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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프랜차이즈계약에 있어 가맹점주의 판매대금 임의소비에 관한 법적문제
Ⅰ. 사건개요 가맹점주 갑과 을회사사이에 체결된 미니스톱 가맹점계약은 본사에서 편의점운영 및 경영에 관한 기술촵상표 및 판매용 설비와 집기비품을 가맹점에게 공급하고, 가맹점주는 이를 활용하여 가맹점의 운영을 책임지되 가맹점의 경영은 본사의 경영지도를 기초로 하여 가맹점의 독자적인 책임과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따라서 가맹점은 점포운영의 사업주로서 점포운영에 필요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그 중요한 내용으로 가맹점은 본사로부터 상품을 구입함을 원칙으로 하고, 본사의 승인이 있으면 본사이외의 자로부터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그 상품대금의 지불은 본사에 위탁하는 것으로 하며, 판매가격은 본사가 추천하는 가격으로 하되, 판매대금은 매일 본사에 송금하여야 하고, 본사의 구좌로 입금된 가맹점의 매출대금을 1개월단위로 정산하여 매출총이익의 30%(영업시간이 1일 24시간인 경우) 내지 33%(영업시간이 1일 24시간미만인 경우)는 본사에 귀속하고, 그 나머지는 가맹점에 귀속하며, 가맹점계약종료시 가맹점내에 존재하는 상품은 가맹점의 소유로 하되 본사의 요구가 있으면 이를 본사 또는 본사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양도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계약에 의하여 가맹점주 갑이 가맹점을 운영하던 중 가맹점에서 판매된 물품판매대금을 갑이 을회사와 체결한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라서 물품판매대금을 을회사로 송금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임의로 소비하였다. Ⅱ. 대법원판결요지 대법원은 가맹점주 갑이 행한 가맹점의 물품판매대금의 임의소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법원의 판결(인천지법 1997. 11. 13 선고 97 노 1835 판결)의 판단을 지지하면서 이 사안에서 갑이 본사와 맺은 가맹점계약은 독립된 상인간에 일방이 타방의 상호, 상표등의 영업표지를 이용하고 그 영업에 관하여 일정한 통제를 받으며 이에 대한 대가를 타방에 지급하기로 하는 특수한 계약형태인 이른바 ‘프랜차이즈계약’으로서 그 기본적인 성격은 각각 독립된 상인으로서의 본사 및 가맹점주간의 계약기간동안의 계속적인 물품공급계약이고, 본사의 경우 실제로는 가맹점의 영업활동에 관여함이 없이 경영기술지도, 상품대여의 대가로 결과적으로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보장받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본사와 가맹점이 독립하여 공동경영하고, 그사이에 손익분배가 공동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가맹점계약을 동업계약의 관계로는 볼 수 없고, 따라서 가맹점주인 갑이 판매하여 보관중인 물품판매대금은 갑의 소유라고 할 수 있고, 갑이 이를 임의로 소비한 행위는 프랜차이즈계약상의 채무불이행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이와 동일한 판결로 대판 1996. 2. 23, 95 도 2608이 있다.) Ⅲ. 판례평석 1. 프랜차이즈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격 프랜차이즈계약이란 프랜차이즈제공자·설정자(Franchiesegeber)가 프랜차이즈이용자(Franchiesenehmer)에 대하여 자기의 상호·상표 또는 영업표지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게 하고 프랜차이즈이용자는 자기의 영업에 관하여 프랜차이즈설정자의 지시와 통제를 받고 일정한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한다. 프랜차이즈계약은 계약의 특성상 일정한 기간을 전제로 하는 계속적 계약의 형태로 행하여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법적규제의 내용이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가 1995년 상법개정으로 동법 제46조 20호 즉, “상호·상표 등의 사용허락에 의한 영업에 관한 행위”로서 상행위의 하나로 규정되고 있다. 이러한 프랜차이즈계약이 행하여지는 경제적 여건으로 프랜차이즈설정자로서는 직접투자 내지 자금·인원의 추가부담없이 사업을 확대할 수 있으며 경영의 결과에 따른 추가적인 위험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이에 대하여 프랜차이즈이용자로서는 적은 자본촵정보등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사업의 경영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지시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사업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경영상의 지시와 통제의 내용으로 점포의 위치·상품의 종류·가격·경영방침등이며 심지어 간판이나 종업원의 의복등 많은 점에서 행하여지고 있다. 프랜차이즈계약의 종류로는 생산자·도매상·소매상사이의 프랜차이즈처럼 계약당사자사이의 분류에 따라 나누어 질 수 있고 계약의 대상에 따라서 상품프랜차이즈와 용역·영업형프랜차이즈로 나뉘어진다. 프랜차이즈계약이 실제 경제계에서 상당히 널리 행하져지고 있는데 프랜차이즈계약을 둘러싸고 상당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법적 분쟁은 프랜차이즈계약의 법적 성격에 따라서 해결을 달리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프랜차이즈계약은 하나의 일의적인 성격을 가진 계약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지닌 혼합적 성격을 가진 혼합계약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계약에는 프랜차이즈설정자의 상호촵상표 등을 프랜차이즈이용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는 점에서 명의대여계약적 요소가 있으며 경영의 지도 내지 통제를 하는 점에서 노무제공의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도급이나 위임의 요소가 있다. 특히 상품내지 설비의 소유권을 프랜차이즈설정자가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임대차적 요소가 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계약이 어떠한 내용의 성질을 지닌 계약인 여부는 실제로 체결되어지는 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달라지나 상품프랜차이즈의 경우에 매매계약으로서의 성질이 강하고 용역프랜차이즈계약의 경우 노무제공계약 즉, 도급이나 위임계약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손주찬, 상법(상), 박영사, 2000, 421면; 정찬형, 상법강의(상), 박영사, 1999, 390면). 프랜차이즈계약이 이러한 성격을 지닌다고 하여도 프랜차이즈설정자와 이용자는 상호 대리인이나 피용자등 종속적인 관계가 아닌 독립된 성격을 지닌 상인이다(최기원, 상법학신론(상), 박영사, 2000, 398면). 즉, 프랜차이즈설정자와 이용자는 각자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영업을 행한다. 프랜차이즈이용자는 상법상의 대리인도 상업사용인도 아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계약에 의한 상호사용의 대가로 지급하는 사용료는 명칭과 형식을 불문하지만 계약의 당사자가 상호독립성을 가지므로 임금 내지 그 유사의 형태는 아니다. 2. 문제사안의 경우 문제된 사안에서 갑과 을회사가 행한 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본사에서 편의점운영 및 경영에 관한 기술과 상표 및 판매용 설비와 집기비품을 가맹점에게 공급하고, 가맹점주는 이를 활용하여 가맹점의 운영을 책임지되 가맹점의 경영은 본사의 경영지도를 기초로 하여 가맹점의 독자적인 책임과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따라서 가맹점은 점포운영의 사업주로서 점포운영에 필요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는 점에서 갑과 을회사는 가맹점경영에서 서로 독립된 경영자 내지 상인으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가맹점은 본사로부터 상품을 구입함을 원칙으로 하고, 본사의 승인이 있으면 본사이외의 자로부터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그 상품대금의 지불은 본사에 위탁하는 것으로 하며, 판매가격은 본사가 추천하는 가격으로 하되, 판매대금은 매일 본사에 송금하여야 하고, 본사의 구좌로 입금된 가맹점의 매출대금을 1개월단위로 정산하여 매출총이익의 30%(영업시간이 1일 24시간인 경우) 내지 33%(영업시간이 1일 24시간미만인 경우)는 본사에 귀속하고, 그 나머지는 가맹점에 귀속한다는 점에서 을회사의 경영에 관한 기술과 상표등을 가맹점주인 갑이 사용한다는 점과 가맹점의 물품판매대금의 일정액을 본사가 지급받는 것으로 인하여 이는 프랜차이즈계약의 일종이며 특히 상품프랜차이즈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계약에 있어서 법률적으로 가장 쟁점이 되는 문제점은 가맹점의 영업의 결과 취득한 물품판대대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 가라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프랜차이즈계약에 있어서 발생하는 민사상촵형사상 법률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첫째, 물품판매대금의 소유권이 프랜차이즈설정자(이 사례에서는 을회사)에게 있다면 프랜차이즈이용자(이 사례에서는 갑)가 취득한 대금은 이용자인 갑으로서는 원소유자인 설정자인 을회사에게 반환하여야 하는 대금이다. 이러한 경우는 사실상 이용자는 을의 대리인이거나 상법상 위탁판매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갑이 을에게 대금을 반환하지 아니하는 경우 을은 갑에게 민사상 물품판매대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 형사상 갑은 타인의 소유인 대금을 을에게 반환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소비한 경우는 갑이 을에 대하여 대금의 보관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와 반대로 물품판매대금이 가맹점주인 갑의 소유라고 한다면 프랜차이즈설정자인 을로서는 단지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른 이용료만 청구할 수 있을 뿐 대금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이유로 대금에 대하여 반환청구하지 못한다. 미판매된 물품의 소유권도 원칙적으로 이용자인 갑의 소유이다. 물품판매대금이 이용자인 갑에게 있으므로 갑이 이를 임의로 소비하여 설정자인 을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른 단순한 채무불이행이고 이용자인 갑 자신이 소유촵점유하는 금전이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프래차이즈계약의 성격과 계약당사자인 프랜차이즈설정자와 이용자의 지위 및 물품판매대금의 소유권귀속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미 위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프랜차이즈설정자인 을과 프랜차이즈이용자인 갑과의 법률관계는 프랜차이즈계약이라는 채권계약이고 설정자인 을이 이용자인 갑에게 물품을 대여촵공여한 것은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른 물품공급계약이며 물품의 대금처리는 일반적으로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물품구입할 때 가맹점의 본사에 대한 외상구입금으로 처리하고 사후 본사의 구좌로 입금된 가맹점의 매출대금으로 상품대금을 우선 충당한다는 점에서 매매유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설정자와 이용자가 독립된 상인이며 가맹점운영은 전적으로 이용자인 갑이 관리하므로 가맹점관리 중 가장 중요한 업무인 물품판매로 인한 대금은 가맹점주이며 프랜차이즈이용자인 갑에게 속한다고 하여야 한다. 프랜차이즈설정자인 을이 하는 업무는 상표나 운영방법등을 이용케 하고 사용료를 받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계약의 성격이 이러하다면 가맹점주 갑이 행한 물품판매로 인한 대금은 가맹점주 갑에게 귀속하고 대금을 갑이 임의로 소비하여 설정자인 을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라고 보아야 하며 역시 형사상 횡령죄의 책임도 지지 아니한다고 하여야 한다.
