이 비록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으로서 가입자 등에 대하여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보험자로 하여금 요양급여대상이 아닌 진료행위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도록 하는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서, ……보험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민법 제750조의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 4. 대상 판결의 문제점 가. 약제비 소송과 임의비급여 사례의 차이점을 간과 소위 말하는 '임의비급여' 사례는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절차(즉, 심평원에 의한 심사절차 또는 신의료기술결정신청절차 등)를 거치지 않고 진료비를 임의로 '환자'로부터 지급받은 경우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급여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요양기관이 (심사 삭감을 우려하여)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그 비용을 전부 환자로부터 지급받은 경우, 또는 건강보험 관계법령에서 인정한 (합법적) 비급여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한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구 건보법 제52조 제1항에서 정한 '속임수나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고, 만약 부당청구에 해당할 경우에는 요양기관이 받은 진료비는 환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의료기관이 환자와 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즉, 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그 비용을 환자가 부담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그러한 약정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해서 201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원칙적으로는 부당청구에 해당되나, 예외적 경우(즉, ① 절차적 시급성, ② 의학적 안정성, 유효성, 필요성, ③ 충분한 설명과 동의)에는 부당청구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약제비 사건은 의사가 건강보험 급여대상 환자에게 급여대상 약을 건강보험으로 처방하였는데, 심평원에 의한 심사 결과 해당 약에 대한 세부적인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났다고 판단 받은 경우이다. 즉, 본 건은 임의비급여 사례와는 달리 진료와 처방,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전부 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고, 의료기관이 약제비를 건보공단이나 환자로부터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건보법 제52조와는 무관하다. 본 건의 쟁점은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또는 의료인의 진료행위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나. 위법성 판단 기준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됨 민법 제750조의 '위법성'이란 가해행위가 법질서에 반하는 것을 말하며, 여기서 말하는 '법질서'는 실정법뿐만 아니라 사회공동생활관계를 규율하는 기타 규범도 포함된다. 오늘날 위법성은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침해행위의 태양과의 상관관계로부터 판단하여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민법주해 제18권, 박영사 2005년판. 제210면). 그리고 위법성은 관련행위 전체를 일체로만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1다734). 예를 들어, 집단행동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위법성을 갖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 1995. 6. 16. 선고 94다35718 판결은 "그 집단행동의 구체적인 내용, 방법, 정도뿐만 아니라 이에 이른 동기나 목적, 경위, 상황 등을 침해이익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집단행동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제3자의 채권침해가 위법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ㆍ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원외처방전 발급행위가 위법한지 여부는 요양급여기준 위반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약 처방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약을 처방하게 된 동기와 목적,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약을 처방하게 된 경위와 상황, 그와 관련한 공공의 이익, 관련 당사자들의 사이의 이익 균형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 법체계에 혼란을 초래 대상판결에서는 원심에서 의학적 정당성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 5건의 사례도 예외 없이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참고로, 2012년 임의비급여 판결에서는 비록 의료기관이 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환자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킨 경우라고 할지라도, 예외적 허용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속임수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때'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의사가 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였고 그 처방내용이 아무리 의학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경우에는 건보공단에 대한 관계에서는 예외 없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약을 처방한 것이 건강보험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보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위법·부당하지 아니한 행위가 민법에 따르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또한, 민법 제750조의 '위법성'은 전제 법질서에 반한다는 것인데, 동일한 약 처방 행위가 건보공단에 대해서는 위법하고, 환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도 '위법성'의 본질과도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5. 결론 요양급여기준 초과 사실만으로 그러한 원외처방전 발급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대상 판결은 임의비급여 사례와 본 건의 차이점을 간과함으로써 건보법상의 '부당이득 징수' 법리와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의 법리를 혼동한 잘못이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위법성의 판단기준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의학적 정당성이 인정되는 약 처방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위법성을 인정함으로써 법체계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014-01-09
