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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단독) '보따리 사무장'이 등기비용 횡령했다면
변호사가 이른바 '보따리 사무장'에게서 명의대여료를 받고 등기업무를 하게 했다가 고객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변호사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변호사에 책임보험을 판매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변호사가 명의대여 형태로 보따리 사무장에게 등기업무를 전적으로 맡긴 것은 상법 제659조 1항의 중대한 과실에 해당해 보험사의 책임이 면책된다는 것이다. 이 판결 취지에 따르면, 보따리 사무장에게 등기·파산 업무를 맡긴 변호사·법무사는 사고가 발생하면 자기 재산으로 고객의 손해를 배상해 줘야 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 고객도 변호사가 경제력이 약하면 손해를 보전받기 어렵기 때문에 저가의 수임료에 현혹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인천 남동구 모 아파트 입주민 82명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다68891)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변호사는 2011년 B씨를 사무장으로 고용해 등기 관련 업무를 처리할 권한을 주고 매달 500만원을 받기로 했다. B씨는 법무사 사무실이나 로펌 등을 옮겨다니며 자격사 명의를 빌려 등기업무를 하던 전형적인 '보따리 사무장'이었다. A변호사도 B씨에게 자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변호사등록증 사본,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모두 건네 B씨가 A변호사의 명의로 등기 사무를 독자적으로 수임해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사고가 터졌다. 입주민들로부터 "등기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니 빨리 이행해달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A변호사는 급히 경위를 파악했다. 그러다 B씨가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받은 등기비용을 사적으로 꺼내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는 사이 입주민들은 A변호사 명의로 된 등기사건 위임계약을 해지하고 A변호사와 현대해상을 상대로 "2억529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A변호사는 보상한도 2억원짜리 '변호사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을 현대해상화재에 가입해둔 상태였다.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변호사를 대신해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1,2심은 "A변호사가 고의에 가까운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로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손해를 야기한 것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보험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1심은 "2억529만여원 전부를 배상하라"고 했고, 2심은 이를 일부 깎아 1억953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대해상은 "A변호사의 중과실이 인정되므로 보험사는 상법 제659조 1항에 따라 면책된다"며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상법 제659조 1항이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한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서의 '중대한 과실'이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연히 이를 간과한 경우와 같이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A변호사는 B씨를 등기사무장으로 고용하면서 독자적으로 등기사건을 수임해 처리할 권한을 부여하고 등기업무에 필요한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주고 사무장으로부터 그 대가로 매월 500만원씩을 받기로 약정했다"며 "이후 A변호사는 B씨가 등기사건을 수임해 처리하는 것과 관련해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고 등기비용이 입금되는 자신 명의의 은행계좌에 대해서도 전혀 통제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변호사가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손쉽게 B씨의 횡령행위를 예견해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과정에서 B씨의 횡령행위를 간과한 것"이라며 "따라서 A변호사는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이러한 상태가 원인이 돼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사의 입주민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1항에 따라 면책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정형근(60·사법연수원 24기)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가 사무원의 횡령행위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여한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는 보험사는 면책된다고 판단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사례에도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변호사의 과오로 인한 의뢰인의 손해는 변호사 개인의 재산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뢰인이 실력있고 성실한 변호사를 찾아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법 제659조 1항
변호사책임보험
등기업무
명의대여료
보따리사무장
현대해상화재보험
입주자대표회의
신지민 기자
2017-04-27
헌법사건
[기획] 미결수용자 2만명 넘어… 교정시설 과밀화 심각