2000-09-18
신용장에 있어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
1. 머리말 대법원은 최근 신용장의 이른바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의 유효성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판결들을 선고하였는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과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이 그것이다. 위 두 판결은 거의 같은 취지의 것이므로, 여기서는 선례가 되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2. 사안 가. 미국 회사인 웨어훼브 인코퍼레이티드(웨어훼브)는 국내 회사인 주식회사 코드(코드)와 사이에, 직물류를 미국으로 수입하되 그 대금결제를 위하여 미국 회사인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 아메리카에게 요청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2. 4. 9.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에 신용장개설을 의뢰하였고, 피고 은행 뉴욕지점은 1992. 4. 11. 수익자를 코드로 한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는데, 그 특수조건(Special Conditions) ⑸항은,”최종매수인이 선하증권의 선적일로부터 75일 내에 신용장에 언급된 상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인수된 어음과 서류들은 만기일에 지급되지 않는다 (In case final buyer fails to pay merchandise referred to under this letter of credit within 75 days from the on board date of the B/L, the draft and documents accepted shall not be paid on maturity date)로 규정되어 있고, 한편 위 신용장에는 특별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신용장은 국제상업회의소의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 대구은행 남일동 지점은 위 수출입계약에 따라 직물류를 선적한 위 코드로부터 위 선적분에 대한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모두 매입하고 이를 모두 피고 은행 뉴욕지점에 송부하여 위 뉴욕지점은 원고 은행에 이들의 인수(acceptance)사실 및 그에 따른 만기일을 통보하고, 그 신용장대금 중 곧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의 신용장대금 8건에 대하여는 위 특수조건 ⑸항에 기하여 그 만기가 각 연장되어 총 44건 중 30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이 원고 은행에 지급되었으나, 나머지 14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에 대해서는 최종매수인인 위 웨어훼브가 물품대금을 피고 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여 위 특수조건 ⑸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3. 판결요지 위 특수조건 (5)항은 비록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하고 명료하다고 할 것이고, 수익자를 포함한 이 사건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으며, 나아가 비록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코드가 위 특수조건 (5)항 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책임이 있거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드는 신용장 개설시부터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를 용인하면서 이 사건 수출 거래나 신용장 거래에 임하여 온 사정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용장 개설 및 비서류적 특수조건이 삽입된 경위, 비서류적 특수조건의 내용, 수익자가 그 비서류적 특수조건을 응락하였는지의 여부, 그 특수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수익자가 관여할 수 없는 사정을 용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용장에 부가된 이와 같은 비서류적 특수조건은 신용장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를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일단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고 볼 것이다. 4. 평석 가. 비서류적 조건의 의의 은행은 제시된 신용장의 요구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 지의 여부를 심사하여 일치하는 경우에는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용장의 조건은 의당 은행이 심사하여야 할 서류를 명시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장에 있어서 서류의 지정 없이 조건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 또는 서류 없는 조건(Documentless Conditions)이라고 한다. 예컨대 신용장의 조건이 「수익자는 선적 후 선적통지를 하여야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그것을 표시하는 서류(shipping advice)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때에는 위 조건을 비서류적 조건이라 한다. 이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400)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으나, 이는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계속되던 중 1993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 제13조 c항은, “신용장에 제시되어져야 할 서류에 관하여는 명시하지 않은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은행은 그러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나. 비서류적 조건의 취급례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 여부 및 그 취급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상세는 서울지방법원 발행 국제거래·상사소송의 실무 58-60쪽 참조), 여기서는 국제상업회의소와 그 동안의 우리 하급심 법원들의 실무례를 살펴본다. 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 (ICC Banking Commission)의 입장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신용장에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준수문구가 기재되고, “이 신용장 대금은 수출신용장에 따라 의류가 전량 수출되고 그 대금이 회수되는 경우에 지급된다(payment against subject L/C will be made as and when full quantity of garments under export L/C. … dated, is exported and proceeds repatriated)”라는 특수조건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이러한 신용장의 대금지급을 거절당한 인도 회사가 보낸 질의에 대한 유권해석에서, ‘그와 같은 신용장은 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신용장을 수락한 것은 선하증권상 수하인이 신용장개설은행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은행의 개설의뢰인에 대한 물품인도를 허락한 것을 의미한다. 위 사건은 신용장의 문구 및 그 실제 의미가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사안으로서, 위 신용장은 수익자에게 아무런 담보(security)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 신용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익자는 물품과 대금의 손실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린 바 있고(ICC Publication NO. 494, Opinions of the ICC Banking Commission 1989-1991, Case R 179.),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사한 질의에 대하여 위 상환조건조항에 대한 종전의 해석을 다시 원용하고 있다(Case Studies on Documentary Credits under UCP 500-Charles del Busto p 104-105.). ⑵ 하급심의 실무례 그 동안 우리 하급심 판결들은 대체로 비서류적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여 무시하거나,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한 개설은행에게 불리하게 신용장을 해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러한 조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되게 하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8. 19.선고 95나39313 판결을 비롯하여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5. 8. 24. 선고 93가합85407 판결과 위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6. 12. 선고 97나42160판결과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7. 7. 31. 선고 96가합4126 판결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같은 특수조건이 붙은 유사한 사안에서{원고 중소기업은행, 피고 (주)한일은행,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아메리카인코포레이티드}, 서울지법 항소부 1999. 12. 10. 선고 95나54180판결은 결론을 달리 하여, 위 조건은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뜻이 완전하고 명료한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론을 달리하였다. 결국 상급심의 최종판결이 주목되던 중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 ⑴ 대법원 판결의 의의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범위를 명백히 한 점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의가 있다. ㈎ 즉 비서류적 조건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명료하고, 수익자를 포함한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한 합의가 있으면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비서류적 조건의 내용이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그 사유만 가지고 그 내용이 불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수익자는 그 비서류적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관여할 수 없는 경우라 할 지라도 수익자가 그러한 사정을 용인하면 역시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의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앞서 본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의 입장과도 일치된다 할 것이다. ㈏ 그리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어 일단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는 것이다. 즉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 당사자는 아니지만 비서류적 조건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제3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특수조건의 성립에 합의를 하였는지 여부 또는 그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 등을 묻지 않고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매입은행은 스스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용인하고 신용장 요구서류를 매입한 것인 만큼 나중에 비서류적 조건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⑵ 문제점 ㈎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서류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신용장제도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은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인 만큼 그 준거법은 미국법 내지 미국뉴욕주법이 되므로 최소한 위 준거법 하에서 비서류적 조건이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어야 할 것이다. ㈏ 한편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3조 c항을 신설하여 비서류적 조건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통일규칙의 명문규정을 준수한다고 보아야 할 매입은행이 비서류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신용장을 취득했다는 점만 가지고 바로 매입은행이 그러한 비서류적 조건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고, 더욱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이 신설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는 신용장에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하는 전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the specific purpose of eradicating the totally wrong practice of incorporating nondocumenttary condition(s) into documentary credits)을 가진 것이고,… 따라서 은행은 다른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받았을 때에는 적법한 것으로 접수하여야 한다. …’ 는 지침을 내리고 있으므로(The 3rd ICC Position Paper of September 1, 1994.),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 내려진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이 과연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타당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질의회답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신설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러한 은행위원회의 입장을 수용하는 취지라면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상의 위 신설규정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0-09-14
보험약관설명의무의 범위 및 무면허운전
【사 실】 소외 홍인의는 1997.3.3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자신이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구입하여 피고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피고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한 廢엔진오일 운반용 차량으로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의 지급, 보험계약의 체결, 차량관리 등에 관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피고회사는 홍인의에게 이 사건 화물자동차의 운송물량에 따른 운송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량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홍인의는 피고회사명의로 1997.4.14 피고회사를 기명피보험자로 하여 원고와 이 사건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회사 소속 보험모집인 소외 정창화가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보험계약의 성질에 대하여 정확히 설명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고지하였으며,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렇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정당한 보험계약으로 인정하는 등의 잘못을 범하였다. 홍인의가 고용한 운전사 정명화가 제1종 보통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본건 사고를 내었다. 원고인 보험회사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에 관한 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한데 대하여, 피고는 1. 보험모집인 정창화 및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가 잘못을 범하였다는 이유로 원고회사에게 신의칙상 또는 보험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2. 정창화의 잘못된 고지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운전면허 소지자가 운전하는 것이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2호, 제3호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며, 3. 본건 무면허운전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승낙이 없으므로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판 지】 1.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상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 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으로서,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 3. 자동차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제반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받아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운전하는 자로서 보험계약상 피보험자로 취급되는 자(이른바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업무수행을 위해 차량을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 지급 등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자동차 소유자의 승낙 하에 그 피용자가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 설】 서론 : 본 판결에는 피보험자의 승낙과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관계에 관하여 대체로 3가지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아래에 판시의 순서에 따라 설명하기로 한다. 1. 