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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위층 거주자가 아래층 주민 '보복성 소음'에 이사 갔다면
아파트 위층에서 층간 소음이 난다며 일부러 소음을 내 보복한 아래층 세대 거주자에게 수천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그 동안 층간소음 피해 관련 소송에서 100만~500만원 사이의 손해배상금을 인정해왔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피해자들이 보복성 층간 소음을 피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서 낸 월세까지 포함시켜 고액 배상금을 인정했다. 인천지법 민사8단독 김태환 판사는 모 아파트 윗층에 거주하던 A씨 부부(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지원 김주환 변호사)가 아래층에 살던 B씨 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단207528)에서 "B씨 부부는 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 부부는 2018년 6월 인천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이사 온 다음날부터 A씨 부부는 B씨 부부로부터 "위층에서 시끄럽게 한다"는 내용의 경찰 신고에 시달렸다. 하지만 B씨 부부가 층간소음으로 민원을 제기한 날 중에는 A씨 부부가 외출로 집을 비운 날도 있었다. 오히려 A씨 부부가 이사 온 한 달 후부터 B씨 부부가 사는 아래층에서 공사장 소리, 항공기 소리 등 각종 소음이 들려왔고, A씨 부부는 불안장애,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 A씨 부부는 결국 반 년만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고, B씨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불법행위로 인해 재산권이 침해됐다면 원칙적으로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봐야하지만, 그것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면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며 "이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금은 불법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 부부가 층간 소음 신고를 하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 '출동 당시 소리가 들렸다'고 했고 A씨 부부들 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들의 소음과 진동에 대한 묘사가 매우 구체적인 점 등을 살펴보면, 소음과 진동은 B씨 부부가 일부러 장치들을 이용해 만들어 낸 것으로 불법행위임이 인정된다"며 "A씨 부부가 이사를 떠난 것도 B씨 부부의 보복 소음때문이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소음 발생 및 수차례 민원 신고행위로 A씨 부부가 정신적 손해를 입을 것이란 점을 B씨 부부가 당연히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 부부는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거주하지 못해 주거의 안정이라는 중요부분을 침해당했으므로 B씨 부부가 위자료 1000만원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지불해야 했던 1년치 월세 1960만원 등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층간소음
손해배상금
보복성층간소음
아파트
남가언 기자
2020-08-24
민사일반
[판결] ‘상벌위’ 구성 위법하면 징계는 무효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이 비위 의혹이 제기된 국가대표 감독을 징계했다가 불복소송에 휘말려 패소했다. 법원은 징계사유는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징계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맹의 상벌위원회 위원 자격 규정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자격 요건을 폭넓게 해석한다 하더라도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원이 징계 심의 과정에 관여해 절차상 위법이 크다면서 징계 처분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2-2부(재판장 김환수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 확인소송(2019나2045976)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0~2016년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다. A씨는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선수들에게 물품을 강매하고, 의료기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2018년 4월 연맹 법제상벌위원회가 열렸고, A씨는 제명됐다. A씨는 "징계사유는 모두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징계 역시 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이 정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심의돼 절차상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건강보조식품을 강매하고, 일부 선수들을 본인 동의도 없이 건강보조식품회사 회원으로 가입시켜 수당을 챙긴 사실이 인정되므로, 징계 사유의 존재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장애인사이클 연맹 감독 징계 패소판결 그러나 "연맹의 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은 위원의 자격을 '법률전문가, 체육전문가, 권익보호전문가, 여성, 장애인선수 출신 등'이라고 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지에 관한 아무런 정의규정을 두지 않아 위원들의 자격 여부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징계를 위한 위원회에 3명의 위원이 출석했는데, 이 중 1명은 장애인선수 출신으로 운영규정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1명은 시민운동 경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권익보호전문가'로 인정하기 어렵고, 또다른 1명도 의료기기를 수입·판매하는 사람으로서 권익보호전문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시민운동 경력자를 권익보호전문가로 본다고 해도 운영규정의 취지와 목적에 비춰 그에 준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위원회 구성 자체에 위법이 있다 할 것"이라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의료기기 수입자가 위원회에 참석해 의결에 관여했다면 결의에 위법이 있어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베이트