미결수용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2만명을 돌파하면서 구치소 과밀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한 과밀화를 보이고 있는 곳은 정원의 1.6배나 되는 미결수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밀 수용에 따른 수용자 간 다툼도 늘어 교정사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구치소 1인당 수용면적이 1㎡ 남짓인 0.3평에 불과한 것은 위헌이라며, 법무부에 구치소를 포함한 교정시설의 수용자 1인당 면적을 5~7년 내에 2.58㎡(0.78평) 이상으로 넓히도록 주문했지만, 부지 확보 등에 어려움이 예상돼 개선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김진환)이 최근 발간한 '교정시설에서의 과밀수용 현상과 그 대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을 기준으로 수용인원이 많은 상위 10개 교정시설 가운데 6개가 구치소일 정도로 구치소 과밀수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성동구치소는 수용률이 정원대비 162.4%에 달했다. 2002년 1만4186명에서 작년 2만1838명으로 늘어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의 수용률도 156.3%로 초과 상태다. 법무부는 지난 6일 박 전 대통령과 공모공동정범 관계인 최순실씨를 서울구치소에서 서울남부구치소로 이감했는데, 이때에도 주요 이유가 여사동이 낡고 비좁아 공범관계인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제대로 분리·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교도소와 구치소를 포함한 전체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도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122.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안성훈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치소 과밀수용의 주요원인을 '미결수용자 증가'로 진단했다. 2012년 1만4186명이던 미결수용자는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2015년 1만9267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2만1838명으로 처음으로 2만명대를 넘어섰다. 성동구치소 162.4% '최고'… 서울구치소도 156.3% 안 연구위원은 미결수용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법정구속률 증가와 항소인원 증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2002년 5168명에 그쳤던 1심 법정구속자 수는 2015년 1만6762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불구속 수사·재판 기조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수사나 공판 단계에서 불구속 상태에 있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되는 사례가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불구속 상태이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상황이 변하면서 피고인 신분의 미결수용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29.5%에 그쳤던 형사사건 항소율이 2014년 38.6%, 2016년(6월 기준) 42.9%까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1심에 승복해 형이 확정되면 기결수로 분류돼 교도소로 이감되지만, 1심에 불복해 항소심 등을 거치게 되면 그만큼 장기간 미결수 상태로 남아 구치소에 그대로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미결구금 기간 모두를 형기에 산입하라고 한 헌법재판소 결정(2007헌바25)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과밀 수용은 수용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교정사고 유발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주요 원인은 법정구속률 늘고 항소인원 증가 탓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9년 교정시설 과밀수용을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헌재도 지난해 12월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을 통해 0.3평의 콩나물 시루 수용은 위헌이라고 밝혔다(2013헌마142).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 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교정사고 증가 추세가 과밀 수용률 증가 추세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원대비 153.6%의 과밀수용 상태인 인천구치소에서는 2015년 교정사고가 81건이나 발생했다. 한달에 7건에 가까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구치소에서도 53건, 152.6%의 수용률을 보이고 있는 부산구치소에서도 40건의 교정사고가 일어났다. 헌재도 앞선 결정에서 "과밀수용은 교정시설의 위생상태를 비롯한 수형자의 생활여건을 악화시킬뿐만 아니라 싸움, 폭행, 자살 등 교정사고를 빈발하게 하는 등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교정역량을 저하시켜 결국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저해한다"고 판시했다. "과밀수용은 인간 존엄성 침해… 교정 목적에 反해" 구치소 등 교정시설 추가 신축과 교정인력 증원 등 물적 인프라 확대가 절실하지만 해법은 만만치 않다. 교정시설은 대표적 기피시설이라 부지 확보에서부터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사례가 많은데다 예산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교정직 공무원은 "교정인력 등 관리자의 수는 그대로인데 수감자는 점점 늘어난다"며 "수용자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자해 시설을 보완하거나 관리자 수를 늘릴 필요가 있지만 간단히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영승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과밀수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될뿐만 아니라 수용자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결국 교정의 목적에 반하게 된다"며 "더운 여름이 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밀수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치소 신설이 가장 필요하다"며 "법원이나 검찰청사를 신설할 때 구치소도 함께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정본부가 올 2월 과밀수용 해소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적정 수용정원 확보를 위한 교정시설 신축 및 증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정사고
수용자인권침해
과밀수용
구치소과밀화
미결수용자증가
교정시설과밀화
이정현
2017-04-13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농지임대차는 무효라 차임지급 청구는 못해도
