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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명보험계약의 통지의무
【사실】 “이○○이 피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현대해상’이라고 한다)와 원심 판시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된 청약서에는 다른 보험계약사항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 이○○이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계약이 기망에 의한 계약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보험계약은 그 계약기간이 장기간(3년 내지 20년)이며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계약기간 내지 상당기간이 경과하면 보험수익자가 상당한 금액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저축적 성격을 가진 보험계약도 다수 있었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숫자가 많고 보험료와 보험금이 다액(多額)이며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경위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러나 “이○○이 자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원고의 보험금지급청구에 대하여, 피고 현대해상은 사회질서위반 또는 신의칙위반, 기망, 자살, 고지의무 위반, 안전벨트 미착용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판지】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전부 배척하였는데, 특히 고지의무위반 주장에 대하여“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27971 판결, 2001. 2. 13. 선고 99다13737 판결 등 참조). 한편, 보험자가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를 청약서에 기재하여 질문하였다면 이는 그러한 사정을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자료로 삼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보험자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하여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그러한 사항에 관한 고지의무의 존재와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에 관하여 이를 알고도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하여,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이 피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현대해상’이라고 한다)와 원심 판시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된 청약서에는 다른 보험계약사항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 이○○이 이를 기재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나아가 이○○이 위와 같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피고 현대해상에게 다른 보험계약의 체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으므로 피고 현대해상은 그와 같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평석】 1. 緖論 : 약관에 규정된 다른 보험계약 통지의무 위반의 효과에 관하여 보험에 대한 기본적 관점의 차이로 견해가 대립되어 있는데, 대법원은 손해보험에 관하여 2000.1.28 선고 99다50712 판결[채무부존재확인]에서 “단지 통지의무를 게을리 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사기로 인한 중복보험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데 이어(拙稿, 重複保險 通知義務, 쥬리스트, 제382호 2002년7월호 ; 拙著, 判例演習 保險法, 三宇社 2002, 51면 참조), 본 판결에서는 인보험에 관하여도 다른 보험계약 통지의무 위반도 고지의무 위반이 될 수 있으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알리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으므로 피고는 그와 같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다음에 다른 보험계약통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2. 問題點 : 상법은 제672조 제2항에서 “동일한 보험계약의 목적과 동일한 사고에 관하여 수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는 각 보험자에 대하여 각 보험계약의 내용을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는데, 이 규정은 그 위치로 보나 초과중복보험의 체결을 방지하려는 입법취지로 보나 손해보험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상법은 인보험에 관하여는 이러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손해보험에 관해서도 이 통지의무는 초과중복보험 방지의 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그 위반에 대하여 제재를 규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보험실무에서는 본 사안에 있어서와 같이 인보험에 관해서도 약관으로 다른 계약을 통지할 의무를 부과할 뿐 아니라 그 위반에 대해서 고지의무 위반과 같은 해지권을 보험자에게 부여한다. 3. 大法院의 態度 (1) 이 약관의 효력에 관하여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보험자가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를 청약서에 기재하여 질문하였다면 이는 그러한 사정을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자료로 삼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 여부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약관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한편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한다. (3) ‘중요한 사항’의 기준에 관하여는 客觀說과 主觀說이 대립되어 있다. 주관설은 보험계약을 실제로 체결하는 것은 당해 보험자이므로 이 보험자가 위험측정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하여, 객관설은 이 주관설에 따를 때에는 상대방인 보험계약자가 고지할 사항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의의 손해를 볼 염려가 있으므로 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주관설은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려면 보험계약자 측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므로 이러한 불의의 손해를 볼 염려는 없다고 반박한다. 이 견해들 중에서 대법원은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객관설에 따르는 듯 하지만, 결론에서는 보험자가 청약서에 기재하여 질문함으로써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자료로 삼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하였다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하여, 이 두 학설 중 어느 쪽인지 이해하기에 혼란스러운 견해를 표명하였다. 4. 프랑스法의 立場 프랑스에서도 예전에는 1913년 화재보험 모범약관, 1930년 모범약관 등 보험실무에서 중복보험통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 적이 있었는데, 1941년 모범약관에서는 이러한 혼동은 사라지고, 1959년 모범약관에서 중복보험 통지의무가 다시 규정되었다. 인보험에 관하여 몽펠리에 항소법원이 1936.11.14. 판결에서 다른 보험계약을 통지하지 않았어도 성질상 보험사고의 위험에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전액의 지급을 명한 데 대하여, 프랑스 破棄院 민사부 1941.11.9. 판결은 보험사고의 가능성은 보험계약자가 보험에 가입하는 동기의 영향도 받으며 과다한 보험금액은 계약체결은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로 인한 경우도 있으므로 보험자는 보험사고의 위험을 파악하기 위하여 보험계약자가 다른 보험에 가입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보험계약자의 「주관적 위험」을 측정하기 위한 사실도 고지사항에 속한다면서 원심을 파기하였다. 그후 破棄院은 1991년에 5월14일 판결과 7월11일 판결에서 定額保險인 인보험에서 다른 보험계약을 통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을 무효로 하는 약관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1997년5월13일 판결에서 다른 계약통지의무를 규정한 약관의 효력은 중복보험에 관한 보험법 제L.121조의4(우리나라 상법 제672조 제2항)의 문제가 아니라 고지의무에 관한 제L.113조의8(우리나라 상법 제651조)에 의하여 유효라고 판시하여 1941년 판결의 입장으로 돌아왔다. 학설도 대체로 이에 찬성한다(Jean-Luc Aubert, Dalloz 1997, J 351 ; Picard/Besson, Les Assurances Terrestres en Droit Fran ais, tome I, Le Contrat d’Assurance, 3。 d., LGDG 1970, n。72 p.121). 5. 結語 1) 우리나라 대법원이나 프랑스 破棄院은 모두 인보험에 있어서도 약관에 규정된 다른 보험계약 통지의무를 법률이 규정한 고지의무에 속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고지의무는 원래 보험계약자 측이 보험자의 질문을 받지 않았더라도 자발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上告審은 약관에 이 통지의무위반으로 인한 해지 또는 무효에 관한 규정이 없었어도, 상법에도 규정이 없는 인보험에 관하여, 통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일한 제재를 하였을까. 2) 주의할 것은 프랑스에서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와의 사이에 因果關係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았으면 이유가 어떠하든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의 혜택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詐欺로 인한 경우에는 계약은 무효이면서 보험료는 보험자에게 귀속하고, 詐欺가 없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감액한다(보험법 제113조의8). 그래서 보험사고와 인과관계가 없고 따라서 보험료에 영향이 없는 「주관적 위험」에 관한 사유의 고지의무를 선의로 (즉, 詐欺의 입증 없이) 위반한 경우에 보험금 감액비율에 대하여 고심하고 있다(Berr/Groutel, Les Grands Arr ts du Droit de l’Assurance, ditions Sirey 1978, p.101). 그러나 우리나라 상법은 보험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객관적 위험」사유의 고지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보험자의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제655조 단서). 그러므로 다른 생명보험계약 통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상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상법의 입장에 맞지 않는다. 3)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보험계약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청구를 인용하였다. 본 판결에서 보험계약자가 스스로 체결한 다른 보험계약의 존재를 몰랐다든지 보험계약 청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일반화된 통지의무를 몰랐고 중대할 과실도 없다고 인정한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대법원은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는데 대하여 주저하는 것일까.
2002-07-08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사건 개요] 1996년 5월 19일 원고는 피고가 소유하는 3층 건물의 1층 방 2칸을 보증금 20,000,000원, 월차임 400,000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그 임대 목적물인 방 2칸은 반 지하로서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지도 않고 주위 담장이 낮을 뿐만 아니라 대문도 없이 바로 길에 연하여 절도범이 쉽게 침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996년 6월 15일 새벽 4시에서 5시 50분 사이에 임차인(원고)이 거주하고 있는 방에 절도범이 침입하여 10만원권 자기앞 수표 7매 등 도합 2,000,000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하였다. 또한 임차인이 거주하는 임대 목적물인 방에 대한 차면시설이 불량하여 지나가는 행인들이 수시로 임차인과 임차인의 딸들이 거주하고 있는 방안을 들여다 보곤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는 등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 만료 전부터 수 차례 임대인(피고)에게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없음을 통고한 바 있다. 그러나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계약금 정도의 금원만 제공하면서 방을 비워 주면 그 후에 나머지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임차인은 소액의 금원만 지급받고 방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보증금 전액을 회수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증금 전액을 다 받을 때까지 임대 목적물인 방에 거주하고 있던 중 1997년 11월 30일 또 다시 절도범이 침입하여 수표와 현금 등을 도난 당하였다. 임차인이 이와 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음에도 임대인은 여전히 임대 목적물에 대한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으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임대기간이 1998년 5월 19일 까지라고 주장하면서 보증금의 반환을 거부해왔다. 이에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보증금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원심 판결(서울지법 1999. 1. 14. 선고 98나42737) 요지] 피고(임대인)는 임대 목적물(방 2칸)을 원고(임차인)에게 임대하면서 임대인으로서,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안전배려의무에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의 지배 영역하에 있는 임대목적물에서의 생활에 고통을 느끼고 이주를 원하는 원고에게 임대차계약 기간이 종료되지 아니하였음을 내세우면서 보증금의 반환을 거부하여 원고로 하여금 임대목적물에 강제적으로 거주하여야 하는 등으로 심적인 고통을 주었다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음이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러한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 수액은 금 5,000,000원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판결 요지: 원심 파기] 통상의 임대차관계에 있어서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함에 그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여 주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그 의무를 이행한 경우 임대목적물은 임차인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어 그 이후에는 임차인의 관리하에 임대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이루어지는 것인 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원심 판시와 같은 임차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Ⅰ. 본 판결의 문제점 본 판결의 주된 쟁점은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안전배려의무 또는 도난방지 등의 보호의무를 부담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즉, 임대차계약에 의한 임대인의 의무로서 임차인에 대한 보호의무도 인정되는 것인지, 인정된다면 그 내용과 한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임대인이 부담하게 되는 임대목적물의 사용·수익의무에는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거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의 임차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즉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가? 과연 임대인은 임대 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이 이를 사용·수익하도록 하면 그 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는가? 본 사안의 원심 판결은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호의무로서 도난 방지 의무를 인정하였으나, 본 연구의 대상판결인 대법원 판결(이하 본 판결이라고 한다)은 이를 배척하고 있다. Ⅱ. 임대인의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618조). 임대인이 부담하게 되는 이 의무는 임대차 관계의 가장 핵심적인 의무로서,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인용하는데 그치는 소극적인 의무가 아니라,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적극적인 의무이다(김상용, 채권각론(상), 358). 즉, 임차인에 의한 사용·수익을 가능하게 하는 임대인의 이러한 의무는 물적인 시설에 관한 것이 중심이 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임차인의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平野裕之, 契約法, 383).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첫째 임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여야 할 목적물 인도의무, 둘째, 임대차기간 동안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데 방해가 되는 제3자의 침해를 적극적으로 방지·제거하여야 할 방해제거의무, 셋째 임대 목적물을 임차인이 사용·수익하는데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할 수선의무(민법 제623조)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부가하여 임대인의 의무로서 임차인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1. 임대 목적물 인도의무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에서 약정된 사용 목적에 적합한 상태로 임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목적물 인도의무는 주물뿐만 아니라 종물에도 미친다. 그 밖에도 임대 목적물의 진입로를 확장하기로 한 경우나 주위 환경을 정비하기로 하는 등 목적물의 상태에 관한 특별한 합의가 이루어 진 경우에는 그러한 상태를 조성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이은영, 채권각론,306). 2.