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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 음란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서울고등법원 2016. 11. 29. 선고 2015라1490 판결 채권자들은 일본의 영상물 제작업체들 및 위 제작업체들과 위 영상물 제작업체들이 제작한 영상물에 대한 배타적 발행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국내 영상물 유통회사들이고, 위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채무자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법원은 채권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본 사안의 쟁점은 소위 ‘야동’이라고 불리는 음란물인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라 함은 저작권법 제7조에 열거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하지 아니하면서도 인간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것으로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설령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할 것”(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 등 참조)이라는 종전 대법원의 입장을 견지(堅持)하면서, 영상물이 성행위 장면 등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아무런 창작적인 표현 없이 남녀의 실제 성행위 장면을 단순히 녹화하거나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라면 그 창작성을 부인할 수 없고,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하는 경우 형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배포, 판매, 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는 등으로 해당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자가 그 배포권,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으나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상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저작권 등의 침해정지청구권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하였다. 따라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그 내용의 대부분이 남녀의 성행위나 성기 노출 등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채권자들의 영상물이 음란물이라고 하더라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기획과정’에서 촬영 장소와 배우의 선정, ‘촬영과정’에서 영상에 고정될 수 있는 실연과 배경의 선택, 촬영 조명 미술 작업, ‘편집과정’에서 하나의 영상물로 완성하기 위하여 촬영된 필름의 삭제, 연결 작업 등을 거쳐 제작과정에 참여한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는 사실이 소명되므로, 채권자들의 영상물은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0. 10. 23.선고 90다카8845판결에서 대법원이 사진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면 되고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설사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시한 이후 하급심에서 음란물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는 하급심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1. 23. 선고 2011노2664 판결(확정) 등}이 있었고 학계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에 대해서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이후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이 소위 ‘야동’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후 일본의 야동 제작사가 한국의 파일 공유사이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5. 8. 29.선고 사건, 서울지방법원 2015. 10. 18. 선고 사건 등). 헌법재판소는 1998. 4. 30. 선고 95헌가16 결정에서 음란이란 인간의 존엄성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직 성적인 흥미에만 호소할 뿐인 매체로 어떠한 문학, 예술, 과학적이거나 정치적인 가치도 지니지 않는 것으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2009. 5. 28. 선고 2006헌바109 결정에서는 음란표현이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결정을 변경하였다. 헌법재판소 역시 “음란” 표현이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 내에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과 비슷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일본 저작권법 역시 특별히 저작물에 관한 정의 규정에서 도덕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일본 판결은 “사진저작물이 설사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권을 보호받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일본 동경지재(日本 東京地裁) 1986. 6. 20. 1983}. 또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포르노소설도 작가의 감흥과 경험, 그리고 상상을 표현한 자유로운 창작 작업일 경우, 포르노소설도 예술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무첸바하 사건 BVerfGE 83, 130 (1990. 11. 27.)} 1979년 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사건에서, 미국 제5순회법원은, 음란물을 제작한 원고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구제를 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당해 영화에 음란한 내용이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제한에 대한 규정을 고려할 때 저작권법에 음란물을 제외하는 규정이 없는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단순한 생략이 아니라는 이유로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것이다{Mitchell Brothers Film Group v. Cinema Adult Theater, 604 F.2d 852(5th Cir. 1979), cert. denied, 445 U.S. 917 (1980)}. 이후 2004년 Nova Products, Inc. v. Kisma Video, Inc사건에서도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하였다{2004 U.S. Dist. LEXIS 24171 (S.D.N.Y. Dec. 1, 2004).}. 음란물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음란물에 대한 규제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보다는 다른 형사처벌규정 등에 따라 음란물 제작 및 유통을 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고, 대상판결도 이와 같은 선상에서, “영상물이 음란물에 해당돼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배포·판매·전시 등의 행위가 처벌되고 배포권과 판매권, 전시권 등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 저작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구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음란물에 대한 지금까지의 법적 갈등의 핵심은 음란물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그러나,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물의 요건으로 윤리성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저작물성의 판단에 ‘음란성’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음란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함으로 인하여 음란물이 더욱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이는 대상 판결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유통 과정에서의 규제나 불법 유통으로 인한 수익을 환수하는 등 특별히 고안된 법률에 의해 제재 하여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작물은 내용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저작권
저작물
음란물
2016-12-23
민사일반
소비자·제조물
판례해설 - 두 정부기관의 상반된 자동차 연비 조사결과를 두고 벌어진 소송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35582 등 판결 이 판결은 (주)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싼타페 DM R2.0 2WD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이 위 차량의 과장된 연비표시로 손해를 입었다며 2014년 7월 (주)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원고들은 모두 패소하였다. 먼저 사실관계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현대자동차는 이 사건 차량을 출시하면서 2012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복합연비(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에 각각 55%, 45%의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 연비)를 14.4㎞/ℓ로 신고하였고 그 수치를 기재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을 부착하였다. 국토교통부는 2013년 자동차관리법에 근거하여 이 사건 차량연비의 자기인증적합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치는 8.3% 차이가 나는 13.2㎞/ℓ로 측정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2013년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근거하여 이 사건 차량연비의 사후관리조사를 실시하였으나 복합연비는 0.5% 차이가 나는 14.3㎞/ℓ로 측정되었다. 복합연비의 경우 자동차관리법령에 따르면 그 허용오차범위는 ±5%인데, 국토교통부가 측정한 값은 허용오차범위를 초과한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측정치는 오차범위 이내로 밝혀져 두 정부기관간에 모순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이 사건 차량을 구매한 원고들은 국토교통부 발표 결과를 토대로 하여 피고 (주)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하자담보책임, 완전물급부의무 위반,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허용오차범위를 초과하여 유류비가 지출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주장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는 국토교통부의 위 측정치 보도자료가 유일하다시피했다.