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8일(일)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청구인
검색한 결과
122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혼인외 출생자의 친생자신분 취득방법
1. 사실관계 피청구인이 청구인(生父)과 피청구인의 특별대리인(生母) A 사이에서 출생한 친생자로 호적에 등재되어 있다. 생모 A는 1978년 6월 30일경부터 청구인과 성 관계를 맺어오다가 1980년 4월 하순 소외 B와 약혼을 한 후 그와 동거하다가 같은 해 8월 중순 위 B와의 관계가 파기된 다음 1981년 2월 14일 피청구인을 출산하고 같은해 7월 29일 청구인의 인장을 위조해 ‘청구인과 생모 A가 혼인했고 그 사이에서 피청구인이 태어난 것’으로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동시에 하여 위와 같이 호적부에 피청구인을 청구인의 친생자로 등재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로 위 혼인이 무효인 것으로 확정되었다. 2. 법원의 판단 원심에서는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친생자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그 밖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없다는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혼인 외의 자와 생부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혼인 외의 자가 친생자 신분을 취득하려면 청구인의 인지가 있어야 하고 그 인지가 있었다는 자료가 없는 한, 법률상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의 친생자관계는 생기지 않는 것이라 할 것이다.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소외 A가 청구인의 인장을 위조하여 신고한 출생신고에 의하여 호적부에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자(子)로 등재되어 인지의 효력이 있는 것 같은 표시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인지자인 청구인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인지신고가 된 것으로서 인지로서의 효력이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호적기재 사실만으로는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생겼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그 밖에 청구인이 피청구인을 인지하였다는 주장이나 증거도 없는 이 건에 있어서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는 법률상 친생자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 하면서, 원심이 청구인에게 혼인 외의 출생자인 피청구인이 자기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것까지 입증할 책임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여 위와 같이 판시한 것은 혼인 외의 출생자와 부와의 친생자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3. 평 석 1) 인지(認知)의 의미 (1) 인지는 부모(특히 부)가 혼인 외의 출생자를 자기의 자녀라고 인정하는 행위이고, 인지의 방법은 호적에 인지신고 또는 출생신고(호적법 제62조)를 하는 것이다. 혼인외 출생자와 생부모 사이의 법률상 친자관계(특히 부자관계)는 오로지 인지로만 확인·5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부자관계는 자연혈족관계이고, 법정혈족관계(양자)가 아님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2) 인지에 관한 입법례 (가) 주관주의(主觀主義) 또는 의사주의(意思主義) 오로지 인지자의 의사에 따라서만 인지를 할 수 있고, 그의 인지로 부자간·모자간의 법적 친자관계가 발생한다. 따라서 인지는 부모, 특히 부(父)가 자녀를 자기의 자녀라고 승인함으로써 법적 친자관계를 성립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부(父)의 일방적 의사표시(단독행위)라고 한다. 부모가 자발적으로 이러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임의인지이고,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할 때, 그 의사에 반하더라도 소송으로 법원에서 친자(父子)관계를 확정시키는 것이 강제인지라고 한다(통설). (나) 객관주의(客觀主義) 또는 혈연주의(血緣主義) 자연적 혈연관계가 존재하면 자녀 측에서 인지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호적상 인지에 하자가 있더라도 실제로 혈연관계가 있으면 인지 자체의 하자는 치유된다. 임의인지는 자연적 혈연(父子)관계 또는 생물학상의 부자관계의 존재사실에 대한 관념의 통지이다. 임의인지는 혼인외 친자관계를 추정하는 방법에 불과하고, 강제인지는 생물학상 부자관계의 확인방법이라고 한다. 입법경향이 주관주의에서 객관주의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인지는 의사표시가 아니라, 관념의 통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이다. (다) 우리 민법은 강제인지(인지청구의 소)(제863조)와 사후(死後)인지(부모 사망 후의 인지)(제864조)를 모두 인정하는 점에서 객관주의에 가깝고, 임의인지 과정에 피인지자는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점(동의나 승낙 불문)에서 주관주의에 가깝다. 그러므로 우리 민법은 절충주의 입법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2) 우리나라 판례 우리나라 민법은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절충적 입법을 하고 있어서 사안과 같은 경우 혼인 외의 자의 보호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본다. (가) 확립된 판례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혼인 외의 자가 생부의 친생자신분을 취득하려면 반드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혼인 외의 자 자신이 생부를 상대로, 또는 생모가 생부를 상대로 ‘혼인 외의 자와 생부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한다’는 친자관계존재확인청구를 해서는 안 되고, 또 그러한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 판례연구 대상판결, 대판 1997.2.14.선고96므738 각 참조). 생부의 인지로만 친자관계 내지 생부자관계가 형성되도록 한 현행 민법 조항이 헌법위반도 아니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이다[헌재결 2001.5.31.98헌바9(전원재판부)]. 우리나라의 옛날 관습에 의하면, 혼인중 포태하여 출산한 유복자는 부(父)의 자로 추정되므로 그러한 자에 대하여는 생부의 인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판례도 있다(대판 1987.10.13.선고86므129). 이 판례는 물론 혼인중 출생자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항상 생부의 인지가 필요하다는 주관(의사)주의 입법에 반대되는 판례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 현행법의 구조와 문제점 형식적으로 관찰하면 혼인 외의 출생자는 생부의 인지, 유언인지를 받아서 친생자신분을 얻을 수 있고, 혼인 외의 자나 그 생모는 생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처지에 놓여있다. 만일, 생부가 인지를 거부할 경우는 인지청구의 소송(강제인지)을 걸어서 그 신분을 취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행민법상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부의 생존 중에는 언제든지(제척기간의 제한이 없음) 인지청구를 할 수 있지만, 일단 생부가 사망한 경우는 그 사망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반드시 제소해야 한다(이는 제척기간이므로 당사자가 책임 없는 사유로 제소기간을 놓쳤어도 추완제소를 할 수 없다). 실제로 당사자들은 무지하므로 이 제소기간(제척기간)을 놓치기 일쑤다. (다) 쟁 점 : 생모가 혼인외 자의 출생신고를 한 경우 혼인 외의 출생자는 대개 사실혼, 사통 등에서 출생되고 ‘법률에 무지한 생모’는 자신의 호적부나 또는 사실혼 남편의 호적에 아이의 출생신고를 한다. 출생신고시에 생부란을 공란으로 두는 것이 원칙이지만(종전의 호적예규 382항), 생부를 알면 생부의 성(姓)을 따라서 기재하기도 한다. 연구대상 판결에서는 생모가 혼인신고까지 임의로 하여 남편의 호적부에 혼인신고와 동시에 아이의 출생신고를 한 경우이다. 우리나라 판례에 따르면 호주나 생모가 임의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생부의 호적에 한 경우 그것은 아이와 생부사이의 친생자 관계를 창설하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라) 남존여비사상, 가부장적 권위주의 사상의 발상 서구, 특히 프랑스에서는 ‘혼인 외의 출생자가 아버지를 찾는 소송을 걸 수 없다’는 전통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도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상속권을 박탈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1960년대까지만 해도 혼인 외 출생자는 상속권이 없었다. 일본의 경우는 지금도 혼인 외의 출생자의 상속분이 적출자 상속분의 1/2로 법정되어 있다(위헌도 아님). 생각건대, 오늘날 남녀평등사상이 점차 고조되면서 특히 남성의 문란하고 방탕한 성생활과 이로 인해 출생한 자녀에 대한 제도적인 무책임을 저지하기 위해서 혼인 외의 출생자의 출생신고를 생모가 하였건, 친족이 하였건 일단 공부(公簿)에 생부의 자녀로 신고되어 있으면, 생부의 친생자로 추정되고 이를 부정하려면 생부가 친생부인이나 친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할 필요는 없을까? 인지에 관한 객관주의 입법례를 도입하여 민법 조항을 변경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2007-08-30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
1. 머리말 헌법재판소는 2005헌라8 권한쟁의 사건에 대해서 2007년 7월 26일 재판관 7 : 1의 의견으로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제3자 소송담당’이 허용되지 아니하고 대통령 등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수 없다는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1인의 별개의견은 심판의 대상도 부존재하여 각하) 결정(이하 ‘위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2007년 8월13일자 법률신문의 기고에서 이덕연 교수는 ‘논증상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정에 대한 학문적 비판은 헌법재판의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다. 그런데 위 기고에는 헌법소송 실무에 대한 오해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되어 그 점은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에서 펜을 들게 되었다. 2. 위 결정의 내용 (1) 대한민국 정부가 2004년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기 위하여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과 사이에 쌀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국인 미국, 인도, 이집트와 사이에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대가로 위 나라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문을 작성하고도 국회의 비준동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자,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동 합의문을 국회의 동의 없이 체결·비준한 행위는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과 청구인들의 조약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이 제3자 소송담당자의 지위에서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동의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과 이를 긍정해야 한다는 1인의 반대의견을 냈고,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의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를 부정하였는바,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 부분에 대한 결정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의 대내적인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침해될 수 없는 것이므로, 국회의원들 상호간 또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사이와 같이 국회 내부적으로만 직접적인 법적 연관성을 발생시킬 수 있을 뿐이고 대통령 등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과 사이에서는 권한침해의 직접적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조약을 체결·비준하였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 3. 검 토 이덕연 교수는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해 온 일관된 선례를 변경하는 절차 없이 당해 사건 청구인들의 청구인적격을 부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고하였다. 위 결정은 국회의원의 ‘당사자능력’(이는 통상 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소송법상의 능력으로서 구체적 사건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정하여지는 점에서, 특정한 청구와 그 본안결정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인 ‘당사자적격’ 내지 ‘청구인적격’과 구별된다)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간 여러 선례, 예를 들어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혹은 대통령간의 권한쟁의 사건(헌재 1997. 7. 16. 96헌라2 결정, 헌재 2000. 2. 24. 99헌라1 결정; 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결정)에서 계속 인정되었으므로 국회의원의 권한쟁의심판 당사자능력을 위 결정에서 재확인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 결정의 쟁점은 국회의장과 같은 국회 내부기관이 아니라 국회 외부의 다른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과연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위 결정은 국회의원의 당사자능력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당사자 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국회 내부관계에서 국회의원에게 인정되는 심의·표결권의 주로서의 당사자 적격이 국회 외부기관과의 쟁송에서조차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과 같은 대외 기관과의 쟁송에서의 그러한 당사자 적격 문제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아직 선례가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비로소 그에 대한 판단을 하였던 것이다. 이 문제, 즉 국회 외부의 국가기관에 의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다만 당해사건의 참고인들(이덕연 교수, 정태호 교수)이 서로 다른 견해를 취하였다. 국회의 조약에 대한 동의권은 비록 국회 내에서 개별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행사를 거쳐 이루어지지만, 양 권한은 그 권한의 귀속주체가 다르고, 심의·표결권의 행사는 국회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한 국회 내부의 행위로서 구체적인 의안 처리와 관련하여 각 국회의원에게 부여되는데 비해, 국회의 동의권 행사는 국회가 그 의결을 통하여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의사표시로서 행해지며 대외적인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 동의권이 침해되었다고 해서 동시에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 결국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의 내부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 관계에서는 침해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심의·표결권 침해를 이유로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권한침해의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 교수께서는 자유위임의 법리와 국회의원이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는 헌법규정에 근거하여 조약에 대한 국회의원의 통제권을 권한쟁의의 방법으로 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한 헌법적 열정과 사법적극주의적 관점은 경청할만한 것이나, 소송법적으로 어떤 경우에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소권(訴權)’을 판례로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답은 그러한 헌법규범의 해석만으로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하며, 나름대로의 사법적극주의만으로 청구인적격 판단을 함부로 행할 수 없다. 국회의 다수의사와 배치될 수 있고, 헌법재판소와 또 다른 권력분립의 한 축에 있는 국회의 의사를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제3자의 소송담당’ 역시 헌법과 법률의 명문 규정이 없이는 헌법재판소로서는 적극적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이 위 결정의 취지라고 생각한다.