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 유지 및 방해제거의무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존속기간 중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적극적인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의무는 임대차가 유상계약이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당연한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상태가 임대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적합한 상태인가에 대한 판단은 임대차의 유형, 거래관습 또는 특약에 의한 임대차계약의 해석문제가 된다. 또한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동안 임차인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임대인 스스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하는 일을 해서는 아니 되며, 타인의 방해행위에 대하여는 그 방해상태를 제거해 줄 의무가 있다. 임대인의 방해제거의무는 임차인 스스로 방해제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물론 임차인이 점유보호청구권에 의하여 구제될 수 있는 경우에도 면책되지 않고 부과된다. 3. 수선의무 임대인이 부담하는「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라는 포괄적인 의무 가운데 주된 문제가 되는 것은 임대인의 수선의무라고 할 수 있다. 구민법에서는 「임대인은 임대물의 사용 및 수익에 필요한 수선을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구민법 제606조), 현행 민법은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라고 하여 포괄적인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임대인이 부담하게 될 수선의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 및 정도는 결국 임대차계약의 내용과 거래의 관행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판례는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테면, 임대 목적물인 방에 약간의 균열이 생기고 벽에 금이 간 정도의 파손상태는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있는 대규모의 것이라 할 수 없고, 임차인이 부담하는 통상의 임차물의 수선 및 보관, 관리의무에 속한다고 한다(대판 1989.9.26, 89도703). 그러나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인정되는 경우란, 임대 목적물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의 사용·수익이 불능으로 될 정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임대인의 이러한 수선의무는 특약으로 면제되거나 감경될 수 있다는 견해가 통설적 입장이지만, 이 특약은 신중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대수선에 이르는 부분까지 임대인의 의무를 면제시키는 특약은 결국 임차인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판례 역시 대규모의 수선은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대판 1994. 12. 9, 94다34692).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390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민법 제544조). 또한 임차인은 차임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 것이다. 4. 보호의무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데 큰 불편이 없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보증할 수 있는 내용으로서 임차인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생각컨대 계약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권리의무로서의 보호의무는 급부의무와 독립된 존재로서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채무자의 의무를 주된 급부와 부수적 급부로 구분하여, 부수적 의무의 내용으로서 신의칙상 보호의무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이와 동등한 내용으로서 적극적으로 보호의무를 인정할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그 근거는 민법 제2조 신의칙에서 구할 수 있다. 따라서 보호의무란 단지 채무이행과정에서 비롯되는 부수적인 의무라고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 상호간에 서로 상대방이 현유하는 생명·신체·소유권 기타 이익(안전성 이익)의 안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하여야 할 주의의무라고 해석하여, 채무자의 행위의무로서 독립된 보호의무로서 인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호의무를 규정할 때, 보호의무는 급부이익이나 계약목적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안전성 이익의 보호를 향하고 있다는 점 및 채무자 뿐만 아니라 채권자에게도 부과되는 내용이며, 계약이 무효가 되어도 일정기간 존속된다는 점 등에서 계약상의 다른 내용의 의무와 그 성질을 달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潮見佳男,債權總論,14). 특히 계약체결 준비단계에서부터 장래의 계약 당사자(future contractant) 또는 계약 후보자(candidat au contrat)라고 할 수 있는 당사자는 성실한 분위기에서 계약을 체결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私見에 따르면 이미 이 단계에서부터 신의칙상의 보호의무는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 보호의무는 채무자 뿐만 아니라 그 이행보조자에게도 인정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Ⅲ. 본 판결의 검토 먼저 결론부터 언급한다면,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 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이 이를 사용·수익하게 하는데 그치고, 더 나아가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여 주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본 판례의 논지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임차인 보호라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리 민법의 태도는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은 해석론으로서 그 미진한 부분을 보충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본 판례의 검토에 앞서 일반적으로 임대차계약에 관한 법규 및 판례의 기본적인 자세부터 살펴보면 다분히 임대인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려 한다는 취지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써, 민법상 규정된 임대인의 의무(제618조, 제623조, 제626조, 제567조, 제570조 등)에 비하여 임차인의 의무(제618조, 제374조, 제610조, 제624조, 제634조, 제654조, 제616조, 제615조 등) 내용이 두배 정도 부과되고 있다는 점을 비롯하여, 임대인이 임차목적물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확실하게 보장해 주면서, 임차인에게는 차임증감에 관한 권리 주장과 임대차 계약 종료시의 부속물 처리에 관한 보호 정도에 그치고 정작 중요한 임대차 계약 체결 후 임차인의 임대 목적물 사용에 관한 규정은 사용·수익이라는 지극히 포괄적인 내용만 두고 있을 뿐이며 보증금 반환에 대한 규정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입법상의 불비에 대한 판례의 태도 역시 임대인측에서의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음은 본 판례의 내용 이외에도 다수 발견된다. 앞에서 소개한 내용처럼 임대인에게 요구되는 수선의무의 인정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판례는 임차 건물이 원인불명의 화재로 소실되어 임차물 반환채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그 화재의 발생원인이 불명인 때에도 임차인이 그 책임을 면하려면 그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입증하여야 한다」하여 임차인에게 그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대판 1999.9.21, 99다36273). 이는 곧 임차인의 선관주의의무는 추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동등하게 법률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나 대립하는 두 당사자로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에는 사회정책상 임차인의 보호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유감스럽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러하지 않은 듯하며, 본 판례의 내용도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된 결론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사회정책적인 입장에서도 본 사건의 원고인 임차인과 그 딸들의 실질적인 보호를 도외시하고 임대임측의 형식적인 의무만을 강조하고 있는 본 판례의 판시 내용에는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둘째, 임대인에게 부과되고 있는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에 관한 내용의 해석론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임대인의 목적물 인도의무, 사용·수익케 할 의무 및 그 유지의무를 인정하고 있음은 앞에서 설명하였다. 그런데 이 규정을 문리 그대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에게는 「계약 존속 중」그러한 의무가 계속된다는 점에 주목을 요한다. 즉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체결 후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 할 수 있도록 인도함으로써 그 의무이행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임대인은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임대차기간 동안 임차인의 실질적인 사용·수익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즉 단순히 임대 목적물을 인도하여 임차인이 사용·수익하도록 하면 임대인의 의무는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수익의 보장, 예컨대 임차인의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의미에서의 사용·수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서는 절도범이 쉽게 침입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 또는 적절한 차면시설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임차인이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의무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채무자의 채무 내용으로서 주된 급부의무(본 사안에서는 임대 목적물의 인도의무) 이외에 독립된 의무로서 보호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사견에 따른다면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위와 같은 의무는 더욱 요구되는 내용이라고 할 것이며, 부수적인 의무로서도 그러한 임대인의 보호의무는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본 판례에서 밝히고 있는 판시 내용은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요컨대 민법 제623조가 규정하고 있는 임대인의 의무는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보장해줄 의무로서 보호의무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며, 또한 신의칙상 요구되는 독립된 의무(또는 부수의무)로서도 임대인은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본다.
2001-09-10
명의개서미필주주의 의결권행사
【사실】 “이 사건 주주총회 당일 10:00경 주주총회가 개최되었는데, 피고회사의 직원들과 시그마창투(시그마창업투자 주식회사)측 사이에 원고(대표이사)의 위 명의개서되지 아니한 주식 49,889주…에 대한 주주총회 참석자격을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언쟁이 있었으나 위 49,889주에 대하여는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으며, …원고의 의사진행에 따라 제1호 안건(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 승인의 건)과 제2호 안건(결손금처리계산서안 승인 및 회사 회생의 건)이 각 상정되자, 일부 주주들이 원고에게 회사 부실경영과 불분명한 지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등 주주들과 원고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면서 의사진행이 지연되기 시작하였으며, 원고는 제3호 안건(이사 및 감사 선임의 건)에 대하여 안건 철회를 요구하였으나 일부 참석자들의 반대로 안건 철회가 여의치 않게 되자,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피곤하다며 주주총회 연기를 선언하고 총회장을 떠나려 하였지만 일부 참석자들이 제지하는 바람에 총회장을 떠나지 못하였으며, 다시 다음 주주총회에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자고 주장하였으나 일부 참석자들의 반대로 결국 원고의 제3호 안건 철회안을 놓고 표결을 하게 되었는데, 1,161,465주의 주주들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 찬성하는 주주는 567,450주(48.8%), 반대하는 주주는 594,015주(51.2%)로 원고의 철회안은 부결되었고, 이에 일부 주주들이 이사 5명과 감사 1명의 선임을 요구하자 원고는 ‘…회의를 연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퇴장하였으나, 594,015주의 주주가 속회를 결의하여 임시의장으로 시그마창투의 대표이사인 김인선(현재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을 선출하고 회의를 진행하여 참석한 549,015주(발행주식 총수의 40.9%)의 주주 전원의 동의로 위 김인선 및 소외 오세윤, 박익환, 이규호, 주경섭을 이사로, 소외 이영직을 감사로 각 선임한 후 … 폐회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주주총회의 주주총회결의부존재확인을 청구하여 제소하였다. 【판지】 “상법 제337조 제1항의 규정은, 기명주식의 취득자가 주주명부상의 주주명의를 개서하지 아니하면 스스로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실질상의 주주를 회사측에서 주주로 인정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9. 10. 24. 선고 89다카14714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주주총회의 사회를 보던 피고 회사 총무과장이 주주총회 참석장을 소지하지 아니한 주주 유숙자의 주식 3만 주에 대한 주주총회 참석자격을 인정할 경우에는 원고의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49,889주도 같이 인정하여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시그마창투 측의 반대로 등록을 포기하여 결국 그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을 뿐이라고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은 정당하며,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 회사가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주식 49,889주에 대하여 원고를 주주로 인정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위 49,899주에 관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도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기각…” 【해설】 1. 본 판결에서 제기된 주주총회의 의사진행에 관한 여러 문제들 가운데 여기서는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에 의한 의결권행사의 가능성에 대하여 검토해보기로 한다. 본 사안에서 문제된 제3호 안건 철회안에 대하여 1,161,465주의 주주들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 찬성하는 주주는 567,450주(48,8%), 반대하는 주주는 594,015 (51.2%)주로 원고의 철회안이 부결되었는데, 원고의 명의개서 아니한 49,889주에 대하여 의결권행사가 허용되었으면 찬성하는 주주의 주식 수가 607,339주로서 반대하는 주주보다 다수였을 뻔했다. 그러므로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에 의한 의결권행사의 가능성”이 본 소송 승패의 한 계기가 되었다. 2. 상법 제337조 제1항은 “기명주식의 이전은 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株主名簿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회사에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식 양수인은 株主名簿에 명의개서 하기 전에는 會社에 대하여 주주권의 내용인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제369조), 신주인수권(제418조), 이익배당청구권(제462조), 대표소송제기권(제403조) 등의 행사를 주장할 수 없다. 3. 그러면 회사측에서는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양수인을 주주로 취급하여 의결권 등을 행사하게 할 수 있을까. ① 否定說은 독일의 통설에 따라 회사와 주주와의 관계를 주주명부의 기재에 의하여 획일적으로 확정해야 하므로, 회사도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양수인에게 주주권을 행사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데, 소수설이지만 상당히 유력하다[양승규/박길준, 상법요론 제4판 1997, 324면 ; 서정갑/이기남, 개정회사법, 1989, 281면 ; 김정호, 상법강의(상) 제2판, 2000, 489면 ; 최기원 신회사법논 제10대정판, 박영사 2000, 303면-304면 ; 강위두, 회사법 전정판, 형설출판사 2000은 株主名簿의 기재에 자격수여적효력과 면책적 효력을 인정하면서도(304면-305면 및 342면), 권리행사자를 주식양도당사자에게 맡겨 실질상의 주주가 名義改書를 할 때까지는 명의상의 주주를 권리행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부정설)는 견해이다(347면)]. ② 肯定說은 주주명부가 다수의 끊임없이 변하는 주주를 파악하려는 會社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임으로 주주명부의 기재에 면책력이 인정되지만 회사가 이 면책력을 포기하고 스스로의 책임 하에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양수인을 주주로 취급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풀이한다. 이 견해가 통설(정동윤, 회사법 제6판, 법문사 2000, 276면 ; 손주찬, 상법(상) 제10정증보판, 박영사 2000, 727면 ; 정찬형, 상법강의(상) 제3판, 박영사 2000, 669면 ; 채이식, 상법강의(상) 개정판, 박영사 1996, 111면)이며 판례(대판 1989.7.11, 89다카5345 ; 대판 1989.10.24, 89다카14714. 日本에서는 판례는 일관하여 긍정설이다 : 最判 昭30(1955).10.20.은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양수인에게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사안이다)이다. 부정설에 따른다면 원고의 청구는 당연히 배척되어야 할 것이다. 부정설은 이론상 양수인이 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법률관계는 회사와 무관하게 양도당사자간의 행위에 의하여 설정될 수 없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듯 하다. 