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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유재산 대부계약과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1. 사안의 개요 ① 甲법인은 국유재산인 제1부동산에 관하여는 국가로부터, 공유재산인 제2부동산에 관하여는 乙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은 후 골프장 사업승인을 받고 점유를 개시하여 골프장 조성공사를 한 다음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② 이후 제1, 2부동산이 일반재산으로 되면서 해당 관리청이 甲법인과 새로 대부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매년 갱신하여 왔는데, 국유재산법 시행령 등의 규정에 의하여 제1, 2부동산에 관하여 대부계약 갱신 당시의 이용상태를 기준으로 가액을 산출하고 여기에 일정한 사용료율을 곱하여 대부료를 산정한 뒤 甲법인으로부터 지급받아 왔다. ③甲 법인은 그 점유를 개시한 이후 골프장 조성을 위해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여 그 지목이 도로, 구거에서 체육용지로 변경되거나, 지목이 변경되지 않은 부분도 甲 법인의 개발행위로 인하여 그 가치가 상승하였는바, 이러한 경우 대부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재산가액은 甲 법인의 점유개시 이후 가치를 증가시킨 가격상승분이 반영된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점유를 개시할 당시의 지목(도로 또는 구거) 및 이용상태가 반영된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여야만 할 것인데, 해당 관리청은 대부갱신계약을 함에 있어 甲 법인의 개발행위로 인한 가격상승분이 반영된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대부료를 산정하였으므로, 관리청이 甲 법인으로부터 받은 대부료 중 甲 법인이 점유개시 이후 자신의 비용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가치를 증가시킨 부분에 상당하는 금원은 피고들이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이고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한다면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9. 17. 선고 2009가합82287 판결)은 국유재산 등에 관한 대부계약은 사법상 계약으로서 대부계약의 갱신은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한 것이고, 재산가액은 국유재산법 시행령,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의 문언내용에 맞게 산정되었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항소하였고, 원심(서울고등법원 2011. 8. 17. 선고 2010나105121 판결)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내용으로 1심 판결을 변경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2009. 7. 27. 대통령령 제21641호로 전부 개정되어 같은 달 31일부터 시행된 현행 국유재산법 시행령은 국유 일반재산인 토지에 대한 대부료 산정의 기초가 되는 해당 토지가액의 산출기준을 '최근 공시된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에서 '사용료 산출을 위한 재산가액 결정 당시의 개별공시지가'로 변경하였는바, 구 조항들과는 달리 '점유 개시 당시가 아닌 현재의 현실적 이용상태'를 기준으로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국유 일반재산인 토지를 대부받은 점유자가 점유 개시 후 자기의 비용과 노력으로 가치를 증가시켰다고 하더라도 2009년 개정 국유재산법 시행령의 시행일인 2009. 7. 31.부터는 점유자가 점유를 개시할 당시의 현실적 이용상태를 상정하여 이를 기준으로 해당 재산가액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새로이 대부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할 당시의 현실적 이용상태를 기준으로 해당 재산가액을 산출하여야 한다. 다만 공유 일반재산인 토지의 대부료 산정에 관하여는 그 근거법령인 공유재산관리법 시행령이 2009. 7. 27.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 때 함께 개정되지 않은 채 당초 2005. 12. 30. 제정될 당시의 상태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없고, 여전히 대법원이 종전에 취하던 해석론에 의할 수밖에 없음을 주의적으로 밝혀 둔다. 4. 기존 대법원 판례 입장 대법원은 국·공유 일반재산인 토지에 대한 대부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근거법령인 구 국유재산법 시행령(1996. 6. 15. 대통령령 제150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2항 제1호의 '가장 최근에 공시한 공시지가'나 구 국유재산법 시행령(2000. 2. 14. 대통령령 제167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2항 제1호의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도록 되어 있던 토지의 가액의 평가와 관련하여, 그러한 평가는 국유재산을 대부받은 점유자가 점유 개시 후에 자기의 비용과 노력으로 가치를 증가시켜 변경된 상태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점유자가 점유를 개시할 당시의 현실적 이용상태를 상정하여 이를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5다20995 판결) 5. 평석 가.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 경과 대부료산정의 기준이 되는 재산가액의 산출에 관하여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26조는, ①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대통령령 제19806호), ②최근 공시된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대통령령 제20463호), ③사용료 산출을 위한 재산가액 결정 당시의 개별공시지가(대통령령 제21641호)를 기준으로 산출하도록 순차적으로 개정되었다. 나. 구체적 검토 국유재산법은 국유재산의 적정한 보호와 효율적인 관리·처분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국유재산 관리·처분의 기본원칙으로 ①국가전체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할 것, ②취득과 처분이 균형을 이룰 것, ③공공가치와 활용가치를 고려할 것 ④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것, ⑤투명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따를 것을 규정하고 있다(제3조). 한편 국유재산법 제32조 및 시행령 제29조는 국유재산 대부료 산정방법에 관하여 해당토지의 개별공시지가에 1천분의 50이상의 요율을 곱한 금액으로 하도록 하여 대부료의 하한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부료의 산정기준은, 국가가 사경제주체로서 대부계약이라는 사법상의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 편의와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그 내부적인 기준을 정한 것인바, 시행령 조항은 대부계약에 있어 한쪽 당사자인 국가의 계약내용(대부료) 결정의 재량을 제한하는 것일 뿐이지, 상대방인 甲 법인의 계약체결이나 그 내용결정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헌법재판소 2008.11.27. 선고 2006헌마1244 결정 참조). 즉 국유재산법 및 시행령은 국유재산 대부계약에 있어서 공무원의 부정이 개입하여 지나치게 헐값에 대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국가 내부적으로 대부계약의 절차 및 대부료의 하한을 규정하여 국가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그 입법취지라 할 것이다. 한편 부당이득은 그 이득이 법률행위에 기하여 생긴 경우에도 당사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오직 그 이득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하여 반환청구권이 생기는 것이므로, 부당이득은 재산적 가치이동의 불균형이라는 '사건'에 속하게 된다(지원림, 민법강의, 제9판, 2011). 부당이득의 목적은 공평 관념에 위배되는 재산적 가치의 이동이 있는 경우 수익자로부터 그 이득을 되돌려 받아 손실자와의 사이에 재산상태의 조정을 꾀하는 것이다(대법원 1975. 4. 8. 선고 73다29 판결). 따라서 대부료가 형평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내부적 기준에 불과한 대부료산정 방법에 잘못이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원고가 납부한 대부료 금액이 과다한 것인지 여부(원고로부터 피고들에게 이동한 재산적 가치, 즉 대부료 금액이 과다하여 공평 관념에 위배되는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①A골프장 부지의 절반은 甲시, 나머지 부지는 乙시가 관리하고, ②골프장 부지로 개발하기 전의 상태에서 지가의 자연 상승분만 반영된 재산가액은 100만원, 골프장으로 이용하는 상태를 상정하여 평가한 재산가액이 200만원으로 동일하며, ③甲시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100만원에 1천분의 100요율을 곱한 10만원을 대부료로 산정하고, 乙시는 현재 공시지가에 따라 200만원에 1천분의 50요율을 곱한 10만원을 대부료로 산정하였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A골프장 사업자가 甲시와 乙시에 지급한 대부료는 10만 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甲시에 납부한 대부료는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반면 乙시에 납부한 대부료는 공평의 원칙에 위반되어 부당하고 반환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은 결론은 경험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부당이득금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본다면 대부료가 공평에 반하여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고가 납부한 대부료 액수가 공평에 반하는 정도로 과다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점유자가 점유를 개시할 당시의 현실적 이용상태'를 상정하여 이를 기준으로 재산의 가액을 평가해야 하는데, 현행 공시지가 제도는 점유자가 가치를 증가시킨 변경된 상태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대부계약의 당사자로서는 재산의 가액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대부계약의 당사자들은 부당이득반환소송이 제기된 후 위와 같은 점유자가 점유를 개시할 당시의 현실적 이용상태를 상정한 재산의 가치를 법원의 감정을 통해 확인한 후에야 재산의 가액을 알 수 있게 되어 무익한 소송이 반복될 수 밖에 없어 거래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다. 결론 대상판결은 ①국유 일반재산에 관한 대부계약은 사법상 법률행위이고, 시행령 조항은 국가의 계약내용(대부료) 결정의 재량을 제한하는 것일 뿐이지, 상대방의 계약체결이나 그 내용결정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②부당이득금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본다면 대부료가 공평에 반하여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내부적 기준에 불과한 대부료산정 방법에 잘못이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원고가 납부한 대부료 액수가 공평에 반하는 정도로 과다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부당하다.