2007-08-27
‘발명권’의 공유자 중 일부에 의한 심판청구의 적법성
[판결요지] 원고는 소외 회사의 공유자로서의 지위를 승계받은 것이므로 그 승계받은 공유자의 지위에서는 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심판청구기간 내에 심판청구하지 않은 하자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심판청구의 하자가 치유됐다고 할 수 없다 [연구요지] ‘당사자의 권리구제 및 소송경제’를 충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발명권의 공유자 중 일부만이 심판청구를 했더라도 심판 계속 중 나머지 공유자가 그 공유지분을 포기했음을 신고한 경우에는 그 신고가 심판청구기간 내에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심판청구의 하자가 치유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I. 사실관계 원고는 2000년 7월27일 이 사건 출원발명을 출원한 후 2005년 1월14일 출원인으로서의 권리 일부를 소외 회사에 양도하고 이를 특허청장에게 신고함에 따라 원고와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출원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이하 ‘발명권’)의 공유자가 되었다. 특허청은 2006년 9월29일 이 사건 출원발명에 대해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결정을 하였고, 이에 원고는 2006년 10월27일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이하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소외 회사는 이 사건 심판 청구 이전인 2006년 10월9일 이 사건 출원발명에 대한 발명권의 공유지분을 포기하였으나, 소외 회사는 불복심판 청구기간 도과 후로서 이 사건 심판의 심리 종결 이전인 2006년 11월21일에야 특허청장에게 공유지분 포기로 인한 출원인변경사실을 신고하였다. 특허심판원은 2006년 12월21일, 발명권이 공유인 경우에는 특허법 제139조 제3항에 의하여 공유자 전원이 공동으로 심판청구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심판청구는 공유자 중의 1인인 원고만에 의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에 부적법하고,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원고는 2007년 1월24일 특허법원에 위 심결을 취소해 줄 것을 청구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의 청구에 대해 대상판결은, (1) 특허법 제38조 제4항에 의하면 특허출원 후에 있어서 발명권의 승계는 상속 기타 일반승계를 제외하고는 변경신고를 하지 아니하면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하는바, 상속 기타 일반승계에 해당하지 않는 소외 회사의 공유지분 포기의 효력은 이를 특허청장에게 신고한 때에 이르러서야 장래를 향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그 때부터 단독권리자가 되었을 뿐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에 소급하여 단독권리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2) 또한 원고는 소외 회사의 공유자로서의 지위를 승계받은 것이므로 그 승계받은 공유자의 지위에서는 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심판청구기간 내에 심판청구하지 아니한 하자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심판청구의 부적법이라는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III. 대상판결의 검토 1. 특허법 제139조 제3항은 발명권의 공유자가 그 공유인 권리에 관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때에는 공유자 전원이 공동으로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허권의 공익적 성격상 발명권이 공유자 사이에서 합일적으로 확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발명권을 공유하고 있는 자 중 일부만이 심판청구를 하거나 또는 공유자들이 별도로 심판청구를 함으로써 각각의 심판 절차에서 모순·저촉되는 심결이 내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특허법 제139조 제3항은 발명권이 공유자 사이에서 합일적으로 확정되도록 하기 위한 절차적 규정인바, 위 규정으로 인해 다수의 공유자 중 1인이라도 심판청구에 동의하지 아니하면 다른 공유자의 심판청구권 행사가 봉쇄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어서는 안 될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공유자 사이에서 심결의 모순·저촉이 방지될 수 있는 한 가급적 공유자의 심판청구권을 제한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법원도 공동출원인 중 일부만이 심판청구를 제기한 경우 그 심판의 계속 중 나머지 공동출원인을 심판청구인으로 추가하는 보정은 요지의 변경으로서 허용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아직 심판청구기간이 도과되기 전이라면 나머지 공동출원인을 추가하는 보정을 허용하여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있도록 함이 당사자의 권리구제 및 소송경제면에서 타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3후182 판결). 대상판결은 이 사건과 같이 발명권의 공유자가 그 공유지분을 포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발명권이 단독소유로 귀결된 경우에도 위 대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대상판결은 발명권의 공유자가 그 공유지분을 포기하였으면서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있던 차에 다른 공유자만이 거절결정 불복심판을 청구한 경우에도,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불복심판청구기간이 도과되기 전에 공유지분 포기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이상 나머지 공동출원인만의 불복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2. 그런데 대상판결이 판시한 바와 같이 발명권의 공유지분 포기가 ‘상속 기타 일반승계’라고 보기 어려워 그 신고를 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단지 그 포기신고가 불복심판청구기간 도과 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공유자 중 일부만에 의한 심판청구가 부적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공동출원인 중 일부만이 심판청구를 제기한 경우 그 심판의 계속 중 나머지 공동출원인을 심판청구인으로 추가하는 보정은 요지의 변경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사건은 발명권의 공유자가 그 공유지분을 포기한 경우, 즉 공유자를 심판청구인으로 ‘추가’하는 보정이 아니라 심판청구인에서 ‘배제’하는 보정이 문제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과 같이 당초 발명권의 공유자 중 일부만이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이후 나머지 공유자를 심판청구인에서 배제하는 보정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발명권의 공유자 각각에 대하여 심결의 모순·저촉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보정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특허법 제139조 제3항의 규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3. 또한 이 사건에서 소외 회사의 공유지분 포기에 따른 출원인변경신고로 인하여 심판청구서의 요지가 ‘변경’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심판 계속 중 심판청구인을 추가하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서의 당사자가 추가됨으로써 심판청구서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변경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이 사건의 경우에는 소외 회사의 출원인변경신고 전곂캡?막론하고 심판청구인은 계속해서 원고였을 뿐이고 여기에 어떠한 ‘변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특허법 제140조 제2항에서 원칙적으로 심판청구서의 요지 변경을 금지하고 있는 취지는 요지 변경으로 인해 심판절차가 지연되거나 또는 피청구인의 방어권 행사가 곤란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소외 회사의 공유지분 포기에 따른 출원인변경신고로 인하여 원고가 단독으로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지는 이외에 나아가 심판절차의 지연이나 피청구인의 방어권 행사 곤란을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더욱이 특허법 제139조 제3항은 ‘그 공유인 권리에 관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때’에 적용되는 것인바, 이 사건의 경우에는 심판청구 이전에 이미 공유자 사이에 공유지분 포기의 의사표시가 있었다는 점에서도 위 특허법 규정이 적용될 사안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원고는 특허법 제38조 제4항에 따라 지분포기의 신고를 한 때부터 단독권리자가 되었을 뿐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에 소급하여 단독권리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원고는 소외 회사의 공유자로서의 지위를 승계받은 것이어서 그 승계받은 공유자의 지위에서는 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심판청구기간 내에 심판청구하지 아니한 하자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특허출원 후에 있어서 발명권의 승계는 상속 기타 일반승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고를 하여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한 특허법 제38조 제4항은 대외적으로 발명권을 둘러싼 권리·의무관계를 획일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규정일 뿐이어서, 공유자 내부관계에서는 다른 공유자에 대해 공유지분 포기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그 포기에 따른 승계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공유자가 공유지분 포기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원고는 내부적으로 이 사건 출원발명의 발명권의 단독 소유자가 되었으므로, 이후 이 사건 심판 계속 중 소외 회사의 공유지분 포기에 따른 출원인변경신고가 이루어진 이상 원고만이 청구한 이 사건 심판도 적법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5. 이상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볼 때, 특히 특허법 제139조 제3항이 심결의 모순·저촉을 방지함으로써 발명권이 공유자 사이에서 합일적으로 확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라면, 소외 회사의 공유지분 포기로 인하여 위 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없어진 이상, 대상판결로서는 공유지분 포기에 따른 출원인변경신고가 심판청구기간 도과 전에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원고만의 이 사건 심판 청구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IV. 결론 대상판결은, 공동출원인 중 일부만이 심판청구를 제기한 후 나머지 공동출원인을 심판청구인으로 추가하는 경우와, 발명권의 공유자가 그 공유지분을 포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발명권이 단독소유로 귀결된 경우를 동일 선상에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상판결은 특허법 제139조 제3항 및 제140조 제2항의 내용과 취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위 대법원 2003후182호 판결에서 지적하고 있는 ‘당사자의 권리구제 및 소송경제’를 충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발명권의 공유자 중 일부만이 심판청구를 하였더라도 심판 계속 중 나머지 공유자가 그 공유지분을 포기하였음을 신고한 경우에는 그 신고가 심판청구기간 내에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심판청구의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2007-08-20
조약비준에 대한 국회동의 관련 개별 국회의원의 권한쟁의심판 청구인적격