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여부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위 보도자료의 기재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차량의 실제 복합연비와 피고가 표시한 복합연비 사이의 오차가 허용오차범위인 5%를 초과하고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①자동차의 복합연비는 관련 규정의 범위 내에서도 세부적인 조건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측정될 수 있는 것이고 피고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방법과 조건을 준수하여 이 사건 차량의 복합연비를 측정한 후 인증 또는 표시하였다면, 피고가 의도적으로 피고에게 유리한 조건들만을 조합하여 통상적인 연비 측정 과정에서는 나타나기 어려운 이례적인 결과를 도출한 후 이 사건 차량의 복합연비로 인증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피고가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이 사건 차량의 복합연비를 인증하거나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②이 법원은 원고들의 신청에 따라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2013년과 2014년 연비 조사와 관련된 연료소비율 측정서류 등 제반자료의 송부를 촉탁하였으나, 교통안전공단은 비공개 내부자료라는 이유로 송부가 불가능하다고 회신함으로서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의 타당성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검증이 이루어진 사실이 없다. ③원고들은 피고가 연비 측정과정에서 허위의 주행저항값을 사용하였고,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측정한 이 사건 차량의 주행저항값은 피고가 측정한 주행저항값보다 30%나 높으며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측정한 주행저항값을 기준으로 이 사건 차량의 복합연비를 산출하면 12㎞/ℓ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향후 주행저항 관련 제도 도입 준비를 위한 자체 연구 목적으로 이 사건 차량의 주행저항값 시험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이 사건 차량에 대한 객관적인 주행저항측정값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주행저항값은 차량의 길들이기, 바람, 온도, 타이어의 공기압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하여 달리 산정될 수 있고, 주행저항값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비의 차이 또한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④원고들은 미국 환경보호청의 연비 검증 결과 피고가 주행저항값을 조작하여 피고가 판매하는 차량들에 부적합한 연비를 표시하였다는 사실이 적발되었으므로, 이 사건 차량의 연비 또한 부적합한 연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복합연비의 적법 여부는 국내법령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고 미국에서도 피고의 연비 표시의 부적합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뿐,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 그 위법성이 확정되지는 않았던 점, 무엇보다도 미국 환경보호청이 연비 표시 문제를 지적한 피고 판매 차량 가운데에는 이 사건 차량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미국 환경보호청의 연비 검증 결과는 이 사건 표시 연비가 위법하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차량의 실제 복합연비와 피고가 표시한 복합연비 사이의 오차가 허용오차범위인 5%를 초과하느냐의 여부로 모아지고, 피고가 이 사건 차량의 연비를 자체적으로 측정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절차, 방법 등을 위반하였다고 볼 자료는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원고들은 복합연비 검증의 핵심인 주행저항값이 틀려 연비오차가 생겼다는 점을 공격하였다. 주행저항값이란 자동차가 주행할 때 받는 공기 저항과 도로 마찰을 수치화 한 것이다. 자동차 연비 측정은 차를 롤러 위에 올려놓고 진행하고 실제 도로사정과 실험상황을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롤러에 일정한 저항값을 입력하게 되는데 이것을 주행저항값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사건 차량에 대하여 법원 감정을 거쳤다면 정확한 주행저항값이 산출되어 원고들과 피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 어느쪽의 주장과 발표가 옳은지 드러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심리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해당 차종이 이미 단종되어버려 신차를 이용한 감정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중고차량의 경우 신차와 동일한 수준의 연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 또한 없어 법원은 기존에 제출된 증거들에 기초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관련 정부기관이 서로 다른 연비 측정 결과를 발표하여 어느 한 기관의 발표를 신뢰하여 법적 책임을 물은 소비자들이 패소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그 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된 점에 대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
현대자동차
연비
2016-11-01
금융·보험
행정사건
판례해설 - 서울고등법원 “복수개설금지 규정 위반 의료기관도 요양급여비용 받을 여지 있어”
- 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4누69442 판결 - 이 사건은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에 위반되어 설립된 네트워크병원 모지점(이 사건 병원)의 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자신이 개설자로 되어 있던 기간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사건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원심인 서울행정법원(2014구합11526)은 이 사건 병원은 의료법상 중복개설금지 규정에 위반하여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며, 한편 국민건강보험법(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가능한 '요양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병원은 위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서 위 요양기관에 해당할 수 없으므로, 결국 위 병원에서 시행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위 환수처분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과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원심과 달리 서울고등법원(2014누69442)은 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가능한 '요양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유효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에 의료기관이 받은 개설허가에 일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연 무효가 아닌 한(처분의 공정력) 해당 의료기관은 건보법상의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아, 요양기관의 개설과 관련하여 반사회성이 크지 않은 위법이 있었으나 유효한 진료행위가 실제 있었던 경우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까지 건보법상 환수사유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해당 요양기관에서 시행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동 법원은 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부당이득반환의 특칙에 해당하는바 법률상 원인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요구되며, 국민건강보험제도하의 요양급여 제공은 진료계약이라는 사법관계와 요양기관이 보험자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하는 공법관계가 양립하고 있는바, 만일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징수당하더라도 피보험자인 환자와의 진료계약은 유효하므로 진료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보험자가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관계의 3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분쟁을 양산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 사무장 병원 등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요양급여를 행한 경우 또는 의료법을 위반한 건강보험요양급여를 행위가 있는 경우에 공단부담금(및 환자본인부담금)이 환수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공단이 환자에게 환자본인부담금을 돌려주는 방법은 어떠한지, 의료기관이 환자본인부담금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는지 등이 문제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현재까지 대체로 이 사건 원심과 같은 취지에서 의료법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요양급여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된다는 전제에서 처분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의료법위반의 행위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위반행위가 반사회적이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보호가치가 없는 행위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보험체계를 교란시키는 정도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와 같이 판시함으로써 위와 같은 일률적인 환수처분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생각건대 국민건강보험법이 채택하고 있는 당연요양기관지정제의 취지,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법의 목정, 제재방식의 차이, 반사회성이 크지 않은 의료법 위법이 있었으나 유효한 진료행위가 실제 있었던 경우에 까지 공단이 환자본인부담금 부분을 환수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관계의 3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복잡하고 분쟁을 양산하게 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의료법 위반의 요양급여 행위 중 환수처분의 대상을 구분하여 판단하는 태도가 법적안정성의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다만 그 위반행위의 반사회성의 정도 판단을 위한 기준은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2016. 10. 20. 상고를 제기한바,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기다려 보아야 하겠다.
