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024년 5월 2일(목)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화해
검색한 결과
209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한국전쟁 때 좌익으로 몰려 사살… 68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
한국전쟁 당시 좌익으로 몰려 군경에 사살 당한 민간인 피해자의 유족들이 68년만에 국가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재판장 설민수 부장판사)는 '전남 동부지역 민간인 희생사건'의 희생자 양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합589141)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양씨는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당시 전국 4개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을 조사한 결과 전남 동부지역의 신원 확인 희생자 35명 중 한 명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전쟁 시기인 1950년 7월 전남 보성의 한 국민학교에서 일하던 양씨는 학교 소사(小使)를 부르려고 종을 쳤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경찰은 양씨가 종을 친 것이 빨치산에게 도망가도록 신호를 보낸 게 아니냐고 추궁했고 이후 석방된 양씨는 보성이 인민군에게 점령당했다가 국군에 수복된 이후인 1950년 12월 다시 연행돼 산골짜기에서 사살됐다. 재판부는 "진실화해위의 결정 등 관련 기록을 보면 망인이 전남 동부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의 희생자임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보성 경찰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망인을 살해해 기본권을 침해했으므로 국가가 유족들에게 재산상·정신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들이 사건으로 겪었을 정신적 고통, 상당 기간 계속된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국가가 저지른 불법행위의 내용과 중대함 등을 이유로 사망한 양씨에 대한 위자료로 8000만원, 유족에 대한 위자료로 각 800만원을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2008년 진실을 규명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국가의 주장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이 나온 무렵 유족들에게 통지하거나 그런 노력을 했다고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전쟁
민간인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박수연 기자
2018-09-17
민사일반
[판결] '희망버스' 기획 송경동 시인, 항소심서 국가 배상책임 벗어나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희망버스(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를 기획했던 시인 송경동씨에게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은 송씨가 국가에 배상액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부(재판장 김행순 부장판사)는 21일 국가와 경찰관 14명이 송씨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등 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4나47442)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송씨 등이 국가와 경찰 10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다만 당시 시위 진압에 참여한 경찰 4명에게는 총 48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송 시인의 불법행위로 경찰 장비나 비품을 잃어버리고 파손당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시위 참가자들의 직접적인 불법 행위와는 상관없이 장비가 손상·분실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경찰 10명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서도 "당시 시위 참가자의 불법행위로 상해를 입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들이 이로 인해 특별히 치료를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가벼운 상처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전치 1~2주 상당의 상대적으로 심한 부상을 입은 경찰 4명에 대해서는 송씨 등의 공모에 의한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송씨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청 개혁위원회는 과도한 공권력 집행에 대한 책임을 집회 주최자에게 묻는 건 부당하다고 확인해줬지만 경찰은 그 어떤 조정과 화해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며 "희망버스 시위 당시 경찰이 불법 댓글공작을 벌였다는 점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는 만큼 그 결과를 반영해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선고 연기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댓글수사 결과가 나오면 희망버스 사법탄압 피해자들과 상의해 재심 청구 등 국가와 경찰에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희망버스는 2010년 10월20일 시작된 한진중공업 파업사태 당시 민주노총 부산본부지도위원 김진숙씨가 크레인에 올라 고공시위를 벌이자 이를 지지하기 위해 총 5차례에 걸쳐 운행됐다. 송씨는 2011년 7월9일 2차 희망버스 지지방문 중 김씨가 농성 중인 영도조선소 부근에서 7000명 규모 집회를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과 충돌을 벌였다. 이에 국가와 경찰은 "시위대로 인해 부상을 입고 기물이 파손됐다"며 "1500여만원을 배상하라"면서 소송을 냈다. 2014년 8월 1심은 "송씨가 집회 및 시위현장에서 참가자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해 폭력 등 불법행위를 하도록 권유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 등의 손을 들어줬다.