국가대표
징계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
박미영 기자
2020-07-22
민사일반
[판결] 13년 지나 업무상 장해 악화… "장해급여청구권 새로 취득"
13년 전 업무상 재해로 요양급여를 받았더라도 자연적으로 상태가 악화돼 재차 요양이 필요한 경우라면 이에 대한 장해급여청구권을 새로 취득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소송수계인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20두31774)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05년 경기도의 한 주유소에서 근무하다 세차용 가성소다가 오른쪽 눈에 들어가 우안 각막 화학 화상 진단을 받았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요양승인을 받은 뒤 2005년 7~9월 통원 치료를 했다. 이후 13년이 지난 2018년 2월 A씨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우안 각막 화학 화상 및 우안 망막 박리를 원인으로 한 시각 장애 진단을 받자 같은 해 3월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선행 상병은 2005년 9월 치유됐고, 그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 장해급여청구권이 소멸됐다"며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소송을 냈다. 1심 계속 중 A씨가 사망해 배우자인 B씨가 소송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옛 산재보험법에 의하면 근로자가 요양급여를 받아 치유된 후에도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이 재발하거나 치유 당시보다 상태가 악화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때에는 재요양을 받을 수 있다"며 "선행 상병이 재요양을 신청한 상병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치료종결시의 상태에 비해 증상이 현저하게 악화돼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일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상 재해로 신체장해를 입은 사람이 그 당시에 판정된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청구하지 않아 기존의 장해에 대해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기존의 장해 상태가 악화돼 장해등급이 변경된 후 비로소 청구한 경우에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이치는 기존의 장해등급에 대한 장해급여청구를 하지 않고 있던 중 그 청구권이 시효 소멸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선행 상병이 2005년 일단 치유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후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돼 재요양이 필요한 상태가 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따라서 2018년 발병한 병에 관해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 증상이 고정돼 치유된 시점에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청구권'을 새로 취득하고, 이때부터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A씨의 선행 상병은 2005년 완치됐고 그 병에 대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치일 다음날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2008년에 이미 시효 완성으로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요양
장해급여
후행상병
선행상병
손현수 기자
2020-06-22
민사일반
[판결](단독) 실내골프장서 스윙 연습하다 스프링클러 파손 물벼락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손님이 스윙을 하다 천정 스프링클러를 파손해 소방수가 터져 전자장비 등이 훼손된 경우 업주와 손님의 책임 비율을 6대 4로 정한 판결이 나왔다. 연습장 높이가 낮은데도 스윙시 조심하라는 주의 문구 등을 붙이지 않은 업주 책임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이형주 부장판사는 실내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A씨가 회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25897)에서 최근 "179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B씨는 2019년 4월 A씨가 운영하는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연습 스윙을 하다 사고를 냈다. 휘두른 골프채 헤드가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 맞으면서 스프링클러가 파손된 것이다. 이 사고로 소방수가 터지면서 물바다가 돼 연습장에 있던 기기 등이 훼손됐다. 