요양급여
건강보험급여
네트워크병원
2016-10-24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판례해설 - 부인이 남편 강간죄로 기소된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형사부 판결 2015고합968 감금치상, 강간, 강요 - 1.사건 개요 남편이 부인에게 이혼을 요구하였으나 부인 쪽에서 이를 거부하며 친구(여성)와 합세하여 청테이프와 케이블 끈으로 남편의 목, 양 팔과 가슴 및 다리 부위를 결박하여 오피스텔에 장시간 감금하고, 결박 상태에서 손으로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고 하의를 벗긴 후 입으로 성기를 빨고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가 1회 간음하여 강간하였다는 것임. 2. 재판 결과 부인과 공범인 친구에 대하여 감금 치상, 강요죄에 대하여 유죄 인정. 강간의 점은 무죄. 3. 무죄 이유 요지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여부는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611 판결 등 참조)라는 판례를 기초로 하여 판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가 내심으로는 원하지 아니하였던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점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 4. 법원이 무죄 근거로 든 사실 피해자는 낯부터 밤중까지 장시간 결박 상태에 있었으나 밤중이 되자 피고인은 피해자를 부축하여 침대에 눕혀주고 자신도 그 옆에 누워 있다가, 결박 상태인 피해자의 성기를 입으로 빨고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가 자신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였고, 성관계가 끝난 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또다시 파경의 원인 등에 관하여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음.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로 폭행하거나 협박한 바는 없음 성관계에 이르기까지의 경위가 이러하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성관계에 대하여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충분함. 5. 판결이 남긴 문제점 이건은 여성이 남성을 강간한 사례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다. 형법은 원래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 즉 "여자"로 하였으나, 2012년 개정을 통해 "사람"을 강간한 자로 규정하였다. 전에는, 남자와의 공동정범이나 간접 정범의 형태로 여자가 강간죄의 주체가 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직접적 행위 주체가 되었다. 과거에는 생리적 육체적 차이를 고려하여 남자가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강한 여자가 약한 남자를 강간할 수 있다는 것을 상정할 수 있게 되었고 이번 사건은 그 첫 사례이다. 먼저 폭행 협박의 정도 문제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판례와 통설은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이면 족하다고 한다. 선행(先行)의 폭행 협박 결과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에도 강간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면 족하고 폭행 협박의 정도는 묻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본 건 판결문상 피고인과 남편의 신체적 조건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남자가 장시간 목, 양팔, 가슴 및 다리를 테이프로 결박당하여 사건 당시 자력으로 헤어 날 수 없는 상태였으며, 따라서 의사 결정의 자유가 제약되었고 생명이나 신체의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은 인정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기분을 맞추어 주는 우호적인 발언을 하였다하여 이를 근거로 동조하였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반하며 지나치게 현학적이다. 더구나 남자가 명백히 "하지 말라"며 거절의 의사표시를 했다고 주장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판시 내용대로 피해자의 승낙이 추정된다면 위법성 조각보다는 구성요건해당성 자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승낙은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기초하여야 한다. 일시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동조는 승낙으로 볼 수 없다. 본 건처럼 장시간 감금과 신체적 결박 상태가 계속되고 녹음을 강요당한 상태에서 행해진 동조 행위를 승낙으로 판단한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가지 남는 문제는 남녀의 생리적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느냐 하는 점이다. 강간의 기수 시기는 성기를 삽입한 시기이다(통설). 형법 개정으로 이제 여자가 남자를 강간한 경우에는 성기가 삽입 당했을 때가 될 것이다. 사정까지 요하지는 않는다. 성기의 일부가 삽입되면 충분하다는 설과 성기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설이 있으나, 어느 설에 의하건 성기가 전부 삽입될 필요는 없다. 남자의 성기가 발기되지 않았다면 삽입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하였을 터인데 이건에서는 삽입이 이루어져 행위가 기수에 이른 것으로 보아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기가 다소 곤란한 점이 있다. 마음이 없이 두려운 상태에서도 오럴이나 애무로 발기가 가능한가하는 문제는 남는다. 6. 결 론 이건은 일련의 행위에 대하여 감금 치상, 강요죄를 인정하면서 강간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설시 이유가 일관되지 않고 옹색하다. 원래 강간죄는 남성의 범죄였고 객체는 부녀자에 한했다. 과거에는 처에 대하여도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부부간에는 성교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적 자기 결정권 주장이 등장하고 강한 여자가 약한 남자를 강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는 등 성범죄에 대하여 사고의 지평이 광범위하고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세태는 자유로운 성 개방 풍조와 더불어 한 편으로는 개인의 성적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행중이다. 즉 종래의 좁은 의미의 폭행 협박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의사에 반하면 범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는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최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소개된 케나다 온타리오 법원 마빈 주커 판사의 명쾌한 판결문 일부를 덧붙인다. "성폭행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방이 동의했는가?'. 이것 하나뿐이다. 어떤 상황, 환경에 놓였건 '안 된다'고 하면 정말 '안 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건, 밤에 혼자 나다녔건, 어떤 옷을 입었건 그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동의'에 관해 두 사람의 주장이 매우 다르면...그게 바로 강간이다"(발췌)
강간
부부
2016-09-21
행정사건
헌법사건
판례해설 - ‘틱’장애를 배제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의 위헌성
서울고등법원 2016. 8. 19. 선고 2015누70883 판결[반려처분취소청구] '틱 장애'는 투렛증후군(Tourette's Disorder)으로서,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운동 틱(motor tic)과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음성 틱(vocal tic) 증상을 모두 1년 이상 보유한 것을 말한다(동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는 초등학교 때부터 십여년간 틱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아 왔는데, 장애인등록신청을 하였으나 '장애인의 종류 및 기준'을 정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이 틱 장애를 제외하고 있어 반려되자 그 취소를 구하였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하면서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제1심판결이 '한정된 재원을 가진 국가'가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만 장애인복지법 적용대상으로 삼은 것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평등원칙'을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위 고등법원 판결은 [별표1]을 헌법상 평등원칙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원고가 [별표1]에 규정된 일부 장애보다 더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제약적인 장애를 지니는데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인정하고, 반려처분을 취소하였다. 동 판결은 헌법상 '신체장애자의 보호'(제34조 제5항)를 실질화 한 것이며, 사회적 약자의 보호에 법원이 앞장 선 좋은 판결이라고 본다. 이런 판결은 정형화된 문구가 아니라 헌법의 가치를 구현하는 이유를 전개하므로, 사건부담이 과중한 상태에서 쓰기 쉽지 않을 것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하므로(헌법 제103조), 동 판결과 같이, 헌법도 법원의 재판규범으로서 실효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 '불합리한 차별'의 원인은 법률이나 처분이 아니라 대통령령 때문이다. 헌법은 법원이 대통령령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으며, 이 사안에서 모법의 위임은 합헌이라 보이지만, 시행령은 그 위임범위 내라 하더라도 여전히 '헌법상 평등원칙'을 따로 준수하여야 했다. 이 사건 처분은 시행령에 따른 것이므로 그 위법성을 따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전형적인 '명령·규칙의 위헌성 심사' 사안이다. 따라서 [별표1]이 '틱 장애'를 배제한 입법 그 자체가 '평등원칙' 위반으로서 '위헌'이라고 선언되어야 마땅한데 동 판결은 다소 애매하다. 그러한 위헌선언이 있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과 달리, [별표1]의 효력 자체를 폐지시키는 효력은 없고 당해 사건에서 적용배제이므로, 법적 혼란이 크거나 공백이 초래되지 않으며(이 점에서 대법원 2011두6264 판결은 규범통제를 지나치게 자제), 추후 개선입법의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규범통제기능은 오늘날 '규범의 홍수'에서 법원이 지니는 중요한 기능이라고 본다.