보험약관명시설명의무의 범위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상법 제638조의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체결한 보험계약도 약관을 보험단체의 법규범으로 보아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법규범설).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이 이 위반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1월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데 그친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는 약관 일반에 관한 규정인데 대하여 상법 제638조의3은 보험계약의 약관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보는 것이 법체계상 온당하므로 이 견해도 현행법의 해석으로서 논리에는 맞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약관을 규제하여 특히 보호해야할 보험계약자에게 너무 불리하다. 그래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에 기하여 이에 위반한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이다(대법원 1998.6.23.선고 98다14191판결 ; 대법원 1998.11.27.선고 98다32564판결 ; 대법원 1999.3.9.선고 98다43342, 43359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이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는 의문이 있다. 이 판결의 태도에는 상술한 법규범설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 판시에 따르면 어떤 것이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될까. 무면허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약관의 명시는 될 수 있더라도 약관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될 수 없다. 약관의 명시 설명의무는 약관이 당사자간의 계약내용이므로 이 계약에 의해서 어떤 권리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당사자가 알고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서 보험자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그런데 보험자측의 보험모집인과 보험자의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다. 보험자측 스스로도 알지 못한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계약에 당사자가 내용을 알고 합의했다고 볼 수 있을까. 무면허운전에 대한 처벌은 법률의 규정(도로교통법 제109조)에 의한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은 당사자가 합의한 보험계약의 조항에 따른 것이다.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계약당사자사이에서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지론(대판 1985.11.26, 84다카2543 ; 동 1986.11.26, 84다카122 ; 동 1989.11.14, 88다카29177 등 다수)에 따른다면, 이러한 약관은 보험계약의 일부로서 당사자를 구속할 수 없을 것이다. 대판 1992.7.28, 91다5624는 은행거래약관을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였다 하여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이 판결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약관을 작성한 사업자측도 그 내용을 잘못 이해한 본 판결의 사안과는 역시 다른 경우이었다. 2. 무면허운전의 인식 이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전제한다면,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1991.12.24.선고 90다카23899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 1993.3.9.선고 92다38928판결 ; 대법원 1997.9.12.선고 97다19298판결 ; 대법원 1998.3.27.선고 97다6308 판결 참조). 그러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라는 설명은 부당하다.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인에 의한 보험사고의 위험을 보험에 의한 보호에서 배제하였다면 보험자는 그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줄 의무가 없다. 대판 1993.11.23, 93다41549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관리자 내지 운전자의 사용자로서 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운전자의 무면허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약관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의견은 보험자의 면책을 피보험자에 대한 제재로 보는 태도로서 무면허운전을 보험금지급의무에서 제외한 보험자측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사법이론과 조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제재를 가할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3. 승낙피보험자의 승낙에 의한 무면허운전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한다면 무단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의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피보험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불합리하므로 피보험자의 명시적 묵시적 승인 하에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며, 기명피보험자의 직접적인 승낙이 없고 이로부터 운전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설시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판 1993.12.21, 91다36420와 1994.1.25, 93다37991에 의하면, “승낙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나 기명피보험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제3자로 하여금 당해 자동차를 사용, 운전하게 승인할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양승규 교수는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례“라고 비판한다(보험법 제3판, 412면 주19). 그러나 이 판례는 그후에도 이어졌다(대법원 1994.5.24.선고 94다11019판결 ; 대법원1995.9.15.선고 94다17888판결 ; 대법원 1996.2.23.선고 95다49776 ; 대법원 1996.10.20.선고 96다29847판결 ; 대법원 1997.6.10.선고 97다6827 ; 대법원 2000.2.25.선고 99다40548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기명피보험자인 피고회사가 홍인의에게 운전자의 고용을 인정한 이상 운전자에 대한 운전승인권도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판 1993.1.19, 92다32111에서도 “기명피보험자와 자동차를 빌리는 사람과의 사이에 밀접한 인간관계나 특별한 거래관계가 있어 전대를 제한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추인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대의 추정적 승낙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이 적용되는가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기명피보험자의 간접적 승인을 받은 자의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자는 보상의무가 있는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위의 대판 2000.2.25, 99다40548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인 이글렌터카의 영업소장인 김태영은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한 자격이 없는 만 21세 미만자인 김승우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최보국을 임차인으로 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대여하고 21세 미만자인 김승우에게 이 사건 차량을 현실적으로 인도해 주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김태영이 그 대여 당시 21세 미만의 자가 김승우 또는 최보국으로부터 지시 또는 승낙을 받아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승인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표현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웅의 이 사건 자동차의 운전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아니라 기명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도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의 97다6827판결에서는 “지입차주의 승낙 아래 무면허로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무면허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사고를 낸 무면허운전자가 지입차주의 우발적 승인을 받고 운전한 자가 아니고 이 화물자동차를 상시 운전하는 자였다면 기명피보험자인 지입회사의 양해가 있었다고 보아 면책조항의 적용을 인정한 판지는 타당하다. 그리고 홍인의가 실질적으로 본건 화물자동차의 차주이고 피보험자임을 기준으로 하면 그가 고용한 운전자 정명화는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반대로 형식을 기준으로 피고회사가 차주이고 피보험자라고 한다면 피고회사소유의 본건 화물자동차를 상시로 운전하는 정명화는 적어도 그의 묵시적 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본 판결도 제시하고 있는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기준들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회사의 묵시적 승낙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 아닐까. 결어 : 본 판결은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 위반을 부당하게 부인하고 나서, 그 결과를 승낙피보험자의 개념에 의하여 무리하게 시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이 결론은 2중의 이론상 오류에 의하여 도달한 것이다.
2000-09-04
판결확정후 그 범행수단인 행위의 추가기소와 확정판결의 기판력
I. 판결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은 종전에 판결이 확정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일부에 대한 범행수단으로서, 그 공소사실에 그 범행수단 및 태양으로 설시되어 있기는 하나, 종전사건의 공소장 등에 비추어 종전사건에서 검사가 이를 기소하지 아니하였음이 명백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는 실체적경합범의 관계에 있을 뿐, 포괄일죄나 과형상일죄의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추가 기소하여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다. II. 판례평석 (1) 처음의 기소대상에서 누락된 사실을 검사가 판결이 확정된 후 추가로 기소하는 경우 소송법상으로는 크게 두가지 점이 문제된다. 첫째는 ‘검사의 公訴權 濫用與否’이다. 우선 검사의 누락기소에 대해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즉 피고인이 범죄를 부인했기 때문에 검사에게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기소가 누락된 경우에는, 누락기소를 검사의 직무태만이나 위법한 부작위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자백하였고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검사가 사실의 일부를 누락기소하고 판결확정후 추가 기소하는 것은 ‘병합심리에 의한 양형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피고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소권의 남용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비록 검사가 관련사건을 수사할 당시 이 사건 범죄사실이 확인된 경우 이를 입건하여 관련사건과 함께 기소하는 것이 상당하기는 하나 이를 간과하였다고 하여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대판 1998.7.10, 98도1273)고 하여 공소권남용을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따르거나 검사에게 모든 범죄사실에 대한 동시소추의 의무는 없다고 보는 입장에 서면,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안에서 검사가 피고인을 ‘사기죄’로 기소하면서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누락했다가 차후에 추가 기소했다 할지라도 공소권남용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 (2) 두 번째로 범죄사실의 누락기소와 확정판결 후의 추가기소는 ‘確定判決의 旣判力’ 및 ‘一事不再理의 原則’을 침해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본 평석의 대상이 된 대법원 판례는 이 점에 대해 심판하고 있다. 재판이 형식적으로 확정되면 그 판결의 의사표시도 확정되는데 이를 재판의 내용적 확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有·無罪의 실체재판이나 免訴判決의 경우 내용적 확정이 있게 되면 사실관계를 둘러싼 형벌권의 존부와 범위가 확정되는데 이후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再訴가 금지되는 특별한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을 確定判決의 旣判力 또는 一事不再理效果라고 한다. 有·無罪 또는 免訴判決이 확정된 후 동일사건에 대해 再訴를 금지하는 이유는 1) 동일범죄에 대한 형사절차의 반복이 시민들에게 가져다줄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방지하고(二重危險禁止), 2) 형사사법기관의 업무 및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며(訴訟經濟), 3) 형사피고인의 법적 지위의 안정성을 도모하며, 4) 동일사건에 대해 전후 모순된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방지하여 형사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에 있다. 그런데 확정판결의 기판력 또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 판례와 다수설은 법원의 현실적 심판대상인 공소사실은 물론 그 공소사실과 單一하고 同一한 관계에 있는 사실의 전부(잠재적 심판범위)에 대해 그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법원의 심판범위에 대한 二元說의 입장). 이처럼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는 범위까지 기판력이 미치는 것으로 보는 이유는 1) 공소제기의 효력은 공소사실뿐만 아니라 그와 동일성이 있는 범죄사실 전부에 대해서 미치고(형사소송법 제247조 2항 참조), 2) 피고인의 법적 지위의 안정과 피고인보호를 위해 二重危險을 금지하고자 하는 一事不再理原則의 취지에 비추어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위험이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3) 헌법 제13조 1항의 “동일한 범죄”는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확정판결의 기판력 또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형사소송법 제29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소장의 변경이 허용되는 범위와 일치하게 되며 그 구체적인 범위는 결국 ‘公訴事實의 同一性’에 관한 학설에 의해 정해질 수밖에 없다.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건에서 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판결의 기판력이 사기죄의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에게까지 미치는냐도 결국은 ‘사기죄’와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죄’ 사이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3) ‘公訴事實의 同一性’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으나 현재 다수설은 ‘基本的 事實同一說’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기본적 사실동일설’은 비교되는 양 범죄사실을 각각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그러한 사실들이 다소간의 차이점을 보이더라도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양자간에 동일성을 인정하는 견해이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자연적·전법률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되는 범주에 들어가는 모든 범죄사실들에 대해서 동일성을 긍정하는 입장이다. 판례도 역시 종래에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에 서 있었으나 최근에는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에 관한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판 1994.3.22, 93도2080; 1996.6.28, 95도1270; 1998.6.26, 97도3297)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자연적·사실적 관계 외에 피해법익과 죄질 등의 규범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라 대법원은 앞의 93도2080 판결에서 ‘강도상해죄’와 ‘장물취득죄’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부인한 바 있다.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변화는 사건개념의 해석에 정의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피고인이 경한 범죄사실(장물취득죄)로 심판을 받고 판결이 확정된 후 중한 범죄사실(강도상해죄)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양 범죄사실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고, 따라서 확정판결의 기판력 때문에 중한 범죄사실인 강도상해죄에 대한 죄책을 물을 수 없다면 이는 정의관념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범적 관점이 언제나 명쾌한 판단기준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닐뿐더러, 이런 방법으로 사회의 처벌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補正訴訟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안정시키고 두 번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원칙의 기본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 된다. 