임차인의 경매신청만으로 우선변제권 선택 의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
1.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P는 임대인과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으나, 임대차 만료 후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자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를 하여 승소하였다. 확정판결에 기하여 P가 강제경매신청을 하였으나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의 배당요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이 작성한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와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는 내용을 나타내는 전입신고 된 주민등록등본이 첨부되어 있었다. 경매법원은 배당기일에서 매각대금을 경매신청권자인 P와 P의 임대차계약보다 후순위로 주택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들인 D1, D2, D3, D4에게 채권액의 비율대로 안분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고 P는 D1, D2, D3, D4의 배당에 대하여 배당이의를 하였다. (2) 대법원 판결 (2013. 11. 14, 2013다27831 배당이의)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였다. 2. 본 사안의 쟁점 (1) 배당요구권자의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배당요구는 다른 채권자에 의하여 집행절차에 참가하여 동일한 부동산의 매각대금에서 만족을 얻기 위하여 하는 채권자의 신청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채권자는 집행권원에 근거하여 직접 경매를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채권자의 집행절차에 참가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집행절차를 진행하는 자이며 배당요구권자가 아니다. 따라서 별도로 배당요구를 할 필요도 없다. 결국 P는 배당요구권자가 아니라 배당권자라고 할 수 있다. (2) 절차선택권 행사 인정 여부 1) 배당절차 참여의 선택권 행사 여부 그런데 채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였다는 사실만을 놓고서 채권자가 일반채권자로서의 배당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의 배당 중 어느 것을 확정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앞의 배당요구권자에 속하는 지와는 다른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는 민사집행절차에 민사소송절차와 유사하게 변론주의(경우에 따라서는 처분권주의)의 원칙의 적용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2) 변론주의(예외원리 포함)의 적용을 긍정하는 견해 민사소송법의 변론주의가 민사집행절차에서도 통용된다고 입장이라면, 채권자가 경매신청만을 하였고 우선변제권을 행사한다는 명시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동산현황조사서에 우선변제권이 있음을 나타내는 내용이 포함(간접적 주장)이 되어 있다고 해석하여 채권자가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자가 경매신청자로서 별도의 배당요구서라는 서면을 제출하지 않고 배당요구종기까지 확정일자 있는 임대차계약서와 주민등록 등본 등 우선변제권이 있음을 소명하는 서류를 경매법원에 제출해도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P의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이 견해는 집행법 이론의 측면에서 집행절차에 변론주의나 그 예외원리가 적용되는지에 기준으로 수립된 이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3) 변론주의 원리의 적용을 부정하는 견해 민사집행절차는 형식주의와 신속주의가 강조되며, 절차의 준수에 대하여 민사소송절차보다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서는 경매법원이 재판예규 제1151호 '경매절차진행사실의 주책임차인에 대한 통지'(재민 98-6)를 통하여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고지(통지서 발송)하고, 채권자가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한다. 제1심과 제2심 법원의 입장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견해에서는 위 고지로 부동산을 경락받고자 하는 자는 매각물건명세서를 보고 우선변제권 있는 임차인이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 불측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특히 경매는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절차준수의 여부에 대하여 보다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집행법상의 원칙을 지키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이에 속한다. 다만 위 재판예규에 의한 고지는 집행법원이 당사자의 편의를 위하여 경매절차에서 배당절차(제도)를 안내해 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고 집행법원이 절차진행을 주택임차인에게 통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이 절차에 의존하여 채권자에게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법원은 배당요구여부를 알리기 위하여 집행관들이 현황조사를 하고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나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건물에 주민등록을 해 놓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배당요구 종기와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통지서를 우편으로 전달하는데, 임차인이 집을 비워 우편물을 받아보지 못한 경우도 많고 법률지식이 부족한 임차인이 통지서를 받고도 자신은 경매신청을 했기 때문에 별도의 배당요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우선변제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일반배당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배당요구의 고지 여부와 석명권의 범위 경매법원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여야만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고지를 하거나 고지가 전달되기 않은 상태(위 사안의 경우도 고지가 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고지는 집행법원의 의무사항도 아니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에 있는 경매신청 채권자가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인지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한 경우에 집행법원에 석명의무가 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이다. 2심법원은 원고의 강제집행신청은 일반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한 것으로 임차인으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아니므로 집행법원에 원고의 주장에 대한 석명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스스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만 판시하여 결국 석명권의 부분은 논외로 하고 있다. 