2013-09-12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 공무원의 과실 인정여부
1. 사건의 개요 ① 피고 0000 산하 특허청장이 시행하는 변리사시험 1차 시험은 2000. 6. 27. 대통령령 제16867호로 변리사법 시행령(이하 '개정 전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종전의 '상대평가제'에서, 일정 점수(매과목 40점,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응시자를 모두 합격시키는 '절대평가제'로 전환되었고(제4조), 다만 위 절대평가제는 준비기간을 두어 2002. 1. 1.부터 시행하도록 한 사실, ② 이에 따라 특허청장은 2002. 1. 10. 특허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공지사항'란에 위 시행령 규정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시행될 첫 시험인 제39회 변리사시험 제1차 시험(이하 '이 사건 시험')을 같은 해 3. 31.에 시행하겠다는 이 사건 시험 일정을 발표한 사실, ③ 그러나 3일 만인 2002. 1. 12. 위 발표문이 삭제되었고, 같은 해 1. 17. 효율적인 시험관리를 위하여 변리사 제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에서 다시 '상대평가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시행령 중 개정령(안)입법예고가 관보에 게재되었으며, 같은 해 3. 25.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 제1항(이하 '개정 시행령')이 위 입법예고와 동일한 내용으로 개정·공포된 사실, ④ 위 개정 시행령은 그 부칙(이하 '이 사건 부칙')에서 '이 영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위 절대평가제는 시행되지 못한 채 같은 해 5. 26. 실시된 이 사건 시험부터 변리사 시험 제1차 시험이 종전의 상대평가제로 환원된 사실, ⑤ 원고들은 각 이 사건 시험에 응시하여 절대평가제에 의하면 합격점수를 득점한 사실, ⑥ 그러나 특허청장이 2002. 7. 25. 이 사건 시험의 합격자 1,047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원고들의 득점이 상대평가제에 의한 합격기준인 평균 득점 66.88점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을 이 사건 시험의 불합격자로 처리한 사실(이하 '이 사건 처분'), ⑦ 원고들 중 000 외 2인이 2002. 10. 22. 특허청장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는데, 항소임에서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판결을 선고받고. 2006. 11. 16. 대법원에서 '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규정한 개정 시행령을 이 사건 시험에 시행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칙 중 개정 시행령을 즉시 이 사건 시험에 대하여 시행하도록 규정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따라서 특허청장이 이 사건 시험에는 개정 시행령 제4조 제4항을 적용할 수 없음에도 이를 적용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는 원심판결을 수긍하면서 특허청장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이에 특허청장이 2006. 12. 20. 원고들에 대하여 추가합격처분을 한 사실이 있는바, 이에 원고들은 피고 0000에 대하여 공무원인 특허청장의 직무상 과실로 위법하게 행해진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각 1,000만 원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규정한 개정 시행령을 이 사건 시험에 시행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칙 중 개정 시행령을 즉시 이 사건 시험에 대하여 시행하도록 규정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특허청장이 그와 같이 헌법에 위반되는 규정을 적용하여 원고들에게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위법성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고, 개정 시행령 및 이 사건 부칙의 제정과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해당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0000는 원고들에게 공무원의 직무상 과실로 위법하게 행해진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 각 금 300만원을 지급함으로써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 0000만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나. 대법원 판결 (1)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구 법령의 존속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령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법령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입법자는 경과규정을 두는 등의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적절한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바, 이는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자가 이러한 신뢰보호 조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의 신뢰의 정도, 신뢰이익의 보호가치와 새 법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 하여야 할 것인데, 이러한 비교·형량에 관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행정입법에 관여한 공무원이 입법 당시의 상황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어느 하나의 견해에 따라 경과규정을 두는 등의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였다면, 그와 같은 공무원의 판단이 나중에 대법원이 내린 판단과 같지 아니하여 결과적으로 시행령 등이 신뢰보호의 원칙 등에 위배되는 결과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2)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나. 개정 시행령과 이 사건 부칙의 입법에 관하여, ① 규제개혁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제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절대평가제로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법적·제도적 관점에서 보면 그와 같은 변경으로 인하여 합격자 수가 반드시 증가한다고 볼 수 없고, 변리사 등과 같은 전문자격사의 인원 확대라는 개정 전 시행령의 입법취지는 궁극적으로 변리사 제2차 시험을 치를 자격을 부여하는 전 단계의 시험에 불과한 만큼, 제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숫자의 제1차 시험 합격자를 배출시키는 틀이 유지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한 제1차 시험 합격자의 결정방법은 특허청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보아야 하므로, 수험생들에게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2002년의 변리사 제1차 시험이 실시되고 시험난이도 수준도 종전의 수준으로 유지되리라는 기대 내지 신뢰가 형성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수험생들의 주관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사실상의 것에 불과할 뿐 법적 정당성을 지닌 합리적인 것으로서 특허청장이 반드시 이를 보호하여야 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고 보이고, ② 변리사와 같은 전문자격사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의 합격기준 및 합격자 결정방법은 입법정책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실제로 변리사시험은 절대평가제에서 상대평가제로 전환되었다가 개정 전 시행령에 의하여 다시 절대평가제로 전환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변화를 거쳐 온 점에 비추어 2002년의 변리사 제1차 시험이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실시되리라는 수험생들의 기대와 신뢰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신뢰이익의 침해가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이 가지는 시험운영관리의 적정성과 일정 수준 이상의 제1차 시험 합격자 선발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고 보이는바, 개정 시행령 및 이 사건 부칙의 입법에 관여한 공무원들은 입법 당시의 상황에서 위와 같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위와 같은 견해를 취하여 개정 시행령에 관하여 경과규정 등의 조치 없이 당일부터 시행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대법원에서 이 사건 부칙제정행위와 이 사건 처분이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위법한 법령의 제정 및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까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에 대해 파기·환송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3. 검토 본 대법원 판결은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의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비록 관련 공무원의 행정처분이나 행정입법의 제정 및 개정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은 사실이 있어 위법하고 부당한 법집행이 이루어지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행정처분이나 행정입법의 제정 및 개정 당시 상황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어느 하나의 견해에 따라 경과규정을 두는 등의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였다면, 그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과실의 인정을 엄격히 해석하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재확인하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3-09-05
의료법 제17조 제1항 '직접 진찰'의 의미
I.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1. 사실관계 피고인 A는 약사이고, 피고인 B는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2006년 1월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의 기간 중 피고인 B는 자신에게 과거에 1회 이상 진료를 받고 푸링 정제약 등 '살 빼는 약'을 처방받은 환자를 전화로 진료한 다음 처방전을 발행하고 피고인 A에게 전달하면, 피고인 A는 처방전에 따라 조제한 약을 환자들에게 배송하였다. 피고인들은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처방전 발급비용 상당과 수납 업무상의 편익 및 노무를 제공하는 담합행위를 하였고(약사법 제24조 제2항 제2호), 피고인 B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아니하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의료법 제17조 제1항)는 이유로 2008년 기소되었다. 2. 하급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들의 담합행위와 피고인 B가 직접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했다는 부분 모두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제2심은 피고인들의 담합행위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전화 진료는 진단방법 중 '문진'만이 가능하고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사의 진료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고, 약물의 오남용의 우려도 커지는 점, 의료법 제34조가 직접 진찰과 유사한 수준의 진찰을 담보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경우 예외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에 '전화 또는 이와 유사한 정도의 통신매체'만에 의한 진찰은 포함될 수 없어 피고인 B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기 전의 의료법 제18조 제1항이 '자신이 진찰한 의사'만이 처방전 등을 발급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처방전 등의 발급주체를 제한한 규정이지 진찰방식의 한계나 범위를 규정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자신이' 진찰하였다는 문언을 두고 그 중 대면진찰을 한 경우만을 의미한다는 등 진찰의 내용이나 진찰 방법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2007. 4. 11. 법률 제8366호 전부 개정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한 의사'의 의미 역시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 동조 제2, 3, 4항, 동법 제34조 제3항 및 개정 전 조항과의 법률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해석해 볼 때 개정 전 의료법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은 개정 전후의 이 사건 조항을 구분하지도 않았고,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III. 평석 1.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의 의미에 관한 종래의 판례 A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甲이 乙의 B병원에서 진료한 후 乙의 이름으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 등이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하고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은 이러한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959판결). 또한 의사가 진단서에 상해일로 기재된 날에는 환자를 진찰한 바 없고 진단서 작성일자에 그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환자가 말하는 상해년월일과 그 상해년월일을 기준으로 한 향후치료기간을 기재한 진단서를 교부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현행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진단서 등은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직접 진찰한 의사 등만이 이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판시하며 위 사실관계의 경우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배된 의사 자신이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를 교부한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도1013판결). 위 판례들은 모두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처방전 등의 발급 주체를 규정한다는 점은 판시하고 있으나 진찰의 방법 내지 태양을 직접적으로 문제된 사안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직접 진찰'의 의미와 관련하여 그 진찰의 방법 내지 태양에 관해서까지 판단을 내렸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2.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의 의미에 관한 견해 대립 대상판결과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대상 대법원 판결의 원심, 대상 대법원 판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 및 반대의견을 종합해 보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의료인의 대면진료 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 양자를 모두 규율하고 있다는 견해 이는 대상판결의 원심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이 취한 의견으로써 대면진료를 하지 않은 채 전화 진찰만을 한 후 처방전을 발급하면 '직접 진찰'에 해당하지 않아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된다는 견해이다. 기존에 보건복지부도 유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문진을 실시하고 처방하는 것은 법위반에 해당한다는 같은 견해를 취하였다. 이 견해는 ① '직접'의 사전적 의미는 중간에 제3자나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는 관계를 의미하므로 '직접 진찰한'은 '대면하여 진료한'을 의미하고, ② 전화 진찰은 문진 이외에는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사의 진료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고, ③ 전화 진찰을 할 경우 상대방 확인이 어려워 약물의 오남용의 우려가 커지며, ④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 상호간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좁은 의미의 원격의료'를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다가 직접 진찰과 유사한 진찰을 담보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경우 예외적으로만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논거로 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의료법이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면서 종전의 '자신이 진찰한'을 '직접 진찰한'으로 대체한 것은 대면진료가 아닌 형태의 진료를 명백히 금지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2. 3. 29. 자 2010헌바83결정). 나.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만을 한정한 것이라는 견해 이는 대상 대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 판결의 반대의견의 입장으로써 전화 진찰 후 처방전을 발급한 것은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①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 및, 동조 제2, 3, 4항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보면 '직접' 진찰은 '자신이' 진찰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②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직접 진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하여 동법 제34조 제3항은 '직접 대면 진찰'을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스스로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3. 검토의견: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 대상판결이 죄형법정주의에 근거하여 법문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고 첨단 기술의 발전 등으로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전화 진찰을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다른 진찰이나 검사 등을 생략한 채 간단한 문진만으로 장기간 전문의약품의 처방이 가능해지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살빼는 약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서 심혈관계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이므로 처방 및 복용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경우 의사들에게 전화 진찰을 통한 처방전 발급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고,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은 만성질환의 특성상 의사들은 환자들의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이 의료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소를 제한하면서(제33조 제1항), 원격의료에 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면서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진료만을 허용하고 있으며(제34조), 나아가 의료법상 의사는 환자에게 요양방법이나 그 밖에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점(제24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의료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국민건강의 보호 및 증진에 관해서는 충분히 그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물론 대법원이 전화 진찰을 허용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운용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대법원은 2013. 4. 26. 선고 2011도 10797 판결에서 '전화 진찰을 요양급여 대상으로 돼 있던 내원 진찰인 것으로 하여 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전화 또는 다른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원격의료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명확히 규정하는 의료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2013. 5. 1. 대통령의 주재 하에 개최된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책의지를 표명하였는바,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귀추가 주목되는 사항이 아닐 수 없다.