따라서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설정하는 ‘公訴事實의 同一性’은 다수설과 같이 基本的 事實同一說에 의해 전법률적·자연적·사실적 관계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4)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의할 경우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각각의 범죄사실을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일반인의 관점에서 ‘하나의 사건(=동일한 사건)’으로 취급할 수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그리고 일반인의 생활경험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경우들을 법률적 개념으로 구체화하는 데는 다음의 두 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1) 수개의 범죄사실이 하나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때 그 범죄사실들은 소송법상으로 ‘하나의 사건’이다. 예컨대 수뢰와 공갈의 범죄사실은 동일인이 동일인으로부터 동일한 일시에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재물을 교부받았다는 행위의 단일성이 인정된다면 하나의 사건이다. 절도와 장물보관의 범죄사실에서는 동일인이 다른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을 운반·보관한 일련의 행위 전체를 1개의 범죄행위로 본다면 재물의 절취와 보관은 1개의 범죄행위의 부분적 행위이므로 결국 양 범죄사실 사이에 행위의 단일성이 인정되어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된다. 고의살인과 과실치사의 범죄사실도 하나의 행위(사건)를 놓고 법적 평가만 다른 경우이므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된다. 2) 다음으로 수 개의 범죄사실이 각각 별개의 행위이면서 별개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경우에는 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수 개의 사건이 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 경우에도 ①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포괄일죄 또는 과형상 일죄의 관계가 성립하거나, ②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연결효과에 의한 상상적 경합(대판 1983.7.26, 83도1378 참조)이 인정되는 경우, 그리고 ③ 수 개의 범죄사실이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놓여 있는 경우에는 소송법상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하여야 한다(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3판, 402면 참조). 이런 경우에는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행위의 다수성이 인정되고 각각 별개의 구성요건이 침해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5)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안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행위의 다수성이 인정되고 각각 별개의 구성요건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실체적경합범의 관계에 있을 뿐, 포괄일죄나 과형상 일죄의 관계에 있지 아니함이 인정된다. 그러나 양 범죄사실 사이에는 목적과 수단의 관계가 인정된다. 즉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은 사기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따라서 양 범죄사실은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생활경험상 ‘하나의 사건’, 즉 동일한 사건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사기죄의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즉 ‘하나의 사건’(=동일한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에도 당연히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검사가 피고인에 대해 특경법상 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추가 기소하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면소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사기의 범죄사실로 유죄의 형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에게 또 다시 사기범죄의 ‘部分’행위로 인해 형사법정에 서는 일이 없도록 보장하는 것이 헌법상 피고인의 이중위험을 금지한 일사부재리원칙의 기본취지에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
2000-06-12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
[사 안] 피고 제삼특장 주식회사(이하 제삼특장이라 한다)의 피용인인 소외 박현○는 1993. 1. 13. 19:30경 미금시 도농동 소재 주차장에서 제삼특장 소유의 유류수송용 12톤 카고트럭을 주차시키기 위하여 후진을 하던 중 위 주차장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순차로 설치되어 있던 피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라 한다) 소유의 전봇대 1개를 충격하여 넘어뜨리는 바람에 위 전봇대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던 전봇대 2개를 연쇄적으로 넘어뜨려 파손케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일반수용가로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다. 원고는 미금시 지금동 소재 답 2,000㎡에서 비닐하우스 2동을 설치하여 서양란, 벤자민 등을 재배하고 있었고, 위 화초들은 모두 최저온도 영상 7도 내지 8도, 최고온도 영상 30도의 기온을 유지하여야 하는 바, 원고는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전기를 이용하여 겨울철이던 이 사건 사고 당시 전기온풍기를 가동하여 위 비닐하우스 내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로 위와 같이 정전됨으로써 원고가 약 12시간 30분 가량 전기온풍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복구가 완료되어 다시 전기가 공급될 무렵에는 위 비닐하우스 내의 온도가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외부 온도인 영하 1.4도 내지 4.4도와 비슷하게 되어 위 화초의 적정 최하온도 이하로 떨어짐으로써 위 화초들이 동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제삼특장 및 한전을 상대로 위 동해로 인한 손해배상(약 3천만원)을 청구하였다(이 평석에서는 제삼특장에 대한 부분은 생략하고 한전에 대한 부분 중 약관법 관련 사항만을 다루기로 한다). [판례요지] (1) 원고는 한전과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을 준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위 전기공급규정 제51조 제3호, 제49조 제3호에는 한전의 전기 공작물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한전은 부득이 전기의 공급을 중지하거나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한전은 수용가가 받은 손해에 대하여 그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은 면책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한전의 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호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한전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내에서는 유효하다. (2) 위 면책규정을 한전의 고의·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한 객관적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위 면책규정의 이러한 사항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평석]1. 약관의 설명의무 약관이라 함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을 말하며(약관법 제2조 제1항),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동법 제3조 제2항). 사업자에게 이러한 약관의 설명의무를 부여한 것은 상대방인 고객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고객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대판 1998. 11. 27. 98다32564, 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대판 1999. 9. 7. 98다19240 등 참조). 2. 중요한 내용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만 설명의무가 있고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설명의무가 없기 때문에 어떤 사항이 중요한 내용인지가 고객의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데, 대법원판례는 고객이 당해 약관내용에 관하여 설명을 들어 알았더라면 당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인정되는 사실을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있다(대판 1994. 10. 25. 93다39942, 본건 대법원판결도 이 내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은영 교수도 당해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계약체결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으로서 사회통념상 당해 사항의 知·不知가 계약체결의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설명의무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있다(이은영, 약관규제법, 박영사, 1994, 118면). 3.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는 사항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을 판례를 중심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보험상품의 내용·보험료율의 체계·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보험계약자 또는 그 대리인의 고지의무(대판 1995. 8. 11. 94다52492). (2) 보험자의 면책사유(대판 1999. 3. 9. 98다43342·43359) (3) 보험계약의 승계절차(대판 1994. 10. 14. 94다17970) (4) 안전설계보험약관 소정의 자동차 소유자에 자동차의 등록명의자만이 포함된다는 사실((대판 1996. 6. 25. 96다12009). 4.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사항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지 않아 설명의무가 없다고 본 것을 대법원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대인배상보험)상 면책조항의 배우자에 사실혼관계의 배우자가 포함된다는 사실(대판 1994. 10. 25. 93다39942). (2)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수출어음보험계약 약관에 규정된 수출계약의 의미(대판 1999. 9. 7. 98다19240). 5. 설명의 방법 설명은 현실적으로 하여야 하며, 보험약관의 내용이 추상적·개괄적으로 소개되어 있는, 보험계약의 청약을 유인하는 안내문의 송부만으로는 약관에 대한 사업자의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이와 같은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는 보험료율이 낮다거나(납입보험료가 소액) 보험계약의 체결방식이 통상의 경우와 다르다(통신판매 방식)고 하여 달라지지 아니한다(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권오승 교수는 「대법원은, 납입보험료가 소액이라거나 보험계약 체결의 방법이 통신판매의 방식을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자에게 요구되는 설명의무를 다른 통상의 경우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하였다」고 하면서 98다43342·43359 판례를 인용하지 않고 다른 판례(대판 1999. 2. 23. 97다53588)를 인용하고 있는데(권오승, 경제법, 법문사, 1999, 482면), 의문이다. 왜냐하면 97다53588 판결의 내용은 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것이 아니고 아파트분양계약에 있어서 지체상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6. 설명의무의 예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는 설명의무가 없다(동법 제3조 제2항 단서). 즉, 이 경우에는 설명하지 아니하여도 된다. 어떤 경우가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 해당되는지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계약관계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의 예외는 명시·교부의무와는 달리 계약체결당시는 물론 그 후의 설명의무도 면제된다는 점에서(동법시행령 제2조 제2항 참조) 예외인정에는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7.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가 아니라도 사업자에게 약관의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1)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대판 1999. 3. 9. 98다43352, 43359) (2)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항(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3) 약관내용이 당해 보험계약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조항(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4)보험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대판 1998. 11. 27. 98다32564) (5)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조항(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대판 1998. 11. 27. 98다32564) (6)당해 거래계약에 당연히 적용되는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사항은 그것이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자가 이를 따로 명시·설명할 의무는 없다(대판 1999. 9. 7. 98다19240). (7) 어느 약관 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약정의 취지를 명백히 하기 위한 확인적 규정에 불과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로 설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약관법 제3조 제2항에 위반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판 1998. 2. 27. 96다8277). 8. 설명의무위반의 효과 사업자가 설명의무에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당해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동법 제3조 제3항). 따라서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에 관하여 설명하지 않았으면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대판 1995. 8. 11. 94다52492). 또한, 약관의 설명의무에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는 500만원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동법 제34조 제2항). 9. 결 론 본건 대법원판례는 전기수용가가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그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상의 면책규정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판시내용은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판례의 경우 전기수용가가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알았다 하더라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은 면책규정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전이 전기의 독점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만일 전기공급자가 한전 외에 또 있었다면 전기수용가는 위와 같은 면책조항에 관하여 설명을 듣고도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원은 약관의 불공정성 또는 설명의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약관을 작성·사용하는 사업자가 독점 공급자인지 여부를 가려서 사업자가 독점공급자인 경우에는 그 점을 판단에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즉, 본건에서 전기수용가는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상 면책조항의 내용이 부당하다 하더라도 전기공급에 관한 한 한전 외에 다른 공급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며, 법원은 위 면책조항의 내용을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한국전력공사가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위 면책조항이 전기공급계약의 내용이 되지 않았다고 판시하는 것이 타당했다고 본다. 만일 전기공급자가 한전 외에 또 있고(예컨대, A, B, C) 이들의 전기공급계약서 또는 전기공급규정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면책조항과 같은 조항이 있다면 이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며(동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한 시정조치(동법 제21조)와 과징금납부명령(동법 제22조)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사법상으로도 무효가 된다(동법 제19조 제4항).
