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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의 위헌성
1. 문제의 제기 한국에서의 ‘상업적 아동 성착취’(CSEC, commercial sexual exploitation of children, 이하 ‘CSEC’으로 약칭함)에 반대하는 본격적인 투쟁은 2000년 7월에 비로소 시작되었다. CSEC 終熄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은 성보호법이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이전에도 兒童買春(child prostitution), 포주업(pimping)과 아동 인신매매(trafficking of children for sexual purposes), 아동 포르노그라피(child pornography) 등의 CSEC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행정적 규제의 대상이었고 형사처벌도 가능하였으나 2000년 7월 이전의 행정기관과 법집행기관에게는 CSEC 종식 개념이 미약하여 행정기관과 법집행기관의 CSEC에 반대하는 규제의지와 처벌의지는 극히 미약했었다. 성보호법을 시행하면서부터 한국정부와 NGO는 2000년 7월 이전 시기의 CSEC에 대한 미온적이고 취약한 대응태세로부터 벗어나 모든 형태의 CSEC 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보호법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性的 自由를 지나치게 저해한다는 논거를 들어 성보호법의 폐지 혹은 축소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자’(liberalists)들이 많이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CSEC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CSEC의 종식을 형벌적 수단으로 달성함은 불가능하며 또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의도와는 달리 더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懷疑論과 虛無主義에 빠져 있다. 여기서 ‘CSEC의 종식을 원하는 사람들’과 자유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debate)이 지속되고 있다. - 판 결 요 지 -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청소년 성 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성보호법은 CSEC 예방의 주요수단으로 아동매춘범과 아동매춘을 알선·중개하는 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성보호법 제20조)하였다. 성보호법 제20조에 근거하여 2001. 8. 30. 처음 신상공개가 실시된 이래 총 4회에 걸쳐 신상공개가 실시되었으며 현재 제5차 신상공개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2003. 4. 9. 실시된 제4회 신상공개에서는 1,221명의 심사대상자 중에서 강간 208명, 강제추행 200명, 성매수 155명, 성매수알선 70명, 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10명 등 643명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전체 대상자 중 강간·강제추행은 약 89%, 성매수알선과 음란물제작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공개되었고 성매수는 22.7%가 공개되었다. 신상공개 구상은 한국의 성보호법 입법자들이 미국의 미건 법(Megan’ Law)의 발상에서 借用해 온 발상이지만 미국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치유가 어려운 위험한 성폭행범(serious violent predator)에 한하여 상세한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성보호법 입법자와 CSEC 종식운동가들은 미건 법의 위험한 성폭행범에 대한 신상공개제도를 아동에 대한 성폭력범 뿐만 아니라 아동매춘범과 아동매춘을 알선·중개하는 자들에게까지 확대시켰다. 이것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한국에서는 성보호법 제20조의 합헌성을 둘러싸고 종식운동가와 자유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었으며 향후에도 그 논쟁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특히 성매수자의 신상공개는 자유주의자들이 성보호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빌미가 되고 있다. 2003. 6. 26. 헌법재판소의 4명의 재판관은 현행 성보호법 제20조의 신상공개제도에 대하여 아무 유보 없이 합헌의견을 표명하였다. 이하에서 헌재의 합헌의견을 요약하고 나서 합헌결정의 의미를 분석하여 보기로 한다. - 평 석 요 지 - 헌재결정은 결과적으로 합헌이었지만 수적으로는 4대 5로 위헌의견이 우세하므로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남아 있어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고 위험범과 저 위험범으로 나누어 공개범위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이중처벌금지 위배 여부 자유주의자들은 신상공개는 형의 종류를 정하고 있는 형법 제41조에 해당되지 않으나, 해당 범죄자에게 확정된 유죄판결 외에 추가적으로 수치감과 불명예 등의 불이익을 주게 되므로 이러한 불이익이 실질적으로 수치형이나 명예형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이 제도는 유사한 범죄예방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도입된 것이며, 이로써 당사자에게는 일종의 수치심과 불명예를 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신상공개제도가 추구하는 입법목적에 부수적인 것이지, 주된 것은 아니며 신상공개제도에서 공개되는 신상과 범죄사실은 헌법 제109조 본문에 의해 이미 공개된 재판에서 확정된 유죄판결의 내용의 일부이며 달리 개인의 신상 내지 사생활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비록 범죄자의 수치심과 불명예를 수반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19세 미만의 청소년의 성매수 범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반사회적인 범죄에 대처하기 위하여 선택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므로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13조의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3.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여부 자유주의자들은 신상공개가 순수히 일반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계도에 그 목적이 있다면 “굳이 성매수자의 신상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 비록 사례의 소개가 계도의 효과를 증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당사자의 실명이 아니라 가명을 사용하는 등 익명성을 보장해 주더라도 성매매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계도의 목적은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상공개는 불필요하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과도하다”고 주장(반대의견)한다. 이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법 제정 당시 성인들이 청소년의 성을 매수하는 범죄의 규모나 증가추세가 매우 심각한 양상이었고,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가 청소년의 성장에 미치는 중대한 해악에 대한 인식부족과 때마침 인터넷과 같은 매체의 급속한 발달과 맞물려 도덕성의 심각한 해이 현상을 일으켰고, 더 이상 성인이나 청소년들의 도덕성에만 그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법적 제재장치를 통하여 예방될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청소년들의 성을 매수하는 등의 행위는 비록 그들의 형식상 동의에 의한 것이라 해도 정신적 판단력이 약하고 금전적 유혹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진정한 동의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들의 정신과 육체 등의 건전한 성장에 중대한 해악”을 주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방치하였을 때는 우리 사회가 타락한 사회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 만한 것”이어서 성보호법의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이 인정되며 “신상공개제도가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상식적으로 볼 때 해당 범죄인의 신상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제도는 일반 성인들에게 미성년자 성매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위하적 내지 예방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신상공개제도는 과잉금지 원칙에서 요구되는 수단의 적합성을 갖춘 것”이며 “형벌이나 보안처분만으로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고, 가령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치료나 효율적 감시체계 확립, 청소년에 대한 선도 등의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전문적인 교정 인력의 부족 등 물적·인적 시설이 미비하고,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지나친 개방적 사고와 배금주의적 행태, 성을 상품화하는 잘못된 소비풍조, 어른들의 왜곡된 성의식 등 사회문화적 부문에서의 보다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개선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므로, 현재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상공개제도와 같은 입법적 수단이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가능한 여러 가지 수단 가운데 무엇이 보다 덜 침해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떠한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형성의 권한 내라 할 것이므로, 신상공개제도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하며 “ ‘청소년의 성보호’라는 목적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익의 하나인데 비하여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는 이미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형사판결이라는 공적 기록의 내용 중 일부를 국가가 공익 목적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밝혀진 범죄인들의 신상과 전과를 일반인이 알게 된다고 하여 그들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4. 합헌결정의 의미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는 한결같이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제4차 신상공개(2002. 4.9) 이후 언론사별 여론조사 결과 80% 이상의 국민이 신상공개제도 강화에 찬성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80%(1,438/1,797명), 중앙일보에 의하면 79.79%(10,289/12,895명)가 찬성하고 있다]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 2년 동안의 홍보와 계몽의 결과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의 여론동향도 서서히 찬성의견이 늘어나는 추세로 보인다. 2003. 6. 26. 헌재의 합헌의견이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하여 아무 유보 없이 합헌결정(2002헌가14)을 선고한 것은 위와 같은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의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합헌이었지만 수적으로는 4대 5로 위헌의견이 우세하였으며 위헌의견의 논조는 대단히 신랄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 시점은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종래의 비판과 헌법재판소의 위헌의견을 겸허히 수용하여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제도개선의 기본방향은 고위험범과 저위험범을 적절히 구별하여 고위험범에 대하여는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현행보다 넓히고 저위험범에 대하여는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현행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이다.
2003-11-10
'중대한 공익상 필요'와 법치행정의 실종
Ⅰ. 사건의 개요 (1) 원고(박00)는 2000. 9. 4.경 피고(평택시장)에게 평택시 안중면 용성리 산 152의 2 임야 14,876㎡(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를 포함하여 4필지(이하 이 사건 임야를 포함하여 ‘이 사건 토지’라 한다) 지상에 플라스틱 필름 제조업을 하고자 공업배치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 제13조 제1항에 따라 공장설립허가를 신청하면서, 같은 법 제13조의2 제1항에 의하여 의제처리되는 허가로서의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산림형질변경허가신청을 하였다. (2) 그런데 피고는 2000. 9. 20. 이 사건 임야는 평택시 도시기본계획상 공원으로 구상되어 있는 지역으로 산림법 시행령 제91조의4 제1항 규정에 의하여 산림의 타용도 전용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위 공장설립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판례요지- 공장설립의 승인관청은 산림의 형질변경을 수반하는 공장의 설립에 대해서는 그 형질변경이 금지 또는 제한지역에 해당 하지 않더라도 국토 및 자연의 유지와 환경의 보전 등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에 위배되는 경우 그 공장설립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 Ⅱ. 당사자의 주장 피고는 처분사유와 그 관계법령의 규정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는 다음과 같은 사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1) 산림법 제90조 제8항, 같은 법 시행령 제91조의4 제1항에 의하면 산림의 형질변경이 제한되는 지역은 명승지, 유적지, 휴양지, 유원지 등 자연경관 보전을 위하여 시 . 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이 고시하여 이를 산림소유자에게 통지한 지역이어야 하는데, 피고는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그 소유자에게 산림변경제한지역임을 고시하여 통지한 사실이 전혀 없으므로 이 사건 임야에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임목이 거의 없어 이 사건 임야가 산림환경보전 목적으로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이 사건 임야 주변에는 이미 주유소, 휴게소, 가스시설 및 공장 등이 설치되어 산림의 형질변경이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만 산림형질변경을 거부한 결과 행하여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형평의 원칙에도 반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였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 (2) 위 임야를 비롯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는 이 사건 토지가 준농림지역, 도시계획이외의 지역이라고만 표기되어 있을 뿐, 피고가 2016년경에 시행하기로 예정된 도시기본계획상 공원지역이라고 표기되어 있지 아니하여 원고로서는 이 사건 토지에 공장설립이 가능한 것으로 알았고, 이에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피고에게 공장설립시청을 하였으나, 피고가 위와 같은 처분사유를 들어 이를 불허가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 Ⅲ. 대법원의 판결 요지 (1) 행정청이 공업배치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 제13조에 따라 공장설립의 승인을 하는 경우, 같은 법률 제13조의2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당해 공장 및 진입로의 부지가 되는 산림의 형질변경허가에 관하여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그 형질변경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되는 것이고, 한편 산림훼손은 국토 및 자연의 유지와 수질 등 환경의 보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므로, 법령이 규정하는 산림훼손 금지 또는 제한 지역에 해당하는 경우는 물론 금지 또는 제한 지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허가관청은 산림훼손허가신청 대상토지의 현상과 위치 및 주위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국토 및 자연의 유지와 환경의 보전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허가를 거부할 수 있고, 그 경우 법규에 명문의 근거가 없더라도 거부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이므로(대법원 2000. 7. 7. 선고 99두66 판결, 2002. 10. 25. 선고 2002두6651 판결 등 참조), 공장설립의 승인관청은 산림의 형질변경을 수반하는 공장의 설립에 대해서는 그 형질변경이 국토 및 자연의 유지와 환경의 보전 등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에 위배됨을 사유로 하여 그 공장설립을 승인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것이다. -평석요지- 대법원 판결의 논지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써 제한' 하도록 한 헌법규정 내지는 법치행정의 원리에 위반된다. 