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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판례해설 - 비영리법인의 설립요건으로서 주무관청의 허가에 관한 검토
- 서울행정법원 2016. 6. 24. 선고 2015구합69447 판결 - 1.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민법 제32조에서 비영리법인의 설립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무관청의 허가 요건에 관한 해석이 쟁점이 되었다. 2. 사안 및 대상판결의 판단 가. 사안의 경과 (1) 원고는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비온뒤무지개재단(이하 '이 사건 단체'라 한다)을 설립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피고)에게 사단법인설립허가신청을 하였다. (2) 법무부장관은 '원고가 설립하려는 단체는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로서 법무부의 법인설립허가 대상 단체와 성격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법인설립을 허가하지 아니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3) 정관 등에 기재된 이 사건 단체의 설립목적은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인권옹호 활동과 연구를 지원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과 사회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활동을 통해 평등과 평화가 숨쉬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4) 법무부는 인권옹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인권옹호단체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고 있다. (5)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는 일반적이고 종합적인 인권옹호단체의 설립허가에 관한 사무를 주관할 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이 어디인지 밝히지 아니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도 이 사건 단체의 주무관청이라는 답변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민법 제32조 소정의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취지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피고는 인권옹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이러한 차별로 침해받는 개인의 권리에 관한 문제로서 인권옹호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단체는 인권옹호단체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며, 피고는 적어도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의 하나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69447 판결). 3. 검토 가. 비영리법인의 설립요건으로서의 주무관청의 허가 (1) 민법 제32조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정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민법은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하여 허가주의를 채용하고 있으므로 사단이 법인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었더라도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법인성립이 좌절된다. 대법원은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를 할 것인지 여부는 주무관청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주무관청의 판단 고정에 일응의 합리성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허가처분에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6. 9. 10. 선고 95누18437 판결). (2) 주무관청이란 법인의 목적사업을 주관하는 행정관청을 의미한다. 어떤 단체가 법인설립허가신청을 하고자 할 때 어느 관청에다가 허가신청을 해야 하는가는 법인정관에 기재된 목적에 따라 판단된다. 그런데 법인의 목적이 두 개 이상의 행정관청의 소관사항인 때에는 해당 행정관청으로부터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 중 하나의 행정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복수설과 단수설의 대립이 있다. 사견으로는 복수설은 법인설립에 관한 지나친 규제라고 할 것이므로 복수의 사업목적이 있을 경우에 주된 사업목적을 관장하는 행정관청을 주무관청으로 보아 그 관청의 설립허가로 법인설립에서 요구되는 허가요건은 충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나.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차별을 시정하고 인권증진과 사회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활동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법무부의 인권옹호 관장사무에 포함됨을 분명히 하였고, 이 사건 단체의 목적이 법무부 이외의 다른 행정관청의 소관사항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주무관청 중의 하나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충분하다는 견해를 전제함으로써 설립자의 단체설립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 입법론적 검토 한편,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한 허가주의를 표명하고 있는 민법 제32조는 설립자의 단체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오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리하여 19대 국회에 제출된 민법개정안에서는 설립행위가 법률에 정한 요건을 갖추면, 주무관청은 이를 인가해야 하는 인가주의로의 전환이 제안되었으나, 국회의 회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의 결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법인설립에 관한 요건을 법률로 미리 규정해놓고 그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당연히 법인격을 취득하게 하는 준칙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경청할 만하다.
비영리법인
주무관청
설립허가
2016-07-11
교통사고
형사일반
판례해설 - 사고당시 술 기운 덜 올랐다고 추정해 음주운전 무죄 판결은 위법