I. 머리말 지난 7월26일 헌법재판소는 조약비준에 대한 국회동의권과 관련된 권한쟁의에 대하여 각하결정(7:1)을 내렸다. 동 사건 공개변론(2007년 6월14일)에서 청구인측(강기갑 등 민노당 소속 국회의원 8명)의 참고인으로 의견을 제출한 바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헌재의 각하결론에 대하여 아쉬움이 적지 아니하다. 그 아쉬움이 비슷한 정도의 설득력을 갖는 해석론 중에서 필자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고 다른 의견이 채택된 것에 따른 것이라면 개인적인 소회로 넘기고 말겠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증상의 중대한 흠결이 눈에 띄기 때문에 적어도 향후 무용한 법리논쟁의 반복을 피하기 위하여 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라도 헌재에 제출했던 의견서 일부를 발췌겫맙逑臼?의문점을 정리한다. II. 사건개요 및 결정요지 1. 사건개요 본 사건은 조약의 비준에 대한 국회동의절차와 관련하여, 피청구인인 대통령에 의해서 헌법 제60조 제1항의 국회동의권 및 헌법 제40조, 46조 제2항, 국회법 제114조의2 등의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청구된 권한쟁의심판사건이다. 관련 조약의 내용과 체결비준과의 추이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WTO 설립을 위한 마라케쉬 협정 부속서 1가 중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1994)에 대한 마라케쉬 의정서에 부속된 대한민국 양허표 일부 개정안과 같은 내용의 조약을 WTO 회원국과 체결하는 과정에서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던 미국 등과는 동 개정안과는 별도로 당사국간에 개별조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는데, 대통령은 그 가운데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의 연장 및 그 대가에 관해 미국, 이집트, 인도와 체결한 3건의 별지목록의 조약을 포함시키지 아니한 채 동 개정안에 대한 조약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국회동의를 얻어 비준하였고, 당해 별지목록을 포함한 동 조약은 이미 발효 중에 있다. 2. 결정요지 헌재는 각하결정의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전체 국회의 의사가 다수결에 의하여 결정된 경우 그에 반대하는 소수의 국회의원에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수결의 원리와 의회주의의 본질에 어긋나고 또 사법수단 남용의 우려 때문에 별도의 명시적인 법규정이 없는 한 ‘제3자소송담당’은 허용될 수 없고 또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의 대내적인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에 대통령 등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 관계에서는 권한침해의 직접적인 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입장이다. III. 평 석 1. 논점정리 이 사건은 대통령이 피청구인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국가기관간 권한쟁의사건들과는 구별되지만, 그것이 사태와 헌법규범 어떤 측면에서든 국회의원 또는 교섭단체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해 온 헌재의 확립된 의견에 대하여 재론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단서가 되지는 아니한다. 헌재는 우선 ‘제3자소송담당’이 허용될 수 없음을 확인하면서, 국회의원 자신의 청구인적격을 부인하는 이유로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 관계에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가 직접 연관될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본안판단의 대상이기는 하되 만일 청구인측의 주장대로 본 사건 별지목록의 조약이 국회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대통령이 동의안을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일부 내용을 누락한 채 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대의과정의 핵심인 심의권과 표결권 행사의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박탈한 것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권한침해의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견해는 수긍하기 어렵다. 적어도 요건심사단계에서의 판단으로는 지나치게 성급한 예단이라는 점에서 찬성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별지목록의 조약을 국회동의가 필요한 조약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판단한 별개의견(이동흡 재판관)이 법리상 무리가 덜하다. 또 한편 동 사건은 규범통제의 가능성의 관점에서 국내법과 같이 취급하기 어려운 조약과 관련된 권한쟁의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억측인지 모르겠으되 헌재의 각하결론과 그 논증상의 중대한 결함이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부담이 적지 않은 조약의 유·무효 확인과 연계되는 본안판단을 원천적으로 회피하려는 의도에 기인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없지 아니하지만, 여기에서 조약과 관련된 논의는 약한다. 요컨대 본 평석의 주된 관심은 세 가지 전제, 즉 ‘제3자소송담당’의 허용성에 대한 판단유보 및 본 사건 별지목록 조약의 국회동의 필요 여부가 적법성 판단의 단계에서 간단하게 부정될 만큼 명백하지는 않다는 유보적 예단과 함께 대통령과의 대외적 관계에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한 판단에 대한 분명한 반대입장을 전제로 국회대의과정의 본질과 구조, 특히 자유위임원칙의 헌법규범적 의미와 효용에 대한 헌재의 이해부족을 지적하는데 모아진다. 2. 자유위임원칙의 헌법규범적 의미 선거를 비롯한 제반 정치과정과 국가의 정책결정과정이 정당 및 국회교섭단체에 의해서 주도되는 정당국가적 헌법현실 속에서 자유위임원칙의 헌법규범적 의미와 기능이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유위임관계’가 완전히 ‘명령적 위임관계’로 변환된 것으로 보거나 또는 정당국가의 관점의 일방적인 우선성을 전제로 이른바 ‘원칙-예외의 형식’에 따라 자유위임원칙을 사실상 부인하는 것은 성급한 예단이다. 적어도 아무런 유보조건없이 정당국가의 헌법현실에 복속시키기에는 자유위임원칙에 의해서만 확보되는 순기능에 대한 헌법적 기대, 반대로는 전면적인 정당기속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역기능의 위험의 크기가 작지 아니하다. 관건은 상충되는 헌법해석의 관점들 간의 적정한 절충과 타협을 통한 헌법규범과 헌법현실의 조화인데, 그 구체적인 제도설계와 운용에 대한 헌법적 지침은 사태의 구조와 성격에 따라 적정하게 차별화하여 탐색될 수밖에 없다.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이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 ‘공공복리지향의무’와 관계되는 ‘양심’은 의회민주주의에서 일종의 ‘규율적 이념’(regulative Idee)인 ‘이성적 대화’와 ‘공동책임의 양심’의 요청과 연계되는 점에서 자연인 개인의 ‘양심’과는 구별된다. 특히 과중한 입법부담을 비롯하여 양적·질적으로 직무부담이 크게 증대된 환경 속에서 개별 국회의원이 다양한 생활영역의 모든 사안에 대하여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정당국가의 ‘집단적 대의’는 이러한 대의환경에 적응하여 변화된 대의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식론적 언어인 ‘이성’과 ‘공동책임의 양심’에 윤리철학적 언어인 ‘양심’에 내포되어 있는 헌법철학 및 헌법정책론적 의미가 다 포섭될 수는 없다. ‘양심’은 그것이 국회의원의 공직의무와 연관된 것이라도 본질적으로 개인, 즉 사람만이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과 전체는 품격은 가질 수 있지만, ‘양심’의 토대이고 원천인 인격의 주체가 될 수 는 없다. 또한 전체가 단순한 ‘부분의 합’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고 또 집단과 조직이 ‘이성적 대화’의 동인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부분)과 사람의 독자성이 존중돼야 한다. 의원내각제정부형태는 차치하더라도 사실상 정당득표에 의해 의석수가 정해지고 정부가 구성되는 등 정당국가적 체제가 정착된 독일에서도 자유위임원칙의 규범적 효력을 경시하지 않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아니한 바, 특히 -대부분은 야당교섭단체가 청구하는 경우이지만- 개별 국회의원이 자신의 심의표결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권한쟁의의 청구인적격을 부인하는 의견을 찾아보기 어렵고, 연방헌법재판소가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요컨대, 자유위임원칙의 헌법규범과 정당국가의 헌법현실은 획일적인 선후 또는 배제의 관계에서 선택의 대안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개인의 ‘양심’과 집단 전체와 조직에 대한 신뢰 및 ‘공동책임의 양심’과 연계된 관점들 상호간의 타협과 조화의 과제로 주어져 있다. 다만 ‘자유위임원칙’에 내포된 헌법철학적, 헌법정책적 함의와, 또 한편 정당기속과 교섭단체기속이 자연스럽게 유도되고 사실상 강제되는 정당국가의 구조를 고려하면 ‘자유위임관계’의 핵심, 즉 직무상 ‘양심’ 이외의 어떤 선입견과 지시에 의해서도 강제되지 않을 자유, 특히 ‘공동책임의 양심’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책임을 감수하면서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 자체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지침은 공유되어야 한다. 3. ‘제3자소송담당’과 국회의원의 독자적인 권한쟁의심판 여기에서 상론은 생략하지만, 국회의 부분기관 또는 개별 국회의원의 전체기관인 국회를 위한 ‘제3자소송담당’의 심판청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이론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다만, 이 문제와 독자적인 헌법기관으로서 개별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은 별개의 문제이다. 말하자면 ‘제3자소송담당’을 부인하는 관점과 그에 따른 논거는 개별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에 대한 부정론의 근거로 원용될 수 없다. 이론적으로 두 가지 소송형식은 병렬의 관계에서 선택적 청구의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설령 제3자소송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계적으로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요컨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정당 소속의 개별 국회의원들이 동의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심판을 청구한 본 사건은 ‘소수보호’와 연계된 ‘자유위임원칙’의 관점에서 ‘이견표출기회 최대보장’의 헌법적 요청이 특히 부각되는 전형적인 사례인 바, 일차 의견을 변경하여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해 온 헌재의 일관된 입장이 수정되거나 재검토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정부측 의견에 찬성하여 국회동의가 필요없다고 보는 것인지 또는 단지 정략적인 목적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압도적으로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유력 정당의 교섭단체들과 그 소속 국회의원들이 적어도 묵시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국회의원들이 청구한 권한쟁의사건이기 때문이다. Ⅳ. 맺는말 전술한 바와 같이 부정의 의견도 수긍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제3자소송담당’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개별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문제에 관해서는 이전의 국가기관간 권한쟁의심판과 달리 소극적으로 판단해야 할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없다. 다만 이전의 권한쟁의사건에 대한 결정례에서는 ‘정당국가’의 관점이 청구인적격을 인정하는 해석론의 준거였다고 한다면, 동 사건에서는 ‘소수보호’의 관점과 연계된 국회의원직의 자유위임원칙이 핵심논거가 된다는 점이 다른데, 개별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피청구인으로 한 동 사건의 대항구조에 따른 이 차이는 오히려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에 대한 인정론을 보강하는 방향의 논거가 될 뿐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헌재는 ‘제3자소송담당’의 문제만을 검토하고, 대외적 관계에서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만을 제시하면서 거의 통설로서 인정되고 있는 독자적인 헌법기관으로서 개별 국회의원의 직접당사자로서의 지위와 청구인적격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는가?
