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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단독) 대출계약상 이자·수수료 지급 담보위해 로펌에 맡긴 예치금
대출계약상 이자와 수수료 지급을 담보하기 위해 로펌에 예치금을 맡겼는데, 로펌이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함부로 이를 인출해 지급한 것은 에스크로(Escrow)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기업컨설팅업체인 A사가 B법무법인과 이 법무법인 구성원 변호사 5명을 상대로 낸 보관금 반환소송(2020나2021419)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피고들은 연대해 6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18년 5월 기업의 주식 양수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사모펀드에 재무적 투자자(LP)로서 420억원을 출자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사채시장에서 620억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A사는 6월 대주(貸主)인 C사와 D사로부터 각각 420억원과 20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이들이 지정한 B법무법인 계좌에 자금조성 담보비용으로 총 7억원을 예치했다. A사는 당시 B법무법인으로부터 예치확인서를 받았는데, 확인서에는 '본 예치금은 대출 시 금리와 수수료로 전환되고, 예치기간까지 대출이 이행되지 않을 때는 예치인의 요청에 의해 예치금을 반환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대출 실행되지 않은 상태서 인출 계약목적에 반해” 이후 A사는 이자와 수수료 명목으로 18억원을 추가 예치한 이후에도 예정됐던 대출이 실행되지 않자 B법무법인 담당변호사에게 "남은 예치금 전액을 반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B법무법인은 대출계약 전후로 A사가 예치한 금액 7억원 중 6억8000만원을 대주 측 관련자 등에게 계좌이체하거나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고, 총 예치금 25억원 중 18억2000만원만 반환하자 A사는 소송을 냈다. A사는 "예치금 인출에 동의한 적이 없고,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으므로 B법무법인은 예치확인서에 따라 나머지 6억8000만원의 예치금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컨설팅사에 6억8000만원 지급 판결” 이에 대해 B법무법인은 "예치금 중 6억원은 대출계약금 명목으로, 8000만원은 잔고증명비용 명목으로 대주 측에 지급된다는 사실을 A사가 동의하거나 용인해 이를 알고 있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A사는 대출과 관련한 자금조성 담보비용으로 B법무법인 계좌에 총 7억원을 예치했는데, 예치금은 대출 시 금리 및 수수료로 전환될 예정이었다"며 "(예치확인서에는) 예치기간인 2018년 6월까지 대출이 실행되지 않을 때 담당변호사가 예치인에게 예치금을 반환한다고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치금은 대출이 실행될 것을 전제로 대출금의 이자와 수수료 지급을 담보하기 위해 A사가 B법무법인과 에스크로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맡긴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에스크로 계약은 계약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인 법무법인 등에게 필요한 서류나 금원을 맡기고 양쪽 조건이 모두 성취되면 법무법인 등이 그 지급과 반환을 대행하도록 하는 계약인데, B법무법인이 이 사건 각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음에도 자금조성 담보 목적으로 예치한 예치금을 인출해 대주 측에 지급한다는 것은 에스크로 계약 체결 목적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대출
예치금
로펌
에스크로
담보
이용경 기자
2021-09-02
형사일반
[판결] '1조원대 펀드 사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1심서 징역 25년
1조원대 옵티머스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 부장판사)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751억7500만원을 선고했다(2020고합585). 함께 기소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2대 주주인 이동열씨에게는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 추징금 51억75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 변호사에게는 징역 8년과 벌금 2억원을, 송상희 이사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사건에 가담한 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3억원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금융투자업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신의성실의무와 윤리의식을 모조리 무시한 채 이뤄진 대규모 사기 및 자본시장 교란 사건"이라며 "이 사건으로 약 5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고,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믿고 투자한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피해와 충격을 줬으며, 금융시장에서의 신뢰성, 투명성,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켜 사모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피해금이 얼마나 회수될 수 있을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를 회수하기까지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 대표에 대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대표로 장기간에 걸쳐 투자제안서의 내용과 다른 펀드를 개설해 이 사건을 야기했다. 