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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일반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 침해와 금지청구
1. 사안의 개요 피고 회사는 원고 회사와 소외인(피고 회사의 종전 대표이사) 사이 자산양도계약에 따라 원고 회사의 종전 상호(○○○ 주식회사)와 같은 명칭으로 설립되어 원고 회사로부터 도메인이름(*********.co.kr 등) 등 그 영업 자산 일체를 양도받았으나, 원고 회사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자산을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자산양도계약이 무효가 되었다. 피고 회사는 원고로부터 도메인이름의 반환을 요구받자 이를 반환하지 않을 생각으로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아들인 피고 2에게 이를 이전하고는 영업에 사용하였다. 이에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와 피고 2에 대하여 도메인이름 등록이전과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등을 구하는 것이 이 사건 사안이다. 원고 회사는 ⅰ) 피고2에 대한 도메인이름 등록이전 청구는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이하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근거하여, ⅱ) 피고들에 대한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는 ①원상회복청구권 또는 방해배제청구권 또는 ②상법 제23조 또는 ③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근거하여 청구하였다.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의 청구취지는 "피고들은 '○○○' 등의 문자를 피고 회사의 인터넷 도메인이름 및 전자우편(e-mail) 주소의 이름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고, 피고 회사의 광고 또는 홍보 일체 수단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다. 참고로 위 자산양도계약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이유로 피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일부 도메인이름에 관하여 원고 회사에게 등록이전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5810 판결, 대구지법 2013. 2. 8. 선고 2012나11189 판결). 2. 판결의 검토 가. 이 사건에서의 어려운 선결 쟁점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권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등록기관에 대한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에 관한 권리)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에 관한 권리이다.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채권적 권리라는데 별다른 이설은 보이지 않는데, 도메인이름에 관한 양도계약이 무효이므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양도인인 원고 회사에게 당연 복귀한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상호에 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원고 회사의 상호를 변경하고 이를 피고 회사가 사용한다는 계약도 무효이므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와 마찬가지로 원고 회사가 상호권자라는 견해이다. 다른 하나는 원고 회사는 원고 회사와 소외인 사이의 계약에 따라 2007년 8월 30일경 상호를 변경하였고, 피고 회사는 위 시점부터 위 계약이 무효로 확정된 2013년 6월 27일경까지 약 6년간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상호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상호에 화체된 신용 등은 피고 회사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무효로 된 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회사가 아니므로 원고가 피고 회사에 상호권을 이전하도록 청구할 권원이 존재하지 않고, 나아가 피고 회사의 상호사용에 의해 장기간 형성되어 온 신용을 하루아침에 원고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관점에서 보면 후자의 견해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피고 회사나 소외인이 원고 회사의 주총 특별결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고, 피고 회사나 소외인이 원고 회사에게 위 계약의 대가로 지급한 돈의 반환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정도 있다. 하지만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는 원고 회사에게, 상호에 관한 권리는 피고 회사에게 귀속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고, 이에 대법원은 2016년에 접수된 사건을 5년간이나 심리한 끝에 결국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원고 회사의 손을 들어 주는 선택을 하였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 본다. 나. 피고 2에 대한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기한 등록이전청구 가부 인터넷주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제1항을 위반하여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한 자가 있으면 그 도메인이름 등의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계약이 무효가 되어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가 원고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사례에서 인터넷주소법을 적용하여 그 등록이전을 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선례나 이를 명시적으로 논하는 견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상호에 관한 권리가 피고 측에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①사이버스쿼팅행위(도메인이름의 무단점유)를 막고자 제정된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주소법의 적용범위를 이 사건과 같이 계약법의 법리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까지 굳이 확장하여 적용할 필요가 없다(인터넷주소법을 적용하면 도메인이름 반환의무를 지는 자의 동시이행항변은 가능한지 등의 많은 의문이 발생할 수 있음). ②이 사건 도메인이름이 원고에게 귀속되는 것은 계약법의 법리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실체적으로 보면 피고들이 상당기간 사용하여 그 신용이 화체된 도메인이름을 원고에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산양도계약이 무효이므로 원고가 상호에 대한 권리자이고, 피고 회사에 대하여 도메인이름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결정과 원고에게 도메인이름을 반환하라는 법원 판결 이후에도 피고 2에게 도메인이름 등록이전이 계속된 점 등을 들어, 피고 2가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을 자신의 명의로 등록이전을 하였다"고 보았다. 다. 피고 회사에 대한 도메인이름과 상호의 사용금지 청구에 대하여 1) 원상회복청구권 또는 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한 청구 대법원은 "도메인이름에 관하여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거나 이후 도메인이름을 직접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침해의 우려가 있는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위와 같은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 청구를 할 수 있는지는 침해행위의 양태,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그 정도에 비추어 그 위법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함께 그 침해가 이루어진 후에는 손해배상만으로 피해 회복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지 여부와 침해의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 또는 예방함으로써 보호되는 권리자의 이익이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침해자의 손실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를 상대로 도메인이름을 인터넷 웹사이트 주소로 사용하는 행위의 금지청구를 긍정하였으나, 그 밖에 '○○○' 등의 문자를 피고 회사의 전자우편 주소나 광고 또는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를 근거로는 위 행위에 대한 금지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위 법리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이익형량을 통해 손해배상청구 외에 금지청구를 인정한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위 종전 대법원 판결이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금지청구권을 이끌어 냈다. 위 판결은 불법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금지청구권을 인정할 필요성은 있지만 이에 관한 근거가 부족하여 금지청구권 규정이 있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를 근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이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위 판결이 나온 지도 이미 10년이 넘어 실무적으로 정착이 된 이상,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의 침해의 경우로 한정하기 보다는 위법행위 일반으로 확대하였어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2) 상법 제23조의 상호사용금지청구권에 기한 청구와 부정경쟁방지법에 기한 청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판결은 상호에 관한 권리가 원고 회사에 있다고 보고 있으므로 상법 제23조 제1항(누구든지 부정한 목적으로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한다)의 상호사용금지청구권에 기한 금지 청구를 인정하였고, 주지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기한 금지 청구는 부정하였다. 3) 피고 2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 한편, 대법원은 피고 2는 도메인이름이나 상호를 사용하는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 2에 대한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3. 이 판결의 의의 이 사안에서 상호에 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 판결은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기한 이전등록청구가 불법행위의 영역인 사이버스쿼팅이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힌 최초의 사례이다. 또한 비록 도메인이름에 관한 권리의 침해의 경우로 제한되기는 하였지만 위법행위에 대하여 이익형량에 따라 금지청구가 긍정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구민승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도메인이름
등록이전
상호
구민승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21-09-09
민사소송·집행
부속부분의 존재로 인한 목적건물 중 일부에 대한 인도집행