그래서 주주명부의 명의개서를 양수인과 회사와의 입사계약이라고 풀이하고 당사자간의 계약에 의해서는 양수인은 명의개서청구권만을 취득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식의 귀속은 본래 당사자간에 결정할 문제이고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또는 판결에 의하여 이 결정이 내려졌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가 이에 반대할 이유도 이익도 없다. 그리고 주주명부는 누가 주주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회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이며 회사를 구속하는 취지는 없다. 정책적으로도 부정설은 독일에서 주식분할납입제 하에 미납입주식의 납입의무자를 확정하려는 요청과 한때 학설과 판례를 지배하던 자격수여설이 주주명부 기재에 추정력만 인정하고 면책력을 인정하지 않으므로써 주식양도계약이 무효로 인정된 주주명부상의 명의인이 참여한 주주총회 결의에는 하자가 있다고 인정되어 발생하는 법률관계의 혼란을 방지할 필요에서, 1965년 주식법 개정에서 제67조에 제3항을 신설하여 획일적 확정설을 입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주식분할납입제 하에서도 회사자본조달의 확보를 위하여 획일적 확정설을 지지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으며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주식분할납입제를 폐지한 법제에서는 이러한 정책적 이유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리고 면책력은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은 주주명부제도의 취지에서 당연히 인정되는 가장 기본적인 효력이므로 독일의 자격수여설처럼 법률관계의 혼란을 야기할 염려도 없다. 그러므로 긍정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이 면책력을 주권에 인정되는 추정력(자격수여적 효력)과 면책력이 주주명부에 반영·정착된 것이라고 보아 유가증권의 효력으로부터 주주명부의 효력을 도출하려는 학설이 유력하다(鈴木竹雄 ; 竹內昭夫 등). 그러므로 과거의 주권소지인의 신청에 의하여 등재된 주주명부를 현재의 주권소지인에 의하여 정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증권법리설은 명의개서가 일본에서 당초에는 주식양도절차의 일환을 이루었었는데, 점차 회사에 대한 대항요건으로 순화되어 드디어 무기명증권을 등록하는 제도로 변질했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는 듯 하다. 그러나 컴퓨터기술의 발달로 인한 非물질화·無券化·證券不發行의 추세에 비추어 보면 주주명부가 무기명증권을 등록하는 제도로 나타나는 것은 잠정적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주식의 양도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주주명부와 연결되어 처리되었고 주권의 유가증권성은 주식양도의 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발전한 것이므로, 주주명부의 효력을 주권의 유가증권적 효력으로부터 도출하려는 시도는 본말을 전도할 염려가 있지 않을까. 4.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가 회사의 대표이사인데도 그의 명의개서 하지 않은 주식에 대하여 회사가 의결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인정되었다. 그러나 회사는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양수인이 진정한 주주라고 인정하고 이를 쉽게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 양수인을 주주로 취급하여 주주권을 행사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행사시켜야 할 의무도 있지 않을까. 주주명부는 회사가 누가 주주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그의 편의를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므로 이러한 증명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회사는 신의칙상으로도 이 양수인을 주주로 취급해야 할 것이다. 즉, 주주명부 기재의 면책력도 무제한은 아니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이를 인정하여 회사가 명의주주는 실질주주가 아님을 쉽게 증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8.9.8, 96다45818). 그러므로 본 사안에서 원고가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의 주주임을 회사도 인정했으면(본 판결에서도 이를 인정하였다). 그리고 이를 쉽게 입증할 수 있었으면, 회사는 원고에게 이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할 의무가 있었고 이를 허용하지 않았으므로 주주총회결의에는 하자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본 판결에는 이 점에 있어서 특히 위의 96다45818 판결과 일관성이 있는지 의문이 있다.
2001-08-20
보험약관설명의무의 범위 및 무면허운전
【사 실】 소외 홍인의는 1997.3.3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자신이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구입하여 피고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피고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한 廢엔진오일 운반용 차량으로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의 지급, 보험계약의 체결, 차량관리 등에 관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피고회사는 홍인의에게 이 사건 화물자동차의 운송물량에 따른 운송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량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홍인의는 피고회사명의로 1997.4.14 피고회사를 기명피보험자로 하여 원고와 이 사건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회사 소속 보험모집인 소외 정창화가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보험계약의 성질에 대하여 정확히 설명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고지하였으며,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렇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정당한 보험계약으로 인정하는 등의 잘못을 범하였다. 홍인의가 고용한 운전사 정명화가 제1종 보통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본건 사고를 내었다. 원고인 보험회사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에 관한 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한데 대하여, 피고는 1. 보험모집인 정창화 및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가 잘못을 범하였다는 이유로 원고회사에게 신의칙상 또는 보험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2. 정창화의 잘못된 고지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운전면허 소지자가 운전하는 것이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2호, 제3호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며, 3. 본건 무면허운전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승낙이 없으므로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판 지】 1.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상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 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으로서,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 3. 자동차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제반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받아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운전하는 자로서 보험계약상 피보험자로 취급되는 자(이른바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업무수행을 위해 차량을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 지급 등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자동차 소유자의 승낙 하에 그 피용자가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 설】 서론 : 본 판결에는 피보험자의 승낙과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관계에 관하여 대체로 3가지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아래에 판시의 순서에 따라 설명하기로 한다. 1. 보험약관명시설명의무의 범위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상법 제638조의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체결한 보험계약도 약관을 보험단체의 법규범으로 보아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법규범설).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이 이 위반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1월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데 그친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는 약관 일반에 관한 규정인데 대하여 상법 제638조의3은 보험계약의 약관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보는 것이 법체계상 온당하므로 이 견해도 현행법의 해석으로서 논리에는 맞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약관을 규제하여 특히 보호해야할 보험계약자에게 너무 불리하다. 그래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에 기하여 이에 위반한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이다(대법원 1998.6.23.선고 98다14191판결 ; 대법원 1998.11.27.선고 98다32564판결 ; 대법원 1999.3.9.선고 98다43342, 43359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이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는 의문이 있다. 이 판결의 태도에는 상술한 법규범설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 판시에 따르면 어떤 것이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될까. 무면허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약관의 명시는 될 수 있더라도 약관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될 수 없다. 약관의 명시 설명의무는 약관이 당사자간의 계약내용이므로 이 계약에 의해서 어떤 권리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당사자가 알고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서 보험자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그런데 보험자측의 보험모집인과 보험자의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다. 보험자측 스스로도 알지 못한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계약에 당사자가 내용을 알고 합의했다고 볼 수 있을까. 무면허운전에 대한 처벌은 법률의 규정(도로교통법 제109조)에 의한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은 당사자가 합의한 보험계약의 조항에 따른 것이다.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계약당사자사이에서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지론(대판 1985.11.26, 84다카2543 ; 동 1986.11.26, 84다카122 ; 동 1989.11.14, 88다카29177 등 다수)에 따른다면, 이러한 약관은 보험계약의 일부로서 당사자를 구속할 수 없을 것이다. 대판 1992.7.28, 91다5624는 은행거래약관을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였다 하여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이 판결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약관을 작성한 사업자측도 그 내용을 잘못 이해한 본 판결의 사안과는 역시 다른 경우이었다. 2. 무면허운전의 인식 이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전제한다면,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1991.12.24.선고 90다카23899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 1993.3.9.선고 92다38928판결 ; 대법원 1997.9.12.선고 97다19298판결 ; 대법원 1998.3.27.선고 97다6308 판결 참조). 그러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라는 설명은 부당하다.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인에 의한 보험사고의 위험을 보험에 의한 보호에서 배제하였다면 보험자는 그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줄 의무가 없다. 대판 1993.11.23, 93다41549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관리자 내지 운전자의 사용자로서 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운전자의 무면허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약관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의견은 보험자의 면책을 피보험자에 대한 제재로 보는 태도로서 무면허운전을 보험금지급의무에서 제외한 보험자측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사법이론과 조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제재를 가할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3. 승낙피보험자의 승낙에 의한 무면허운전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한다면 무단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의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피보험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불합리하므로 피보험자의 명시적 묵시적 승인 하에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며, 기명피보험자의 직접적인 승낙이 없고 이로부터 운전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설시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판 1993.12.21, 91다36420와 1994.1.25, 93다37991에 의하면, “승낙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나 기명피보험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제3자로 하여금 당해 자동차를 사용, 운전하게 승인할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양승규 교수는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례“라고 비판한다(보험법 제3판, 412면 주19). 그러나 이 판례는 그후에도 이어졌다(대법원 1994.5.24.선고 94다11019판결 ; 대법원1995.9.15.선고 94다17888판결 ; 대법원 1996.2.23.선고 95다49776 ; 대법원 1996.10.20.선고 96다29847판결 ; 대법원 1997.6.10.선고 97다6827 ; 대법원 2000.2.25.선고 99다40548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기명피보험자인 피고회사가 홍인의에게 운전자의 고용을 인정한 이상 운전자에 대한 운전승인권도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판 1993.1.19, 92다32111에서도 “기명피보험자와 자동차를 빌리는 사람과의 사이에 밀접한 인간관계나 특별한 거래관계가 있어 전대를 제한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추인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대의 추정적 승낙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이 적용되는가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기명피보험자의 간접적 승인을 받은 자의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자는 보상의무가 있는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위의 대판 2000.2.25, 99다40548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인 이글렌터카의 영업소장인 김태영은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한 자격이 없는 만 21세 미만자인 김승우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최보국을 임차인으로 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대여하고 21세 미만자인 김승우에게 이 사건 차량을 현실적으로 인도해 주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김태영이 그 대여 당시 21세 미만의 자가 김승우 또는 최보국으로부터 지시 또는 승낙을 받아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승인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표현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웅의 이 사건 자동차의 운전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아니라 기명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도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의 97다6827판결에서는 “지입차주의 승낙 아래 무면허로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무면허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사고를 낸 무면허운전자가 지입차주의 우발적 승인을 받고 운전한 자가 아니고 이 화물자동차를 상시 운전하는 자였다면 기명피보험자인 지입회사의 양해가 있었다고 보아 면책조항의 적용을 인정한 판지는 타당하다. 그리고 홍인의가 실질적으로 본건 화물자동차의 차주이고 피보험자임을 기준으로 하면 그가 고용한 운전자 정명화는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반대로 형식을 기준으로 피고회사가 차주이고 피보험자라고 한다면 피고회사소유의 본건 화물자동차를 상시로 운전하는 정명화는 적어도 그의 묵시적 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본 판결도 제시하고 있는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기준들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회사의 묵시적 승낙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 아닐까. 결어 : 본 판결은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 위반을 부당하게 부인하고 나서, 그 결과를 승낙피보험자의 개념에 의하여 무리하게 시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이 결론은 2중의 이론상 오류에 의하여 도달한 것이다.