생각건대, 채권자가 단순히 강제경매만을 신청하고 일반채권자로서의 배당을 요구하는지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임차인으로서의 배당을 요구하는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법원이 임의로 P가 그 둘 중의 하나의 절차를 선택한 것으로 채권자의 의사를 간주할 것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경매절차에 관한 절차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는지를 판단한 후,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절차선택을 명확히 하도록 한 다음, 그것을 판결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3. 결어 결론만을 놓고 보면 대법원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청구의 확정판결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하여 직접 강제경매를 신청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여 행사한 것으로 보고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판단은 충분히 수긍된다. 이러한 판단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도 맞다. 다만, 절차법적 측면에서 보면 P가 명시적으로 어느 절차에 의할 것인지를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P에게 유리하게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는 집행절차상의 판단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집행절차 역시 소송절차와 절차원리가 다르지 않아 민사소송법상의 처분권주의, 변론주의 또는 그 예외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가 먼저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민사집행의 기본원칙이 통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며 제도의 발전이나 절차법상의 원칙에 대한 보다 충분한 규명이 우선인 상황이 아닌가 한다. 다음으로 채권자가 이 사건과 같이 경매신청자가 아니라 배당요구권자인 주택임차인의 경우는 인수와 소제를 선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배당요구 종기 이내에 배당요구를 하면 매수인의 부담이 소멸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매수인이 그 부담을 인수하게 되며(민사집행법 제91조 제4항 단서),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는 경매절차의 안정성요청 때문에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민사집행법 제88조)는 규정의 적용은 무조건 배제하여 하는 지도 문제이다. 법원이 경매신청자라고 하여 배당요구권자에게 요구되는 절차규정의 적용은 배제하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정신은 존중하여 P가 우선변제권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까지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집행절차의 원칙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이 사건의 경우 집행절차선택의 기회보장, 절차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만연히 당사자의 절차선택의사를 간주하기보다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는 것이 절차법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체법의 정신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2013-12-23
국가기관도 항고소송의 당사자 될 수 있나
1.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판결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원고가 되어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동 위원회가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의 사안이다. 원고가 취소를 구하는 처분은 피고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권익위원회법') 제62조 제7항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한 이른바 '신분보장조치요구 처분'이다. 대상판결의 이해를 위하여 국민권익위원회법이 정한 절차에 대해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동법은 부패의 예방 및 부패행위의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제1조), 부패행위의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누구든지 동법에 따른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당해 조직에서 징계조치 등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고(제62조 제1항),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보장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2항),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 내용에 대한 조사 결과 그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소속기관의 장 등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동조 제7항), 그와 같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의 제재까지 규정하고 있다(제90조, 제91조). 위 사건의 경우 하남시 선관위 직원 A는 하남시 선관위가 K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절차의 처리과정에서 부패행위가 있었다는 취지로 피고 위원회에 신고하였다. 경기도 선관위는 동 사건과 관련하여 A가 TV 인터뷰 등에서 선관위의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A에 대한 징계요구 조치를 하였고, 피고 위원회는 A의 신분보장조치 요청에 따라 원고(경기도 선관위원장)에 대해 징계요구 조치의 철회를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와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위 조치의 처분성 여부 및 국민권익위원회법의 해석 등과 관련하여서도 많은 쟁점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인 경기도 선관위원장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2. 