펀드자금이 이씨와 자신이 운영, 관리하는 SPC와 개인 계좌를 수시로 오가게 하고, 그중 일부는 수표로 인출하는 등 자금 집행이 투명하지 않았고, 실제 펀드 투자금의 투입처 내지 사용처 파악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2대 주주인 이씨에 대해서는 "범행 초반에는 이 사건 펀드가 어떻게 제안되고 판매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결국 그 펀드자금이 이씨가 운영하는 SPC에 투입됐다. 이 사건 펀드가 기망행위를 통해 설정된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이씨의 SPC 명의로 사모사채를 발행했고, 환매불능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펀드자금 횡령행위에 가담했다"고 했다. 또 윤 변호사에 대해 "윤씨는 고도의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변호사임에도 사기적 펀드개설에 가담했다. 나아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판매사 실사에 대비해 문서 위조에 가담하기도 하고, 김 대표, 2대 주주인 이씨와 논의된 대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운영자 역할을 맡아 금감원 조사과정에 자신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실운영자라는 취지의 허위진술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 실체 은폐를 위한 시도를 했다"고 판단했다. 송 이사에 대해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이사이긴 하나 회사의 경영이나 펀드 개설과 운용에 관한 의사결정에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며 "이 사건 범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기보다 의심스러운 사정을 외면 또는 용인하고 범행에 나아가는 등 미필적인 고의로 범행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 고문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내용의 펀드 개설과 운용 업무를 처음 기획, 실행했고, 매출채권양수도 계약서를 주도적으로 조달하고, 자신의 SPC에서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며 "비록 유씨가 관여한 펀드는 모두 환매되긴 했으나, 이는 이후의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자금 돌려막기 상황이 심화되는 주요한 이유가 됐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 2900여명으로부터 약 1조 1903억여원을 끌어모은 뒤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대표에게 무기징역과 벌금 4조 578억여원, 1조 4329억여원의 추징명령을 구형했다. 아울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2대 주주인 이씨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3조 4281억여원의 추징명령을, 옵티머스 이사 윤 변호사에게 징역 20년에 1조 1722억여원의 추징명령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스킨앤스킨 고문인 유씨에게는 징역 15년과 벌금 8565억여원, 추징금 2855억여원을 구형했고, 옵티머스 이사 송씨에게는 징역 10년과 벌금 3조 4281억여원, 추징금 1조 1427억여원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들은 마치 펀드에 하자가 없는 것처럼 속여 팔아 악의적으로 피해 규모를 확대시켰다"며 "이들의 사기 범행으로 인해 천문학적이고 유형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국가적 피해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대담한 사기 행각에 놀랐고, 대국민 사기극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피고인들은 각자의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도 법정에 이르기까지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사기
옵티머스펀드
김재현
이용경 기자
2021-07-20
형사일반
[판결] 대법원, '비폭력·반전주의 신념' 현역 입대 거부자 첫 무죄 확정
여호와의증인 신도는 아니지만 비폭력·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 입영을 거부한 30대 남성에게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지난 2월 비(非) 여호와의증인 신도 중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가 무죄가 확정된 사례는 있었지만, 현역 입대 거부 사례에서 무죄가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3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17564). 정씨는 2017년 11월 14일까지 입영하라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 및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에 따라 군대 체제를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정씨가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정씨는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앙과 신념이 내면 깊이 자리해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으며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고, 이때 진정한 양심이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을 말한다"면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 제88조 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사안에서 무죄를 확정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정씨는 대한성공회 교인으로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기독교 신앙 등을 병역거부 사유로 주장하고 있다"면서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아닐 뿐만 아니라 단순히 기독교 신앙(교리)만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어서, 이 사건은 기존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사안과는 구별된다"고 했다.