2000-09-04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
[사 안] 피고 제삼특장 주식회사(이하 제삼특장이라 한다)의 피용인인 소외 박현○는 1993. 1. 13. 19:30경 미금시 도농동 소재 주차장에서 제삼특장 소유의 유류수송용 12톤 카고트럭을 주차시키기 위하여 후진을 하던 중 위 주차장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순차로 설치되어 있던 피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라 한다) 소유의 전봇대 1개를 충격하여 넘어뜨리는 바람에 위 전봇대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던 전봇대 2개를 연쇄적으로 넘어뜨려 파손케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일반수용가로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다. 원고는 미금시 지금동 소재 답 2,000㎡에서 비닐하우스 2동을 설치하여 서양란, 벤자민 등을 재배하고 있었고, 위 화초들은 모두 최저온도 영상 7도 내지 8도, 최고온도 영상 30도의 기온을 유지하여야 하는 바, 원고는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전기를 이용하여 겨울철이던 이 사건 사고 당시 전기온풍기를 가동하여 위 비닐하우스 내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로 위와 같이 정전됨으로써 원고가 약 12시간 30분 가량 전기온풍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복구가 완료되어 다시 전기가 공급될 무렵에는 위 비닐하우스 내의 온도가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외부 온도인 영하 1.4도 내지 4.4도와 비슷하게 되어 위 화초의 적정 최하온도 이하로 떨어짐으로써 위 화초들이 동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제삼특장 및 한전을 상대로 위 동해로 인한 손해배상(약 3천만원)을 청구하였다(이 평석에서는 제삼특장에 대한 부분은 생략하고 한전에 대한 부분 중 약관법 관련 사항만을 다루기로 한다). [판례요지] (1) 원고는 한전과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을 준수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위 전기공급규정 제51조 제3호, 제49조 제3호에는 한전의 전기 공작물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한전은 부득이 전기의 공급을 중지하거나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한전은 수용가가 받은 손해에 대하여 그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은 면책약관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한전의 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호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한전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내에서는 유효하다. (2) 위 면책규정을 한전의 고의·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한 객관적으로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위 면책규정의 이러한 사항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평석]1. 약관의 설명의무 약관이라 함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을 말하며(약관법 제2조 제1항),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동법 제3조 제2항). 사업자에게 이러한 약관의 설명의무를 부여한 것은 상대방인 고객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내용으로 되어 고객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대판 1998. 11. 27. 98다32564, 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대판 1999. 9. 7. 98다19240 등 참조). 2. 중요한 내용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만 설명의무가 있고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설명의무가 없기 때문에 어떤 사항이 중요한 내용인지가 고객의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데, 대법원판례는 고객이 당해 약관내용에 관하여 설명을 들어 알았더라면 당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인정되는 사실을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있다(대판 1994. 10. 25. 93다39942, 본건 대법원판결도 이 내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은영 교수도 당해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계약체결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으로서 사회통념상 당해 사항의 知·不知가 계약체결의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설명의무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있다(이은영, 약관규제법, 박영사, 1994, 118면). 3.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는 사항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을 판례를 중심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보험상품의 내용·보험료율의 체계·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사항·보험계약자 또는 그 대리인의 고지의무(대판 1995. 8. 11. 94다52492). (2) 보험자의 면책사유(대판 1999. 3. 9. 98다43342·43359) (3) 보험계약의 승계절차(대판 1994. 10. 14. 94다17970) (4) 안전설계보험약관 소정의 자동차 소유자에 자동차의 등록명의자만이 포함된다는 사실((대판 1996. 6. 25. 96다12009). 4.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사항 중요한 내용에 해당되지 않아 설명의무가 없다고 본 것을 대법원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대인배상보험)상 면책조항의 배우자에 사실혼관계의 배우자가 포함된다는 사실(대판 1994. 10. 25. 93다39942). (2)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수출어음보험계약 약관에 규정된 수출계약의 의미(대판 1999. 9. 7. 98다19240). 5. 설명의 방법 설명은 현실적으로 하여야 하며, 보험약관의 내용이 추상적·개괄적으로 소개되어 있는, 보험계약의 청약을 유인하는 안내문의 송부만으로는 약관에 대한 사업자의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이와 같은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는 보험료율이 낮다거나(납입보험료가 소액) 보험계약의 체결방식이 통상의 경우와 다르다(통신판매 방식)고 하여 달라지지 아니한다(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권오승 교수는 「대법원은, 납입보험료가 소액이라거나 보험계약 체결의 방법이 통신판매의 방식을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자에게 요구되는 설명의무를 다른 통상의 경우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하였다」고 하면서 98다43342·43359 판례를 인용하지 않고 다른 판례(대판 1999. 2. 23. 97다53588)를 인용하고 있는데(권오승, 경제법, 법문사, 1999, 482면), 의문이다. 왜냐하면 97다53588 판결의 내용은 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것이 아니고 아파트분양계약에 있어서 지체상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6. 설명의무의 예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는 설명의무가 없다(동법 제3조 제2항 단서). 즉, 이 경우에는 설명하지 아니하여도 된다. 어떤 경우가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에 해당되는지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계약관계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설명의무의 예외는 명시·교부의무와는 달리 계약체결당시는 물론 그 후의 설명의무도 면제된다는 점에서(동법시행령 제2조 제2항 참조) 예외인정에는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7.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계약의 성질상 설명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가 아니라도 사업자에게 약관의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1)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대판 1999. 3. 9. 98다43352, 43359) (2)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항(대판 1999. 2. 21. 98다51374·51381). (3) 약관내용이 당해 보험계약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조항(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4)보험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대판 1998. 11. 27. 98다32564) (5)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조항(대판 1999. 3. 9. 98다43342, 43359, 대판 1998. 11. 27. 98다32564) (6)당해 거래계약에 당연히 적용되는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사항은 그것이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자가 이를 따로 명시·설명할 의무는 없다(대판 1999. 9. 7. 98다19240). (7) 어느 약관 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약정의 취지를 명백히 하기 위한 확인적 규정에 불과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로 설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약관법 제3조 제2항에 위반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판 1998. 2. 27. 96다8277). 8. 설명의무위반의 효과 사업자가 설명의무에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당해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동법 제3조 제3항). 따라서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에 관하여 설명하지 않았으면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대판 1995. 8. 11. 94다52492). 또한, 약관의 설명의무에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는 500만원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동법 제34조 제2항). 9. 결 론 본건 대법원판례는 전기수용가가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면 그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상의 면책규정은 약관법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판시내용은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판례의 경우 전기수용가가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면책규정의 내용에 관하여 한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알았다 하더라도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은 면책규정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전이 전기의 독점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만일 전기공급자가 한전 외에 또 있었다면 전기수용가는 위와 같은 면책조항에 관하여 설명을 듣고도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원은 약관의 불공정성 또는 설명의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약관을 작성·사용하는 사업자가 독점 공급자인지 여부를 가려서 사업자가 독점공급자인 경우에는 그 점을 판단에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즉, 본건에서 전기수용가는 한전의 전기공급규정상 면책조항의 내용이 부당하다 하더라도 전기공급에 관한 한 한전 외에 다른 공급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며, 법원은 위 면책조항의 내용을 설명의무 있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한국전력공사가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위 면책조항이 전기공급계약의 내용이 되지 않았다고 판시하는 것이 타당했다고 본다. 만일 전기공급자가 한전 외에 또 있고(예컨대, A, B, C) 이들의 전기공급계약서 또는 전기공급규정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면책조항과 같은 조항이 있다면 이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며(동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한 시정조치(동법 제21조)와 과징금납부명령(동법 제22조)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사법상으로도 무효가 된다(동법 제19조 제4항).