소송의 경과 위 청구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원고는 국가의 산하기관에 불과할 뿐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위 청구를 각하하였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한 조치라도 그것이 일반국민에 대한 행정처분 등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권리의무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조치의 위법성을 제거할 다른 법적 수단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국가기관의 지위에서 그 조치를 한 국가기관을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는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도 그와 같은 결론을 긍정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기존의 판결 가운데 국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법인격이 없는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대상 판결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① 우선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법원은 위 사건의 특수한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예외를 인정한 것이지, 국가기관의 항고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권익위원회법에 의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신고와 관련하여 신고자의 소속기관의 장에 대해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그 불이행시 과태료 및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도 가능함에도, 그와 같은 조치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현행법상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의무부담을 명하고, 그 불이행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불복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그와 같은 점이 위와 같은 판결을 불가피하게 한 주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런 점에서 법원이 향후 다른 사례에서도 위 판결과 같이 국가기관에게 항고소송의 당사자능력 및 원고적격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② 다만 법원이 위와 같은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판결이 1회성의 판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국가 내지 국가기관 상호간의 항고소송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실제로 기존 판결 가운데 국가기관이 아닌 국가에 대해서는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사례는 이미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09구합6391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또한 학설상으로는 행정소송법 제3조 제4호가 정한 기관소송 가운데 동일한 공법인 내의 기관간의 분쟁은 순수한 기관소송이나 법인격을 달리하는 기관간의 소송(가령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2항의 소송, 지자체의 장이 주무부장관의 시정명령에 불복하여 대법원 제기하는 소송)의 실질은 항고소송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나아가 학설 가운데에는 행정소송법이 기관소송에 대해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하여 이른바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취한 것을 비판하고(행정소송법 제45조), 이를 개괄주의로 변경하여 기관소송을 보다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입법론상의 비판이 많은데, 위 판결은 그와 같은 비판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학설 및 판례는 이미 사인이 아닌 국가의 경우 항고소송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고 있는 점, 현행법이 기관소송을 지나치게 좁게 인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기관에 대해 항고소송의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오늘날 사회현상 내지 사회구조는 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으며, 사회의 발전을 반영하는 법현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와 같은 복잡성의 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사법의 준별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국가는 단일한 공권력 주체라는 근대국가 형성초기의 신념은 깨져가고 있으며, 주권국가 내부의 권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배분되는 과정에서 국가권력 내부의 다양한 층위에서의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기관소송이나 권한쟁의심판도 그런 맥락에서 인정된 제도인데, 가령 독일의 경우에도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심판제도가 인정된 것은 1949년 독일기본법이 처음이며, 1919년 바이마르 헌법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분쟁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었을 뿐 국가기관 내부의 이해충돌은 오로지 정치적 힘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미 우리 대법원 판례 역시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권의 대사인효를 인정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본권은 더 이상 국가와 국민 사이의 관계만을 규율하는 규범이 아니고 기본권이 사법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것처럼, 공법적 분쟁 역시 국가와 사인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혹은 공공단체 내부에서도 다양한 법률적 분쟁의 가능성 및 그에 대한 사법적 개입의 필요성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거시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본건과 같은 판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④ 다만 대상판결과 같은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대상판결의 항소심 판결이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지만 여전히 다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 혹은 이를 판례의 축적을 통하여 발전시킬지 아니면 기관소송 개괄주의의 도입과 같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지는 향후의 과제로 남는다. 대상판결은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그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2013-10-24