1. 사안의 개요 ㉮ 甲은 제소전 화해조서를 근거로 A가 점유하는 지상 2층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인도집행을 집행관에게 위임하였다. ㉯ 1층(97.11㎡)은 필로티구조로서 휴게공간(2층과 연결된 계단 포함)과 식품저장고로 구성되고 있고, 2층(332㎡)은 음식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 1층의 휴게공간과 식품저장고는 서로 벽면으로 구별되어 있고, 식품저장고의 출입구 앞에는 독립적인 조립식 주방과 창고(이하 '부속부분')가 서로 연결된 채 설치되어 있다. ㉱ 집행관은 이 사건 건물의 현황과 집행권원의 부동산 표시가 상이하다(즉, 이 사건 건물에 독립적인 조립식 주방과 창고가 설치, 부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인도집행을 실시하지 않았다. ㉲ 甲은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2. 원심결정의 요지 : 전부불능 그동안 실무는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경우(즉, 집행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목적물의 현황이 집행권원의 부동산 표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그 전부에 대하여 집행불능으로 처리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원심(수원지법 2020타기100108)도 이러한 실무가 정당하다고 보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증축부분 내지 부속부분이 독립적인 효용이 있고 목적건물에 부합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집행의 목적물이 집행권원의 표시와 불일치하므로 집행불능사유에 해당하고, 집행채권자로서는 집행권원에 대한 경정결정을 받거나 별도의 집행권원을 취득하는 방법 등으로 다시 집행신청을 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甲 특별항고). 3. 대상결정의 요지 : 일부집행 대상결정은 "집행관이 집행권원에 따라 집행행위를 하는 경우, 집행권원에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된 목적물을 조사하여 현황이 동일하고 집행하는 데 특별한 장애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집행에 나아가야 한다. ① 집행의 목적물인 건물에 집행권원에는 표시되지 않은 증축 또는 부속부분이 있는 경우 목적물에 부합되어 있거나 또는 주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종물로 인정되는 때에는 집행권원에 표시된 당해 건물과 함께 집행의 대상이 된다. ② 반면 증축부분이나 부속부분이 당해건물의 부합물이나 종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건물만이 집행의 대상이 된다. ③ 한편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일부 목적물에 대하여만 집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행이 가능한 목적물에 대하여 집행하여야 하고 전체 목적물에 대하여 집행위임을 거부할 수 없다(대법원 2020. 4. 17.자 2018그692 결정 참조)"고 판시하였다(파기환송). 4. 평석 가. 내용 (1) 목적 외 물건이 있는 경우 집행의 범위 위 '①, ②'는 목적물에 목적 외 물건(독립성이 없어 민법상의 물건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 포함)이 있는 경우, 그것이 목적물의 부합물 또는 종물인 때에는 목적물과 함께 집행의 대상이 되고, 부합물·종물이 아닌 때에는 목적물만 집행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민법의 부합·종물이론을 설시한 것이다. (2) 목적물 중 일부만 집행 가능한 경우 집행의 범위 위 '③'은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경우 그 가능한 일부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법리(이하 '일부집행의 법리')를 선언한 것이다. 일부집행의 법리에 관한 선구적 판례를 살펴본다. 첫째, 대법원 1977. 6. 30.자 77마59 결정은 시설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명한 판결에 근거하여 토지의 인도집행만을 위임한 사안에서 "위 시설물을 사용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의 (중략) 대지부분에 대하여서까지 그 집행을 하여 버렸음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집행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목적물(토지)에 독립적인 시설물이 존재하는 경우 집행이 가능한 일부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법리를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둘째, 위 2018그692 결정은 시설물철거 및 건물인도를 명한 판결에 근거하여 그 집행을 위임한 사안에서 일부집행의 법리를 최초로 선언하면서, 철거목적물(총 13개 층의 건물 중 4개 층에 존재하는 시설물) 중 3개 층의 시설물에 대하여는 그 현황이 수권결정의 표시와 불일치하므로 집행을 실시할 수 없으나, 그러한 사정이 없는 1개 층의 시설물에 대하여는 집행이 가능하므로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일부 파기환송). 나. 일부집행을 위한 집행관의 판단과 한계 대상결정은 목적물에 그 부합물·종물이 아닌 독립한 물건이 있고 그로 인하여 목적물 중 일부만 인도집행이 가능한 경우 그 일부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법리를 직접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이다. 목적 외 물건이 있는 경우 집행관은 ㉠ 목적 외 물건이 독립한 물건인지(부합 여부), 누구의 소유인지(특히 철거집행의 경우), 종물에 해당하는지, ㉡ 목적물 중 집행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경우 어느 부분이 물리적으로 다른 부분과 구별할 수 있고 독립된 효용을 갖추어 집행할 수 있는지{실무제요[Ⅳ], 사법연수원(2020), 699 참조} 등을 조사·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위 판단에 기하여 ⓐ 목적물 및 목적 외 물건 전부, ⓑ 목적물 전부 또는 ⓒ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 집행하거나, ⓓ 목적물 전부에 대하여 집행불능으로 처리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집행의 가부 또는 범위(위 'ⓐ,ⓑ,ⓒ,ⓓ')를 결정하기 위하여 집행관이 실체관계, 즉 부합·종물관계(위 '㉠')나 일부집행의 대상적격(위 '㉡') 등을 조사하고 판단하는 데에는 시간이나 방법 또는 절차 등에서 한계가 있다. 집행관은 실체관계에 관하여 확신이 없는 경우 목적 외 동산을 독립한 물건으로 보고 집행의 가부·범위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우 당사자는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하고 실체관계를 증명함으로써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집행을 도모할 수 있다. 다. 집행의 범위 甲이 부동산의 인도만을 명한 집행권원 또는 부동산의 인도와 목적 외 물건의 철거를 함께 명한 집행권원에 기하여 부동산의 인도집행만을 위임한 경우, 집행관은 그 집행을 실시할 수 있는가? 실시할 수 있다면 어느 범위에서 실시할 수 있는가? (1) 부합물·종물인 경우 목적 외 물건이 목적물의 부합물·종물인 경우에는 목적물과 함께 목적 외 물건도 집행의 대상이 된다(위 '①'). (2) 부합물·종물이 아닌 경우 목적 외 물건이 부합물·종물이 아닌 경우(부합물·종물임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포함) 그동안 실무는 대체로 甲의 의사와 상관없이 목적물 전부에 대하여 집행불능으로 처리하여 왔다(다만, 부합물·종물이 아닌 일반적인 동산이라면 목적물을 甲에게 인도하고 목적 외 동산은 민사집행법 제258조에 따라 A에게 인도하거나 보관해야 함). 그러나 대상결정은 이러한 실무의 경향이 정당하지 않다고 선언하였다. 즉, 부속건물이 부합물·종물이 아닌 경우(A 소유의 독립한 건물 또는 공작물인 경우)에는 이 사건 건물만 집행의 대상이 되는데(위 '②'), 이 사건 건물 중 식품저장고와 부속부분의 연결 정도 등을 살펴 부속부분과 이 사건 건물 중 집행이 가능한 부분(식품저장고 등을 제외한 부분)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하였다(위 '③'). 라. 일부집행 법리의 적용범위 첫째, 대상결정의 일부집행의 법리는 인도집행(대상결정)은 물론 철거집행(2018그692)의 경우에도 적용되며, 인도·철거단행가처분이나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하게 된 사유는 목적물의 물리적 상태(대상결정, 2018그692)에 관한 것은 물론 그 점유자 또는 소유자(철거집행의 경우)의 동일성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셋째, 목적물이 수개의 물건인 경우 일부의 물건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때에도 적용된다(2018그692). 마. 바람직한 소제기와 집행위임 목적물(토지)에 정착한 지상물에 관하여 위 '㉠,㉡'과 같은 실체관계가 명백하지 않다면, 甲은 ① 주위적으로 토지·지상물 인도를, ② 예비적으로 지상물 철거, 토지 인도를 각 청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 '①'의 청구가 인용된다면 토지·지상물 인도집행을, 위 '②'의 청구가 인용된다면 지상물 철거와 토지 인도의 집행을 각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집행관이 목적 외 물건의 실체관계가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집행의 가부 또는 범위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경우에 대비하여, 甲은 집행신청서에 실체관계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여도 좋을 것이다. 바. 전망 전부 집행불능으로 처리하는 경향을 보여 온 실무는 향후 일부 집행실시로 전환·통일되고, 강제집행은 보다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실시될 수 있을 것이다. 실체관계의 조사·판단에 관한 집행관의 한계는 적절한 집행신청 또는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등을 통하여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석 집행관 (수원지법 안양지원)
일부집행
강제집행
집행목적물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한국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2021-09-02
기업법무
상사일반
계속적 계약에서 교부된 계약이행보증금에 관한 소고
[사실관계] 피고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원고와 3년간의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체사용료는 3개월 단위로 선납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3개월분의 매체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행보증금으로 예치하고, 계약 해지시 잔여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이행보증금은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에게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였다. 이후 원고가 매체사용료 선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원고는 오히려 자신이 적법하게 해지 통지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의 보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한편, 예비적으로 이행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감액된 금액에서만 보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였다. 피고는 이행보증금은 위약벌에 해당하여 감액될 수 없다고 하면서, 추가로 계약해지일 이후 원고가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으로 반환할 것을 청구하였다. [법원의 판단] 이 사안에서는 계약의 해지 사유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와 이행보증금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 중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 법원은 입찰공고의 내용이나 계약 조항 등을 종합하면 "당사자들의 의사는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계약에서 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였다. 나아가 "이행보증금은 낙찰자의 사정이나 귀책사유로 계약이 중도 해지된 이후에 발생할 모든 손해를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전제에서, 피고의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평석] 1. 계약이행보증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대상판결에서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 간에 채무자의 계속적인 급부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 약정이 부가되었다. 이는 민법에 규정된 개념은 아니지만, 실제 거래계에서는 다양한 명칭과 형태의 보증금이 교부된다. 특히 공사도급계약이나 대규모 인수합병과 같이 계약의 체결과 이행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인 간극이 있거나 이행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보증금 약정이 빈번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계약이행보증금의 법적인 성격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초기 상당수 판례들은 계약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보았으나, 현재 판례는 대체로 보증금을 일종의 위약금으로 보아 그 법적인 성격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중 하나로 이해한다. 그 구별 실익은 주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적용되는지, 즉 법원에 의한 감액이 가능한지 여부에 있다. 그런데 계약이행보증금을 통상의 위약금과 동일하게 이해하는 것은 적절한가? 당사자들이 단순히 계약 불이행시 손해배상액을 정해둔 것이 아니라 보증금을 사전에 교부하고 이를 몰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면, 그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다 진지하게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국면에서 교부되는 보증금을 통일적으로 이해하기보다 개별 사안에서의 보증금 약정을 검토하는 것이 용이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특히 계속적 계약에서 교부된 계약이행보증금이 문제되었다. 이는 장기간 상호 관계를 형성하는 당사자들의 계약 관계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대상판결은 그 외에도 계속적 계약의 해지 사유들을 다루었고 이 또한 흥미로운 주제이나, 이번 글에서는 보증금 약정을 위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다. 2.