2013-05-20
재산권 제한에 관한 심사기준
Ⅰ.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A건설 주식회사는 1978. 4. 26. 서울 종로구 계동, 원서동, 운니동의 토지 30,176㎡(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매수하고, 그 지상에 지하 3층, 지상 12층의 본관 건물 및 지상 5층의 별관 건물을 신축하여 1986. 7. 31. 사용승인을 받고, 다시 본관 건물을 15층으로, 별관 건물을 8층으로 증축하여 1996. 1. 13. 및 1997. 8. 22. 사용승인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그 후 나머지 청구인들은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일부 지분을 취득하여 청구인 A건설 주식회사와 공유하고 있다. (2) 서울특별시장은 1983. 7. 22. 서울 종로구 사간동, 소격동, 안국동, 가회동, 원서동, 삼청동, 계동, 재동 일대 645,000㎡를 제4종 미관지구로 지정, 고시하였는데(서울특별시 고시 375호, 그 후 2000. 7. 1. 명칭이 역사문화미관지구로 변경됨), 당시 이 사건 토지를 비롯한 국군기무사령부, 주한미국대사관 숙소 부지 및 원서동 97 일대는 이로부터 제외되어 중심지미관지구로 지정되었다. (3) 그 후 서울특별시장은 2005. 5.경 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큰 북촌과 경복궁, 창덕궁의 미관을 유지·관리하기 위하여 역사문화미관지구에서 제외된 위 토지들을 역사문화미관지구로 포함시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북촌장기발전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2006. 9. 6. 그와 같은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용도지구 변경결정을 열람, 공고하고, 2006. 9. 및 10.에 걸쳐 이에 대한 청구인들의 이의신청 및 의견을 청취한 후, 2007. 1. 17.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07. 1. 23. "위 토지들은 양 궁(경복궁,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역사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관계법령에 의거하여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일대 135,735㎡를 역사문화미관지구(지구명: 북촌마을지구)로 추가·지정하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을 하고(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007. 2. 1. 이를 고시하였다(서울특별시 고시 제2007-22호). (4) 청구인들은 2007. 11. 15. 이 사건 처분 중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08. 11. 11. 기각되자 항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 계속 중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되는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 제1항 제2호 및 이 사건 처분에 따른 건축제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같은 법 제76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재산권제한조항'이라 한다)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정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아래의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1)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70호로 개정되고, 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용도지구의 지정) ① 건설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용도지구의 지정 또는 변경을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한다. 2. 미관지구: 미관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구 (2)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2. 2. 4. 법률 제6655호로 제정되고, 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용도지구의 지정) ② 건설교통부장관 또는시·도지사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 각 호의 용도지구를 도시관리계획 결정으로 다시 세분하여 지정하거나 이를 변경할 수 있다. (3)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2. 2. 4. 법률 제6655호로 제정되고, 2009. 2. 6. 법률 제94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용도지역 및 용도지구 안에서의 건축물의 건축제한 등) ② 제37조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된 용도지구 안에서의 건축물 그 밖의 시설의 용도·종류 및 규모 등의 제한에 관한 사항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특별시·광역시·시 또는 군의 조례로 정할 수 있다. Ⅲ. 헌법재판소의 결정요지 (1) 국토해양부장관, 시도지사가 도시관리계획으로 '역사문화미관지구'를 지정하고 그 경우 해당 지구 내 토지소유자들에게 지정목적에 맞는 건축제한 등 재산권제한을 부과하면서도 아무런 보상조치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위 심판대상의 조항들(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역사문화미관지구' 내 토지소유자들의 재산권을 제한함에 있어 비례원칙을 위반하고 있지 않다. (2) '역사문화미관지구' 내 토지소유자들에 대한 재산권제한의 구체적 내용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 이 사건 재산권제한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Ⅳ. 평석 1. 보상부 공용제한과 내용한계규정의 구별기준 헌법재판소는 당해 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원칙적으로 재산권의 '내용한계규정'에 기초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문화재와 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큰 건축물 등의 미관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지구를 지정하여 그 지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토지이용을 규제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입법자가 '토지재산권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일반·추상적으로 확정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에 관한 규정이자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다(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토지재산권에 대한 제한입법에 있어서도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함을 인정하고 있다. 당해 사건에서는 조정적 보상을 요하는 내용한계규정(ausgleichsplichtige Inhalts- und Schrankenbestimmung)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 이론은 재산권의 제한이 보상을 요하지 않는 재산권의 내용한계규정에 해당할 지라도, 예외적으로 중대하고 감내할 수 없는 재산권의 제한에 대해 재정적 조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오늘날 시대적 화두가 되는 '공생(共生)'의 법리와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보상을 요하는 공용제한(헌법 제23조 제3항)과 보상을 요하지 않는 내용한계규정(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의 구별이 선행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분리이론을 도입한 후, 어떠한 경우가 보상부 공용수용 또는 공용제한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설시하지 못하고 있다. 분리이론에서는 이러한 영역을 확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이러한 영역을 확정하게 되면, 그렇지 못한 재산권의 제한은 재산권의 사회적 기속 또는 무보상부 내용한계규정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분리이론의 핵심으로서 '공용수용의 요건'을 확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분리이론이 유래된 독일의 학설 및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는 "형식적 수용개념"에 기초한 공용수용의 요건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보상부 공용수용과 무보상부 내용한계규정을 구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당해 사안의 경우에도 토지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규정에 대한 위헌심사를 함에 있어 보상부 공용수용 또는 공용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곧바로 재산권의 '내용한계규정' 또는 '사회적 기속'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유사한 소위 '문화재보호'(Denkmalschutz) 사건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우리와 달리 접근하고 있다(BVerfGE 100, 226/240 참조). 이 사건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논증을 함에 있어서 공용수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검토하고 있다. 즉 청구인의 법적 지위가 독일기본법 제14조 제1항 제1문에서 보호되는 것인지, 공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전면적 또는 부분적 박탈행위인지, 그리고 직접 법률에 의한 수용(입법수용) 또는 법률에 근거한 수용(행정수용)인지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한 논증 후에 사안이 그러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내용한계규정을 전제로 비례의 원칙을 심사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미 분리이론을 도입한 이상, 이러한 소위 형식적 수용개념에 입각한 공용수용의 요건을 심사기준으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조정적 보상부 내용한계규정의 판단과 비례원칙(과잉금지원칙)의 심사 '조정적 보상'(Ausgleich)과 관련된 헌법재판소 사건의 효시는 구 도시계획법 제21조에 대한 위헌소원사건이다(헌재 1998. 12. 24. 89헌마214등, 판례집 10-2, 927). 즉 헌법재판소는 "종래의 지목과 토지현황에 의한 이용방법에 따른 토지의 사용도 할 수 없거나 실질적으로 사용·수익을 전혀 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 없이 이를 감수하도록 하고 있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판단하여, 처음으로 '조정적 보상을 요하는 내용한계규정'을 인정하였다. 재산권도 다른 기본권의 제한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비례의 원칙에 관한 심사를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당해 사건의 결정요지 및 판단 부분에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비례원칙에 의한 심사에 치중함으로써, 재산권제한에 관한 심사의 특성이 퇴색되고 말았다. 특히 조정적 보상을 요하는 내용한계규정을 판단함에 있어서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은 '예외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재산권의 제한은 강한 공익성이 요청되는 상황이므로, 적어도 비례원칙의 심사에 있어서 적합성원칙(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은 대체로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정적 보상을 요하는 내용한계규정에서 말하는 '보상'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 즉 완전보상과 구별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12-10-29
미결수용자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불허 결정에 대한 검토
Ⅰ. 사건개요 청구인은 사기 등의 혐의로 2009. 3. 3.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선고 기일인 5월 1일에 불출석하여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집행에 의해 5월 2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국선변호인은 6월 1일 선정된 후 접견일시를 6월 6일(현충일이자 토요일)로 하여 서울구치소에 접견을 신청하였으나 접견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불허되어 부득이 6월 8일 접견을 하였다. 이에 변호인은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청구인과 변호인 간의 6월 6일자 접견을 불허한 처분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가 91헌마111 결정에서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 대해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접견', 즉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 영향,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지, 변호인과의 접견 자체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권 역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2.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4조 제2항에 의해 금지되는 접견시간 제한의 의미는 접견에 관한 일체의 시간적 제한이 금지된다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이 현실적으로 실시되는 경우, 그 접견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인 때에는 미결수용자의 방어권 행사로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자유롭고 충분한 변호인의 조력을 보장하기 위해 접견 시간을 양적으로 제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수용자처우법 제84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1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수용자의 접견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시간대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3.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목적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미결수용자 또는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한 시점에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접견이 불허된 특정한 시점을 전후한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보아, 그 시점에 접견이 불허됨으로써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어느 정도는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만 하며, 그 시점을 전후한 변호인 접견의 상황이나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과정에 비추어 미결수용자가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록 미결수용자 또는 그 상대방인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시점에는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Ⅲ. 평석 1.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받는다(헌법 제12조 제4항 전단). 변호인조력권은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행사에 대항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상 소송법상 권리를 효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변호인의 도움을 얻을 피의자 및 피고인의 권리"(2000헌마138)로 "피의자와 피고인의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그 목적의 한도를 초과하여 이용되거나 작용되지 않게끔 보장"(91헌마111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구속된 상황에서는 진술강요나 고문 등 가혹행위의 발생가능성이 있는 반면 피의자는 국가형벌권에 대응하여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이 무엇인지 자신의 진술이 추후 재판에서 어떤 증거로 사용될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신속하고도 충분한 도움은 필요 불가결하다. 