병역법
여호와의증인
예비군거부
박미영 기자
2021-06-24
민사일반
[판결] "분묘기지권 시효취득했더라도 토지사용료 내야"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했더라도 땅 주인이 토지 사용료를 청구하면 청구한 날부터 이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는 지료(地料)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관습법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의 유효성은 계속 인정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의 권리도 일정부분 인정하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9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지료청구소송(2017다228007)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4년 경기도의 한 임야를 사들였다. 이 땅에는 1940년 사망한 B씨의 조부와 1961년 사망한 B씨 부친의 분묘가 있었는데 B씨는 이 분묘들을 계속해서 관리해왔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내가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토지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했고, B씨는 자신에게 분묘기지권이 있으므로 낼 수 없다고 맞섰다. 분묘기지권은 분묘가 비록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설치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분묘와 주변의 일정면적의 땅에 대해서는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관습법상의 물권을 말한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땅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분묘를 철거하거나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 통상 분묘기지권은 △땅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 묘지를 설치한 경우(승낙형 분묘기지권)나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후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묘지 이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양도형 분묘기지권) △남의 땅에 묘지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사용한 경우(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인정된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분묘를 설치할 땅을 소유하지 못한 경제상황과 장묘시설이 부족해 남의 땅에 매장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등을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화장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장묘 문화가 변하고 있고 제사 등에 대한 국민 의식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습법상 권리인 분묘기지권을 계속 인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2001년 1월 13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대법원의 입장도 수정돼야 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장사법은 묘지의 설치기간을 기본 15년으로 규정하고 3번에 걸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장 60년간 분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장사법은 한차례 개정을 통해 묘지의 기본 설치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7년 1월 전원합의체 판결(2013다17292) 등을 통해 장사법 시행 이전에 남의 땅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도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계속 인정된다고 판시하는 등 분묘기지권의 유효성을 유지해왔다. 헌법재판소도 2020년 11월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합헌이라고 판단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특히 이 사건처럼 분묘기지권자에게 토지 사용료라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토지소유자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불이익 감수 당사자의 이해관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 있어 사용료는 소유자가 청구 시점부터 지급의무 부담 결국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해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권자에게 지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청구할 수 있는 지료의 범위를 토지 소유자가 토지 사용료를 청구한 날로부터 계산하도록 제한해 이전의 사용료까지 무한정 소급해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재판부는 "분묘기지권과 같이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관습법상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이를 인정한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과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립한 분묘기지권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분묘기지권자로 하여금 오래 전 분묘를 설치한 시점까지 소급해 그 이후의 지료를 모두 지급하도록 하면, 분묘기지권자는 장기간의 지료를 일시에 지급해야 하고 이를 지체하면 분묘기지권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며 "이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 온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지료증감청구권 등 관련 규정의 근본적인 취지를 종합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와 달리,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가 분묘기지권이 성립함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1992. 6. 26. 선고 92다13936)과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1995. 2. 28. 선고 94다37912)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 지료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게 된다. △지료의 구체적 액수는 당사자의 협의로 정하거나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정할 수 있고(민법 제366조 단서), 정해진 지료가 지가 상승 등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상당하지 않게 되면 당사자는 지료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286조). △지료 채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민법 제162조 제1항) △지료를 2년분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지만(민법 제287조),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분묘기지권에 관한 지료의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93다52297 판결 등 참조). 