-대법원 2015도7194 - 2013. 9. 전남 장흥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주차되어 있던 차를 들이받아 그 차가 밀리면서 부근에 있던 두 사람을 충격해 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사고 시각은 22 : 46 이었고 그로부터 35분 후인 23 : 21 에 음주측정한 결과 0.117%로 나왔다. 술집에 확인한 결과 술집에서 나온 때가 22 : 30 경 (술집 CCTV나 신용카드 결제시간을 보면 알 수 있다.이 사건은 술집이 아닌 노래연습장에서 술 마셨다.)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마지막으로 술 마신 때가 22 : 30 경이고, 운전시각은 그로부터 16분 지난 22 : 46 경이고, 음주측정한 시각은 최종음주시각으로부터 51분이 지난 23 : 21 경이기에 그때 나온 음주수치 0.117%는 운전당시의 시각은 아니다. 알콜수치 하강구간이라면 측정당시보다 운전당시의 수치가 더 높기에 0.117% 이상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보겠지만, 상승구간이었을 가능성 있어서 운전당시엔 0.117%보다는 낮은 상태였을 가능성 있고, 운전할 당시에 0.05% 이상이었다고 볼 확실한 증거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했다. 검찰은 "0.117%는 음주운전 후 얼마 안되는 35분만에 측정된 것이기에 운전당시에는 충분히 0.05% 이상이었다"는 이유로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음주운전을 한 시각이 알콜 수치 최고치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상승기였는지 아니면 술이 깨고 있는 하강기였는지 불확실하고 오히려 상승기일 가능성 농후해 보여 운전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측정한 수치만으로는 0.05% 이상이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음주수치 상승기"라는 주장이 암행어사 마패가 아님을 밝힌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날 밤 21 :00 경 노래연습장에 들어가 회사동료들과 술을 마셨다"라고 되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노래연습장에서 술 마시기 시작한 때인 21 : 00를 기준으로 한다면 운전은 1시간 46분 후에, 음주 측정은 2시간 21분 후에 이뤄진 것이기에 운전이나 측정당시는 모두 90분이 지났기에 알콜수치 상승기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피고인이 초반부에는 술 안 마시고 후반부에 술 마셨다고 하더라도) 운전을 종료한 22 : 46과 음주측정한 23 : 21 사이는 시간 간격이 35분에 불과하며 측정수치가 0.117%로서 처벌기준인 0.05%를 크게 넘는다. (0.05% 미만이었던 알콜수치가 35분만에 급격하게 상승하여 0.117%가 되기는 어려울 거다.) 게다가 경찰이 작성한 '주취운전자 정황 진술보고서'에 "피고인의 언행상태는 어눌하고 보행상태는 비틀거리며 혈색은 홍조"라고 기재되어 있어 외관상으로도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였고 더 나아가 운전면허 취득한 지 25년이 지난 숙련된 운전자로 보이는데도 운전시작하자마자 앞쪽 갓길 주차구획선 안에 세워져 있던 (그때 피해자가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던 중) 승용차를 충격하면서 부근에 있던 사람들을 다치게 한 점을 보면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발생키 어려운 사고"로 보인다는 이유로 "비록 피고인이의 음주운전 시각이 알콜수치 상승기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운전당시의 수치는 적어도 0.05% 이상은 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기에 음주운전은 유죄다"라고 판결했다. 지금까지는 알콜농도 상승기였다고 주장하면 사후에 측정된 수치보다 오히려 운전당시의 수치가 낮을 가능성 (측정당시 수치 또는 운전한 시각에서 시간당 0.008%씩 술이 깨는 걸 역산으로 플러스시키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수치보다 운전할 당시의 수치가 더 낮을 가능성) 때문에 0.05% 이상의 음주상태에서의 운전이었다고 볼 증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판결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음주수치 상승기라고 주장하면서 빠져나가려는 미꾸리지들에 휘둘릴 게 아니라 술에 취해 운전했으리라 보여지는 정황들이 충분하다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걸 보임으로써 1심, 2심 판사들에게 무죄판결할 거리를 찾기 보다는 유죄판결할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경찰에는 유죄판결 받기 위한 조사를 철저히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알콜농도
2016-05-31
금융·보험
판례해설- 보험가입 2년 경과 후 자살 사고의 재해사망 보상 여부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 사안 및 2, 3심 판결 요지 갑은 2004. 8. 16 K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주계약 +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한 후 2012.2. 21 경 신병비관으로 철도에 누운 채 화물열차에 역과되어 사망하는 방법으로 자살하였다. 가입 당시 재해사망특약 제11조는 면책사유로 자살을 면책으로 규정하면서 그 단서로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는 면책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건의 경우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 이상 경과된 후의 사고이므로 위 단서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주보험계약(일반사망보험)의 경우 위 단서조항의 적용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재해사망특약의 경우 사망 사고 중 우연한 재해임을 전제로 추가 보상하는 상품이므로 위 단서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가 논란이 되어 왔다. 2심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9. 9 선고 2015나14876 판결)은 재해 특약은 추가 보험료를 납입하고 체결하는 특약으로서 약관 전체 체계상 재해사망의 경우로만 한정하여 보험금을 추가 지급하고 자살은 보험사고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위 면책 단서 부분은 약관 제정 과정에서 부주의 하게 들어간 것에 불과하다고 하여 재해사망 보험금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엄연히 존재하는 특정 약관조항에 대하여 약관해석에 의하여 이를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그러한 점이 명백하여야 하는데, 위 조항은 자살의 경우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되어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약관 해석에 관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해설) 위 문제가 되는 자살 면책 단서규정은 2010. 1. 29 약관 개정 시 삭제되어 현재 문제되고 있는 것은 그 이전 판매 상품에 국한되지만 그에 따라 지급되어야 할 지급보험금만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으므로 보험업계나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자살의 경우에도 재해로 인정하여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것인지 하는 위험단체로서의 보험본질론에 관한 쟁점이 아니라 (오히려 파기된 2심 판결이 이런 관점에서 접근한 면이 보인다) 위험 본질론에서 다소 문제가 되더라도 어떤 경위로든 보상하는 것으로 약관에 들어간 이상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하는 보험약관의 해석론으로 의미를 제한하여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한 법원 측 공식 설명에서도 자살에 관한 보험금 지급범위가 더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였는데, 이는 높은 자살률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칫 자살보험금 지급범위 확대가 여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부담이 고려된 것이 아닌가 이해된다. 