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의 의미와 기능 계속적 계약에서 당사자들은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면서 해당 거래와 관련된 협력을 거듭하고, 이를 통하여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장기 계약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시험기간을 두는 등의 노력이 동원될 수 있다. 계약이행에 대한 물적, 인적 보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상판결에서의 보증금 약정도 장기간 채무자의 급부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계약이행보증금은 채무자가 보증금을 채권자에게 미리 지급하고 자신의 귀책사유로 계약기간 내에 자신이 이행하기로 한 의무를 불이행하면 해당 금원이 채권자에게 귀속되는 구조이므로, 일반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비해 계약 이행에 대한 심리적 강제가 한층 강화된다. 특히 보증금이 상당한 금액으로 책정되었다면, 계약기간 동안 계약이 파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행되는 것을 담보하고자 하는 강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당사자들은 거래비용이 높은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래를 위한 추가 투자에 나아갈 수도 있다. 채권자와 거래 경험이 없거나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가 상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만 경쟁해야 한다면, 경쟁에서 불리한 구도에 놓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이때 채무자는 보증금을 교부함으로써 자신이 계약이행에 대하여 진지한 의지와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은 경쟁을 촉진하는 면이 있다. 3. 계약이행보증금의 감액과 추가 청구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이행보증금과 관련하여 감액과 추가 청구 가능성이 문제되었다. 우선 판례는 보증금을 일반적인 위약금과 다름없이 취급하는데,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고 직권감액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보증금 약정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이 계속적 급부를 담보하고 채무자에 대한 신뢰를 보완하여 계약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위약금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법원이 당사자가 예정한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것은 그 액수가 과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적 계약에서의 보증금은 일반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달리 계약불이행시 예상되는 손해액과 비례성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계속적 계약에서는 잔여기간이나 기대수익을 예측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또한 비례성만을 중시하여 보증금을 정하면 채무자에게는 계약을 이행하는 것과 보증금이 몰취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계약이행을 선택할 유인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호 이해관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당사자들이 정한 보증금 액수는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법원의 개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원이 이를 쉽게 감액하면, 당사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거래 비용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보증금 금액보다 실손해가 더 큰 경우 추가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도 일반적인 위약금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 보증금 약정을 하는 주된 이유가 장기간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언제 어떻게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계약이행보증금만 몰취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거나, 계약이행보증금만 포기하면 언제든지 계약이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인 경우는 드물 것이다. 추가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약정 액수를 넘어서는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인정하는 것이 의사해석에 부합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계약 해지시 이행보증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계약 공고의 내용이나 계속적 계약의 특성을 고려하면 추가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기보다는 적어도 보증금만큼은 실제 손해액과 무관하게 몰취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예정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피고에게 실제로 보증금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살피어 추가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면 이중배상의 결과가 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였을 것이다. 4. 결어 장기간 계약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이 교부되었다면, 일반적인 위약금 법리에 따라 해결하기보다는 해당 계속적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관행, 계약의 존속기간 동안 급부의 이행과 당사자들의 신뢰관계 및 제반사정의 변화, 계약의 종료와 그 이후의 법률관계의 청산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의사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상판결의 최종 결론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더욱 염두에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계속적 계약과 여러 보증금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그 성과가 거래 실무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매체사용료
보증보험금
이행보증금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21-08-19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계약의 해약으로 지급받은 선박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I.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처분의 경위 국내조선사들은 2007년 5월경부터 2011년 1월경까지 외국선주사들로부터 총 12척의 선박건조를 도급받는 계약(이하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에는 외국선주사들은 선박건조 완료 전에 국내조선사들에게 선박대금 일부를 선수금으로 지급하고, 국내조선사들은 자신들의 사유로 계약이 종료되면 외국선주사들에게 선수금 및 그에 대한 연 6~7%의 이자를 환급하여야 하며, 그 경우 쌍방의 상대방에 대한 모든 의무 및 책임이 면제되고 준거법은 영국법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원고는 국내금융기관으로서 2007년 7월경부터 2011년 3월경까지 위 국내조선사들의 외국선주사들에 대한 선수금 및 그 이자의 지급채무를 보증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고 한다). 그 후 외국선주사들은 국내조선사들의 선박인도 등이 지연되자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하였고, 원고는 2009년 6월경부터 2011년 7월경까지 외국선주사들에게 국내조선사들이 수령한 선수금과 그 이자(이하 '쟁점 선수금' 및 '쟁점 선수금이자'라고 한다)를 지급하였다. 피고는 쟁점 선수금이자가 구 법인세법(2011년 12월 31일 법률 제111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10호 (나)목 및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0년 12월 30일 대통령령 제22577호로 개정된 것) 제132조 제10항 등(이하 '쟁점 조항'이라고 한다)이 규정하는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데도 원고가 그에 대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2009 내지 2011 사업연도 원천징수법인세 및 이에 대한 가산세를 징수·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쟁점 조항이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손해배상으로서 그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 또는 기타 물품의 가액'에 관하여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위약금과 배상금이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의 실제 감소액에 대한 배상으로서 순자산의 증가가 없는 경우에는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에 해당하여 이를 기타소득으로 볼 수 없지만, 이를 초과하여 위약금과 배상금을 지급받았다면 이는 손해의 전보를 넘어 새로운 수입이나 소득을 발생시키므로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서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다음,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통상 부담하게 되는 금융비용과 계약체결 과정에서 지출하게 된 비용 등에 대한 전보로서 지급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선박대금 선지급에 따라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으므로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실제로 입은 손해를 회복시키는 손해배상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문제의 소재와 이 사건 쟁점 전세계소득에 대해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내국법인과 달리 외국법인은 법인세법에서 규정하는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구 법인세법 제93조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 쟁점 조항은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손해배상으로서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을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쟁점 선수금이자는 선박건조계약에 따라 수령한 선수금을 반환하는 경우에 가산하여 지급되는 금액으로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소득의 지급자인 원고가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쟁점 선수금이자가 쟁점 조항의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 2. 선박건조계약과 선수금이자의 성격 선박건조에는 장기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통상 선주사는 선박의 자산가치 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여 조선사에게 선수금을 지급하는데, 선박건조 과정에서 일정한 문제가 생기면 조선사는 선수금을 반환하여야 한다. 선수금반환의무는 조선사의 요청을 받은 금융기관이 외국선주사와 선박선수금환급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담보된다. 조선사와 금융기관은 선수금 반환시에 선수금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한다. 선수금이자는 선주사가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선박금융비용 등과 연계되어 변동이율 등에 따라 산정된다. 선수금과 선수금이자가 반환되면 선박건조계약상 당사자들은 모두 면책된다. 3.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의 의미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지급받는 손해배상금이어야 한다는 '해약배상 요건' 및 본래의 계약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 배상받는 금전이어야 한다는 '초과배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은 외국법인이 고등훈련기 양산참여권의 포기대가로 금전을 받은 사안에서, 위 금전은 해약배상 요건을 충족하고 외국법인 장차 양산사업에 참여하였을 경우 얻은 기대이익에 대한 배상금이므로 초과배상 요건도 해당하여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두19447 판결).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은 소득세법에서 기타소득으로 규정하는 위약금, 배상금과 거의 동일하게 정의되어 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41조 제8항). 헌법재판소는 위 초과배상에 관하여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의 실제 감소액(적극적 손해)을 넘는 것, 즉 채무가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재산의 증가액(소극적 손해)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헌법재판소 2010. 