이에 대해 이기택·김재형·이흥구 대법관은 "시효로 취득하는 분묘기지권에 대해서는 그와 가장 유사한 법정지상권에 관한 민법 규정을 유추적용해 지료 지급 의무의 발생시점을 판단해야 하고, 추상적인 조리나 신의칙을 근거로 이와 달리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다른 사람의 토지에 분묘를 무단으로 설치하면 분묘기지의 점유·사용 기간 동안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진다.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완성돼도 그와 같이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상태에서 시효취득이 이뤄지고, 시효취득의 효력이 점유를 개시한 시점으로 소급하기 때문에, 분묘 설치 시부터 지료가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한편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관습법으로 인정해 온 배경과 취지에 비춰, 지료의 수수나 청구조차 없이 20년 이상의 장기간 평온·공연하게 분묘기지의 점유가 계속됐다면, 토지 소유자가 묵시적으로 무상의 토지 사용을 용인했거나, 적어도 분묘기지권자는 그와 같이 알고 분묘기지를 점유해 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그에 따라 분묘기지권자는 시효 기간 동안 계속된 사실관계와 동일한 내용의 권리, 즉 지료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고 봐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앞서 1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적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 지급을 청구한 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과 관련된 지료에 대한 상충되는 판례들이 모두 정리됐다"며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 온 관습법의 취지를 존중하고 분묘의 존속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막고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는 해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묘기지권
토지사용료
시효취등
토지
지료
관습법
박미영 기자
2021-04-29
형사일반
[판결] 아내 인공호흡기 떼 숨지게 한 남편 징역 5년
갑작스럽게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던 아내를 6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60대 남편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박재우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최근 징역 5년을 선고했다(2020노159). A씨 아내 B씨는 2019년 5월 29일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B씨는 스스로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라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만 의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A씨는 B씨가 쓰러진 지 6일 만인 2019년 6월 4일 B씨의 기도에 삽관된 인공호흡장치를 손으로 뽑아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아내와 서로 연명치료를 하지 말자고 했고, 자식들에게도 알렸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별다른 재산 없이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A씨 입장에서는 연명의료를 받을 경우 발생하는 하루 20~30만원의 비용이 경제적 부담으로 느껴졌을 수 있어 범행 동기에 어느 정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간의 생명은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는 2016년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 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해 2018년 8월부터 시행 중"이라며 "B씨가 회복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오랜 기간 동안 고통받아온 것도 아니고, 당시 B씨가 어떤 이유로 갑자기 쓰러져 회복이 어려운 혼수상태에 이르렀는지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연명의료결정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 A씨가 6일 만에 B씨를 살해한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살인
아내
중환자
인공호흡기
남편
남가언 기자
2021-04-15
민사일반
[판결](단독) 특정 교수에 악의적으로 해임·파면 처분 반복… “7000만원 배상”
교수에 대한 해임·파면 처분이 소청심사위나 법원에서 모두 취소되는데도 대학 측이 거듭 같은 처분을 반복하다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물게 됐다. 법원은 대학의 이 같은 처분은 교수를 쫓아내기 위한 악의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유지현 판사는 A씨가 모 대학교를 운영하는 B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278504)에서 최근 "B법인은 7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03년부터 B법인이 운영하는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06년 총장으로 임용돼 4년 임기를 마쳤다. 이후 B법인은 이사회를 개최해 A씨가 총장 임용 직전의 교수로 복귀했음을 확인하는 결의를 하고 이를 A씨에게 통보했다. 당초 A씨의 교수직 정년은 2018년까지였다. 그러나 2011년 무렵 B법인은 돌연 'A씨가 임용기간 만료로 교수직을 상실했으므로 지급된 급여를 환수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하고 임기만료를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청구를 해 해임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B법인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가 재직 중에 총장으로 임명됐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수직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항소심과 상고심의 결론도 같았다. 그러나 B법인은 이후에도 A씨에 대한 해임과 파면 처분을 반복하며 소송을 이어갔다. 이에 A씨는 소송을 냈다. 유 판사는 "징계권의 행사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징계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서 효력이 부정됨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는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돼 그 교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B법인은 A씨에 대한 해임 또는 파면의 징계처분이 소청심사위의 결정이나 법원의 판결을 통해 모두 취소되는 상황에서도 A씨에 대한 해임, 파면 처분 및 위원회의 결정이나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는 소송을 계속 반복했다"며 "B법인의 행위는 오로지 A씨를 학교로부터 쫓아내기 위한 악의적 행위에 해당해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B법인의 이 같은 행위로 교수로서 수업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끊임없는 법적분쟁에 시달리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B법인은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나마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해임
