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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건축
격벽이 제거된 오픈상가를 합체등기 전에 매각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 대법원 2016. 3. 15.자 2014마343 결정 - 1.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근저당권자 ㈜옥스피탈투자대부의 신청에 따라 2012년 9월 7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 사건 각 부동산은 수년 전부터 각 호실이 벽체 등에 의해 구분됨이 없이 일단의 작업장(떡공장) 및 사무실로 사용되어 왔다. 1심은 경매개시결정을 취소하고 경매신청을 기각한 사법보좌관의 결정을 인가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14. 1. 22.자 2012타경45589 결정), 원심 역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은 경계 구분을 위한 물리적 표식이 없어 그 위치 및 면적의 특정이 불가능하여 구조상·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고, 현재의 이용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경계벽 등이 제거된 것이 사회통념상 복원을 전제로 한 일시적인 것이라거나 그 복원이 용이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인정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이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각 부동산에 대한 경매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4. 2. 4.자 2014라167 결정). 한편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에 의하여 소멸하지 아니하는 가등기나 가처분등기 등은 마쳐져 있지 아니하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경매대상 건물이 인접한 다른 건물과 합동됨으로 인하여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었다면 경매대상 건물만을 독립하여 양도하거나 경매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이러한 경우 경매대상 건물에 대한 채권자의 저당권은 위 합동으로 인하여 생겨난 새로운 건물 중에서 위 경매대상 건물이 차지하는 합동 당시의 가액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 위에 존속하게 되므로 저당권자인 채권자는 경매대상 건물 대신 위 공유지분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1동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 사용될 수 있어 그 각 부분이 소유권의 목적이 된 경우로서, 그 구분건물들 사이의 격벽이 제거되는 등의 방법으로 합체하여 각 구분건물이 독립성을 상실하여 일체화되고 이러한 일체화 후의 구획을 전유부분으로 하는 1개의 건물이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0. 3. 22.자 2009마1385 결정 등 참조). 이에 따라 위의 경우에 종전의 구분건물에 대한 저당권자로서는 그 저당권을 구분건물들의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 중에서 위 경매대상 구분건물이 차지하는 합체 당시의 가액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에 관한 것으로 등기기록의 기재를 고쳐 이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1. 9. 5.자 2011마605 결정 등 참조). 그렇지만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 전부와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동일성이 있으므로,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 전부에 대한 저당권자가 그 전부를 경매의 대상으로 삼아 경매를 신청한 경우라면 이는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에 관하여 설정된 저당권설정등기 등이 일괄매각 경매절차를 통하여 말소되어 위 구분건물들에 대한 합병제한사유가 해소된다면, 그 경매절차에 의하여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 전부를 매수한 매수인은 합병등기 등을 통하여 그 현황과 등기를 일치시킴으로써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비록 합체되기 전의 각 구분건물에 관한 저당권을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의 공유지분에 관한 것으로 등기기록의 기재를 고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합체되기 전의 구분건물들 전부를 경매의 대상으로 삼은 경매신청을 합체로 생긴 새로운 건물에 대한 경매신청으로 보아 일괄매각을 허용하고, 위와 같은 사정을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하여 매각절차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3. 평석 구분건물에 대한 담보대출 이후에 격벽이 제거된 오픈상가 즉,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서 그 각 부분이 소유권의 목적이 되었다가, 구분건물들 사이의 격벽이 제거되는 등의 방법으로 합체하여 각 구분건물이 독립성을 상실하여 일체화된 경우, 경매대상 건물이 인접한 다른 건물과 합동됨으로 인하여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었으므로, 경매대상 건물만을 독립하여 양도하거나 경매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경매대상 건물에 대한 채권자의 저당권은 위 합동으로 인하여 생겨난 새로운 건물 중에서 위 경매대상 건물이 차지하는 합동 당시의 가액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 위에 존속하게 되므로, 경계벽 등이 제거된 것이 사회통념상 복원을 전제로 한 일시적인 것이라거나 그 복원이 용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저당권자인 채권자는 경매대상 건물 대신 위 공유지분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하거나 원래대로 격벽을 복원한 다음 경매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유지분 등기를 경료하거나 격벽을 원상으로 회복함에는 큰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협력을 얻지 않으면 안 되는데, 채무자의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격벽이 원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상태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방법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본과 달리 우리 부동산등기법에는 (구분)건물의 합병등기에 관한 규정만이 있을 뿐, 합동?합체 등기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합동?합체 등기에 관하여 합병등기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거나 준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구분)건물의 합병등기는 합병대상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거나 저당권 등 소유권, 전세권, 임차권 이외의 권리의 등기가 있는 건물에 관하여는 할 수 없고, 다만 합병대상 건물 모두에 대하여 등기원인, 그 연월일, 접수번호가 동일한 저당권등기만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다(부동산등기법 제42조, 제37조, 등기선례 제201110-2호). 결국 현행 부동산등기법 아래서는 종전건물의 소유자가 동일하고, 종전건물 모두에 대하여 등기원인, 그 연월일, 접수번호가 동일한 저당권 등기만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합동?합체로 인한 등기(표시변경등기, 공유지분등기, 저당권이전등기 등)가 불가능하다. 구분건물이 합체되면 더 이상 종전 건물은 경매의 목적이 될 수 없고, 합체로 생긴 새로운 (구분)건물이나 그 공유지분을 경매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합체로 생긴 새로운 (구분)건물이나 그 공유지분에 대한 경매는 종전 구분건물에 대한 저당권을 합체 후 (구분)건물에 관한 것으로 등기부의 기재를 고친 후 실행함이 원칙이나, 합체등기 제도가 없는 현행법 하에서 위와 같은 원칙을 고집한다면, 종전건물에 대한 저당권자는 합체로 저당권을 상실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저당권을 현실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대상판결이 종전 저당권을 합체 후 (구분)건물에 관한 것으로 고친 후 경매를 실행하여야 하는 원칙에 대하여, 하나의 예외를 설정한 것이다. 요컨대 위에서 본 문제가 없는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구분건물 합체로 공유지분이 된 부분 전체에 대한 이른바 ‘통’경매로서의 임의경매를 허용하여 일괄매각하고, 합병등기는 사후에 매수인의 부담으로 실행하는 예외를 설정한 것이다. 대상판결이 그 이유에서 “용인시 기흥구 (주소 생략) ○○상가동의 지하층에는 구분건물로서 이 사건 각 부동산 외에 지하층 제17호 철근콘크리트피씨조 28.14㎡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사건 각 부동산뿐 아니라 제17호도 함께 구분건물로서의 독립성을 상실하여 서로 일체화되었다면, 그 지하층 구분건물들 전부에 대한 합체등기 및 그 중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에 상응하는 공유지분에 관한 근저당권으로 변경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만을 경매대상으로 삼아 경매할 수는 없으므로, 환송 후 원심은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제17호와 합체되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가려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시한 것은, 그 각 부동산 및 제17호가 함께 합체되어 한성상가동의 지하층이 1개의 구분건물이 된 것인지(①), 그 각 부동산만이 합체되어 한성상가동의 지하층이 2개의 구분건물이 된 것인지(②) 명확하지 않은바, ①의 경우이면 위에서 본 이유 때문에 합체등기가 마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각 부동산(혹은 그에 해당하는 공유지분)에 대한 경매가 허용될 수 없지만, ②의 경우라면 이른바 ‘통’경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으므로, ①, ② 중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한 다음, 경매의 허용여부에 관하여 다시 판단하여 보라는 취지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구분건물 합체로 공유지분이 된 부분 전체에 대한 이른바 ‘통’경매로서의 임의경매를 허용하여 일괄매각하고, 합병등기는 사후에 매수인의 부담으로 실행하는 예외를 설정함으로써 격벽이 제거된 오픈상가에 대하여 격벽의 원상회복이나 공유지분 등기 없이도 경매가 가능함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유) 바른)
경매
공유지분
구분건물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유) 바른)
2017-12-12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법인 임원의 과다 보수에 대한 세법상 취급
-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두60884 판결 - Ⅰ. 법인 임원의 과다 보수에 관한 세법상 문제점 최근 법인이 임원에게 거액의 보수 또는 상여금을 지급한 경우 손금에 산입할 수 있는지, 산입한다면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세법상 쟁점이 되어 왔다. 외국의 예를 보면, 미국 내국세법은 합리적인 범위의 급여(a reasonable allowance for salaries)만을 비용으로 인정하므로[IRC § 162(a)(1)],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재무부 시행규칙 §1.162-8). 그리고 일본 법인세법 제34조 제2항은 임원에 대한 보수 중 상당하지 않게 고액인 부분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우리나라의 법인세법 제26조 제1호는 인건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과다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에 의하면, 법인이 임원 등에게 지급하는 상여금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고(제1항), 법인이 지배주주 등인 임원 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지배주주 등 외의 임원 등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초과하여 보수를 지급한 경우 그 초과금액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다(제3항). 위 시행령 규정에 의하면, 임원의 보수를 규율하는 것은 제43조 제3항인데, 비교대상인 지배주주가 아닌 임원이 없는 경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임원 보수의 전체금액이 과다하다고 보이더라도, 거기에는 정상적인 직무집행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보수의 형태로 지급되는 상여금에 관하여는 실질적으로 이익처분에 의한 상여금에 해당하는 경우 손금불산입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3두4842 판결, 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4두6562 판결), 지배주주 등인 임원의 통상적인 보수에 관하여는 본 사건에서 그 처리방향을 제시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대부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소외 1은 원고의 1인 주주 겸 대표이사이다. 