부부간 부양의무는 부모의 성년자 부양의무에 우선 하는가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 1968년생인 S(소외인)는 2006 경, 교통사고로 수술 받은 후, 2009. 현재,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동안 Y(피고, S의 처)는 S의 부양(치료)을 중단하게 됨에 따라, X(원고, S의 모, 상고인)는 S를 치료하여 오는 동안 치료비 1억6000여만원을 지출하여 왔다. 이에 X는 수령 보험금을 제외한 나머지 약 8000만원의 지급청구의 소송을 Y를 상대로 제기하였다. 1심과 2심법원은 X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X가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2. 대판의 요지 : 파기환송; 민법 제826조 제1항에 규정된 부부간의 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서,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여 부부공동생활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1차적 부양의무이고, 반면 부모가 성년자녀에 대하여 직계혈족으로서 민법 제974조 제1호, 제975조에 따라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의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부양을 받을 자가 그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2차적 부양의무이다. 이러한 제1차적 부양의무와 제2차적 부양의무는 의무이행의 정도뿐만 아니라 의무이행의 순위도 의미하는 것이므로, 제2차적 부양의무자는 제1차적 부양의무자보다 후순위로 부양의무를 부담한다. <판례연구> I. 머리 말 1. 이 판결에서의 논의점은 첫째, 부부간의 부양의무는 성년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에 우선하는가. 둘째, 부부간의 부양의무는 과거의 부양료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2. 본 논고는 부부간의 부양의무는 제1차적 부양의무로서, 부모의 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보다 '부양의 순위면'에서 선순위이고, '부양의 정도면'에서 전자는 '혼인의 본질적인 의무'이고, 후자는 '보충적 부양수준'이란 점 등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II. 부양의무의 구분과 제1차적 부양·제2차적 부양 1. 부양의무의 구분 ; 부양의무는 ①부부간의 부양(민법 제826조 제1항, 제833조), ②부모의 미성숙자양육(민법 제833조, 제837조), ③호주의 가족부양(1990. 1. 13 삭제, 구민 제797조 참조)과, ④부모의 성년자녀부양(민법제974조 제1호), ⑤직계혈족과 그 배우자간의 부양(민법 제974조 제1호), ⑥생계를 같이하는 친족간의 부양(민법제974조 제3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적부양의 전통적 2원형론(생활유지적 부양과 생활부조적 부양)의 입장에서는 전술한 ① 내지 ③의 부양은 생활유지적 부양·제1차적 부양으로, ④ 내지 ⑥의 부양은 생활부조적 부양·제2차적 부양으로 유형화 하고 있으며, 대상판결의 입장은 사적부양의 전통적 2원형론에 입각한 판시라고 이해된다. 2. 부부간의 부양의무를 제1차적 부양의무로 이해하는 근거 1) 부양관계의 비교: "부부부양과 미성숙자 양육"(전자)과 "성년의 자 부양, 친족부양"(후자)을 비교하면, (1) 부양근거 면에서는 전자는 '당사자의 의사·포태 출산행위'이고, 후자는 '혈연·친족적 신분'이라고 할 수 있다. (2) 부양의무의 발생시기 면에서는 전자는 '혼인성립시·출산시 당연발생'(대판,1994. 5. 13, 91스21)이고, 후자는 '권리자의 부양청구시'이다. (3) 부양의 정도·성격 면에서는 전자는 '같은 정도의 생활보장'-생활유지적 부양(제1차적 부양의무)이고, 후자는 부양의 자력요건 구비시, '생활의 지원'-생활부조적 부양(제2차적 부양의무)이라고 할 수 있다. (4) 민법상의 부양규정에서는 전자는 민법 제826조 제1항, 제833조, 제837조에서, 후자는 민법 제974조, 제975조,제976조, 제977조에서 각 규정하고 있다. 특히 판례는 성년의 자에 대한 부양은 자의 양육(민법 제837조)에 해당하지 않고, 민법 제974조 제1호, 제975조 내지 제977조 규정에 각 해당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1994. 6. 2, 93스11). (5) 가사소송법규정에서는 전자는 마류사건 제1호와 제3호의 가사비송사건으로, 후자는 마류사건 제8호의 가사비송사건으로 따로 규정하고 있다. 2) 부부간의 부양과 미성숙자양육은 제1차적 부양이며, 부모의 성년자부양은 제2차적 부양으로 이해하는 것은, 상술한 ① 부양의 근거, ② 부양의무의 발생시기, ③ 부양의 정도·성격 면에서 서로 구별되고, ④ 민법상의 부양규정의 태도, ⑤ 가사소송법상 가사비송사건의 규정태도에서, 위 양자를 따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기초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거나, 부부간의 상호부양의무는 혼인의 본질적인 의무로서 "부양법체계상 특별규정"이다. 이에 반하여 성년자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부양법체계상 일반규정"의 적용대상인 것이다. 이와 같이 볼 때에, 부양의 본질 면에서나 특별법우선의 법리 면에서 전자는 선순위의 제1차적 부양이고, 후자는 후순위의 제2차적 부양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III. 대상판결에서의 논의점 검토 1. 배우자의 부양의무가 부모의 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에 우선여부; 원심은 배우자의 부양의무가 친족간의 부양의무보다 항상 우선한다고 볼 민법상의 근거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반하여 대상판결은 "부부간의 부양의무(제1차적 부양의무)와 부모의 성년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제2차적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이행의 '정도' 뿐만 아니라, 의무이행의 '순서'도 의미하는 것이므로, 제2차부양의무자(X)는 제1차부양의무자(Y)보다 후순위로 부양의무를 부담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이와 같은 판시는 '부부간의 상호부양의무'는 위의 II의 2의 논거에서 설명한 것 같이,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서, 요부양자의 생활을 지원하는 '보충적 부양의무'인 '부모의 성년자부양의무'에 우선한다는 전제에 입각한 판시이다. 이러한 판시는 전술한 II의 2에서 논술한 ① 내지 ⑤의 논거에 비추어 보아,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부부간의 동거·부양·협조의무"는 "광범위한 협조의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이는 독립된 별개의 의무가 아닌 점에서(대판,1991. 12. 10, 91므245)도, 부부간의 부양의무는 친족간의 부양의무에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판시부분은 타당하다고 이해된다. 2. 과거의 부양료 청구의 허용 여부; 1) 원심은 X의 구상금청구를 배척하였다. 판례는 과거의 부양료지급의무를 부정하여 왔다(대판 1991.10. 8, 90므781; 동,1991.11.26, 91므375; 동, 2008.6.12, 2005스50). 