이같이 위법한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 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은 사정판결을 적극 홀용할 필요가 있다 (2)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비록 이 사건 임야는 산림법시행령 제91조의4의 규정에 따른 산림형질변경제한용지로 지정·고시되지는 아니하였지만, 이 사건 임야가 위치한 지역은 참나무, 아카시아, 리기다 소나무가 혼합 생육하고 있는 혼효림으로 이루어져 임상이 양호함은 물론 그 형질을 변경하여 원고의 신청과 같이 공장부지로 조성하기 위하여는 상당한 성·절토가 필요하다고 보여지는 점, 이 사건 임야는 주변의 임야와 더불어 인근의 주거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산림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제공하여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근의 왕복 4차로 도로에서 이 사건 임야가 바로 보이는 등 그 자연경관을 원상태로 보존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져 이 사건 임야는 국토 및 자연의 유지와 환경보전 등을 위하여 그 산림형질변경허가를 불허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임야가 공원용지로 구상된 평택시도시기본계획에 관하여 피고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그 승인을 받아 주민들에게 공람·공고를 실시한 점, 원고가 그 형평성 위반의 사례로 들고 있는 이 사건 임야 주변의 주유소, 휴게소, 가스시설 등은 그 건축허가 당시 사실상 농지 또는 구거로서 모두 산림형질변경이 아니라 농지전용허가를 받아 건축물이 건축되어 이 사건 임야와는 그 사정이 다르고, 그 공장이 위치한 지역 역시 이 사건 임야와는 그 위치와 고도 및 주변여건이 달라 이 사건 승인거부 처분이 형평에 반한다고 할 수 없는 점,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하여 산림의 면적이 비교적 부족한 평택시의 특수성에 따라 관할구역 내의 산림을 보전하려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될 경제적인 손실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심리미진, 행정행위 재량권의 성격 및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Ⅳ. 평 석 1. 법치행정과의 관계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산림형질변경과 관련하여, “금지 또는 제한지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허은 산림훼손허가신청대상토지의 현상과 위치 및 주위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환경의 보전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허가를 거부할 수 있고, 그 경우 법규에 명문의 근거가 없더라도 거부처분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의 근거없이도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대법원의 그와 같은 논지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써 제한”하도록 하고 있는 헌법규정(제37조 2항) 내지는 법치행정의 원리(특히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해결책으로서의 사정판결 산림의 형질변경과 관련하여 어떠한 경우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혹은 신고만 하면 되는가(입목벌채등 허가와 신고)에 관하여는 산림법(제90조 이하) 및 산림법시행령(제91조의4 등)이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이 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이상(법이 정하고 있는 허가거부의 사유가 없는 한) 행정청은 당연히 허가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에 근거가 없는 사유(중대한 공익상의 필요)를 들어 행정청이 허가를 거부하였다면, 당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 위법한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은 “사정판결”을 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행정소송법 제28조). 따라서 법원은 이 사건에서와 같은 경우, “사정판결”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03-08-07
채권자대위권행사시 채무자의 처분권 제한을 중심으로
Ⅰ. 주요 판시 사항 [1]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대위사실을 통지받았거나 알고 있는 경우 그 피보전 권리의 처분으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甲이 乙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을 다시 甲으로부터 매수한 丙이 채무자인 甲, 乙에 대하여 순차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중 乙에 대한 채권자대위소송이 상고심에 계속중 甲이 乙의 매매잔대금 지급최고에 응하지 아니하여 乙로 하여금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이는 채무자인 甲이 丙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여 甲과 乙은 丙에게 그 계약해제로써 대항할 수 없다 Ⅱ. 사건의 개요 및 진행 과정 1. 1차 판결요지(대법원 93.4.27. 선고 92다44350 판결과 관련하여) (1) 민법 제405조에 의하면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채무자가 자기의 채권이 채권자에 의하여 대위행사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처분을 가지고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매도인인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공탁한 데 대하여, 매수인인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 없이 공탁의 취지에 따라 공탁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행사하고 있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대위소송의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이후 채무자가 제3채무자가 공탁한 매매대금을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도록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 2. 2차 판결요지(대법원 1994.11.25. 선고 94다12234 판결) (1) 각서의 내용이 갑이 소정기일까지는 틀림없이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만일 그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을측에서 매매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면, 갑이 기한을 다시 해태하면 그 이후에는 을측에서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2)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해제권을 갖는 자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기에 이르러 그 후 새삼스럽게 이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해제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3)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은 무렵을 기준으로 볼 때 무려 1년 4개월 가량 전에 발생한 해제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함에 따라 상대방으로서는 그 해제권이 더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하였고 또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 자체는 거의 전부가 지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이 신뢰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 그 후 새삼스럽게 그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제 와서 매매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다시 이행제공을 하면서 최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한 사례. 3. 3차판결요지(광주고등법원 95나527호,대법원1998.10.13.선고) (1) 위 두 번째 파기 환송 사건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은 1997.5.22. 경 “매도인은 매수인으로부터 일정금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87.8.8.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라고 하여 채권자(전득자)의 승소판결을 하였고, (2) 3번째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두 번째 판결요지와 같은 취지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4. 4차 진행과정(본 판결, 대법원 2003년1월10일 선고 2000다27343 판결) (1) 매도인은 등기이전서류를 변호사 사무실에 맡기고 매수인에게 잔대금청구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일정기한내에 동시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해제통지없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하였으나 매수인은 위 통지서를 받고도 최고된 기간이 지나도록 매도인에게 위 잔존채무금을 지급하지 않자 매도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내어 매수인에게 도달하였다. (2) 매도인(원고,제3채무자)이 피고(대위채권자)에게는 이행제공의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채 매수인(채무자)에게만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하여 필요한 서류의 이행을 제공한 다음, 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피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그 효력이 없다. (3)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바(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 등 참조), 이를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매수인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매수인(채무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매도인(제3채무자)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매수인)의 채권자인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대위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Ⅲ. 처분권 제한과 관련된 사항 검토 1. 처분금지가처분과 관련된 효력의 범위에 대한 검토 가. 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이 미치는 인적 범위와 관련하여, 종래에는 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하는 처분행위는 절대적무효설의 입장도 있었으나, 현재는 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하는 행위는 그 당사자 사이에서나 다른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완전히 유효하고 다만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을 뿐이라고 하는 상대적무효설이 통설적 입장이고 판례 또한 같다. 나. 대법원은 “부동산의 전득자(채권자)가 양수인 겸 전매인(채무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양수인을 대위하여 양도인(제3채무자)을 상대로 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한 경우 그 피보전권리는 양수인의 양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일 뿐 전득자의 양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자대위소송에 의한 소유권이전순차등기청구 소송이 진행 중일지라도 양도인은 전매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줄 수 있다고 하여 채권자대위권행사 이후에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허용됨을 명백히 하였다. 위 판례에 따르게 되면 채권자대위소송 중에도 양도인은 전매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수 있게 되어 가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전매자(채무자)는 전득자(채권자) 이외에 제3자에게 목적물의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어 버리면 전득자(채권자)로서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실익을 상실하게 되어 심히 부당하다. 2. 채권의 압류, 가압류에 대한 고찰 우리 대법원 2000.4.11.99다51685(공보2000하,1177)판결에 의하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채권자의 압류나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에조차도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에서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예: 부동산매매대금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한 경우에 채무자(매)와 제3채무자(매수인) 사이의 매매계약)를 해제하여 부동산매매대금채권을 소멸시켜 버리게 됨으로써 채권압류 또는 가압류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3. 채권양도에 대한 고찰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채권양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 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게 대하여 생긴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한 경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이에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 합의해제와 법정해제의 구분 필요성 합의해제(해제계약)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자발적인 의사표시를 통해 합의해제를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는 처분행위가 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법정해제 사유의 발생으로 인한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인하여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해제권의 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대법 2001.6.1.98다17930(공보2001하,1482)에 의하면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와 관련하여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채권가압류의 처분 제한효가 미친다고 판시한것은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즉 앞서 살펴본 판례(대법원 2000.4.11.99다51685(공보2000하,1177) 등에 의하면 가압류 또는 압류된 채권에 대하여서도 )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대법2001.6.1.98다17930(공보2001하,1482)는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를 인정하고 있음은 법정해제와 합의해제의 구별의 실익이 있음을 시사하는 듯도 하다고 하겠다. Ⅳ. 결어 민법 제405조 제2항의 권리처분 제한 규정에 의해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의 권리행사가 제한될 수는 없다고 본다. 민법제 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는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합의 내지는 단독적 처분 행위에 의하여 채권자의 권리침해가 되는 것을 막자는데 있다고 본다면, 제405조제2항이 전제하고 있는 처분행위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또 다른 제3자에게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인 채권관계를 처분하여 버림으로써 채권자의 대위권 행위가무위로 돌아가는 것에 한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①대법 2000.4.11.99다51685판결처럼“채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있어도 그 발생원인인 기본적법률관계인 매매계약을 해제할수 있다”고 하여 민법 제544조의이행지체에 따른 계약해제권을허용하고 있고, ② 채권자 대위권의 행사보다도 더 깊이 본질적인 권리귀속주체의 변경을 가져오는 권리양도에서조차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게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451조 제2항), 채권자대위권을 달리 해석할 이유가 없으며, ③이러한취지가대법1991.4.12.선고90다9407 판결에서 처분금지가처분이 등기되어 있는 사건에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고 보여지며, ④ 또한 본 발표대상 판례에서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잔대금을 계속하여 지급을 하지않고, 채권자 역시 제3채무자에게 지급의무가 없다면 결국 채권자는 잔대금지급과 동시에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동시이행 판결이 나게 될 채무자와 제3채무자사이의 중간경유등기에서의 동시이행의 조건성취가 어려워져결국 등기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⑤ 뿐만 아니라 본건 사안에서와 같이 사실심 변론 종결후 변호사 사무실에 소유권이전서류를보관시켜 상대방에 대한 이행지체의 책임을 물었을 경우 그 이후에도 계속 하여 이행지체에 빠져있게 된다면 판결 확정 후에“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사유를주장하면서 제3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청구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개연성도 있다고 보이며, ⑥ 무엇보다도 채권자대위권의행사와 관련된 민법 제405조 제2항은“채무자가 전항의 통지를받은 후에는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못한다”라고 하여 통지후 권리처분 제한의 대상자를 채무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채무자의 상대방의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상대방은채무자의 채권자의 채권자대위행사 때문에 부당하게 권리행사를제한받을 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위 판례는 채무자의 상대방의정당한 권리행사까지 불가능하다고 판시한 것은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초과한 부당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상판례와 같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있는 경우제3채무자나 채무자의 해제권의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민법 제405조 제2항의 해석을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때문에 민법 제405조 제2항의입법취지가 권리관계를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그근본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원인채권 관계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까지 금지시킬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하므로 소유권이전등기가되어있지 않는 전매자를 상대로불안정한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데에서 오는 불이익은 감수하여야 한다면 대상판례에서매매계약의 이행지체로 인한 상대방의 해제까지 불허하는 판례는 변경되어야 마땅하다.