2. 25. 선고 2008헌바79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은 이행지체로 인한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은 기타소득에 해당하지만(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누7406 판결) 법정해제나 약정해제권의 행사에 따른 민법 제548조 제2항의 법정이자는 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2014. 12. 11.자 2014두41145 판결), 매매계약의 합의해제에 따라 기지급 금액을 넘는 금원을 지급받는 사안에서는 구체적 내용에 따라 현실적 손해 보전의 경우인지를 따져 기타소득 해당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두11979 판결,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두33470 판결). 대법원은 초과배상 요건에 관하여 일의적 잣대를 택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 순자산 증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4. 쟁점 선수금이자가 쟁점 조항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의 준거법인 영국법에 따르면 쟁점 선수금이자는 영국법상 손해배상예정을 의미하는 Liquidated Damages로서 쟁점 선수금과 그 이자를 환급하는 경우 국내조선사들은 외국선주사들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이 면제되므로 '해약배상'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다툼이 없는 반면 '초과배상'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긍정설은 외국선주사들은 선박건조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국내조선사들에 지급하였다가 돌려 받지 못한 쟁점 선수금 자체의 적극적 손해는 원고로부터 쟁점 선수금 상당액을 지급받으면서 배상받은 것이지만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쟁점 선수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못하여 입게 되는 이자 상당액의 소극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지급된 것이므로 쟁점 선수금이자는 지급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어서는 금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부정설은 일반적인 선박금융구조에 비추어 쟁점 선수금이자는 외국선주사들이 쟁점 선수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는 금융비용 등을 전보하기 위한 금원으로 실제로 입은 손해는 넘어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생한 순자산감소를 회복시키는 것이고 가사 쟁점 선수금이자 중 재산상 감소액을 초과하여 손해를 배상하는 금액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기타소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있으므로 피고가 이를 특정하여 입증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처분 전부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입장이기도 하다. 5.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선박건조계약의 해제에 따라 원고가 외국선주사들에게 지급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선주사들의 순자산 감소를 회복시키는 손해배상금으로서 초과배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최초의 선례이다. 쟁점 선수금이자의 기타소득 해당 여부를 외국선주사들과 국내조선사들 사이의 거래를 포함하여 선박금융 과정에서 체결되는 모든 거래를 고려하여 원천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외국법인의 순자산 증가의 관점에서 쟁점 선수금이자의 성격을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소득과세원칙에 입각하여 국내원천 기타소득의 법리를 발전시켰다고 평가된다. 또한, 절차적 측면에서 쟁점 선수금이자가 외국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켰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다고 판단한 부분도 입증책임원칙에 충실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선박금융의 구조에 비추어 쟁점 선수금이자는 일응 순자산감소에 대한 전보로 파악할 수 있지만 유사사건에서는 순자산감소에 대한 회복여부와 입증의 문제는 구체적 사정을 들여다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논거와 결론에 동의한다. 백제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인세
원천징수
기타소득
외국법인
백제흠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21-06-28
의료사고
병원 침대 낙상사고와 의료기관의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① A는 2017년 12월 7일 급성담낭염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경피적 담도배액술 및 도관 삽입술을 시행 받았는데, 피고 병원은 낙상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A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하여 낙상 방지를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였다. ② A는 2017년 12월 11일 오전 4시경 중환자실에서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이 사건 낙상사고를 당하였다. ③ 피고 병원의 중환자실은 침대 매트리스 및 신체손상 여부 등의 확인을 위해 간호사를 2인 또는 3인 1조로 배치하고 있는데, 이 사건 낙상사고 발생 당시에도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 3명을 보살피고 있었다. 2. 항소심법원의 판단 항소심은 "①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도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이 사건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② A는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수면 중인 상태로 보이고 달리 A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다. ③ A가 낙상 고위험군 환자였음에도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A의 침대 근처에는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등의 사실을 인정하고, A가 낙상의 위험이 큰 환자였음에도 낙상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피고 병원에 있다고 보아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 피고 병원이 A가 낙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취하였던 당시의 여러 조치들은 현재의 의료행위 수준에 비추어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을뿐더러, 피고 병원의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A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에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피고 병원 측이 충분히 살피지 아니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A의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아니한 것을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논거 중의 하나로 삼고 있으나,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이 단정하기에 앞서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나아가 피고 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아니한 것이 의료행위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였어야 한다. 나아가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낙상사고 당시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지게 된 것인지 자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병원 측에서는 당시 낙상 방지를 위한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을 뿐 아니라 침상 난간 안전벨트를 채운 상태에서도 환자가 스스로 침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 병원의 과실을 쉽게 인정하기에 앞서 이 사건 낙상사고의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지 등을 보다 충실히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및 그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검토(본 대법원 판결의 의의) 1) 의료과오소송에서 피해자인 환자 측은 비전문가이고, 증거방법은 의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음에도(증거의 구조적 편재), 감정인이나 감정증인인 의사나 의료기관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결과나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송현실을 감안하면 피해자에게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를 수정 없이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증명책임제도의 기본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평의 이념(무기 평등의 원칙)상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가능하면 환자 측의 손해배상청구가 용이하도록 하는 일반 증명책임원칙에 대한 수정법리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수정법리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의 논의가 있으나, 의사가 침습적 의료행위에 착수하기 전에 환자나 그 가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사후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경감하여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일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의사의 진료행위를 위축시킬 정도로 증명의 부담을 의사 쪽에 전이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조율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법리적 검토가 진행되어 왔다. 2) 대법원은 의사의 손해배상책임 판단의 전제가 되는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행위의 수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불법행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성립여부 판단의 기준을 규범적인 수준에 맞추고자 하는 것은 상당인과관계론의 기계적 적용으로 인한 폐단의 시정에 그 목적이 있다(지원림, 민법강의, 제18판, 1110면 참조).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의 피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부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법 규범의 존재 목적과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적 공공재인 점에서 각종 공공영조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법리를 의료과오소송에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민법 제758조 제1항의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에 드는 비용이나 위험방지조치를 함으로써 희생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여(대법원 2017다14895 판결) 법경제학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다고 하였다. 본 건에서 낙상사고 예방을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여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도록 판시한 것은 이러한 입장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3) 본 대법원 판결은 일반 의료사고 소송과 침대낙상사고의 경우는 간접사실의 원용을 통한 입증방식을 취하더라도 그 입증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본 건 사실심 변론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할 때,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A가 자력으로 안전벨트를 벗어나 낙상에 이르는 행위를 한 사실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도 없으며 그 가능성을 담보하는 간접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일반 의료사고라면 이 정도의 간접사실에 대한 입증이 이루어졌다면 의사(의료기관) 측의 과실을 추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항소심법원의 판단과 달리 사실상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본 건 사고가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02다48443 판결). 본 판결은 침대낙상사고를 일반 불법행위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 간접사실에 대한 입증을 위주로 하는 피해자의 입증책임 경감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이 사건의 경우에 '담당 간호사가 부주의하게 침대안전벨트를 채우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하여 A가 낙상사고를 당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 있는 확신을 법관으로 하여금 가지도록 할 책임이 환자 측에 있다는 것이 본 판례의 입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입장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사고 장소가 일반인과 환자 가족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병원 중환자실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증거의 '구조적 편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를 수정 없이 적용한다는 것은 증명책임론의 기본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평의 이념(무기 평등의 원칙)상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권혁재 상임조정위원(부산법원조정센터)