파면
교수
손해배상
학교법인
이용경 기자
2021-03-15
형사일반
[판결] ‘34주 태아’ 낙태 의사, 업무상촉탁낙태죄 무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업무상촉탁낙태죄는 소급해 효력이 없으므로 이를 근거로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1심은 낙태죄 조항이 개정되지 않았더라도 개정 입법시한 내에 있다면 헌재가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제시한 임신 22주 후의 낙태는 업무상촉탁낙태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관련 조항 자체가 효력을 상실했다'며 처벌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임신 34주의 태아를 낙태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 대해 업무상촉탁낙태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이 의사는 태아를 제왕절개로 분만시킨 다음 물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살인 및 업무상촉탁낙태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0도12108). A씨는 2013년 4월~2019년 3월까지 서울에서 산부인과 원장으로 일했다. 그는 인터넷 낙태수술 광고를 보고 연락한 여성 B씨와 B씨의 어머니 C씨로부터 낙태 시술을 요청받고, 2019년 3월 B씨에 대해 낙태 시술을 했다. A씨는 임신 34주의 태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꺼낸 뒤 물 속에 담가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의 임신기간은 수정일로부터 평균 38주(266일)이다. 그는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시킨 뒤 의료폐기물인 것처럼 수거업체에 인계해 소각되게 함으로써 사체를 손괴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수술에 참여한 마취과 전문의와 공모해 마치 모체 뱃속에서 사산한 태아를 배출시킨 것처럼 조작하려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재판에서는 헌재가 2019년 4월 업무상촉탁낙태죄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A씨를 업무상촉탁낙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 자기낙태죄와 낙태시술을 한 의료진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270조 1항 의사낙태죄(업무상촉탁낙태죄)에 대해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3(단순위헌)대 2(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또 주문에서 "이 조항들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밝혀 개선 입법시한도 못 박았지만, 국회는 기한을 넘겨 지금까지 관련 법률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은 소급효력 없어 시술 의사 처벌 못할 수 없어 당시 헌재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각각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되므로, 단순위헌 결정을 하는 대신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고 입법자(국회)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결정가능기간)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1심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1심은 "입법시한이 도래하지 않고 형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헌재 결정에서 정한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위한 결정가능 기간인 22주 내외를 훨씬 지난 태아에 대해 행해진 낙태행위에 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헌재 헌법불합치결정은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에 해당하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3항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이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헌재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심판·결정할 수 있으므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 이상 그 조항은 헌법재판소법에 정해진 대로 효력이 상실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가 결정에서 '의사낙태죄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되고 개정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이 사건 법률조항이 효력을 상실한다'고 했더라도, 헌법불합치결정을 위헌결정으로 보는 이상 업무상촉탁낙태죄에 관한 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며 "따라서 A씨의 낙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제왕절개로 태아분만 시킨 뒤 물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는 유죄 인정 윤석희(57·사법연수원 23기)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헌재가 결정으로 개정 입법시한을 못 박았고, 이후 국회가 입법을 하지 않아 낙태죄는 사실상 폐지된 것"이라며 "여성의 낙태 행위를 형벌의 영역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태죄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이나 양성평등기본법, 국제기준 등에 비춰봐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낙태를 처벌한다해서 낙태율이 낮아지지 않고 형벌적 효력이나 예방, 억제 효력이 없으므로 낙태를 범죄로 처벌하기보다 여성이 낙태를 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여성이 건강히 출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국회 입법공백으로 낙태에 관한 법적 판단 기준이 없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의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헌재가 제시한 개정 입법시한을 두 달여 앞둔 지난해 10월에야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기존 형법 제269조 낙태죄 처벌 조항을 유지하면서, 임산부 본인 요청에 의한 조건 없는 낙태는 임신 14주(임신초기)까지 허용하되, 임신 24주(임신후기) 이후에는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다. 15~24주(임신중기) 제한적 허용 기간에는 △강간·준강간·친족간 임신 △임부 건강위협 △임신 지속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할 우려 등이 있는 경우 △전문가 상담 △24시간 숙려기간 등을 거친 자기결정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낙태를 허용하도록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회는 헌재가 정한 개정시한인 지난해 말까지 입법을 하지 못했고, 낙태죄 조항은 올해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정부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살인