2007-08-13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訴의 당사자적격
질문 : 저는 당숙(5촌 숙부)과 그 호적상 부(父) 사이에 친자관계가 없다는 소송을 걸 수 있나요? 그 호적상 부가 최근에 돌아가시었는데, 그 유일한 아들인 당숙과 저의 아버지가 상속인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요? 저의 아버지와 그 당숙과는 4촌 간이고, 망인과 저의 아버지 사이는 3촌 사이입니다. 답 : 확인의 이익을 증명하여 제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개념과 존재이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어떤 사람들 사이에 법률상의 친생자라는 신분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여 달라고 청구하는 소이다. 이 소는 ‘친자관계 존재확인의 소’와 그 ‘부존재확인의 소’로 나누어진다. 실무상으로는 주로 친자관계부존재확인이 문제되고 있다. 앞의 것은 대개 인지청구로 해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자식의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상속·부양 등 법률상 권리의무의 중요한 근거가 되므로 이러한 관계의 존재나 부존재를 확정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이다. 호적부에는 친생 부자관계 또는 모자관계가 있는 것처럼 등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부자관계나 모자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다. 이는 기존의 또는 현재의 법률관계의 존부를 확정하는 확인의 소(訴)이다. 그러므로 장래에 향하여 새로운 친자관계의 발생·기존 친자관계의 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형성(形成)의 소(訴) 예컨대, 부(父)를 정하는 소(민법 제845조), 인지청구(제863조), 친생부인(제846조,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또는 확인의 소인 인지에 대한 이의(제862조)의 소들과는 성질이 다르다. 이러한 소에서 주장하는 사유와는 ‘다른 사유’를 내세워서 ‘호적상의 친자관계를 바로 잡으려고 할 때’ 제기하는 소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이다(민법 제865조 1항). 2. 당사자 그러면 과연 이러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원고)은 누구이며, 그 상대방(피고)은 누구인지 실무상 종종 문제되고 있다. (1) 원고가 될 수 있는 사람들(원고적격자) 자녀, 자녀의 직계비속·법정대리인, 생모, 남편, 남편의 직계 존ㆍ비속, 후견인·유언집행자, 기타 이해관계인이 원고가 된다(민법 제865조). 원고적격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부(父)를 정하는 소, 친생부인, 인지에 대한 이의,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피고가 될 수 있는 사람들(피고 적격자) 피고적격자는 호적상 자녀, 부모, 친·자 공동(필수적 공동소송 (대판 1983. 9. 15,83즈2, 총람 민 865조, 26))이다. 자녀가 원고이면 부·모를 피고로 삼아야 하고, 부·모가 원고이면 자녀를 피고로 삼는다. 친·자 중 일방이 사망한 때는 생존자를 피고로 삼고, 친·자 모두 사망한 경우는 검사를 상대방으로(대판 1971.7.27,71므13; 1977.4.12,77므6; 일최판 소화 56(1981). 10. 1.) 삼는다(가사소송법 제24조ㆍ제28조). 피고 측의 이해관계인은 검사의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가하여 다툴 수 있다(민소 제71조). 친족 등 제3자가 소를 제기하는 경우는 부모와 자녀 모두를 피고로 삼아야 한다(가소 제24조 2항, 대판 1970. 3. 10.70므1). (3) 민법 제777조에 규정된 친족들 이와 같은 친족들은 ‘그와 같은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써 당연히 원고로서 친족들 간의 친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소송상 이익이 있다는 것이 종전의 판례이다(대판 1967. 9. 19,67므22; 1973. 1. 23.73므18(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남편은 백부모의 친생자가 아님’을 확인한다는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 : 남편이 2중 호적을 만들어 제3의 여자와 혼인을 시도한 사례); 1981. 10. 13,80므60(전원합의체)). 일부학설은 그러한 친족이라고 하여 당연히 당사자 적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이라야 확인의 이익과 당사자적격이 인정된다고 한다(박병호, 176; 대판 1960.9.29,4293민상314; 1966.7.26,66므11; 1976. 7. 27,76므3, 공보 제544호,9316(성씨(姓氏)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은 즉시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 3. 문제점 (1)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1981.10.13,80므60)의 요지를 검토하여 본다. 1) 원심판결은 제1심 판결이…제3자가 친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려면 단순히 당사자와 친족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친자관계의 부존재로 인하여 특정한 권리를 갖게 되거나 특정한 의무를 면하게 되는 등의 법률관계가 있음이 필요하다고 해석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당질(5촌 조카--필자 주)인 친족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내세워 피청구인과 청구외 망 이O삼 및 같은 망 박씨 사이의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고 있을 뿐 청구인에게 어떤 법률상의 이해관계가 있다 할 수 없으니, 결국 청구인의 이 사건 청구는 법률상확인의 이익이 없음에 귀착된다고 한 판시를 인용하여 청구인의 본건 청구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지지하여 청구인의 항소를 배척하였다. 2) 제33조 제3항에 규정된 민법 제865조의 친생관계의 존부확인을 목적하는 소에 인사소송법 제26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동조는 당사자 및 그 법정대리인 또는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은 제소권자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위 소정의 친족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신분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써 당연히 친자관계 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소송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당원 1967.9.19. 선고 67므22 판결 참조), 원심판결이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당숙질(5촌)의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청구인에게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본건 청구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지지하였음은 위법하다고 아니할 수 없어 논지 이유있다. 위 판시에 저촉되는 당원 1966.7.26. 선고 66므11 판결을 변경하기로 한다는 것이 판결요지이다. 문제는 인사소송법이 폐지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사소송법이 제정되었고 해당 조문도 서로 달라진 마당에 위 전원합의체판결이 판례로서 지금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 검토 먼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그 근거로 삼고 있는 인사소송법의 관련조문을 살펴보자. 1991.1.1. 폐지된 구 인사소송법 제26조(혼인무효의 소의 제기권자) 당사자 및 그 법정대리인 또는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은 언제든지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구 인사소송법 제33조(관할) ③항 민법 제865조의 규정에 의하여 친생관계의 존부확인을 목적으로 하는 소는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있는 지의 지방법원관할에 전속한다. 동법 제35조(준용규정) 제26조,… 중략… 의 규정은 본절의 규정에 의한 소송에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의 판례의 판시와 같이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은 언제든지 친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어 나온다. 그러나 새 가사소송법은, 혼인무효의 소의 제기권자(제23조)로 당사자, 법정대리인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언더라인 필자)은 언제든지 혼인무효나 이혼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28조(준용규정) …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는 제24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할 뿐 제23조를 준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제24조 제2항에 의하면 제3자가 제1항에 규정된 소를 제기할 때에는 부부(이 사건이라면 친자)를 상대방으로 하고, 부부(친자) 중 일방이 사망한 때에는 그 생존자를 상대방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3자는 결국 제23조에 규정된 4촌 이내의 친족을 말하는 것이니, 새 가사소송법(1991.1.1.부터 시행)은 당사자(친자)를 제·한 제3자의 제소권자로는 4촌 이내의 친족만으로 그 범위를 제한한 취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민법 제865조에는 민법 제862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는 “이해관계인”도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실체법(민법)이 절차법(가사소송법)보다 우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행법의 해석론으로는, 당사자(친자), 그 법정대리인 및 4촌 이내의 친족은 특별한 이해관계(확인의 이익 등)를 증명할 필요 없이, 당연히 친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그 이외의 민법 제777조 소정의 친족은 확인의 이익을 주장하고 증명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2006-12-14