낙상사고
의료사고
입증책임
권혁재 상임조정위원(부산법원조정센터)
2021-06-07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집합건물 공용부분 무단사용자에 대한 관리단의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부
Ⅰ. 사안의 개요와 소송의 경과 이 사건 건물은 지상 9층의 상가건물로서 18개의 점포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이다.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한 관리단이다. 피고는 이 사건 건물 1층의 전유부분인 상가 101호, 102호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건물 1층의 복도와 로비 477.19㎡(이하 '이 사건 공용부분'이라 한다)에 골프연습장의 부대시설로 퍼팅연습시설, 카운터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골프연습장 내부공간처럼 사용하고 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공용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공용부분의 인도와 이 사건 공용부분의 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공용부분의 인도청구를 인용하였으나 이 사건 공용부분이 타인에게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하였다. 항소심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가 모두 상고하였다. Ⅱ. 판결요지 원고의 인도청구를 인용한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는 대법관 전원이 찬성하였으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는 의견이 나뉘었다. 다수의견은,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해당 공용부분이 구조상 이를 별개 용도로 사용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더라도, 무단점유로 인하여 다른 구분소유자들이 해당 공용부분을 사용·수익할 권리가 침해되었고 이는 그 자체로 민법 제741조에서 정한 손해로 볼 수 있다."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이 필수적인 공용부분은 구조상 이를 점포 등 별개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공용부분을 무단점유하였다고 하여 구분소유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Ⅲ.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무단사용으로 인한 손해 발생 여부 1. 쟁점의 정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하려면 이득, 손해, 이득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법률상 원인의 흠결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집합건물 공용부분을 무단사용한 경우에 집합건물 공용부분에 대한 임대불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구분소유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는지 문제가 되었다. 2.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의 개념 가. 권리귀속설 현재 지배적인 견해가 된 유형론에 따르면 급부부당이득에서의 손해와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는 다르게 파악해야 한다. 급부자가 의식적·목적지향적 급부를 하였으나 실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급부부당이득이 성립한다(예를 들면 계약이 무효인 경우). 급부부당이득은 재화의 이동에 관한 법(Recht der Guterbewegung)에 속하는 제도로 잘못된 급부를 청산·교정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급부부당이득에서는 '급부'를 중심에 두고 손해를 파악하면 되는바, 급부가 있었으나 법률상 원인이 흠결된 경우에는 그 급부가 수익자의 이득이자 손실자의 손해인 것이다. 그러나 침해부당이득은 이와 다르다. 침해부당이득은 법질서에 의하여 특정인에게 귀속되어 있는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자에 대하여 그 이득의 반환을 명하는 제도이다. 독일의 경우 권리귀속설에 의해 침해부당이득을 설명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권리귀속설은 권리의 속성 내지 해당 법적 지위의 할당내용이 침해부당이득 성립여부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즉 침해부당이득을 주장하는 자의 권리에 배타적 이익이 할당되어 있는지가 침해부당이득의 성립에 있어서 관건이 된다. 예를 들어 소유권, 지식재산권과 같은 권리는 권리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그 권리자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되어야 하는바, 타인의 소유권, 지식재산권을 무단사용한 경우에는 당연히 부당이득이 성립한다. 권리귀속설은 소유권, 지식재산권과 같은 절대적 권리에 대한 침해에 대하여 부당이득이 성립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는 점, 급부부당이득과 구별되는 침해부당이득의 독자적 기능(재산보호 또는 소유권 보호)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나. 권리귀속설에 따른 손해의 개념의 재정립 침해부당이득에 있어서 침해자가 이득을 얻은 경우에 소유자에게 발생한 손해가 무엇인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甲이 자신 소유의 별장을 당분간은 비워놓으려고 하였는데, 그 사이에 乙이 무단으로 위 별장에 들어가 숙박을 한 경우에 乙이 별장 사용으로 인하여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는 있으나 甲에게 과연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문제가 된다. 재산지향적인 관점(vermogensorientierten Sichtweise)에서 보면 손실자로서는 얻을 수 있었던 이득이 있었는데, 손실자의 이러한 이득의 손실로 인해 수익자가 이득을 얻었다는 점, 즉 재산의 이동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산지향적인 관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첫째, 재산지향적인 관점은 배타적 법적 지위가 할당된 손실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침해부당이득은 배타적 법적 지위가 할당된 권리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물권적 청구권과 논리적 구조를 같이한다. 물권적 청구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점유할 권리가 있음'을 점유자가 입증해야 하듯이, 소유권 침해를 원인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법률상 원인이 있음'을 수익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소유자는 자신이 소유자임을 입증하면 족한 것이지 그 소유권이 임대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경제적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침해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소유자로서는 자신에게 할당된 지위, 즉 소유권을 입증하면 족한 것이다. 둘째, 권리자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된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 그 권리의 가치를 금전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바(예를 들면, 위와 같이 비어 있는 별장을 무단 사용한 경우), 손실자의 재산이 수익자에게 이동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재산지향적인 관점으로는 부당이득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재산지향적 관점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권리귀속설은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파악한다. 즉 법질서에 의해 누군가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되어 있는 이익이 침해된 그 상태를 바로 손해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처럼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파악하는 권리귀속설은 부당이득이 손해배상과 구별되는 독자성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불법행위법은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상당인과관계라는 개념을 통해 손해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나, 침해부당이득법은 정당하지 않은 이득의 회수를 목적으로 하므로 손해의 개념이 추상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손해배상에서처럼 그 손해의 현존성과 확정성을 따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3. 소결 결국 침해부당이득에서는 수익자의 이득과 손실자의 손해 사이에 재산의 이동이 문제되지 않으며,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는 침해자가 얻은 이득에 대한 상대적 개념에 불과한 것이다. 소유권을 침해당한 자가 해당 물건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는지, 임대를 하여 차임 상당의 이득을 얻을 수 있었는지는 침해부당이득의 성립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닌 것이다. Ⅳ.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구분소유자들은 이 사건 공용부분에 관하여 지분권을 가지는바, 이 사건 공용부분의 사용·수익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구분소유자들에게 배타적으로 할당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 자체가 바로 손해를 구성하는 것이다. 반대의견이 공용부분에 대한 별개 용도로의 사용 가능성이나 다른 목적으로의 임대 가능성을 손해의 요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상판결 이전에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지분권자라고 하더라도 무단점유자가 사용하고 있는 부분이 임료 상당의 이익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 대상판결이 침해부당이득의 법리에 맞지 않은 종전의 판결을 변경한 것은 우리 실무에도 유형론이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고, 부당이득의 법리를 세밀하게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 다만,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침해부당이득의 법리를 전면적으로 판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김재형 대법관)에는 "침해부당이득에서는 권리자가 수익자의 침해행위로 재산을 이용할 가능성이 박탈되었다는 사실 자체로 손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수익자가 무단으로 타인의 재산을 사용하여 이익을 얻었다면, 소유자에게는 타인이 자기 소유 물건을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용 가능성을 빼앗긴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판시가 담겨 있다. 침해부당이득에서의 손해의 개념을 정확하게 간파한 판시로 향후 침해부당이득 관련 사안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판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계정 교수(서울대 로스쿨)
부당이득
무단점유
공용부분
이계정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5-17
민사일반
후순위저당권자는 소멸시효 원용할 수 없는가?