2000-05-22
수취인·발행일 기재 없는 어음의 효력
1. 사실관계 청구인 K는 J1이 발행한 액면금 1,500만원, 지급일 1995.10.10. 지급지 서울, 지급장소 한일은행 퇴계로지점, 발행지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1가 69, 발행일란 및 수취인란이 각 백지로된 약속어음 1매를 J2로부터 지급거절증서작성의무가 면제된 채로 배서양도받았다. K는 이 약속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서 지급기일에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당하자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J1과 배서인인 J2를 상대로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약속어음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96가단 11576). 이에 대해 배서인인 J2는 이 약속어음이 필요적 기재사항인 발행일란과 수취인란이 백지인 채 지급제시되어 무효이므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항변을 하였다. 이에 K는 같은 법원에 약속어음의 효력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어음법 제76조 제1항 전문, 제75조 제5호 및 제75조 제6호중 ‘발행일’부분이, 발행일과 수취인 기재가 누락된 어음소지인의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과잉입법으로서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7카기157)을 하였으나, 동법원이 이를 1997.6.11. 기각하자 1997.6.30. 그 기각결정정본을 송달받고 1997.7.7. 위 어음법규정들이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보장과 헌법 제37조 제2항 및 헌법 제103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쟁 점 어음법 제75조 제5호에서 “지급을 받을 자 또는 지급을 받을 자를 지시할 자의 명칭”(수취인)을, 그리고 제75조 제6호에서 “발행일”을 각각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제76조 제1항에서 이를 기재하지 않은 증권은 약속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실제의 어음거래에 있어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되지 아니한 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간에 발행되어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일 및 수취인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지급·결제되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부도가 되어 법률상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어음소지인이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 하며(어음법 제38조 제1항, 제77조 제1항 제3호), 적법한 지급제시는 원칙으로 제시기간내에 완성된 어음을 제시하는 것이고, 완성된 어음이란 어음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흠결없이 모두 갖춘 자를 말한다. 그 중 하나라도 흠결하면 완성된 어음이 아니며, 그런 어음을 제시하는 것은 적법한 제시가 아니다. 특히 배서인에 대해 소구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만기일 또는 만기일에 이은 2거래일 이내에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 한다(어음법 제53조 제1항, 제38조 제1항). 그런데 이 기간은 매우 짧아서 수취인 및 발행일이 흠결된 어음이 부도처리되어 반환된 경우에는 이미 이 기간을 경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법률상의 쟁점은 실제에는 약속어음소지인이 수취인이나 발행일의 기재가 흠결된 어음을 지급제시할 경우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이 상실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3. 외국의 입법례 제네바에서 체결한 1930년의 어음법통일조약의 내용에 따라 제정된 통일법계어음법들에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은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미국법은 발행일을 어음의 필요적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미국통일상법전 제3장 제114조 제1항). 미국법은 종전에는 수취인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그 기재가 없는 증권은 흠결증권으로 하여 증권상의 권리가 상실되는 것으로 하였으나, 1994년 법개정을 하여 수취인을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그 기재가 누락된 경우에는 소지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미국통일상법전 제3장 제109조(a)(2)항). 영국법은 발행일을 임의적 기재요건으로 규정(영국환어음법 제3조(4)(a)항)하고 있는 반면에 수취인은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영국환어음법 제6조(1)항). 그 밖에 198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제환어음, 국제약속어음에 관한 UN협약’안에서는 발행일은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하였으나, 수취인은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였다. 4. 헌법재판소의 판단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 그렇지만 입법형성권을 통하여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되고 사회적 기속성을 함께 고려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입법자가 어음법을 입법하고 이 사건의 법률조항들을 형성함에 있어서 수취인과 발행일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한 입법목적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가) 입법자는 어음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어음면상에 기재할 어음요건들을 특히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거래의 안전과 원활한 유통을 보장해야 하며, 이러한 입법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취인과 발행일 역시 다른 어음요건과 함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어음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한 것이다. 국제간의 어음거래의 편의를 위하여 독일 등 국가와 보조를 맞추어 제네바 통일조약의 내용들을 수용하여 수취인과 발행일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였다. (나) 발행일은 발행일자후 정기출급어음의 만기를 정하는 표준이 되고(어음법 제36조, 제77조 제1항 제2호), 원칙으로 일람출급어음의 지급을 위한 제시기간을 정하는 표준이 된다(어음법 제34조 제1항). (다) 수취인을 기재하지 아니한 어음은 ‘소지인출급식 어음’이 되어 수표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입법자가 입법목적에 비추어 어음관계자의 이해와 공익적 필요 등을 비교형량하고 조정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발행일과 수취인을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함과 동시에 그 기재를 흠결하는 경우 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더라도 그것은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이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어음제도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포함한 어음법은 사유재산권을 부인한 것이 아니며,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에 의거 어음상의 권리의 득실·변경·행사 등에 관한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서 정하여 형성한 것이다. 그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규정한 수취인과 발행일의 기재를 누락하여 소지인이 어음요건흠결로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한다하더라도 이는 기본권의 제한을 정한 규정이라 할 수 없다. 5. 평 석 종래 대법원은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대법원 전원합의체 1998.4.23. 선고, 95다36466판결)(이 판결에 대하여 반대하는 평석으로는 이기수,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 법률신문 1998년 5월 18일, 14쪽; 최기원, 발행지기재의 흠결과 어음의 효력, 법률신문 1998년 6월 1일, 14, 15쪽이 있고, 찬성하는 평석으로는 정찬형, 발행지의 기재없는 약속어음의 지급제시의 효력, 법률신문 1998년 5월 11일(제2692호), 14, 15면이 있다) 및 발행지기재 없는 수표의 효력(대법원 전원합의체 1999.8.19. 선고, 99다23383 판결)에 대한 판결에서 어음과 수표에서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발행지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도 어음·수표로서의 효력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 이전의 판단을 번복한 바가 있다. 어음은 엄격한 요식증권으로서 법에서 규정하는 요건을 다 구비하여야 하고 그 요건가운데 일부라도 흠결되면 특히 법에서 구제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한 증권으로서 효력이 없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95쪽 아래). 그런데 어음(수표)요건으로서 발행지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수취인(수표의 경우에는 수취인의 기재는 필요적 사항이 아니다), 발행일을 차별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는 특히 환영하여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어음법·수표법은 제네바 어음법통일조약, 수표법통일조약에 근거하여 제정되었고 어음은 엄격한 요식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정법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부 실무계에서의 관행을 고려하여 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법률의 명문규정에 반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국민의 법준수의식 등에 비추어 문제가 심각하다. 종래 발행일, 수취인(발행지도 마찬가지이다) 미기재의 어음·수표(수표에서 수취인의 기재는 예외)에 대하여 일부 지급이 이루어졌던 것은 은행실무가들의 법의 규정의 취지의 무지로 요건흠결의 증권에 대하여 지급을 하였던 것이고 그것은 결코 현행법하에서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위의 대법원판례는 그러한 잘못된 법위반행위를 도와주는 격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발행일과 수취인에 대하여 어음의 엄격한 요식성을 들어 그 기재없는 어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결정을 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대법원보다는 한 수 위임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하면서 크게 환영한다. 종래 우리의 법제도의 정비·운용의 실상을 보면 입법부는 지키기 어려운 법을 치밀한 준비없이 제정하는 경우가 있었고 또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행정기관이나 사법부가 위법을 초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사법부의 최고의 위치에 있는 대법원이 실정법을 저버리고 판례의 법형성(Rechtsfortbildung)의 한계를 일탈하는 판단을 내렸었는데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그래도 명백한 실정법을 준수하는 쪽으로 판단을 하여 많은 지지를 보낸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법개정을 통하여 합리적인 내용의 법률규정을 마련하고 그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관건이다. 이 때에도 우리의 어음법·수표법이 서 있는 토양 내지 뿌리의 인식과 제외국 가운데 특히 그러한 같은 토양위에 서 있는 국가들의 논의 및 법개정과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망각하여서는 안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단계에서는 발행지, 수취인(수표의 경우 예외), 발행일은 명백한 어음요건으로서 이를 기재하지 않은 채 지급제시한 경우는 소구요건을 흠결하여 배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결국 어음·수표의 엄격한 요식성, 우리법의 성립토양, 근대국가의 삼권분립의 원리 및 국민의 실정법파악과 그의 준수의식 등에 비추어 이번의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다.
2000-03-20
대법원의 처분개념에 대한 의문
Ⅰ. 事實關係와 原審判決의 要旨 (1) 피고(충청남도 예산군수)는 토지구획정리사업의 실시를 위하여 환지계획안을 작성한 후 1991. 9. 27.부터 같은 해 10. 10.까지 일반에 공람시킨 다음 공람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한 일부 토지소유자들의 의견서와 그 일부 의견을 환지계획에 반영하겠다는 피고 자신의 의견서를 첨부하여 충청남도지사에게 인가신청을 하였다. (2) 충청남도지사는 같은 해 12. 7. 일부 의견에 따라 환지계획안을 수정하되 그 외는 원래의 환지계획안대로 처리하라는 처리의견을 붙여 인가를 하였고, 이에 의하여 피고가 당초의 환지계획안을 일부 수정함에 따라 원고(차0영) 소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환지의 위치가 공람 당시에 비하여 10m 가량 이동되었다. (3) 피고는 1991. 12. 21. 경 이 사건 환지예정지 지정처분을 하였다가, 공사가 완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1996. 4. 4. ‘예산산성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 환지계획 및 환지처분’의 공람공고를 하고, 같은 해 9. 6.에 이르러 공사완료에 따른 공고를 한 후 공사관계서류에 대한 공람과정을 거쳐 같은 달 20. 환지확정공고를 함과 아울러 토지소유자들에게 환지확정처분을 통지하였다. (4)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에 터잡아 ① 원고의 이 사건 환지계획 무효확인 및 취소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환지계획 자체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소를 각하하고, ② 이 사건 환지예정지 지정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의 소에 대하여는, 인가신청 전의 공람과정에서 원고에게 환지계획의 요지를 통지하지 아니한 점만으로는 이 사건 환지예정지 지정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다. Ⅱ. 大法院의 判決要旨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청의 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의 효과를 직접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행정청의 내부적인 의사결정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법(토지구획정리사업법) 제57조 . 제62조 등에 의거한 환지예정지 지정이나 환지처분은, 그에 의하여 직접 토지소유자 등의 권리의무가 변동되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볼 수 있으나, 환지계획은 환지예정지 지정이나 환지처분의 근거가 될 뿐 그 자체가 환지예정지 지정이나 환지처분과는 다른 고유한 법률효과를 수반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가 없다. (3)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환지계획의 무효확인 및 취소청구의 소가 부적법하다고 보아 이를 각하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Ⅲ. 評 釋 대법원의 위 판결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이 글은 판결에 나타난 ‘처분개념’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밝혀 두는 바이다. 1. 實定法 輕視의 태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등”에 관하여 행정소송법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하 “처분”이라 한다)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제2조 1항, 제1호)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처분”에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보탠 것이 “처분등”이므로, “처분”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재판과 관련하여 어떤 행정작용이 “처분”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될 때, 위 행정소송법상의 처분개념에 비추어 그 문제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위에 밝혀 놓은 바와 같이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의 효과를 직접 발생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라고 하는 독자적인 정의(개념)에 의거하여 그 문제(처분성 여부의 문제)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동지판결: 대법원 1999. 