틱장애
장애인
2016-08-29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례해설 -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인 인과관계의 의미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4다227843 판결 - 1. 기초사실 재판의 전제가 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킨 오원춘의 범행에서 비롯되었다. 오원춘은 2012. 4. 1. 22:32경 귀가하던 피해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강제로 끌고 가 성폭행 하려다 실패하자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 피해여성이 살해되기 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오원춘이 2012. 4. 1. 22:50경 피해자의 양손을 묶은 후 화장실에 간 사이, 피해자는 결박을 풀고 방문을 닫아 잠근 후 22:50:12경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112 신고센터 접수원은 피해자와 약 58초가량 통화했고, 오원춘이 창문을 통해 다시 방으로 들어 와 피해자를 폭행하는 소리까지 7분 33초 동안 연결된 전화로 전달되었다. 관할경찰서 강력팀장은 23:45경 신고내용 녹취파일 청취를 시도했으나 재생 프로그램 오류로 듣지 못했고, 다음 날 01:11경에야 녹취된 내용을 들었다. 01:53경 강력팀장은 형사계장에게 사태가 심각하니 현장에 나와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2012. 4. 2 06:00경 녹취파일을 청취한 형사계장은 형사과장에게 당시 상황이 위중해 보이니 강력팀 전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알렸다. 강력팀 소속 경찰관들은 다음날 09:40경부터 교차수색을 하다가 10:00경 인근 가게를 방문해 피해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인근 집을 수색하다 11:40경 오원춘의 집에서 피해자 시신을 발견하고 11:50경 그 자리에서 오원춘을 체포했다. 원고들은 피해여성의 부모와 언니, 남동생이다. 만일 경찰관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하였다면 범행현장을 일찍 발견하고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과실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을 위반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국가는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피해자 사망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소를 제기했다. 2. 판결요지 원심은 경찰관들이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위법행위가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네 가지 위법행위를 적시했다. ① 피해장소가 어느 '집 안'이고 다급한 상황임을 112 신고센터 접수원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범죄신고접수 처리표를 작성하면서 범행장소가 '집 안'이라는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행위, ② 경험이 없고 전문교육도 받지 않은 접수원을 112 신고센터 접수요원으로 배치하고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행위, ③ 112 신고센터의 녹취파일 청취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지 못한 데다,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해 문제될 때까지 보름 넘게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한 행위, ④ 피해자가 매우 위급한 상황에 있다는 사실을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112 신고센터에서 좀 더 분명히 알렸어야 하는데도 부실하게 지령을 전달한 행위 등은 경찰관들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경찰관들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근거로, 다시 말해 공무원들의 위법행위와 피해자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경찰관들의 위 4가지 위법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2012. 4. 1. 22:50:12경 '○○초등학교를 조금 지나 ○○놀이터 가는 길에 있는 어느 집의 집 안'이라고 범행장소를 분명하게 신고했고, 전화를 통해 피해자가 애원하는 소리와 비명소리, 테이프 뜯는 소리, 범인이 화를 내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112 신고센터에서 신고내용과 당시 절박했던 상황을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에게 전달하고 신고내용대로 수색하라고 지시했다면 수색범위를 한정해 탐문하고 가옥 위주로 수색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납치 현장 인근에서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들은 사람은 2012. 4. 2. 00:30경까지 가게 문을 열고 있었으며, 경찰관들이 본격적으로 탐문을 시작한 2012. 4. 2. 09:40경부터 20분이 지나지 않아 피해자 비명을 들은 가게 점원의 진술을 확보한 점에 비춰보면, 만일 2012. 4. 1. 23:00경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112 신고내용과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범행현장 부근에서 그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있는 가게에 들러 수사의 단서를 얻고 2012. 4. 2. 00:00경 이전에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했다. 한편, 범인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 사망시간을 추정해 보면, 2012. 4. 2. 00:20에서 00:30경이며, 오원춘이 2012. 4. 2. 02:00~03:00경에 깨어나 다시 강간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후 살해하였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사실에 부합한다고 보면 피해자의 사망시각은 아무리 빨라도 2012. 4. 2. 03:10경 이후로 늦춰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정에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경찰관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이 사건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자와 유가족이 입은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찰관들의 직무상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3. 판결의 의미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었는지 문제된 사건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러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 중, 이 사건에서 다툼이 된 주요 쟁점은 법령위반 여부와 인과관계 존부였다. 국가배상법은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학설은 '위법 일반'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며 판례 역시 일반적인 위법행위를 뜻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73. 1. 30. 선고 72다2062 판결 등). 따라서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요건은,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는데도 위반한 경우로 한정되지 않는다.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해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까지 아우른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나아가 경찰의 직무행위와 관련해서는, 범죄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보호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의무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고려된다.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여러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으나,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춰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어떤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부작위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다20427 판결 등). 