나. 원고는 소외 1에게 월 3000만원 이하의 보수를 지급하다가 2005년 1월부터 월 3억원으로 인상하여 2005 사업연도(2005. 4. 1.~2006. 3. 31.)에는 합계 30억7000만원, 2006 사업연도부터 2009 사업연도까지는 매년 36억원을 지급하였다. 다. 피고 과세관청은 원고가 2005~2009 사업연도에 소외 1에게 지급한 보수(이하 ‘이 사건 보수’라 한다)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동종 대부업체 12개 중 대표이사의 급여가 높은 3개 업체의 급여 평균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손금에 불산입하여 2005~2009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보수는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이익잉여금 처분을 통하여 지급된 것이 아니어서 ‘이익처분에 의한 상여금’이 아니며, 이 사건 보수 중 실질적으로 이익처분에 의하여 지급된 상여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얼마인지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보수는 전부 손금에 산입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과세처분을 모두 취소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이익처분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보수의 손금불산입 법인이 지배주주인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가 법인의 영업이익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규모, 해당 법인 내 다른 임원들 또는 동종업계 임원들의 보수와의 현격한 격차 여부, 법인의 소득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려는 주관적 의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 보수가 임원의 직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는 주로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분여하기 위하여 대외적으로 보수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이익처분으로 손금불산입 대상이 되는 상여금과 그 실질이 동일하므로,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에 따라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 증명의 어려움이나 공평의 관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정이 상당한 정도로 증명된 경우에는 보수금 전체를 손금불산입의 대상으로 보아야 하고, 위 보수금에 직무집행의 대가가 일부 포함되어 있어 그 부분이 손금산입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보수금 산정 경위나 그 구성내역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기 용이한 납세의무자가 이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나. 이 사건의 경우 ① 2005~2009 사업연도 중 소외 1의 보수를 차감하기 전의 원고의 영업이익에서 소외 1의 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8~95%에 달하여 동종업체의 평균수치인 5~9%에 비하여 비정상적으로 높은 점, ② 소외 1의 보수는 원고의 또 다른 대표이사인 소외 2 등의 약 50배에 달하고, 원고와 사업규모가 유사한 동종업체 중 상위 3개 업체의 대표이사들의 평균 연봉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점, ③ 원고 직원이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세금절약을 위하여 사장의 급료를 높인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소외 1의 보수를 전액 손금으로 인정받아 법인세 부담을 줄이려는 주관적 의도가 뚜렷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외 1의 보수는 대표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는 주로 원고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분여하기 위하여 대외적으로 보수의 형식을 취한 것으로서 실질적인 이익처분에 해당하여 손금불산입의 대상이 된다. Ⅲ. 평석 1. 증명필요 부담의 전제조건 : 납세의무자의 증명용이성 대상판결은 납세자가 보수금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기 용이함을 이유로, 보수금에 직무집행대가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의 필요를 납세자에게 지우고 있다. 임원의 보수금에는 임원이 전혀 직무집행을 하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부라도 직무집행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통상적일 것이기 때문에, 증명이 문제되는 것은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 직무집행 대가의 구체적 범위이다. 그런데 납세의무자인 법인이 반드시 이에 관한 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서 증명이 용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인에 동일직위의 지배주주 아닌 임원이 없는 경우 그 법인 내에서는 비교대상을 찾기 어렵고, 임원의 직무집행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다른 법인의 임원 보수 등을 참고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자료를 납세의무자가 입수하기가 곤란할 수 있고, 오히려 과세관청이 세무조사 등을 통하여 개개의 납세의무자보다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납세의무자에게 입증주제에 관한 증명의 용이성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증명의 필요를 납세의무자에게 귀착시킬 것인지를 결정할 때는 이러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납세의무자가 직무집행대가의 구체적 범위를 뒷받침할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고 입수하기도 어려운 반면, 과세관청이 그 자료를 가지고 있거나 확보할 수 있음에도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상판결을 적용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2. 직무집행대가의 구체적인 범위에 관한 증명의 정도 임원의 용역은 법인의 내부에서 사용되는 생산요소로서 소비자에게 대량으로 판매되는 제품과 달리, 그에 대한 대가는 법인의 업종 및 규모 등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보수 중 정상적 직무집행대가 부분을 특정하여 증명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임원의 보수금이 정상적 직무집행대가를 초과하는 것이라는 점의 증명책임은 본래 과세관청에게 있는데, 대상판례에 의하여 일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정상적 직무집행대가의 범위에 대한 증명의 필요가 납세의무자에게 전환된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납세의무자가 부담하는 증명의 필요는 원칙적으로 법관으로 하여금 과세요건의 충족 여부에 상당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정도면 족하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향후 대상판결의 적용과정에서 납세의무자에게 정상적 직무집행대가의 범위에 대한 증명을 너무 엄격한 정도로 요구하는 것은 증명책임의 완화를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증명책임의 전환을 의미하게 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개개의 사건에서 대상판결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간의 이해관계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세심하고 유연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실무상 문제되는 임원의 과다 보수의 세법적 처리방향에 관하여 중요한 지침을 주고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을 구체적 사건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영상 자율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송동진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법인세법
법인세
대표이사
상여금
보수
송동진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17-11-07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국세기본법상 통상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의 관계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1740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2008년 11월 5일 A회사에게 자신들이 각 2분의1 지분씩 소유한 이 사건 부동산을 양도한 뒤 전체 양도가액을 35억원으로 하여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다. 나. 피고는 2012년 1월 2일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가액이 임대차보증금 3억3000만 원을 포함한 38억3000만 원임을 전제로 세액을 다시 계산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2008년 귀속 양도소득세를 추가 납부하도록 각 경정·고지하는 이 사건 부과처분을 하였다. 다. A회사는 2014년 12월 1일 원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에서 양도가액을 35억 원으로 정하고 이를 모두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양도가액을 38억3000만 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추가로 그 지급을 구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라. 법원은 2015년 4월 23일 위 매매계약에 따른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가액은 35억원이고, A회사가 원고들에게 위 양도가액 35억원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A회사와 원고들 사이에 체결된 위 매매계약에 기한 A회사의 매매대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민사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5년 5월 16일 확정되었다. 마. 원고들은 2015년 5월 22일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민사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의 후발적 경정사유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2008년 귀속 양도소득세의 경정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15년 7월 28일 원고들의 위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심 : 서울고등법원 2017. 4. 4. 선고 2016누81361 판결 처음부터 존재하던 사유를 이유로 한 통상적 경정청구를 인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후발적 경정청구까지 허용한다면 원시적 사유임에도 소송을 통하여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바꾸는 방법으로 통상적경정청구의 제척기간 만료 후에도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게 되어 통상적 경정청구기간과 쟁송기간을 제한한 입법취지에 반한다. 그러므로 국세기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5조의2 제1항 제1호의 원시적 사유가 나중에 같은 조 제2항 제1호 사유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대법원 : 2017. 9. 7. 선고 2017두41740판결 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문언 내용과 그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최초의 신고 등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을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하는 판결이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납세의무자가 그 판결에서 확정된 내용을 법 제45조의2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통상적경정청구사유로 다툴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납세의무자의 정당한 후발적 경정청구가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 3. 평석 가. 관련 법 규정 흔히 법 제45조의2 제1항의 경정청구를 통상적 경정청구, 제2항의 경정청구를 후발적 경정청구라 부르는데, 이 사건에 관련된 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45조의2(경정 등의 청구) ①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제출한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최초신고 및 수정신고한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 또는 경정을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결정 또는 경정으로 인하여 증가된 과세표준 및 세액에 대하여는 해당 처분이 있음을 안 날(처분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로 한정한다)에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 1.