2.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에 대한 법률상 제한여부 변호인조력권은 특히 구속된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중요한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두텁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체포·구속된 사람이 '언제'(시기), '어디서나'(장소), '원하는 만큼'(접견시간) 마음대로 변호인과 접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상의 제한은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은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상 필요 최소한이어야 한다. 따라서 "도망 또는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수사 또는 재판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 규정된 '즉시'의 의미에 맞게 신속하게 접견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한다. 단지 공휴일이라거나 공무원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는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제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공휴일 접견 불허의 근거로 삼은 수용자처우법 조항 해석의 문제점 대상 판결이 수용자처우법 제41조 제4항(접견의 횟수·시간·장소·방법 및 접견내용의 청취·기록·녹음·녹화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수용자의 접견은 매일(공휴일 및 법무부장관이 정한 날은 제외한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9조에 따른 근무시간 내에서 한다)에 따라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공휴일 접견을 불허하면서 같은 법 제84조 제2항(미결수용자와 변호인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의 의미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은 부당하다. 법 문언과 체계상 법 제41조 제4항, 시행령 제58조 제1항은 기결수인 수형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임이 분명하지만 무죄추정을 받는 미결수용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반면, 법 제9장에서 '미결수용자의 처우'라는 제하에 제79조부터 제87조까지 9개 조항(미결수용자 처우의 원칙, 참관금지, 분리수용, 사복착용, 이발, 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수, 조사 등에서의 특칙, 작업과 교화, 유치장)을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제84조 제2항은 미결수용자에게만 적용됨이 분명하다. 그런데 수용자처우법은 기결수를 중심으로 미결수용자를 포함하여 같은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고유규정은 1장 9개 조항만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법 규정이 기결수에게만 적용되는지 혹은 미결수용자에게도 적용되는지 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그 적용에 있어 미결수용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점을 인식한다면 기결수와 미결수용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규정은 미결수용자에게 유리하게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해석되어져야 하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특별규정은 그 고유한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 제84조 제2항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과의 접견에 대해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면,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와 법 제84조의 고유의미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법 제41조 제4항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 중심으로 해석하고 법 제84조 제2항의 의미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변호인조력권의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의 문제점 변호인조력권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즉, 최대한 신속하게 또한 자유롭게 '충분히' 변호인과 접견, 상담, 조언 등을 받을 기본권이라고 해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접견 그 자체로' 미결수용자의 방어권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상 판결의 취지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침해여부를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실제로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면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부당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불허된 경우마다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불이익이 초래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고, 이로 인해 당사자의 신속한 실효적인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을 받게 되며, 실제 접견불허로 침해된 피해를 회복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현행 교정행정은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을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허용하고 토·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일체 불허한다.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처음으로 실시하는 접견이더라도 그 접견 일시가 공휴일이거나 근무시간이 아닌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무원근무시간에 맞춘 위와 같은 교정행정에 대해서는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잘못된 교정행정을 정당화한 대상 판결은 헌법 제12조 제4항 체포·구속된사람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취지와 중요성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에 기울어진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1헌마111 결정(구속피의자와 변호인의 접견에 수사관이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듣고 기록함으로써 헌법 제12조 제4항이 규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사안이다. 여기서 헌법재판소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과 달리 미결수용자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원칙적 실현'보다는 그 '제한'에 무게중심을 두고 논지를 전개함으로써 '행정편의주의적인 법규와 교정행정'을 '헌법 제12조 제4항'보다 우위에 두고 해석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보충의견이 "접견의 시간대를 평일에 비해 단축하거나(예컨대, 오전 중에만 실시하거나, 오후에만 실시하는 방법), 또는 미결수용자가 처음 실시하는 변호인접견에 한하여 원칙적으로 허용해 주고 그 이후에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해 주는 방법 등을 통해서라도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요일과 공휴일이라도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2012-10-08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에 대한 평석 및 입법평론
I. 서론 기본권의 실현과 보장을 국가의 존재이유로 인식하고, 민주주의의 구현을 국가운영의 기본원리로 제도화하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또한, 자유민주국가에서 익명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인터넷의 확산 및 이용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하여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커진 반면에, 익명성과 불특정 다수에게의 대량전달가능성 등의 인터넷의 특성으로 인하여 명예훼손, 모욕, 사이버스토킹, 불법정보유통 등의 역기능도 증가하였다. 문제는 인터넷에서의 역기능을 차단하면서도,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표현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이다. 이러한 과제는 우선 법령의 입법을 통해서, 그리고 판결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 지난 8월 23일에 내려진 헌재의 결정은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의 유형과 용어가 다양하고, 우리나라의 인터넷실명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용어가 관련 법령과 제도의 본질에 더 가까운 표현이지만, 이글에서는 대중적인 용어인 인터넷실명제를 사용하기로 한다. II. 판례평석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그 보호영역에 포함된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 그리고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헌재 2002. 6. 27. 99헌마480)는 점은 이전의 헌재 결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적 기초 하에 헌재는 일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2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를 주로 검토하였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우선 동 규정의 본인확인제가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을 방지하고 인터넷게시판을 책임 있는 공론의 장이 되도록 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합한 수단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형사법 및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제재수단이 마련되어 있고, 불법정보 등 게시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며, 본인확인제 이외의 여러 규제조항들의 엄정한 집행을 통하여 불법정보 등 게시의 단속 및 처벌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지 아니하고 시행 이후에 입법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에, 본인확인제가 초래하는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되지만,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게시판운영자에 해당하는 인터넷언론사인 청구인의 언론의 자유도 침해하였다고 보았다. 앞서 헌재는 선거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하면서, 실명확인은 부당한 선거운동이나 소수에 의한 여론 왜곡을 차단하여 선거의 평온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후보자비방죄 등을 통한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는 실질적 권리구제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과 실명확인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한 점 등을 들어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또한 선거의 공정과 평온의 훼손 및 소수인에 의한 여론 왜곡 등의 폐해 방지라는 공익이, 인터넷언론사 이용자가 실명확인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과 주저함 등 사익의 비중보다 더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보았다. 결국 공직선거법에서의 본인확인제는, 정보통신망법에서의 본인확인제와는 달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헌재 결정을 비교하여 보면, 선거라는 공공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사적영역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익명표현의 자유보다 더 제한을 받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비판의 자유'나 '반대의 자유'조차도 엄격히 보장되어야 할 공공영역 특히 선거에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형성을 방해하며 유익한 익명표현까지 사전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제하여 오히려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달성에 장애"(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 반대의견 중)가 있어서는 안된다. 공공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엄격한 제한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된다. 반대로 사적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은 타인을 괴롭히고 모욕하며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보통신망법의 입법당시의 상황을 보면 무분별한 악플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 사례가 많았고 자살을 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이러한 현실이 인터넷실명제의 입법동기가 되었다. 사적 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타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 것이다. 익명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공공영역에서는 기본권제한의 법리에 보다 착안해야 하고, 사적 영역에서는 기본권충돌의 법리에 보다 착안해야 한다. III. 입법평론 인터넷실명제를 구체화 하고 있는 법률은 정보통신망법과 공직선거법이다. 하나는 일반적인 인터넷실명제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부문의 인터넷실명제라고 할 수 있다. 후자가 먼저 도입되었는데, 선거분야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된 것은 2004년 3월 12일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개정을 통해서이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에 따르면, 인터넷언론사에게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서 실명확인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반적인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된 것은 2007년 1월 26일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서이다. 이번에 위헌 결정을 받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5(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에 따르면,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위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의 규제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들을 살펴보면 자율규제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은 본인확인제와 같은 게시판 이용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점을 보면,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를 그대로 방임하자는 의견은 상식적이지 않다. 