위와 같은 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해 볼 때, 원심과 대법원은 공히 직무행위의 위법성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았다. 전문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험도 부족한 112 접수원이 신고내용과 범죄상황의 위중함을 현장의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데다 녹취파일 재생오류 때문에 수사관이 직접 들어보는 데에 2시간 반 가까이 소요된 직무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되었다. 수사에 대한 중요정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한 것은, 직무행위를 할 때에 마땅히 따라야 할 준칙에 반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한 잘못이라고 판단된 셈이다. 문제는 인과관계 인정여부였다. 판례는,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직무상 의무의 '사익보호성'을 요구한다. 즉, 위반이 문제되는 직무상 작위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 규율을 위한 것이 아니라야 한다.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라도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어야 위법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 43466 판결 등). 이처럼 직무상 의무의 사익보호성을 강조하는 태도는 손해를 입은 자가 직무행위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인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판례는, 공무원이 법령에서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제3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려면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설명하면서, 상당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공무원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목적이 공공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설령 공무원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와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다210194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과관계를 부인한 근거로 사익보호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를 명시적으로 든 것은 아니다. 다만 원심으로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비롯해 수사를 할 때 지켜야 할 준칙이나 객관적 정당성은, 어떤 특정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데에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살해라는 범죄피해가 발생하는 데에 직무상 위법행위가 어떤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112 신고 내용과 그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2012. 4. 2. 00:00경 이전, 즉 피해자가 생존해 있을 때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색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되는 '집 안'이라는 핵심 정보가 전달과정에서 누락됐고 녹취파일을 재생하는 장치가 고장 나 신고상황의 심각성이 현장과 곧바로 공유되지 못한 위법행위는, 피해자를 생존단계에서 구조하지 못한 상당인과관계 있는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고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잘못과 피해 정도의 중대함을 함께 고려해 그 연결고리를 발견하고자 했다. 대법원은, 국가배상책임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할 때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행동규범의 목적, 수행하는 직무의 목적 내지 기능으로부터 예견가능한 행위 후의 사정 및 가해행위의 태양이나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다36285 판결 등). 이와 같은 기준은 이 사건에도 구체화되어 적용되었다. 이 사건 피해자는 잔혹한 범죄로 살해당하고 시신이 훼손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피해의 정도는 인과관계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단순히 중대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당위가 아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신고정황의 심각성이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합당한 현장 수사를 할 수 없었다는 데에 핵심적인 위법성이 있다. 현장 수사를 방해한 것과 다름 없는 위법사유는 중대한 피해와 직접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가 곧 저질러 질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를 제대로 신속하게 전달하지 못한 행위는 단지 위법성을 구성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수사관들이 더 적극적이고 긴급한 수사로 나아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살해라는 중대한 범죄피해를 낳는 인과관계 있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범죄 피해의 중대함은 112 신고센터에서 놓친 신고정황의 심각성에 이미 담겨 있었다.
오원춘
국가배상
경찰직무태만
2016-08-18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휴직공무원과 대체근로자의 급여차별 시정
1. 사실관계 육군사관학교는, 도서관 사서인 8급 군무원 A가 육아로 휴직하게 되자, 2013. 11. 25. '군무원 육아휴직 대체인력 모집공고'를 냈다. B는 위 공고를 보고 응시해 합격한 사람이며, 육군사관학교와 2014. 2. 12.부터 2015. 5. 12.까지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며 8급 군무원 1호봉 상당의 급여 및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B는 위 기간 동안 A가 사서로 근무했더라면 받았을 명절휴가비, 성과상여금, 사서수당,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를 받지 못했다. B는 2015. 6. 3.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자신이 A와 비교해 위 제(諸) 수당을 받지 못한 것은 차별적 처우라고 주장하면서 그 시정을 신청하였는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현장조사 등을 통해 직급보조비를 제외한 다른 수당에 대하여는 A의 주장이 옳다고 판정하고 미지급 수당에 상당하는 약 632만원의 금전보상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원고 대한민국은 2015. 8. 31.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 당했고, 결국 2016. 1. 18. 서울행정법원에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은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2조 제3호는 "차별적 처우"란"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차별적 처우의 위법을 범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① 비교대상 근로자의 선정, ② 당해 근로자가 비교대상 근로자와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는지 여부, ③ 차별대우에 정당성 즉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가 된다. 이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라'는 헌법상 평등권 위반여부의 판단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가 위 규정을 위반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았고, 중앙노동위원회 또한 원 판정에 동의하였다. 반면, 원고가 위 재심판정이 위법함을 주장하는 논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A는 B의 근무기간 중 육아휴직으로 실제 같이 근무하지 않았으므로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없다. 둘째, 군무원인 A와 군무원이 아닌 B의 주된 업무 내용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셋째, 군무원인 A는 국가가 정한 법령에 따라 제(諸) 수당을 받은 것이므로 군무원이 아닌 일용직인 B에게 법령이 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차별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논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제8조 제1항 중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의미는 원칙적으로 기간제근로자의 근무기간 동안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실제로 같이 근무한 근로자를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일시적으로 전임자(A)가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유지한 채 휴직하는 등 사유로 기간제근로자(B)가 대체인력으로 휴직기간 동안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전임자(A)를 기간제근로자의 비교대상 근로자로 보아 차별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두 번째 논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사실인정을 통해 A와 B의 주된 업무는 도서관 사서 업무로서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인정하면서, "군무원인 A만 국가공무원법·군무원인사법·군인복무규율·군형법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사정은 업무의 동종·유사성 판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중대한 요소가 아니"라고 배척했다. 