이에 A씨는 "전자 골프장 장비와 복구 공사 비용 등 44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 부장판사는 "실내 골프연습장 높이에 대한 명시적인 법령상 기준이 없으므로 A씨가 운영하는 연습장의 높이인 2.8m가 그 자체로 흠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실내 골프 연습장 시공 전문업체가 최소 높이는 2.8m, 권장 높이는 3m, A급 높이를 3.4m로 제시하는 점과 대개 천장 스프링클러는 3~4㎝ 가량 돌출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는 고객이 스윙을 하더라도 천장에 달리 스프링클러 등 부착물이 충격될 가능성이 가장 작은 방향으로 시설을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책임 비율 6대4” 판결 이어 "A씨의 실내 골프연습장은 천장 높이가 최소 기준을 겨우 충족시키는 정도에 불과해 골프채가 천장 등을 충격해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A씨는 필요한 주의 문구를 부착하고, 고객에게 본격적인 타격을 하기 전에 부드러운 연습 동작으로 주변 장애물과의 충돌로 인한 사고 발생 염려가 없는지 점검하고 조심하도록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이 사건에서는 B씨가 충격한 스프링클러가 바로 위에 설치돼 있었으므로 연습장의 배치가 부적절한 측면이 있고, 고객에 대한 주의 문구나 안내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내 골프연습장을 이용하는 고객도 본격적인 타격을 하기 전 주변 시설물 등을 스스로 살펴 사고의 위험이 없는지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B씨는 다년간 A씨의 실내 골프연습장을 이용해 익숙한 공간이라는 이유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만연히 행동한 것으로 인정된다"면서 B씨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손해배상
파손
훼손
실내골프장
조문경 기자
2020-06-04
민사일반
[판결] "자백진술 과장"… 신문조서 작성상 의무 위반 첫 인정
경찰이 성폭행 혐의를 받는 청소년들을 '장문단답' 식으로 조사하고도 '단문장답' 형식으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것은 자백진술을 과장해 조서를 작성한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해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직무상 의무위반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가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풀려난 10대 A군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다224797)에서 "국가는 모두 1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29일 확정했다. A군(사건 당시 15세) 등 중·고학교 선후배인 이들 4명은 2010년 경기도 수원시 한 아파트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당시 18세)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 중 일부는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경찰관이 장문의 질문을 던지면 단답으로 대답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자백했다. 그런데 경찰관은 피의자 신문조서에 문답을 바꿔 마치 A군 등이 자발적으로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처럼 단문장답 형식으로 기재했다. 이후 A군 등은 모두 범행을 부인했다. 한편 법원은 경찰이 작성한 자백진술 조서를 근거로 A군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및 공범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A군 등이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자 이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고 석방했다. 이에 A군 등과 이들의 부모는 "진술 증거 조작 및 경찰이 수사과정 전반에 있어 적법절차 준수 및 수사원칙을 위반했다"며 "A군 등 10대 4명에게는 3000만원씩, 부모들에게는 500만~1000만원씩 배상하라"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경찰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직무상 의무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1,2심은 "사법경찰관이 제1회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과정에서 장문단답의 실제 신문내용을 단문장답으로 바꾸어 기재한 것은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직무상 과실에 해당한다"며 "해당 조서는 이후 영장심사 단계 및 검찰 수사 과정에서 소년인 원고들의 피의자로서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하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국가는 소년인 원고들과 보호자들에게 조서 작성 과정에서의 직무상 과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위자료를 일부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군 등에게는 300만원씩, 부모들에게는 1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A군 등과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할 때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하여야 하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다"며 "특히 피의자가 소년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에는 수사과정에서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배려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경찰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조서화하는 과정에서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경찰관이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함으로써 피의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국가는 그로 인해 피의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에 있어 직무상 의무위반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실상 최초의 선례"라고 설명했다.