2003-07-21
채권자대위에 의한 처분금지효가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에도
Ⅰ.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간단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가 1987년 8월에 甲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는데, 甲은 대금을 다 지급하기 전에 이를 피고에게 매도하였다. 피고는 1989년 1월에 갑에 대하여, 그리고 甲을 대위해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었다. 이 소송은 대법원이 두 차례나 파기환송되는 곡절을 겪으면서, 1998년 10월에야 상고기각으로 종결되었다(원고에 대한 대위청구부분에 대하여는 “원고는 甲으로부터 매매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甲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그 소송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1997년 7월에, 즉 사실심에서의 변론종결 후에, 원고는 甲에게 기간을 지정하면서 잔금의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이 도과하면 매매계약은 해제된다는 내용의 서면을 보냈다. 甲이 그 기간을 도과하자 피고는 동년 8월에 甲에게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는 뜻의 서면을 다시 보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사건명이 「채무부존재확인」인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원고가 위와 같이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으므로 피고가 前訴에서 대위행사하였던 甲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이제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할 것을 청구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요컨대 원고가 대위채권자인 피고를 관여시킴이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를 피고에게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 그 이유는 원심판결에서과 같이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Ⅱ. 判決趣旨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데…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甲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甲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인 甲이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Ⅲ. 評釋 1. 序 민법 제405조 제2항은 채권자대위의 목적인 채무자의 권리를 채무자가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피대위권리가 매매계약에 기하여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에 그 상대방(즉 매도인. 이하 피대위권리의 상대방을 제3채무자라고 부르기로 한다)이 채무자(즉 매수인)의 매매대금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催告要件을 준수하여 당해 契約을 解除하는 것도 위와 같이 제한되는 「처분」에 해당됨을 정면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見解에는 찬성할 수 없다. 여기서는 이 구체적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가령 원고의 주장이 원심판단과 같이 신의칙에 위반되는가는 검토하지 아니하고, 단지 이 추상적 견해 그 자체의 當否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역시 여러 관점에서 행하여질 수 있겠지만,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연혁이나 입법례에 비추어 본 문제점, 그 규정에 대한 입법론적 비판 등에 관하여는 지면관계로 생략하기로 한다. 또한 對象判決이 그 효력을 제한하고 있는 언필칭 「처분」이 있은 것은 채권자대위소송의 사실심변론종결 후이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은 채권자대위로 인한 채무자의 처분제한은 언제까지 그 효력이 미치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그것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고 있는 동안에 한정되는가? 아니면 만일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되었다면, 그 事實審의 변론이 종결된 후에도, 나아가 그 소송이 모두 종결된 후에도, 채무자는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처분하지 못하는가? 그러나 이 점 대하여도 역시 논하지 않기로 한다. 2. 다른 處分制限制度와의 均衡 (1) 아마도 채권에 대한 처분제한의 전형적인 사유는 채권의 押留 또는 假押留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大判 82.10.16, 82다카508(集 30-3, 179) 이래 근자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는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305면:[Ⅳ], 208면도 참조). 그리하여 大判 2000.4.11, 99다51685(공보 2000하, 1177)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 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 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된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것을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채권자가 집행권원에 기하여 正式의 강제집행절차를 통하여 채무자의 채권을 압류하는 것보다도 더욱 강력한 효력을 채권자대위에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과연 누가 이것을 타당한 처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2) 특히 채권압류의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수 없고 채무자가 이를 수령할 수 없음은 물론이며(民執 제227조 제1항 등 참조), 이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압류된 경우라고 하여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채권자대위에서는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변제할 수 있으며 채무자는 이를 유효하게 수령할 수 있다고 한다(우선 民法注解[IX], 795면(金能煥 집필) 참조). 특히 大判 91.4.12, 90다9407(공보 1991, 1366)은, 對象判決의 사안에서와 같이 부동산이 甲으로부터 乙, 乙로부터 丙으로 전전 매도된 후에 丙이 乙의 甲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한 후에 乙이 丙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事案에 대하여, 타당하게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처분행위라 할 수 없고, 같은 이치에서 채무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것 역시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채권자대위에서는 일반적으로 채권압류에서보다 채무자가 행할 수 있는 「處分」의 범위가 넓은 것이다(물론 변제의 수령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으나, 이로 인하여 채권이 소멸된다는 점에서 이 맥락에서는 통 상 처분에 준하여 처리된다). 그런데 하필 피대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기본적 계약관계의 해제에 관하여 채무자의 「처분」을 더욱 제한하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3. 債權者代位에서 第3債務者의 地位 원래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된 권리의 상대방, 가령 피대위권리가 채권이면 그 상대방이 되는 제3 채무자는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법적 지위에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채권자는 단지 채무자에 대위해서 채무자의 채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므로,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 자신이 그의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비교해서 불이익한 지위에 놓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債權讓渡(즉 처분의 「제한」을 문제삼기 전에 이미 채권, 나아가 그 처분권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는 제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 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를 들어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하였는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일치하여 해석되고 있다(우선 民法注解[X], 592면(李尙勳 집필) 참조. 일본의 학설로, 我妻榮, 525면; 奧田昌道, 442면; 林良平 등(補訂版), 503면 등 참조). 그렇다면 권리의 귀속 자체에 아무런 변경이 없는 채권자대위권의 경우에 제3채무자는 대위채권자에의 대항사유라는 점에서 채권양도의 경우 이상으로, 아니면 적어도 동등하게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4. 合意解除와 法定解除를 구별할 必要 (1) 對象判決에 대하여는 혹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할는지 모른다. 즉 大判 93.4.27, 92다44350(공보 1993, 1551)(이 사건의 제1차 환송판결이다); 大判 96.4.12, 95다54167(공보 1996상, 1516) 등 종전의 재판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채무자의 처분제한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대위행사의 목적이 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해제하는 것에도 미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은 그 취지를 법정해제의 경우에 연장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종전 재판례의 태도가 타당한지가 문제이다. 그것은 일단 앞의 2.(1)에서 본 채권압류의 효력이 기본적 법률관계에 미치지 않는다는 판례의 태도와 수미일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필자는 채권압류의 경우에도 合意解除(약정해제권이 행사된 경우가 아니라, 解除契約이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가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제계약에 동의하는 채무자의 의사표시에는 채권압류로저지하려는 「채권 자체의 처분」이 성질상 당연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하여는 梁彰洙, “債權假押留 후 債務者와 第3債務者 간의 契約關係消滅에 관한 合意의 效力”, 同, 民法硏究, 제5권, 429면 이하=저스티스, 31권 2호, 122면 이하 참조). (2) 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의 한 내용으로서의 법정해제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한다. 물론 해제계약이 채무자의 채무불이행문제를 처리하는 일환으로 행하여진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그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가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미친다는 뜻으로 종전에 없는 판시를 한 것은, 새로운 법전개의 端緖라는 면에서 흥미롭다), 법정해제와 해제계약은 혹 그 법률효과에서는 서로 유사할지 모르나(그래도 판례는 해제로 인한 금전반환의무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2항이 해제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성립원인이나 법적 성질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특히 채권자대위나 채권압류의 효력으로서의 「처분제한」에서와 같이 집행채권자 또는 대위채권자의 권리만족 내지 실행확보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와 채무자의 자유를 보호·신장할 원래적 필요의 조화가 문제되는 국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거칠게 말하면,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법적 대응이고, 해제계약은 채무자의 의사행위를 하나의 요소로 하여 채권관계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3) 이와 관련하여 對象判決은 “채무자 甲이 제3채무자인 피고의 매매대금 이행최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고로 하여금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채무자의 피대위채권에 대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에서도 處分이라는 법개념의 부당한 확장일 뿐만 아니라, 앞의 2.(2)에서 본 대로 채권소멸을 가져오는 변제의 수령도 여기서의 處分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이 이제 와서 돌연 이러한 무리를 하여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5. 實際的 問題 對象判決과 같은 입장은 실제적으로도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채무자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의 매매대금 지급과 相換으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것을 대위채권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다. 그리하여 前訴에서의 확정판결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한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더라도, 제3채무자로서는 어쨌거나 그 후 매매대금을 지급받기까지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확정판결 후에도 채무자가 종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 보자. 그러면 제3채무자로서는 그 때 이행최고를 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만일 그가 이 권리를 행사한다면, 그는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그 사유를 주장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請求異議의 訴(民執 제44조)를 제기하여야 할 것이다. 제3채무자에게 이와 같이 迂遠한 방도를 취하게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채무자가 그의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이상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제3채무자로 하여금 원래대로 해제를 허용하고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을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다. 6. 結論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對象判決의 판결취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제3채무자의 법적 지위의 파악이라는 점에서도, 다른 처분제한의 경우나 기타의 제도와의 균형이라는 점에서도, 「처분」이라는 법개념의 왜곡이라는 점에서도, 실제적 문제해결의 타당성이라는 점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혹 문제의 근원은 채권자대위에서 채무자의 처분제한을 별다른 제한 없이 인정하는 듯이 표현되어 있는 민법 제405조 제2항의 문언 자체에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論考에서 다루기로 한다.