세 번째 논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육군 제수당 지급지시 등이 이 사건 각 수당의 지급대상을 국가공무원(군인, 군무원)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일 뿐이고, 이 사건 각 수당과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사법상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위 법령이 이 사건 각 수당의 지급대상을 국가공무원으로 정하였다는 사정은 B를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은 원고 대한민국의 청구를 기각했고,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당해 판결은 확정됐다. 3. 판례해설 대상판결에서 다룬 논거는 앞서 살펴본 세 가지이나, 그 중 업무가 동일·유사하냐는 두 번째 논거는 사실인정의 문제에 다름 아니므로, 결국 대상판결의 쟁점은 ① 실제 같이 근무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선정할 수 있는가, ② 사법(私法)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대체근로자는 공무원이 아니므로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등 그 적용대상을 공무원으로 한정하는 법령상의 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위 두 쟁점은 이미 다른 선행의 판결에서 다뤄진 바 있다. 예컨대,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판결에서 첫 번째 쟁점 즉, 실제 같이 근무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선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부수적으로 다룬 바 있다. 해당 사건은 군 교육사령부 부설식당에서 민간조리원으로 근무한 C가 조리직렬 군무원만 받을 수 있는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한 것을 이유로 발생하였고, 기간제법 제8조 제1항 위반으로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결에 관하여 대한민국이 취소소송을 제기해 시작되었다. 인정사실에 따르면, 민간조리원 C가 근무한 대부분의 기간 중 위 부설식당에는 별도의 조리직렬 군무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C의 비교대상 근로자로 조리직렬 군무원을 선정해 업무의 동종·유사 여부를 판단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1. 1. 27. 선고 2010누21794 판결 [차별시정판정등취소] 참조), 원고 대한민국이 제기한 상고심 또한 상고기각으로 종결되었다. 한편, 대법원은 2014년 판결에서 차별에서"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라 함은 기간제 근로자를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 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 및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을 기준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형태, 업무의 내용과 범위·권한·책임,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일반론을 밝힌 뒤, 두 번째 쟁점 즉, 관계 법령에 비(非)공무원에게 각종 수당을 지급하라는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성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원고가 민간조리원에게 이들 수당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면서 이를 배척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두5391 판결[차별시정판정등취소]). 다시 말해 비교대상 근로자가 공무원이든 아니든 당해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동일·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면 같은 수당을 지급하도록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기간제법상 차별적 처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일한 쟁점을 다룬 선행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다른 하급기관에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대상판결의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선행판결 및 대상판결이 행정기관의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선례로 자리 잡아, 안 그래도 불안한 지위에 놓여있는 기간제 근로자들이 적절한 보수를 받기를, 그리고 향후 동종·유사한 사건의 소송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휴직공무원
대체근로자
차별적처우
2016-08-16
행정사건
판례해설 - 조례의 효력과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
-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두1638 판결 - 1. 기초사실 원고는 먹는 샘물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피고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단체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는 지방자치법, 지방공기업법과 제주특별자치도 공사 설치 조례에 따라 제주도가 100% 출자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원고는 2007. 12. 15. 개발공사와 제주삼다수 판매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을 체결했다. 개발공사는 제품의 제조행위 일체를 담당하고, 원고는 판매행위를 전담하기로 하는 협약이다. 협약기간은 체결일로부터 3년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협약에 따른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자동으로 연장되도록 했다. 원고와 개발공사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구매계획물량을 미리 정해 놓았고, 그 이후 구매물량은 매년 10월말까지 상호 협의하여 정하기로 했다. 한편, 피고는 2011. 11. 28. 도의회 의결을 거쳐, 2011. 12. 7. 제주특별자치도조례 제809호 개정 조례(이하 '개정 조례')를 공포했다. 개정 조례는, 개발공사는 먹는 샘물 사업운영을 통해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ㆍ유통에 대하여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경우 민간위탁 사업자 '선정'은 '일반입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했다(제20조 제3항). 그러면서 "이 조례 시행에도 불구하고 종전에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는 경과규정을 두었다(부칙 제2조). 개발공사는, 경과규정 적용이 만료되는 2012. 3. 15.자로 원고에게 이 사건 협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했다. 이에 원고는, 종전에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는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개정 조례가 무효임을 확인했다. 개정 조례 시행 이전에 이미 체결된 협약에 따른 기간 '연장'은 협약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일 뿐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입찰을 거치지 않고 원고와 협약을 연장하더라도 개정 조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에 대하여는, 일반입찰로 정하도록 한 개정 조례의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부칙을 제정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런 연유에서, 실현할 수 없는 내용을 담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만일 개정 조례를 이 사건 협약에도 적용할 경우 협약상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되면 매년 협약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원고의 재산상 이익을 제한하게 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에 해당하는 조례를 제정할 때에는 조례의 성질을 묻지 않고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법리(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를 들면서, 개정 조례의 근거법인 지방자치법, 지방공기업법 등에서 달리 위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발견할 수도 없어서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위법이 중대하고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협약이 자동연장되기 위한 조건으로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원고와 개발공사가 2012년 구매계획물량이 협의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에까지 이 사건 협약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대한상사중재원이, 2012. 