다만,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의 규제방식이 법령에 의한 타율적 규제냐 인터넷커뮤니티 자율에 의한 자율적 규제냐의 차이 및 사후적 처벌이냐 사전적 억제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율규제가 자유와 권리의 존중 및 민주주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우수하고 바람직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홍완식, 인터넷실명제 관련 법률안의 입법원칙에 따른 검토, 토지공법연구, 제31집, 2006), 우리의 입법자인 국회는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을 통한 사전적·타율적인 규제방식을 택하였다. 방통위에 의해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는 웹사이트는 2007년에 35개, 2008년에 37개, 2009년에 153개, 2010년에 167개, 2011년에 146개, 2012년에 131개나 되었지만,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제한적 본인확인제도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헌법소원심판에서 문제되지 않은 동 규정 1호의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인터넷게시판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의 제한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대한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 규정이고, 공직선거법에서의 인터넷실명제도 선거의 공정에 치중한 나머지 선거의 자유를 억제하는 규정(홍완식, 선거법의 지향점으로서의 선거의 공정성과 선거의 자유, 법연, 한국법제연구원, 2012. 4. 20쪽)이기 때문에,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은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에 관한 정보통신망법상의 기타 규정 및 공직선거법상의 관련 규정의 비대칭성 내지 비체계성이 시급히 시정되어야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각 진영의 입법의지가 일치할지 및 바람직한 방향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이 결정 직후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실명제 폐지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되었지만, '법안제출권'은 없고 '입법의견제출권'만 있는 선관위의 의지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입법평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조명해 볼 수도 있다. 비교법적 관점, 기본권의 보호라는 관점, 비용과 편익이라는 관점, 인터넷문화라는 관점, 공적·사적 영역별 효과의 관점 등에서 입법의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IV. 결론 인터넷실명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설득력있는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치밀한 법리와 인터넷 현실감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조소영, 인터넷실명제의 의의와 한계, 언론과 법, 제10권 2호, 2011, 65쪽)이다. 사이버공간이 비대면성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과 당위를 혼동할 수는 없다. 법률을 통하여 익명성의 폐해를 없애거나 줄이려는 인터넷실명제의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인터넷의 특징이 익명성이라는 점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의 발생을 눈감을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익명성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익명성의 역기능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일차적인 과제를 지닌 기관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입법자인 국회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익명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규범적 당위에는 보다 가깝게 접근하였으나, 현실에서의 익명표현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이나 사회적 문제는 재연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절실하다. 또한 공직선거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다른 규정에 있는 인터넷실명제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향후 자율규제방식을 합의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사회적 과제이고, 인터넷실명제 관련 법률의 정비를 포함한 법령개정작업은 입법자의 과제이다.
2012-09-06
신규성 의제를 위한 자기공지 예외규정 적용 취지 기재 누락의 출원 후 보정
Ⅰ. 사실의 개요 이 사건은 특허출원 제2006-0056030호[변전소 내 부분방전 측정이 가능한 IEC61850 기반의 디지털 변전 시스템]에 대한 특허로서, 출원일자는 2006. 6. 21,, 출원인은 "한전케이디엔 주식회사"이다. 출원발명의 발명자인 소외 1, 2, 3은 이 사건 출원발명의 내용과 관련된 연구 결과에 관하여 2006. 5. 26. 부터 같은 달 27. 까지 개최된 2006년 대한전기학회 전기설비전문위원회 춘계학술대회에서 "IEC61850 기반 디지털 변전시스템에서의 PDMS 적용 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논문 발표를 하였고, 위 논문은 위 일자경 발간된 「'06년 대한전기학회 전기설비전문위원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에 게재되었다. 한편, 원고(한전케이디엔 주식회사)는 그의 종업원인 위 발명자들로부터 특허를 받을 권리를 승계하여 2006. 6. 21 특허청에 이 사건 출원발명에 대한 특허출원을 하였는데, 그 출원서에는 '공지 예외 적용대상 출원'이라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원고는 위 출원일 다음날인 2006. 6. 22 특허청에 "공지 예외 적용대상 증명서류 제출서"라는 제목의 문서를 제출하였는데, 위 문서에는 '이 사건 출원발명이 2006. 5. 26 간행물 발표에 의해 공개되었다'는 내용과 '특허법 제30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증명서류를 제출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고, 첨부서류로 위 논문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에 대하여 특허청 심사관은 자기공지를 이유로 하여 2008. 9. 29.자 거절결정을 하였다. 출원인은 특허심판원에서 거절결정을 다투었으나, 특허심판원은 2009년 11월 27일 2008원11430 결정에서 신청인의 거절결정불복심판 청구를 기각하였다. Ⅱ. 대법원의 판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신규성 의제를 인정하는 특허법 제30조 규정은 반드시 출원당시에 신규성의제규정을 주장하는 취지의 서면기재를 하지 않더라도 6개월의 유예기간 내에만 주장하면 원용할 수 있다고 본 특허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여 다시 특허법원에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특허법 제30조 제2항 규정의 내용 및 취지, 특허법 제30조에서 정하는 공지 예외 적용의 주장은 출원과는 별개의 절차이므로 특허출원서에 그 취지의 기재가 없으면 그 주장이 없는 통상의 출원에 해당하고 따라서 그 주장에 관한 절차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하여서 출원 후 그에 관한 보정은 허용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특허법 제30조 제1항 제1호의 자기공지 예외 규정에 해당한다는 취지가 특허출원서에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채 출원된 경우에는 자기공지 예외 규정의 효과를 받을 수 없는 것이고, 같은 조 제2항 전단에 규정된 절차를 아예 이행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절차의 보정에 의하여 위 제1호의 적용을 받게 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Ⅲ. 평석 1. 신규성 의제 발명자가 스스로 자신이 발명한 기술을 공지한 경우에도 자기공지로서 신규성을 인정받을 수 없어 특허로 등록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은 일정한 경우에는 우리나라나 일본과 같이 6개월 또는 미국과 같이 1년의 유예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내에 특허출원이 이루어지면 그러한 경우에는 신규성을 상실하지 않은 것으로 의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강학상 신규성 의제 규정이라고 부른다. 특허법원은 "특허법 제30조 제1항에서 시험, 간행물에의 발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기통신회선을 통한 발표, 산업자원부령이 정하는 학술단체에서의 서면발표, 박람회 출품 등으로 인한 발명의 공개에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인정한 취지는 그와 같은 방식의 공개에 관하여는 일정한 절차적 요건하에 신규성을 인정하여 특허로 보호함으로써 산업기술의 개발을 용이하게 하고 그로 인한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일반 공중의 신뢰를 보호하고 예측가능성을 담보하자는 데 있다. 따라서 박람회 출품의 경우 공지의 예외에 해당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박람회 출품행위 및 그와 밀접불가분한 행위에 한정될 뿐, 박람회 출품과 직접적인 관련 없이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이루어진 상업적 판매행위에까지 공지의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제30조 제1항의 규정취지를 적절히 설시하고 있다.(특허법원 2009.10.16. 선고 2009허351 판결) 2006년 특허법 개정전에는 신규성 상실 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었으나, 2006년 개정법은 특허출원인의 자유로운 연구결과 공개를 촉진하여 연구활동의 활성화 및 기술축적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자기의 의사에 따라서 또는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특허출원 전 6월 이내에 특허출원인이 행한 모든 공개행위를 예외규정의 적용대상이 되도록 개정하였다. 2. 자기공지 예외규정 적용취지 기재 누락의 출원후 보정 허용여부 (1) 대법원의 논리 대법원은 공지 예외 적용 주장의 경우 특허출원절차에 법령상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출원인의 이익을 위해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존재하는 제도이며, 이미 신규성이 상실되었지만 법이 정하는 절차적·실체적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공지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므로 출원인으로서는 이러한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법에 정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제30조 제1항 제1호의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제30조 제2항에 따라서 출원당시에 신규성 의제를 원용하려는 취지의 기재를 하여야 한다고 해석을 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법문상 요구되고 있는 절차를 전혀 이행한 바 없는 출원인에게 '절차'적인 규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절차 보정'을 허용하는 것은 법문에도 반하고 절차 보정 제도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아무런 절차도 행해지지 않은 경우에는 보정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절차의 보정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특허법 제30조를 근거로 신규성 상실의 예외 규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출원 시 그 취지를 기재 서면을 제출하거나 또는 특허출원서에 그 취지를 기재하여야 하며, 출원서의 특이사항의 보정에 의해 그 취지 기재는 추가할 수 없다. (2) 검토 비록 절차적으로 공지예외를 원용하려는 취지의 기재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6개월 이내의 기간이기만 하면 이는 법률이 실체적인 형량 판단을 통하여 논문 등에 의한 공개에 의한 이익과 조속한 출원을 통한 권리화에 의한 이익간의 균형을 도모하려고 하는 취지를 감안하면, 6개월의 기간 이내에는 보정을 하는 방식으로 허용하는 것이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는 특허법원의 태도가 타당하다고 본다. 대법원은 특허청의 심사관행의 근거가 되는 제30조 제2항의 문언상 출원시에 취지기재를 하여 특허청에 알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특허청의 행정상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함에 취지가 있는 것으로 사후적으로 보정을 허용하였다고 하여 권리상실의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발명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해석이 아닌가 한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에는 사실관계에서 많은 경우와 같이 대리인을 통하여 이루어진 경우로서, 물론 대리인이 서류를 누락하고 서류를 제출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안으로 보이는 바, 이는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대리인과 출원인간의 내부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보정을 불허함으로서 출원인은 대리인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권리상실로 인하여 원래 취득하고자 하였던 권리는 궁극적으로 취득할 수 없게 된다. 출원대리인의 실수로 특허법 제30조 제1항 제1호 규정의 적용을 받고자 한다는 취지의 기재를 출원서에 누락한 채 특허출원서를 제출하였다고 하여 권리상실이라는 효과는 부여하는 것의 출원인의 잘못의 크기와 그로 인한 효과의 크기가 부합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공지 예외 적용대상 출원을 하기 위해서는 6월 이내에 특허출원해야한다는 '6월 이내의 기간'이 아니라, 그 규정을 적용받고자 할 경우, 그 취지를 '특허출원시 동시에' 기재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의 타당성을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언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허법원에서는 "자기공지 행위일로부터 6개월 내에는 공지 예외 효력을 부여하도록 한 이상 누락되어 6개월 기간 내에 보정하더라도 제3자의 권리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라고 했듯이 가능하다면 특허법 제30조 제2항의 공지 예외 적용대상 출원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제출 가능 기간인 특허 출원일로부터 30일 이내에는 자기공지 예외 규정의 취지 기재를 출원 이후 보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30조 제1항의 신규성의제의 입법취지에는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보인다. 3. 본 조항의 개정 특허법 제30조의 6월의 유예기간은 우리나라와 미국간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의 체결 및 발효로 인하여 각 당사국은 공지행위가 특허출원인으로부터 기인하여 실시 또는 승인된 경우, 공지행위가 당사국 영역에서 출원일 이전 12월 이내에 발생한 경우와 같은 공지행위에 대해서는, 발명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 여부를 결정하는 선행기술 정보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였고, 2011년 12월 2일 위 자유무력협정의 이행입법으로 특허법이 개정되면서, 공지예외 적용기간이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되었다. 또 이와 별도로 특허청은 2011년 7월 있었던 특허법 개정 공청회에서 제30조 제2항을 개정하여, "제1항 제1호를 적용받으려는 자는 특허출원 시까지 특허출원서에 그 취지를 적어 특허청장에게 제출하고 제1항제1호에 해당함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특허출원일부터 30일 이내에 특허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개정함으로써 특허청의 심사실무를 입법으로 반영하여 특허법원과 같은 해석의 취지를 없애는 방향의 개정을 할 예정이다.