정부투자기관의 입찰참가제한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1999. 10. 21. 재정경제부령 제107호) 제23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과의 계약체결의무를 위반한 자, 즉 입찰의 방법을 통하여 계약상대방으로 선정되어 정부투자기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를 뜻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 저해되어 그 제재로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조치가 정당화되는 것이므로,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을 뿐 낙찰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자에 대하여는 위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의 규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 … 피고(대한주택공사)가 2002. 8. 6. 원고에 대하여 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취소한다. Ⅱ. 問題의 提起 판례는「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國家契約法’이라 한다) 제27조에 따른 입찰참가제한조치, 즉, 행정청이 행한 것은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에(대법원 1999.3.9. 선고 98두18565결정 등), 정부투자기관이 행한 입찰참가제한은 사법적 효력만을 갖는 통지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부3결정 등) 그런데 1999.2.5.자 政府投資機關管理基本法(이하 ‘政投法’이라 한다)의 개정에서 입찰참가제한행위에 관한 규정(동법 제20조 제2항, 제3항)을 둔 이후엔 그것의 처분성이 주장되고 있으며, 나아가 개정법상황에선 판례가 당연히 처분으로 볼 것이라 전망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물론 최근 행정심판사건(2006. 4. 10. 의결 행정심판재결례 200601311. 여기서의 피청구인이 한국전력공사인데, 대법원 99부3결정의 피고 역시 한국전력공사이다)에서도 그것의 처분성이 인정되었다. 근거규정의 마련만으로 법적 성질의 180 ?변화가 초래되는지 의구심이 드는데, 관건은 처분성인정이 과연 현행 행정절차법 등에서의 처분개념정의에 터 잡은 행정법도그마틱에 합당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앞의 행점심판사건에서 기각재결이 내려졌는데, 이에 청구인이 불복하여 입찰참가제한을 소송대상으로 삼아 취소소송을 제기할 때 쟁송법적 물음이 제기된다. 여기선 공론화를 도모하는 정도에서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Ⅲ. 處分性 여부의 물음 1. 處分性認定의 論據 한정된 지면에서 주장의 논거를 나름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개정 政投法에 근거규정이 마련되었다’, ‘정부투자기관이 본래적 의미의 행정청의 지위에 있진 않지만, 고권적 규율을 예정한 개정 政投法 규정에 의해서 그 한도내에선 행정권한의 대리 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리에 의하여 일종의 행정청(준행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다른 국가기관 등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즉, 법개정과 관련없이 준처분(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투자기관과 같은 공법인은 기능적 자치행정주체로서 행정조직법상 행정주체이어서, 이들의 공권력행사는 그 법적 근거의 유무와 무관하게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홍준형,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법적 성질, 법제, 1997.7., 13면 이하; 이광윤, 공기업의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법제, 2001.6., 3면 이하; 김남진, 공사 등의 입찰참가자격정지의 성질, 고시연구 2001.10., 133면 이하; 이원우,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의 개념요소로서 행정청, 저스티스 제68호, 2002.8., 160면 이하; 박정훈,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의 법적 제문제, 서울대 법학, 제46권 제1호, 2004.12., 282면 이하 참조). 2. 管見 1) 공공계약의 법적 성질에 따른 問題點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의 성질은 관련 논의에서 결정적이다. 그것이 사법관계에 해당하면, 관련한 논의는 원칙적으로 사법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판례(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는「지방재정법에 의하여 준용되는 國家契約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이 판례에 대한 공법적 관점에서의 비판으로 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2005, 163면 이하 참조). 따라서 입찰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는 사법관계이고, 이런 기조는 정부투자기관이 당사자가 되는 계약의 경우에도 정부투자기관의 법적 성질을 떠나서 당연히 통용된다. 법률관계의 법적 성질과 무관하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의 법적 성질을 논하는 것이 문제된다. 특히 해당 법률관계가 사법관계일 때, 그것의 성립여부결정을 따로 공법행위(행정행위)로 구성하는 것이 주장된다(이른바 二段階理論). 二段階理論은 과거 독일에서 50년대 초에 ‘이브닝드레스의 에바’란 제명의 영화제작지원(채무보증)거부사건의 감정의견에서 H.P. Ipsen이 주장한 것이다. 이는 권리구제확대를 위해 사법관계에 어떤 식으로 든 공법적 통제를 개재시키기 위한 고심의 소산이었다. 한편으론 법치국가적 구속을, 다른 한편으론 형성된 사법관계의 유지를 견인한다 점에서 二段階理論은 이상적 해결방안인 양 여겨져 급속히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제적인 이원적 구성에 따른, 법리상의 태생적 취약점(구분곤란함 등)이 지적되면서, 그것은 급속히 지지기반을 상실하여 지금엔 일원적 구성이 지배적으로 선호되고 있다. 공법계약에 관한 인식이 고조되었고, 더불어 行政私法理論의 등장으로 사법적 행위방식에 굳이 공법적 성립행위(행정행위)를 삽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계약을 사법상 계약을 볼 때, 명문으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됨을 규정하는 식으로 구태여 二段階理論의 성립을 규정하지 않는 한, 낙찰자결정(國家契約法 제10조)은 물론 입찰의 참가배제(제한) 역시 공공계약의 사법적 준비행위에 불과하다(이 점에서 國家契約法상의 행정청에 의한 참가제한행위를 처분으로 보는 판례의 태도는 再考되어야 하며((同旨: 이상규, 입찰참가자격제한행위의 법적 성질, 행정판례연구Ⅰ, 1992, 127면 이하)), 특별사법적 효과를 지닌 國家契約法을 行政私法的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우리의 공공계약 및 입찰참가제한에 해당하는 공공발주 및 발주제한을 비롯한 전체 과정을, 유럽공동체법에 따라 관련 법규정에 공법적 요소가 가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으론 여전히 사법적 견지에서 바라본다). 여기서의 논증은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의 경우에도 전적으로 통용된다. 2) 처분의 개념적 징표에 따른 問題點 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행정청, 공법행위, 직접적 법효과의 발생과 관련하여 논증상의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여기선 행정청과 관련해서만 보고자 한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항과 행정절차법 제2조 제1호에서의 행정청 개념은 실질에 맞춰지기에, 권력분립하의 행정조직에 속한 것(조직법적 의미)만이 아니라 입법부나 사법부에 속한 것(기능적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그것의 실질적, 기능적 의미는 간접적 국가조직인 공공단체나 공무수탁사인까지도 행정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명히 발휘된다. 그런데 법인체형공기업인 정부투자기관은 정부가 출자하며, 국가의 감독을 받으며, 근거법률에 의해 성립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행정청형공기업과는 달리 국가의 행정조직밖에 위치하며 그 존재형식은 사법인(사법주체)이다(이런 사법인을 독일에선 ‘사법적으로 조직된 행정주체(Verwaltumgstrager)'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법적 조직을 행정주체에 귀속하여야 하는지의 물음은 행정주체개념의 廣狹에 따른 개념형성의 문제라고 한다. Vgl. Maurer, Allg.VerwR, 15.Aufl. 2004, §21 Rn.15ff.). 공법의 작용형식을 사용할 권능이 결여되기에, 이런 기관은 사법적으로만 활동할 수 있다(Ehlers, in: Erichsen/Ehlers, Allg.VerwR, 12.Aufl., 2002, §2 Rn.47). 즉, 조직형식과 작용형식의 구분에 따른 작용형식선택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요컨대 정부투자기관의 경우는 일종의 형식적 또는 조직적 私的化(민간화, 민영화)에 해당하는 셈이어서, 임무 그 자체는 여전히 공적이지만-그러나 고권적이진 않다-, 임무의 조직이 사적화되었다. 이런 기관을 다시금 기능적, 실질적 의미의 행정청개념으로 포섭하면, 자칫 私的化를 무색케 하는 公的化(Publifizierung)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법률에 의해) 고권적 권능이 이들 사법주체인 기관에게 위탁된 경우에는 법상황이 다르다. 이런 경우엔 공무수탁사인의 지위를 갖는다. 3) 政投法의 성격에 따른 問題點 본래의 행정청이 아닌 기관(사인)이 행정청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데 있어서, 관건은 법령에 의한 행정권한의 귀속이나 위임(위탁)이 존재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개정 政投法에서의 근거규정의 마련이 처분성인정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과연 政投法 제20조 제2항을 통해서 행정권한이 정부투자기관에게 성립하였는가? 國家契約法상의 당해 행위의 처분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기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이런 기조와는 무관하게 政投法상의 당해 행위 역시 처분성을 갖지 못한다. 처분개념정의상의 공권력행사의 의미는 행정행위가 고권적 조치이어야 함을 나타낸다. 여기서의 “고권적”이란 것이 공법적인 것을 뜻하는지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 판례는 독일에서의 지배적 입장과 비슷하게 바로 공법행위를 대입시킨다(한편 현대민주국가에선 官憲國家의 殘痕인 ‘고권적’이란 표현은 ‘공권력행사’, ‘행정적’, ‘공법적’이란 표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된다. Vgl. Emmerich-Fritsche, Kritische Thesen zur Legaldefinition des Verwaltungsakts, NVwZ 2006, 762ff.). 그런데 政投法 자체는 일종의 정부투자기관까지도 널리 포함시킨 간접적 국가조직을 규율하기 위한 內部法일 따름이다. 따라서 內部法에 불과한 政投法상의 입찰참가제한규정만으론 국민에 대한 직접적 개입 즉, 공법적 효과를 성립케 하는 근거로 삼을 순 없다. 설령 한국전력공사법 등과 같은 개별법률에 규정을 두었더라도, 입찰참가제한 그 자체가 공권력행사가 아니기에 변함이 없다. 결국 당해 행위로 비롯된 법효과는 결코 공법적 차원의 것이 되지 못한다. 판례는 國家契約法 및 그 시행령상의 입찰절차나 낙찰자 결정기준에 관한 규정의 성질을 ‘국가의 내부규정’으로 정당하게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4.28. 선고 2004다50129 판결 등). 이에 동법상의 입찰참가제한을 행정처분으로 보는 것은 당연히 再考되어야 한다. 한편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위임입법의 법리를 國家契約法 제27조 제1항과 政投法 제20조 제2항에 그대로 투영한, 헌법재판소 2005.6.30. 2005헌가1 전원재판부결정과 2005. 4. 28. 2003헌바40 전원재판부결정은 문제가 있다. Ⅳ. 行政審判裁決의 拘束의 물음 처분인 행정심판재결은 실질적으로 당초의 행정행위(원처분)와 더불어 통일체를 형성한다. 그런데 수소법원으로선 행정심판재결과는 달리 당해 입찰참가제한행위의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을 땐,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즉, 재결을 통해서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처분의 옷을 입힐 수 있는지 여부이다(vgl. Stelkens/Bonk/Sachs, VwVfG Kommentar, 6. Aufl., 2001, §35 Rn. 272).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의 대상은 처분이다. 따라서 재결청으로선 비처분적 대상을 실수에 의하더라도 실질적 행정행위로 변환시킬 순 없다. 즉, 당해 비처분적 행위에 대해 대상적격성을 인정하여 내린 재결은 권한하자로 위법하게 된다. 事項的 無權限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법하다. 그런데 재결의 위법성과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비처분적 행위의 처분성)는 분리해서 고찰하여야 한다. 후자는 재결청에 의해 조성된 법적 외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행정심판재결이 준사법적 작용인 점에서 그것의 법효과는 고양된 존속력을 누린다. 피청구인이 재결 자체의 위법을 문제 삼아 그것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땐, 행정소송의 차원에서 별 문제가 없다. 반면 처분성이 부인되진 않았지만 자신의 만족을 얻지 못한 청구인이 당초 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을 땐, 사정이 다르다. 수소법원으로선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지 않는 한, (설령 위법할지 언정) 조성된 법상황을 부인할 수 없다(일종의 행정행위의 구성요건적 효력). 이는 원처분주의에 따른 예상치 못한 딜레마이다. 하지만, 이상에서 본 것처럼 여기서 재결을 무효로 보면 요령부득의 상황은 손쉽게 정리되고, 이런 식의 대처는 후일 유사사안에서도 주효할 것이다. 한편 재결이 취소 등을 통해 消效되면, 당초 행위의 처분적 외양은 제거되고 본래의 법적 성질(비처분성)이 부활한다.