농지의 임대를 금지하고 있는 농지법 제23조는 강행규정이어서 이를 위반한 임대차계약은 무효이므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차임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지만, 농지를 부당하게 점용하는 임차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대인이 땅투기 후 비용회수를 하려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농지 임대계약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아니므로 농지임대를 불법원인급여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충북 진천군에 있는 농지를 상속받은 A씨는 2011년 4월 이 땅을 B씨에게 빌려주면서 1년 임차료 450만원을 선불로 받았다. 2012년 4월 임대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B씨는 다음해 3월까지 땅을 무단 점유했다. 그러자 A씨는 무단 점유기간 동안 입은 임차료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B씨도 "농지 임대는 농지법에 위반해 무효이며 따라서 A씨가 받아간 450만원의 임차료도 부당이득이므로 돌려달라"며 맞소송을 냈다. 이에 A씨는 "농지 임대계약이 무효라면 B씨는 내 땅을 권원없이 점유·사용한 것이므로 이로 인한 임차료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니 받은 임차료와 상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 등 위한 규제 대상이지만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B씨에게 "무단점유 기간 동안의 임료 상당 손해 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1심과 같이 B씨에게 무단점유 기간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했지만, A씨에게도 B씨로부터 받은 임차료 45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2심은 "A씨가 강행규정인 농지법 제23조를 위반해 농지를 임대한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면서 "따라서 B씨가 임대계약 기간 동안 농지를 점유·사용한 것을 두고 A씨가 B씨에게 그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을 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A씨의 상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토지인도 등 소송(2013다79887)에서 원고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말하는 '불법'이 있다고 하려면, 급부의 원인이 된 행위가 그 내용이나 성격 또는 목적이나 연유 등으로 볼 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될 뿐 아니라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급부가 강행법규를 위반해 이뤄졌지만 이를 반환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규범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등에 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부동산 임대차와 본질적 차이는 없고 이어 "농지 임대차는 그 대상이 농지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차임을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이라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부동산 임대차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과거 소작의 경우 지주가 통상적인 토지 임대료 수준을 넘어 경작이익의 상당부분까지 소작료 명목으로 받아가거나 심지어 신분적 예속관계까지 형성했던 것과는 현저히 다르다"며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과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 등을 위해 규제의 대상이 돼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내용이나 성격 자체로 반윤리성·반도덕성·반사회성이 현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농지 임대계약을 근거로 약정 차임을 청구하는 등 계약내용의 적극적 실현을 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임대기간 동안 임차인이 해당 농지를 사용·수익함으로써 얻은 토지사용료 상당의 점용이익에 대해 임대인이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마저 배척해 임차인으로 하여금 사실상 무상사용을 하게 하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만 농지법의 규범 목적이 달성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 목적이 농지로 보전되기 어려운 용도에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서 농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경우라거나 △임대인이 자경할 의사가 전혀 없이 오로지 투기의 대상으로 취득한 농지를 투하자본 회수의 일환으로 임대하는 경우 등 헌법 제121조 2항이 농지 임대의 정당한 목적으로 규정한 농업생산성의 제고 및 농지의 합리적 이용과 전혀 관련성이 없고 농지법의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돼 반사회성이 현저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농지 임대인이 임대기간 동안 임차인의 권원 없는 점용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 대해 임차인이 불법원인급여의 법리를 이유로 그 반환을 거부할 수는 없다"며 "원심은 이 같은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A씨의 상계 항변을 배척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계약 자체가 반사회성이 현격하다고 단정 못해 이번 판결에 대해 이계정(45·사법연수원 31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우리 사법이 보호해야 하는 핵심적 가치인지에 관해 대법원이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농지임대는 무효이기 때문에 임대인은 적극적으로 임료를 청구할 수 없지만, 투기 자본 회수 등의 부당한 목적이 아닌 한 임차인에게 부당점용을 이유로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는 있다는 결론"이라며 "임료와 부당점용에 따른 손해는 액수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무효인 농지임대차 계약을 한 임대인도 계약이 유효한 것을 전제로 한 것과 비슷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사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지민·강한 기자>
농지법
임대차계약
차임청구
농지임대
경자유전
신지민 기자
2017-04-06
기업법무
상사일반
[판결] "주총서 선임된 이사·감사, 별도 임용계약 필요 없어"
이사와 감사 선임은 주주총회의 전속 권한이기 때문에 선임 의결 외에 별도의 임용계약은 필요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표이사 등 회사 경영진이 주총 결의에 하자가 있다며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와 감사의 임용을 거부하더라도 이사와 감사의 지위는 그대로 인정된다는 취지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주식회사에서 주주의 경영관여 및 경영감독은 주총을 통한 이사 또는 감사의 선임을 통해 확보되는데, 이번 판결로 이사·감사 선임을 통한 주주의 경영참여 및 경영감독 권한이 보다 폭넓게 보장될 것이라는 평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3일 신일산업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된 이모씨와 감사로 선임된 황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이사 및 감사 지위 확인소송(2016다25121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 등은 2014년 12월 열린 주총에서 이사 등으로 선임됐지만 신일산업은 주총 결의에 문제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임용계약 체결을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이씨 등은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는 이사나 감사로 활동하기 위해 주총 결의 외에 별도의 임용계약이 필요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사나 감사의 선임에 관한 주총 결의는 피선임자를 회사의 기관인 이사나 감사로 한다는 취지의 회사 내부의 결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주총에서 이사 등 선임 결의가 있었다고 곧바로 피선임자가 그 지위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주총 결의에 따라 회사 대표기관이 임용계약의 청약을 하고 피선임자가 이를 승낙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이사나 감사 지위에 취임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전합 판결에서 기존 입장을 변경했다. 