2012-03-19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법리
Ⅰ. 들어가며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사전수뢰죄로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199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기각하였다. 필자가 검토한 결과 사전수뢰죄에 대한 판례는 그 사례가 매우 적을 뿐더러, 현실에서 주로 나타나는 '묵시적 청탁'과 관련된 사례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던 바, 그러한 이유로 시일이 많이 경과하였음에도 위 판결이 법원 결정의 근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판결을 확인한 결과 법이론의 측면 뿐만 아니라 실무상 형평의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어 이하에서는 이를 검토해 보도록 한다. Ⅱ. 사안 피고인은 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직을 사임하였고, 자치단체장 선거일 며칠 전 B회사의 A사장으로 부터 민원과 관련한 현안에 대하여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조로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받았다. 그 후 당선이 되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하였다. 이와 같은 사안을 형법 제129조 제2항에 규정된 사전수뢰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당시 B그룹의 A가 조성한 비자금은 수십억원에 이르렀는데, 검찰은 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여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중 정치인들 30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다음 그 중 일부 정치인들을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하였고, 8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그들이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 선거자금 내지 후원금인 것으로 보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검찰은 피고인을 자치단체장에 취임하기 직전 2억원을 받은 사실로 인한 사전수뢰죄 혐의로 불구속기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1심 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 제30형사부는 1997. 12. 29. 사전수뢰죄는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청탁과 승낙이 있어야만 성립한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받은 2억원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의 대가로 전달된 청탁금 또는 정치자금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은 항소, 상고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에서 모두 항소기각, 상고기각되었다. Ⅲ. 판결요지 및 쟁점 사전수뢰죄에서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청탁'의 구체성과 특정성의 요부 및 그 정도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그 법리에 대하여 명확한 구체적 설시를 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원심이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구체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여 원심(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98노193호 판결도 구체적인 사전수뢰죄의 청탁의 구체성에 대한 법리 설시 없이 1심인 서울지방법원 97고합436호 판결의 취지를 인용하였다)과 1심의 사전수뢰죄에 대한 법리를 그대로 수긍하였는바, 아래에서는 사전수뢰죄에서의 '청탁'의 해석론을 구체적으로 밝힌 1심 판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Ⅳ. 평석 1. 1심 판결의 요지 이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청탁을 받고'라는 구성요건을 강조하면서 범죄성립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부탁과 그에 대한 승낙"이 있을 것을 요하고, 청탁과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나,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사전수뢰죄의 '청탁'에 대한 해석 일반 1) 학설의 일반적인 설명 이에 대하여 학설은 『청탁이라 함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행위를 할 것을 의뢰하는 것을 말하며, 「청탁을 받고」란 그러한 의뢰에 응할 것을 수락하는 일체의 행위사정을 말한다. 부정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정당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묻지 않으며, 청탁과 약속이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이 경우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김일수, 서보학, 박상기, 정성근, 박광민). 원래 형법전에 「청탁을 받고」라는 용어가 나타난 것은 구 형법이 「전항의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라 하여 그 죄책을 무겁게 규정한 데서 비롯되었으나 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의 유무는 죄책의 경중에 대한 표준이 되지 못하고 오직 그 직무와 그에 대한 대가관계의 유무를 결정하는 하나의 표준이 되는데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하여 왔는데, 현행법이 일본 형법 가안의 영향을 받아 단순수뢰죄의 경우는 이를 삭제하고 본죄에 있어서는 행위의 주체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이므로 뇌물과 직무와의 관계가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보아 청탁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한 것이다』고 하여 직무행위가 특정될 필요는 없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으로 족하다고 설명한다. 2) 일본 학설 및 판례의 태도 일본 형법은 제197조 제1항 전단에서 '단순수뢰죄'를, 같은 항 후단에서 "이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단순수뢰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인 이른바 '수탁수뢰죄'를,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무원 또는 중재인으로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공무원이 된 경우"라고 하여 '사전수뢰죄'를 각각 규정하고, 그 '청탁'의 의미를 '수탁수뢰죄'와 '사전수뢰죄'에서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는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위 규정에 대하여 일본의 학설 및 판례는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뇌물의 공여 자체에 따라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가 보여지면 족하다"고 하고, "청탁은 반드시 뇌물공여 사전에 명시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뇌물공여하는 것 자체에 의하여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를 표시하는 것도 청탁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다만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행위가 어느 정도 구체성을 갖는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하면서, 이는 '수탁수뢰' 가중처벌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결국 일본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이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다는 것 그리고 직무행위는 어느 정도만 구체성을 띠면 충분하다는 것은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논리라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그러나 위 1심 판결은 "청탁과 승낙은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공무원의 직에 취임한 후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은 여기에서의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서 일반적인 학설, 일본의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는 해석을 근거 없이 배척하고, '청탁'의 해석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에 대한 배임수재죄의 해석을 끌어들였는데, 국가적 법익죄의 해석에 개인적 법익죄의 해석론을 차용하는 것은 전체 형사법체계에 비추어 맞지 않고,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뇌물죄의 청탁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면 같은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해석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 뇌물죄에서의 다른 대법원 판례와의 비교 오히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요하는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에 대하여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도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표시라도 무방하며,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하였을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대판 2004도1632호)고 판시하고 있다. 위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인 서울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면서 ① 공여자와 C가 처음 만나게 된 것이 관광지구 신청이 이루어질 무렵인 점(1995. 6.경 선거 무렵), ② C는 도지사로서 관광지구 지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③ 불과 1년전에 관광지구에서 제외된 부동산이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④ 인근 부동산에 관광지구로 신청된 것 중 공여자의 토지만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등을 비추어 C에게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함이 합리적이라고 하여 "관광지구 지정"이라는 직무행위에 대한 '명시적'이고,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이 부분에 상고하였지만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다. 위와 같이 국가적 법익죄인 제3자뇌물수수죄에서의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도 '묵시적'이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을 갖는 직무행위라면 그 청탁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인데, 사전수뢰죄에서만 이를 달리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인 1심 판결의 사전수뢰죄의 법리해석은 이렇듯 그 이후에 다수 축적된 '청탁'의 법리와 모순을 보이고 있다. 2) 지방자치단체 長인 시장의 직무행위의 포괄성 :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의 필요성 또한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경우에는 그 직무권한이 포괄적이어서 달리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직무'와 '뇌물' 사이의 대가관계는 반드시 개개 직무행위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성립할 필요는 없으며, 관련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것인 한 일반적·포괄적인 것이라도 상관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김일수, 정성근, 진계호 등)이다. 