손해배상청구소송
희망버스
정리해고
한진중공업
박수연 기자
2018-08-22
[판결] '문인 간첩단 사건' 피해자 5명, 44년 만에 모두 "무죄"
1974년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문인들을 간첩으로 몰아 처벌했던 이른바 '문인 간첩단 사건'의 마지막 피해자가 검찰의 재심 청구 끝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44년만에 전체 피해자 5명의 간첩 누명이 모두 풀린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는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았던 임헌영(77·본명 임준열) 민족문제연구소장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2017재고단42). 홍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당시 접촉했던 사람들이 재일조선인총연맹계인 것은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그들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점과 원고 청탁을 받은 잡지가 위장 기관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수사주체가 될 수 없는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에 의해 작성돈 피의자 신문조서도 모두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임 소장은 일본에서 발행되는 잡지 '한양'이 반국가단체 위장 기관지라는 점을 알면서도 원고를 게재하고 원고료를 받았다는 혐의 등으로 김우종·이호철·장병희·정을병씨 등 다른 문인들과 함께 1974년 1월 국군보안사령부에 구속돼 기소됐다. 그러나 이후 2009년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이들은 국군보안사령부의 가혹 행위를 이기지 못해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을병씨는 당시 무죄를 선고받았고 김우종, 이호철, 장병희씨는 재심 청구를 통해 마찬가지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임 소장은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이번 재판은 다른 피해자와 달리 임 소장이 스스로 재심을 청구하지 않자 검찰이 지난해 9월 당사자 대신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면서 진행됐다.
박수연 기자
2018-06-25
노동·근로
조세·부담금
[판결](단독) “‘해고무효訴 화해금’ 과세대상 아니다”
해고 처분에 반발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근로자가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여 회사로부터 받은 화해금에는 세금을 물릴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9부(재판장 강민구 부장판사)는 한국퀄컴㈜이 해고 근로자 류모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공존)를 상대로 "화해금 5억원 중 3억9000만원은 이미 지급했고, 나머지 1억1000만원은 원천징수대상으로 공제했으므로 이에 대한 강제집행은 불허돼야 한다"며 낸 청구이의소송(2017나2073137)에서 1심과 같이 사실상 원고패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해고무효확인소송 중 화해가 이뤄졌다면 화해금은 근로자가 해고무효확인 청구를 포기하는 대신 받기로 한 '분쟁해결금'으로 봐야 한다"며 "조세법의 엄격한 해석상 이를 소득세법상 위약금과 배상금으로 보기 어렵고,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 퇴직소득, 기타소득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위약금이나 배상금, 부당이득 반환시 지급받는 이자 등 분쟁과 관련해 지급된 화해금이나 재산권과 관련된 분쟁에서 지급된 화해금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 되는 기타소득인 '사례금'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근로계약 관계가 가지는 중요성과 특수성, 해고무효확인소송이 가지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가 해고무효확인소송의 청구를 포기하는 대가로 받은 화해금은 (비과세대상인) '분쟁해결금'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퀄컴은 류씨에 화해금 5억원 중 이미 지급한 3억9000만원을 제외한 1억1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류씨는 퀄컴에서 대관업무 담당 이사로 재직하다 2015년 12월 해고되자 2016년 3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냈다. 법원은 같은 해 10월 화해권고결정을 내리며 퀄컴에 "화해금으로 류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소송은 종료됐다. 그런데 퀄컴이 류씨에게 화해금을 지급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퀄컴이 "화해금은 소득세법상 '필요경비 없는 기타소득'에 해당한다"며 5억원 중 소득세 1억과 지방소득세 1000만원을 원천징수한 다음 3억9000만원만 류씨에게 지급한 것이다. 이에 류씨는 "화해금은 비과세소득이므로, 원천징수는 부당하다"며 법원에 화해권고결정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퀄컴의 예금채권 중 1억1140여만원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퀄컴은 "화해금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사례금'에 해당한다"며 "이에 따라 당연히 공제돼야 할 1억1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모두 지급했으므로 우리는 잘못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한편, 2심부터 원고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국가(대한민국)도 "화해금이 사인간 분쟁해결금이라는 이유로 (과세대상인) 사례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응능과세'의 원칙에 반해 조세정의에 위반된다"며 퀄컴 측과 같은 주장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로자
해고무효확인소송
화해금
세금
화해권고결정
손현수 기자
2018-05-28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결](단독) “교통사고 피해자와 ‘포괄합의’ 했어도 예측불가능한 후발피해 배상해야“
보험사가 교통사고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이후 합의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시력장해가 피해자에게 발생했다면 추가로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오상용 부장판사)는 장모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리더스)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합의무효확인소송(2015가합546768)에서 "현대해상은 8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장씨는 2013년 11월 경북 영천시의 한 국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서모씨가 몰던 차량에 치어 외상성 뇌내출혈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서씨는 운전중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한눈을 팔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서씨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현대해상으로부터 4500만원을 받고 합의하면서 "이후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어떠한 이유로든 민·형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할 것을 확약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후 2015년 7월 장씨는 "사고로 외상성 시신경위축 증상 등 실명에 가까운 시력 저하가 발생했다"며 "1억55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현대해상은 "장씨가 부제소합의를 위반해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각하돼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했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씨의 시력장해는 75%의 노동능력상실률이 예상될 만큼 중대한 것"이라며 "장씨의 시력저하는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진행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후발손해는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손해로 보인다"며 "장씨가 이를 예상했더라면 사회통념상 4500만원으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장씨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주행한 잘못이 있다"며 현대해상의 책임을 85%로 제한했다.