2000-05-22
주식회사 전무이사의 표현대표이사성
I. 事案의 槪要 원고 산업횡하렌탈주식회사는 제1심 공동피고 주식회사 동방산업과 사이에 동방산업이 구입하는 컴퓨터 테스트기 등의 구입자금 2,525,342,600원을 렌탈형식으로 대여하는 내용의 렌탈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이 즈음 동방산업이 원고에게 부담하게 될 렌탈계약상의 채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소외 서린기획이 액면금, 발행일 및 지급일을 백지로 하여 발행한 백지어음에 동방산업이 배서한 다음에 피고 서광건설산업 주식회사(舊商號: 서광산업주식회사)의 ‘전무이사/주택사업본부장’인 박신흠(동방산업의 대표이사 김동환의 장인)이 ‘서광산업주식회사 대표이사 박상근’ 명의의 배서를 하여 이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다(현재 동 어음은 박신흠에 의하여 파기되어 實存하지 아니한다). 동방산업이 렌탈료를 지급하지 아니하므로 원고는 렌탈계약을 해지하였고, 피고에 대하여는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법리에 따른 연대보증인으로서의 책임을 묻는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전무이사 박신흠에게 피고회사를 대표권한이 있는 것으로 원고가 믿은 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회사는 면책된다고 주장한다. II. 大法院 判決要旨 제1심과 원심(서울고등법원 1999. 3. 2. 선고, 97 나 47523 판결)은 원고의 주장을 옳게 여겨, 이 사건에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법리에 따른 피고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는데, 그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i)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가 자기 명의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이사가 다른 대표이사(진정한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법리가 적용된다. (ii)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명칭이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은 사회 일반의 거래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인데, 상법은 모든 이사에게 회사의 대표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에서 선정한 대표이사에게만 회사 대표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와 같은 제도는 상법이 시행된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변함없이 계속하여 시행되어 왔고, 그 동안 국민일반의 교육수준도 향상되고 일반인들이 회사 제도와 대표이사 제도를 접하는 기회도 현저하게 많아졌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그와 같은 상법의 대표이사 제도를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으며,…위와 같은 각 명칭에 대하여 제3자가 그 명칭을 사용한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는지 여부,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과실이 있는지 여부 등은 거래통념에 비추어 개별적·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iii) 금융기관 임직원이 상장회사의 ‘전무이사/주택사업본부장’에게 회사를 대표하여 백지어음에 배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중과실이 있으므로 회사의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 III. 論 點 위 사안에는 여러 가지의 논점들(예컨대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지는 사용인의 권한을 넘은 행위의 효력, 회사의 사용자책임, 회사의 목적범위외의 행위의 효력, 이사의 자기거래, 이사회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대표행위의 효력 등)이 있으나, 본고에서는 편의상 다음 두 가지의 논점만을 다루기로 한다. (i)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가 자기 명의가 아닌 다른 대표이사(진정한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의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 (ii)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전무이사/주택사업본부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자에게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오인한 것이 중과실인지 여부. IV. 硏 究 1. 진정한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한 경우 상법 395조는 표현대표이사가 자신의 명칭(박신흠)이 아닌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박상근)을 사용하여 거래한 경우에도 적용되는가 의문이다. 이에 관하여는 부정설과 긍정설이 있고, 대법원 판례는 긍정설을 취하였다. 긍정설은 상법 제395조의 적용범위를 타인명의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까지로 넓히는 견해이고, 부정설은 상법 제395조의 적용범위를 자기명의로 행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견해이다. 생각건대 표현대표이사가 자기명의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상대방의 신뢰는 대표권에 대한 것인 데 반하여, 타인의 명의로 행위한 경우 상대방의 신뢰는 대행권에 대한 것이므로 후자의 경우에는 민법 제126조를 적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민법 제125조·제126조에 의할 경우 거래상대방의 선의·무과실을 요하는데 비하여 상법 제395조가 적용될 경우에는 선의·무중과실만 요한다고 보므로 상법에 의하는 것이 제3자보호에 더욱 유리하다. 긍정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 商法 제395조의 適用要件 (1) 表見的 名稱 상법 제395조(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회사의 책임)는,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도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상법 제395조가 명기한 명칭들은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으로 오인될 수 있는 직함을 예시한 것으로서, “그와 같은 명칭이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은 사회 일반의 거래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고 판시한 것은 정당하다. 전무나 상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하여 무조건 표현대표이사로 인정하여야 할 것은 아니며, 또 반대로 총재, 총무, 회장 등의 명칭을 사용한 경우에 오히려 표현대표이사를 인정할 수도 있다. (2) 善意의 제3자 상법 제395조에서 말하는 ‘선의’라 함은 표현대표이사가 실제로는 대표이사가 아니라는 것, 즉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제3자의 선의에 과실이 있는 경우에 관하여는 악의면책설(소수설)과 중과실면책설(다수설)이 있다. 대법원의 판례는 1994. 12. 2. 선고, 94 다 7591 판결에 이어, 이번 사건에서 ‘전무이사/주택사업본부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자에게 대표권이 있다고 믿은 거래상대방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어서 회사는 면책된다는 내용의 판결을 함으로써 중과실면책설을 취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중과실면책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에서는 특히 상법 제395조에 표현대표이사로 인정될 만한 명칭으로서 명문으로 예시하고 있는 ‘전무이사’라는 명칭을 사용한 경우에 대하여까지 거래상대방의 중과실을 이유로 회사의 면책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① 그동안 국민 일반의 교육수준도 향상되고 일반인들이 회사제도와 대표이사제도를 접하는 기회도 현저하게 많아졌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그와 같은 상법의 대표이사제도를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된 점, ② 거래상대방인 원고는 대표이사제도를 잘 이해하는 금융기관인 점, ③ 원고가 백지어음발행(연대보증)에 관한 이사회 결의서를 요구하지 아니한 점, ④ 피보증인(동방산업)과 보증인 건설업체인 피고 간에 사업상 아무런 거래관계가 없는 점, ⑤ 보증금액이 매우 거액인 점, ⑥ 등기부 등본의 열람을 게을리한 점, ⑦ 회사의 경리담당부서 등에 필요한 확인을 하지 아니한 점 등의 사실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근자에 와서 일반인들도 대표이사제도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전제는 그 타당성에 의문이 있다. 오히려 일반인들은 大會社의 전무이사라면 실제로 그 권한도 막강할 것으로 믿는 것이 보통이며, 中小會社의 전무이사는 사실상의 권한은 없는 대외적인 목적상 또는 명목상의 직함이라고 믿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거꾸로 대회사의 전무이사라는 직함에 표현대표이사성을 인정함에 있어 신중함을 필요로 한다는 취지의 설시를 하였다. 이는 자칫 상법이 명문으로 규정한 ‘전무이사’라는 직함을 가진 자도 특히 상장회사(또는 대규모의 주식회사)의 경우 표현대표이사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검증되지 않은 ‘일반인들의 교육수준 향상’을 근거로 일반화한 판결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 이와 같은 견해는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제도는 상법상의 주식회사제도 내지 대표이사제도를 일반대중이 잘 이해하지 못하였던 시대에 선의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대적 산물로서, 그 적용에 있어 현대적 변용이 불가피하다는 일부 학자의 견해와 一脈相通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인들의 교육수준이 향상되었음을 전제로 표현대표이사제도 자체 또는 상법 제395조의 존재가치를 의심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일반인의 교육수준이 아니라 거래상대방의 전문성 내지 교육수준을 기준으로 상대방의 중과실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표현대표이사와 관련하여 거래상대방의 중과실이 인정된 예가 거의 없었다(서울고등법원 1993. 12. 10. 선고, 93 나 13201 판결에서는 중과실이 인정되었으나 대법원에서 파기된 바 있다). 대법원의 판결내용은 긍정적으로 보면 매우 진보적이고 획기적인 판단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너무 앞서 가는 판결이다. 표현대표이사제도의 존재의의는 인정하되,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상대방의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여 회사를 면책시키면 충분하지 않을까. 상법 제395조는 의용상법 제212조를 그대로 존치시킨 것인데, 의용상법상 이사는 모두 대표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본조의 취지는 소극적으로 제3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졌을 뿐이나, 대표권 없는 이사의 존재를 인정하는 현행상법하에서는 제3자의 적극적 신뢰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므로 의미 있는 규정이다. V. 結 語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실을 모두 검토하여 거래상대방인 원고의 중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언제나 구체적 타당성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여 왔으므로, 이 점 높이 평가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거래상대방이 금융기관(렌탈회사)의 과장과 상무이사 정도의 금융관계법 전문가인 점에 비추어 그들의 중과실을 인정한 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또한 박신흠의 ‘주택사업본부장’이라는 직함만 보면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으로 볼 수도 있고, 그와 같이 볼 경우에는 그 권한을 넘은 행위에 대하여는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결론은 같다. 판결은 결론적으로는 타당하다고 생각되나, 다만 그 설시부분에는 의문이 있다.
2000-05-01
해상고유위험과 담보위반
[사 안] 화물선 크로바호(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원고는 1993. 9. 18. 피고 신동아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보험기간 1993. 9. 19. 12:00부터 1994. 9. 19. 12:00까지로 하는 선박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지급하였다. 이 사건 선박은 1994. 1. 2. 10:30경 화물을 싣고 부산 감천항을 출항하여 서귀포항으로 항해하던 중, 그 다음날 11:13경 제주 우도 동남방 약 10마일 해상에서 화물창의 침수로 침몰하였다. 당시 날씨는 양호하였고 해상도 잔잔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을 보험계약에 포함시키고, 이 사건 선박이 한국선급의 선급을 유지함을 담보로 한다는 특약을 하고 이를 보험증권에 명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이 침몰당일 01:00경 거문도 남동쪽 5마일 해상에서 정체불명의 어선과 충돌하였고, 손상부위를 통하여 해수가 침수하여 침몰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판례요지] (1) 이 사건 보험계약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도록 되어 있고, 부보위험의 하나로서 해상, 강, 호수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위험을 열거하고 있다. 해상 고유의 위험은 해상에서 보험의 목적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만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만을 의미하며,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손상, 자연적인 소모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 (2) 보험증권과 약관에 그 준거법을 영국법에 따르기로 하였고 선급을 유지한다는내용이 있는 경우, 이는 영국해상보험법 제33조의 명시적 담보에 관한 규정에 해당한다. 명시적 담보는 위험의 발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정확하게 충족되어야 하며, 일단 담보위반이 있는 경우 설사 보험사고가 담보위반과 관계없이 발생하였더라도 보험자는 자동적으로 담보특약 위반일에 소급하여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한다. 보험자는 담보특약에 관한 사항을 구태여 알아야 할 필요가 없고, 피보험자는 보험자에게 담보특약에 관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 [평 석] 1. 해상고유의 위험 피보험자가 보험금의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손해가 부보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피보험자에게 피보험이익이 있어야 하며 보험사고가 보험기간 중에 발생하였어야 한다. 