대법원은 "상법은 '이사·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주식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주가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유일한 통로인 주총에 이사·감사의 선임 권한을 전속적으로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사·감사의 지위가 주총 선임결의와 별도로 대표이사와 사이에 임용계약이 체결돼야만 비로소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이사·감사의 선임을 주총의 전속적 권한으로 규정한 상법 취지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어 "주총에서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결의는 주주들이 경영진을 교체하는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사 선임 결의에도 불구하고 예컨대, 퇴임하는 대표이사가 임용계약의 청약을 하지 않은 이상 이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보게 되면 주주로서는 효과적인 구제책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감사의 선임에 대해 상법은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수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감사 선임 결의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가 임용계약의 청약을 하지 않아 감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하면 상법 규정에서 감사 선임에 관해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취지가 몰각되는 문제점도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임용계약이 없다고 이사·감사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게 하면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이사 선임 거부권을 주는 결과가 돼 부당하다"며 이씨 등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신일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에 대해 안수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장단점은 있겠지만 대법원 판례를 환영한다"며 "기존에는 임용계약 절차가 주주총회에서 선임한 이사와 감사를 회사 측이 거부하거나 미루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는데, 주주들이 자신을 대리할 사람을 스스로 결정해 세웠다면 회사는 그 뜻에 따르는 것이 상법의 취지"라고 말했다. 이형규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상법상 주총 결의에 따라 이사와 감사가 선임되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선임과 별도로 이사와 감사는 기관으로서의 권한을 회사로부터 위임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위임의 법리를 고려할 때 임용계약 등의 절차 없이 바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다소 비약의 여지가 없지 않다"고 했다. 2016다251215 판결문 보기 2015다248342 판결문 보기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이날 황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2015다248342)에서는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신일산업은 황씨 등 2명이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고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당시 황씨는 신일산업의 지분 12.99%를 확보했고, 최대 주주는 이보다 적은 9%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황씨는 2014년 3월 열린 주총에서 신일산업 경영진이 추천한 모 대학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되자 같은 해 4월 소송을 냈다. 신일산업은 황씨가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대여한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며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맞섰다. 황씨가 사들인 주식의 대금이 사실은 강모씨의 돈이므로 "회사의 주식과 관련해 그 명의와 실질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실질관계를 따져 주주권의 행사자를 확정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황씨는 주주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례도 변경했다.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된 사람만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봄으로써, 회사와 다수의 주주 사이의 법률관계를 한층 더 획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국 회사와 주주, 이들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보다 안정시켜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막고, 명의자와 실질적 권리자 사이의 분쟁을 궁극적으로 종식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회사는 주주명부상 주주 외에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몰랐건 간에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하지 못한다"며 "타인을 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한 것은 적어도 주주명부상 주주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허용하거나 받아들이려는 의사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관해 대법관 4명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누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인가 하는 문제는 실제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가려서 결정할 것이지 주주명부의 기재를 기준으로 할 것은 아니다"라고 별개의견을 냈다. 앞서 1,2심은 신일산업의 주장을 받아들여 "황씨는 주주총회의 결의 취소를 구할 자격이 없다"면서 각하 판결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들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490247891162_144451.pdf, http://www.scourt.go.kr/sjudge/1490247820877_144340.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파기환송
