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학생들의 수배해제를 놓고 검 · 경과 민변 등 재야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한총련의 이적단체성을 또한번 확인했다.
대법원은 지난 1998년 5월 한총련 5기 집행부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이후 같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裵淇源 대법관)는 13일 한총련 10기 의장 김형주씨(25 · 전남대법학과 4년)에 대한 상고심(☞2003도604)에서 "10기 한총련은 이적단체"라고 판시하고, 국가보안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 벌금 2백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의장으로 선출된 2002년의 제10기 한총련은 강령 및 규약의 내용과 표현을 온건한 방향으로 개정하려고 시도한 바 있으나 이는 남북관계 등 여건의 변화에 적응해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이거나 합법적인 단체로 인정받아 활동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로 한총련의 이적단체성이 청산돼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이적표현물의 내용과 10기 명의로 작성된 각종 문서들의 내용을 보면 그 강령과 규약의 일부 변경에도 불구하고 10기 역시 종전의 한총련과 같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통일노선과 그 궤를 같이한다"며 "10기 한총련도 북한의 활동을 찬양 · 고무 · 선전하거나 적어도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이적단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10기 출범식이 열린 서울산업대학교가 행사에 앞서 행사개최를 불허하고 경찰이 시설물보호를 하고 있었는데도 다중의 위력으로 대학교에 침입한 행위와 피고인이 참가, 주최한 각 집회 및 시위는 그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에 비추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4월 10기 한총련 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반미투쟁 촉구, 반통일보수세력 척결,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내용으로 한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같은해 5월 한총련 총회장소인 서울산업대학에 집단 물리력을 행사해 진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었다.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李尙甲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일련의 한총련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고 남북관계에도 많은 진전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의 새로운 해석을 기대했었는데 매우 아쉽다"며 "하지만 한총련을 둘러싼 논의가 '한총련은 이적단체가 아니다'라는 전제에서 시작된 것은 아닌 만큼 이번 판결에 관계없이 한총련의 합법화와 관련자들의 수배 해제에 대한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