6. 25.선고, 98두15863 판결 등). 그러한 점은 “행정청의 거부”가 “처분”에 해당하는가와 관련된 판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행정소송법상의 처분개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의 “거부”가 “처분”에 해당하는가의 문제 역시 거부의 대상이 된 행정작용이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그 거부행위가 행정처분이 되기 위하여는 우선 국민에게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이에 관한 최근의 판례로서는, 대법원 1999. 8. 24. 선고, 97누7004 판결 참조). 결론적으로, 법원은 行政訴訟法의 處分의 定義(동법 제2조 1항, 제1호)와는 무관하게 독자적인 처분개념을 내세워 處分性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바, 成文法國家인 우리 나라에서 그와 같은 태도(實定法輕視의 태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2. 物的 行政行爲에 대한 無關心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상대방 또는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청의 처분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그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환지계획”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物的 行政行爲와 같이, 직접적으로는 물건의 성질이나 상태를 규율하고 사람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법적 효과를 미치는 행정행위(처분)도 존재하는 점이 시인되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주차금지구역의 지정”과 같은 행정조치이다. 도로의 어느 구역이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되면, 그 지역(도로)에 연한 상점주 등은 영업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그들 상점주들은 [위법한 주차금지구역의 지정으로 법률상 이익을 침해받고 있음]을 이유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인데, 그 “행정청의 주차금지구역의 지정”은 직접적으로는 물건(도로)에 관한 규율이고, 사람(영업주 등)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법적 효과(영업권의 침해 등)를 미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행정행위(처분)로서 인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物的 行政行爲(물적 일반처분)를 저자 등은 우리의 行政訴訟法의 處分의 定義(제2조 1항, 제1호)에 입각하여 도출하고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상세는 졸저, 行政法 Ⅰ, 제6판수정판, 215면, 784면 및 졸저, 行政法의 基本問題, 제4판, 232면 이하 참조). 우리나라의 實定法에 처분 및 처분등에 관한 정의가 등장한 것은, 1984년말에 공포된 行政審判法 및 改正行政訴訟法부터이다. 法務部가 주관하여 작성된 양 법률의 試案에서는 당초 處分을 [공권력의 행사 그 거부 및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 정의하였다. 그와 같은 試案의 처분개념에 대하여, 필자는 너무나 넓고 막연하다고 하는 점을 비판하는 동시에, 기왕이면, 독일(연방) 행정절차법(제35조 제2문)의 행정행위개념(Begriff des Verwaltungsaktes)에 있어서와 같이, “일반처분” 내지 “물적 행정행위”가 포함되는 내용의 처분개념이 채택될 것을 제의한 바 있다(그러한 소식에 관하여는 졸저, 行政法 Ⅰ, 전게서, 207면 등 참조). 다행이도 그 뒤, 위 試案의 처분개념에 큰 수정이 가해지긴 하였으나, 일반처분이나 물적 행정행위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 등은 현재의 행정심판법 및 행정소송법상의 처분개념으로부터의 일반처분 및 물적 행정행위의 도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도로를 확장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을 “처분”으로 판시한 바 있는데(1982. 3. 9, 80누105), 그러한 도시계획도 물적 행정행위의 예에 속한다(졸저, 전게서, 381면 참조). 같은 견지에서, 이 사건에서의 “환지계획” 역시 물적 행정행위(처분)로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1999-12-13
건축허가서의 사법상 효력
I. 序 說 1. 大法院은 1997년3월28일에 建築許可書의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 『建築許可는 行政官廳이 건축행정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受許可者에게 일반적으로 행정관청의 許可없이는 건축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相對的 禁止를 關係法規에 적합한 일정한 경우에 解除하여 줌으로써 일정한 건축행위를 하여도 좋다는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行政處分일뿐 受許可者에게 어떤 새로운 權利나 能力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建築許可書는 허가된 건물에 관한 실제적 권리의 得失變更의 公示方法이 아니며 推定力도 없으므로 建築許可書에 建築主로 기재된 者가 건물의 所有權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96다10638)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바 있다. 원래 이 판결에는 이러한 쟁점 이외에도 占有取得時效가 완성된 자에 대한 不動産 所有名義者의 義務範圍와 不法行爲에 대한 損害賠償으로 原狀回復請求를 할 수 있는지의 與否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建築許可書의 사법상의 효력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2. 行政官廳의 處分行爲중의 하나인 建築許可는 相對的 禁止를 해제하여 자연적 自由權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여기서 許可를 받은 개인에게 許可權이 어떠한 법적 성질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된다. 우선 公法的인 차원에서 현재 판례와 통설적인 견해는 허가를 公法上의 權利가 아닌 反射的 利益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반해 私法上으로는 許可가 어떠한 효력을 지니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예컨대 許可權이 때로는 讓渡되기도 하고, 때로는 제3자에 의해 침해되기도 하는데, 이 때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판례는 새로운 권리의 창설은 물론, 어떠한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더 나아가 권리를 변동하는 공시방법도 아니며, 추정력도 인정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허가의 사법상의 효력에 대한 문제점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행정법상 허가제도의 意義와 法的 性質 그리고 效果에 대해 槪觀해 보고, 이어서 본 판결에 대한 필자의 斷想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구태여 사실관계를 적시하지 않은 것은 지면관계 뿐만 아니라 이 판결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법상의 효력 부분은 사실관계의 여하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이미 대법원은 이에 대해 일관된 견해를 보여 주고 있기(大判 1989년5월9일, 88다카6754) 때문이다. II. 許可의 法的 性質과 效果1. 許可의 意義 許可란 法令에 의해 개인의 자연적 자유가 일반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경우에 그 금지를 解除하여 자연의 자유를 適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회복시켜 주는 行政行爲를 말한다. 許可는 허가를 유보한 相對的 禁止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解除될 수 없는 절대적 금지에 대하여는 허가할 수 없다. 2. 許可의 法的 性質 許可의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 두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하나는 許可가 命令的 行爲인가 形成的 行爲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속行爲인가 裁量行爲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첫 번째 문제만 살펴본다. 원래 許可는 상대방에게 금지를 해제하여 자연적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행위이므로 下命이나 免除와 함께 命令的 行爲에 속한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金南辰, 行政法 1,237면).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許可는 私人이 어떤 행동을 사실상 하고 안하고를 규율할 뿐 그의 법적 효과에 대해서는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法的 地位나 法律關係를 창설하는 形成的 行爲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반대하여 『許可도 단순한 자유회복 이상으로 적법하게 어떤 權利·利益을 향유할 수 있는 지위의 설정으로 보는 견해』나(金道昶, 一般行政法論(上), 371면) 『許可도 法令 또는 行政行爲에 의하여 일정한 행위를 할 수 있는 權利(自由權的 權利)가 제한되고 있는 경우에 그 제한을 해제하여 적법한 권리행사를 가능하게 하여 주는 행위이므로 命令的 行爲라기 보다는 形成的 行爲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나타났다(朴윤흔, 最高行政法講義(上), 344면). 許可가 特許와 같은 形成的 行爲와 똑같은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단순한 자연적 자유의 회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制限을 解除하여 적법한 權利行使를 가능케 해 주며 때로는 새로운 법적지위를 향유하거나 새로운 법률관계를 창설할 수도 있는 행위이므로 형성적 행위의 성질을 가질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같은 견해로 洪井善, 行政法原論, 285면; 金東熙, 行政法I, 232∼233면). 그러나 판례는 유기장영업허가와 관련한 사건에서 『유기장영업허가는 유기장경영권을 설정하는 설권행위가 아니고 일반적 금지를 해제하는 영업자유의 회복이라 할 것이므로 그 영업상의 이익은 反射的 利益에 불과하다』라고 판시하여(大判 1986년2월8일, 84누369) 命令的 行爲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3. 許可의 效果 1) 禁止의 解除 許可의 效果는 일반적 금지를 해제함에 그치고 배타적 독점적 권리 또는 능력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다. 허가의 결과 상대방이 사실상 어떤 사업의 독점 혹은 기타 이익을 얻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부수적 反射的 效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大判 1963년8월22일, 63누97; 1971년6월29일, 69누91). 그러나 許可가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특정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금지된 자연적인 권리가 회복됨으로써 일정한 자유를 누릴수 있는 지위가 부여되고, 이러한 지위를 법률이 보호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즉 이것은 사실상의 이익이 아닌 법률상의 이익인 것이다. 판례도 주류제조면허와 관련하여 『주류제조면허는 재정허가의 일종으로서 일반적 금지의 해제로 자유의 회복일뿐 새로운 권리의 설정은 아니지만 일단 이 주류제조업의 면허를 얻은 자의 이익은 단순한 사실상의 반사적 이익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주세법의 규정에 따라 보호되는 이익』이라고 판시하여(大判 1989년12월22일, 89누46), 免許權이 가지는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허가의 효과와 관련하여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권의 성립요소를 완화하여 단순한 反射的 利益이 아니라 法律上 利益 내지는 公權으로 인정될 수 있는 폭의 확장이 요구되고 있다. 2) 許可의 承繼 許可의 效果가 승계되는지의 여부는 일반적으로 그것이 對人的 許可인가, 對物的 許可인가 兩者를 혼합한 혼합허가인가에 따라 다르다. 대인적 허가는 承繼가 불가능하며, 대물적 허가는 그의 承繼가 가능한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反해 혼합허가의 경우는 인적 요소의 변경에 관해서는 새로운 허가를 요하고, 물적요소의 변경에 관해서는 신고를 요하는 등 제한이 따르는 것이다. 건축허가는 대물적인 허가로서 그의 승계가 인정되고 있다. 3) 許可主變更의 訴의 利益 건축중의 건축물을 양수한 자는 건축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장차 건축주 명의로 허가에 갈음하는 신고(건축법 제5조 제2항)를 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고, 중간검사(동법 제7조의2)를 신청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으며, 공사를 완료한 날로부터 7일이내에 준공신고(동법 제7조)를 하여야 하고, 이에 위반할 때에는 처벌을 받게되어 있으므로 건축공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건축주의 명의를 변경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하여 건축주 명의의 변경을 구하는 소이외에 달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때, 또한 건축중인 건축물을 양도한 자가 건축주 명의변경에 동의하지 아니한 때에는 양수인은 그 의사표시에 갈음하는 판결을 받을 필요가 있고 이 때에는 그 訴의 利益이 있음을 否認할 수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大判 1989년5월9일, 88다카6754). III. 本判決에 대한 斷想 1. 本判決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건축허가는 명령적인 행정처분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권리나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실체적 권리의 득실변경의 공시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추정력이나 허가서에 기재된 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축허가를 그 성질상 행정법상의 명령적 처분으로 이해하는 통설적인 견해에 의하면 異論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허가는 反射的 效力만이 아니라 법률상 보호해야 할 이익이 있는 것으로 때로는 새로운 法的地位도 지니게 된다. 이 때 공법상의 이익 이외에 사법상의 어떠한 새로운 法的地位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2. 本判決의 결론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찬동한다. 따라서 건축허가서의 사법상의 효력이 본판결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어떤 새로운 권리」를 창설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실제 건축을 담당하지 않은 제3자 이름으로 허가를 받아 건축한 경우 허가받은 자의 이름으로 보존등기를 했다고 해서 소유권자로 인정될 수 없는 것에서 이것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판례는 보존등기의 추정력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大判 1996년7월30일, 95다30734). 그러나 새로운 권리를 창설해 주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점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한다. 우선 공법상의 권리와 관련하여 오늘날 학계에서는 철저한 命令的處分으로 이해하는 견해는 거의 없고, 허가에 權利 形成的인 요소가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법상의 차원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許可主變更의 訴에서 訴의 利益을 인정하고 있다. 또 건축할 수 없는 도로예정지상에 행정관청의 착오로 건축허가를 내줌으로 인하여 건물을 준공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건물전체를 철거해야만 하는 사건에서 행정관청의 不法行爲로 인한 損害賠償請求權을 인정하였다(大判 1980년3월11일, 79다1687). 즉 허가로 인하여 재산적인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행정관청의 職權取消에 의한 損失報償이 아니라 不法行爲로 인한 損害賠償請求를 건축주에게 인정하고 있다. 또한 건축주이면서 許可權을 보유하고 있는 者가 許可權을 讓渡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許可가 건축허가와 같은 대물적인 경우에는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許可權의 讓渡나, 不法行爲로 인한 損害賠償請求權등은 모두 건축허가로부터 야기되는 것으로 이러한 경우에 사법상의 효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대법원은 이러한 효력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許可가 자연적인 권리의 회복으로 이해되는데, 이러한 회복이 때로는 사법상 중요한 財産權의 객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에는 許可 역시 財産權의 客體로서 그의 법적지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論究가 있어야 할 것이다.