2006-08-31
테러범과 정치범 불인도 원칙
I. 시작하면서 2006.7.27.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는 서울고등검찰청이 청구한 베트남인 우엔 우 창(Nguyen Huu Chanh)에 대한 범죄인인도심사청구 사건에서 범죄인의 인도를 허가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범죄인인도심사 및 그 청구와 관련된 사건은 서울고등검찰청 및 서울고등법원 전속관할이고 대법원에 상소할 수 없는 결정이므로 우엔 우 창은 곧바로 석방되었다. 위 결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범 인도 청구 사건에 관한 결정이어서 선례적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자 인도와 관련한 정치범죄를 심도 있게 설명하고, 국제분쟁 적용법령의 해석 원리, 국제법원(國際法源)으로서의 UN-Resolution에 대한 평가를 충실히 내리고 있는 점 등 우리나라 국제법 실무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좋은 결정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와의 외교적, 국제형사법적 공조와 관련될 뿐만 아니라 향후, 유사범죄를 저지른 대한민국 국적인 혹은 북한 국적인의 처벌을{혹은 베트남으로 도망한(?) 동원호 선원을 억류한 소말리아 해적의 처벌을}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대한 베트남의 대응 등은 물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소위 ‘정치범 불인도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는 필자와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이하에서는 사건 개요와 결정이유를 간략히 소개한 후 이에 대하여 논점 위주로 개인적 견해를 적어본다. II. 사건의 개요 1. 범죄인의 범죄사실 범죄인 우엔 우 창은 1950년 베트남에서 출생하여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가 미국영주권을 취득하고, 1992년 Vinamoto Company의 임원 신분으로 베트남에 입국한 후 1995.4. 자유베트남 혁명정부를 조직하여 자신을 내각총리로 지칭한 후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전복을 목적으로 13개항에 이르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고, 범죄사실은 그 내용상 아래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 1999년부터 자유베트남 혁명정부의 조직원을 훈련시키고 테러를 위해 각종 폭발물을 운반하고 반베트남 선전을 유포하고 호치민 방송국 등의 공공시설에 폭탄을 장치하였으나 발각되어 미수에 그치고 대중이 운집하는 광장에 폭탄을 투척할 것을 모의하였으나 테러계획이 공안당국에 알려져 미수에 그친 점 등의 다수의 테러를 기도하고 2) 2001.6.19. 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 폭탄을 넣은 핸드백 2개를 던져 넣고 휴대폰을 이용하여 원격 조정하여 대사관을 폭발시키려고 하였으나 뇌관 조립과정상의 문제로 폭탄이 터지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2. 불인도 결정 이유 가. 위의 범죄사실이 인도대상범죄에 해당하나, 자유베트남 혁명정부의 성립 배경 및 활동 내용을 고려하여 피청구인에 대한 범죄는 정치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후, 대한민국과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2005.4.19. 발효, 이하 ‘이 사건 인도조약’이라고 한다)과 범죄인 인도법(2005.12.14. 일부 개정)의 정치범 불인도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정이 없는 한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할 수 없다. 나. 대한민국은 2004.2.9. 폭탄테러범죄를 범죄인 불인도 대상인 정치범죄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하였고, 범죄인 인도법 제8조 제1항 제2호 “다자간 조약에 의하여 대한민국이 범죄인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범죄”는 정치범 불인도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어 폭탄테러행위를 저지른 범죄인을 예외사유에 해당되는 듯 하나 신법우선의 원칙, 특별법 우선의 원칙 등 법률해석 원칙은 물론 범죄인 인도법 제3조의2 “범죄인 인도에 관하여 인도조약에 이 법과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른다”는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도 조약 제3조 제2항 나목 ‘양 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에 의하여 당사국이 관할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범죄’만을 정치범 불인도 예외사유로 하고 있고 다자간 국제협정인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에 베트남은 가입하지 않아 위 조약은 양 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이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범죄인을 인도 할 수는 없다. 다. 테러범죄자에 난민의 지위가 악용되거나 테러행위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이유로 범죄인 인도요청이 거부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 등을 규정한 미국 9·11 테러 직후에 채택된 ‘UN 안보리의 2001.9.29.자 결의’에 대한민국과 청구국은 모두 서명하여 위 결의의 당사자가 되었으나, 위 결의는 당사국에게 구체적인 범죄인 인도의무를 부과하는 국제협정이 아니다. 라. 범죄인 인도법 제8조 제1항 제3호의 ‘다수인의 생명·신체를 침해·위협하거나 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죄’를 정치범불인도 예외사유로 열거하고 있으나 이 사건 인도조약은 이를 예외사유 중의 하나로 열거하지 않고 있으므로 범죄인 인도법 제8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인도를 허가할 수는 없다. III. 평석을 위한 몇 가지 논점 정리 1. 정치범죄와 테러행위 ‘정치범죄’는 그 동기와 목적, 해당국가의 정치 상황, 행위양상, 성질 등을 기준으로 정의하여야 하나 현재까지 국제사회가 합의한 일의적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범죄인 인도와 관련하여 정치범죄 여부에 대한 판단은 피청구국의 사법당국에 맡겨진다고 하지만 청구국이 행하는 구체적인 사법조치를 전제로 하여 판단하므로 실체적, 절차적으로도 엄격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한편 ‘테러’는 1983년 Axel P. Schmid가 펴낸 ‘Political Terrorism’에 당시까지의 테러 개념이 109개로 정리되어 있고, 1988년 같은 저자가 펴낸 증보판에 수십개의 정의가 추가된 상황이고 보면 테러의 정의는 테러 연구자 수만큼 많아져 개념정의에 어려움이 있다. 국제법 발전역사상 정치범죄자는 난민대우 혹은 범죄인 불인도 등으로 국제적으로 보호해야 하고, 테러범죄는 국제적 범죄로서 보편적 사법권의 형식으로라도 처벌해야 할 범죄이지만 테러범죄 또한 많은 경우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어 소위 ‘정치범죄’에서 ‘테러’를 분리해 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2. 테러행위와 정치범불인도 원칙 정치범불인도는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일부국가들이 도망정치범을 비호할 권리의 근거로서 주장한 것으로 자코뱅당의 테러적 지배(테러의 어원은 자코뱅당의 억압적 지배방식에서 유래한다)를 피하여 이웃 나라로 도망친 많은 국가테러 피해자들이 정치범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이러한 정치범은 19세기 이래 많은 범죄인 인도조약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으나, 개념적으로 정치범불인도가 국제관습법상 정치범죄인을 인도하여서는 안 된다는 국가의 의무인지 그렇지 않으면 범죄인도조약에 의거하여 조약상 발생한 인도의무를 거부할 권능을 인정함에 불과한 것인가에 관하여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3. 반테러협약과 보편적 테러행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치범 인정 여부는 피청구국이 판단하므로 자국의 이해에 따라 정치범불인도 원칙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러한 해석에 따른 범죄인 불인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없지 않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소위 반테러협약을 통하여 국제사회가 합의하는 일정한 범죄양상에 대하여는 정치적 성향을 띠는 정치범죄라 하더라도 aut dedere aut punire(인도 혹은 처벌)에 따라 처리하는 국제적 컨센서스를 이루어, 반테러협약상의 범죄행위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국제테러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예컨대, 항공기테러억제협약(1970), 외교관등에대한테러방지협약(1973), 인질방지협약(1979) 등 반테러협약에 관해서는 http://untreaty.un.org 참조} 4. 국제분쟁의 적용 법리 범죄인 인도 등 국제성을 보유한 사건에 대하여는 국내 법원도 국내법은 물론이고 국제법 원리에도 부합하는 판단을 하여야 한다. 특히, 국제테러는 해당 국가에 대한 범죄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범죄로 인식되는 중요한 국제법적 사건이므로 헌법과 해당 법률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성문 국제법은 물론이고 관습법 그리고, 국제법의 일반원칙, ILC 등이 확인하고 있는 강제규범으로서의 ius cogens 혹은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의무로서의 erga omnes 와의 조화적 해석 등까지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IV. 결정의 평석 1. 국제테러행위 재판부는 청구인의 폭탄테러행위가 정치범 불인도 예외범죄인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상 범죄이나, 청구국이 위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므로 위 범죄인을 인도하게 되면 이 사건 인도 조약을 위반하게 된다고 하고 있는 바, (재판부의 견해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위 범죄인의 폭탄테러행위가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의 테러행위임은 인정하고 있다. 위 테러행위는 미수에 그쳤고 베트남 정부 전복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실제 기수에 달하였다면) 위 폭탄테러는 자국민 타국민을 가리지 않는 피해를 야기할 국제테러행위이다. 이러한 국제테러범죄는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범죄행위이고, 이를 억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한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사회 전체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인도 조약의 해석에 따라 청구국이 폭탄테러억제협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테러행위자를 자유롭게 놓아준다면 대한민국은 (결과적으로) 소극적으로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것일 수 있다. 2. 외교관 등에 대한 테러행위 위와 견해를 달리 하더라도, 이 사건 범죄인의 많은 범죄행위 중 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 폭탄을 투척한 행위는 1973. 12. 14 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된 ‘외교관등 국제적 보호 인물에 대한 범죄의 예방 및 처벌에 관한 협약’ 제2조 제1항 (라)목 위반의 국제테러범죄이다. 