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각 세법에 따라 결정 또는 경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결정 또는 경정 후의 과세표준 및 세액을 말한다)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할 때 ②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제출한 자 또는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을 받은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제1항에서 규정하는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결정 또는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 1.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 나. 후발적 경정청구의 입법취지 후발적 경정청구는 통상적 경정청구기한이 경과한 후 당초 신고나 부과처분 시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감액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납세자에게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사정변경의 원칙을 납세자의 영역에서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도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둔 취지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는데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2379 판결). 일본 국세통칙법도 제23조 제1항에서 통상적 경정청구, 제2항에서 후발적 경정청구를 규정하고 있는데, 입법취지는 우리나라 의 그것과 비슷하다(東京高裁, 平成 10. 7. 15. 平9 (行コ)193호 판결 등 참조). 다. 통상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의 관계 대상판결에서 원고들은 양도소득세의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에 통상적 경정청구를 하지 못하다가, 관련 민사판결 확정 후 2월 이내에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였다. 그런데 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제4호도 마찬가지다)는 엄격한 의미에서 사후에 사정이 변경된 경우라기보다는 당초에는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 사후에 판결 등에 의하여 명확해진 경우일 수 있고(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2379 판결 참조), 법 제45조의2 제1항 제1호의 통상적 경정청구의 사유도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는 통상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와 연관되고, 실무상으로는 경경청구의 기한문제로 직결된다. 경정청구의 본질은 원시적인 과다 신고와 신고·결정·경정처분 후 발생한 사유로 후발적으로 과다해진 경우 모두를 방치할 수 없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납세자의 권리구제수단이다. 이렇게 본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는 통상적 경정청구의 보완적 관계이지, 다른 종류나 성질의 경정청구는 아니다. 법 제45조의2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 중 특정유형의 후발적 사유를 추출하고 그에 따른 청구기간의 특례를 규정한 것이 제2항이다. 청구기한에 관하여 제2항이 ‘제1항에도 불구하고’라고 규정하지 않고 ‘제1항에서 규정하는 기간에도 불구하고’라고 규정한데서도 알 수 있다. 경정청구제도가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그 취지가 있는 만큼 법규정의 문언상 가능함에도 이를 축소하여 적용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대상판결과 같이 통상적 경정청구 기한이 만료되었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 기한이 만료되지 않았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반대로 후발적 경정청구 기한은 도과하였으나 아직 통상적 경정청구 기한은 도과하지 않았다면 통상적 경정청구는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조세실무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있는 경우 경정청구기한이 경과되었더라도 통상적 경정청구기한이 경과되지 않았다면 경정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해석하고 있다(東京高裁, 昭和 61. 7. 3. 昭60(行コ)82호 판결, 神호地裁, 平成 19. 11. 20. 平 18(行ウ)59호 판결 등). 4. 결론 대상판결은 통상적 경정청구 기한이 도과하였다 하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 기한이 도과하지 않았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한 최초의 사례로, 경정청구에 관한 납세자의 권리를 더욱 강하게 보호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김철 변호사 (법무법인 이강)
양도소득세
후발적경정청구
경정청구
김철 변호사 (법무법인 이강)
2017-10-27
민사일반
방응모 재판 고찰
- 대법원 2016. 11. 9. 선고 2012두3767 판결 - Ⅰ. 대상 판결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원회’라 한다)는 2009년 6월 29일 망 방응모의 행위를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민족규명법’이라 한다) 제2조 제13호, 제14호, 제17호의 친일 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12월 1일 제13호, 제14호 부분은 적법하나, 제17호 결정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제14호 결정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 상고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13호 부분 : 망인이 자신이 운영하던 잡지 ‘조광’에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내선일체를 강조하는 문예물과 논문을 게재하고, ‘임전대책협력회’에 발기인으로 참가하여 직접 전쟁협력을 선전하며 전시채권을 가두에서 판매한 행위는 문화기관이나 단체를 통하여 일본 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13호 결정 부분은 적법하다. 나. 14호 부분 : 비록 망인이 조선항공공업의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그 주식 1%를 보유하면서 감사역으로 선임되었다 하더라도, 조선항공공업을 ‘운영’하였다고 보기에는 충분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원심은 제14호에서 정한 군수품 제조업체의 ‘운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 다. 17호 부분 : 상고이유서를 제출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아 상고기각함 Ⅱ. 친일파 청산 역사 1. 친일파의 활약 우리 역사에서 친일파란? 일본의 침략 및 강점 시기에 한국인으로서 일제의 침략과 통치에 적극 협력하여 우리 민족에게 중대한 해악을 끼친 자들, 즉 ‘민족 반역자 집단’을 의미한다. 조선 멸망 당시 일진회,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구적(이완용·윤덕영·민병석·고영희·박제순·조중응·이병무·조민희·이재면), 병합 시 일제로부터 작위와 은사금을 받은 황족 3명(공족)과 조선 귀족들 68명(후작·백작·자작·남작) 등이 대표적이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으로 일본 제국의회 의원이 된 자는 박영효 등 총11명이 있었다. 중추원 부의장이던 이완용, 박영효, 이진호, 박중양을 비롯하여 중추원 고문 또는 참의로 활동한 자들이 대략 305명가량 된다. 조선총독부 국장에 오른 한국인은 2명(이진호와 엄창섭)이었다. 군인으로 중장까지 오른 이병무, 조동윤, 조성근, 홍사익 등을 비롯하여 일본군 장교가 된 자들이 다수 있었다. 해방 때까지 한국인이 오른 일본 경찰 최고위직인 경시에 올랐던 인물은 21명뿐인데, 그중 해방 당시 경시로 재직하던 인물은 8명으로 알려졌다. 일제하 부장판사까지 올랐던 한국인은 2명(조진만, 김준평)이었다. 그 외 친일파 기업인과 예술가를 비롯하여 밀정 등으로 친일의 주구가 된 자들이 많았다. 2. 친일파 청산의 좌절 1948년 9월 제헌 국회는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반민족행위 처벌법’(반민법)을 제정하였고,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구성하였다. 반민특위는 1949년 1월 악질 기업가였던 박흥식의 체포를 시작으로 밀정이었던 이종형을 비롯하여 최린, 박중양, 김연수 등을 체포하였다. 그해 2월에는 최남선과 이광수, 배정자 등을, 3월에는 엄창섭 등을 각 체포하였다. 그러나 반민특위가 1949년 1월 일제 고등계 경시 출신인 서울시경 수사과장 노덕술을 체포하자, 대통령 이승만이 노덕술의 석방을 종용하는 등 이승만 정부는 공산주의 세력을 제압한다는 명분 아래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하였다. 1949년 3~8월에는 남북통일 협상 등 북한의 주장과 비슷한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조작하여 국회 부의장 김약수 등 반민법을 주도한 총 13명의 소장파 국회의원을 구속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국회 프락치 조작 사건). 1949년 6월에 친일 경찰인 서울시경 사찰과장 최운하를 체포하자, 그달 6일 내무부차관 장경근의 지휘로 경찰들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여 특별경찰대를 무장해제시키고 강제연행하였다(6·6 사건). 그해 7월에는 공소시효를 ‘1950년 6월 20일에서 1949년 8월 31일까지’로 단축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이 사임한 뒤 이인이 위원장에 임명되어 강제해산에 앞장섰다. 이어 10월에는 반민특위와 특별검찰부·특별재판부를 모두 해체했다. 1951년 2월에는 반민법 폐지법률이 공포되었다. 반민특위는 1949년 8월 31일까지 총 221명을 기소하였다. 하지만 광복 후 한국군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일본군 장교 출신들을 전혀 조사하지 못하였다. 재판에서도 대부분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도 형이 면제됨으로써 제대로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949년 6월 6일에 반민특위를 무장해제시키고, 그달 26일에 김구를 암살하면서 이때 이미 친일파들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세력을 모두 제거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3. 노무현 정부의 친일 청산 해방 후에도 친일파들은 이승만과 미군정의 후원으로 인적청산을 피할 수 있었고, ‘반공주의’를 면죄부로 이용하면서 군대·경찰 등 권력기관을 비롯하여 교육·문화 분야에까지 실권자가 되었다. 봉천·신경 군관학교 등을 졸업하고 만주에서 활약했던 친일파들은 1961년 5·16 쿠데타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한 후 박정희의 도움으로 대부분 고위직에 올랐다. 유신체제가 한창인 1973년부터 1978년까지는 행정부(박정희), 입법부(정일권), 사법부(민복기) 등 3부 수장 모두 친일파가 차지하는 상황이 되었다(자세한 내용은 졸고, ‘방응모 사건의 법률적·역사적 고찰’, 법원 코트넷 지식광장, 2017. 4. 게시 등 참조). 친일파 청산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던 중 2004년 3월 22일 반민족규명법이 제정되었다. 2005년 5월 발족한 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1월까지 총 1005명의 친일 반민족 행위자 명단을 확정하였다. 이들은 법률이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특A급 친일파’로 분류된다. 한편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11월에 ‘A급 친일파’ 4776명의 목록을 정리한 ‘친일 인명사전’을 출간하였다. 2005년 12월 29일에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개혁입법은 훼손된 민족정기와 사회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Ⅲ. 대상 판결의 평가 방응모 재판은, 그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하면 친일파 단죄 등에 있어서 법률적·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비교적 간단한 쟁점임에도 대법원의 재판 기간만 4년 이상 걸려 신속의 이념에 반하는 흠은 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적정해 보인다. 