보험사
보험금
교통사고
합의
이순규 기자
2018-04-05
국가배상
[판결] 50여년만에… 대법원 "국가, '구로공단 농지강탈' 피해자에 배상"
1960년대 초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정부에 강제로 농지를 빼앗기고 소송사기범으로까지 몰렸던 농민들의 유족이 50여년만에 국가배상을 받게 됐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9일 이른바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 사건'에 연루됐던 피해 농민들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4건(2013다41769 등)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모두 확정했다. 유족들의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는 등기부취득시효완성 등을 이유로 기각했지만, 손해배상청구는 대폭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대법원 확정 판결로 고 이영복씨 등 피해농민 4명의 유족 331명은 총 1165억원과 1999년 1월 이후 법정이자를 국가로부터 배상받게 됐다.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 사건'은 1961년 9월 정부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구로동 일대에 약 30만평의 땅을 강제수용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이 땅이 서류상 군용지였다는 점을 사유로 내세워 농사를 짓던 농민들을 내쫓았다. 농민들은 "1950년 4월 농지개혁법에 따라 서울시로부터 적법하게 분배받은 땅"이라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토지수용을 강행했다. 농지를 뺏긴 이씨는 다른 피해자 46명과 함께 1967년 국가를 상대로 땅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냈다. 1심에서 농민들이 승소하자 구로공단 조성에 차질을 우려한 당시 박정희 정권은 권력기관을 동원했다. 검찰이 1968년부터 농민들과 관련 공무원에게 소송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수사결과 농지분배 서류가 조작됐다며 농민들뿐만 아니라 농림부 등 각급 기관의 농지 담당 공무원들까지 사법처리됐다. 이어진 2심은 1969년 "농지분배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서 이씨 등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1970년 농지분배는 적법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좀처럼 결론을 내지 않았고, 이씨를 제외한 다른 농민들 대다수가 소송을 취하했다. 이씨는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이던 다른 일부 농민들과 함께 소송사기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1979년 이씨는 대법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됐다. 설상가상으로 땅 소송을 심리하던 파기환송심은 이 같은 형사판결을 이유로 이씨에게 패소 판결했다. 이씨는 상고를 포기했고, 1983년 사망했다. 그렇게 억울함을 안은 채 숨을 거둔 농민은 이씨만이 아니었다. 그러다 2008년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사정리위는 이 사건을 "국가의 공권력 남용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유죄 판결을 받았던 농민 등 26명 가운데 23명이 형사재판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무죄 판결을 근거로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정부가 승소했던 민사소송 재심을 다시 심리해달라며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이씨 유족들도 2011년 12월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뒤 2012년 1월 민사소송 재심을 다시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이씨의 유족 5명이 낸 재심 사건에서 "1979년 판결에서 인용된 서류 조작의 증거들은 모두 형사재심의 무죄 판결 확정으로 근거를 잃어 인정되지 않는다"며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에 대해선 "1996년 시행된 옛 농지법이 3년 안에 농지 대가의 상환을 완료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러지 못한 채 시한을 넘겨 상환 완료를 이유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는 불가능하게 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국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정부의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이씨는 분배농지를 취득했을 것"이라며 "무죄 판결이 확정된 2011년 12월까지는 손해배상청구 등의 권리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만큼, 국가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항변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농지 대가 상환을 통해 농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한이었던 1998년 12월 31일의 시가에 상당하는 손해액과 법정이율에 따른 이자 등 모두 32억여원을 이씨의 유족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 판결을 지지해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또 이씨 외에 이 사건 피해자들의 유족이 제기한 3건의 사건도 같은 취지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로동 농지분배와 관련한 다수의 사건이 하급심에서 진행 중"이라며 "손해배상액의 산정기준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함으로써 관련 사건들에 참고가 될 수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농지법
과거사정리위원회
농지분배
구로분배농지소송사기조작의혹
이세현 기자
2017-11-29
산재·연금
이혼·남녀문제
[판결](단독) 이혼으로 남편 공무원연금 분할 땐…