주식회사
선임의결
전속권한
감사
이사
주주총회
신지민 기자
2017-03-23
헌법사건
“헌법재판관 2명 이상 기피 금지는 합헌”
내년 1월 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퇴임에 이어 3월 13일 이정미 헌법재판관 임기만료를 앞둔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재판관 결원에 따른 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헌재가 헌법재판을 청구한 당사자는 같은 사건에서 2명 이상의 재판관을 기피할 수 없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헌재법이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참여해야 심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미달할 경우 심리를 중단토록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기피 범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재판관 기피가 곧 사실상 합헌 또는 기각 결정의 효과를 가져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권모씨가 2명 이상의 재판관을 기피할 수 없도록 한 헌재법 제24조 4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2015헌마902)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최근 합헌 결정했다. 권씨는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 등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재판관 가운데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의 자녀가 로스쿨에 다니고 있어 불공정한 심리가 우려된다며 두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헌재에 냈다. 그러면서 '당사자는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2명 이상의 재판관을 기피할 수 없다'는 헌재법 제24조 4항이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지난해 9월 헌법소원을 추가로 냈다. 하지만 헌재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은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되는 단일 재판부에서 관장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재판관 3명 이상이 궐위되거나 직무를 집행할 수 없을 경우에는 심리정족수 미달로 헌법재판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동일한 사건에서 2명 이상의 재판관을 기피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기피를 통해 특정 사건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재판관을 직무집행에서 배제해 당사자에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심리정족수 부족으로 인해 헌재의 심판기능이 중단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의 심리정족수는 7명 이상으로 강제되어 있고 대부분의 심판사건에서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을 요하고 있음에도 현행 헌법재판제도는 재판관 결원을 보충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지 않기에 재판관의 결원은 곧 합헌 또는 기각 의견이 확정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돼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피제도가 오히려 재판의 불공정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며 "당사자가 1명의 재판관만 기피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청구인의 신청에 의해 그 자체로 기피 신청 당사자에게 불리한 재판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피
기피제도
헌법재판관
헌법재판소법
기피금지
재판청구권
신지민
2016-12-26
행정사건
[판결] "연수휴직 신청해 놓고 로스쿨 다닌 경찰관 징계 정당"
일반 대학원에 다니겠다며 연수휴직을 신청한 뒤 실제로는 평일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다니고 주말에는 일반 대학원을 함께 다닌 경찰관을 징계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홍진호 부장판사)는 경찰관 A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불문경고처분 취소소송(2016구합54459)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불문경고를 받은 공무원은 1년간 인사기록 카드에 등재돼 표창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재판부는 "A씨가 지방 대학원에서 연수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해도 의도적으로 연수휴직 기간 중 로스쿨에서 연수를 받았고, 그런 목적으로 연수 기간 상당 부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휴직의 목적 외 사용으로 국가공무원법에 정한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로스쿨은 통상 3년 동안 전반적인 법학 과목을 90학점 이상 이수해 수료가 가능해 할당되는 수업이나 학습량 등이 상당하고 공무원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이를 소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런 이유로 형식적으로 연수휴직 등을 사용한 다음 로스쿨에서 연수를 받는데 중점을 두는 현상이 발생하게 됐고 이런 편법적인 휴직 사용을 근절할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4년 2월 일반 대학원 박사학위 과정을 위해 2년간 연수휴직을 신청했다. 그러나 A씨는 실제로는 평일에는 서울의 한 로스쿨을,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까지는 지방에서 대학원 과정을 병행했다. A씨는 휴직신청서와 휴직 중 복무상황신고서에 로스쿨 입학·재학 사실을 적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 감사원이 휴직 기간에 로스쿨에 다닌 경찰관들을 적발하자 자체 조사를 거쳐 A씨 사례를 적발했다. A씨는 결국 목적 외 휴직을 이용한 사실이 인정돼 견책 처분을 받았다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불문경고로 감경받았다. 이후 A씨는 "로스쿨을 다니려고 형식적으로 연수휴직을 신청하지 않았고, 휴직 중 일반 대학원 과정을 충실히 수행했다"며 "로스쿨을 같이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연수목적 외 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연수휴직
편법휴직
불문경고
경찰관로스쿨
국가공무원법
이장호 기자