1997-07-14
2년미만의 기간을 정한 임대차와 보증금의 우선변제청구
法律新聞 第2449號 法律新聞社 2年未滿의 期間을 定한 賃貸借와 保證金의 優先辨濟請求 高翔龍 <成均館大法大敎授法學博士> ============ 15면 ============ 大法院 95年5月26日宣告 95다13258判決 一, 事實槪要 被告Y는 1992년12월24일 訴外인 A로부터 그의 소유인 이 件 주택을 保證金 3천5백만원, 期間은 같은달 26일부터 12개월 간으로 정한 賃貸借契約을 체결하고 위 주택을 引渡받아, 1993년1월18일 住民登錄을 마친 후, 같은 해 2월26일 위 賃貸借契約書상의 確定日字를 받았다. 原告X는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1993년3월5일 債權最高額가 금7천5백만원의 根抵當權을 취득하고, 그 후 같은해 8월11일 이 사건 주택에 대한 任意競買를 신청하였다. 1994년4월8일 被告Y는 競落人이 되어, 같은해 6월3일 競落代金 7천5백50만원을 납부하였다. 이에 競賣法院은 配當期日에 위 경락대금에서 집행비용금62만2천6백40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7천4백87만7천3백60원을 配當金額으로하여, 제1순위로 취득세 금5백73만1천1백30원을, 제2순위로 被告Y에게 3천5백만원을, 제3순위로 原告X에게 根抵當權의 被擔補償權 금3천4백14만2백30원을 配當하였다. 이에 原告X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피고와 위 소외 A사이의 사건 임대차는 위 배당기일 이후인 1994년12월25일에 이르러 비로소 종료하게 되므로 피고에게는 우선 변제청구권이 없어 위 배당은 부적법하다」고 하여 配當異議를 제기했다. 原審(서울고법 1995년1월20일 선고, 94나34120판결)은 原告X의 주장을 排斥, 이에 原告X는 대법원에 上告, 대법원은 上告를 棄却. 二, 判決要旨 住宅賃貸借保護法 제4조제1항은 같은법 제10조의 취지에 비추어보면 賃借人의 보호를 위한 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규정에 위반되는 당사자의 약정을 모두 무효라고 할 것이 아니고 위 규정에 위반하는 약정이라도 賃借人에게 불리하지 아니한 것은 유효하다고 풀이함이 상당한 바, 임대차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의 賃借人이 스스로 그 약정임대차기간이 만료되었음을 이유로 賃借保證金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약정이 賃借人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같은법 제3조제1항 소정의 대항요건(주택인도와 주민등록 전입신고)과 賃貸借契約書상의 確定日字를 갖춘 賃借人으로서는 그 주택에 관한 저당권자의 신청에 의한 任意競賣節次에서 2년 미만의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어 임대차가 종료되었음을 이유로 그 賃借保證金에 관하여 優先辨濟를 請求할 수 있다. 三,評 釋 1.本 判決의 意義 및 問題點 賃貸借法 제4조1항이 「기간의 정함이 없거나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고 정한 것은 賃借人의 보호를 위한 규정이라고 하여, 그 취지를 밝힌 최초의 判決이라는데 큰 意義가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賃借人에게 不利하지 아니한 계약이면, 제10조의 취지에 비추어 유효하 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살펴야 할 문제는 同法 제3조의 2 제1항 但書와의 관계이다. 즉, 「賃借人이 당해 住宅의 讓受人에게 대항 할 수 있는 경우에는 賃貸借가 終了된 後가 아니면 保證金의 優先辨濟를 請求하지 못한다」는 但書 規定과 관련시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건에서 被告Y의 賃貸借가 제4조제1항의 규정에 反함에도 불구하고 1年의 임대차기간으로 賃貸借가 終了된다고 풀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件에서 讓受人은 競落人이 된 被告Y 자신이기 때문에 문제시 될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선은 被告自身이 아닌 讓受人을 전제로 한 해결이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제4조의 立法趣旨를 좀더 명확히 밝힌 후, 제3조의 2 제1항 但書와 관련시켜 本 判決의 當否를 논하겠다. 2, 제4조제1항의 立法趣旨와 제10조 이른바 賃借權의 存續保護라는 問題는 保證金의 返還保護問題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즉, 賃借人이 自己의 債務를 履行하는 한 賃借人의 意思에 反하여 賃貸借關係를 終了케하지 못하도록 하여 賃借人의 居住를 安定시킨다는 問題는 대단히 중요하다. 外國法(獨逸·英國·日本 等)의 核心은 賃借權의 存續保護問題에 있으며, 이러한 問題는 우리의 경우라고 하여 그 例外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賃貸借法은 第2次 改正前에는 最小限度로 1年間은 安定된 住居生活을 할 수 있도록 했었으나(第1次 改正法 第4條第1項, 第5條 參照), 그 이후의 주거생활의 保障은 없었다. 또한 同法改正 당시의 實態를 보면 1年 期間의 賃貸借契約이 그 주종을 이루고 있었으나, 2年으로 期間更新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韓國消費者保護院의 實態調査(1988년)에 의하면, 賃借期間을 1年으로 定한 契約은 7백68世帶 가운데 98·2%인 7백54世帶이지만 1年以上 居住하고 있는 世帶는 6백56世帶 가운데 62.8%인 3백32世帶로 나타났다. 이러한 實態와 이들의 居住安定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시의 政黨간에 팽배하였고, 당시의 法司委의 會議錄(1백47회 國會 제16차 法司委, 會議錄 44면)을 보면, 「賃貸借期間을 最小限 2年으로 하자는 部分에 있어서는 賃借人의 住居安定을 위하여 現在 最小限 1年이 保障되는 賃貸借期間을 2年으로 延長하기로 하였습니다.…審査過程에서 賃借期間을 2年으로 延長시킴에 따라 賃貸人의 賃貸借拒絶로 인하여 賃貸住宅의 不足現狀을 야기하고 또한 賃借保證金이 引上될 수 있는 要因이 될 수 있다는 問題點도 深刻히 論議되었으나 賃借人의 居住安定을 위하여 부득이 이러한 여러 가지 派生될 問題點도 甘受하고 2年으로 保障하기로 하였습니다」고 한 것은 위 趣旨를 명백히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 件 被告Y와 같이 1年이라는 賃貸借期間이 賃借人 本人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라면(제10조), 이를 인정하여도 제4조제1항의 입법취지에는 反하지 않을 것이다. 3, 제3조의 2 제1항 但書의 解釋 問題 (#1)同項 但書에 關한 解釋上의 問題, 즉「다만 賃借人이 當該 住宅의 讓受人에게 對抗할 수 있는 경우에는 賃貸借가 終了된 경우가 아니면 保證金의 優先辨濟權을 請求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가. 立法趣旨와 實務側의 해석을 살펴보겠다. (가)立法趣旨 이에 관한 입법취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우선 위 但書의 「賃借人」은 對抗要件과 契約書上의 確定日字를 갖춘 最先順位에 있는 賃借 人으로 풀이해야 할 것이며, 「讓受人」은 競賣 또는 公賣에 의하여 當該 賃借住宅을 讓受한 者로 풀이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른바 中間賃借人의 경우에는 競落등에 의하여 賃貸借關係가 당연히 終了되므로 구태여 이러한 규정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最先順位賃借人은 當該住宅이 어떠한 方法(賣買·競賣·公買 等)에 의하여 所有者가 變更된다 할지라도 그 讓受人과의 사이에는 여전히 賃貸借關係가 存續하며 당해 住宅에서 계속 居住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賃借人은 保證金의 返還을 請求할 수 없고 賃貸借關係가 終了했을 때 비로소 保證金의 返還을 請求할 수 있다고 풀이하는 것이 立法趣旨에 맞는 解釋이라 생각된다. (나)實務側의 解釋 : 서울민사지방법원의 실무지침(1994년1월)에 의하면, 確定日字를 갖춘 賃借人이 對抗力도 갖고 있는 경우에는 賃貸借가 終了된 후에만 優先辨濟를 請求할 수 있는 바, 賃貸借契約書를 提出하여 配當要求를 하면 이를 賃貸借契約의 解止意思表示로 보아 처리한다는 것이다. 判例는 賃借人이 對抗力과 確定日字附公證을 받고 있을 때에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대판 1993년12월24일, 93다39676), 이러한 便法的인 實務指針이 나왔을 것이다. 立法趣旨에 따라 엄격히 해석하면 賃借人의 保證金返還確保가 어렵게 된다. 왜냐하면 賣買의 경우와는 달리 競賣등을 통한 경우에는 賃貸人(競落人)과 賃借人間의 信賴關係가 破壞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賃借人을 合法的인 手段으로 괴롭힘. 예컨데 修理를 한다는 理由로 보일러등을 修理한다는 方法을 취함), 결국 退法하게 된다. 따라서, 賃貸借期間이 存續中이라도 競落代金의 配當要求를 하여 保證金을 返還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결국, 立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 생각된다. 4, 本 判決의 當否 이상에서 살펴본 바 實務側의 입장에서 보면 被告Y는 賃貸權의 對抗力을 갖추고 있고 賃貸借契約書상의 確定日字附公證을 받고 있는 터이므로, 설령 賃貸借期間이 2年이라 할지라도 賃貸借契約書를 落札期日가지 제출하여 配當要求를 하면 이를 賃貸借契約의 解止意思表示로 보아 優先辨濟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本 判決에서도 위와 같은 입장에 任意 競賣라는 점을 중시하여, 被告Y는 賃借保證金에 관하여 優先辨濟를 請求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 구태여 제10조를 열거하지 아니하여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本 判決이 위에서 살펴본 便法的인 方法을 이용하지 않고 제4조제1항 및 제10조의 立法趣旨에 입각하여 原告X의 主張을 排斥한 것은 타당한 태도라 생각된다.