하급심 법원의 법률 해석 및 판단에 있어서 다소 혼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① 국회에서 법률 요건을 간단명료하게 입법하지 않고, ‘적극 주도’, ‘적극 협력’ 등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하여 친일 반민족행위의 요건들을 추가하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법률 요건에 대해 법원은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을 수 없는 점, ② 법에서 정한 친일 반민족행위에 해당하려면 반민족행위의 내용과 방법이 상당한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는데,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기간이 이미 만료되어 소송수행 과정이 부실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친일파 잔재를 청산하려는 사람과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자들 사이의 적당한 타협으로 인한 입법상의 한계도 있어 보이는 점, ④ 그 외 판사 개개인의 지식·경험·가치관 차이 등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제17호 부분에 있어서 “방응모가 오랫동안 국민총력 조선연맹 등 단체의 간부 지위에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간부로서 일제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구체적인 협력행위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시한 제2심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상고하였는데도, 상고이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대법원의 판단도 받아보지 못한 채 상고기각된 점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동아일보 사장이었던 김성수의 경우, ‘제11호 및 제17호의 친일 반민족행위에도 해당한다’고 본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두346 판결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피고 소송수행자인 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의 불성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방된 지 70년이 넘었다. 선대의 친일 행위를 자손들이라도 먼저 사죄하고 반성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런데 반성은 않고 거짓으로 변명한다면, 국민들의 용서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법적인 단죄를 피했다고 해서 자만하기보다는,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 희생·봉사하는 것이 속죄하는 방법일 것이다. 아직도 못다 한 친일파 청산은 훼손된 민족정기와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허용구 부장판사(대구지법)
방응모
반민족행위
친일파
허용구 부장판사 (대구지법)
2017-09-1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행정처분의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아도 당연무효
-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두11716 판결- 1. 판결 내용 가. 취득세는 신고납부방식의 조세로서 이러한 유형의 조세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하여 신고하는 행위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그 납부행위는 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구체적 납세의무의 이행으로 하는 것이며 지방자치단체는 그와 같이 확정된 조세채권에 기하여 납부된 세액을 보유하는 것인바, 이러한 납세의무자의 신고행위가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신고행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신고행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및 하자 있는 신고행위에 대한 법적 구제수단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신고행위에 이르게 된 구체적 사정을 개별적으로 파악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취득세 신고행위는 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써 취득세 신고행위의 존재를 신뢰하는 제3자의 보호가 특별히 문제되지 않아 그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보더라도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지 않는 반면, 과세요건 등에 관한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 법적 구제수단이 국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비함에도 위법한 결과를 시정하지 않고 납세의무자에게 그 신고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시키는 것이 과세행정의 안정과 그 원활한 운영의 요청을 참작하더라도 납세의무자의 권익구제 등의 측면에서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이와 같은 하자 있는 신고행위가(그 하자가 중대하지만 명백하지 않더라도) 당연무효라고 함이 타당하다. 나. 원심은 원고가 1999년 12월 16일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 등을 자진신고한 사실, 피고가 2000년 5월 16일 및 2003년 4월 1일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 등의 납부를 각 고지하였음에도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까지 과세관청 등에 이 사건 신고행위의 하자를 이유로 한 불복청구를 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고행위의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취득세 등에 관한 이 사건 신고행위의 경우에는 그 존재를 신뢰하는 제3자의 보호가 특별히 문제되지 않아 그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보더라도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등기와 같은 소유권 취득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금의 지급과 같은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도 갖추지 못함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에 기초한 이익 등을 향유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와 같이 지방세법에 규정된 취득이라는 과세요건이 완성되지 않는 등의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 법적 구제수단이 국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신고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원고에게 그대로 감수시키는 것이 원고의 권익구제 등의 측면에서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보더라도 과세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지장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그 하자가 중대한 이 사건 신고행위의 경우에는 이를 당연무효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 이 사건 신고행위를 당연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취득세 신고행위의 당연무효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행정처분의 무효와 취소의 구별기준 가. 기존의 원칙 ① 행정처분의 무효와 취소의 구별기준에 관하여서는 종래의 통설과 판례는 중대명백설의 입장에 서있었다. 즉, 행정처분의 하자의 내용이 중대한(wesentlich) 법규위반이고, 그 하자의 존재가 명백하면(offenbar) 무효, 그렇지 아니하면 취소 사유가 된다{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는 무효로 하여야 할 것이나 행정목적의 달성이 저해되고 제3자의 신뢰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하자의 존재가 명백하여야 한다는 요건도 갖추어야 무효로 볼 수 있다. 하자가 중대하다는 것은 행정처분이 중요한 법률요건을 위반하고 그 위반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하다는 것이고, 명백하다는 것은 하자가 일반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할 때 외관상 명백하다는 것이다(박균성 행정법론上 p378-379면, 김동희 행정법Ⅰ p324-325면 참조, 홍정선 행정법론.上 p350-353 참조)}. ② 명백보충설은, 행정처분의 무효는 그 하자가 중대한 법규위반임은 항상 요구되지만 그 명백성은 법적안정성이나 제3자 신뢰보호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요구된다는 견해이다. 즉, 명백성은 법적안정성, 행정의 원활한 수행, 제3자 신뢰보호의 경우에만 요구되고 따라서 동일한 처분이 대량으로 행하여졌거나 이해관계에 있는 제3자가 있는 경우에만 요구되고 그 이외 경우 요구되지 않는다. ③ 구체적 가치형량설 구체적사안마다 국민의 권리구제요청과 행정의 법적안정성, 제3자 이익보호 요청을 형량하여 무효, 취소여부를 결정하자는 학설로서 하자의 효과의 개별화를 주장한다. 구체적 타당성을 지향하는 장점을 가지지만 행정처분의 무효와 취소의 구별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나. 최근 학설과 판례의 경향 ① 일본 최고재판소의 소화40년 8월 17일 판결은 “과세처분이 과세청과 피과세자간에만 존재하는 것으로서, 당해 처분에 있어 내용상의 과오가 과세요건의 근간에 대한 것이고, 과세행정의 안정과 그 원활한 운영의 요청을 참작하여도 여전히 불복신청기간의 도과에 의한 불가쟁적 효과의 발생을 이유로 하여 피과세자에 위 처분에 의한 불이익을 감수시키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하자는 당해 처분을 당연무효로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했다. 위 판결은 당해 과세처분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은 인정하였으나, 명백성에 대해서는 따로 검토하지 않고, 납세자가 전혀 관계사실을 부지하고 있었던 점, 징세행정상 특별한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당해 처분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이후 명백보충설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다수설 및 최근 우리 대법원 판례의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② 대법원 95. 7. 11.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중대명백설에 따르고 있으나 소수의견은 “행정행위의 무효사유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의 명백성은 행정처분의 법적 안정성확보를 통하여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는 한편, 그 행정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믿은 제3자나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써 그와 같은 필요가 없거나 하자가 워낙 중대하여 그와 같은 필요에 의하여 처분의 상대방의 권익을 구제하고 위법한 결과를 시정할 필요가 훨씬 더 큰 경우라면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그와 같이 중대한 하자를 가진 행정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설시하였고, 헌법재판소는 94. 6. 30. 92헌바23 결정에서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하자 중대하기는 하나 명백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당연 무효가 되지는 아니하지만 다만 당해행정처분을 행정처분을 무효로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반면에 그 하자가 중대하여 그 구제가 필요한 경우에 대하여서는 그 예외를 인정하여 이를 당연무효사유로 보아서 쟁송기간 경과 후에라도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관련소송사건에서 청구인이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처분의 진행정도는 마포세무서장의 압류만 있는 상태이고 그 처분의 만족을 위한 환가 및 청산이라는 행정처분은 아직 집행되지 않고 있는 경우이므로 이 사건은 위 예외에 해당되는 사례로 볼 여지가 있고, 따라서 헌법재판소로서는 위 압류처분의 근거법규에 대하여 일응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여 그 위헌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이른바 명백보충설을 지지하는 견해를 표명하였다. ③ 대상 판결은 신고행위의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 그 하자가 명백하지 않아도 이를 당연무효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무효라고 판시하였고, 위 판결은 취득세 신고행위에 관한 것이지만 결국 취득세 신고행위에 터잡은 취득세 부과처분에 관한 하자에 대한 판례이다. 3. 결 행정처분이 중대한 법규를 위반하였음에도 그 하자의 존재가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여태껏 수많은 중대한 법규위반의 처분이 유효로 취급되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소홀한 점이 많았던 것이 현실이다. 명백성의 요건은 애매하고 재판관의 주관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판단될 위험이 많아서 앞으로는 가급적 제한적으로, 궁극적으로는 처분의 무효원인에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 점에서 대상판결은 의미 있는 획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취득세
행정처분
무효