여하튼 보험약관의 경우 고객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것은 무효, 내용이 불명확할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작성자불이익의 원칙(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 참조)에서 볼 때 문리상 명백하게 고객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내용을 '잘못된 표시'라는 이유로 적용을 제한하는 것은 해석론 상 허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상 대법원 판결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 가입 후 2년 경과된 후의 자살을 일반사망으로 보상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2년이나 경과하였을 경우 보험금을 의식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인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신변비관 자살이 아니라 명백히 보험금을 이유로 하여 자살한 것임 밝혀진 경우 동일하게 자살 면책의 예외로 취급할 것인지 아니면 이와 다른 일반 고의 사고 면책 근거에 의하여 위 단서 조항과 별개로 면책 처리할 수 있을 것인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한 문제로 보인다. 또한 부수적인 문제로 이와 같은 법리논쟁으로 인하여 청구가 지연되는 동안 상당수 보상 대상 자살사고에서 보험금청구 소멸시효 2년이 경과하였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새로운 법적 분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판례상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기 어려운데, 감독관청은 지급을 권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자살
면책조항
2016-05-24
민사소송·집행
판례해설 - 가압류채권자가 공정증서로 집행권원 취득했다면
대법원 2013마1412 판결에 관하여 법원판단 가.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은 제1호에서 '가압류이유가 소멸되거나 그 밖에 사정이 바뀐 때'(이하 '제1호 사유'라 한다)에 가압류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 '가압류가 집행된 뒤에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이하 '제3호 사유'라 한다)에도 가압류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채권자가 가압류결정이 있은 후 그 보전의사를 포기하였거나 상실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1호 사유인 '사정이 바뀐 때'에 해당하여 가압류를 취소할 수 있는데(대법원 1998. 5. 21. 선고 97다476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제3호 사유는 채권자가 보전의사를 포기 또는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경우로 보아 이를 가압류취소 사유로 규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규정의 취지는, 가압류는 권리관계가 최종적으로 실현될 때까지 긴급하고 잠정적으로 권리를 보전하는 조치에 불과하므로, 채권자로 하여금 채권의 보전에만 머물러있지 말고 채권의 회수·만족이라는 절차까지 진행하여 법률관계를 신속히 마무리 짓도록 하고, 채권자가 이를 게을리 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가압류로 인한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있다. 위와 같은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의 규정 내용과 그 취지에 비추어 보면, 제3호 사유를 반드시 본안의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이라는 집행권원을 취득하는 경우로 한정할 이유가 없고, 이와 더불어 집행력이 있는 집행권원에 집행문을 부여받으면 가압류가 본압류로 이행될 수 있고, 또한 이를 가지고 가압류의 목적이 된 부동산이 매각되는 등의 절차에 따라 공탁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금에 대하여 지급위탁을 받아 그 배당금을 출급할 수 있다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소송과정에서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집행증서와 같이 소송절차 밖에서 채무자의 협력을 얻어 집행권원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가압류채권자가 채권의 실현 내지 회수의사를 가졌음이 명백하다면 가압류 집행 후 3년 내에 본안의 소를 따로 제기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제3호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 집행권원은 가압류의 본안에 관한 것이어야 하므로, 집행권원에 표시된 권리는 가압류의 피보전권리와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신청인은 이 사건 가압류의 집행 후 3년 내인 2011. 2. 23. 집행권원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정증서를 취득하였고, 이 사건 공정증서에 표시된 권리인 공사대금 3억 4,968만 원의 채권은 이 사건 가압류의 피보전권리와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제3호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판례해설 이 사건에서 가압류 채권자는 가압류 등기 이후 소를 제기하였다가 상고심 계속 중 본안소송을 취하하면서 채무자에 대하여 공정증서를 받았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민사집행법 제288조 1항 3호의 '가압류가 집행된 뒤에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서 위 '본안의 소'에 본안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취하한 이후 공정증서를 받은 경우를 포함하는지 여부로 귀결된다. 대법원에서는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의 규정 내용을 고려하여 보면 제3호 사유를 반드시 본안의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이라는 집행권원을 취득하는 경우로 한정할 필요가 없고, 집행권원을 받은 경우를 포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서 의미하는 집행권원이라고 함은 "공정증서"를 받은 경우도 포함하기 때문에 3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법조문을 보면, 민사집행법 제288조 제1항은 분명히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라고 규정되어 있고, 민사소송법 제267조에서는 소취하의 효과로서 "취하된 부분에 대하여는 소가 처음부터 계속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 라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더 나아가 대법원에서는 위와 같은 법조문의 규정과 명확히 다른 해석을 도출하기 위하여 "3호"의 사유는 채권자가 보전의사를 포기 또는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경우로 보아 이를 가압류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판시하였으나, 우리 입법자는 민사집행법 제288조의 각호 사유로서 다음 세 가지 즉 "1. 가압류이유가 소멸되거나 그 밖에 사정이 바뀐 때", "2.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한 때" 그리고 "3호"를 각기 별개로 규정하고 있어 대법원에서 언급하는 해석방법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 외에도 대법원의 해석에 관하여 법리적으로 납득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이에 대하여 조만간 평석을 통하여 지적하고자 한다.