학설은 대체로 부부간의 과거의 부양료청구를 긍정하고 있다(김주수, 친상법, pp.139~142; 한봉희, 가족법, pp.126~127). 2) 대상판결은 부부간의 과거의 부양료청구는 가사비송사건이 아니고 민사소송사건에 해당하며, 그 액수는 원칙적으로 이행지체에 빠진 것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행청구 이전의 과거의 부양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3) S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Y는 S를 실제 부양하기도 하였고 S가 계속 요부양상태에 있음을 알고 있으며, X가 S의 부양을 계속한 사실도 알았던 점 등에 비추어, Y는 S의 과거의 부양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이 판시부분은 X의 구상권행사를 인정한 것으로서, 과거의 부양료를 제한적으로 인정한 취지로 일단 이해는 된다 하겠다. 그렇지만 '부부간의 과거의 부양료청구'는 폭넓게 전면적으로 인정하여야 하지 않을까. IV. 맺는 말 부부간의 부양의무는 혼인의 본질적 효과를 선언한 것으로서, 부양법체계상 '특별한 부양'으로 규정하고 있으며(민법, 제826조 제1항, 제833조), 따라서 '일반적 부양'에 해당하는 '부모의 성년자부양의무'에 우선적으로 이행되어야 함으로 이 판시는 타당하다.
2013-03-18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 토지양도가 미등기자산에 중과세 대상인가
1. 대상판결의 개요(법률신문 10월 8일자 보도) 가. 사실관계 원고는 2001. 6. 25. D공사로부터 부천시 소재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금 35억여원에 분양받은 다음, 같은 날 제3자인 매수인들에게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다른 재산을 대금 50억 원에 매도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매매'라 한다), 피고는 2007. 6. 4.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 미등기전매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대금 50억원을 이 사건 토지와 다른 재산의 기준시가 등으로 안분하여 위 매매대금 중 47억 8000여만원을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액으로 보고, 이를 기초로 양도차액을 산정한 다음, 그 양도차액에 미등기양도자산에 관한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금액을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나.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D공사에게 분양계약에 따른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이 사건 토지와 관련하여 원고가 양도한 자산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 아니라 이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 내지 분양계약상의 지위에서 가지는 권리에 지나지 않아 원고가 양도한 자산이 이 사건 토지 자체라고 할 수 없고, 원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것은 등기의 대상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구 소득세법(2001. 12. 31. 법률 제6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 제3항이 규정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 대상인 '미등기양도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상판결의 평석 가. 본 사안의 쟁점 소득세법(논의의 편의상 현행법의 규정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제104조 제1항, 제3항은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서 규정하는 자산을 취득한 자가 그 자산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양도하는 경우, 즉 미등기양도자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기 위해서는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토지'이나, 제2호 소정의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 중 어느 하나에 취득한 후, 그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양도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이는 양도대상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할 수 있음에도 등기하지 않고 이전하는 양도행위에 대하여 중과세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당초 등기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그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가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 결국 본 사안과 같이 D공사와 사이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분양계약(이하 '1차 매매계약')을 체결한 원고가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 그 토지에 대하여 다시 제3자와 소유권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하 '전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를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로 보아 원고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한 지 여부는 원고의 양도행위가 위 요건을 충족하는 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나. 양도대상 자산으로서, '토지'와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의 구분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에서 '토지'의 양도라고 함은 그 등기를 마친 소유권 뿐만 아니라 매수 후 그 대금의 거의 전부를 지급한 사실상의 소유권의 양도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도243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양도대상 자산으로서의 '토지'는 반드시 등기와 같은 소유권 취득의 형식적 요건을 갖출 필요는 없고, 취득세 과세객체로서의 '취득'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대금의 완납과 같은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어 사실상 취득을 한 경우에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본 사안과 같이 토지의 매수인이 계약금만을 지급하거나, 계약금과 중도금의 일부를 지급한 정도로는 그 토지에 대한 사실상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없고. 그 시점에 매수인이 가지는 권리는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을 취득할 권리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다시 제3자와 1차 매매계약상 목적물을 양도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 사건 '토지' 자체를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와 결론을 같이 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 다. 