2017-06-16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 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매수자금에 사용하기 위하여 A(저축은행)으로부터 42억 원을 대출받았다. 나. 원고는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8년 6월 30일 수탁자 B(부동산신탁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신탁원본의 우선수익자를 A로, 수익권증서 금액을 58억8000만원으로 정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부동산이 환가되는 경우 A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잔액은 위탁자인 원고가 지급받기로 약정하였고, 2008년 7월 1일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곧이어 B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다. 원고가 위 대출금채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하자, A의 요청에 따라 수탁자인 B는 공개매각을 실시하였으나 수차례 유찰되었고, A에게 수의계약으로 대출원리금과 같은 액수인 45억여원에 이 사건 건물을 매각하였다. 라. 과세관청인 피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위탁자인 원고가 A에게 이 사건 건물을 공급하였다고 보아 2010년 1월 16일 원고에게 2009년 1기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2. 판결의 요지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Ⅱ.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 1. 종전 판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기 전의 종전 판례는, 신탁법에 의한 신탁이 위탁매매와 같이 ‘자기(수탁자) 명의로 타인(위탁자)의 계산에 의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또는 공급받는 등의 신탁업무를 처리하고 그 보수를 받는 것이어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의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이고, 다만,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가 지정된 타익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가 사업자 및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았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33034 판결). 종전 판례는 수익자설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일본 소비세법 제14조도 신탁재산에 속하는 자산 등 거래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수익자를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보고 있다. 2. 검토 가. 단일세율에 의한 거래세 누진세율에 기초한 소득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인가에 따라 적용세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소득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하여 과세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에서는 누가 납세의무자이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므로, 공급대가의 실질귀속자를 파악할 필요성이 소득세에 비하여 크지 않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이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종전 판례의 문제점 ① 거래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의 분리 신탁된 부동산이 수탁자 명의로 있는 동안에는 수탁자 명의로 대외적 거래행위가 행해지므로, 종전 판례에 의할 경우 대외적 거래를 통하여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는 주체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달라진다. 그리하여 부동산투자신탁 등 수익자가 다수인 신탁의 경우, 수익자 별로 일일이 부가가치세의 신고납부를 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익자가 개인으로서 부가가치세법 제3조의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그에게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게 된다. 또한, 종전 판례에 의하면, 타익신탁의 경우 수익자는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로 본다는 취지이므로,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에서 신탁사무처리비용을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 부가가치세액에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액을 누구에게 과세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②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의 불가능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재산에 대하여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다만,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권리’ 등에 기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판례에 의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라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매매대금의 일부로서 신탁재산에 속하고(위 99다59290 판결), 구 신탁법 제21조(현행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에서 예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는 수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만이 포함되며, 위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두4612 판결). 따라서 위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 수탁자 명의 신탁재산에 대하여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없고, 다만, 위탁자의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 등을 할 수 있을 뿐이므로, 부가가치세의 징수가능 여부는 수익권의 실질적 가치에 달려있게 된다. 만일 수탁자가 부동산을 분양하여 수취한 대금에서 비용을 모두 충당한 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기에 충분하다면, 수익권에 대한 체납처분으로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신축된 건물의 분양대금이 공사비 등을 변제하기에 부족하여 위탁자의 수익권이 실질적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없게 된다. ③ 신탁재산에 대하여 조세채권의 우선권이 적용되지 못함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으로는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할 수 없으므로, 거래징수 된 부가가치세액이 신탁재산에 속해 있으면서 수익자에게 이전되기 전의 단계에서는 조세채권의 우선적 효력이 발휘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 공사비 등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경우에는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이 조세채권보다 실질적으로 우선하는 결과가 된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신탁부동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는 수탁자이므로, 수탁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채권은 신탁법 제22조 제1항 단서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해당하고, 이에 기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하거나 집행절차에 참가할 수 있으며, 신탁사무와 관련한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 매입세액의 공제와 관련한 문제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에 대한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함에도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담보제공 등으로서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거나(담보신탁의 경우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8항 제1호의 유추적용),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더라도 수탁자가 신탁용역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전받는 것으로서 공급가액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으면서 거래징수를 당하지 않을 것이므로, 공제받지 못하는 매입세액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은 후 공급받은 용역 등에 관하여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을 이전받는 것을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을 경우 수탁자는 재화의 매입이 없으면서 재화를 공급한 것이 된다. 부가가치세에서 재화의 공급은 통상 그 재화의 매입(공급받음)을 전제로 하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입세액의 공제는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부가가치세(매입세액)이 있을 때 문제된다. 만일 사업자가 전 단계 사업자에게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이전하기 전에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은 위탁자가 공제받을 것이고, 이와 같이 부가가치세의 거래징수 및 매입세액공제가 동일한 납세자 안에서 이루어진 이상, 부가가치세의 순환과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Ⅲ. 결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신탁부동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자를 수탁자로 판시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변경된 판례에 따라 신탁부동산에 관한 부가가치세의 세부적 업무처리가 속히 안정화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부가가치세
신탁부동상
조세
2017-06-13
가사·상속
유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의 의미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31511 판결 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1937년 12월 3일생으로 2011년 12월 12일 삼성창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로 병원생활을 계속하던 중 2012년 11월 9일 사망하였다. 망인의 상속인으로 그의 처인 원고 B, 자녀인 원고 C, D, E 및 피고 F가 있다.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2011년 12월 20일 공증인가 S법무법인에서 ‘망인은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을 장남인 F에게 유증한다. 단, F는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차남인 C 및 삼남인 D에게 각 3000만원, 딸인 E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처인 B에게는 B의 사망시까지 매월 말일에 60만 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가 작성되었다. 위 공정증서에 의하면, 망인은 자필서명이 어려워 공증인 K와 증인들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공증인이 대신 서명, 날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고들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 규정된 방식에 위반하였고, 또한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유언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Ⅱ. 판결요지 1심에서는 “이 사건 공정증서의 유언자란에 망인이 직접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하지 않고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는데, 당시 망인은 팔에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을 뿐 침대에 양손이 결박된 상태로 있지 않아 의식이 명료하였다면 굳이 공증인에게 서명과 날인을 대신하도록 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 위 공정증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취지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하여 서명과 날인을 하였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서 요구하는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대법원의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 망인은 이 사건 유언 당시 오른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일어나 이 사건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어, 망인의 의사에 따라 공증인이 그 사유를 적고 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고, 망인의 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공정증서는 민법 제1068조에 규정한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Ⅳ. 