가압류
공정증서
집행권원
2016-05-17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 미국과 일본 등에서 등록된 상표 “That's Good Science”가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 자타상품의 식별력이 없는 상표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허법원 2016. 4. 8. 선고 2015허8417 거절결정(상) 판결 이 사건 출원상표·서비스표 ""(이하 '이 사건 출원상표')는 그 지정상품·서비스업(이하 '그 지정상품 등')과 관련한 광고 문안이나 구호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그 지정상품 등의 출처를 식별할 수 없고, 특정인에게 이러한 표장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공익상으로도 적절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출원상표는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다. 이 사건 출원상표는 원고가 미국 특허청에 '표장의 국제등록에 관한 마드리드협정에 대한 의정서'에 의한 국제출원을 하여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국제 사무국에 의하여 국제등록되었고, 그 국제출원서에 지정국 중 하나로 되어있던 우리나라의 특허청에서 이에 대한 상표등록출원의 심사절차가 진행되게 되었다. 특허청 심사관은 이 사건 출원상표는 그 지정상품 등의 성질(품질, 효능)을 직접적으로 표시하고 있고, 구호 또는 광고성 문구로 인식되므로 자타 식별력이 없는 상표에 해당하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 및 제7호에 해당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결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불복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출원상표는 그 지정상품 등과 관련한 광고 문안이나 구호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그 지정상품 등의 출처를 식별할 수 없고, 이러한 표장은 누구나 사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공익상으로도 적절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출원상표는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심결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출원상표 ""는 미국, 일본 등에서 상표등록을 받았고, 누구나 사용하는 구호나 표어가 아니라 실제로 원고만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식별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특허법원에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는 제1호 내지 제6호에 해당하지 아니한 상표라도 자기의 상표와 타인의 상표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 즉 특별현저성이 없는 상표는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상표가 특별현저성을 가진 상표인가 여부는 어느 상표가 일정한 상품과의 관계에 있어서 일반수요자가 당해 상품에 대하여 그 상품의 출처를 인식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1994. 9. 27. 선고 94후90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출원상표 ""는 4개의 영어 단어로 이루어진 문자 표장으로서, 출원일을 기준으로 중학교 학생 수준만 되어도 충분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 지정상품 등인 '과학 또는 의학연구용 시약 등'은 모두 과학 또는 의학 분야의 실험 및 연구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어서 이 사건 출원상표는 품질이나 효능과 무관한 별도의 식별력 있는 구성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출원상표와 관련하여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는 이 사건 출원상표를 구호 또는 선전문구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러한 선전문구는 해당 업계의 누구나 상품 또는 서비스업의 광고 등에 사용하고 싶어 할 것이 분명하므로, 특정인에게 이를 독점시키는 것 역시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판시와 같이 일반수요자들이 흔히 쓰일 수 있는 구호나 광고문안 정도로 인식하거나 그 지정상품의 성질(품질, 효능)을 직접적으로 표시한 표장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표법상의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대법원 1994. 12. 22. 선고 94후555 판결은 출원상표 "drink in the sun"에 대하여, 그 지정상품인 과일주스 등과 관련하여 볼 때 "태양 아래에서 마셔라"라는 뜻의 단순한 권유문으로 직감될 것이어서 일반수요자들로서는 이를 흔히 쓰일 수 있는 구호나 광고문안 정도로 인식할 수 있어 상표만에 의하여 그 상품의 출처를 인식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상표법상의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no more tangles"(대법원 2000. 4. 21. 선고 98후386 판결)와 "believe it or not"(대법원 1994. 11. 18. 선고 94후173 판결), "it's magic"(대법원 1994. 9. 27. 선고 94후906 판결)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는 특별현저성이 없는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므로, 어떤 표장이 그 사용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그 자체의 관념이나 그 지정상품과의 관계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에는 특별현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출원인이 그 표장을 사용한 결과 수요자나 거래자 사이에 그 표장이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되기에 이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표장은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7호의 특별현저성이 없는 상표에 해당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상표등록을 받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후33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라 특허법원은, 원고가 판매한 제품의 포장지나 광고지, 쇼핑백, 캘린더 등에 "That's Good Science!"라는 문구를 표시해 온 사실은 인정되나, 제품 포장지 상단에 제품명과 제조사 표시와 같이 출처를 나타내는 표장이 별도로 명시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출원상표를 하단 구석에 함께 표시한 경우 수요자들은 이 사건 출원상표보다는 제조사 표시를 상품 출처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 사건 출원상표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도 부인하였다. 또한 이 사건 판결에는 판시되어 있지 않으나, 출원상표가 다른 나라에서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상표의 특별현저성 유무 판단은 각 국의 법제, 거래 기타 일반사회의 실정 및 시대적 변천에 따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며, 우리나라 상표법상으로는 위와 같은 사정을 참작하여 그 등록적격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므로 우리나라와 상표법제 및 일반 사회 실정을 달리하는 다른 나라에서 출원상표가 등록되었다는 사유만으로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반드시 그 등록을 허용하여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므로(대법원 1994. 9. 27. 선고 94후70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판결과 같이 이 사건 출원상표의 등록 가부는 우리 상표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 미국, 일본 등의 상표등록에 구애받을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출원상표 ""는 그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관념이 직감되는 문장으로 일반수요자들이 이를 출처의 표시로 인식하기 어렵고, 이러한 문구는 모든 사람에게 그 사용이 개방되어야 하는 표현으로 공익상 어느 한 사람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출원상표의 등록 가부는 우리 상표법에 의하여 독립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판결은 종래의 대법원 견해를 따른 것으로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상표
상표등록
식별력
2016-05-03
소비자·제조물
전문직직무
판례해설 - '남향'인 줄 알고 산 아파트가 '북동향'… "중개사 책임 60%, 본인 책임 40%"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4. 1. 선고 2015가단5288886 판결 - 1. 사안의 개요 - 원고는 2015. 4. 21. 공인중개사인 피고 A, B의 중개로 서울 강남구 소재 ** 아파트 7동 1004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를 매매대금 10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매수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음. - 매매계약 당시 체결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대상물건의 표시에 관한 "방향" 란에 "남서(기준: 베란다)"로 기재되어 있고, 이 설명서에 피고 A, B가 각 공인중개사로서 날인하였음. - 그런데 이 사건 아파트는 실제로 남향이 아니라 북동향의 아파트임. -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방향 차이로 인하여 가격이 약 36% 전후 차이나고,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아파트(북동향)의 시가는 9억 5,000만 원이었음. -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와 동일한 단지 내의 3동 101호에 거주하고 있었고,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전에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를 확인하였음. → 원고는 피고 A, B 및 **보증보험 주식회사,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피고 A, B가 중개대상물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는 과실을 범하여 적정시가와 지급한 매매대금의 차액인 5,000만 원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에게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함. 2. 법원의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법원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과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과 같으므로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구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2013. 6. 4. 법률 제118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에 의하여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바, 같은 법 제25조 제1항은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의 상태 ? 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등을 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55350 판결 등 참고)." 