2003-04-07
支出費用의 賠償과 債權者의 損害輕減義務
[사실관계] 원고(건설회사)는 피고(사찰)가 1988년5월17일 소외인 A에게 사건 토지를 임대보증금 3,000만원, 임대기간 19년으로 정하여 임대하여 A가 위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고 사찰 주변이 국민관광단지로 지정되자 그 일대에 스포츠타운 및 오피스텔을 건축하고자 피고에게 요청하여 사건 토지를 임대하게 되었다. 피고는 선행 임차인인 A를 상대로 사건 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992년6월25일 패소한 후 원고는 그와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1992년12월10일경 당초 의도했던 대로 사건 토지 위에 스포츠타운 등을 건축하기 위한 공사에 착수하여 대지조성 및 지하굴토작업을 상당부분 진행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1992년11월9일 A에게 사건 토지를 3억5,000만원에 매도하였고 결국 1994년10월18일 A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원고는 A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이후 이를 알면서도 스포츠타운 등의 공사를 계속하다가 A로부터 토지인도 및 시설물 철거를 요구받게 되어 결국 1995년4월25일경 공사를 중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믿고 임차대지상에 스포츠타운 등 시설공사를 위하여 지출한 공사비용 전액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묻는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입게 된 손해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믿고 임차대지상에 스포츠타운 등 시설공사를 위하여 지출한 공사비용 상당액이다. 2. 과실상계에 대하여 :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임차하더라도 이행불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손해가 발생되지 않거나 발생되더라도 최소한에 그치도록 필요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포츠타운 등 공사를 위한 비용을 지출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도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 내지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과실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손해배상의 책임 및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評釋] I. 債務不履行의 可能性과 信賴投資의 賠償문제 사안에서 원고는 피고의 계약이행 즉 임대차의 목적토지를 지장없이 사용·수익케 할 것으로 믿고 계약의 진행중에 목적토지에 대해 비용을 투자하였다. 이러한 투자비용 이른바 ‘신뢰투자’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들어가는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계약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에 갈음하여 그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할 수도 있다’(大判 2002년6월11일, 2002다2539)며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진행중인 계약관계에서 채무불이행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채권자의 신뢰투자는 보호되는가? 참고로 개정독일민법은 채무자의 이행을 신뢰하여 지출한 채권자의 지출비용의 배상을 인정하는 규정(동법 제284조)을 신설하였는데 요건으로 비용지출의 ‘정당성’(Billigkeit)을 요구하고 있다. 정당성이 인정되는 기준은 채권자가 비용지출시 채무자가 급부를 이행하리라는데 대해 의심을 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가이다. 예컨대 채무자의 이행의 곤란성이 예견된다거나 계약의 유효성이 다투어지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에게 문제들이 해결될때까지 비용의 지출을 중단할 것이 요구된다고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이행불능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라고 표현하여 이행불능의 가능성을 예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채권자의 지출은 배상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경우 채권자의 지출에는 정당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 사안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법리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을 신뢰하여 지출한 신뢰투자에 대하여는 비용의 지출시에 채권자가 채무불이행이 일어날 가능성을 알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배상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래 판례가 해온 채권자의 지출이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내에 속하는가’ 라는 지출비용의 통상성의 판단에 있어 하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II. 債權者의 損害輕減義務의 법리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고를 ‘손해가 발생되지 않거나 발생되더라도 최소한에 그치도록 필요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을 지출했으며 이는 원고에게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 내지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다고 비난하고 이를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는데 마땅히 참작하여야 할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채권자는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회피하거나 경감할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는가가 이론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 비교법적으로도 이러한 채권자의 손해경감의무는 영미법에서는 이른바 손해경감(mitigation)의 법리로 발전하였으며 유엔매매법(제77조)이나 최근의 유럽계약법(Art. 9:505)등에서 규정되어 있고 독일민법도 채권자의 손해경감의무(Schadensminderungspflicht)를 정하고 있다(동법 제254조 제2항). 이미 우리 판례도 다양한 유형에서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확대를 방지할 의무를 채권자에게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채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예컨대 매도인이나 수급인이 하자있는 물건이나 완성물을 인도한 경우에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하자를 보수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하자가 확산된 경우 등에 매수인의 이러한 과실을 참작하여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한 다수의 사례들이 있다(大判 1993년11월23일, 92다38980, 大判 1990년3월9일, 88다카31886). 또는 도급인이 수급인의 공사중단시 즉시 해제하고 제3자와의 잔여공사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이를 지체한 경우에 지체기간에 상응하여 지체상금을 인정하지 않기도 하였다(大判 1999년10월12일, 99다14846 등). 또는 채무자의 불이행시에 채권자는 잔여재료나 유휴노동력을 적절히 처분 또는 활용하여 손해를 줄여야 하며 채권자가 태만이나 과실로 인하여 얻지 못한 소득은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공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大判 2002년5월10일, 2000다37296). 사안에서도 법원은 채권자에게 손해의 확대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감액하여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데, 이를 위해 기존의 판례들과 같이 과실상계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확대에 기여한 채권자의 행태를 일괄하여 채권자의 과실로서 파악하는 것은 이에 관한 실제적인 법리의 발전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 첫째로 채권자의 손해경감은 이미 발생한 불이행에 대해 그로 인한 손해를 감소시키는 합리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데 비해, 과실상계의 법리는 채무불이행의 발생 자체에 채권자의 부주의가 기여하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이미 발생한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는 채권자의 과실의 법리보다는 손해배상의 범위의 제한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사안처럼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이 문제되는 경우에 채권자의 행위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가게 되면 채권자의 과실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더욱 부적절해진다. 행위주체에게 어떠한 행위의무가 부과되지 않고 단지 자신에게 돌아올 손익을 계산하여 손해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리를 과실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오히려 흐리기 쉽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과실상계의 법리를 제한없이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과실상계이론을 적용하여 법원이 적절하게 채무자의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것은 법원에게 계약당사자간에 합의된 위험의 분배를 변경하는 권한을 허용하고 계약책임의 예측가능성을 해하는 면이 있다. 계약상의 채무의 이행여부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결과의 달성여부 또는 계약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채무자가 다하였는지 등 채무자의 행태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인데, 채권자측의 행태를 이와 동가치의 의미를 갖는 과실로서 파악하여 법원이 그것을 불이행책임의 여부와 금액을 정하는데 채무자의 항변도 필요없이 임의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은 계약책임에 있어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민법상 채권자의 손해경감의무의 법리를 인정한다면 이는 어디에 근거지울수 있는 것인가가 문제된다. 그것은 제393조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즉 통설은 제393조를 상당인과관계설에 입각하여 해석하면서 인과관계의 상당성의 판단기준으로서 개연성 이외에 규범목적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수용함으로써 상당성의 내용을 풍성하게 할 것을 제안한다(이은영, 채권총론 289면). 바로 이러한 상당성의 내용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서 채권자에게 손해를 경감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될 수 있었는가 즉 손해의 회피가능성이 또 하나의 요소로서 추가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한 판례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영업손실 상당의 손해는 원고가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아니한 탓에 발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大判 2002년5월24일, 2000다42540)고 한 것은 흥미롭다. 결국 채무불이행에 있어 과실상계가 적용되는 경우는 불이행 자체의 발생에 대하여 채권자가 공동의 원인제공자인 경우에 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채무불이행의 발생후에 채권자가 불이행의 결과를 악화시키거나 또는 손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적극·소극의 합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는 이를 ‘회피할 수 있었던 손해’로 보아 인과관계의 상당성이 부인되어 제393조 상의 손해배상의 범위안에 들지 않는다고 구성하는 것이 좀 더 명쾌한 이론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2002-12-23
환배서와 인적항변 및 숨은 추심위임피배서인의 소송대위
【사실】 ‘원고는 소외 A가 피고로부터 발행받은 이 사건 약속어음을 자신과 사돈간인 B의 부탁으로 할인하여 주고 A로부터 이를 배서·양도받은 후, 위 어음에 피배서인을 백지로 하여 자신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모라동지점의 받을어음추심수탁통장에 보관하여 두었으나 그 지급기일에 지급이 거절된 사실, 이에 원고는 어음금을 받아주겠다는 B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을 피배서인이 백지인 배서가 되어 있는 상태로 교부하였고 B는 이를 다시 A에게 교부하였는바, A는 피고를 상대로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약속어음의 원인관계인 재동업계약이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A의 청구가 기각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A가 피고를 상대로 한 위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한 이후 A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아’ 스스로 어음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요지】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발행인으로부터 여전히 위 항변의 대항을 받는다고 할 것이고, 한편 기한후배서는 보통의 배서와는 달리 지명채권양도의 효력밖에 없어 그것에 의하여 이전되는 권리는 배서인이 배서 당시 가지고 있던 범위의 권리라 할 것이므로 어음채무자는 그 배서 당시 이미 발생한 배서인에 대한 모든 항변사실을 피배서인에 대하여도 대항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러한 이치는 환배서인 기한후배서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원고는 지급기일에 이미 부도가 된 약속어음을 A로부터 교부받은 것인데 피고는 A에 대하여 원인관계 해제의 항변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항변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 【해설】 1. 緖論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의 소송대위에 관한 문제를 회피하고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에서의 인적항변 절단여부의 문제로 쉽게 해결하였다. 이러한 해결이 허용된다면 대법원의 태도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이 허용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하여, 먼저 어음발행인(피고)은 원고에게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의 피배서인이라는 이유로 수치인(이○○)에 대한 인적항변을 제기할 수 있는지 검토한 다음, 이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이 어음발행인(피고)에게 제기한 어음금 지급청구소송에서 어음발행인(피고)은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 자신에 대한 인적항변을 제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이 추심위임인(원고)에게도 미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還背書와 期限後背書의 被背書人에 대한 人的抗辯 우선 첫째로 본 판결이 첫머리에 선언한 바와 같이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발행인으로부터 여전히 위 항변의 대항을 받는다’. 인적항변은 특정인 사이에 어음관계 외의 사유로 인하여 제기할 수 있는 항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 사안에서는 피고가 A에게 발행한 어음은 원고에게 배서되었다가 원고의 백지식배서에 의하여 A에게 교부된 후 다시 원고에게 반환되었다. 그러므로 백지식배서가 된 어음이 이미 소지인이었던 자에게 교부된 환배서는 두 번 있었다. 그중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에 대한 환배서는 A에 대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원고는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이 아니었으므로 그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위의 법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본 판결은 우선 이 점에서 착각을 한 듯하다. 둘째로 ‘기한후배서는 보통의 배서와는 달리 지명채권양도의 효력밖에 없어 그것에 의하여 이전되는 권리는 배서인이 배서 당시 가지고 있던 범위의 권리라 할 것이므로 어음채무자는 그 배서 당시 이미 발생한 배서인에 대한 모든 항변사실을 피배서인에 대하여도 대항할 수 있다’고 선언하면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인적항변을 인정한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원고는 이 어음을 먼저 수취인 A로부터 기한 전에 배서양도 받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모라동지점에 맡겨두었다가 만기에 이 지점을 통하여 피고에게 제시하였으나 지급이 거절된 사실을 이 판결은 간과하고 있다. 이 판결은 원고가 지급이 거절되자 자기에 대한 배서인인 A에게 추심을 의뢰하였다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여 어음을 다시 회수한 사실만을 염두에 두고 기한후배서라는 이유로 A에 대한 인적항변을 원고에게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A에게 어음을 교부하였다가 회수한 것은 피고가 지급기일에 지급을 거절했기 때문에 어음금을 추심하기 위한 조치였다. 피고가 원고의 적법한 지급제시에 대하여 거절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A에게 어음금추심을 의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급기일에 피고가 원고의 지급청구를 거절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이다. 즉 원고가 A로부터 지급기일 전에 배서를 받았을 때 피고는 A에 대한 항변을 원고에게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그런데 원고가 이 배서를 받을 때 害意가 있었다는 입증이 없으면 항변은 절단된다(어음법 제17조). 그러므로 피고가 A에 대한 인적항변을 원고에게도 제기할 수 있다고 인정한 본 판결은 부당하다. 3. 숨은 推尋委任背書 被背書人 自身에 대한 人的抗辯 ‘A는 피고를 상대로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약속어음의 원인관계인 재동업계약이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A의 청구가 기각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A는 원고를 위하여 어음금을 추심 해줄 의사로 이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원고가 백지식배서를 한 어음을 A에게 교부한 것은 숨은 추심위임배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송에서 어음채무자인 피고가 피배서인인 A 자신에 대한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信託背書說(우리나라의 통설·판례)에서는 이를 긍정하고(예 : 정찬형, 어음·수표법강의 제3개정판, 홍문사 1999, 428면) 資格授與說(富山康吉, ‘取立委任裏書’, 「手形法小切手法講座 3」, 有斐閣 1965, 250면·254면)에서는 부정한다. 신탁배서설도 채무자가 배서인에 대한 항변으로 숨은 추심위임배서의 피배서인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논리에는 맞겠지만 주로 이 피배서인에게는 독자적인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피배서인에 대한 이 항변의 제기를 인정한다(대판 1994. 11. 22, 94다30201 ; 대판 1990. 4. 13, 89다카1084).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피배서인 자신에 대한 항변은 제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일관된 태도일 것이다. 鈴木竹雄 교수는 자격수여설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양도배서의 형식대로 법률관계를 처리해야 한다고 인정한다면 어음채무자도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隱れた取立委任裏書と人的抗辯’, 「商法演習 III」, 有斐閣 1963, 239면), 채무자 측에는 양도배서의 외관에 대한 신뢰이익에 견줄 만한 것은 없다. 어음에 있어서 표시나 형식을 존중하는 것은 어음거래의 안전을 위한 것인데, 채무자가 배서인에 대한 항변뿐 아니라 피배서인에 대한 항변도 대항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음거래의 안전을 위한 제3자 보호의 요청을 넘어서는 것이다(富山康吉, 전게서 250면, 254면). 어떻든 A의 피고에 대한 패소판결이 이미 확정되었으므로, 본 사안에서는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본 판결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A가 받은 패소판결의 기판력이 숨은 추심 위임자인 원고에게도 미치는지 이다. 4. 숨은 推尋委任背書 被背書人에 대한 判決의 旣判力 1) 辯護士代理 또는 訴訟信託禁止의 原則 권리 또는 이익의 실질적 귀속주체를 대신하여 또는 예외적으로 이와 함께 제3자가 자기의 명의로 당사자로서 소송을 추행하는 권능(訴訟追行權) 또는 자격이 인정되어 소송하는 것을 訴訟代位라고 하는데, Prozessstandschaft의 번역으로서 보통 소송신탁 또는 제3자의 소송담당이라고 한다. 소송대위에서는 권리 또는 이익의 실질적 주체가 소송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대리와 다르다. 그러나 임의적 소송담당자는 본인의 의사에 기하여 본인을 대신하여 소송행위를 하는 점에서 소송대리인과 성질이 같은 점이 있다. 그래서 변호사대리(민사소송법 제80조) 또는 소송신탁금지(신탁법 제7조)의 원칙을 잠탈할 염려가 있다. 이 원칙에 위반한 행위는 무효이다(대판 1982.3.23, 81다540). 공연한 추심위임배서는 제3자에 의한 임의적 소송담당을 법(어음법 제18조)이 명시적으로 인정한 예이다(新堂幸司, ‘訴訟代位’, 民事法辭典, 有斐閣 1960, 1248면). 그러나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의 소송담당에는 문제가 있으며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허용된다. 다만 원고가 피고로부터 어음금 지급을 받지 아니하면 A는 소구의무를 부담하므로 소송의 결과에 대하여 법률상의 이해관계(自己固有의 利益)가 있으므로 A의 원고를 위한 소송담당에는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되어 위의 원칙을 잠탈할 염려는 없다고 인정된다(伊藤 眞, ‘任意的訴訟擔當とその限界’, 「民事訴訟法の爭點」[新版], 有斐閣 1988, 109면 2단). A의 소송담당이 이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였으면 다음에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대위소송 판결의 기판력을 받지 않고 본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었을 뻔했다. 2) 代位訴訟 判決의 旣判力 이러한 소송추행권이 있는 資格當事者가 받은 판결의 기판력은 본래의 자격자인 권리 또는 이익의 주체에 대하여 그가 스스로 판결을 받은 것처럼 효력을 미친다(민사소송법 제204조 제3항).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대한 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 미치는지에 관하여 학설에서는 적극설(방순원, 전정개판 민사소송법(상), 한국사법행정학회 1987, 616면 ; 이영섭, 신민사소송법(상) 제7개정판, 박영사1972, 198면 ; 곽윤직, 채권총론 신정판, 박영사 1996, 264면 - 송상현, 민사소송법 신정이판, 박영사 1999, 479면에서 재인용함)이 우세하고 판례에서도 大全判 1975. 5. 13, 74다1664는 종래의 소극설을 버리고 채권자가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대위소송 판결의 기판력이 채무자에게 미친다는 절충설을 취하였다. 본 사안에서 원고가 A의 피고에 대한 소송제기를 알았다면 판례의 절충설에 의해서도 그 판결의 기판력은 원고에게도 미칠 것이다. 5. 結語 본 판결이 이 사안에 대하여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의 인적항변에 대한 관계에 관한 법리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지만, 본 판결에서는 검토되지 않았지만 숨은 추심위임배서와 임의적 소송담당에 관하여 상술한 바에 따르면 결론에는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에 있어서도 원고는 A에게 어음을 사돈간인 B의 부탁으로 할인하여 주었고 A는 원고를 위하여 어음금 추심소송을 스스로 담당한 점에 미루어 원고는 양수할 때에 인적항변사유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판결의 결론은 더욱 타당하다. 그러나 법관은 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하여 국민도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을 내려주었으면 한다.