해설 1.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68조). 그런데 공증인법은, 공증인과 참석자는 각자 증서에 서명날인하여야 하고, 참석자로서 서명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유를 증서에 적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서명과 기명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명(署名)이란 자기 고유의 필체로 자기의 이름을 제3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쓰는 것을 말하고, 기명(記名)이란 단순히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적어야 하지만, 기명은 다른 사람이 대리해서 적거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기명의 경우에는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날인이 함께 요구된다. 이 사건의 경우 공증인 K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자를 대신하여 유언자의 이름을 기재했더라도 유언자의 날인이 있으므로 비록 ‘서명’에는 해당되지 않을지라도 ‘기명날인’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법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공증인법은 서명날인을 요구하면서 유언자가 서명을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기명날인의 방식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기명날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민법과 공증인법에 따라 당연히 유효하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공정증서는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위암이 악화된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는 경우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대신 서명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최고재판소 1962. 6. 8, 집 16-7, 1293면). 학설 역시 기명날인은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고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을 때에는 공증인이 부기하고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대신’하는 것은 서명이 아니라 기명날인이다. 서명은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며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는 성명의 자서와 날인을 요구한다(제1066조). 성명의 자서란 스스로 이름을 적는다는 의미로서 서명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유언자가 날인은 하지 않고 서명만 한 경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작성하면서 만약 유언자가 서명만 하고 날인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공증인 앞에서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유언자가 도장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공증인도 민법에 따르면 유언자의 서명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간과하는 일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민법에 따라 유효한 유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증인법에 따라 무효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는 민법과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 민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도 유언자가 ‘서명날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명날인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증인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에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969조 제5호). 그리고 일본 공증인법은 일본 민법과 같이 공증인과 열석자의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열석자 중에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이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제39조 제3항 및 제4항). 즉 일본에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이 민법이나 공증인법이나 모두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다.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요구했다(제1068조). 그런데 그 후에 제정된 공증인법에서는 서명날인을 요구했고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날인하도록 했다(제38조 제3항 및 제4항). 공증인법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의 공증인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 발생한 입법상의 오류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민법처럼 우리 민법을 공증인법과 일치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러한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해석론으로는 공증인법이 민법보다 나중에 제정되었다는 점(신법 우선의 원칙), 민법이 일반법이라면 공증인법은 공증에 한정된 법이라는 점(특별법 우선의 원칙)에서 공증인법상의 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 비교 판례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 요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과 비교해볼만할 판례가 있다. “다른 사람이 사지가 마비된 유언자의 손을 잡고 공정증서 말미용지에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한 행위만으로는 유언자의 서명날인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21802 판결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유언자의 이름을 적고 날인한 것은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과 날인을 하게 하는 것은 무효라고 보는 것은 다소 모순된 느낌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유언자를 대신해서 이름을 적는 것은 분명히 기명에 해당하지만,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손을 잡고 서명을 하게 하는 것은 기명이나 서명 어느 것으로 보기에도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명’과 ‘기명’에 관한 개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행위가 유언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유언자의 의사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설사 다른 사람이 기명날인을 하던, 유언자가 서명, 날인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도와주던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 비교 판례에서 대법원이 유언장을 무효라고 본 것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여 그러한 유언이 유언자의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공정증서
유언
서명날인
2017-05-30
금융·보험
형사일반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한 보증금이 대부업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상판결 :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도8289 판결 -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상 금전의 대부를 업으로 하는 자들이고, 2010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124회에 걸쳐 채무자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대출금액의 17%에 해당하는 돈을 보증금 내지 투자금(이하 '이 사건 보증금')으로 받았다. 피고인들은 원금상환일로부터 100일이 경과한 후에 보증금 170만원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고, 채무자가 부도를 내거나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는 경우 보증금을 대출원리금에 충당하였다. 피고인들은 각기 독립된 3개의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고, 일부 피고인은 채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한 자료를 제출하였으며, 보증금에 이자를 더하여 반환하기도 하였다. 피고인들이 약정한 이자 자체는 연 24%이어서 대출당시 법정이자율이었던 연 39~49%를 초과하지 않았으나, 검사는 보증금을 이자로 계산하여 피고인들이 연 233% 내지 1013% 이자를 받았다고 보아 대부업법 제19조 제2항 제3호, 제8조 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보증금은 대부업자가 받은 이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보증금이 피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을 여지가 높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부업자가 채무자로부터 징수한 돈을 나중에 채무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약정이 대부업법의 제한 이자율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반환의사가 없거나 반환이 사실상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그 징수한 돈은 실질적으로 대부업자에게 귀속된 이자로 보아야 한다. II.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보증금을 일률적으로 간주이자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이자율을 산정할 때, 사례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연체이자, 체당금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와 관련하여 대부업자가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간주하는데, 이를 '간주이자'라 한다(대부업법 제8조 제2항, 동법 시행령 제5조 제4항). 간주이자 규정은 1962년 이자제한법이 제정될 때부터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될 때, 2007년 신 이자제한법이 제정될 때까지 큰 변화 없이 이자제한에 관한 주요 조항으로 존속해 왔다. 우리 대부업법의 모델이 된 일본의 '貸金業法' 제12조의8에도 동일한 규정이 존재한다. 검사는 담보권설정비용, 신용조회비용 외에 대부업자가 수령한 것은 모두 간주이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 돌려주기로 약정한 돈, 실제로 반환한 보증금까지 이자로 간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대부업자가 대출금을 상환 받음과 동시에 채무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나 채무자가 대출금상환기일에 채무원리금에서 보증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만을 변제하는 경우에는 대부업자에게 보증금이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시점과 관련, 검사주장처럼 담보권설정비용, 신용조회비용 외에는 모두 간주이자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대부업자가 보증금을 수령한 때 즉시 기수가 될 것이나, 보증금의 실질적 귀속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보증금 반환기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범죄성립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한명의 대부업자가 10건의 대부행위를 했을 경우, 10건의 대부행위를 하나하나 살펴 실제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행위만을 대부업법위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반면, 보증금을 받는 순간 제한이자율 위반으로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한다면, 보증금이 대부업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해보기도 전에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되어 대법원 판결취지에 반하며, 대부업자들은 이미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된 마당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관행에 이르게 될 여지도 있다. 