위 조약은 대한민국이 1983.5.25. 가입하였고, 베트남 또한 2002.5.2. 가입하였다. 따라서, 재판부가 밝힌 것처럼 대사관 폭탄 투척 이외의 폭탄테러는 ‘폭탄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과 관련하여 정치범죄로서 정치범 불인도 예외 사유인 ‘양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에 의하여 당사국이 관할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범죄’가 아니지만, 외국 주재 자국 대사관에 폭탄을 투척한 행위는 재판부의 견해에 의하더라도 ‘양당사국이 모두 당사자인 다자간 국제협정에 의하여 당사국이 관할권을 행사하거나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 범죄’로서 정치범죄라고 하더라도 정치범 불인도의 예외사유로서 대한민국에 aut dedere aut punire 의무가 있는 범죄이다. 3. 테러행위의 전단계 범죄화 및 형법의 세계주의 도입 폭발물을 사용한 범죄, 공공시설과 다수 인명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범죄에 대하여는 현실적 피해발생(구성요건적 기수)을 범죄의 구성요건 사실로 보고 이를 처벌하게 된다면 형사법의 보호적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없다. 따라서 테러행위는 예비, 음모 등의 구성요건 실행 착수 이전 단계에서 적절한 범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위 전단계 범죄화(Vorfeldstrafe)가 필요한 분야임에도 결정 이유에서 폭발물 사용의 대상이 사람인지 시설인지조차 특정되지 않아 ‘다수인의 생명·신체를 침해·위협하거나 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죄’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해석은 해당국가와 국민의 법익 침해를 너무 과소평가한 해석으로 볼 수 밖에 없고, 피청구인이 테러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의사 또한 어디에도 읽을 수 없다. 지금껏 미수에 그친 그의 테러행위가 후일 어디에선가 기수에 이르게 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부적절한 대응은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끝으로, 정치범 불인도 원칙을 가장 먼저 입법화한 벨기에가 국제적 테러는 delicta juris gentium으로 간주하고 범죄지, 범인이나 피해자의 국적, 범죄지국의 법률 등을 묻지 않고 자국법에 의하여 재판하겠다는 절대적 세계주의(Weltrechtsprinzip)를 규정함은 이번 인도 청구 사건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06-08-21
국회법상의 수정안
1. 사건의 개요 정부가 2005.3.24. 政府組織法中改正法律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 改正案에는 ① 財經部 등 4개 부처에 複數(2명)의 次官을 두기로 하는 내용, ② 統計廳과 氣象廳을 차관급 기구로 格上시키기로 하는 내용, ③ 國防部 소속으로 防衛産業廳을 신설하기로 하는 내용, ④ 建交部의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이 의안은 즉시 소관위원회인 行自委에 回附되었고, 행자위는 이 의안과 기왕에 행자위에 제출된 관련 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한 후 委員會代案을 마련하여 본회로 넘겼다. 위원회대안이란 위원회가 본회로부터 회부받은 의안과 수정안, 관련된 의안이 있으면 그 의안과 수정안, 위원회 자체의 수정안, 의원들로부터 추가로 제출된 수정안들을 모두 종합하여 하나로 만들어 놓은 안을 말한다. 위원회종합안인 셈이다 {국회선례집 278면 이하, 김교창 표준회의진행법(법률신문사, 2005) 264면}. 이 委員會代案에는 정부가 제출한 改正案의 내용 중 ①과 ②만이 들어있다. ③과 ④는 빠졌다. 위원회가 ③과 ④는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본회에 2005년 6월 30일 위 代案이 議案으로 上程되었다. 본회에 상정된 議案은 이 代案 하나뿐이다. 본회로 보면 이 代案이 原案이다. 이 議案의 審議 중에 議員 33人(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소속임)이 ③을 修正案으로 제출하였다. 그리고 議長이 이를 수정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본회에 상정하여 표결에 부치었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자 議長은 이 수정안과 아울러 ①과 ②가 들어 있는 의안이 가결되었다고 선포하였다. 그 후 의원 21人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憲裁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③은 의안에 대한 수정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이를 수정안으로 상정하여 가결선포한 것은 무효라는 것이 그 청구원인이다. 憲裁는 冒頭의 判決要旨를 내세워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기각결정에는 재판관 3人이 반대의견을 표하였다. 판결요지에 대한 評釋을 위하여 필자는 먼저 의안과 수정안의 관련성에 관한 會議進行法(會議法이라고 줄여 말하기도 함, Rules of Order)을 알아본 후 이 事案에서 修正案으로 다루어진 것이 과연 會議法상의 修正案에 해당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된 의안에 관한 國會法의 규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2. 議案과 修正案 사이의 關聯性 어떤 議案에 대하여 그 내용을 關聯性(Germaneness)을 지니는 범위에서 변경하자고 提議하는 안이 修正案이다. 관련성을 지니는 것으로는 의안과의 사이에 보완적인 것, 경쟁적인 것 및 적대적인 것 등이 있다{Robert’s Rules of Order(Perseus Books, 2000, 이하 RR이라 약함) 130 - 132p, 김교창 전게 149면 이하}. 그 예는 이 사안에 관한 다음 항에서 들기로 한다. 관련성을 지니는 것만이 수정안으로 될 수 있고, 그렇지 아니한 것은 수정안으로 될 수 없다. 이를 關聯性의 原則이라고 말한다. 이 원칙은 천여년에 걸쳐 英美의 議會에서 형성되었고, 會議法의 일반원칙으로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다. 관련성의 원칙은 同一한 議案 再提出禁止의 원칙(RR 325ff, 김교창 전게 57면, 107면), 一事不再議의 원칙(國會法 제92조, RR 72p, 김교창 전게 107면)과 함께 會議體가 다룰 議案의 범위를 한정하기 위한 會議法의 일반원칙이다. 이미 제출 내지 상정되거나 임시적으로 처리(회부 또는 연기)된 議案과 동일한 의안은 동일한 會期 중에 재제출될 수 없고, 이미 최종적으로 처리(가결 또는 부결)된 의안은 동일한 會期 중에 再議할 수 없다. 상호 관련성이 있는 것이면 동일한 의안이고, 그렇지 아니한 것이며 동일한 의안이 아니다. 역으로 위 두 개의 원칙에 해당하는 여부가 관련성의 存否를 가리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RR 130-131p, 김교창 ‘修正動議에 관한 연구’ 辯護士 (35) (서울지방변호사회, 2005) 9면 이하, 김교창 전게 167면 이하}. 관련성의 원칙은 條理로서 法源으로 된다고 볼 수도 있고, 法文의 해석에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3. 이 事案의 修正案이 會議法상의 修正案인 與否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법률안에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네 개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 네 개가 하나의 의안으로 倂合되어 제출되었으나, 이 네 개는 각 別個의 議案이다. 이 네 개 중 ① 또는 ②만이 제출되어 있는 때에 ③ 또는 ④가 얼마든지 제출될 수 있고, ① 또는 ②만 제출되어 가결되거나 부결된 뒤에 ③ 또는 ④가 얼마든지 제출되고 審議될 수 있다. 그리고 ③의 가결 또는 부결로 ① 또는 ②에 아무런 변경도 가하여지지 아니한다. ③과 ① 또는 ②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방위산업청의 신설과 ① 또는 ② 사이에 무슨 관련성이 있는가. 따라서 ③은 분명히 ①이나 ②에 대한 수정안이 아니다. 別個의 議案이다. 이를 수정안으로 보고 본회에 상정하여 처리한 것은 의장이 會議法을 위반한 것이다. 수정안이 어떤 것인지 이해를 돕기 위하여 ①, ②에 대한 수정안을 몇 개 예로 든다. ①에 대한 수정안으로 ㈎ 複數(2명)의 次官을 두되 1명은 政務次官, 1명은 事務次官으로 정하자, ㈏ 복수의 차관을 두기로 할 바에는 2명이 아니라 3명으로 增員하여 두기로 하자, ②에 대한 수정안으로 ㈐ 統計廳과 氣象廳을 국장급 기구로 格下시키기로 하자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위 수정안들 중 ㈎는 보완적인 것이고, ㈏는 경쟁적인 것이며, ㈐는 적대적인 것이다. ①에 대한 수정안 중 가령 의장이 ㈎를 먼저 표결에 부쳐 ㈎가 가결되면 ㈏와 의안 중 ①은 표결에 부칠 필요조차 없다. ㈎로 이 사항에 대한 본회의 의사가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와 ㈏가 모두 부결되면 의장은 끝으로 의안 중 ①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 국회법 제97조는 이런 회의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憲裁는 국회법에 수정안의 범위에 어떠한 제한도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冒頭의 판결요지를 내놓았다. 그 범위가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면 條理를 찾아보아야 하고, 條理도 못찾으면 그 범위를 文理的, 論理的, 歷史的, 體系的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憲裁는 이런 그의 職務를 遺棄하였다. 헌재가 내놓은 판결요지를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헌재의 해석은 우리의 상식에도 벗어난다. 다행히 재판관 3人이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에 따라 이 판결요지가 조만간 변경되기를 바란다. 會議法에 위반되었다고 이 ③의 가결이 당연히 무효라고 필자는 말하지 아니한다. 관련성의 원칙은 회의법 중 細部規則에 속한다. 이런 세부규칙은 회의체가 그 효력을 一時停止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안의 경우 ③을 본회가 별개의 의안으로 제출받아 심의하였다면 위 원칙에 위반되지도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원칙을 위반하고 그것이 나아가 다른 瑕疵를 이끌어내었다면 그 瑕疵의 정도에 따라 ③의 가결은 무효로 판정될 수도 있다. 다음 항에서 이 점을 살핀다. 4. 위원회가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한 議案 우리 국회법은 委員會中心主義를 취하고 있다{金哲洙 憲法學槪論(博英社, 2001) 941면, 朴奉國 國會法(博英社, 2000) 283면}. 모든 의안은 제출된 뒤 위원회로 회부되고 그 심사를 마쳐야 의장이 본회에 상정할 수 있다(국회법 제81조 내지 제85조). 특히 법률안은 소관위원회의 심의를 마친 후 法司委를 거치게 되어 있다(동 제86조). 위원회에 回附된 이 事案의 議案에는 위 네 개가 들어 있었다. 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그 중 ①과 ②만 본회에 附議하고, ③과 ④는 본회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위원회가 본회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의안은 議長이 본회에 附議할 수 없다(국회법 제87조 제1항). 예외적으로 위원회의 그런 결정이 본회에 보고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議員 30人 이상의 요구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의장이 본회에 附議할 수 있다(동 단서). 그런 요구가 없으면 그 의안은 廢棄된다(동조 제2항). 이들 국회법에 의하여 ③은 이미 폐기되었다. ③은 같은 會期 중에 再提出될 수 없다. 국회의장은 修正案이 아닌 ③을 수정안이라고 제출받아 처리하였고, 나아가 국회법의 위 조항들을 위반하였다. 그 위반의 정도는 위원회에 관한 규정들을 묵살한 정도에 달한다. 그 조항들은 국회법의 骨格을 이루고 있는 조항들이다. 그렇다면 憲裁는 이 사안에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는 무효라고 판시하였어야 한다. 憲裁의 판결요지에 반대의견을 표한다.