어떤 것을 부보위험으로 할 것인가는 계약당사자의 의사에 달려 있으나 실무상 사용되는 협회선박약관에는 부보위험이 정형화되어 있으며, 보험증권해석에관한규칙 제7조에 따르면 해상고유의 위험은 해상의 우연한 사고나 재난만을 말하고, 바람과 파도의 통상적인 작용은 포함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해상에서 만나는 위험이라고 해서 모두 해상고유의 위험이 아니며 해상뿐 아니라 육상에서도 만날 수 있는 위험이라면 단순히 해상에서 만났다고 하여 해상고유의 위험이 되지 아니한다. 또한 해상고유의 위험은 우연한 사고만을 가리키며, 우연성이 없는 사고는 해상고유의 위험이 아니다. 따라서 바람과 파도의 통상적인 작용에 의한 손상은 자연적인 소모로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결과이기 때문에 우연성이 없고 해상고유의 위험이라고 할 수 없다. 원고는 선박의 침몰 그 자체가 해상고유의 위험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배척하였는바, 이는 침몰 그 자체가 해상고유의 위험이 아니라 침몰이 우연한 사고로 인한 것인 때에만 해상고유의 위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행하였다는 점의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므로 피보험자인 원고는 선박이 멸실되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부보위험에 의하여 발생된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2. 담보책임과 고지의무위반과의 관계 (1)고지의무: 피보험자는 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만 하며, 통상의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어야만 할 모든 사항은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만일 피보험자가 이러한 고지를 하지 않는 경우 보험자는 그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중요한 사항이란 신중한 보험자가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또한 피보험자로서는 통상의 업무수행 과정중 자신이 알고 있어야만 할 모든 사항을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그러한 사항을 모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로서는 그러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보험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는 고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와 보험료 금액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일단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보험자로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3항은 피보험자가 고지할 필요가 없는 사항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항의 고지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하지 아니한 사항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불고지에 기한 보험계약의 취소를 허용하는 것이 불공정하거나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2)담보특약의 위반: 피보험자에게 고지의무위반이 있는 경우,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보험계약상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자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면책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가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였고 당해 보험자가 이로 인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담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해상보험계약상 피보험자가 반드시 이행 준수하여야 할 사항들을 확보하고, 만일 피보험자가 이들 사항을 이행준수하지 않는 경우 보험자를 보험계약상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현행법에는 이에 관한 규정이 없으나 해상보험증권에는 예외없이 영국법 준거약관을 포함시키고 있고 판례도 이러한 약관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어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험증권에 명시된 명시적 담보특약의 경우 정확히 문자 그대로 충족되어야 한다 (동법 제33조 제3항). 명시적 담보특약사항이 중요한 것인지 여부 또는 담보특약된 사실이 부보위험에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담보위반의 이유가 충분하고 동기가 아무리 좋더라도, 또한 담보위반의 필요성이 불가피하더라도 담보특약위반은 허용되지 않는다. 담보위반이 있게 되면 보험증권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보험자는 담보위반일로부터 보상책임을 면한다 (동법 제33조 제3항). 따라서 보험자가 담보특약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여야만 비로소 보험계약상의 책임을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담보특약위반이 있으면 설사 보험사고가 담보위반과 전혀 관계없더라도 보험자는 책임을 면한다. 그리고 담보위반이 발생하게 되면 피보험자는 손해발생 전에 그 위반이 교정되어 담보특약이 충족되었다고 하는 항변을 제출할 수 없다 (동법 제34조 제2항). 다만 담보위반이 있더라도 그 이전에 이미 발생한 보험금지급책임에는 영향이 없다 (동법 제33조 제3항 단서) 그러나 보험자가 담보위반의 효과를 포기하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으므로 담보위반이 있다고 하여 곧 보험계약이 소급하여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계약이 자동종료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담보위반의 효과가 계약일까지 소급하지는 않고 담보위반일 까지만 소급한다는 점에서 계약의 취소나 해지와 다르다. (3)양자의 관계 :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1항에 의하면 보험자는 고지의무의 위반에 대하여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고, 다만 제3항 (d)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담보가 있는 경우 질문이 없는 한 고지할 필요가 없는 일체의 사항은 제외된다. 즉 보험자가 그러한 사항을 알든 모르든 피보험자로서는 담보를 정확히 지켜야 하고 이를 위반하게 되면 보험자는 모든 책임을 면하기 때문에 이 담보와 관련한 사항들을 구태여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피보험자가 담보위반을 하였다는 사실은 보험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이 사건 보험증권에는 한국선급협회의 선급을 유지하는 것을 담보한다는 기재가 있으므로, 피고는 선급유지(격벽의 제거)에 대한 사실을 알 필요가 없으며 또한 원고는 이를 고지할 의무가 없고 따라서 당초부터 고지의무위반에 따른 보험계약의 취소가 문제되지 아니한다. 원고는 1992.10.15.이후에 화물창과 화물창 좌,우,후방의 보이드 탱크사이에 설치된 격벽을 한국선급의 승인없이 임의로 철거하여 선급유지의 담보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보험자인 피고는 책임이 면제된다. 원심은 격벽제거의 시기를 기준하여 보험계약체결 이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고지의무위반에 따른 취소의 면책을, 그 이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담보위반에 따른 면책을 인정하였으나 담보특약에 관한 사항은 고지의무가 없는 이 사건에서는 대법원의 판시취지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이 판결은 영국해상보험법과 그 판례를 그대로 수용하긴 하였으나 부보위험 (해상고유의 위험)의 개념, 담보위반과 고지의무위반과의 관계를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
2000-03-13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
1. 사실관계 주식회사 유성경금속은 1993.7.15. 약속어음 5매(액면 합계 금 220,000,000원)를 박재헌에게 발행하였다. 박재헌은 이를 윤진호(피고)에게 배서·양도하였는데, 피고는 그 중 4매를 박상근(원심공동피고)에게, 나머지 1매를 서석재(원고)에게 배서·양도하였다. 박상근은 다시 4매의 어음을 원고에게 배서·양도하였다. 원고가 이러한 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 발행지 기재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1993.10.30. 지급장소에 지급제시하였으나 무거래를 이유로 지급거절되었다. 2. 쟁 점 어음의 발행지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지급제시한 경우 그 지급제시가 부적법하여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는가 하는 점이 쟁점이다. 3. 법원의 판단 1) 판결내용 『어음의 발행지란 실제로 발행행위를 한 장소가 아니라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의욕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서, 어음의 발행지에 관련된 어음법 제37조, 제77조 제1항 제2호, 제41조 제4항, 제77조 제1항 제3호, 제76조 제3항 등과 섭외사법의 관련규정 들을 살펴보면, 어음에 있어서의 발행지의 기재는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토를 달리하거나 세력(歲曆)을 달리하는 어음 기타 국제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의 중요한 해석기준의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의 중요한 해석기준이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어음이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국내어음인지여부는 어음면상의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내인지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어음면상에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어음면에 기재된 지급지와 지급장소, 발행인과 수취인, 지급할 어음금액을 표시하는 화폐, 어음문구를 표기한 문자, 어음교환소의 명칭 등에 의하여 그 어음이 국내에서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하여 발행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는 발행지를 백지로 발행한 것인지 여부에 불구하고 국내어음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일반의 어음거래에 있어서 발행지가 기재되지 아니한 국내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간에 발행·양도 등의 유통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지가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음은 관행에 이른 정도이고, 나아가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아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의 유통에 관여한 당사자들은 완전한 어음에 의한 것과 같은 유효한 어음행위를 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음면의 기재 자체로 보아 국내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발행지의 기재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유통. 결제되고 있는 거래의 실정 등에 비추어, 그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은 국내 금융기관인 부산은행이 교부한 용지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지급지는 양산군, 지급장소는 부산은행 양산지점으로 되어 있으며, 그 발행인과 수취인은 국내의 법인과 자연인이고, 어음금액은 원화로 표시되어 있으며, 어음문구 등 어음면상의 문자가 국한문 혼용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어음 표면 우측 상단에 어음용지를 교부한 은행점포를 관할하는 어음교환소명으로 「부산」이라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국내어음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그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여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위 각 어음에 대한 지급제시가 비록 발행지의 기재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법하게 지급제시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이돈희, 신성택, 이용훈 대법관의 보충의견이 있다. 2) 반대의견 위의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윤관, 최종영, 천경송, 정귀호, 김형선, 이임수 대법관의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어음법에 명문의 규정이 있고 그 의미내용 역시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정의의 요청 또는 합헌해석의 요청에 의하여 그 법규의 적용범위를 예외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수의견과 같이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하는 점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모름지기 국회의 입법작용에 의한 개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지 명문의 효력규정의 적용범위를 무리하게 벗어나거나 제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법원의 법률해석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다. 4. 평 석 1) 약속어음요건 어음은 당연히 서면형식을 요한다. 그리고 법률은 기본적으로 약속어음의 경우 다음과 같은 형식요건을 요구한다(어음법 제75조) i) 어음임을 표시하는 문자(어음문구) ii) 일정한 금액을 지급할 뜻의 무조건의 약속 iii) 만기의 표시 iv) 지급지 v) 수취인 vi) 발행일, 발행지 vii) 발행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 이상의 법정기재사항이 기재된 어음을 기본어음이라 하지만, 이 중에서 다음의 사항은 기재하지 않아도 무효로 되지 않는다. 즉 만기의 기재가 없으면 그 어음은 일람출급어음으로 본다(어음법 제76조 제2항). 또한 장소에 관한 사항은 경우에 따라서는 대체될 수 있다. 즉 지급지나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때에는 지급인에 부기된 장소를 지급지, 발행인에 부기된 장소를 발행지로 본다(어음법 제76조 제4항)(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96, 406∼407쪽). 