또한, 대부업자가 애당초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였다면 보증금을 받는 순간 별도의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보증금을 돌려주었는지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대부업법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범죄의 성립여부를 대부계약 시에 확정할 수 없고 보증금 반환기일 이후에 보증금을 반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는 있다. 참고로, 대법원은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 범위 내에서 선이자를 공제하여 대부한 후 채무자가 대부기간 중도에 대출금을 상환한 사건에서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을 초과하는 선이자를 정산하였는지를 가려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여부를 판단하였는바(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도11258 판결), 범죄의 성립시점이 사후에 가려진다고 하여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보증금을 이자로 산입할 경우, 대부업자는 취득한 이자에 비하여 초고율의 이자를 수령한 것으로 처벌된다. 대부업자가 1천만 원을 연 24%의 비율로 10일간 대출해주면서 보증금 170만원을 받은 경우, ① 대부업자가 이자로 취득한 금원은 6만5753원(=10,000,000× 24%×10/365)에 불과하나, ② 보증금을 이자로 산입할 경우 이자율은 644.5%(= 1,765,753/10,000,000×365/10×100)에 이른다. 대부업자가 사후에 보증금을 반환하더라도 이미 초고율의 이자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결국 보증금을 일괄적으로 간주이자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며, 대부업법위반죄는 보증금을 받는 순간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각 대부행위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보증금이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이 이 사건 보증금이 실질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이자로 귀속되었을 여지가 많다고 판단한 이유는 ① 채무자들은 약정에 따라 거래의 최종종료일로부터 100일이 경과해야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연장 또는 추가대출로 거래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이를 반환받을 수 없었고, ② 연장 또는 추가대출마다 투자금을 별도로 공제함으로써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대출원금보다 투자금이 많은 경우도 생겼으며, ③ 일부 채무자들은 투자금 반환일에 이르러 대부업자들이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하여 연락조차 취할 수 없었던 점 등 3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① 추가대출의 경우, 대출계정이 2개가 되므로 보증금을 추가로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② 연장대출의 경우, 피고인들이 대출금 상환기일에 채무자의 은행어음금채무를 대납함으로써 새로운 대출이 발생하여 별도의 보증금을 수령한 사정이 있었으며, ③ 대출원금보다 보증금이 더 많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이는 채무자가 단기간에 대출·변제를 수차례 반복할 때에 한하여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황이어서 신용위험이 높은 채무자로부터 추가로 보증금을 받아야 할 사정이 있었으며, ④ 피고인들 중 일부가 대부업 운영기간 중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한 정황은 있었으나, 나머지 피고인들이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한 것은 명확하지 않았다. 생각건대, 소액?급전대출의 경우 담보를 설정하는 것이 대부업자는 물론 채무자들에게도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으며, 실제 우리나라 대부업 실태는 담보대부 보다 신용대부 비중이 훨씬 높다(2015년 6월말 기준 신용대부잔액은 10조4981억원, 담보대부잔액은 1조8420억원). 소액 신용대출이라는 대부업의 특성상 대부업자는 일정비율의 보증금을 받아야할 필요성이 있고, 채무자는 부담이 크지 않은 보증금만 지급하고 급전을 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대부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 형사적으로 대부업법위반죄로 엄벌하고, 민사적으로 채무자가 대출금 반환기일에 보증금을 공제한 잔액만을 반환할 수 있도록 하여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III. 결론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서 징수한 금원 중 반환의사가 없거나 반환이 곤란한 금원이 간주이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자체는 타당하다. 원심과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은 법리해석에 있어 다른 판단을 했다기보다는 이 사건 보증금이 실질적으로 대부업자에게 귀속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른 판단을 한 것에 기인한다. 대법원은 종래 대부업법상 간주이자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함으로써 채무자가 부담하기로 한 공증료(2009도11576), 중도상환수수료(2010도11258), 선이자(2012다56245), 중개수수료(2014다24785) 등을 간주이자로 판단하였다. 이처럼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을 회피하기 위해 탈법적 수단으로 이자를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대부업자가 약정에 따라 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와 같이 보증금이 대부업자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간주이자 규정에 의하여 일괄하여 처벌하는 것은 대부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며, 보증금을 돌려주는 대부업자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대부업자를 구분하여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부업
간주이자
대출
보증금
2016-05-16
상사일반
지식재산권
특허의 무효가 실시계약에 미치는 영향
-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42666,42673 판결 - [판결의 요지] ① 특허발명 실시계약의 목적이 된 특허발명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특허무효의 소급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특허를 대상으로 하여 체결된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계약 체결 당시부터 원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특허무효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특허발명 실시계약은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② 따라서 특허발명 실시계약 체결 이후에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었더라도 특허권자가 특허발명 실시계약에 따라 실시권자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특허실시료 중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기간에 상응하는 부분을 실시권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는 원칙상 없다. ③ 특허는 성질상 특허등록 이후에 무효로 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허발명 실시계약 체결 이후에 계약 대상인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었더라도 특허의 유효성이 계약 체결의 동기로서 표시되었고 그것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해당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착오를 이유로 특허발명 실시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 [평 석] 특허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특허는 소급하여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게 된다(특허법 제133조 제3항). 그 결과, 그 특허권에 기초하여 체결되고 이행된 실시권 설정계약, 양도계약 등의 효력이 특허의 소급무효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가 문제되며, 이에 대하여 국내외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한편, 국내에서 이 문제는 주로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에 따라 이미 지급된 실시료의 반환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왔고, 대상 판결 역시 주로 이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1. 이미 지급한 실시료와 미지급 실시료의 운명 이에 대하여는, 특허가 소급무효로 되었다고 하여 급부의 내용이 원시불능으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미 지급한 실시료 역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하는 입장(반환부정설, 다수설)과 특허가 무효로 되면 실시권 설정계약도 원시적 급부불능으로 되거나, 원시불능이 아니라도 계약해제 또는 위험부담의 법리를 거쳐 이미 지급한 실시료를 부당이익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반환긍정설, 소수설)이 있다. 대상 판례는 반환부정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사후에 특허가 소급무효된 것과 별개로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의 급부는 이미 이행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계약 대상이 된 발명에 실시불가능의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실시계약이 원시불능으로 인해 무효라고 한다. 기 지급 실시료의 반환 여부에 대한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이론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며, 미국ㆍ독일의 판례와 일본의 통설 역시 결론에 있어 이와 같다. 또한 대상 판례는 특허무효가 확정되면 그 때부터 실시계약이 이행불능에 빠지게 되고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지 않게 된 시점 이후에는 실시료 지급의무가 없다고 한다. 특허의 무효가 확정된 이후에도 실시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함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 법적 근거일 것인데, 대상 판례는 이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2. 대상 판례의 한계와 검토 가. 특허의 무효와 전용실시권 설정계약 대상 판례는 전용실시권 설정계약의 대상이 된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의 실시료 반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만약 대상판결이 전용실시권의 경우에도 통상실시권과 마찬가지 법리가 적용된다는 전제에 선 것이라면 이는 문제이다. 전용실시권은 사실상 특허권자가 '실시 기간' 혹은 '실시 지역' 등을 한정하여 타인에게 특허권을 양도하는 것과 유사한 실질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전용실시료는 통상실시료에 비하여 한결 고가(高價)인 것이 보통이고, 전용실시권이 설정된 이후에는 특허권자 스스로도 당해 발명을 실시할 수 없으며, 전용실시권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제3자에게 침해주장을 할 수 있는 대신, 그 뒤 특허가 무효로 되면 스스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지게 된다. 특허법 역시 특허권의 독점ㆍ배타성을 규정한 제6장의 모든 조항에서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이라고 하여 양자를 같이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전용실시권에 대하여는 통상실시권에 적용되는 법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특허권의 양도 후 해당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의 법률관계와 유사하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특허권이 양도되어 대금이 지급된 이후, 당해 특허가 무효로 되었다면 그 계약은 급부의 내용이 원시불능이어서 무효이며, 이미 지급된 대금은 반환되어야 하는 바, 같은 법리는 전용실시권 설정 후 해당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 기 지급 실시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됨이 상당하다.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의 주된 급부 내용이 '실시권자의 실시를 용인하고, 제3자의 침해행위를 막아 주는 것'인 반면, 전용실시권 설정계약의 주된 급부 내용이 '특허권자와 제3자를 상대로 독점ㆍ배타적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 대세적 실시권을 설정, 유지해 주는 것'임을 상기하면 이는 자명하다. 