이혼하면서 공무원연금을 나누기로 협의했다면, 공무원 아닌 배우자는 공무원연금법상 분할연금 수급가능연령인 60세에 도달하지 않아도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강석규 부장판사)는 지모(57·여)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분할연금 지급불가처분 취소소송(2017구합63825)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지씨는 지난해 공무원이던 남편 이모(62)씨와 이혼소송을 벌였다. 법원은 두 사람이 이혼하고, 이씨는 매달 받고 있던 공무원연금의 절반을 이혼 확정일로부터 나눠주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두 사람이 이를 받아들여 이혼이 확정되자 지씨는 공무원연금공단에 분할연금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지씨가 수급가능연령인 60세가 되지 않아 지급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공무원연금법 제46조의3 등은 혼인기간(배우자가 공무원으로서 재직한 기간 중의 혼인기간만 해당)이 5년 이상인 사람이 △배우자와 이혼하고 △배우자였던 사람이 퇴직연금·조기퇴직연금 수급권자이면서 △60세가 되었을 것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그때부터 배우자였던 사람의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을 분할한 일정한 금액(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한 것이다. 이에 지씨는 "같은법 제46조의4는 '제46조의3에도 불구하고 '협의'나 '재판상 이혼' 과정에서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때에는 분할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이 조항은 '제46조의3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839조의2(협의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 또는 제843조(재판상 이혼에 준용하는 규정)에 따라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는 내용이다. 공단은 "예외조항은 '분할연금액은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이라고 정한 공무원연금법 제46조의3 2항에 대한 예외를 정해 합의나 판결 내용에 따르라는 취지"라며 "60세 요건은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고 맞섰다. 법원은 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분할연금 지급 특례규정은 그 문언대로 '제46조의3' 전체 규정에 대한 예외규정으로 봐, 협의나 재판상 이혼으로 연금분할 비율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분할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와 달리 공단이 특례규정을 제46조의3 2항에 대한 예외로 한정적으로 해석해 60세가 돼야 한다는 등 제46조의3 1항에서 정한 분할연금 수급권자의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보고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의 약정 또는 법원 판결이 있는데도 공무원의 배우자가 일정한 연령 요건을 갖출 때까지 공무원 본인에게만 퇴직연금의 안정적 수급이라는 혜택을 누리게 하고, 배우자는 공무원의 자발적 지급 여부에 따라 퇴직연금 수령이 좌우되게 하는 것은 당초 연금의 양도금지 규정이 보호하려고 한 가족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분할연금 청구제도 도입 취지 등을 볼 때 이혼한 배우자는 그 연령과 상관없이 자기 기여분에 관해 퇴직연금 수급권을 청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법
이혼
공무원연금
공무원연금법
분할연금
이장호 기자
2017-11-13
형사일반
[판결] 결혼 한달 만에 '아내 성폭행 혐의' 남편에 '징역 7년'
결혼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는 부부라 할지라도 폭행·협박과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는 없다며 부부강간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전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석재 부장판사)는 7일 강간과 준강제추행, 강간치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송모(57)씨에게 징역 7년과 신상정보공개 7년,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10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을 선고했다(2017고합85). 송씨는 지난해 5월 아내 이모(50)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함께 살았다. 하지만 송씨는 같은해 6월 자택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 이씨가 친정어머니 생각에 울자 분위기를 깬다고 화를 내면서 주먹으로 이씨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씨는 며칠 뒤 집에서 이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옷을 벗은 채로 나가라, 아파트 주민들에게 망신을 당해봐라" 등의 욕설을 하며 이씨를 폭행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뒤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남편의 학대에 견디다 못한 이씨는 이튿날 새벽 잠옷만 걸친 채 집 밖으로 나와 도망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는 동거의무와 나아가 상호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지만, 폭행·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내포됐다고 할 수는 없다"며 "송씨는 아내 이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씨가 이씨에게 폭행과 협박을 가한 시각과 간음을 한 시각이 모두 30분 이내여서 부부싸움 후 피해자와 화해해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진 것이라는 송씨의 변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범행정황 등을 종합하면 송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습벽 및 재범의 위험성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씨는 과거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고 누범 기간이 끝나지 않은데다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피해자인 이씨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송씨는 