2002-10-17
하나의 자동차사고에 관여한 공동불법행위자와 보험회사간의 법률관계
1. 들어가며 하나의 자동차사고에 책임보험에 가입된 2이상의 자동차가 공동으로 관여한 경우, 각 보험자의 보상책임의 한도 및 보험자간의 책임분담에 관하여 종래의 판례는 그 사고에 관여한 자동차의 수에 관계없이 ‘피해자를 기준으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5조 및 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금액을 넘을 수 없으므로 보험자가 지급하는 책임보험금은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현행 책임보험약관에도 책임보험금은 각 피보험자의 배상책임의 비율로 분담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자동차보통보험약관 제68조 등),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위 판결을 변경하면서 ‘자동차사고와 관련된 자동차마다’ 그 책임보험금의 한도액 범위내에서 각각 보험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는 바(대법원 2002. 4. 18. 선고, 99다38132 전원합의체판결),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와 보험회사간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검토한다. 2. 사건의 개요 (1) ○○보험사(이하 ‘원고’라 함)는 1995년 6월 울산시 남구에서 종합보험과 책임보험의 가입자인 △△화물의 트랙터가 원고 보험사에 책임보험만 가입한 권모씨 소유의 자동차를 들이받아 승용차에 타고있던 윤모씨가 사망하고 우모씨가 중상을 입자 이들에게 위자료와 치료비 명목으로 모두 1억2천4백여만원을 지급한 이후 권모씨도 잘못이 있는 만큼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부담하여야 한다며 권모씨(이하 ‘피고’라 함)를 상대로 이사건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판결은 그 구상금을 산정하면서 공제하여야 할 금액을 피고가 원고의 책임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원고가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책임보험금 전액을 공제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부산지법 1997. 9. 9.선고, 97가단5844판결). (2) 이에 대해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자 대법원은 종전 견해와 같이 「피해자 1인이 사망한 경우 ‘책임보험금은 그 사고에 관여한 자동차 수에 관계없이 금 1,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고 하면서 각 보험사가 부담하는 보험금은 책임보험금과 종합보험금 중 각 보험사의 피보험자측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이므로 피고의 과실비율에 따라 책임보험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하였다(대법원 1999. 2. 5. 선고, 98다22031 판결). (3)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재항소심 법원이 구상금에서 공제되는 금액을 원고가 이미 지급한 책임보험금중 △△화물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보험회사는 재차 상고하였고, 대법원은「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이라 함) 제5조와 같은법 시행령 제3조 1항에 의하면 자동차의 등록 또는 사용신고를 한 자는 반드시 자동차의 운행으로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할 경우에 피해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의 지급책임을 지는 책임보험 또는 책임공제(이하 ‘책임보험’이라고만 한다)에 가입하여야 하고, 피해자 1인에게 지급하여야 할 책임보험금은 사망자의 경우 최고 1,5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자배법 시행령 제3조 1항-1995. 7. 14. 대통령령 제147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 책임보험의 성질에 비추어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2이상의 자동차가 공동으로 하나의 사고에 관여한 경우, ‘각 보험자는 피해자의 손해액을 한도로 하여 각자의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새겨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피고의 과실비율에 따라 책임보험금을 공제한 원심의 판결은 책임보험의 법리를 그르친 잘못이 있으나, 원고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더 불리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02. 4. 18. 선고, 99다38132 전원합의체판결). 본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전합판결’이라 함)은 원고인 ○○보험회사는 △△화물의 보험자인 동시에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 권모씨의 책임보험자이므로 ○○보험회사는 권모씨의 책임보험자의 지위에서 책임보험금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책임이 있으므로, ○○보험회사의 권모씨에 대한 구상금에서 공제되어야 할 금액도 책임보험금 한도액 전액이라는 것이다. 3. 본 전합판결의 해석 그런데 본 전원합의체가 판시한 「책임보험의 성질에 비추어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2이상의 자동차가 공동으로 하나의 사고에 관여한 경우, 각 보험자는 ‘피해자의 손해액을 한도로 하여 각자의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새겨야 할 것」이라는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새겨야 할지 검토한다. 위 전합판결에 대해 ① 책임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시내용을 중시한다면 ‘피해자의 손해액 범위내라면 공동불법행위자의 각 보험회사는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이경재, 손해보험 2002년 9월호(대한손해보험협회), 52~53쪽 참조}. 그러나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 현행 자배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하면 책임보험금으로 피해자 사망시 금 8천만원까지 지급하고 있으므로, 가해차량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은 늘어나게 되어 실손보상의 원칙을 규정한 위 시행령 제3조 및 중복보험·초과보험을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669조 내지 제672조의 규정취지에 반하고,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며, 도박보험·사기보험화 되는 문제가 생긴다(예컨대 가해차량이 2대라면 1억6천만원, 3대라면 2억4천만원까지 지급됨). 한편 ② 위 전합판결에 대해 책임보험금의 지급은 피해자의 손해액 범위내에서 하라는 판시내용을 중시하여 ‘각 보험회사는 책임보험금 전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으나, 각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의 합계액은 피해자의 손해액의 범위내로 제한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보험회사간 구상관계에 있어 공동불법행위자인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을 초과하는 책임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회사로서는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법률상책임부분을 초과하여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이상에 따라 구상관계에 있어서는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비율에 따라 각 부담부분을 정하고 있는 기존판례의 태도와 어긋나며, 보험회사 책임보험금으로 다른 불법행위자를 면책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보험회사가 자기 피보험자의 과실에 따른 부담부분보다도 더 많은 보상책임을 부담한다면 자칫 실손보상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예컨대 어느 보험회사에게 자기 피보험자의 과실은 20%인데 불구하고, 전체 손해액 1억원에 대하여 3천만원의 책임보험금이 정해진다하여 3천만원을 피해자에게 전부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피해자는 나머지 80%의 과실로 손해를 일으킨 불법행위자로부터 8천만원의 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피해자로서는 1억1천만원을 지급받아 실제손해 1억원을 초과하여 손해배상 및 보상을 받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만약 이 경우 피해자에 대한 실손보상의 원칙을 중시하여 80%의 과실이 있는 불법행위자가 7천만원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자신의 과실책임이 감면되는 효과가 발생하여 결국 보험회사는 책임보험금으로 다른 불법행위자를 면책시키는 것과 다름이 아닌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초과보험이나 중복보험에 관한 규정 및 자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손보상의 원칙 및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이념에 따라 ③ 하나의 자동차사고에 관여한 공동불법행위자와 각 보험회사간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있어서 “각 보험회사는 피해자의 전체 손해액을 한도로 하여 자기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범위 내에서 각자의 책임보험 한도액 전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은 경우, 종전판례에 따른 법률관계와 전합판결에 따른 법률관계를 비교·검토해 보도록 한다. 4. 전원합의체판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자와 보험회사간의 법률관계가. 전체손해액 중 피보험자과실 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보다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많은 경우. <사례> 갑과 을이 교통사고를 통해 공동으로 A라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갑 및 을의 과실비율은 8:2이고, 전체 실손해액은 1억원이며, 약관의 규정에 따른 자동차책임보험금은 각 3천만원이라고 할 때, 갑은 갑、를 보험자로 하여 자동차책임보험 및 종합보험에 가입하였고, 을은 을、를 보험자로 하여 자동차책임보험만 가입한 경우. 이 경우 종전의 판례에 의하면 갑、는 전체 손해액중 갑의 과실비율에 따라 8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고, 을、는 2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다. 다만 책임보험금을 산정하는데 있어서도 책임보험금은 그 사고에 관여한 자동차 수에 관계없이 각 보험사의 피보험자측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부담하게 되므로, 갑、는 3천만원의 책임 보험금중 80%인 2천4백만원, 을、는 6백만원의 부담을 지게된다. 결국 갑、는 8천만원의 자기부담금중 2천4백만원은 책임보험금으로 나머지 5천6백만원은 종합보험금으로 피해자A에게 지급하면 족 하지만, 피해자가 갑、에게 먼저 전부보상을 청구하는 경우 갑、로서는 실손해액 전부인 1억원을 전부지급하고, 을측의 과실비율에 따른 부담액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을은 을、의 책임보험만 가입하였으므로, 을、에게는 을、가 부담하는 책임보험의 한도액 6백만원만, 나머지 1천4백만원은 불법행위자인 을에게 직접구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합판결에 의하면, 손해의 공평부담과 실손보상의 원칙상 갑、는 전체 손해액중 갑의 과실비율에 따라 8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고, 을、는 2천만원의 부담부분이 있으나, 책임보험금은 각 보험회사가 자기 부담범위내에서 전부지급할 책임이 있으므로, 갑、는 8천만원중 3천만원을 책임보험금으로, 나머지 5천만원은 종합보험금으로 부담해야 하며, 또한 을、는 2천만원(자기부담부분은 2천만원이므로)을 책임보험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이때 피해자가 갑、에게 먼저 전부보상을 청구하는 경우 갑、로서는 실손해액 전부인 1억원을 전부지급하고, 을、에게는 을、가 부담하는 책임보험의 한도액 2천만원을 구상하면 족하고, 불법행위자인 을에 대하여 직접 구상할 부분은 없다고 할 것이다. < 표 1 참조>나. 전체손해액 중 피보험자과실 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보다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적은 경우. 이 경우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위 나의 사례에서 책임보험금의 한도액을 1천만원으로 하여 이를 살펴보면, 종전 판례에 의하면 책임보험금의 한도액을 공동불법행위자 각자의 과실비율에 따라 분담하므로, 갑、는 책임보험금으로 8백만원, 종합보험금으로 7천2백만원을 부담하면되고, 반면 을、는 책임보험금으로 2백만원, 을은 1천8백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반면 전합판결에 따르면 갑은 책임보험금으로 1천만원, 종합보험금으로 7천만원을 부담하고, 을、는 책임보험금으로 1천만원, 을은 자기재산으로 1천만원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 표 2 참조> 5.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 첫째, 본 판결은 자동차운행자라면 자동차책임보험에 강제로 가입하게는 방법으로 자력이 없거나 가해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자동차 사고피해자를 최소한 보장하려는 자배법의 취지를 과대히 확장하여 피해자 1인을 중심으로 책임보험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피보험자의 수대로 책임보험금을 결정하도록 한 문제점이 있다(이경재, supra, 53~55쪽 참조). 둘째, 본 판결은 종전 판결을 기초로 작성한 자동차보험보통약관의 효력에 대해 명시적으로 그 효력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그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건에서 본 전원합의체판결을 참조하여 약관의 효력을 무효로 만들 수 있도록 하여 결국 수많은 분쟁을 재연시킬 소지를 만들어 버렸다. 셋째,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자배법 제26조)에 따라 절취차량, 뺑소니차 등에 의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경우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책임보험금 한도내에서 그가 입은 피해를 보상하도록 되어있는데, 정부가 지급해야 할 보상금을 결정할 경우에도 전원합의체 판결을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책임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피해자 1인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보상금을 결정한다면 피해자는 불법행위자와 결탁하여 가공의 뺑소니차량을 만들어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사기보험화할 우려를 남겨두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본 전원합의체판결은 전체손해액(1억2천여만원)중 피보험자과실 비율에 따른 부담부분(9천6백여만원)이 책임보험금 한도액(1천5만원)을 초과하고 있는 경우로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부담부분보다 큰 경우에 대하여는 판시한 바가 없다. 그러나 자배법상 책임보험취지를 과도히 확장하여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과 사회보장제도의 보완장치라는 책임보험의 취지를 무색케했다는 점과 여러 가지 해석가능성을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완결된 판례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2002-10-07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취지의 해석을 전제로 한 한정위헌결정이 가능한지 여부
1. 글머리에 헌법재판소는 2002. 7. 18.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의 위헌여부에 관한 2002헌바57 헌법소원사건에서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 주문은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은 퇴직 후의 사유를 적용하여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를 제한하는 범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인데, 위 결정이 갖는 특징은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0두4514 판결에서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의 의미에 관하여 같은 취지의 해석이 이미 내려진 상태에서 한정위헌결정을 하였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에서 제1항의 규정과 달리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라든가 ‘재직중의 사유로’라는 표현을 빠뜨리고 있다고 하여도 이는 제1항의 기본 규정에서 말하는 위 요건을 당연히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새겨야 할 것이므로, 같은 법 제64조 제3항은 공무원이 재직중 그에 열거된 죄를 범하고 그로 인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된 경우에 한하여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으로서 퇴직 후 그와 같은 죄를 범한 경우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된다 하더라도 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한정위헌결정을 하더라도 대상 법률조항의 해석에 대한 대법원의 선례가 있는 경우, 그 해석을 전제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이 이미 내린 해석과 같은 취지를 나타내는 한정위헌결정을 한 적은 없다(대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합헌이라고 한 예는 헌법재판소 1995. 5. 25. 91헌바20 결정, 2001. 1. 18. 99헌바63 결정, 2001. 12. 20. 2001헌가6 결정 등, 대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그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한 예는 1994. 12. 29. 93헌바21 결정). 한정위헌이라는 결정형식의 인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이 글에서는 대법원 판례와 동일한 취지의 한정위헌결정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하여만 검토하기로 한다. 2. 관련 법률조항 공무원연금법 제64조 ①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감액하여 지급한다. 