1995-10-23
어음의 선의취득으로 인하여 치유되는 하자의 범위
法律新聞 第2443號 法律新聞社 어음의 善意取得으로 인하여 治癒되는 瑕疵의 범위 金敎昌 〈辯護士〉 ============ 15면 ============ 大法院 95年2月10日선고, 94다52217判決 [判決要旨] 어음의 善意取得으로 인하여 治癒되는 瑕疵의 범위에는 代理權의 欠缺도 포함된다. [評 釋] 1, 사건의 개요와 爭點 1)甲이 乙회사에게 발행한 약속어음을 乙회사의 총무부장 K가 그런 권한을 수여받은 바 없이 평소 그가 보관하고 있던 대표이사의 도장을 임의로 어음상에 찍어 이를 丙에게 이를 背書讓渡 하였다. 丙은 乙회사의 경리부에 전화로 배서의 진위, 사고어음인 여부등을 확인하고 이를 취득하였다. 丙이 이를 가지고 甲에게 어음금을 청구하였다. 丙은 이를 취득할 당시에 K에게 그런 권한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善意 無重過失이었으므로 그가 이를 善意取得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상은 이 평석에 필요한 범위에서 간추린 이 사건의 개요이다 2)이 사건에는 法理상의 爭點과 사실상의 爭點이 있다. 前者는 K에게 그런 권한이 없었다는 하자, 즉 代理權 欠缺의 하자(대리인이라는 자가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지 아니하고 本人의 이름만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대리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가 그런 권한을 수여 받은 바 없다면 그것은 여전히 대리권 흠결의 하자이다. 이 문제는 형식적인 대리행위의 방식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리관계를 가지고 논의하는 것이므로 어음의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이에 이 사안에서 K가 대리인으로 기명날인하지는 아니하였지만 그 하자는 여전히 代理權 欠缺의 하자인 것이다)가 善意取得으로 인하여 治癒되는 하자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原審이 이를 거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이 이를 支持하였다. 後者는 丙이 위 하자에 대하여 善意·無過失인지 여부이다. 原審이 이를 인정하였고, 대법원이 거기에 채증법칙의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 없다고 이를 支持하였다. 이 사건에서 前者가 위와 같이 판단되지 아니하였으면 丙의 주장은 더 살펴볼 필요없이 배척될 것이므로 後者는 審理조차 되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이에 前者, 後者의 順으로 이 대상 판결을 評釋하기로 한다. 2, 善意取得으로 인하여 치유되는 하자의 범위 1)그 범위에 관한 학설로는 制限說과 擴張說이 대립되어 있다. 制限說-讓渡人의 無權利에 한한다(徐燉珏 商法講義「下」97면, 孫珠瓚 商法「下」109면, 朴元善 새 商法「下」506면, 姜渭斗 商法講義「Ⅲ」152면이하). 擴張說-讓渡人의 無權利에 한하지 아니하고 讓渡行爲의 하자 全部(처분권의 흠결, 교부흠결, 의사표시의 하자, 대리권의 흠결, 무능력, 인적동일성의 흠결 등-徐廷甲 新어음·手票法 183면, 崔基元 商法學 新論「下」290면, 鄭燦亨 商法原論「下」348면, 李基秀 어음法·手票法 245면, 孫容根「어음·手票의 善意取得」 어음·手票法에 관한 諸問題「上」 397면이하) 또는 一部(무능력만은 제외: 鄭熙喆 213-214면, 무능력, 의사표시의 하자, 인적동일성의 흠결은 제외; 李範燦 商法講義 291면, 深承圭·朴吉俊 商法要論 658면, 鄭東潤 어음·手票法 184면, 기타: 蔡利植 商法講義「下」100면(형식상 양도행위의 하자에 속하지만 그 명칭이나 지위가 오로지 양도인이 권리자임을 속이기 위하여 사용된 경우에는 무권리자인 경우와 동일시하여 양도행위의 하자 일부를 이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를 포함한다. 과거에는 제한설이 통설이었으나 현재는 확장설이 통설이다(李基秀 전게244면). 2), 필자는 일찌기 확장설을, 그 중에서도 양도행위의 전부를 포함한다는 설을 취하였다(拙稿「어음의 善意取得制度」商事法의 硏究 160면이하). 제한설의 주된 논거는 양도행위의 하자는 양도인과 양수인간에 해결할 문제로서 민법에 그 해결방법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 해결은 民法에 맡길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음의 선의취득 제도는 流通의 보호를 위하여 어음법이 특별히 마련하여 놓은 장치이므로 양도행위의 하자에 관한 것이라 하여 民法에 맡길 일이 아니다. 제한설의 논거 중에는 어음법제16조제2항이 「事由의 如何를 不問하고 어음의 占有를 잃은 者」라고 하여 권리자가 소유권을 유보하고 그 점유를 잃은 경우만을 들었다는 것도 있다(田中誠二 手形法·小切手法 116項), 그러나 그렇게 풀이할 근거도 없다(鄭熙喆 전게). 오히려 구 소지인이 어음을 분실, 도난당한 경우만이 아니라 유효한 교부계약 없이 어음이 타인의 수중으로 들어간 경우, 양도인이 스스로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는 배서를 하여 점유를 잃은 경우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옳다(鄭燦亨 전게). 우리 어음법은 제네바 통일법을 거의 그대로 受容한 것이다. 무제한 설이 그 통일법의 기원인 독일법의 해석과도 일치한다. 무제한설이 沿革的으로도 옳다는 말이다. 그리고 영미법에서도 무능력의 경우에 배서인이 증권상의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할 뿐 선의의 유상 취득자에게 어음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선의취득은 약속어음의 경우로 말하면 양수인이 발행인이나 양도인의 前者를 상대로 어음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사안으로 말하면 丙이 甲에게 청구할 때 丙에게 권리가 이전된 것을 쉽게 주장·입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뿐이지 무능력자, 무권대리인의 本人, 하자있는 권리의 양도자(이하 무능력자등이라 함)에게 배서인으로서의 책임까지 지우는 제도는 아니다. 이에 확장설에 의하더라도 무능력자등이 어음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을 뿐 어음상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민법의 규정(무능력자등의 보호 규정)이 沒却되지도 아니한다.(徐廷甲 전게, 鄭燦亨 전게). 그들의 책임은 선의 취득과는 별도로 그것대로 따져야 하는 것으로 그들은 취소등에 의하여 어음상의 책임을 벗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보호는 그 정도로 충분하다. 어음의 반환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은 아니다(崔基元 전게). 3)이 판결요지는 양도행위의 하자 중 代理權의 欠缺에 관한 것으로 확장설을 취한 최초의 판결이다(이 대상판결은 대법원 93년9월24일선고, 93다32118판결을 참조판결로 들었다. 그 사안과 이 사건의 사안과는 거의 같다. 다만 그 사안에서는 사실인정에서 丙에게 重過失이 있다고 인정되어 이 判決要旨와 같은 판시가 明示的으로 나오지 못하였다. 대리권의 흠결도 선의취득으로 인하여 치유되는 하자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전제로 丙의 善意·無重過失인 여부를 살피었을 뿐이다. 이 사안에서는 사실인정에서 丙의 善意· 無重過失이 인정되어 그런 판시가 명시적으로 나왔다. 그래서 이를 그런 판시를 낸 최초의 판결이라고 하는 것이다). 필자는 우선 이 판결 요지에 贊意를 표한다. 이 요지는 양도행위의 하자 중 대리권의 흠결 이외의 것에 대하여는 말하고 있지 않다. 필자는 그 이외의 것에 대하여도 대법원이 앞으로 같은 태도를 취하여 주기를 바란다. 崔준선교수는 이 판결 요지를 지지하면서 다만 그 취지가 ①무능력과 ②의사표시의 하자중 사기·강박에 의한 경우로는 확장되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표하고 있다(崔준선「背書의 僞造와 善意取得」法律新聞1995년8월21일字 14면이하). ①의 경우에는 현저하게 부당한 가격으로 할인한 무능력자의 보호를 위하여, ②의 경우에는 그런 양수인을 선의취득제도에 의하여 보호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想定하여 무능력, 의사표시의 하자를 모두 여기에서 제외하자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대체로 양수인에게 惡意·重過失이 있다고 인정될터이므로 그런 문제는 이에 의하여 해결할 일이기도하다. 3, 善意·無重過失의 推定 善意取得의 요건중 취득자의 善意·無重過失은 推定된다. 어음법이 流通의 보호를 위하여 그의 逆인 惡意·重過失의 입증책임을 상대방에게 지운 것이다(제16조제2항단서). 이 사안을 보면 甲이 그 입증을 못하고 오히려 丙이 乙회사의 경리부에 전화로 배서의 진위, 사고어음인 여부를 확인한 사실을 밝히어 그의 善意 無重過失을 굳히는 입증을 한 것으로 보인다. 甲이 위 推定을 깨뜨리지 못한 것이다. 이에 原審의 사실인정을 支待한 대법원에 필자는 찬의를 표한다. 崔基元교수는 이 판결의 法理에 관한 판결요지에는 贊意를 표하면서 사실인정에는 반대의 견해를 표하고 있다. 고액인 이 사건 수표에 관하여 원고에게 중과실이 없다고 본 것은 기왕의 판례(대법원1988년10월25일선고 86다카2026판결, 전게 93다 32118판결)들과 대비하여 잘못이라는 것이다(「高額어음의 善意取得과 重過失」法律新聞 1995년9월18일字14면이하). 사실인정의 문제, 그 중에서도 善意·無重過失과 같은 주관적인 것은 더욱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적절하게 비교하여야 한다. 위 두 판결의 사안에서 乙은 모두 法人인데 丙이 乙의 직원으로부터 어음을 양수하면서 그 법인에 배서사실등을 조회하지 아니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위 86다2026판결에서 위 丙은 어음할인업무를 취급하는 상호신용금고인데 그런 기관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丙이 그런 조회를 하였다. 이렇게 이 사안은 위 두 판결의 사안과는 다르므로 위 두 판결을 들어 이 판결의 사실인정을 비난할 것은 아니다. 그리고 乙회사에 조회까지 한 이 사안의 丙에게 위 推定을 뒤집고 重過失이 있다고 볼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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