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휴가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에 점심값이나 교통비 등을 제외하기로 한 노사 간의 협약은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강수정 판사는 지난달 12일 H저축은행 직원 김모씨 등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한 연차휴가수당 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연차휴가수당지급 청구소송(2012가단169040)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본급과 근속수당만을 근거로 책정한 연차휴가 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금액보다 많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강 판사는 판결문에서 "통상임금에 산입될 임금을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간의 합의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으로서 무효"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임금을 연차휴가수당 산정의 기초로 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그에 따라 산정한 수당이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하한선을 상회하는 금액이라면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합의에 의해 계산된 금액이 근로기준법 규정에 의해 계산된 금액에 미달될 때만 미달 금액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설명했다.
강판사는 "H저축은행은 직원의 연차휴가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에 점심값과 교통비, 직책수당, 출납수당, 상여금 등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계산식보다 유리한 계산식을 사용해 연차휴가수당을 산정했고,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하한선보다 더 많은 금액을 연차휴가수당으로 준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김씨 등은 2008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회사가 기본급과 근속수당만을 통상임금으로 계산해 연차휴가 수당을 책정했다며 직책수당, 출납수당, 중식대, 교통비,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연차휴가수당을 추가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김씨의 시간당 통상임금은 단체협약을 기준으로 하면 2만9450원이고, 근로기준법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2만1841이었다.
피고 대리인 조용주(41·사법연수원 26기) 변호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근 법원이 통상임금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임금을 보장하려는 추세"라며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정한 것 이상으로 충분한 월급을 받고 있는 사람들까지 통상임금 확대 추세에 맞춰 추가 임금을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안희길(41·31기) 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는 "이번 판결을 통해 모든 회사의 점심값이나 교통비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순 없다"며 "통상임금은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항목별로 전부 통일해서 규정할 수 없고, 임금의 성질상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된 금액이라면 통상임금에 속한다고 본 기존의 판례와 이번 판결도 동일한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