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철거대상 지역의 무허가 주택에 이주한 사람이 낸 전입신고를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박재윤·朴在允 대법관)는 9일 박모씨(35)가 시흥시 신천동장을 상대로 낸 전입신고미처리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02두1748)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민등록법 제6조1항이 규정하는 주민등록 대상자의 요건인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구역 안에 주소 또는 거소를 가질 것'이라 함은 단순히 외형상 그러한 요건을 갖춘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법의 입법목적과 주민등록의 법률상 효과 및 지방자치의 이념에 부합하는 실질적 의미에서의 거주지를 갖춘 경우를 의미한다"며 "따라서 주민등록을 담당하는 행정청으로서는 주민등록 대상자가 이러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92년 피고가 주민등록 전입신고의 수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이후인 97년 이 지역 판자집을 매수해 주거의 외관만을 갖춘 채 지내오면서 토지소유자의 정당한 철거요구에 불응하고 있고, 단독 세대주가 된 이래 7차례에 걸쳐 전입과 전출을 반복하고 있는 사실 등을 감안하면 피고가 전입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것을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97년 서울 양평동, 문래동, 안양천 주변의 철거민들이 집단 이주해 조성된 시흥시 신천동 무허가 단지내의 판자집을 매수해 이주하고 2000년 전입신고를 했으나 동사무소가 이를 수리하자 않자 이 사건 소송을 내 1·2심에서는 승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