[사실관계]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이번 평석이 필요한 한도에서 간추리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A는 B에 대한 대여금채권의 담보로 B 소유의 부동산에 가등기를 경료받고, 나아가 이 거래에 적용이 있는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요구하는 청산금의 지급 없이 위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를 경료하였다. 그 후 원고가 채무자 B와의 대위변제약정에 기하여 위 차용금을 변제하였다. 그럼에도 A는 B와의 합의 아래 C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고, 피고는 C로부터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피고의 근저당권에 기하여 행하여진 경매절차에서 피고에게 일정액을 배당하는 배당표가 작성되었으나, 원고가 이에 배당이의를 함으로써 이 사건 소송에 이르렀다. 원고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쌍방이 상고하였다. 피고의 상고이유는 원고의 B에 대한 채권은 시효소멸하였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부분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시요지]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이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시효로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사람에 한정된다. 후순위담보권자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담보권의 순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피담보채권에 대한 배당액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러한 배당액 증가에 대한 기대는 담보권의 순위 상승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판례공보 2021년 상권, 673면). [평석] 1. 이 사건에서 원고는 B와의 약정에 기하여 B의 채무금을 변제함으로써 변제자대위에 기하여 담보가등기권을 당연히 취득하였다(변제자대위 및 그로 인하여 원고가 취득하는 채권의 범위에 관한 판시가 원고 상고이유에 대한 주요 부분을 이룬다). 그리하여 애초 그보다 늦게 설정된 피고의 근저당권은 원고의 권리에 열후하는 말하자면 제2순위의 담보권이 된다. 그 경우에 선순위인 담보가등기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주장을 위와 같이 후순위담보권을 가지는 피고가 할 수 있는가? 즉 피고는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에 관하여 시효원용권을 가지는가? 2. 종전에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우리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을 취한다고 이해되어 왔다(최근에도 송덕수, 민법총칙, 제4판(2018), 505면은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을 취하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의 어느 시점부터 대법원은 시효원용권자의 범위를 획정하는 작업을 정면으로 수행하여, 시효소멸을 소송상 주장하였음에도 그에게 시효원용권을 부정하여 시효소멸의 주장을 배척하는 구체적인 재판례를 축적하여 갔다. 이로써 판례는 상대적 소멸설로 입장을 전환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에는 그것이 과연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률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데 필요한 절차(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단서 제3호), 즉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거쳤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이 점에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3.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상대적 소멸설의 입장을 전제로 하더라도, 후순위담보권자는 이에 해당하여 시효원용권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하에서는 저당권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기로 한다. (1) 선순위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시효 등을 이유로 소멸하는 경우에 그 저당권의 당연 소멸로 후순위저당권의 순위가 상승하는 것은 후순위저당권자가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향유하는, 그리하여 어떻게 보더라도 현실인 이익이다. 그 경우 후순위저당권자는 그러한 순위의 상승을 단순히 기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의문이 없는 저당권에 관한 법리, 즉 '순위상승의 원칙'(우선 곽윤직·김재형, 물권법, 제8판[전면개정] 보정판(2015), 453면 참조)의 적용에 의하여 발생하는 그야말로 법적인 이익인 것이다. 이것을 '반사적 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법논의에서 극력 피하여야 할 언어의 오용이 아닐까? 만일 그것이 단순한 기대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예를 들어 저당권이 설정된 목적물의 제3취득자가 그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로 누리게 되는 저당권의 당연 소멸, 그리하여 이러한 법적 부담으로부터의 해방도 역시 '단순한 기대'에 그친다고 말하여야 할 것이다. 제3취득자도 역시 통상적으로는 저당권 등의 존재를 알면서(적어도 등기부를 통하여 알 수 있었으면서) 이를 물적으로 인수하는 것으로 하여 목적물을 취득하였을 것임에도 그 후 위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그러한 '반사적 이익'을 얻는 것에 불과하지 아니한가? 그러나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다12446판결(공보 2761면)은 이 사건에서와 같이 가등기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던 사안에서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긍정한다. 시효이익 포기의 상대효를 다루는 근자의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다200227판결(공보 하, 976면)도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2) 시효원용권 인정 여부의 법문제에 대하여 우리 판례는 일본의 그것에 '따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의 판시는 최고재 1999(平成 11). 10. 21. 판결(민집 53-7, 1190)의 태도와 일치하고, 그 이유 설시도 위 일본 판결("선순위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후순위저당권의 순위가 상승하고 이로써 피담보채권에 대한 배당액의 증가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배당액 증가에 대한 기대는 저당권의 순위 상승에 의하여 초래되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로부터 그대로 따왔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에는 제2차 대전 이전, 특히 1920년대 말까지의 엄격한 해석을 1945년부터의 최고재가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애초 대심원의 판례상 시효원용권이 모두 부정되었던 물상보증인, 담보부동산의 제3취득자 및 사해행위의 수익자 등에 대하여 모두 1960년대 중반부터 하나씩 긍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시효원용권자 여하에 관한 판례의 흐름은 위와 같이 일찍부터 채택되어온 [직접성] 공식의 실질적 해체의 역사이다. 그 공식은 그 기원(起源)에 있어서는 일정한 자를 제외한다는 의미를 가졌었으나, 현재는 전에 부정되었던 자 전부에 시효원용권이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판례의 변경은 다른 법문제에서는 별로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金山直樹, 時效における理論と解釋(2009), 319면 이하). 이러한 입장 전환을 선도한 것은 다름아닌 일본 법학자 와가쓰마 사카에(我妻榮)인데, 그 주장의 요지는 "시효의 원용이 시효로 인한 권리의 득상이라는 일반적 법률효과와 개인의 의사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는 제도라고 한다면, 이들 관계자 각자에게 원용의 자유를 인정하고 시효의 효과를 상대적·개별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 그 목적에 적합하다"고 전제한 다음, "시효에 의하여 직접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면하는 자 외에도 이 권리 또는 의무에 기하여 다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자도 포함한다고 봄이 옳다"는 것이다(新訂 民法總則(1965), 445면 이하. 이는 "抵當不動産の第三取得者の時效援用權"이라는 1936년 논문으로 소급될 수 있다). 위와 같은 흐름을 반영하여 후순위저당권에 대하여도 이를 긍정하는 학설이 유력하였다(川島武宜, 幾代通 등). 그럼에도 최고재의 위 1999년 판결은 이를 부정한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학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예를 들면 金山直樹, 前揭書, 320면 이하[처음 발표는 2000년]. 위 판결에 대한 평석의 목록은 森田宏樹, "時效の援用權者", 民法判例百選 제1권, 제8판(2018), 86면 이하를 보라). 한편 일본은 2017년의 민법개정(시행은 금년 4월부터)으로 시효의 원용에 관한 제145조에서 시효원용권자를 "당사자(소멸시효에 있어서는 보증인, 물상보증인, 제3취득자 기타 및 권리의 소멸에 관하여 정당한 이익을 가지는 자)"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는 개정 전과 같이 그 구체적인 범위를 해석에 맡기는 취지라고 한다. 4. 후순위담보권자에게 선순위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시효원용권을 부정한 것은 종전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판단으로서 하급심이나 거래실무 등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러한 입장에는 쉽사리 찬성할 수 없다. 애초 시효소멸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받는지, 간접적으로만 미치는지의 구분 자체가 그야말로 형식적 기준이므로(법논의에서 드물지 않은 그 가장이유(假裝理由, Scheinbegrundung)!), 그 적용은 가급적 피하여야 할 것이다. 양창수 한양대 석좌교수(전 대법관)
소멸시효
근저당권
후순위저당권
양창수 한양대 석좌교수(전 대법관)
2021-05-03
가사·상속
민사일반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7. 가족법
1.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성(姓)의 등기기록 정정 기준[대법원 2020. 1. 9.자 2018스40 결정] 가. 대상결정의 요지 가족관계등록제도는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여 공시·공증하는 제도이다(제1조, 제9조).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기재가 적법하게 되었고 기재사항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가 있거나 그 기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신분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더라도 기재된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을 수정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부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 검토 신청인은 어린 시절부터 '금**'라는 이름으로 생활해 왔고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외에 신분증명을 위하여 사용되는 다른 주민등록표, 여권 등에는 '금'이라는 한글 성이 기재되어 있으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신청인의 성명이 '김**(金**)'로 표기되어 있어 성명에 관하여 공적 장부들의 기재가 불일치하고 이로 인하여 상속등기 등 권리실현에 장애가 발생하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의 표기를 '금'으로 정정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이와 같은 사유가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거나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는 경우이거나 제105조 제1항의 창설적 신고가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신청인의 정정신청을 기각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성명을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이기하도록 한 구 호적법 시행규칙의 개정 경과,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의 작성경위, 신청인이 출생 시 또는 유년시절부터 한자 성 '金'을 한글 성 '금'으로 사용하여 오랜 기간 자신의 공·사적 생활영역을 형성하여 온 사정, 신청인이 등록부정정을 신청하게 된 이유,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을 '금'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였다. 대상결정은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의 추정력과 함께 이를 번복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2. 재판상 이혼 시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공동양육을 명할 수 있는 기준[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가. 대상판결의 요지 자녀의 양육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미성년인 자녀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에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인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민법 제837조, 제909조 제4항 및 제5항,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3) 및 5) 등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법원이 친권자를 정하거나 양육자를 정할 때 반드시 단독의 친권자나 양육자를 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므로 이혼하는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의 경우 부모 모두를 자녀의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은 부모가 공동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에서 현저한 차이가 없는지, 부모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양육환경이 비슷하여 자녀에게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적고 환경 적응에 문제가 없는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양육을 위한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검토 대상판결은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미성년자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하는 기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함과 동시에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서 부모가 가까운 장래에 공동양육과 방법에 대하여 서로 원만하게 협력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향후 자녀를 공동양육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게 되더라도 공동양육을 통하여 부모 각자의 거주지를 오갈 자녀의 경제적·시간적 손실과 정서적 불안정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오히려 일방에 대한 양육자 지정과 상대방에 대한 면접교섭을 통해서도 공동양육자 지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대부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부모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고 공동양육의 방법을 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현재의 유책주의 이혼법제에서는 당사자가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등 첨예한 갈등이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로 이혼하게 되는 사정을 주장 입증하여야 하고 부모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기 어려워 실제로 공동양육이 허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대법원 2020. 6. 7.자 2020스575 결정] 가. 사실관계 대한민국 국민인 신청인은 2013년 8월경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던 중국 국적 여성 Y와 사이에서 딸인 사건본인이 출생하자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였다. 사건본인의 출생증명서에는 Y의 성명,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Y는 이미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되어 Y의 혼인관계증명서나 Y가 자녀의 출생 당시 유부녀가 아님을 공증하는 서면, 2명 이상의 인우보증서 등 서류 등 혼인 외 자녀의 父가 출생신고할 때 첨부해야 할 서류를 제출할 수 없었다. 