낙태죄
업무상촉탁낙태죄
낙태
헌법불합치
손현수 기자
2021-03-15
형사일반
[판결] '분식회계·채용비리 등 혐의' 하성용 前 KAI 대표, 1심서 집유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지난 2017년 10월 기소된 후 약 3년여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하 전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7고합1022). 하 전 대표는 2013년부터 2017년 1분기까지 경영실적을 쌓기 위해 매출액 5358억원, 당기순이익 465억원을 부풀려 회계장부에 기록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기간 동안 청탁을 받고 KAI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시 서류 또는 면접전형에서 탈락한 15명의 지원자들을 부당하게 합격시켜 신입사원 공개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이와 함께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총 1억93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개인적 사용 목적으로 횡령한 혐의 등도 있다. 재판부는 하 전 대표에게 적용된 분식회계 등 핵심 혐의 상당수를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일부 회계분식 유형의 경우 회계처리가 관련 회계기준에 위반됨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회계기준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회계분식을 공모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상품권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와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을 부당하게 합격시킨 혐의 등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KAI의 대표이사이자 신입사원 채용 업무에 관한 최종 인사권자로서 공개채용 제도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이전의 잘못된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공개채용 과정에서 내·외부 인사의 청탁에 따라 일부 지원자의 최종 채용 여부가 변경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며 "또한 피고인은 KAI의 법인자금으로 구입한 상당한 양의 상품권을 개인적으로 전달받아 사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에게 범죄 전력이 없고, 부당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등 개인적 이익을 취한 바 없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이미 1년여의 구금생활을 한 점 등 기타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횡령
분식회계
채용비리
이용경 기자
2021-02-08
민사일반
[판결] '한·중 영상재판 활용한 감정증인 신문' 반영 판결 주목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법원이 중국에 있는 중국법 전문가를 원격영상 방식으로 감정증인신문을 한 다음 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판결을 내놔 주목을 끌고 있다. 전세계적인 전염병 창궐 상황에서 국경을 넘는 분쟁 사건의 해결을 위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는 질높은 재판을 구현할 방법으로 영상재판을 통한 감정증인신문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정재오 부장판사)는 A사 등 중국 보험사들이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19나2054956)에서 "성도이엔지는 총 128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7월 성도이엔지의 자회사인 성도건설에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의 가스공급설비 설치 공사를 맡기는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가스 배관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해 공장 2500㎡(약 756평)가 불 탔다. SK하이닉스는 A사 등 중국 보험사에 10억6500만 달러(약 1조1700억원)를 보험금으로 청구했고, 5개 보험사는 SK하이닉스에 8억6000만 달러(약 95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받았다. 이후 중국 보험사들은 중국에서 성도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중국법원은 성도건설에 보험사들이 SK하이닉스에 지급한 보험금 중 재물손해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자 중국 보험사들은 우리나라 법원에 성도건설의 모회사인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1000억원의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민사33부는 이 사건 심리를 위해 지난해 10월 26일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서관 308호 법정에서 중국민법 전문가인 베이징대 류카이샹 교수와 중국인민대 장신보 교수 등을 원격영장재판방식으로 감정증인 신문을 진행한 뒤 최근 최종 판결을 내렸다<본보 2020년 10월 29일자 4면 참고>.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준거법을 중국법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계약은 당사자가 선택한 법에 의하므로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에 따른 대위권 행사에 관해서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준거법으로 정한 중국법에 따른다"며 "화재사고가 발생한 장소로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되는 곳은 중국이므로 성도건설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성도이엔지의 사용자책임에 관해서는 중국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는 또 성도건설의 대표자 등이 모회사인 성도이엔지의 지휘·관리·감독을 받는 중국법상 용공관계(用工關係)에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중국법에서는 노동계약의 당사자로 우리법에서 말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 용인단위(用人?位)와 근로자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있다. 