그러므로 전용실시권과 통상실시권의 이런 근본적 차이를 간과한 채 양자 모두 '실시권'이라고 하여 만연히 동일 선상에 두고 같은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아울러, 전용실시권자가 특허 무효 이전에 사실상 당해 특허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들어 이미 지급한 실시료를 반환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 역시 부당하다. 만약 특허권 양수인이 양수 후 선의로 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사후에 그 특허가 등록무효로 되어 계약이 무효로 되면 지급한 양수대금을 반환청구할 수 있고, 실시로 인해 얻은 이익은 선의 점유자의 과실 수취권에 의해 양수인에게 귀속됨이 원칙인바(민법 제201조 및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4290 판결 참조), 같은 논리는 전용실시권에도 적용됨이 상당하다. 다만, 실시권자가 발명의 실시이익을 반환하지 않는 것에 상응하여 특허권자 역시 이미 받은 실시료의 이자나 운용수익 등을 반환하지 않게 되거나, 전용실시권 설정에 수반하여 특허권자가 실시권자에게 제공한 노하우 등 재화의 대가를 실시권자가 반환해야 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다. 나. 장래 실시료 지급의무의 소멸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면 통상실시권 설정자인 특허권자의 급부가 '장차' 이행불능에 빠지게 됨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이를 언급하고 있을 뿐, 그 이후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근거로 어떤 범위에서 미지급 실시료의 지급의무가 소멸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무효 이후의 실시료지급의무는 결국 당사자가 실시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소멸하게 될 것인데, 특허법이나 민법에 그러한 내용의 법정해지권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는 계속적 계약관계에 대한 해지권의 일반론적 해석을 통해 인정될 수밖에 없다. 특허권자의 급부가 이행불능에 빠짐으로 인해 실시권자가 법정해지권을 취득한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 이행불능은 채무자인 특허권자의 고의·과실에 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입론(立論)은 실천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생각건대, 실시계약 이후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었다면 계약의 전제가 되었던 사정의 변경이 있었고, 실시권자로서는 그와 같은 사정 변경을 예견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것이 실시권자의 책임도 아니므로 원래의 계약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이 경우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여 실시권자에게 해지권을 부여함으로써 장래의 계약관계, 특히 실시료의 지급의무에서 벗어나게 함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판례 또한 계속적 보증과 같은 계속적 법률관계에 관하여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특허 무효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특허의 유·무효가 다투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실시료 지급의무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특허무효심판이 제기되었다는 것만으로 실시권자에게 지급 거절권이나 연기적 항변권을 인정하면 실시권자가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남발하거나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 지연책을 씀으로써 부당하게 대가의 지급을 면하거나 유예 받으려 하기 쉽다. 반면, 특허무효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특허권자가 실시료를 아무런 제한 없이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하면 특허권자 역시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 지연책을 씀으로써 부당하게 실시료 상당의 이득을 도모할 우려가 있고, 무효의 가능성이 높은 특허권에 기하여 제한 없이 실시료를 지급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 따라서 무효심판이 청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실시료의 지급의무가 소멸하지는 않되, 그 이후 실시권자가 이의를 유보하고 실시료를 지급하였다면 일종의 조건부 변제행위로 보아 나중에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된 경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봄이 합당할 것이다. 3. 정 리 대상판결이 위 1항의 논점에 대한 판시에 그치고, 2항의 논점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은 것은 변론주의나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 상 부득이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항의 각 논점 역시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 실시권의 운명과 관련하여 1항 못지않게 중요한 법률문제라는 점, 향후 그것이 정면으로 상고이유가 된 사건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법원의 입장이 미지인 채 방치됨으로 불필요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대법원이 방론(傍論)으로라도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을 설시했다면 바람직했을 것이다.
특허의무효
실시료반환
2016-04-18
지식재산권
반제품 수출의 특허권 간접침해 여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I. 사실관계 이 사건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인 甲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수출한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乙 회사의 제품이 甲의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였던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우선 피고의 행위가 직접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보면, 피고가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 생략)의 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고 한다)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제2항 발명'이라고 한다)의 구성요소 일부를 갖추고 있지 아니하여 이를 생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5. 29. 선고 2013나70790판결) 과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모두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로 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피고의 간접침해 여부가 문제되었다.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반제품의 수출행위가 특허권의 간접침해인지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은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는 특허법 제127조 제1호 이른바 간접침해 규정에 관하여 이는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그 전 단계에 있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하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는 장래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특허권의 침해로 간주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동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여기서 말하는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가공·조립 등의 행위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심과 동일한 취지로 판결하였다. 특히 이 사건에서 전용품 생산의 장소적 제한이 국내로 한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법리적으로 중요한 설시를 하였다. 간접침해를 구성하는 행위태양으로서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장소적인 제한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이런 법리에 따라서 대법원은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III. 평석 1. 특허법 제127조의 간접침해가 매우 협소한 상황임 특허법 제127조 제1호는 이른바 간접침해에 관하여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특허법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여 전용물 침해('-에만' 요건)를 요구하고 있어서 간접침해의 인정범위가 좁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의 구법과 같은 태도(소위 'のみ' 요건)이다. 일본에서도 전용물침해만 인정하던 상황에서 간접침해가 판례상 드물게 인정되고 있었다. 우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이에 대한 필자의 선행연구로 미국법상 주관적 요건의 의미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성립여부와 주관적 요건의 판단', 정보법학 제15권 제2호, 한국정보법학회, 2011 및 우리 특허법상 전용물침해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판단과 상업적, 경제적 용도의 의미', 특허법원 특허소송실무연구 2014 참조). 최소한 우리 특허법도 일본이 2002년, 2006년 등 법 개정을 통해서 규정한 현행 제101조(침해로 보는 행위) 규정 정도로의 간접침해인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2 판결의 의의 및 입법의 필요성 이 판결은 반제품 수출의 간접침해 여부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쟁점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모두 문제가 되었던 쟁점으로 미국에서는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간접침해의 해석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긍정하지 않음으로써 입법론적인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 역시 국내에서의 생산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일본 하급심 판결례와 같은 태도이다. 일본 동경지방재판소는 2007년 2월 27일 선고 판결(判タ 1253?241頁)에서 법문상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1호)에서 말하는 '생산'은 일본국내에서의 생산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바 있다. 한편 이 쟁점에 대해서 미국은 특허법 제271조(f)를 개정하여 침해로 의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비교법적으로 향후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입법상황을 고려하여 특허법 개정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특허법이 외국의 다른 법률과 달리 특허침해자의 주관적 요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인 내용으로 특허권의 간접침해를 규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특허침해 유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서 법리로 해결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을 한 이상, 우리 법원은 미국 대법원이 특허법 제271조(f) 입법 전의 법문의 해석으로는 해외에서 직접침해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부분만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우리 특허법 제127조에 의한 간접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이제 입법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향후 특허법 제127조의 개정과 관련된 입법논의가 이 사건 판결과 관련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방향의 특허법 개정은 특허권자의 특허권 보호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사정과 정황을 토대로 특허침해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될 것이다. 다만 일본, 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되 이러한 국가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는 특허 침해 혐의자의 주관적 인식의 범위를 법률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권
간접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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