이에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규정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이 사건 신청을 하였으나 제1심법원과 항고심법원은 모두 기각하였다. 나. 대상결정의 요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다(헌법 제10조).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취지, 입법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은 같은 법 제57조 제1항에서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자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규정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문언에 기재된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이므로 외국인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의 소재불명이나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다.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친부의 출생신고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의무는 모에게 있지만(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부(父)도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고 이때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비혼모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부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 있지만 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가 있는 경우에 그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부는 모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공증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인의 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므로[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2015. 1. 8. 제정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 제8조] 모를 불상으로 기재할 수는 없다. 이는 민법상 친생추정 제도와 관련이 있는데 모가 부(夫)가 아닌 생부를 자녀의 부(父)로 기재하는 출생신고를 수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나 모의 인적사항을 모를 때에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먼저 자녀의 미성년후견인 또는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된 후 관할 가정법원으로부터 자녀의 가족관계등록창설 및 성본 창설 심판을 받고 가족관계등록창설신고 및 인지신고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생부가 자녀의 부로 기재될 수 있었다. 이처럼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어도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면 비록 유전자검사를 통하여 친자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부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런 어려움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에 가족관계등록법이 일부 개정되었다(법률 제13285호, 일명 '사랑이법'). 이 법은 친부가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모가 혼인 중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한 후 생부를 아버지로 출생신고 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을 악용하는 것을 막고자 일선 법원에서는 모의 인적 사항을 전부 알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생부의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개정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출생신고에 있어 비혼부의 어려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라. 검토 대상결정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천명한 최초의 판례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사랑이법의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민법상 친생추정제도와의 관계에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였으나 대상결정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와 위 법률 조항의 입법 취지 등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비혼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자녀의 출생신고를 간소한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4.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쟁점 A(1909년 8월 10일 사망)는 2010년 8월 15일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A는 1남 2녀를 두었고 장녀 망 B의 자녀인 b가 행정소송을 통해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년 2월 17일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 한다)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인정되자 A의 장남 망 C의 손자인 원고(A의 증손자)가 검사를 상대로 A와 B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A에게 다른 손자녀(차녀의 자녀들)가 있어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 달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독립유공자 A와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는지 나아가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기권자(원고적격)의 구체적 기준이 문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구 인사소송법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이다.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이러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민법 제865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다른 조항의 제소권자로 명기되어 있거나 별도의 이해관계가 인정되어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 이에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한편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판례 변경에는 찬성하지만 원고가 제소권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대법관 2인의 별개의견이 있다. 다. 검토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민법 제865조에 따라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물론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제865조에 열거된 각 규정(제848조, 제850조, 제851조)이 정하는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제865조 및 제862조에 따른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른 사람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존부가 판결로 확정됨에 따라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이는 원고의 주장내용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별개의견은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위와 같은 제소권자에 관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가 등록됨으로 인해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 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며 친생자관계존부확인 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인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지 여부'는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가령 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다면서 그로 인한 실무적 부작용 등을 우려하였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모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과 관련하여 약 40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과 동시에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였다. 친생자관계는 인간의 혈연적·정서적 뿌리와 연결된 기초적 신분관계이다. 따라서 친자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친자가 문제삼지 않는 친생자관계에 대해 제3자가 확인의 소를 제기하도록 허용하려면 그럴만한 정당성이 충실하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민법 제856조에 의해 준용되는 민법 제851조의 보충적 제소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해관계인의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은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5.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과 법정대리인[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실관계와 쟁점 피고는 채무자인 A의 상속인들(배우자 B, 자녀 C와 원고)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93년 12월 20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후 2003년 11월경 시효 연장을 위하여 소를 제기하여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는데 B는 위 두 번의 소송에서 당시 미성년자인 원고를 대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11월경 재차 시효 연장을 위하여 B, C, 원고(성년)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피고는 2017년 8월 31일 위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17년 9월 25일 상속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고 곧바로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한정승인 신고 및 그 수리가 유효한지 여부이다. 이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에서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미성년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나아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뒤에 본인이 직접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각 기간은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켜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한 제척기간인 점,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대리인 제도와 민법 제1020조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이나 그 소급 적용에 관한 민법 부칙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2다15268 판결 참조).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1998년 5월 27일 전에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위 민법 부칙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상속인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또한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1998년 5월 27일 이후여서 상속인에게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더라도 법정대리인이 위와 같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상속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그의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도 3월 동안 상속인을 대리하여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 내에 스스로 특별한정승인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다. 검토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가부를 가려야 하는가 하는 쟁점에 관해서는 기존 판례에 따라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그런데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수의견은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미성년 상속인을 상속채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모두 일치하였다. 다만 다수의견은 입법으로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입법이 아닌 해석을 통해 미성년자를 구제하는 것을 도모하였다.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법률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할 제도적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6. 그 밖에 부모에게 양육비를 분담하고 공동명의계좌를 개설하도록 명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므15302 판결도 중요하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21-03-04
헌법사건
헌법재판소가 군정법령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사실관계 및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2016년 11월 24일 울산 중구 소재 이 사건 토지를 경매절차에서 낙찰 받아 그 소유권을 취득하고 2017년 4월 3일 울산광역시 중구를 피고로 하여 아무런 권원 없이 이 사건 토지를 도로 포장 등의 방법으로 점유·사용하고 있으므로 그로 인한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전 소유자가 1945년 8월 10일 재조선 일본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1945년 9월 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1945년 9월 25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2호에서 일본인의 모든 재산권 이전 행위를 금지하고 1945년 8월 9일 이후에 체결한 재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였으며 1945년 12월 6일 공포된 미군정청 법령 제33호가 1945년 8월 9일 이후 일본인의 모든 재산은 미군정청이 취득한다고 규정한 점 등을 이유로 청구인들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소송 계속 중 위 미군정청 법령들에 대하여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군정법령은 헌법소원대상성 및 재판의 전제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본안에서는 이는 소급입법금지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검토] 1. 헌법제정 전의 법률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가? 위 결정은 위 법령들은 각 군정장관의 명의로 공포된 것으로 법령(Ordinance)의 형식을 가졌지만 오늘날 법률로 제정되어야 할 입법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제헌 헌법 제100조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법질서 내로 편입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과거 헌법위원회는 1954년 2월 27일 마찬가지로 군정법령인 1947년 12월 15일 공포된 남조선과도정부 행정명령 제9호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는 남조선과도정부 시절의 구 국방경비법에 대하여 성립절차상의 하자가 없다고 하였으며(헌재 2001. 4. 26. 선고 98헌바79·86, 99헌바36 결정) 대법원은 1960년 2월 5일 경향신문 폐간 사건에서 군정법령 제88호에 대해 헌법위원회에 위헌제청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어떤 규범이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 군정법령들은 미군 군정청이 발령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입법부나 공권력에 의하여 제정된 것이 아니므로 입법자의 권위 보호를 위하여 그 위헌 여부의 판단을 굳이 헌법재판소에 독점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헌 헌법 제100조가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다고 하여 군정법령이 대한민국의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심사를 할 수 있다면 일제 강점기의 법률의 위헌 여부도 법원은 판단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하여야 하는가? 