12. 17. 원고와 개발공사 사이에 2012년도 구매계획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이 사건 협약이 2012. 12. 14. 종료되었다는 중재판정을 내린 점을 거론했다. 이런 사유로 원고가 이 사건 협약에 의한 먹는 샘물 판매업자 지위를 상실하였다면, 그 원인이 개정 조례 부칙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원고가 개정 조례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먹는 샘물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3.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원고가 소의 대상으로 삼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처분성이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행위의 주체, 내용, 형식, 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제1심과 원심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처분성을 인정해 본안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개정 조례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지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2011. 12. 7. 시행되는 개정 조례 이전의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 부칙에 대해서는, 집행행위의 개입 없이 원고의 종전 사업자 지위를 박탈하는 규정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원고의 판매사업자 지위가 소멸하게 된 원인은 개정 조례가 아니라 개발공사의 협약 해지라는 뜻이다. 부칙의 구체적인 문언을 보면, 2012. 3. 14.까지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그 이후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이유로 2012. 3. 14.자 이후 원고의 법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형식적인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건 개정 조례의 처분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반입찰로 판매사업자를 선정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부칙에서 유예의 대상으로 삼은 '종전 먹는 샘물 사업자'는 바로 원고다. 원고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항이다. 부칙의 반대해석상 2012. 3. 15. 이후에는 원고가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판매사업자를 '일반입찰'로 정하도록 한 개정 조례에 저촉되는 듯한 외관이 형성되었다. 실제 개발공사는 개정 조례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서 정한 2012. 3. 14.의 다음 날인 2012. 3. 15.자로 이 사건 협약 해지통지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 조례 부칙은 원고를 대상으로 하여 2012. 3. 14.까지만 종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그 이후에는 사업자 지위를 상실시켜 원고의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처분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조례의 무효여부다. 개정 조례 부칙 제2조가 법률의 위임을 받은 것인지 특히 문제된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더 구체화하여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와 같은 조례에 대한 위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포괄위임으로 족하다고 한다. 조례의 제정권자인 지방의회는 선거로 구성된 지역의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 대표기관이다.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 볼 때 조례제정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으며 포괄적인 것으로 족하다고 본다(헌법재판소 1995. 4. 20. 선고 92헌마264결정 등). 조례에 대한 위임은 포괄위임으로 충분하다고 하여 법률의 위임이 불요하다는 의미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며(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 참조). 조례가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는 조례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포괄위임으로 족한 경우에는 법률의 명시적 위임이 없어도 관련 관련 법령을 종합해 위임의 근거가 발견된다고 하여 근거가 비교적 쉽게 인정된다. 반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에 대해서는 보다 까다롭게 법률의 위임여부가 판단된다. 권리제한 혹은 의무부과로 판명되는 조례라면, 명시적인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될 여지가 많다. 결국 조례의 실질적인 내용에 따라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가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 대한 명시적인 법률의 위임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방의회가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고 개정 조례 부칙을 제정한 이유를 추측해보면, 이 사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원고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부여하는 시혜적인 내용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개정 조례가 시행됨으로써 수의계약으로 얻은 종래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지만 예외적으로 그 지위를 더 연장하는 유예조치를 취하였다는 인식일 수 있다. 이처럼 경과조치를 수익처분으로 생각하는 배경에는 수범자의 신뢰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지방의회 인식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특정 규율에 의해 발생한 법률관계는 어디까지나 그 규율에 따라 파악되고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 즉 과거의 사실관계가 그 뒤에 생긴 새로운 법령에 따라 판단되지 않는다는 신뢰보호원칙은 법치국가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헌법상 원칙임에도 쉽게 간과된다. 물론 모든 수범자의 기대 내지 신뢰가 권리로서 보호되지는 않지만, 규율의 변경은 종전 신뢰에 터잡은 이익과 권리를 제한한다는 속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례와 같은 자치입법을 제정 변경할 때 원고와 같은 기득권자가 이미 누리고 있는 신뢰이익이 쉽게 무시되곤 한다. 이 사건에서도 개정 조례 부칙조항이 효력을 부인당하지 않으려면, 원고와 같은 종전 판매사업자가 종래 누리고 있는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했다.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와 같이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종전 법적 지위를 곧바로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종전 지위를 유지하거나 잃게 되는 요건을 심사하여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과도기적 단계를 마련하는 방법이 더 적절할 것이다. 마지막 쟁점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 인정 여부다.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결정적인 원인은 원심 선고 이후에 있었던 중재판정이다. 원고와 개발공사는 이 사건 협약상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2012. 12. 17. 이 사건 협약의 효력에 대한 중재판정을 받았다. 원고와 개발공사 사이에 2012년도 구매계획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이 사건 협약은 2012. 12. 14. 종료되었다는 판정이 났다. 원고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 대해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2012. 10. 31. 원심 변론이 종결되고 같은 해 12. 12. 판결이 선고된 이후, 2012. 12. 17. 내려진 중재판정으로 새로운 사실관계가 창출된 것은 아니다. 2012년 10월 말까지 구매물량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협약은 이미 더 이상 연장되기 어렵게 되었다. 중재판정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원고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서 규율하는 '종전 먹는 샘물 사업자'의 지위를 상실한 이상, 위 부칙의 효력을 다툴 이익이 사라진 것이다. 행정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행정처분이 위법하여 무효확인 또는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5001 판결 등). 이 사건에서 기존 먹는 샘물 사업자의 지위를 잃은 원고에게는,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를 확인받음으로써 되찾을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지 않았다. 원고가 소를 제기해 다투면서부터 구매계획물량에 대한 합의가 쉽게 되지 않으리라는 점은 예견되었을 것이다. 원고로서는 개정 조례의 효력을 다투는 것과 동시에 협약이 자동 연장될 수 있는 조치를 함께 취할 필요가 있었다.