2) 학 설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견해가 나뉘어진다. (1) 무효로 보는 견해 어음법상 발행지를 어음요건으로 규정하고 이의 흠결시에는 어음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규정(어음법 제2조 제1항, 제76조 제1항, 수표법 제2조 제1항)에서 보면 「발행지」및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地」(어음법 제2조 제4항, 제76조 제4항)의 기재없는 어음은 당연히 무효가 되고 설사 백지어음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이의 보충없이 한 지급 제시는 위의 경우와 같이 효력이 없다(최기원, 어음·수표법, 신정증보판, 1993, 252쪽; 강위두, 어음·수표법, 1996, 308쪽; 이철송, 어음·수표법, 1995, 221쪽)(이에 대하여 발행지를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로는 정동윤, 어음·수표법, 제4정판, 1996, 378∼379쪽 참조). (2) 유효로 보는 견해 발행지는 어음상의 권리와는 거의 관련이 없고 다만 준거법을 정하는데 일응 추정력을 가지는 데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보아 발행지의 기재없는 어음을 유효어음으로 보아 이의 효력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양승규, 어음법·수표법, 1994, 258쪽; 김교창, 발행지의 기재없는 어음, 사법행정 1986.7., 22쪽 아래; 정찬형, 어음·수표법강의, 제2개정판, 1998, 320쪽). 3) 은행의 발행지백지어음의 보충촉구의무 백지어음이 실제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 중에는 발행일백지의 확정일출급어음 및 수취인백지의 어음이 많다. 이러한 백지어음은 타점권이고 미보충인 채로도 보통예금구좌, 당좌예금구좌에 입금되기도 하고, 은행이 대금추심을 인수하기도 하며, 그대로 어음교환소에 교부된 경우에도 지급은행은 백지어음에 대하여 지급한다. 대금추심거래의 경우나 어음에 의한 예금구좌에의 입금이 있을 때에는 은행과 고객사이에 어음의 추심위임계약이 성립한다고 해석한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128쪽). 당좌예금약관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증권 중 백지의 보충, 배서 또는 영수란의 기재가 필요한 것은 꼭 그 절차를 밟아주십시오, 저희은행은 백지보충의 의무를 아니 집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당좌예금약관 제3조 제2항과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것은 동약관 제11조 제1항인데 이에는 『수표·어음을 발행하거나 환어음을 인수하실 때에는 수표요건·어음요건을되도록 빠짐없이 기재하여 주십시오. 만일 수표 또는 만기의 기재가 있는 어음으로서 발행일의 기재없는 것 또는 어음으로서 수취인의 기재가 없는 것이 지급제시된 때에는 연락을 아니하고 지급할 수 있기로 합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바로 이 규정이 은행실무에서 백지어음을 보충하지 않고도 지급을 받을 수 있다는 근거로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제1항의 처리로 말미암아 손해가 생겨도 저희 은행은 책임을 아니 지기로 합니다』(제11조 제2항)라고 하여 은행의 면책까지 규정하고 있다. 만기일 기재있는 어음의 발행일과 어음의 수취인의 기재가 어음의 요건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백지어음은 미완성인 어음이며, 백지미보충인 채로는 유통에 관한 취득자의 보호(어음법 제10조)의 측면을 제외하고는 본래 어음상의 효력을 결하여, 백지어음으로서는 어음상의 주채무자에 대하여 청구할 수 없고 또 이 백지어음에 의한 지급제시는 무효이며, 백지어음에 의해서는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보전할 수 없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128쪽). 은행 자신의 직접적인 백지보충의무는 인정하기 어렵다. 이는 은행에 있어 불측의 손실을 부담시킬 위험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은행은 항상 고객이 추심을 위임한 어음에 관하여 백지를 보충하여 형식상 완전어음을 만들도록 재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보며, 이 의무를 위의 약관조항에 의해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무의 배제는 은행의 어음법 거래전반에 관한 고도의 전문지식을 전제로 하는 이상 은행과 고객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거래관계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위의 의무에 위반하고서 백지인채로 교환제시하여 고객이 손해를 입었다면 은행은 고객에 대하여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또 은행이 백지보충을 재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스스로 보충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충불요의 의사가 표명되어 있지 않은 한에서 은행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백지보충의 위임이 행하여져 은행은 추심의 인수에 의하여 백지보충도 인수한 것으로 보게 된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1998, 134쪽). 4) 사 견 우리나라는 실정법을 중시하는 대륙법계의 국가에 속한다. 그런데 영미법과는 달리 발행지의 기재를 실정법에서 명시적으로 어음요건으로 요구하고 있고 또 발행지를 기재하지 않은 증권은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가 없는 한 「약속어음의 효력이 없다」(어음법 제2조, 제76조)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같이 법률의 명문규정이 있고 그 의미 내용도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이에 대하여는 Zollner, Wertpapierrecht, 14.Aufl., 1987, S.73; Hueck/Canaris, Recht der Wertpapiere, 12.Aufl., 1986, S.66; Baumbach/Hefermehl, Wechselgesetz und Scheckgesetz, 17.Aufl., 1990, S.106; Muller-Christmann/Schnauder, Wertpapierrecht, 1992, S.50 참조) 이 판결은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효력규정의 적용범위를 무리하게 제한 해석한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유추해석이나 목적론적 해석이 인정되더라도 법률의 문리해석에 명백하게 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법률의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어음요건에서 발행지의 기재를 제외할 만한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은행으로서도 발행지미보충의 어음을 받은 경우 그의 보충을 촉구하여야 하며 백지인 채로 지급하는 것을 수긍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국내어음」에 한하여 그러한 해석을 한다는 것은 우리 어음법이 1930년 어음법통일조약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수긍할 수 없다. 어음·수표는 국제성이 강한 유가증권으로서 국내증권과 국제증권을 달리 취급하여서는 아니된다. 즉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지가 국내인 어음이라도 국외에서도 유통되는 경우를 예정할 수 있다. 따라서 발행지가 단순히 준거법의 표준이 되는 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이 판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번의 대법원판결은 우리법이 서 있는 토양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이며 어음의 절대적 요식증권성에 반하여 부당하다. 또한 성문법주의 국가에서 강행법규이며 효력규정인 명문의 규정을 무시함으로써 사법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파기되어야 한다. 다만 입법론으로서 어음법을 개정하여 발행지를 어음요건에서 배제하자는 논의는 별개의 문제이다.
1998-05-18
상법상의 단기제소기간 제811조 이 해상운송인의 운송물인도와 관련한 불법행위채무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사실의 개요】 서진무역을 경영하던 제1심 공동피고 고용국은 1992.12경 홍콩에 소재한 소외 모글림 엔터프라이즈 컴퍼니(Mogleam Enterprise Co., 이하 모글림이라고만한다)와 사이에, 휴대용 가스버너13,000개(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한다)를 대금 159,500달러에 홍콩으로 수출하기로 하는 내용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출대금은 신용장에 의해 결제받기로 약정하였다. 모글림은 위수입계약의 대금결제를 위하여,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시 소재 냇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 뱅크리미티드(Natwest Australia Bank Limited, 이하 소외 은행이라고 한다)에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였고, 이에 따라 소외 은행은 위 서진무역을 수익자로 한 취소불능화한신용장을 개설하였다. 위 수출계약에 따라, 고용국은 1993. 6. 28 피고회사 월드프레이트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대한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한 다음 부산항에서 피고회사에게 위 화물을 인도하였고, 이에 피고회사는 위 화물을 선박 「프레스 타일러(Pres Tyler) V-133W」호에 선적한 다음 송하인을 위 서진무역으로, 수하인을 단순지시식으로, 통지처를 위 모글림으로 하는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작성하여 고용국에게 교부하였다. 원고 중소기업은행은 고용국과 사이의 수출거래약정에 따라 같은 날 위 신용장을 화환어음 및 이 사건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와 함께 매입하면서, 고용국에게 이 사건 화물의 수출대금 미화 159,500달러를 당시의 전신환매입율로 환산한 금 127,552,15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가 소외은행에 위 신용장을 이 사건 선하증권등 선적서류와 함께 송부하면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요구하자, 소외 은행은 같은 해 7. 5. 제시된 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불일치하고, 신용장 개설의뢰인이 선적서류의 인수를 거절한다는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였고, 같은 달 26.경 위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를 원고에게 반송하였다. 한편 피고회사는 이 사건 화물을 해상운송하여 1993. 7초경 홍콩에 도착시킨 후 양륙하였고, 피고회사의 홍콩내 선박대리점인 소외 프레이트 링크스 익스프레스사에게 위 화물을 보관하게 하였다. 그런데 위 프레이트 링크스는 1993. 7. 10경 이 사건 화물을 선하증권을 교부받지 않고서 위 모글림에게 위 화물을 인도하였다. 【소송의 경과】 원심(서울고등법원 1996. 8. 27. 선고 96나14694 판결)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인 피고에 대하여 운송물의 멸실 등 불법행위로 인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는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 즉 운송물이 목적항에 도착한 후 선하증권 소지인이 증권을 제시하면 통상 운송물을 수령할 수 있었던 날인 1993. 7. 10. 경부터 상법 제811조 소정의 제척기간인 1년이 경과한 후인 1995. 4. 29.에 제기되었으므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판결요지】 상법 제811조은「운송인의 용선자,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그러나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잇는 바, 해상운송계약에 따른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 그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은 상법 제811조 소정의 수하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한다. 원고는 피고가 서진무역을 송하인으로하여 단순지시식으로 발행한 이 사건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고, 그 이면에는 위 서진무역의 대표자인 고용국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에 기재된 서진무역의 서명은 민법 제513조제1항 소정의 약식배서로서 유효한 것이므로, 위와같은 약식배서에 의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을 취득한 원고는 그 정당한 소지인으로 추정되어 상법 제811조 소정의 「수하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가사 원고가 이 사건선하증권을 담보의 목적으로 소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수하인으로서의 지위에 무슨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법 제789조의3제1항은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은 운송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에도 적용하도록 되어 있고, 같은 법 제811조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운송인의 수하인 등에 대한 채권 및 채무에 대하여 적용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운송인의 악의로 인한 불법행위채무 역시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 한다고 보아야 한다. 【평 석】1. 운송인의 책임과 권리의 소멸 (1) 상법 제811조의 제척기간으로의 변경 상법 제811조는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구 상법(1991. 12. 31. 법률 제44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1조 및 제812조에서 운송인의 송하인 등에 대한 채권 및 책임에 대하여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라고 개정하여 제척기간으로 변경하되 당사자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에 대하여 또한 구상법 812조, 제146조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이 악의인 경우에는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단기소멸시효규정인 위 구상법 제811조가 적용되지 않도록 되어 있었으나, 현행 상법에서는 위 조항이 삭제되었을 뿐 아니라 현행 상법 제811조는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라는 어구를 추가하여 운송인이 심지어 악의인 경우에도 그의 수하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1년이 지나면 모두 소멸 한다고 해석한 위와같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본 사건의 원심인 고등법원은 운송계약에 있어서는 증거의 보존이 곤란하다는 점과 각 항해의 계산관계를 신속하게 하게 종료시키기 위해 이러한 단기의 제척기간이 법정된 이유라고 한다. 2. 국제조약 및 외국의 입법 (1) 1924년 선하증권조약(헤이그 규칙) 헤이그 규칙하에 송하인이나 수하인의 운송인에 대한 소송은 1년내에 제기되어야 한다. 그 제3조6항은 다음과 같다. 「…운송인과 선박은 손실과 훼손에 관하여 운송물의 인도 또는 운송물이 인도되었어야 할 날부터 1년내에 소송이 제기되지않으면 모든 책임을 면한다. (2) 1968년 선하증권조약 개정의정서(비스비 규칙) 새로운 비스비 규칙 제3조6항은 다음과 같다. 「…운송인과 선박은, 소송이 운송물이 인도된 날 또는 인도되었어야 할 날로부터 1년내에 소송이 제기되지 않으면 운송물에 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책임을 면한다. 그러나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3. 