라고 전제한 다음, ① 원고가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남향"인 아파트의 매수를 원한다고 하면서 중개를 요청하자, 피고 A, B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소개한 점, ② 이 사건 아파트는 북동향임에도 불구하고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에는 남서향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 A, B는 이 설명서에 날인한 점, ③피고 A, B는 그로 인하여 과태료의 행정처분을 받은 점, ④ 원고의 배우자 김진현은 중개인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가 남향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증언한 점, ⑤ 아파트의 방향은 주거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매매계약 체결여부에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 점, ⑥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방향차이로 인한 아파트 가격이 약 36% 전후로 차이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A, B는 중개대상물인 이 사건 아파트의 방향을 제대로 확인하여 원고에게 그 방향에 대하여 정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못 설명하였거나 중개대상물의 확인 설명서에 그에 관한 사항을 잘못 기재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며, 피고 A, B는 원고가 입게 된 매매대금 차액 상당의 재산상 손실을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보험회사와 피고 협회는 각 보험자 및 공제사업자로서 피고 A, B와 공동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음. 나. 책임의 제한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되기 전 이 사건 아파트와 동일한 단지내의 3동 101호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고 구조를 확인하여 이 사건 아파트가 남향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 방향에 대하여 스스로 확인해보지 아니하고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은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하였음. 3. 이 판결의 의의 공인중개사인 피고 A, B가 남향의 아파트를 찾고 있던 원고에게 북동향인 이 사건 아파트를 남향으로 소개하였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도 "남서향"이라고 기재하여 날인한 것은 명백한 과실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와 같은 단지에 살고 있었고, 매매계약 체결 전에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를 확인한 점을 어느 정도까지 감안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할 것인지라 할 것이다. 우선, 같은 단지에 살고 있는 원고가 직접 이 사건 아파트에 방문하여 구조를 확인하였는데도, 북동향인 이 사건 아파트의 방향을 "남향"으로 알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점을 보면, 이 사건 아파트는 그 방향을 쉽게 판별하기 어려운 특이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가 사실관계를 좀더 확인해보니 이 사건 아파트가 위치한 7동은 "一자형"의 구조로 1~4호까지 가로로 배치되어 있는데, 1~3호까지는 베란다가 남쪽으로 나 있는 반면, 각층의 4호만 베란다가 북동향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매수인의 사정상 매매계약 체결 전에 매수할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 방향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 공인중개사가 제공한 정보만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공인중개사가 아파트의 방향을 잘못 설명하여 매수인이 방향 차이에 따른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면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제한될 여지는 아예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와 이 사건을 비교하여 보았을 때,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와 같은 단지에 살고 있었고, 직접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를 확인하였다고 하여, 부동산 거래의 전문가인 피고 중개업자들의 책임을 5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인가? 원고의 잘못이 중개업자들의 잘못과 같거나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한편, 원고가 같은 단지의 주민으로서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 등을 직접 확인한 점은 중요한 책임제한의 사유인바, 피고들이 60% 이상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피고 A, B는 이 사건 아파트가 속한 단지의 거래를 전문적으로 중개해왔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남향"을 원하는 원고에게 4호라인만 특이하게 북동향으로 배치된 7동 소재 매물을 소개함에 있어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피고들의 항소로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원고의 연령, 직업, 경력, 경험 등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원고가 공인중개사인 피고 A, B보다 이 사건 아파트의 방향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항소심에서 새롭게 밝혀진다면, 제1심이 인정한 책임비율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1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다면,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여 구조를 확인한 원고의 잘못을 감안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한 제1심의 판단에 수긍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
부동산
2016-04-22
노동·근로
판례해설 -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언론활동의 한계
1. 기초적 사실관계 A대학교의 총장 甲은 2013. 3. 17. 노조설립을 주도하던 이모씨에게 전화해 "노조는 만들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2013. 3. 18. 대회의실에서 전체 직원들을 상대로"노조를 절대 만들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모씨의 주도로 2013. 3. 23. 노조는 설립되었고, A대학교의 총장 甲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노조법'이라 함)상 부당노동행위 위반으로 약식기소되었다. A대학교의 총장 甲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제1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원 유죄로 원심판결이 파기되었고, 대법원은 2016. 3. 24.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15146 판결). 2. 해 설 노조법 제81조 제4호에서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부당노동행위는 A대학교의 총장 甲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1주일 전에 직원 이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노조 설립을 만류하고, 다음 날 전체 직원 회의에서 노조 설립은 국가 재정지원을 중단시켜 결국 구조조정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 사실로서, 사용자로서 노동조합 조직에 개입하였다는 것이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A대학교의 총장 甲은 당해 노조설립에 관하여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표현할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3권을 보장하고 있어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3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노조법에 따라 부당노동행위로서 형사처벌되므로 현실에서는 양 기본권의 충돌과 조화, 이익형량이 문제된다. 판례는"사용자가 연설, 사내방송, 게시문, 서한 등을 통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 표명된 의견의 내용과 함께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 시점, 장소, 방법 및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意思)가 인정된다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 또 그 지배·개입으로서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 침해라는 결과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고의를 범죄성립요건의 주된 요소로 보되, "그러나 사용자 또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하여 단순히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거나 근로자를상대로 집단적인 설명회 등을 개최하여 회사의 경영상황 및 정책방향 등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행위는 거기에 징계 등 불이익의 위협 또는 이익제공의 약속 등이 포함되어 있거나 다른 지배·개입의 정황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연관되어 있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있다고 가볍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고의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대법원 2013.1.10. 선고 2011도15497 판결). A대학교의 총장 甲이 직원 이모씨에게"노조를 만들지 마라"고 전화한 행위, 전체 직원들에게 구조조정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 행위를 놓고 제1심은 단순히 비판적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보았고, 항소심 및 상고심은 부당노동행위로 본 것이다. 미국의 태프트-하틀리법 제8조 (C)는 사용자의 노사관계 발언에 보복?폭력의 위협 등의 불이익 제공 또는 이익의 제공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면 지배·개입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 판례는 위 불이익 제공 등이 명시적으로 현출되어 있지 않더라도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할 수 있음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사용자의 언론의 자유와 부당노동행위 성립의 문제는 그 판단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예측가능성이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의 노동조합 설립·운영에 따른 자신의 의견 개진에 있어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참고적으로 항소심 판결은 유죄 인정의 근거로 A대학교의 총장 甲이 직원 이모씨가 입사한 후 노조를 설립할 때까지 약 5년 동안 한 번도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이 없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평소에도 직원들과 휴대전화로 개인적인 교류를 할 것을 권한다.)