성폭행
자백진술
국가배상
손현수 기자
2020-04-29
민사일반
[판결]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선천성 질병 아기 출산… 산재 해당"
임신 중인 여성이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선천성 질병이 있는 아이를 낳았다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태아의 건강손상을 여성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최초의 판례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9일 변모씨 등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2016두41071)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인 변씨 등 4명은 모두 2009년에 임신해 2010년에 아이를 출산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기간 병원에서 근무하다 임신한 간호사는 변씨 등을 비롯해 모두 15명이었는데, 그 중 6명만이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변씨 등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를 출산하고, 다른 5명은 유산을 했다. 이에 변씨 등은 알약을 삼키기 힘든 환자를 위해 약을 빻는 과정에서 산모·태아에 치명적인 유해약물에 노출됐다며 2012년 12월 근로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과 질병, 장애 또는 사망 등만을 뜻한다"며 거부했고, 이에 반발한 변씨 등은 2014년 2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5조 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산재보험제도와 요양급여제도의 취지, 성격 및 내용 등을 종합하면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본성상 단일체'로 취급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되어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며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원칙적으로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로 태아에게는 독립적 인격이 없으므로 태아에게 미치는 어떤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권리·의무는 모체에 귀속된다"면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산재보험 급여를 받으려면 업무상 사유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본인이어야 한다"며 "태아의 건강손상에서 비롯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면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태아
여성근로자
산업재해
산재
출산
임신
손현수 기자
2020-04-29
민사일반
[판결](단독) 비아냥거리고 욕하고 침 뱉고…
왕따 가해 학생의 부모도 피해 학생 측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유영일 판사는 최근 A군과 그 부모가 B군과 그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178376)에서 "B군과 부모는 공동으로 A군에게 2070여만원을, A군의 부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군과 B군은 2018년 서울 모 고등학교 같은 반 학생이었다. 그런데 B군은 A군이 다른 급우들과 같이 있을 때면 "그림 좋다"라고 비아냥 거려 A군이 고립되게 만들고, B군에게 '병신' '돼지' '찐따' 등 비하 발언을 했다. B군은 A군의 뒤통수에 침을 뱉고 다른 급우들이 보는 앞에서 공용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뚱뚱한 사람의 사진을 저장·표시한 다음 A군을 쳐다보며 비웃는 등 놀림감으로 만들었다. 괴롭힘을 당하던 A군은 병원에서 '우울기분을 동반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치료를 받기도 했다. 피해 학생에게 부모와 함께 배상책임 져야 B군은 이 일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회부돼 학급교체 조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B군은 A군을 반복적으로 찾아갔다. 이에 A군과 부모는 B군과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유 판사는 "급우이기는 하나, 영향력 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B군이 A군을 비하·모욕하고 부정적 평가와 대우를 공론화하고 확산시키고자 한 것은 A군의 인격과 명예 감정을 훼손한 위법행위"라며 "B군은 A군에 대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원고승소 판결 이어 "(가해자인) B군의 부모 역시 친권자로서 B군이 저지른 행위의 성격과 지속성을 고려할 때 훈육 및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
정신적고통
인격권
왕따
조문경 기자
2020-04-23
민사일반
[판결](단독) 국유림 대부권 넘겨받은 회사에 양도자 관리소홀 이유로 계약해지는 부당
국유림 대부권이 양도된 경우 국가가 전임 관리자인 양도인의 산림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아 양수인에 대한 국유림 대부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설범식 부장판사)는 농업회사법인인 I주식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대부계약자 지위확인소송(2019나2019694)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축산물 사육·가공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I사는 2012년 A씨로부터 준보전국유림인 강원도 평창군 임야 45만2654㎡(13만평)의 대부권을 비롯해 임야 지상의 미등기 건물 등을 양수하는 내용의 자산양도양수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6월 I사는 국가와 해당 대부토지에 대해 A씨의 대부기간을 승계하는 대부계약을 체결했고, 국가는 국유림에 관한 권리 양도를 허가했다. 그런데 이후 문제가 생겼다. I사에 대부권을 넘긴 A씨 등이 대부토지에 위법한 영구시설을 설치했고 허가 없이 벌채를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가는 A씨 등의 대부계약 위반 사실이 양수자인 I사에도 승계된다고 보고 I사에 대부허가를 취소한다고 통지했다. 