2016-10-11
형사일반
‘기습 유사 성폭행’, 유사강간죄냐 강제추행죄냐
피해자가 방어할 틈도 없이 기습적으로 유사성교행위를 한 경우 성립되는 범죄는 유사강간일까 아니면 강제추행일까. 어떤 범죄로 처벌해야 할지를 두고 최근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유사강간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97조의2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사성교행위를 강제추행죄로만 처벌할 수 있었던 기존 형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12년 12월 신설된 규정이다. "항거 불가능하게 할 폭행이었다고 보기 어려워 강제추행" 하지만 신설된 유사강간죄 역시 강간죄와 마찬가지로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어, 피해자가 누워있거나 마사지 등을 받는 와중에 기습적으로 당한 유사성교행위처럼 물리적인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안에서도 유사강간죄가 적용될 수 있는지를 놓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사강간죄가 인정되지 않으면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는데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유사강간죄에 비해 낮다. 어떤 범죄가 성립하느냐 하는 문제는 피고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일적인 법해석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습적인 유사성교'… 하급심 판단 엇갈려= 화장품 도소매업을 하는 A씨는 지난해 5~6월 인터넷 카페 등에 무료로 전신 마사지를 해준다는 광고를 냈다. A씨는 광고를 보고 찾아 온 여성 손님 4명에게 마사지를 해주면서 "몸속 나쁜 노폐물을 빼내야 한다"며 갑자기 누워있는 여성들의 성기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검찰은 A씨를 유사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지난 4월 A씨에게 강제추행죄만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처럼 기습적으로 손가락을 여성의 성기에 넣는 경우에는 유사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최근 A씨에게 유사강간죄를 인정했다. 다만 A씨가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 대부분과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2016노1291). "기습적 행위 자체가 폭력에 해당… 유사강간으로 처벌해야" 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B씨 사건에서도 1,2심 판단이 엇갈렸다. B씨는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사우나 수면실에서 누워 있던 60대 남성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서도 1심은 유사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는 최근 유사강간죄를 인정해 B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1심을 취소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2016노1509). ◇'폭행·협박'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쟁점= 이처럼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이유는 피해자가 부지불식간에 당한 '기습 유사성교' 사례에서도 유사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폭행·협박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성폭력범죄는 강간죄와 강제추행죄가 있다. 대법원은 강간죄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은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면 족하다고 판시해 강간죄에 비해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정도를 더 낮게 보고 있다. 대법원은 특히 강제추행죄의 경우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논리에 따라 대법원은 기습적인 추행행위(예컨대 갑자기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행위)도 강제추행으로 인정하고 있다. "기습은 유사강간 수단" "폭행은 유형력 행사" 학계도 엇갈려 문제는 신설된 범죄 유형인 유사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를 어느 정도로 봐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앞선 사건들에서 1심 재판부들은 유사강간죄도 강간죄의 한 유형인 만큼 기존 강간죄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기습적인 유사성교 행위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유사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강간죄와 유사강간죄는 그 행위가 강제로 이뤄지는 일정한 삽입을 전제로 한다"며 "유사강간죄의 법정형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강간죄의 법정형에 훨씬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습추행은 강제추행죄로 처벌하지 않으면 처벌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기습유사강간은 강제추행죄로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할 수 있어 (굳이 유사강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행위에 상응한 적절한 처벌을 하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들은 피해자의 반항이 실제로 억압됐다면 유사강간죄의 폭행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습적 행위 자체가 폭력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A씨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기습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유사강간 행위의 경우, 피해자가 항거할 여유도 없어 결과적으로 항거가 곤란하거나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며 "기습성이 강제성을 대체하기 때문에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학자들도 의견 엇갈려= 형법학자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손동권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폭행은 유사강간행위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데 기습유사강간의 경우 기습이 그 수단이 되는 것"이라며 "기습이라는 수단과 유사강간이라는 목적의 상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손가락 등의) 삽입행위와 폭행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봐 유사강간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폭행은 유형력의 행사인데, 마사지를 한다고 눕혀놓고 기습적으로 유사성교행위를 한 것은 위계로는 볼 수 있지만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는 어렵다"며 "강제추행죄로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기습유사성폭행