부당노동행위
노동조합
언론의자유
2016-04-15
조세·부담금
판례해설 - 명의신탁 등 타인의 명의를
명의신탁 등 타인의 명의를 빌려 법률행위를 하는 경제활동은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우리나라에서 오랜 관행으로 인정되어 왔다. 대법원도 종중 재산문제로 인정된 일제 강점기의 명의신탁이론을 해방이후에도 그대로 인정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명의를 빌려 법률행위를 하는 게 왜 문제가 될까? 조세포탈이나 조세회피 및 각종 공법적 규제의 회피수단, 강제집행면탈 등 탈법적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규제책으로 금융실명제를 도입하여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보고 있고,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부동산명의신탁의 효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어느 경우든 명의자를 소유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명의신탁의 경우도 동일한 논리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명의신탁 효력이 무효라는 2011. 9. 22. 선고된 대전고등법원 판결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과연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 기대되었다. 최근 2015. 3. 10.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2011두26046 판결).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명의신탁의 효력이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단지 실질과세원칙만을 강조하여 명의를 빌린 자가 주주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주 여부는 그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여 법인의 운영을 지배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뿐이었다. 대법원의 고민이 느껴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종교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차명부동산과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대법원 입장에선 상당히 신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갑이 회사를 설립하면서 주식 100% 중 95%는 자신이 보유하고 나머지 5%는 친구에게 양도하면서 친구와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고, 요청이 있으면 즉시 주식을 반환한다는 '주식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해 놨다. 갑은 그 후 5년 내에 친구로부터 다시 양도 받아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과세관청은 갑의 주식 소유비율이 이전보다 5% 증가되었으므로 그에게 간주취득세를 부과하였다. 그러자 갑은 회사 설립시부터 자신의 소유였던 주식을 반환 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새롭게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근거는 현행법상 명의신탁을 유효로 볼 근거법령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민법 제103조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거나 민법 제108조의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거나, 민법 제186조 물권변동에 관한 형식주의를 취하는 현행 물권법체계에서도 허용될 수 없으므로 주식명의신탁은 무효라는 점을 전제로 한 후 상법상 주식인수의 요식성 및 외관주의 이념, 민법상 의사표시에 관한 표시주의 원칙, 자기책임의 원칙을 근거로 하여 명의자를 주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오히려 명의자를 주주로 보는 것이 주식명의신탁을 악용한 탈세·탈법행위를 방지하고 주식인수거래의 정상화, 투명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였다. 오히려 대법원이 명의신탁을 유효로 보기 때문에 악용을 방지하고자 여러 대책들이 강구되고 그게 또 문제가 되는 현실을 볼 때 원심판결이 주는 메시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그 예이다. 명의신탁을 통해 조세회피를 하면 수탁자에게 과징금이 아니라 증여세라는 세금을 과세하여 이를 막겠다는 발상으로 입법이 되었다. 그러나 세정현실에선 오히려 경제적 약자에 대한 가혹한 세금폭탄으로 변질이 되어 그 위헌성이 계속 주장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갑은 첫 직장으로 들어간 회사의 사장 을에게 증권계좌를 만들어 주었는데, 을은 갑의 증권계좌로 주식을 취득하고 양도하는 주가조작을 하였다. 이 경우 소득의 실질은 누가 봐도 을에게 있고 갑에게 이익이 없음에도, 세법은 이익이 을에게서 갑으로 증여된 것으로 보아 경제적 약자인 갑에게 수억 원의 증여세를 과세하는 게 다반사다. 경제적 약자에게 수억 원의 세금을 부과해 봐도 그들은 세금부담능력이 애당초 없는 사람들이다 보니 징수실익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이용당하는 사람들의 고통만 가중되기도 한다. 실질이 없는데도 과세하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해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서는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소유의 실질은 변함없이 신탁자에게 있다는 게 판례다. 한마디로 실질과세원칙은 법리의 일관성 보다는 형식과 실질이 분리하여 조세회피하는 경우를 원천적으로 막아 세수확보를 하겠다는 게 입법취지다. 그렇다면 더더욱 명의신탁을 무효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효라면 명의자가 자기 소유라는 주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명의신탁을 악용할 수 없을 것이다. 세정현실에선 실질과세원칙이 '일반조항으로 도피'처럼 구체적인 개별세법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이 원칙만을 내세워 만병통치약처럼 남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세관청은 거의 대부분 돈의 흐름만을 추적하여 실질을 판정하고 있지만 과연 실질의 개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의문이다. 갑이 자기 돈으로 취득한 재산을 임대하고 양도한 경우 그 대금을 추적한 결과 대부분의 돈이 갑을 거쳐 을에게 흘러가고 그 중 일부가 배우자 병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된 경우 실무에선 을에게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돈의 대부분이 을에게 귀속되었다고 보면 된다. 갑이 취득하고 임대하고 양도한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을이 갑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 된다. 그래서 실질과세원칙상 을이 납세의무자가 된다고 하는 식이다. 과세가 참 쉽다. 조세법률주의가 정착되기 이전에는 과세하기 위해선 경제적 실질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과연 21세기가 지나는 지금도 그와 같은 전근대적 상황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조세법률주의가 확립된 이제는 대법원도 명의신탁의 효력이 유효인지 무효인지 여부와 실질과세원칙의 실질의 개념이 과연 법적 실질인지 경제적 실질인지 여부를 구분하여 확실히 판단해주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실질과세원칙은 도깨비 방망이다.