상법 제811조가 화물소유권 자체의 인도상의 악의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지의 여부 이상과 같이 헤이그 규칙 제3조6항은 「(운송물의)손실과 훼손에 관한 모든 책임」에 관하여 운송인을 면책시킨다고 규정하므로 소송제기에 있어서의 지연이 인도상의 문서(예를 들면 선하증권)와 상환하지 않고 무권리자에게 운송물을 잘못 인도하여 준 Improper delivery와 같은 경우에 운송인을 보호하지는 않는다.(이점은 헤이그 규칙만을 채택한 미국법원의 동조해석에 있어서 일관된다.) 그러나 새로운 비스비규칙 제3조 6항은 운송인을 「운송물에 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책임에 관하여 운송인을 면책시키므로 단지 화물자체와 관련한 훼손 또는 멸실의 경우뿐만 아니라 화물인도와 관련된 책임의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해석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우리 상법은 구상법상 제146조1항의 「운송물에…훼손 또는 일부멸실이 있는 경우에」와 제146조2항의 「악의인 경우에는」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1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지않도록 되어있었으나 현행 상법에서는 위 조항이 삭제되고 제811조에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란 문구가 삽입되어 헤이그조약상로부터 비스비조약의로의 어구변화를 그대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스비조약과 같은 훨씬 더 큰 범위를 포함하는 어구상의 변화로 1년의 제척기간이 운송물자체의 인도와 불인도상의 책임에도 이제 적용된다는 논의가 있는 한편, 이러한 정도의 애매한 어구의 개정이 선하증권상의 운송물의 소유권자체와 관련된 문제에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해석론도 만만치 않다. 개정상법이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구상법상 운송인의 책임이 비계약적 청구에 관하여는 적용되지 않던 것을 제789조의3에 의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에도 적용되도록한 것과 보조를 맞추어 계약적인 청구뿐만 아니라 비계약적 청구에도 적용된다는 의미로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라는 용어를 사용 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운송인이 악의인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악의라 함은 운송인이 운송물의 일부멸실 또는 훼손사실을 알면서 이를 수하인에게 알리지 않고 인도하는 것과 같은 경우(87. 6. 23. 86 다카 2107)에 한정되어야지 선하증권과 관련한 운송물의 소유권자체와 관련된 문제에까지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의문이 제기되어왔다. 또한 상법 제811조상의 1년제척기간이 그 규정상의 당사자간의 합의라는 예외만 인정되고 그 이외의 운송인의 어떠한 악의의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면 운송인이 음모나 사기에 의해 청구인이 잘못된 당사자에게 소송을 제기하게 하거나 제척기간이 도과하도록 유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모순된 결과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상법 제811조상의 1년의 제척기간이 화물인도상의 책임에도 적용된다는 해석은 위의 대법원판결에 의해 일단 확인된 것이다. 4.결 론 이상의 대법원 판결은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두권리자에게 화물을 인도한 경우에도 상법 제811조가 운송인에 대한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적용된다고 하여 소가 각하되었다. 이에따라 운송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상의 단기제소기간은 운송물자체의 손실 또는 멸실뿐만 아니라 인도와 관련한 본 사건의 경우에도 적용되었으나 그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서는 앞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8-04-20
무보험과 상법 제732조의2
【事 實】 자동차사고 자기신체상해보험의 피보험자 무면허운전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그의 유족인 원고가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한데 대하여, 보험자인 피고는 무면허면책약관을 내세워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判 旨】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해를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 해당하므로 위 각 규정들(상법 제732조의2, 제739조, 제663조)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는 보험사고가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비록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생긴 것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무면허운전에 관하여 보면 무면허운전의 경우는 면허 있는 자의 운전이나 운전을 하지 아니하는 자의 경우에 비하여 보험사고 발생의 가능성이 많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나 그 정도의 사고발생 가능성에 관한 개인차는 보험에 있어서 구성원간의 위험의 동질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할 것이고, 또한 무면허운전이 고의적인 범죄행위이기는 하나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면허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그 정도가 결코 그로 인한 손해보상을 가지고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의 신의성, 윤리성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당원 1990년5월25일 선고 89다카17591판결)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중 피보험자의 무면허운전이라는 사유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이 사건 면책약관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이다. 【評 釋】一. 立法과 判例의 變遷: 상법 제732조의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은 상법 제739조에 의하여 傷害保險契約에도 준용되며, 한편 상법 제663조는 당사자간의 特約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에게 불이익하게 위 각 규정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本 判決은 1991년 商法改正에 의하여 제659조 2항이 제732조의2로 옮겨지기 前에 宣告된 大判 1990년5월25일, 89다카17592를 답습하였는데, 그 중간에 大法院은 全員合議體 判決 1991년12월24일, 90다카23899에 의하여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를 직접 유발한 자 즉 손해발생원인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자를 보험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이므로 보험약관에서 이러한 손해발생 원인에 대한 책임조건을 경감하는 내용으로 면책사유를 규정하는 것은 상법 제663조의 불이익변경금지에 저촉되겠지만, 손해발생원인과는 관계없이 손해발생의 상황이나 인적관계 등 일정한 조건을 면책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위 상법 제659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인바, 위 책임보험조항의 무면허운전면책조항(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10조 제1항 제6호 소정의 「자동차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은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므로 위 상법 제659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判示하였다. 이 全員合議體 판결은 責任保險에 관한 것으로 원래 상법 제732조의2가 적용될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保險者의 免責事由를 그 性質에 의하여 原因免責과 狀態免責으로 區分하는 理論의 一般性에 비추어 人保險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데, 서울 高判 1995년4월4일, 94나38191에 의하여 被保險者가 飮酒運轉 中 死亡한 人保險 사건에서 이 全員合議體 判例理論이 적용되었고 이에 대한 上告는 審理不續行事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大判 1995.7.26, 95다21693에 의하여 棄却되었다. 그래서 大法院 스스로의 判決理由에서 이 理論이 적용될지도 모른다는 예상에 반하여 本 判決이 선고된 것이다. 二. 原因免責과 狀態免責 위의 全員合議體 判決은 大森忠夫 교수의 原因免責과 狀態免責을 區分하는 理論의 影響을 받은 듯 하다. 이 理論에 의하면, 原因免責은 危險의 發生的制限으로 因果關係를 必要로 하며, 狀態免責은 危險의 條件的制限으로서 因果關係가 不必要하다고 한다. 여기서 保險者가 危險引受의 條件으로서 保險의 範圍外에 두는 狀態는 『保險의 目的의 使用 또는 運轉 그 自體가 法令 또는 團束規則에 違反하는 때』라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狀態에서 運轉하는 것 自體가 保險의 條件에서 除外되기 때문에 飮酒가 事故發生에 대하여 因果關係가 있었는지의 與否를 不問하고 保險者는 免責된다고 주장한다. 大判 1990년6월22일, 89다카32965는 自己車輛損害事故에 관하여 이 論理를 철저히 적용하여 重機의 無免許運轉 中 바위가 떨어져 重機가 破損된 事案에서도 保險者의 免責을 선언하였다. 이 理論은 免責事由를 그 性質에 따라 區分하여 硬直性을 띠고 있는 點에 注意할 必要가 있다. 그러나 法令이 自動車의 使用自體를 禁止하는 경우에(道路交通法 제41조 참조) 이를 使用하는 것이 이로 因한 事故發生의 與否와 關係없이 이 法令 所定의 制裁를 받는 것(道路交通法 제107조의2 참조)은 당연하지만, 모든 違法한 使用이 항상, 違法하다는 理由만으로, 保險者의 免責에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點에 있어서 使用 自體가 禁止되는 狀態에서 使用한 경우는 使用 自體는 許容되는 狀態인데 信號燈을 無視하였다든지, 過速, 回轉違反, 車線變更에 있어서의 違法한 行爲처럼 違法한 運轉을 한 경우와 區別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市內에서 時速 200Km 以上으로 疾走하는 것은 飮酒運轉보다 덜 危險하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照明裝置가 故障난 自動車를 日沒 後에 運轉하는 것은 使用自體가 禁止된 경우이지만(道路交通法 제32조 참조) 이 경우에도 保險者의 당연한 免責을 인정할 것인가. 道路交通法 제42조는 過勞한 때도 運轉禁止를 規定하고 있다. 自動車의 違法한 使用의 範圍를 좀 더 좁게 限定하려는 試圖로서, 이 使用이 刑罰의 對象이 되는 경우라는 주장이 있다. 刑罰의 對象이 되는 行爲로 因한 事故를 保險에 의하여 保護하는 것은 不當하다는 뜻이다(이 立場을 貫徹한다면 無免許 飮酒運轉 事故에 대하여는, 免責約款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것이고, 保險金을 支給하는 것은 反社會的이며 許容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後術하는 바와 같이 프랑스의 判例는 飮酒運轉의 경우에 免責約款이 있어도 保險金支給의 可能性을 排除하지 않는다). 日本商法 제680조 1항 1호는 生命保險에 관하여 『被保險者가 自殺, 決鬪 其他의 犯罪 또는 死刑의 執行에 인하여 死亡한 때』를 保險者의 法定免責事由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刑罰法規의 目的은 一定한 行爲에 대하여 刑罰을 課하는 것이지 保險者의 免責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道路法 제1조가 飮酒狀態(etatalcoolique)에서 運轉하는 것을 處罰하고 있다. 그러나 保險法典은 醉中(etat divresse)에 運轉한 경우에 免責約款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현재는 自動車義務保險에서는 飮酒運轉免責條項은 禁止되었다). 그래서 事故當時의 血液 1리터당 알콜 1.5그람의 상태에서 운전하여 飮酒狀態의 운전으로서 處罰의 대상은 될 수 있었으나 醉中運轉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保險者의 免責을 否認한 判例도 있다(쇼몽 地判 1972년11월23일). 三. 私 見 우리 나라 判例는 日本에서도 判例(最判 昭和44[1969].4.4는 飮酒運轉 責任保險 사건에서 因果關係가 필요하다고 하였다)가 인정하지 않는 大森교수의 原因免責 狀況免責의 理論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無保險은 被保險者의 歸責事由로 因한 失權과 區別해야 한다. 保險者는 그가 引受할 危險을 選擇할 수 있다. 그가 引受하기로 選擇하여 이에 대한 保險料를 받은 事項 以外에 대하여는 保險者는 關與할 바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保險外의 事項은 그의 關心外의 일이고 이에 관하여 被保險者에게 故意가 있건 過失이 있건 相關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飮酒運轉으로 因한 事故를 保險에서 除外하기로 保險契約 當事者가 合意했다면, 이 飮酒運轉事故에 있어서 被保險者에게 어떤 歸責事由가 있는지도 保險者에게는 無關한 문제이다. 商法 제732조의2는 保險의 範圍內에서 발생한 事故의 原因이 被保險者 등의 重過失에 있는 경우를 除外하고 故意의 경우에만 免責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商法 제732조의2는 同法 제659조의 人保險에 관한 特別規定이다. 제659조는 損害保險에 있어서 保險의 範圍內에서 事故가 발생하여 保險金請求權이 발생할 경우라도 이 事故가 被保險者 側의 故意나 重過失로 因한 때에는 保險者는 免責된다는 규정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도 保險의 範圍 밖의 事故는 保險事故가 아니고 保險者는 제659조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免責된다. 例를 들면 倉庫에 저장한 商品에 관하여 盜難保險을 체결한 경우에 이 商品이 火災로 因하여 燒失되었더라도 이 火災는 保險事故가 아니며 그 原因이 被保險者의 故意나 過失에 있었는지의 與否와 관계없이, 따라서 제659조의 적용을 기다리지 않고 保險者는 責任을 지지 않는다. 盜難保險에 加入한 被保險者는 제659조를 根據로 이 火災가 자기의 輕過失로 因한 것임을 立證하더라도 保險金 支給을 要求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人保險에 있어도 제732조의2는 事故가 保險의 範圍內에서 발생한 경우에 비로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大法院이 1990년5월25일 判決과 1996년4월26일 判決에서 1991년12월24일 全員合議體가 채택한 原因免責과 狀態免責을 區分하는 大森교수의 理論을 따르지 않은 것은 옳다. 그리고 飮酒運轉 被保險者의 死亡事故에 있어서 飮酒는 故意的이겠지만 死亡은 自殺이라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故意가 아니고 따라서 제732조의2에 의해서 無免許飮酒運轉 免責條項은 過失에 의한 死亡의 경우에도 免責된다고 하는 限度에서 無效라는 判示는 銳利한 分析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러나 大法院은 1990과 1996 判決에서 死亡事故에 있어서 제732조의2를 너무 意識한 나머지, 이 死亡이 故意에 因한 것인지 重過失에 因한 것인지의 檢討를 서두른 듯 하다. 그러나 無免許飮酒運轉으로 因한 事故를 保險의 範圍 外에 두기로 保險契約當事者가 合意했다면 이러한 保險範圍 外에서 발생한 事故에 대하여는 제659조나 그 人保險에 관한 特別規定인 제732조의2이거나 適用이 없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199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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