유사강간
강제추행
기습유사성교
폭행
협박
이장호 기자
2016-10-10
헌법사건
[판결] '사법시험' 사실상 종언… 헌재, "사시 폐지 합헌"
헌법재판소가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따라 국회가 사시 존치 법안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은 한 1963년부터 시행된 사시는 예정대로 54년만인 2017년 폐지되게 됐다. 법조인 배출 통로의 대명사였던 사시로 대변되는 이른바 '고시' 시대가 막을 내리고 로스쿨 체제로 법조인 배출 통로가 명실공히 일원화되게 되는 셈이다. 사시 존폐를 둘러싼 법적 논쟁도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29일 A씨 등 사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과 법과대학 재학생들이 "2017년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2012헌마1002, 2013헌마249, 2015헌마873, 2016헌마267)에서 재판관 5(합헌)대 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결정했다. 헌재는 "로스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법자는 사시 준비생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2017년까지 8년이나 사시 폐지 유예기간을 뒀다"며 "사시 준비생들에게 사시가 존지할 것이라는 신뢰이익은 변경 또는 소멸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구인들은 로스쿨에 입학해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석사학위를 취득하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법조인이 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어 해당 규정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 제도를 도입한 이상 사시 제도를 병행해 유지하는 것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사법개혁의 근본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법학교육의 정상화와 국가인력의 효율적 배치라는 입법목적 달성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청구인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보다는 사시 폐지와 로스쿨 도입을 전제로 하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공익이 더 크므로 해당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했다. 헌재는 최근 로스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헌재는 "로스쿨 일부에서 입학 전형의 불공정이나 교육 과정 부실 등이 지적됐지만, 지금은 이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런 노력에도 로스쿨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제도 개혁이 있어야 하겠지만, 현 시점에선 이 제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대해 조용호 재판관은 "사시 폐지는 단순히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층간 불신과 반목을 심화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등 공익도 중대하게 침해하므로 법익 균형성도 상실했다"며 "법원조직법과 검찰청법에 의하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은 판사나 검사로 임용될 수 없으므로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없고 그 결과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과 무관하게 판사, 검사로 임용될 수 있는 기회 또한 상실하게 되므로 공무담임권도 침해받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모두 침해한다는 의견이다. 이진성·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사시 폐지로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사시 폐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못지않게 중대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내 조 재판관과 같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을 봤지만 "법원조직법과 검찰청법이 판사, 검사의 임용조건으로 변호사 자격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나, 판사나 검사의 임용은 법령들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사시 제도와 판사, 검사의 임용과의 관련성은 간접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한편 헌재는 이날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5년 내 5회로 제한한 변호사시험법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2016헌마47·361·443·584·588).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연간 로스쿨 입학 정원의 75% 수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과도한 제약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2012년 로스쿨을 졸업한 후 올 변호시시험까지 연속 낙방해 더 이상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B씨 등이 "변호사시험 응시 기간과 횟수를 로스쿨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내 5회'로 제한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하면서 발생하는 인력 낭비와 응시 인원의 누적으로 인한 시험 합격률 저하, 로스쿨의 교육효과 소멸 등을 막고자 하는 공익은 청구인들의 제한되는 기본권에 비해 더욱 중대하다"며 "변호사시험법의 응시 기회 제한 조항은 A씨 등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임신과 출산을 '응시 기회 제한'의 예외로 인정해 달라며 C씨가 낸 헌법소원사건에 대해서는 "청구기간을 준수하지 못해 부적법하다"며 각하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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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추구권
평등권
변호사시험응시제한
신지민 기자
2016-09-29
형사일반
쓰러진 택시기사 두고 떠난 승객… 처벌 가능할까