양도대상 자산이 등기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지 여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는 대상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그 권리 자체가 등기의 대상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그 권리의 취득에 관한 등기가 가능함을 전제로, 등기하지 아니한 채 그 권리를 양도하는 경우에 해당할 여지는 없다. 그러나 토지에 대한 계약금만을 지급하여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라도 매매 당사자 간에 대금 완납 전이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주기로 특약을 하는 등 제3자인 매수인들과 사이에 전매계약을 할 당시 최초 매도인으로부터 토지의 소유권등기를 이전받을 수 있는 상태에 있다면, 그 경우에는 미등기양도자산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바, 대상판결도 동일한 견해를 취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어 미등기양도자산을 양도한 경우라도 양도대상 자산이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토지인지, 아니면 같은 항 제2호 소정의 권리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 점에 관하여 명백히 판단하고 있지는 않으나,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것은 등기의 대상이 아니므로 이 경우 미등기양도자산에 해당되는 대상은 소득세법 제94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토지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본 사안의 경우에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분양계약의 당사자들 사이에 대금 완납 전이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주기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므로 소득세법 제104조 제3항 소정의 그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양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라.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미등기양도자산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 소득세법 제104조 제1항, 제3항에서 미등기양도자산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중과한다고 한 취지는 자산을 취득한 자가 양도 당시 그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이를 양도함으로써, 양도소득세 등의 각종 조세를 포탈하거나 양도차익만을 노려 잔대금 등의 지급 없이 전매하는 따위의 부동산투기 등을 억제, 방지하려는 데 있다 할 것인바, 미등기양도자산을 양도한 경우에 해당되는 지 여부를 판단하는 고려요소로 이러한 입법취지를 반영할 수 있는 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상판결 역시 "애당초 그 자산의 취득에 있어서 양도자에게 자산의 미등기양도를 통한 조세회피목적이나 전매이득취득 등 투기목적이 없다고 인정되고, 양도 당시 그 자산의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한 책임을 양도자에게 추궁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 부득이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소득세법 제104조 제3항 단서, 같은 법 시행령 제168조 제1항 각 호의 경우에 준하여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미등기양도자산에서 제외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두9494판결도 같은 취지임)"라고 판시함으로써, 입법취지를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에 해당되는 지 여부의 판단 기준의 하나로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판시내용을 근거로, 이를 반대해석하여 토지에 대한 계약금만을 지급하여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단순히 그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만을 보유한 상태에서 제3자와 전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중과세 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조세회피목적이나 전매이득취득 등 투기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과세 대상이 되는 미등기양도자산에서 포함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또한, 조세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실질적인 소유권이나 처분권을 취득하여 부동산의 양도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사정이 있거나, 매매 당사자 간에 대금 완납 전이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주기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단지 조세회피목적이나 전매이득취득 등 투기목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하는 경우를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에 포함된다고 확장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인다. 3. 결론 본 사안의 경우처럼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를 지급한 상태에서 1차 매매계약 목적물을 제3자에게 전매하는 경우 미등기양도자산의 양도에 해당되지 않아 소득세를 중과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결(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도2439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판결에 의하면, 미등기양도자산에 대한 소득세 중과세 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고, 관련 규정을 사문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반론이 있어 왔으나, 대상판결은 기존 판례의 견해가 타당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부동산 거래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을 일반화하면, 부동산의 미등기전매를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어 위 규정을 둔 입법취지를 몰각시킬 소지가 있으므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미등기양도자산의 범위를 확대해석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수긍이 가나, 다른 한편으로 조세법규의 엄격해석을 통해 거래안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201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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