이러한 해석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소위 '포괄적 직무관련성'(내지 포괄적 대가관계)에 대한 법리를 확립하였는데, 이는 대법원이 소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대법원 96도3376호 판결)에서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가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판시한 사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이는 대통령의 업무가 국정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막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통령의 지위를 정확하게 반영한 취지라고 할 것이고 대법원은 국회의원에게도 위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대법원 97도2609호 판결)하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포괄적, 광범위한 직무권한에 기초한 '포괄적 직무관련성'의 법리는 행정권에 대한 견제기능이 주권한이 되는 국회의원보다는 관할구역 내에서 대통령 못지 아니한 포괄적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 학설의 태도이고, 위 견해 역시 평석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취지는 ① 사전수뢰죄와 일반수뢰죄가 다를 것이 없는 점, ② 관할구역에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직무권한을 가진 단체장에게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을 포기하고, '갑자기' 구체적 직무관련성을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점, ③ 부산제강소의 현안문제를 잘 처리해달라는 것이 어찌 구체적 청탁이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점 등인데, 마지막에서 제시한 것은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특히 두 번째 지적사항은 관할구역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및 그동안의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한 포괄적 뇌물죄 법리에 비추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3) 형평성의 문제 또한 이 사건과 같이 당선개연성이 매우 높은 차기 시장에게 직무행위에 대한 엄밀한 구체성, 특정성을 요구하면, 퇴임을 앞두고 있어 실질적 권한 없는 현직 시장이 금원을 수수한 경우보다 처벌가치가 훨씬 큼에도, 현직 시장은 직무관련성만 인정되어도 처벌가능한 반면 차기 시장은 처벌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 사전수뢰죄에 대한 최초의 판단인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선례로서의 가치가 극히 낮아 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은 앞서 인용한 것처럼 서보학 교수가 지적하듯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법리적인 '청탁'의 해석에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학설의 견해,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 형법과의 비교,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직무권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뇌물죄에서 다른 대법원 판례가 견지하는 '청탁'에 대한 해석 등 어떤 것과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았을 뿐더러, 법원의 내부전산망에서조차 키워드 검색이 불가능한 관계로 그 동안 학계나 실무계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사전수뢰죄 법리의 정립을 위해서도 위 판례는 조만간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2-02-16
상수도체납요금 승계부과처분의 위법성
Ⅰ. 서설 수도시설을 사용하던 자가 수도요금을 체납한 상태에서 수도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건축물 등의 소유권이 변경되는 경우 수도사업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일반적으로 해당 건축물의 소유권을 신규로 취득한 당사자에게 전 소유자가 체납한 수도요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단수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수도체납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부인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수도사업의 실무에서는 바뀐 조례규정을 전제로 지속적으로 체납요금 납무의무의 승계를 인정하여 수도요금부과처분을 하여왔는데 지방자치법은 제22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안의 경우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라는 주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규정에 위법성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Ⅱ.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및 쟁점사항(본 판결은 피고인 부천시가 상고를 포기하여 확정되었다.) 가. 부천시장이 '타이거월드' 부천체육문화센터를 을 회사로부터 매수한 갑 회사에 부천시 수도급수 조례 제24조 제2항을 근거로 기존 수도사용자 을 회사가 체납한 상하수도요금을 부과한데 대해 갑회사가 상하수도요금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부천시 수도급수조례 제24조 제2항에서는 '급수설비에 관한 권리·의무가 변동되는 경우에는 신규 수도사용자와 기존 수도사용자는 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 다만, 경매 또는 공매처분에 따른 명의 변경 시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사안에서는 ①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은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와 수도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도 이것이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 납무의무를 승계하는 근거 규정이 될 수 있는지 여부, ②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이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을 승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은 법률에서 위임한 바가 없는 사항에 대해 신규 수도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거나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를 초과한 것으로서 무효의 규정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판결 요지 가.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이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와 수도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은 급수설비에 관한 권리·의무가 변동되는 경우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을 승계하고, 다만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정산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이를 수도요금 승계규정으로 볼 수 있다. 나. 수도법 제38조 제1항의 '그 밖의 수돗물의 공급조건에 관한 규정'이라 함은 신규 수도사용자가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장래 수도를 공급받기 위한 수도공급계약의 내용으로 되는 사항, 즉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수도사용자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방법, 이와 관련하여 신규 수도사용자가 수인하거나 부담하여야 할 요금 기타 사항을 말한다 할 것이고, 기존 수도사용자가 체납한 수도요금의 납부의무의 승계에 관한 사항은 기존 수도사용자의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채무를 신규 수도사용자가 인수하느냐 하는 문제로서 신규 수도사용자가 장래에 일반수도사업자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데 관한 사항은 아니며, 따라서 이러한 사항은 '그 밖의 수돗물의 공급조건에 관한 규정'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수돗물의 공급을 받지 않았던 신규 수도사용자가 기존 수도사용자의 체납 수도요금의 납부의무를 승계하도록 한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은 수도법 제38조 제1항의 '그 밖의 수돗물의 공급조건에 관한 규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이러한 수도조례 제24조 제2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Ⅲ. 평석 1. 수도요금의 납부의무자 수도법 제68조제1항에서는 "수돗물의 공급을 받은 자가 수돗물의 요금,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 또는 제71조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을 내지 아니하면 지방자치단체인 수도사업자는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수도요금의 납부의무자는 수익자인 수돗물의 공급을 받은 자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도법 제38조제1항에서는 "일반수도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돗물의 요금,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부담, 그 밖에 수돗물의 공급 조건에 관한 규정을 정하여 수돗물의 공급을 시작하기 전까지 인가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은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수도사업자가 지방자치단체이면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조례에 기한 변경 가능성을 인정하는 듯 한 규정을 두고 있다. 2. 과거 대법원의 판결 및 평석 대상 판결과의 조례 규정의 차이점 과거 대법원(대법원 1993. 5.11. 선고 92누17211)은 "수도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정된 서울특별시급수조례 제5조는 '급수장치는 그 설치된 건물 또는 토지의 처분에 부수하며 취득자는 이 조례에 의하여 그 취득 전에 발생된 의무에 대하여도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급수장치에 관한 권리의무의 승계에 관한 것으로서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것만으로 건물의 구소유자의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까지 신소유자에게 승계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 본 평석대상 판결 당시 부천시의 조례는 "급수설비에 관한 권리·의무가 변동되는 경우에는 신규 수도사용자와 기존 수도사용자는 요금을 정산하여야 한다. 다만, 경매 또는 공매처분에 따른 명의 변경 시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그 내용을 달리하고 있어 본 조례규정을 체납요금승계에 관한 근거규정으로 볼 수 있느냐 및 조례안의 위임입법한계일탈로 인한 무효사유의 존부가 문제된 것이다. 3. 본 판결의 의미 및 수도사업 실무 현재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에서 제정한 '표준급수조례' 제19조에 따라 부천시는 수도급수조례 제24조로 이와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고,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한 수도급수조례에는 동일한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본 수도급수조례는 과거 명시적으로 체납수도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인정했던 규정과는 상이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사실상 납부 의무의 승계 규정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충실을 위해 체납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인정해야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본 수도계약의 주체가 수도사업자와 기존 수도사업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불과함에도 법률상의 근거 없이 채무의 승계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입법체계상의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본 판결은 본 조례규정의 위법성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도급수조례는 크게 3가지의 규정 형태를 취하고 있다. 첫째로 과거 대법원에서 판시한 서울특별시급수조례 제5조와 같은 '의무 승계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 둘째로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에서 제정한 '표준수도급수조례' 제19조를 따른 부천시 수도급수조례 제24조와 같은 '당사자 사이의 정산 의무'를 규정한 경우,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규정을 아예 삭제한 경우이다. 이에 따라 수도사업 실무는 '의무 승계 규정'과 '당사자 사이의 정산 의무'에 관한 규정을 둔 경우는 체납요금 납부의무의 승계를 인정하고 있고, 위와 같은 규정을 삭제한 경우에는 위 의무의 승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수도사업의 실무형태가 다양한데는 수도법 제38조제1항에서 수돗물의 요금, 급수설비에 관한 공사의 비용부담, 그 밖에 수돗물의 공급 조건에 관한 규정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데 그 근본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매 및 공매에 기한 명의변경시에는 현재 실무상으로도 체납요금 납부의무 승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경매에 기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전소유자가 연체한 관리비의 납부를 거부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2001. 9. 20. 선고 2001다8677에서 '아파트의 관리규약에서 체납관리비 채권 전체에 대하여 입주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집합건물의 전 입주자가 체납한 관리비는 그 특별승계인에게 전유부분에 대한 체납관리비는 승계되지 아니하고 공용부분에 한하여만 승계된다'는 판결을 하고 있는데 이 취지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Ⅳ. 결론 본 판례는 지방자치법 제22조의 규정에 따라 부천시수도급수조례 제24조의 효력이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 사실 본 판례 이전에도 대법원 1992.12.24. 선고 92다16669 판결과 대법원 1993. 5.11. 선고 92누17211 판결로서 위와 같은 수도급수조례의 효력이 부인된 바 있으나 본 판결들의 취지가 수도사업의 실무에 반영되지 않아 계속해서 법률적인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환경부에서는 표준급수조례를 개정하여 제19조 '당사자 사이의 정산의무' 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표준안에 불과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력이 없어 사안의 같은 분쟁의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대법원에 의해 위법성이 확인된 서울특별시급수조례 제5조와 같은 '의무 승계 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아직도 상당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와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소관 중앙행정기관인 환경부 및 행정안전부의 이에 대한 엄격한 지침의 작성 및 각 지방자치단체로의 시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2012-02-09