독일에서는 독일 헌법 시행 전의 법률(vorkonstitutionelles Recht)에 대하여는 일반 법원이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1900년 시행된 독일 민법 제1300조는 흠 없는 약혼녀는 약혼자와 동침하였으면 약혼이 해제된 때에는 재산적 손해가 없더라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2년 뮌스터 구법원(Amtsgericht)은 위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고(NJW 1993, 1720) 연방헌법재판소도 구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BeckRS 1993, 01691). 2. 한국의 사법부가 군정법령에 대하여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가? 군정법령의 제정 자체는 미국의 주권에 기한 것이다(헌재 2017. 5. 25. 선고 2016헌바388 결정 참조). 그런데 한국의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의 헌법에 비추어 군정법령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만일 위 법령을 위헌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게 될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차대전 후에 연합국 점령군이 공포한 직접적 점령법률(unmittelbares Besatzungsrecht) 자체는 연방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인 연방법률이나 주 법률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BVerfGE 3, 368 ff). 다만 1948년 정부 수립 후에 한국이 위 군정법령을 적용하였다면 그 적용에 대하여는 헌법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위 군정법령이 적용된 것은 1945년의 일이므로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헌법 시행 전에 공포되고 적용이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 위 군정법령은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되기 전에 공포되고 그 적용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그 위헌 여부를 현행 헌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1971년에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4항에 근거하여 1977년에 이루어진 수용처분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이 위헌이라고 하면서 1987년의 현행 헌법 제76조와 제77조를 원용하였고(헌재ㅤ1994. 6. 30. 선고 92헌가18 결정) 위 특별조치법 제11조 제2항 중 제9조 제1항에 근거하여 1982년에 확정된 유죄판결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 규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현행 헌법 제33조 제1·2항을 들고 있다(헌재 2015. 3. 26. 선고 2014헌가5 결정). 그러나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그 전에 완료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제정 또는 적용 당시의 헌법이 위헌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 후의 현행 헌법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당시에는 합헌이었던 것이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소급적으로 위헌인 것이 될 수 있어서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물론 현행 헌법 시행 전에 제정되었더라도 현행 헌법 시행 후에 적용된 법률에 대하여는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이 현행 헌법 전에 제정되었고 그 적용도 완료된 사건들에 대하여 현행 헌법을 적용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윤진수, 상속관습법의 헌법적 통제, 헌법학연구 23권 2호, 2017, 175면 이하 참조). 다만 과거의 법률이 현재의 헌법이나 그 이념에 비추어 볼 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부당한 경우에는 현재의 헌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윤진수, 위헌인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민사법학 81호, 2017, 138면 이하 참조).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unerträglich) 정도에 이르면 부정의한 법은 정의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라드부르흐). 남아프리카 헌법재판소가 1996년 선고한 두 플레시스 판결{Du Plessis and Others v De Klerk and Another, 1996 (3) SA 850}도 그러한 취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위 군정법령이 공포되었을 당시에는 아예 대한민국 헌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현행 헌법 제13조 제2항은 제헌헌법에는 없었고 1962년 헌법에서야 제11조 제2항으로 비로소 도입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위 군정법령이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 헌재 결정도 1945년 8월 9일 당시 재조선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일본의 패망과 미군정의 수립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이 소유·관리하던 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이나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신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헌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소급입법의 금지를 명하는 위 헌법 규정이 헌법 제정 전에 적용이 완료된 이 사건에 소급적용될 수는 없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소급입법
군정법령
헌법소원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1-02-15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채권자와 채무자간에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그 확정판결에 대하여 다시 다툴 수 있는가
Ⅰ.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원고는 소외 甲 등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원고는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소외 乙에게 요청하여 乙 명의로 다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 乙 명의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는 해제되었으며 피고는 소외 乙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외 乙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소외 甲 등에 대하여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각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2014년 11월 13일 '원고에게 甲 등은 각 그 소유지분에 관하여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원고는 위 甲 등에 대하여 위 2014년 11월 13일자 매매계약 및 이 사건 제1매매계약의 이행불능, 집행불능 등으로 인한 매매대금 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일체의 금전적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이하 '이 사건 화해'라고 한다)이 성립하였고 이후 소외 乙에 대하여는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화해에서 취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소외 甲 등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는 본안전항변을 하였으나 원심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제3채무자는 그 청구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화해는 토지거래허가제에 관한 강행법규 위반으로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이 사건 제1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목적에서 단지 재판상 화해의 형식을 취하여 위 매매계약의 이행을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를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를 대신하여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와 같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있는 경우 등에는 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대위소송의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위 확정판결 또는 그와 같은 효력이 있는 재판상 화해조서 등이 재심이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그 판결이나 화해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Ⅱ. 대상 판결의 평석 1. 종래 판례의 태도와 최근의 변화 종래 판례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피보전채권에 관하여 승소확정을 받은 바 있으면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입증되었으므로 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한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더 이상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는 판시를 계속하여 왔었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다카961 판결, 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18741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다82700,8271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74919 판결에서 기존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피보전채권이 존재한다는 확정판결이 있어도 그 채권의 취득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에 제3채무자가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판시하여 처음으로 예외를 인정하였다. 위 판례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제3채무자는 그 청구권의 존재를 다툴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나 그 청구권의 취득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어 무효인 경우 등에는 제3채무자는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위 2014다74919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제3채무자가 피보전채권의 존재에 대하여 확정판결이 있어도 이를 다툴 수 있는 예외적 경우를 판시하고 있다. 위 2014다74919 판결은 피보전채권의 취득이 소송신탁을 금지하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이고 대상 판결은 피보전채권의 취득이 토지거래허가제도에 관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이다. 2. 종래 판례에 대한 해석론 가. 피보전채권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선결문제로 작용하게 되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확장되는 경우라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에 선결문제로 작용하기 위하여는 전소와 후소 사이에 당사자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함은 민사소송법 제2018조 1항의 취지상 당연하다. 피보전채권에 관한 소의 당사자와 채권자대위소송의 당사자가 다르므로 전소의 기판력이 후소의 선결문제로 작용할 수 없다. 나. 피보전채권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그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 채권자대위소송에 미친다고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판결의 반사적 효력이란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당사자가 아닌 소송당사자의 일방과 실체법상 특별한 의존관계에 있을 때 그 판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 반사적으로 유리 또는 불리하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사적 효력은 민사소송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고 판례도 반사적 효력에 대하여 부정적이라는 점에서(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228099 판결 참조), 종래 판례를 반사적 효력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 종래 판례를 확정 판결의 증명효 문제로 접근하는 견해(윤진수, 민법논고 7, 박영사, 2015, 434 이하 참조)가 있는데 이 견해가 타당하여 보인다. 확정판결의 증명효란 확정된 판결의 이유에서 확정한 사실관계는 후소송에서 동일한 사실관계가 문제될 경우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이를 뒤집지 못하는 효력을 말한다(대법원 1990. 5. 22. 선고 89다카33944 판결, 대법원 2010. 8. 19. 2010다26745·26752 판결 등 참조). 이 견해에 의하면 피보전채권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되었다고 하더라고 채권자대위소송과정에서 제3채무자가 새로운 증거방법을 제출하여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있게 된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가. 종래 판례는 피보전채권의 존재에 관하여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이를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더 이상 다툴 수 없다는 판시를 하고 있어 그에 대한 근거로 기판력의 확장이론이나 판결의 반사적 효력론이 제기되어 왔었다. 그런데 위 2014다74919 판결과 이를 계승한 대상 판결에서는 예외적으로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에는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피보전채권의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있다고 판시하였다. 위 2014다74919 판결 및 대상 판결에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였는데, 피보전채권의 부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을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취득한 사실'로 국한 시킬 이유는 없다. 즉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제3채무자는 피보전채권의 취득행위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 외에도 피보전채권이 부존재한다는 모든 사유를 들어 그 존재를 다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3채무자가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채권의 부존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게 된 셈이다. 다만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전소의 확정판결이라는 유력한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었으므로 제3채무자는 전소의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된 피보전채권의 발생원인사실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나. 대상 판결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그 보전되는 청구권에 기한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제3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확장되거나 반사효가 미치는 경우가 아니라 증명효가 미치는 경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신병동 교수(충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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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동 교수(충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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