이 경우 퇴직급여액은 이미 납부한 기여금의 총액에 민법의 규정에 의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이하로 감액할 수 없다. 1. 재직중의 사유로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때 2. 탄핵 또는 징계에 의하여 파면된 때 ② (생략) ③ 형법 제2편 제1장(내란의 죄), 제2장(외환의 죄), 군형법 제2편 제1장(반란의 죄), 제2장(이적의 죄), 국가보안법(제10조를 제외한다)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는 이미 납부한 기여금의 총액에 민법의 규정에 의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반환하되 급여는 지급하지 아니한다. 3. 사건의 경과 헌법소원 청구인은 공무원으로 재직하였다가 퇴직하여 퇴직연금과 퇴직수당을 지급받았는데, 퇴직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청구인에 대하여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과 동법 제31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기지급된 퇴직급여금에서 청구인에게 반환할 기여금(청구인으로부터 납부받은 기여금 및 이에 대한 민법 소정의 이율에 의한 이자)을 공제한 금원을 납부(반납)하라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서울행정법원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퇴직급여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청구기각되었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여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에 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당해사건에 대한 청구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청구인이 상고를 하지 않아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퇴직 후의 사유를 적용하여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를 제한하는 범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4. 검토 (1)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이란 어느 법률규정이 한편에서는 위헌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합헌적인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 그 법률규정을 위헌적인 상태대로 해석·적용하여서는 아니되고 합헌적이고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를 위헌이라고 판단하여서도 아니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는 모든 법률해석·적용자가 따라야 할 일반원칙으로서, 대법원은 “어떤 법률이 한 가지 해석방법에 의하면 헌법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른 해석방법에 의하면 헌법에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헌법에 합치하는 해석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1992. 5. 8.자 91부8 결정), 헌법재판소도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그 어의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인 해석을 택하여야 하며, 이에 의하여 위헌적인 결과가 될 해석을 배제하면서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일반원칙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1. 4. 1. 89헌마160 결정 등).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퇴직 후의 사유를 적용하여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를 제한하는 범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함으로써, 대법원이 퇴직 후 소정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동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이 대법원이 어떤 법률규정에 대하여 헌법합치적 해석원칙에 따라 합헌적 해석을 하였음에도 헌법재판소가 그와 다른 해석, 즉 헌법불합치적 해석을 전제로 당해 법률규정에 대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하는 것은, 합헌적 해석이 가능한 경우 위헌이라고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 위와 같은 한정위헌결정은 당해 법률규정에 대한 헌법합치적인 해석이 무엇인지를 다시 확인하고 합헌적 해석을 강조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헌법합치적 해석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결정을 위헌결정의 일종으로 보고 있으므로 이러한 입장에 서는 한 위와 같은 반론은 타당하지 않다. 대법원의 합헌적 해석과 같은 취지를 나타내는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하면, 법원 또는 행정기관이 합헌적으로 해석·적용을 하고 있는 법률규정에 대하여도 그와 다른 해석을 전제로 하여 한정위헌결정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고, 이는 합헌적인 해석·적용을 통하여 위헌의 소지가 제거된 법률조항에 대하여도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부당하다. 이 사건에서는 당해사건의 1심, 2심에서 모두 위헌적인 해석을 하였고, 그후 대법원이 다른 사건에서 동일 쟁점에 관하여 헌법합치적 해석을 한 것이어서 해당 법률규정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이 확립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대법원의 해석과 동일한 취지의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법령의 해석통일을 위한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의 합헌적 해석을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단지 하급심의 잘못된 헌법판단을 바로잡기 위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하는 것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또다른 문제점들을 야기하게 되므로 위와 같은 주장을 수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2)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이 야기하는 문제점 ① 헌법재판소의 기능변화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한, 위 조항에는 아무런 위헌적 요소가 없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합헌선언을 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함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굳이 한정위헌결정을 한 이유는, 당해사건이 이미 확정된 상태여서 합헌결정을 하면 청구인이 구제받을 길이 없게 되자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써 재심을 통한 구제의 길을 열어주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은 위헌법률을 심사하게 되는 계기만 다를 뿐 위헌법률심판과 동일한 성질의 것이고, 위헌법률심판이나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의 본래의 목적은 모두 위헌법률을 제거하는 규범통제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 하급심의 해석에 따라 권리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당사자를 구제하기 위하여 대법원의 합헌적 해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정위헌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국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이 구체적 권리구제를 위하여 기능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위헌법률심사를 통하여 규범통제의 기능을 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구체적 권리구제기관으로 변화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② 한정위헌결정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되었다고 하여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확정된 당해사건의 결과를 번복하기 위하여서는 재심을 통할 수밖에 없는데, 구체적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한정위헌결정을 재심사유로 보지 않는 상태에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사자에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키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양 기관 사이에서 갈등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은 실질적으로 특정 하급심에 의한 법률해석의 잘못을 지적하고 청구인의 권리가 보호되었어야 함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개별적인 재판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한정위헌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는 반면 그밖의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낳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③ 심급제도에 대한 혼란 대법원에 의한 합헌적 해석의 선례가 있음에도 하급심에서 그 해석을 달리하여 위헌적 해석·적용을 한 경우에,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선례와 동일한 취지의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면, 당사자는 불복에 의하여 교정을 받을 수 있는 하급심의 법률판단에 대하여 상소에 의하지 아니하고 막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되어 헌법재판이 통상의 소송절차(상소절차)를 대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이 하급심 판결 당시 대법원의 선례가 없던 경우에는 당사자가 통상의 불복절차를 회피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떠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판단은 규범적 판단으로서, 당사자의 의도나 당해사건의 확정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는 없으므로, 헌법소원 결정 시점에서 대법원의 합헌적 선례가 있다면 이를 전제로 위헌 여부에 대한 논리적·규범적인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지 구체적 사건에서의 당사자의 구제 여부를 먼저 생각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 결정의 논리를 그대로 연장하면, 당사자는 법률해석이 쟁점이 된 사건에서 위헌제청신청을 하고 그것이 기각되면 1심만을 마친 다음 (심지어 그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상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1심판결을 확정시킨 후 막바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될 것인데, 이는 현행 심급제도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사법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는 결과가 될 것이다. ④ 재판소원 금지규정의 잠탈 헌법재판소가 행하는 법률에 대한 규범통제란 일차적으로 입법자에 대한 통제를 의미하는 것인데, 대법원에서 대상 법률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을 하고 헌법재판소도 그러한 해석을 받아들이는 입장임에도, 그와 다른 입장에 선 하급심 법원의 해석이 잘못이라고 다투면서 그러한 해석에 의하는 한 동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받아들이는 것은 재판에 대한 불복과 다름없고, 이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금지규정을 피하여 우회적으로 특정 재판의 당부를 다투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당해사건에 대한 하급심 판결 당시 대법원의 선례가 없었지만, 합헌적 법률해석이 가능한 것이었으므로 청구인은 상고를 통하여 구제를 받았어야 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더라도 그와 별도로 불복절차를 밟아 해석을 통한 구제의 길을 열어 놓았어야만 했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최종심까지 불복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고, 그러한 불복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불이익은 당사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바(BVerfGE 63, 45), 이 사건에서도 상소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청구인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 맺음말 어떠한 법률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이 가능하다면, 그러한 합헌적 해석을 전제로 당해 법률이 합헌임을 선언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이러한 기본원칙을 무너뜨리면 합헌적 법률에 대한 위헌선언(일부 위헌선언도 포함)도 가능한 것이 되어 법률에 대한 합헌판단과 위헌판단의 경계가 불명확해지고 헌법재판권과 일반재판권을 준별한 우리의 사법체계에도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물론 당해사건에서의 하급심이 합헌적 법률해석을 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의 보호에 미흡하였던 것이 사실이고, 하급심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헌법합치적 관점에서 사건을 처리하여야 한다는 반성의 계기가 되어야 겠지만, 하급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대법원에 의하여 교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기회를 놓친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바로 잡기 위하여 헌법재판의 기본틀에 어긋나는 한정위헌결정을 내릴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2002-08-26
법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
헌법재판소는 2002. 4. 25.에 선고한 2002헌사129 결정에서 軍行刑法施行令 제43조 제2항 본문 중 前段 부분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준용되는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의 執行停止規定과 민사소송법 제714조의 假處分規定에 의하면, 법령의 위헌확인을 청구하는 헌법소원심판에서의 가처분은 위헌이라고 다투어지는 법령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시킬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가처분에 의하여 임시로 그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아니하면 안될 필요가 있을 때에 허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가처분이 가능한가 하는 헌법소송법 문제 외에도, 우리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구제절차를 담당하는 권한이 헌법재판소와 일반법원간에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1. 事件의 槪要 이 사건 신청인들은 차기전투기 사업(F-X 사업) 시험평가단 부단장에 근무하다가 군사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특수전사령부 유치장에 구속된 조아무개 공군대령과 그의 부인 문아무개씨이다. 신청인들은 군인의 신분이거나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면회 횟수를 주 2회로 제한하는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이 규정의 효력을 本案事件의 결정 선고시까지 임시로 정지할 것을 구하는 假處分申請을 하였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認容한 것이다. 심판의 대상이 된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의 全文은 다음과 같다.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는 매주 2회로 하되,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변호인과의 면회는 그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2. 憲法裁判所法上 假處分條項의 類推適用 우리 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을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법은 이 모든 심판절차에 적용되는 가처분에 관한 일반조항을 두지 않고 정당해산심판과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만 假處分規定(제57조 및 제65조)을 두고, 헌법소원심판에는 가처분에 관한 규정이 없다. 한편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의 경우에는 裁判停止規定(제42조),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權限行使停止規定(제50조)을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00. 4. 18. 제기된 舊 司法試驗令(2001. 3. 31. 대통령령 제17181호로 폐지된 것) 제4조 제3항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2000헌마262)을 본안으로 한 가처분신청사건(2000헌사471)에서, 2000. 12. 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심판절차에 있어서도 가처분의 필요성은 있을 수 있고, 달리 가처분을 허용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가처분이 허용된다”고 판시하면서 위 사법시험령 조항의 효력을 본안의 終局決定 선고시까지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하였고, 이번에 또다시 군행형법시행령 조항에 대하여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위 결정들은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가처분을 헌법소원에 유추적용할 수 있는 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서 論理的 飛躍이 있다고 생각된다. 