명의신탁
조세회피
실질과세원칙
2016-04-12
금융·보험
판례 해설 - 보험모집인의 횡령, 편취 등 금전 사고 관련 보험회사의 책임 한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11. 선고 2013가합88244 판결 <사안개요> 원고는 피고 A보험회사와 사이에 2010. 10. 25, 2010. 11. 10 체결한 두 건의 보험계약에 대하여 2011. 10. 28 이를 각 해지하고 해지환급금 186,782,111원을 지급받은 후 그 무렵 A보험회사 소속 보험설계사 B의 계좌로 전액 다 이체하였고, 며칠 후인 2011. 11. 4 새로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하여도 2013. 1. 2 이를 해지한 후 그 해지환급금 전액을 B의 계좌로 이체하는 등 합계금 294,209,111원을 이체하였는데, B가 이를 임의로 유용하였다. (B는 형사 처벌을 받음) <원고 주장>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서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를 포함한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보험설계사 B가 원고에게 A보험회사에 가입한 보험계약을 갱신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돈을 지급받아가서 유용하였으므로 A 보험회사는 위 보험업법 제102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상 판결 요지>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의 '모집을 하면서' 라는 규정은 보험설계사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설계사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 이건의 경우 B가 A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로서 보험업법 제102조 1항 본문에 정한 보험모집을 하면서 원고로부터 금전을 지급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①보험설계사 B는 2009. 9. 30 해촉되어 최초 돈을 이체받은 2011. 10 경에는 보험설계사의 지위에 있지 않았던 점 ② B는 2011. 12. 21 다시 A보험회사 설계사로 위촉되었으나 비전속법인대리점 (GA)에 소속되어 A보험회사 이외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상품도 판매해온 점 ③보험계약을 갱신하기 위하여 해지환급금을 다시 보험설계사 계좌로 이체한다는 것은 거래관념에 비추어 상식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보험설계사 B에게 금전을 이체한 것은 A보험회사의 보험모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원고와 B 사이의 개인적 금전 거래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상 판결에 대한 검토> 최근 각 보험사마다 텔레마케팅 등 신채널 사업 영역이 강조되고, 새로운 영업조직이 부상하면서 전통적 모집조직인 보험설계사의 비중이 축소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국내 보험모집시장에서의 보험설계사 비중은 매우 큰 상태이다. 이 보험설계사들의 보험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설계사들이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보험상품의 안내, 중개 뿐만 아니라 FC (Financial Consultant), FA(Finacial Advisory)라 하여 고객의 재정관리, 금융투자 상담사 역할까지 자처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가 되고 있는데이에 따라 전통적 보험 모집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금전거래가 오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금전 사고의 발생 위험도 당연히 따르게 되었다. 한편 보험설계사를 근로기준법상 피용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 1990. 5. 22. 선고 88다카28112 판결 등 참조) 보험설계사의 금전사고에 대하여 보험회사가 민법상 사용자책임은 지지 않아 보험계약자들의 피해 구제 차원에서 특별 규정을 둔 것이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이다. 이 보험업법 제102조의 보험회사 책임과 관련하여 핵심적 쟁점은 '보험 모집을 하면서' 발생시킨 손해인지 여부인데, 종래 통상적인 보험 모집 업무와 관련된 보험료 횡령 사건 등의 경우 보험 모집을 하면서 발생한 손해로 보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으므로 보험업법상 책임 인정에는 문제가 없고 주로 보험계약자 측 과실을 고려하여 책임 제한을 얼마나 할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었으나 상기한 바와 같이 보험설계사들의 역할이 확장되어 재정, 투자자문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통상적인 보험모집 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고액의 금전 수수도 빈발하게 되었는데, 과연 그러한 금전거래 상의 사고를 '보험모집을 하면서' 발생시킨 손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령하여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45356 판결은 '모집을 함에 있어서'라는 규정은 보험모집인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새겨야 한다'고 하여 사용자책임에서의 외형이론이 보험업법 제102조 상 책임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였고, 그 후 보험업법상 책임 여부가 문제된 모든 사안에서 위 대법원 판결의 판시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 오고 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한' 행위인지 여부 또한 추상적이기 때문에 결국 거래통념을 기초로 각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를 넓게 확대하여 해석할 경우 개별 보험계약자는 보호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비용이 위험 단체를 구성하는 다른 다수의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무작정 넓게 해석할 수는 없고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중요 사례들을 살펴보면, 위 대법원 2004다45356 판결 사안의 경우 원고가 친정아버지로부터 빌린 1억원을 보험설계사인 남편에게 보험에 가입하여 달라고 부탁하면서 지급하였는데, 남편인 보험설계사가 그 중 4,000만원만 보험료로 사용하고 나머지 6,000만원을 횡령한 사안으로서 당시 돈을 지급하면서 보험상품도 특정하지 않고, 보험청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으며 보험료영수증을 받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보험설계사가 교부한 증권에는 보험료 및 보험증권이 보험가입부분이 변조되어 있었던 사안으로서 이에 대하여 원심인 서울고법 2004. 7. 9 선고 2003나10720 판결은 보험설계사가 부인인 원고를 위하여 보험을 통한 자금운용을 해주기 위한 행위에 불과할 뿐 보험모집 사무집행 관련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으나, 위 대법원 판결은 이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파기환송심 판결인 서울고법 2007. 6. 20 선고 2006나116582 판결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40%로 제한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 이후 외형이론에 의하여 소송은 물론 소송전 단계에서도 보험업법상 책임이 상당히 넓게 적용되어온 경향이 있었는데,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외형이론을 너무 넓게 적용한 것이라는 이유로 비판적 평석이 나온 바 있고 특히 계약자에게 중과실이 있는 사안의 경우 외형이론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김영훈 판사, 2008. 