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한 기일씩 건너뛰며 '징검다리'식으로 재판에 출석했더라도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 결과를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에 2회 연속으로 나오지 않은 때에만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선고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9도5426).
A씨는 2018년 10월 오후 11시경 경기도 안산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A씨는 2019년 1월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했다. 그는 이날 사선 변호인 선정을 위해 변론 연기를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제2회 공판기일을 지정했다. A씨는 2회 공판에 출석해 재차 변론 연기를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제3회 공판기일을 지정했다.
불출석 상태 판결은
정당한 사유없이 연속2회 않았을 경우만 해당
하지만 A씨는 또 다시 공판기일 변경신청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이를 불허했다. A씨는 3회 공판에 변호인만 출석시키고 본인은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A씨를 소환하기 위해 제4회 공판기일을 잡았고, A씨는 4회 공판에 참석했으나 이후 선고기일인 제5회 공판에는 다시 불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선고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에서는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항소심이 판결을 선고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 제365조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여야 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실형선고 원심 파기
재판부는 "피고인 출석 없이 항소심을 개정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피고인이 항소심 공판에 출정하지 않아 다시 기일을 정하였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그 기일에도 출정하지 않은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적법한 공판기일 통지를 받고서도 '2회 연속'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출정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고지된 선고기일인 제5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더라도 제4회 공판기일에 출석한 이상 '2회 연속'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출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심은 선고기일을 개정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A씨의 출석 없이 제5회 공판기일을 개정해 판결을 선고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