제도신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모든 문제점을 검토한 후 최종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立法者가 수행하여야 할 역할이다.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에 없는 가처분을 하는 것은 재판기관의 권한을 초월한 것이다. ‘필요’하고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法官에 의한 法創造 또는 法獲得의 근거로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3. 行政訴訟法 및 民事訴訟法 規定의 準用 이 사건 결정에서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 준용한다고 한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행정소송의 대상인 行政處分의 執行停止에 관한 규정이고, 민사소송법 제714조는 係爭物에 관한 가처분과 臨時의 地位를 정하는 가처분에 관한 규정이다. 이 조항들은 원래 당해 사건 당사자의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 법원이 임시구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법령의 일반적 효력정지까지 예상하고 있는 규정은 아니다. 당해 사건의 당사자를 구제하기 위한 가처분규정을 근거로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킴으로써 당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까지 효력을 미치게 하는 것은 위 법률들에 규정된 假處分制度의 原趣旨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행정소송법의 집행정지규정이나 민사소송법의 가처분규정에는 없는 내용(법령에 대한 효력정지)을 준용한다고 한 결과가 되어, 헌법재판소가 법률상 근거 없는 헌법소원심판에서의 법령의 효력정지 가처분제도를 창설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만에 하나 이러한 法創造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려면, 이것이 명백한 立法의 不備이고, 통상의 입법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재판기관이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제도 본래의 目的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거나 제도의 實效性을 보장할 수 없는 등의 모순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4. 違憲決定 效力의 先取效果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의하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위헌법률의 효력을 제정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헌법적합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입법자가 결정할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인데, 우리 입법자는 후자의 입법정책을 채택한 것으로서 이는 헌법에 합치한다(헌법재판소 1993. 5. 13. 선고 92헌가10 결정).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시부터 장래를 향하여만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규범통제제도 하에서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종국결정을 하기 전에 가처분으로 당해 법률의 시행 또는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獨逸의 경우에는 위헌결정에 一般的 遡及效가 인정되므로 위헌결정 전에 기존의 법상태에 관하여도 헌법재판소가 미리 관여할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법의 가처분규정(제32조, 제93조의d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종국결정 전에 법률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하더라도 제도모순의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한편 우리 나라와 같이 법령의 위헌결정에 將來效만 인정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가처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헌법재판소는 법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VfSlg 13706, 1994). 우리 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가처분을 허용한다면 법률의 효력상실이라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가처분이라는 별도의 제도로 선취하는 결과가 될 것인데,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과 조화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의 장래무효원칙에 대하여 법원의 판례로 비교적 광범위한 예외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법률의 위헌결정 전에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제도상 모순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은 위헌제청을 한 당해 사건,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제청신청을 한 경우의 당해 사건과 따로 위헌제청신청은 하지 아니하였지만 당해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중인 사건뿐만 아니라 위헌결정 이후에 위와 같은 이유로 제소된 일반 사건에도 미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1누5747 판결, 2000. 2. 25. 선고 99다54332 판결 등). 그러나 이 판례를 법률의 위헌결정에 대하여 일반적인 소급효를 인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 스스로 “법적 안정성의 유지나 당사자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법치주의의 원칙상 요청되는 바”라고 한다(1994. 10. 25. 선고 93다42740 판결). 헌법재판소도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에 소급효를 인정하여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고 나아가 구법에 의하여 형성된 기득권자의 이득이 해쳐질 사안이 아닌 경우로서 소급효의 부인이 오히려 정의와 평등 등 헌법적 이념에 심히 배치되는 때에도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위 92헌가10 결정). 요컨대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범위는 具體的 規範統制의 實效性 보장을 위하여 이미 제소된 사건에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거나, 아직 제소기간이 渡過하지 않은 사건 중에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경우에 예외적·부분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서 가처분에 의한 법령효력정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법률의 효력정지제도를 위헌결정의 장래효 원칙에 대한 하나의 예외적 제도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은 근본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이며, 입법자의 명시적 수권 없이 법률의 위헌결정 전에 그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5. 憲法訴願의 補充性(前審節次 履行要件)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전에 다른 법률의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도록 하는 보충성의 원칙(또는 전심절차 이행요건)을 규정하고 있다(제68조 제1항 단서). 獨逸에서 보충성원칙은 헌법재판소의 업무부담경감과, 기초사실 및 일반법원의 법률적 견해의 전달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기능은 법원이 충분한 심리를 하고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널리 헌법소원이 행해지는 것이 전제된다. 그러나 우리 헌법소원제도는 독일의 제도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제도적 의의와 기능도 전혀 다르다.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우리 법제(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하에서 보충성원칙의 실제적인 의의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관할권에 속하는 사항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관할권에서 배제하는 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소원의 보충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법원의 不適法却下 판례가 確立된 事案만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헌법소원이 空洞化할 우려가 있다. 그 반면에 보충성원칙의 예외인정범위가 바로 헌법소원의 심판범위를 확보하는 기능, 즉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배분하는 기능을 하므로 예외인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령 자체에 의한 기본권침해가 문제될 때에는 일반법원에 법령 자체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訴訟物로 하여 제소하여 구제를 구할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소정의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헌법소원을 내야 하는 제약이 따르지 않는 이른바 보충성의 예외적인 경우”라고 일관하여 판시하고 있다(88헌마1 결정 이래 확립된 판례). 그러나 법령의 위헌성을 직접 소송물로 하여 일반법원에 제소할 길이 없다는 것이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데 주의하여야 한다. 침해의 직접성이란 법령의 “집행행위가 없어도 직접 침해될 수 있는 경우”를 뜻하는 것이지, 당해 법령의 “집행행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성이 있는 법령에 대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은, 보충성원칙의 예외가 인정된다면 바로 그 법령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도 있고, 집행행위를 기다리거나 집행행위를 촉구한 후에 그 집행행위에 대하여 구제절차를 밟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된다. 나아가 독일의 최근 판례와 같이 헌법소원의 보충성원칙을 단순히 전심절차 이행요건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기본권침해를 저지하기 위하여 청구인에게 허용되어 있는 모든 가능한 방법들을 전부 시도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BVerfGE 74, 102(113) 및 기타 다수의 판결), 구제절차란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이면 되지 공권력 행사를 소송물로 하여 다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요컨대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를 반드시 거치도록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직접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허용할 것인가(보충성원칙의 예외 인정) 여부의 궁극적 기준은 구체적 사건의 본질이 憲法解釋에 가까운가 아니면 事實認定 및 法律解釋에 가까운가 그리고 어느 재판기관이 이를 담당하는 것이 憲法政策上 바람직한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6. 結 論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의 적용이 문제된 재판이 사실상 전부 정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행정부도 그 법령에 따른 행정처분을 전혀 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재판업무와 행정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어차피 위헌으로 결정될 법령이라면 위와 같이 법정책적·법이론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효력정지의 가처분을 선고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위헌결정을 하는 편이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舊 司法試驗令 사건의 경우, 본안결정을 기다리면 한번의 응시기회를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나, 긴급한 구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본안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하였으면 되었을 것이다. 2000. 4. 18. 제기된 본안사건은 젖혀두고, 2000.12.8.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면서 2001년 실시될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응시기회를 논하는 것은 너무나 옹색한 논리이다. 구 사법시험령 조항에 대한 일반적 효력정지가처분 후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위헌여부에 관한 본안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규범통제제도의 정상적 운영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인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은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는 매주 2회로 하되”라고 규정하여 일견 별도의 집행행위 없이도 기본권을 직접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항 본문 중 후단부분은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여 면회 횟수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여지를 인정한다. 조문 전체의 취지로 볼 때 면회 횟수를 주 2회만으로 직접 제한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헌법소원 본안사건은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却下되어야 마땅하다. 설령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하여도,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인(헌법소원 본안사건의 청구인)들이 먼저 면회를 신청한 후 면회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 절차에서 위 군행형법시행령 조항의 위헌·위법 여부가 재판의 전제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이를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헌법소원 본안사건의 본질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 보장 필요성과 군행형상의 제한필요성을 개별·구체적으로 비교형량하는 데 있으므로, 이와 같이 個別·具體的인 利益의 比較衡量이 관건인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때에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機能分擔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법원의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기한 것으로서 不適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건에서 법령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하는 가처분까지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법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할 만한 사건이 못된다.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은 무리한 준용이론을 전개하면서 사실상 입법을 하고 있고, 법원의 관할권과 중첩되는 문제도 야기하였다. 국가권력에 의한 개인의 권리침해를 구제하여야 할 기본적 권한과 책임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나누어서 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헌법소원심판에 있어서 가처분제도를 도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입법정책판단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소원사건에서도 가처분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으나, 이 제도를 채택하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법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제도는 그 파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여 입법자가 그 채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다. 가처분에 의하여 법령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에 반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처분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 있는지 재판경험에 비추어 충분히 검토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또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충분히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2002-06-06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사건 개요] 1996년 5월 19일 원고는 피고가 소유하는 3층 건물의 1층 방 2칸을 보증금 20,000,000원, 월차임 400,000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그 임대 목적물인 방 2칸은 반 지하로서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지도 않고 주위 담장이 낮을 뿐만 아니라 대문도 없이 바로 길에 연하여 절도범이 쉽게 침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996년 6월 15일 새벽 4시에서 5시 50분 사이에 임차인(원고)이 거주하고 있는 방에 절도범이 침입하여 10만원권 자기앞 수표 7매 등 도합 2,000,000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하였다. 또한 임차인이 거주하는 임대 목적물인 방에 대한 차면시설이 불량하여 지나가는 행인들이 수시로 임차인과 임차인의 딸들이 거주하고 있는 방안을 들여다 보곤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는 등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 만료 전부터 수 차례 임대인(피고)에게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없음을 통고한 바 있다. 