최근 심장마비로 쓰러진 택시 기사를 버려두고 떠나 끝내 숨지도록 방치한 승객들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과 함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인데, 성경 속에서 강도를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으로 묘사된 선한 사마리아인에게서 따온 말이다. 지난 25일 오전 대전에서 택시를 몰던 기사 A(62)씨는 승객 2명을 태우고 운행 중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운전자인 A씨가 쓰러지면서 차량은 앞 차와 추돌해 멈춰섰다. 하지만 이후 승객들의 행동은 큰 충격을 줬다. 이들은 119에 구조 신고도 하지 않고 트렁크에서 골프 가방 등 짐을 꺼낸 뒤 곧바로 다른 택시를 잡아타고 현장을 떠나버렸다. 의식을 잃은 채 방치됐던 A씨는 다른 시민의 신고로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승객들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야 했는데 공항버스 출발 시간이 촉박해 현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매정한 승객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다. 우리나라에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판례도 단순히 짧은 시간 동행한 사실만으로 상대방에 대한 법적인 보호의무를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추운 겨울 술을 마시고 함께 걸어가다 한 사람이 제방밑으로 굴러 떨어져 부상을 입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도 혼자 집으로 가버려 낙상한 동행자가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76도3419).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유기죄의 범행 주체가 되려면 피해자에 대한 구호의무가 있어야 하는데 승객이 단순히 택시를 탔다고 해서 택시기사를 구조할 의무가 당연히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도덕적으로는 비난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이 '누구든지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등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같은 신고의무를 위반했다고 해도 처벌 규정은 없다. 의료분야 전문가인 성용배(39·사법연수원 39기) 법무법인 정&파트너스 변호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응급환자에 대한 신고의무 주체는 '누구든지'이기 때문에 승객들도 신고의무가 있지만 의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며 "심폐소생술까지는 아니더라도 119에 신고를 하는 등 최소한의 노력을 의무화하고 적어도 과태료 정도의 처벌 규정을 두는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함이 없이 개인적 행동에 의해 또는 구조의 요청에 의해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이를 하지 아니한 자는 5년의 구금형 및 7만5000유로(우리돈 9500여만원)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월 박성중 새누리당 의원이 '재난 또는 범죄로 발생한 상해·질병 또는 장애로 인해 구조가 필요한 자를 구조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구조하지 아니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구조 불이행죄'를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개인의 도덕적·윤리적 판단에 맡길 문제를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만기(56·20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도덕적 의무와 법적 의무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택시에 탔다거나 우연히 동행했다는 것만으로 어떤 법적인 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도덕적 의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응급의료에관한법률
도덕적의무
유기
착한사마리안법
택시기사방치승객
택시기사심장마비
박미영 기자
2016-08-31
헌법사건
수사기관이 개인 진료기록 열람… 위헌 여부 싸고 공방
경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를 목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에 진료기록 등 개인정보를 요구해 제공받은 행위와 이를 허용하고 있는 현행법이 위헌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재동 청사 대심판정에서 범죄수사를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영장 없이 수사기관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2항 7호 등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사건을 심리했다. 이번 사건은 용산경찰서가 2013년 불법파업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두 사람의 진료기록을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공단이 김 위원장의 2012년 이후 당시까지 총 44회의 요양급여 내역과 박 부위원장의 정형외과 진료 내역 등을 제공하자 두 사람은 헌법소원(2014헌마368)을 냈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2항은 수사기관은 수사에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라고 공공기관에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2항 7호는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은 정보주체나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 없다면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를 공공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없이 사실상 무제한 조회… 기본권 침해" "필요한 정보만 조회… 기본권 침해 우려 없어" 김 전 위원장 등 청구인 측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개인정보 조회를 사실상 무제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당사자의 동의 없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이호중 서강대 로스쿨 교수도 "경찰이 요청한 요양급여내역은 혐의 사실 입증에 필요한 직접 증거가 아닐 뿐 아니라 소재 추적에 꼭 필요한 정보라고도 볼 수 없다"며 "경찰의 행위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경찰 측은 "관련 조항은 범죄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범죄 수사 등을 위해 필요한 정보만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 우려도 없다"고 맞섰다. 경찰 측 참고인으로 나선 유주성 경남대 법학과 교수도 "청구인들은 당시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었고, 경찰은 소재 파악에 필요한 중요한 단서에 한해 정보제공을 요청했다"며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는 적절한 통제방안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통제는 범죄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 저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
진료기록
개인정보
개인정보보법
기본권침해
범죄수사
수사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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