금지금을 이용한 사기사건의 올바른 처리
1. 변칙적인 금지금 거래의 일반적 형태 서울행정법원 2008.8.19. 선고 2006구합39864의 판결문을 인용한다. 가)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수출하는 재화의 공급에 대하여는 영세율이 적용된다. 그리고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2002. 12. 30. 대통령령 제17827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사업자가 구매확인서에 의하여 공급하는 재화도 '수출하는 재화'에 포함되고, 금지금도 그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에, 금세공업자 등이 수출관련서류를 근거로 외국환은행장으로부터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지금 도매업자로부터 금지금을 공급받는 경우에도 부가가치세 영세율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으며, 구 조세특례제한법(2002. 12. 11. 법률 제6762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된 것) 제106조의3과 같은 법 시행령(2002. 12. 30. 대통령령 제17829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된 것) 제106조의3에 의하면, 금지금 도매업자 및 금지금 제련업자가 면세금지금 거래추천자의 면세추천을 받은 금세공업자 등에게 공급하는 금지금과 금세공업자 등이 면세금지금 수입추천자로부터 면세수입추천을 받아 수입하는 금지금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나) 위와 같은 부가가치세 영세율 또는 면세 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을 수입한 후 이를 여러 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영세율 또는 면세로 유통시키다가 이른바 '폭탄업체'(경제적 능력이 없고 단지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로서, 조세부담을 안고 폐업한다고 하여 '폭탄업체'라고 불린다)에 이르러 과세금으로 전환시키고, 다시 여러 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과세로 유통시키다가 수출하면서, '폭탄업체'는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고, 수출업체는 납부되지도 않은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형태의 이른바 '폭탄영업'이 2002.경부터 특히 서울 종로구 소재 귀금속업체들 사이에서 만연하였는바, 부가가치세 면세제도하에서 이루어진 '폭탄영업'의 형태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다. ⑴ 외관상으로는 금지금이 '외국업체 → 수입업체 → 면세 도매업체 → … → 면세 도매업체 → 폭탄업체 → 과세 도매업체 → … → 과세 도매업체 → 수출업체 → 외국업체'의 단계를 거쳐 유통되고, 그 거래대금은 수출업체에서부터 수입업체에 이르기까지 역방향으로 순차 지급되나, 특히 과세 도매업체들은 특정인 또는 특정업체의 지시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만 할 뿐, 실제로 금지금의 거래나 운송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⑵ '폭탄업체'는 금지금을 면세금으로 매입하여 과세금으로 판매한 다음, 단기간 내에 이익금을 전액 인출·은닉하고 폐업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탈한다. '폭탄업체'는 매입가액보다 낮은 공급가액으로 금지금을 판매하지만,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액을 더한 공급대가는 매입가액보다 높고,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대가와 매입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된다. 한편, '폭탄업체'가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는 그 이후 각 단계의 업체가 직전 단계 업체로부터 교부받은 세금계산서를 이용하여 매입세액을 공제받는 방법으로 순차적으로 전가되다가, 결국 수출업체가 금지금을 수출한 후 영세율의 적용에 따라 국가로부터 환급받는바, 그 환급액 중 '폭탄업체'가 납부하지 않은 부가가치세액에 상당한 부분이 '폭탄영업'에 의한 이익의 궁극적인 원천이 된다. 그 이익은 '폭탄영업'에 관여한 국내업체들에게는 각 거래단계에서의 마진(margin)의 형태로 분배되거나, '폭탄업체'의 이익금 중 일정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관여업체에게 별도로 지급하는 이른바 백 마진(back margin)의 형태로 분배되고, '폭탄영업'에 관여한 외국업체에게도 수입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액(국내업체를 기준으로 하면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낮게 된다) 형태로 분배된다. ⑶ '폭탄영업'에 있어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통상 단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물량의 금지금을 유통시키는바,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관여업체들 사이의 분쟁이나 대금유실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① 대부분 동일한 전주(전주 : 폭탄영업망의 외부에서 최초에 금지금의 수입자금을 준비하는 자를 일컫는다)가 수출업체와 수입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고, ② 전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신뢰하는 업체를 '폭탄업체'와 직접 거래하도록 배치하며, ③ 전주가 각 거래단계마다 거래물량, 단가 및 마진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④ 수입업체부터 수출업체까지의 일련의 거래가 대부분 하루 또는 수일 이내의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며, ⑤ 금지금 실물이 거래단계를 건너뛰어 수출업체로 곧바로 운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설령 각 거래단계마다 운송되더라도 이는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기 위한 형식적인 운송에 불과하다). 다)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조세포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2004. 12. 31. 법률 제7322호로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관할세무서장이 부가가치세 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금지금 도매업자 등 및 금세공업자 등에 대하여 담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납세담보제도가 신설되어(제106조의3 제11항) 2005. 4. 1.부터 시행되었는데, 2004년도에는 금지금 수입량 268톤, 수출량 233톤이었던 것이, 위 납세담보제도가 시행된 2005년도에는 수입량 56톤, 수출량 19톤으로 급감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폭탄업체는 조세포탈범이지만(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 수출업체의 환급행위는 조세포탈행위가 아니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5577 판결 등). 폭탄업체와 과세도매업체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정당한 세금계산서이고(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두13466 판결 등) 과세도매업체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대법원 2011. 2. 24. 선고 2009두22317 판결 등) 수출업체의 환급신청은 신의성실원칙에 반하여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9두13474 전원합의체 판결). 3. 금지금 순환이 사업상의 거래인가?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을 사업상 공급하는 경우에 과세된다.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사업상 독립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함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 반복적인 의사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풀이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4.12.26. 선고 84누629 판결). 금지금 순환은 조직적으로 수행되었다. 한 조직이 수행하거나, 실질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여러 조직이 조직 간 금이 거래되는 외형을 만들어 협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지금을 순환시킨 조직의 유일한 목표는 부정환급이다. 금지금 순환을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없다. 오히려 운반 수출입 등의 비용이 발생할 뿐이다.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가 전혀 없었다. 타인과의 거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범죄조직 혼자 여러 명의상 사업자들을 만들고 그 사이에서 거래가 있는 것처럼 세금계산서와 금지금만 오고간 것이다. 단지 국가에 사기 치기 위해 사업의 외형을 조작했을 뿐이다. 4. 올바른 처리 사업활동이 없었다. 사업활동이 없었으므로 부가가치세와는 무관하다. 금지금 순환 조직은 조세범이 아니다. 금지금 순환은 사업활동을 가장하여 조세 환급 명목으로 국가에 사기 친 사기행위일 뿐이다. 사기행위의 주된 실행행위는 수출업체가 부가가치세 환급을 신청하여 환급을 받아가는 행위이다. 폭탄업체 수입업체 기타 중간 거래업체들의 행위는 수출업체가 부정환급을 받아가도록 보조하는 행위이다. 이들 모든 행위가 조직적으로 행해졌으므로 조직 가담자 모두를 사기죄의 정범으로 처벌해야 했다. 사업활동으로 보지 않는 경우 범죄조직이 납부할 조세는 없지만, 범죄조직이 납부한 부가가치세나 법인세는 사기 치는 수단이었으므로 추징대상으로서 범죄조직에 환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5. 결 위 인용된 판결문에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은 범죄조직의 조직적 사기행위라는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조직이 외형으로만 만든 거래행위의 사업성을 검토하지도 않고 기정사실로 인정하여 수많은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물론 국세청과 검찰청이 조직적 사기행위로 고발·기소하지 않은 잘못도 크다. 그렇다고 법원의 오류가 용서될 수는 없다. 법원은 우리사회 최고이며 최후의 현자이기 때문이다. 법원이라도 공소장 변경 요구를 통해 악질적 범죄조직에 응분의 처벌을 가했어야 했다. 범죄조직의 가장 하부에 있는 폭탄업체만 조세범으로 처벌하고 나머지 모두를 범죄혐의에서 해방시킨 국세청 검찰청 법원의 처리는 무능 자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세청과 검찰청은 익숙한 자료상 처벌논리 즉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적용하려 하였다. 자료상은 탈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자료상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탈세 수요자들에게 가공거래사실을 만들어 준다. 자료상은 가공거래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즉 국세청 전산분석에서 (세금)계산서 불부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허위 (세금)계산서에 부합하는 자료상 자신의 세무신고를 한다. 자료상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허위임이 분명하다. 자료상이 제공하는 탈세 서비스와 (세금)계산서에 표시된 거래내용은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지금 사기조직 내에서의 가장거래는 대금과 금지금이 실제로 이전된다. 가장거래의 사업성을 인정하는 경우 조직 내부에서 수수된 세금계산서가 허위라고 단언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법원은 이를 정당한 세금계산서라 판단하였다. 이들 조직의 세금계산서를 정당한 세금계산서로 본다면 포탈범도 없고 환급도 정당하다. 결과의 부당함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은 포탈범죄자로 판정되는 자를 찾다찾다,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체납범에 불과한 폭탄업체를 포탈범으로 만들었고, 수출업체로의 환급을 방지하기 위해선 비상수단인 신의성실원칙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범죄 유형이 나타나면 차분하게 검토하여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차분하게 부가가치세법 적용의 기본전제인 사업성 여부를 먼저 검토했다면 범죄조직원 모두를 적절히 처벌할 수 있었고, 옹색한 환급거부논리를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국세청, 검찰청, 법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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