그러나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계약금 정도의 금원만 제공하면서 방을 비워 주면 그 후에 나머지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임차인은 소액의 금원만 지급받고 방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보증금 전액을 회수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증금 전액을 다 받을 때까지 임대 목적물인 방에 거주하고 있던 중 1997년 11월 30일 또 다시 절도범이 침입하여 수표와 현금 등을 도난 당하였다. 임차인이 이와 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음에도 임대인은 여전히 임대 목적물에 대한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으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임대기간이 1998년 5월 19일 까지라고 주장하면서 보증금의 반환을 거부해왔다. 이에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보증금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원심 판결(서울지법 1999. 1. 14. 선고 98나42737) 요지] 피고(임대인)는 임대 목적물(방 2칸)을 원고(임차인)에게 임대하면서 임대인으로서,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안전배려의무에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의 지배 영역하에 있는 임대목적물에서의 생활에 고통을 느끼고 이주를 원하는 원고에게 임대차계약 기간이 종료되지 아니하였음을 내세우면서 보증금의 반환을 거부하여 원고로 하여금 임대목적물에 강제적으로 거주하여야 하는 등으로 심적인 고통을 주었다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음이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러한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 수액은 금 5,000,000원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판결 요지: 원심 파기] 통상의 임대차관계에 있어서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함에 그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여 주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그 의무를 이행한 경우 임대목적물은 임차인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어 그 이후에는 임차인의 관리하에 임대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이루어지는 것인 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원심 판시와 같은 임차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Ⅰ. 본 판결의 문제점 본 판결의 주된 쟁점은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안전배려의무 또는 도난방지 등의 보호의무를 부담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즉, 임대차계약에 의한 임대인의 의무로서 임차인에 대한 보호의무도 인정되는 것인지, 인정된다면 그 내용과 한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임대인이 부담하게 되는 임대목적물의 사용·수익의무에는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거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의 임차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즉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가? 과연 임대인은 임대 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이 이를 사용·수익하도록 하면 그 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는가? 본 사안의 원심 판결은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호의무로서 도난 방지 의무를 인정하였으나, 본 연구의 대상판결인 대법원 판결(이하 본 판결이라고 한다)은 이를 배척하고 있다. Ⅱ. 임대인의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618조). 임대인이 부담하게 되는 이 의무는 임대차 관계의 가장 핵심적인 의무로서,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인용하는데 그치는 소극적인 의무가 아니라,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적극적인 의무이다(김상용, 채권각론(상), 358). 즉, 임차인에 의한 사용·수익을 가능하게 하는 임대인의 이러한 의무는 물적인 시설에 관한 것이 중심이 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임차인의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平野裕之, 契約法, 383).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첫째 임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여야 할 목적물 인도의무, 둘째, 임대차기간 동안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데 방해가 되는 제3자의 침해를 적극적으로 방지·제거하여야 할 방해제거의무, 셋째 임대 목적물을 임차인이 사용·수익하는데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할 수선의무(민법 제623조)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부가하여 임대인의 의무로서 임차인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1. 임대 목적물 인도의무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에서 약정된 사용 목적에 적합한 상태로 임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목적물 인도의무는 주물뿐만 아니라 종물에도 미친다. 그 밖에도 임대 목적물의 진입로를 확장하기로 한 경우나 주위 환경을 정비하기로 하는 등 목적물의 상태에 관한 특별한 합의가 이루어 진 경우에는 그러한 상태를 조성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이은영, 채권각론,306). 2.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 유지 및 방해제거의무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존속기간 중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적극적인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의무는 임대차가 유상계약이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당연한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상태가 임대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적합한 상태인가에 대한 판단은 임대차의 유형, 거래관습 또는 특약에 의한 임대차계약의 해석문제가 된다. 또한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동안 임차인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임대인 스스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하는 일을 해서는 아니 되며, 타인의 방해행위에 대하여는 그 방해상태를 제거해 줄 의무가 있다. 임대인의 방해제거의무는 임차인 스스로 방해제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물론 임차인이 점유보호청구권에 의하여 구제될 수 있는 경우에도 면책되지 않고 부과된다. 3. 수선의무 임대인이 부담하는「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라는 포괄적인 의무 가운데 주된 문제가 되는 것은 임대인의 수선의무라고 할 수 있다. 구민법에서는 「임대인은 임대물의 사용 및 수익에 필요한 수선을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구민법 제606조), 현행 민법은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라고 하여 포괄적인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임대인이 부담하게 될 수선의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 및 정도는 결국 임대차계약의 내용과 거래의 관행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판례는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테면, 임대 목적물인 방에 약간의 균열이 생기고 벽에 금이 간 정도의 파손상태는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있는 대규모의 것이라 할 수 없고, 임차인이 부담하는 통상의 임차물의 수선 및 보관, 관리의무에 속한다고 한다(대판 1989.9.26, 89도703). 그러나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인정되는 경우란, 임대 목적물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의 사용·수익이 불능으로 될 정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임대인의 이러한 수선의무는 특약으로 면제되거나 감경될 수 있다는 견해가 통설적 입장이지만, 이 특약은 신중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대수선에 이르는 부분까지 임대인의 의무를 면제시키는 특약은 결국 임차인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판례 역시 대규모의 수선은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대판 1994. 12. 9, 94다34692).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390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민법 제544조). 또한 임차인은 차임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 것이다. 4. 보호의무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데 큰 불편이 없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보증할 수 있는 내용으로서 임차인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생각컨대 계약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권리의무로서의 보호의무는 급부의무와 독립된 존재로서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채무자의 의무를 주된 급부와 부수적 급부로 구분하여, 부수적 의무의 내용으로서 신의칙상 보호의무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이와 동등한 내용으로서 적극적으로 보호의무를 인정할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그 근거는 민법 제2조 신의칙에서 구할 수 있다. 따라서 보호의무란 단지 채무이행과정에서 비롯되는 부수적인 의무라고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 상호간에 서로 상대방이 현유하는 생명·신체·소유권 기타 이익(안전성 이익)의 안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하여야 할 주의의무라고 해석하여, 채무자의 행위의무로서 독립된 보호의무로서 인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호의무를 규정할 때, 보호의무는 급부이익이나 계약목적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안전성 이익의 보호를 향하고 있다는 점 및 채무자 뿐만 아니라 채권자에게도 부과되는 내용이며, 계약이 무효가 되어도 일정기간 존속된다는 점 등에서 계약상의 다른 내용의 의무와 그 성질을 달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潮見佳男,債權總論,14). 특히 계약체결 준비단계에서부터 장래의 계약 당사자(future contractant) 또는 계약 후보자(candidat au contrat)라고 할 수 있는 당사자는 성실한 분위기에서 계약을 체결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私見에 따르면 이미 이 단계에서부터 신의칙상의 보호의무는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 보호의무는 채무자 뿐만 아니라 그 이행보조자에게도 인정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Ⅲ. 본 판결의 검토 먼저 결론부터 언급한다면,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 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이 이를 사용·수익하게 하는데 그치고, 더 나아가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여 주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본 판례의 논지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임차인 보호라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리 민법의 태도는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은 해석론으로서 그 미진한 부분을 보충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본 판례의 검토에 앞서 일반적으로 임대차계약에 관한 법규 및 판례의 기본적인 자세부터 살펴보면 다분히 임대인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려 한다는 취지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써, 민법상 규정된 임대인의 의무(제618조, 제623조, 제626조, 제567조, 제570조 등)에 비하여 임차인의 의무(제618조, 제374조, 제610조, 제624조, 제634조, 제654조, 제616조, 제615조 등) 내용이 두배 정도 부과되고 있다는 점을 비롯하여, 임대인이 임차목적물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확실하게 보장해 주면서, 임차인에게는 차임증감에 관한 권리 주장과 임대차 계약 종료시의 부속물 처리에 관한 보호 정도에 그치고 정작 중요한 임대차 계약 체결 후 임차인의 임대 목적물 사용에 관한 규정은 사용·수익이라는 지극히 포괄적인 내용만 두고 있을 뿐이며 보증금 반환에 대한 규정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입법상의 불비에 대한 판례의 태도 역시 임대인측에서의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음은 본 판례의 내용 이외에도 다수 발견된다. 앞에서 소개한 내용처럼 임대인에게 요구되는 수선의무의 인정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판례는 임차 건물이 원인불명의 화재로 소실되어 임차물 반환채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그 화재의 발생원인이 불명인 때에도 임차인이 그 책임을 면하려면 그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한다」하여 임차인에게 그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대판 1999.9.21, 99다36273). 이는 곧 임차인의 선관주의의무는 추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동등하게 법률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나 대립하는 두 당사자로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에는 사회정책상 임차인의 보호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유감스럽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러하지 않은 듯하며, 본 판례의 내용도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된 결론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사회정책적인 입장에서도 본 사건의 원고인 임차인과 그 딸들의 실질적인 보호를 도외시하고 임대임측의 형식적인 의무만을 강조하고 있는 본 판례의 판시 내용에는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임대인에게 부과되고 있는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에 관한 내용의 해석론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임대인의 목적물 인도의무, 사용·수익케 할 의무 및 그 유지의무를 인정하고 있음은 앞에서 설명하였다. 그런데 이 규정을 문리 그대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에게는 「계약 존속 중」그러한 의무가 계속된다는 점에 주목을 요한다. 즉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체결 후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 할 수 있도록 인도함으로써 그 의무이행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임대인은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임대차기간 동안 임차인의 실질적인 사용·수익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즉 단순히 임대 목적물을 인도하여 임차인이 사용·수익하도록 하면 임대인의 의무는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수익의 보장, 예컨대 임차인의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의미에서의 사용·수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서는 절도범이 쉽게 침입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 또는 적절한 차면시설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임차인이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의무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채무자의 채무 내용으로서 주된 급부의무(본 사안에서는 임대 목적물의 인도의무) 이외에 독립된 의무로서 보호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사견에 따른다면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위와 같은 의무는 더욱 요구되는 내용이라고 할 것이며, 부수적인 의무로서도 그러한 임대인의 보호의무는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본 판례에서 밝히고 있는 판시 내용은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요컨대 민법 제623조가 규정하고 있는 임대인의 의무는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보장해줄 의무로서 보호의무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며, 또한 신의칙상 요구되는 독립된 의무(또는 부수의무)로서도 임대인은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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