제주삼다수
조례
지방공기업
2016-08-08
형사일반
판례해설 - ‘민중총궐기 대회’ 사건에 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4. 선고 2016고합12 - 피고인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으로, 2015. 11. 14. 서울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을 개최하였는데, 검찰은 피고인이 위 대회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등으로 기소하였다. 피고인은 경찰이 제한통고 대신 금지통고를 하고 차벽을 설치하며 살수차를 운용하면서 직수살수 및 혼합살수를 한 것은 위법한 처분으로 적법한 공무집행의 경우에만 성립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등이 성립되지 않고, 일부 시위대들의 우발적인 폭력행위가 있었더라도 피고인과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며, 위법한 공무집행에 항의하는 것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① 금지통고에 대하여 "집회의 자유를 위하여 최종적인 수단으로서 집회금지 통고를 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서울 도심에 심각한 교통 불편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 등이 인정되어 금지통고는 적법하다." ② 차벽설치에 대하여 "시위대가 절대적 집회금지장소인 청와대를 향하는 등 목전에 임박한 신고된 범위 일탈 또는 미신고 집회라는 범죄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긴급한 필요가 있어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이었다." ③ 살수차 운용 및 직사살수, 혼합살수에 대하여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라 절차를 준수하였고 직수살수, 혼합살수의 요건을 갖추어 적법하였다. 경찰이 백남기씨 등에게 직사로 물대포를 쏘는 등 일부 시위진압 행위가 위법했다고 해서 집회 당일 경찰의 살수차 운용에 관한 공무집행 전체가 위법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④ 일부 시위대들의 우발적인 폭력행위에 대한 공모와 관련하여 "공모자 중 일부가 구성요건 행위 중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 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⑤ 그리고 경찰의 위 행위들이 적법한 이상 피고인의 정당방위 주장은 인정되지 않고, 시위대의 행위는 소극적인 방어행위를 넘어선 폭력시위라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불가결의 근본요소로 기능하고 있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하도록 국가가 최선의 노력을 하되,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적인 집회·시위는 허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중형을 선고한 것도 "민주노총이 주최한 민중총궐기 집회가 내세운 주장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등 경청하여야 할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주장을 폭력을 사용해 관철하려 하면서 대규모 폭력사태를 일으킨 것은 법질서의 근간을 유린하는 행위로 그 동기 여하를 불문하고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법원이 일방적으로 피고인 및 시위대의 폭력행위에 대하여만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직수살수 및 혼합살수의 경우 국가의 국민에 대한 폭력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시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이를 제압하는 경우 엄격히 그 요건을 따져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하여야 하나, 법원은 법률이 아닌 경찰지침인 '살수차 운용지침'의 요건을 구비하여 이유만으로 경찰의 직수살수 및 혼합살수 행위에 대하여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2011. 11.경 한미 FTA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한 경찰의 물포발사행위의 위헌확인소송(전원재판부 2011헌마815)에서 헌법재판소는 2014. 6. 26. 6(각하) 대 3(위헌)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는데, 당시 각하결정의 이유는 "① 이 사건 물포발사행위는 이미 종료하여 이로 인한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상황이 종료되었으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② 근거리에서의 물포 직사살수라는 기본권 침해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심판의 이익이 없다."였다. 이에 반하여 3인의 위헌 의견은 "① 물포는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찰장비이므로, 구체적인 사용 근거와 기준 등 중요한 사항은 법률 자체에서 직접 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구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② 직사살수의 경우에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사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이루어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내용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국, 국가와 국민이 함께 자유로운 대화와 소통을 통하여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감에 있어, 이를 방해하는 어떠한 폭력도, 그 주체가 국가이든 국민이든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
시위
살수
2016-07-15
행정사건
판례해설 - 비영리법인의 설립요건으로서 주무관청의 허가에 관한 검토
- 서울행정법원 2016. 6. 24. 선고 2015구합69447 판결 - 1.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민법 제32조에서 비영리법인의 설립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무관청의 허가 요건에 관한 해석이 쟁점이 되었다. 2. 사안 및 대상판결의 판단 가. 사안의 경과 (1) 원고는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비온뒤무지개재단(이하 '이 사건 단체'라 한다)을 설립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피고)에게 사단법인설립허가신청을 하였다. (2) 법무부장관은 '원고가 설립하려는 단체는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로서 법무부의 법인설립허가 대상 단체와 성격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법인설립을 허가하지 아니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3) 정관 등에 기재된 이 사건 단체의 설립목적은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인권옹호 활동과 연구를 지원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과 사회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활동을 통해 평등과 평화가 숨쉬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4) 법무부는 인권옹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인권옹호단체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고 있다. (5)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는 일반적이고 종합적인 인권옹호단체의 설립허가에 관한 사무를 주관할 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이 어디인지 밝히지 아니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도 이 사건 단체의 주무관청이라는 답변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민법 제32조 소정의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취지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피고는 인권옹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이러한 차별로 침해받는 개인의 권리에 관한 문제로서 인권옹호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단체는 인권옹호단체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며, 피고는 적어도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의 하나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69447 판결). 3. 검토 가. 비영리법인의 설립요건으로서의 주무관청의 허가 (1) 민법 제32조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정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민법은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하여 허가주의를 채용하고 있으므로 사단이 법인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었더라도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법인성립이 좌절된다. 대법원은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를 할 것인지 여부는 주무관청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주무관청의 판단 고정에 일응의 합리성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허가처분에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6. 9. 10. 선고 95누18437 판결). (2) 주무관청이란 법인의 목적사업을 주관하는 행정관청을 의미한다. 어떤 단체가 법인설립허가신청을 하고자 할 때 어느 관청에다가 허가신청을 해야 하는가는 법인정관에 기재된 목적에 따라 판단된다. 그런데 법인의 목적이 두 개 이상의 행정관청의 소관사항인 때에는 해당 행정관청으로부터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 중 하나의 행정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복수설과 단수설의 대립이 있다. 사견으로는 복수설은 법인설립에 관한 지나친 규제라고 할 것이므로 복수의 사업목적이 있을 경우에 주된 사업목적을 관장하는 행정관청을 주무관청으로 보아 그 관청의 설립허가로 법인설립에서 요구되는 허가요건은 충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나.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차별을 시정하고 인권증진과 사회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활동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법무부의 인권옹호 관장사무에 포함됨을 분명히 하였고, 이 사건 단체의 목적이 법무부 이외의 다른 행정관청의 소관사항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주무관청 중의 하나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충분하다는 견해를 전제함으로써 설립자의 단체설립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 입법론적 검토 한편,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한 허가주의를 표명하고 있는 민법 제32조는 설립자의 단체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오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리하여 19대 국회에 제출된 민법개정안에서는 설립행위가 법률에 정한 요건을 갖추면, 주무관청은 이를 인가해야 하는 인가주의로의 전환이 제안되었으나, 국회의 회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의 결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법인설립에 관한 요건을 법률로 미리 규정해놓고 그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당연히 법인격을 취득하게 하는 준칙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경청할 만하다.
비영리법인
주무관청
설립허가
20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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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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