민사판례연구 30권) 그리고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사례 중에는 보험설계사가 애당초 계약자들을 기망하여 보험료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있는데, 하급심 판결 중에는 보험설계사가 보험료 명목으로 보험가입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보험증권을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보험회사가 실제 판매하고 있지도 않는 유령상품을 판매하는 수법으로 돈을 편취한 사안에서 이는 보험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거나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12 선고 2011가합5665 판결) 이러한 기준과 사례들을 종합해서 볼 때 대상 판결 사안의 경우 결국 원고가 A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업법 제102조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외형적으로 볼 때 보험설계사B가 돈을 교부받은 것이 보험계약 갱신을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객관적으로 볼 때 이미 종전에 가입하였던 보험계약들을 해지한 상태에서 보험계약을 갱신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고, 또 종전 계약들에 대한 억대의 해지환급금 전액을 보험계약갱신비용으로 수수한다는 것 또한 설명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서 이건 원고와 보험설계사 B간의 금전 수수는 그 외형에 있어서도 보험모집이나 보험계약 갱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거나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보이며, 그런 점에서 대상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보험
보험설계사
횡령
2016-04-04
민사일반
판례해설 - 대법원 "연명치료 중단 판결 후 병원비도 가족이 부담해야"
-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9769 진료비 사건 - 이른바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 사건에서 환자의 자녀들은 원고 병원을 상대로 연명치료장치제거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2008. 11. 28.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청구의 성질상 가집행선고를 붙이지 않았고 이 판결은 2008. 12. 4. 원고 병원에 송달되었다. 원고 병원이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2009. 2. 10. 항소기각이 되었고 판결의 성질상 확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가집행선고를 붙이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원고 병원이 다시 상고하였으나 2009. 5. 21.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되어 제1심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판결확정에 따라 원고 병원 의료진이 인공호흡기를 뗀 후 환자는 2010. 1. 10. 사망하였다. 위 사건에서 환자 유가족들은 진료개시일부터 환자가 사망한 2010. 1. 10.까지의 진료비 8,700여만 원 중 8,690여만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자 원고 병원이 환자 유가족들을 상대로 진료비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진료비청구 소송의 제1심 재판부는 "환자와 원고 병원 사이의 의료계약은 환자의 진료중단 의사가 추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담긴 연명치료중단 제1심 판결이 원고에게 송달된 2008. 12. 4. 해지된 것으로 보아야하므로 위 날짜 이후의 진료비는 환자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1가단62048 판결).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환자의 경우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고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연명치료중단 사건에서의 판단이었던 점, 연명치료중단 사건의 제1심 법원은 청구의 성질상 가집행선고를 붙이지 아니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판결의 성질상 확정을 기다려 집행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가집행선고를 붙이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환자의 의료계약 해지의사표시의 효력발생 시기는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는지 여부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결이 확정된 때, 즉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때인 2009. 5. 21.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아울러 "환자의 연명치료중단의 의사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사로 해석되므로 원고 병원이 중단해야 할 진료행위는 인공호흡기 부착에 한정될 뿐이며 그 이외에 연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인공영양공급,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와 병실사용에 관한 부분은 의료계약이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위 항소심 재판부는 환자 측이 미납한 2010. 1. 10.까지의 진료비 8,690여만 원 중 원고 병원의 진료과정에 선택진료의 해지가 명백한 기간 동안의 선택진료비 49만여 원을 제외한 나머지 8,840여만 원을 원고 병원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4나2536 판결). 환자 측이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6. 1. 28. 원심판결의 논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판시를 하면서 환자 측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9769 판결). 대상판결은 특히 환자 본인의 사전의료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환자 측이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토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고 병원 측이 이에 대하여 다투면서 진료를 계속할 경우 의료계약의 해지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 여부에 관한 최초 판결이고, 아울러 의료계약의 해지범위에 대해서도 무의미한 연명장치인 인공호흡기 부착에 한정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필수적이고도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는 해지범위에 포함되지 않음을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로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노령인구가 늘어가고 환자들의 자기결정권이 강조되는 사회현상과 맞물려 향후 연명치료중단 관련 사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 면에서 위 판결은 향후 유사 사건이나 최근 국회를 통과하여 2018년부터 시행예정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료비 분쟁의 해결지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명치료중단
진료비
의료계약해지
20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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