지난 2012년에도 동거하던 여성을 폭행·강간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5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선고받고 2014년 12월 출소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3년 5월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강모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에서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의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당시 "강간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97조상의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는 여자를 말한다"며 "형법이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배우자가 강간죄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수강간
성적성실의무
성폭행
강간치상
준강제추행
강간
강한 기자
2017-09-07
민사일반
[판결] (단독) '비행교관 조작 미숙' 패러글라이딩 추락 사고에 "6억 배상"
비행교관의 조작 미숙으로 패러글라이딩이 추락해 체험자가 크게 다친 사고에서 법원이 비행교관을 고용한 레저업체에 50%의 책임을 인정해 6억여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은 별도의 동력 장치 없이 낙하산을 타고 바람에 몸을 실어 활공하는 항공레저스포츠로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익스트림 레포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A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가 레저스포츠업체인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6가합555011)에서 "B사는 6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9월 충북 단양군에 있는 활공장에서 B사 소속 비행교관인 C씨가 조종하는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비행하던 중 캐노피(날개) 부분이 접히면서 20~30m 높이에서 착륙장이 아닌 강가 부근 갈대밭으로 추락해 흉추(등뼈)가 골절되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A씨는 지난해 9월 B사를 상대로 "12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C씨와는 별도로 2억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타인을 사용해 사무에 종사하게 한 사용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B사는 패러글라이딩 비행교관인 C씨의 과실로 인해 A씨가 입은 손해를 공동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바람 등에 민감한 패러글라이딩은 본질적으로 추락사고 등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면서 "A씨도 이러한 위험성을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다"며 B사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패러글라이딩
레저
추락사고
이순규 기자
2017-05-08
민사일반
[판결] "고양 금정굴 사건 희생자 폄하한 시의원, 유족들에 배상해야"
6·25 전쟁 때 경기도 고양에서 벌어진 경찰의 민간인 집단 학살사건을 폄하한 시의원에게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1950년 10월 고양경찰서는 전쟁 초기 북한이 이 지역을 점령했을 때 인민군에게 부역한 혐의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주민들을 잡아가 조사한 뒤 20~40명씩 금정굴로 끌고가 총살한 뒤 암매장했다. 이 사건으로 희생된 민간인은 150여명을 넘었다. 57년이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희생자들은 대부분 농민들로 소극적 부역행위를 했던 사람도 일부 있지만 상당수는 이와 무관한 지역주민이었다"며 "고양 금정굴 사건은 경찰이 희생자들을 집단 처형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2014년 9월 김홍두 고양시의회 의원은 시 의회 위원회에서 "(고양 금정굴 사건 희생자들은) 아무 죄도 없이 죽은 것이 아니다. 무고한 양민을 무참히 죽인 것이 아니라 부역한 혐의가 있는 사람을 붙잡아다 재판 없이 죽인 사건으로 재조명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에도 김 의원은 "금정굴 사망자는 무고한 양민이 아니다", "전시에 김일성을 도와 우리 자유 대한민국에 총부리를 갖다 대고 죽창을 들이댄 사람이 민간인입니까?"라고 발언했다. 이에 희생자 유족들은 "김 의원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족 1명당 200만원씩 손해배상을 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22부(재판장 한창훈 부장판사)는 희생자 유족 58명이 김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나2048738)에서 최근 1심과 같이 "김 의원은 유족 58명에게 50만원씩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 의원이 마치 희생자 전부 또는 대다수가 적극적인 친북 부역활동을 한 것처럼 발언함으로써 그 후손들인 유족들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경험칙상 명백함으로 김 의원은 유족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시 북한 인민군에 희생된 민간인들이 다수 존재함에도 유족보상절차에서 고양 금정굴 사건 희생자들과 현저한 차이가 있어 그 처우개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6·25 당시 고양 지역 수복 또는 자유민주주의 회복 등을 위해 활동했던 태극단원 희생자들과 같은 전몰군경 유가족들에 대해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발언 취지도 보이지만, 그 부분보다 금정굴 사건 희생자들을 비난·폄하하는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태극단원 희생자들에 대한 재평가 등을 주장하기 위해 금정굴 사건 희생자들을 비난·폄하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고양금정굴사건
민간인집단학살
친북부역활동
고양경찰서
명예훼손
김홍두고양시의회의원
이장호
2017-01-25
6
7
8
9
10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