보험사들은 성도건설이 성도이엔지와 용공관계에 있으므로, 중국 침권책임법상 용인단위 책임 규정에 따라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중국 침권책임법 제34조는 '용인단위의 공작인원이 공작 업무 집행으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용인단위가 권리침해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규정에 따른 용인단위 책임은 피용자의 침권행위에 대해 고용자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단위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용인단위에 해당할 것 △침해행위자가 용인단위의 공작인원일 것 △공작인원의 침해행위가 용인단위의 공작임무 수행으로 인한 것일 것 △공작인원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 해당할 것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 회사가 아닌 외국 회사도 중국법상 용인단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중국민법 전문가인 중국인 교수 2명을 영상재판 방식을 통해 감정증인신문 했다. 당시 재판부는 "중국내에서 합법적으로 고용관계를 체결 할 수 있는 외국회사도 용인단위가 될 수 있냐"고 질문을 했고, 감정증인으로 채택된 베이징대 류카이샹 교수는 "중국노동법과 노동계약법 등에 따르면 용공관계를 인정함에 있어서 원칙적으로는 중국경내 기업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의 침권책임법에서 용인단위의 주체에 대해 해석할 때는 경내(국내)인지 경외(국외)인지 구분이 없다"며 "(외국기업도)침권 책임법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침권책임법은 중국의 민사기본법에 해당해 '용인단위'의 의미는 노동계약법이 아닌 민법총칙에서 정한 의미로 이해함이 타당하므로 경내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도건설의 임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성도이엔지의 업무를 수행하는 등 용공관계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도건설과 성도이엔지는 완전모자회사 관계로서 기업집단을 구성해 경영전략을 공유하고 기업집단의 본부라고 할 수 있는 모기업인 성도이엔지가 100% 주주이자 중첩적 경영진 구성을 통해 성도건설의 주요 경영 판단에도 영향력이 있었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각기 다른 나라에 설립된 별도 법인으로서 이 사건 화재사고에 이르기까지 수년 동안 원칙적으로 각 사업과 자산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는 성도건설이 SK하이닉스와 체결한 계약에 따른 것으로서 성도건설은 중국 내 관련 면허를 보유하고 자체의 물적·인적 설비를 기반으로 여러 근로자들을 사용해 공사를 수행했다"며 "성도이엔지가 성도건설의 100% 주주로서 결과적으로 성도건설의 성장과 경영 수익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은 지분의 소유관계와 기업집단 구성에 따른 것이지 공사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의 이익이 직접 성도이엔지에 귀속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회사법상 성도이엔지와 성도건설의 연대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성도건설은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직후 성도이엔지에 거액을 배당했는데, 이를 배상채무 회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성도건설은 화재 사고 이전에는 정기적인 이익배당이 실시된 바가 없다"며 "2013년도에 성도건설이 특히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대규모 화재사고가 발생해 직원들이 소방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었고, SK하이닉스로부터 배상청구 예고를 받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도이엔지가 기존에 투여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필요가 있었더라도 이처럼 거액의 이익배당을 서둘러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화재사고로 인한 채무를 회피하고자 하는 목적이 개입됐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성도이엔지는 성도건설을 지휘·감독하는 사용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므로 성도이엔지는 중국 보험사들에게 10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중국법
성도이엔지
중국
보험
박미영 기자
2021-02-01
형사일반
[판결] "친구와 모르는 사람 험담… 명예훼손 성립 안돼"
친구와 단둘이 사무실에서 모르는 사람을 험담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전파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7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5도12933). A씨는 2014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친구 B씨와 있던 중 C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C씨는 A씨에게 전화로 "(나와 사실혼 관계이자 직원인) D씨에게 임금을 가불해달라"고 요청했고, A씨는 이를 거부했다. 옆에 있던 B씨는 통화를 마친 A씨에게 "누구냐?"고 물었고, A씨는 D씨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신랑하고 이혼했는데, 아들 하나가 장애인이래. 그런데 D씨가 살아보겠다고 돈 갖다 바치는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C씨의 아들은 장애인이 아니었고, D씨가 C씨에게 돈을 가져다 준 것도 아니었다. 한편 C씨는 통화가 끊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A씨의 이 같은 발언을 녹음했고, 검찰은 A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A씨는 C씨를 직접 알지 못했고, B씨 역시 C씨, D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며 "A씨가 발언할 당시 B씨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고, 이후 C씨, D씨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공연성이 부정될 유력한 사정이고, A씨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며 "A씨와 B씨의 친밀 관계를 고려하면 비밀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기 때문에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A씨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A씨가 고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말하진 않았고, 발언 이후 다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등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전파가능성과 공연성이 매우 크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벌금 7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명예훼손죄
친구
험담
명예훼손
손현수 기자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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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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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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