이에 반발한 I사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유림에 관한 대부계약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私)경제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행하는 사법상 계약으로서 사법상의 법리가 적용된다"면서도 "다만 이 같은 권리양도허가 전에 수대부자 요건 구비 여부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는 점, 개별 권리양도허가 때마다 선행돼야 할 조건을 고지한 후 그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권리양도를 불허하기도 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권리양도허가를 민사상 계약인수에서 잔류 당사자의 동의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원고패소 1심 취소 또 "이 같은 점에 비춰 대부권의 양도가 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기존 계약 당사자의 모든 권리·의무가 포괄승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부권 양도가 대부계약상 지위의 이전을 수반하는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 효과는 개별 계약의 내용을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자산양수도계약에 의하면 I사가 대부권을 승계 취득함에 있어 양도인인 A씨측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법령상·사실상의 장애사유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보장하기로 약정했다"면서 "이 같은 약정내용에 비춰 당사자들은 양수인이 양도인 측 대부계약 의무 위반의 효과까지 승계할 것을 예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A씨의 대부계약상 의무 내지 허가조건 위반을 이유로 I사와의 대부계약을 취소한 것은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이 사건 건물의 철거의무 등이 양수인인 I사에 있다고 보고, 이는 국유림 대부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국가가 I사에 대부계약 취소를 통보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계약해지
국유림
대부계약
관리소홀
박미영 기자
2020-04-23
민사일반
[판결] 회식서 과음 후 무단횡단하다 사망… “업무상 재해”
회사 회식 자리에서 과음을 한 뒤 귀갓길에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18두35391)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모 건설사 현장 안전관리팀장인 A씨는 2016년 4월 회사 행사를 끝내고 팀원들과 회식을 가졌다. A씨는 식당에서 진행된 1차 회식을 마치고, 오후 9~11시 노래방에서 2차 회식을 가졌다. 1,2차 회식은 모두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회식을 마친 A씨는 오후 11시 평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다. 그러다 같은 날 오후 11시35분께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하려고 인천의 한 지하철역 인근 왕복 11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부인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회사 밖에서의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업주가 업무품평회 마치고 마련한 회식자리서 근로자의 주량 초과 음주가 사고의 주된 원인 이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재해를 입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회사 중요행사로서 자신이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한 품평회를 마치고 같은 날 사업주가 마련한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퇴근하던 중 사고가 발생해 사망했다"며 "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A씨는 사용자의 전반적인 지배·관리하에서 이뤄진 회식에서 과음으로 정상적인 거동능력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그로 인해 사고가 났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무단횡단을 한 것이 과음으로 인한 판단능력 장애에 따른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A씨가 왕복 11차선의 도로를 무단횡단한 것이 회식 과정 또는 그 직후의 퇴근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하는 위험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업무상재해
교통사고
무단횡단
사망
과음
손현수 기자
2020-04-16
민사일반
[판결] 매수한 건물 건축대장과 달리 다른 용도로 일부 사용… 뒤늦게 발견했다면
매수한 건물의 일부가 실제로는 건축물대장에 기재된 것과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면 이는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원중 부장판사)는 부동산 매수인 A씨가 매도인 B씨를 상대를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8가합58966)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실제 현황 알지 못하고 구입한 매수인의 과실 인정” A씨는 B씨에게서 인천 남동구에 있는 토지와 그 위에 지어진 건물을 약 77억원에 샀다. 매매계약을 맺을 당시 건축물대장에 지하 1층은 주차장, 1층은 근린생활시설, 2층은 일반음식점, 3층부터 10층은 여관으로 용도가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A씨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건물을 방문해 살펴보니 실제로 2층 면적의 4분의 1가량은 VIP 객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2층 일부가 VIP 객실로 무단용도변경된 사실을 모르고 건물을 샀는데 이는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매도인은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수인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며 "이때 '하자'란 매매목적물에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인 성질이나 품질, 성능, 상태가 결여됐거나 법률적 제한 내지 장애로 매매목적물을 계약 당시에 의도했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지법, 원고 패소판결 이어 "2층의 객실로 사용되고 있는 부분은 비록 전체면적의 4분의 1에 불과하나 감정결과에 의하면 이를 원상복구하기 위해 920여만원이 들고, 건물 시가도 약 74억원으로 떨어진다"면서 "건축물대장에는 2층이 일반음식점으로 등재돼 있는 점을 봤을 때 이 건물은 A씨가 거래 당시 건물에 대해 기대했던 객관적 성질이나 상태나 결여된 하자가 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사실은 A씨 등이 건축물대장과 현황만 비교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들로, A씨의 과실로 인해 알지 못한 사실에 해당하므로 B씨에게 하자담보책임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매매목적물
건축물대장
건물
남가언 기자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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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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