2006-07-06
‘동의대사건’ 각하결정
I. 머리말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로 약칭함)가 이른바 ‘동의대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윤창호(무기징역), 오태봉, 김영권(각 징역 15년), 이종현(징역 13년 및 자격정지 2년), 이철우(징역 10년), 하상호, 이준경(각 징역 7년) 외 45인을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 소정의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2002년 4월 27일)한 것에 대하여 순직한 경찰관 7명의 유가족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각하결정(재판관 5명 각하의견, 4명 위헌의견)을 내렸다. 국가보안법개폐문제, 강정구 교수건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하여 전 사회적으로 심각한 양상으로 격화되고 있는 이념갈등에 또 하나의 불씨가 더해졌다. 서로 보듬어도 덜고 씻어내기 어려운 아픈 상처와 기억들이 오히려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픔만 더해가고 있는 양상이다. 진한 눈물은 어느 정도 보독해질 만큼 세월이 흘렀는데 야만과 폭력의 메마른 역사의 잔재는 화해와 위무의 손길을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 우리 시대의 헌법과 헌법재판이 모순의 역사 속에서 누적되어만 가는 아픔들을 부둥켜안고 위로할 수 있는 헌법해석의 가능성은 없었을까? 헌법에서 역사는 무엇이고, 역사 속에서 헌법은 무엇인가? II. 결정요지 1) 다수-각하의견 청구인적격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본 각하의견의 핵심논거는 청구인들의 자기관련성의 부인이다. 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유가족들의 내심의 동요와 혼란은 부인되지 않으나, 그것은 ‘단순히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명예감정’일 뿐이고, 따라서 ‘객관적이고 외부적인 가치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명예, 즉 헌법상 보호되는 일반적 인격권에 포함되는 명예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또한 민주화운동참여자에 대하여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보상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화합에 기여하고자 하는 동 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위원회가 동의대사건 관련자들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는 것은 그들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긍정의 역사적 평가와 함께 동 법(제5조의 3-제5조의 5) 소정의 최소한의 명예회복조치(특별사면복권의 건의, 전과기록의 말소, 복직권고, 학사징계기록말소권고)를 행하는 것일 뿐이고, 당시 반대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추궁이나 보복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동 결정에는 순직한 경찰관들에 대한 어떠한 부정적인 평가의 의도와 효과도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결론이다. 요컨대, 청구인들은 동 결정에 대하여 주관적인 내면의 명예감정은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이해관계로만 관련될 뿐이고, 기본권적 법익의 관점에서는 관계없는 제3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 소수-위헌의견 우선 적법성요건과 관련하여 소수의견은 헌법상 보호되는 명예가 인격에 대한 ‘객관적이고 외부적인 사회적 평가’를 내용으로 한다는 점은 다수의견과는 견해를 같이 하면서도 사태(事態)의 함의에 대해서는 상반된 관점에서 파악한다. 동의대사건 가담자들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하여 부여하게 되는 명예와 순직경찰관들의 명예는 논리필연적으로 상충관계에 있는 선택적 평가의 대상이라는 인식이다. 특정한 역사의 현장에서 ‘상반되는 가치관과 입장을 대변하여 격렬한 대치관계에 놓여 있었던 두 당사자’중 어느 일방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다른 일방에 대한 평가와 길항의 관계로 견연되어 있기 때문에 위원회의 결정이 순직경찰관들에 대한 법적, 사회적 평가와 무관하다고 보는 것은 ‘법의 정신과 실질을 도외시한 형식적인 법이해’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요컨대, 이러한 판단은 순직한 경찰관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자신의 인격상을 형성해 온 유가족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자기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의견이다. 기본권침해 여부에 대한 본안판단과 관련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순직경찰관들의 명예와 시위가담자들의 명예를 긍부정의 사회적 평가와 그에 따른 헌법적 판단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충관계로 보는 입장에서 위원회의 일방 당사자에 대한 ‘민주화운동관련자인정’의 결정은 헌법상 보호되는 청구인들의 사회적 명예를 직접 심각하게 침해하였다는 결론이다. ‘민주화운동권련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주헌정질서의 확립’과 ‘자유와 권리의 신장’(동 법 제2조 제1호)에 기여한 점이 인정되어야만 하는데, 이 사건 행위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서 오히려 민주헌정질서를 후퇴시킨 ‘치명적 폭력을 동원한 범죄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설령 민주적 목적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허용될 수 없는 폭력수단을 통한 경우에는 ‘민주화운동’이라고 명명될 수 없다고 본다. 요컨대, 가해자들에 대하여 명예와 보상을 부여하는 위원회의 결정은 유가족들의 명예를 침해하는 법적 수단의 남용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의 정신과 가치에 부합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III. 평석 1) 굳이 헌법의 역사성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가치규범인 헌법은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문화사적 기억이 응축되어 있는 실존의 기호들의 집적체이고, 이 실존의 기호들은 개인과 집단의 삶과 의식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동시에 또한 그 안에서 의미가 형성되어 나간다. 헌법해석도 일반해석학의 차원에서 정의되는 ‘이해’, 말하자면 ‘정신적 삶을 드러내는 지각가능한 기호들을 통해 정신적인 어떤 것을 알아가는 과정’(딜타이)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반성철학에서 제시되는 사유방식에 따른 ‘구체적인 반성’을 통해서 헌법과 역사 및 자신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회복해 나가는 자기이해의 의미작용, 즉 일종의 ‘전유’의 해석학적 반성작업이다. P. 리쾨르의 말을 빌리면 “주체가 문화활동으로 생산한 기호들을 거쳐 주체에 이르는 구체적인 반성”의 작업이다. 어떤 의미에서건 말 그대로 ‘역사적 사건’인 이 사건은 역사가 헌법에 대하여, 헌법이 역사에 대하여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또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깊게 성찰하게 만드는 매우 유용한 화두를 제공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격한 찬반논란이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헌재의 결정과 이에 대한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상반된 반응들은 근본적으로 동 사건의 의미가 구겨져 들어가 있는 역사 자체의 모순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헌정사와 그에 대한 법적 정리의 현재상태에는 이른바 ‘현상유지’(status quo) 또는 ‘사실의 규범적 효력’의 논거 외에는 일관성도 정합성을 전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 어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준거도 없이 ‘단절’과 ‘연속’이 착종되어 있는 이율배반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 이율배반의 모순을 안고 있는 역사와 또한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아픈 기억과 상처들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 볼 것인가? 역사해석의 전제와 관점이 이 사건에 대한 심판의 핵심이다. 2) 각하의견과 위헌의견은 민주화역사의 흐름과 현시점에서의 헌정상태을 각각 ‘단절’과 ‘연속’의 일방 관점에 치중하여 인식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각하의견은 순직경찰관들의 명예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전혀 폄하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되, 다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동의대사건 가해자들의 행위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어떻게 설명을 하건 군부독재의 권위주의체제와 현 체제의 단절적 차별성에 대한 단호한 인식과 법적으로 ‘실패한 쿠데타’로 최종 정리된 군부독재체제의 권위에 대한 포괄적인 부정의 평가와 그에 대한 저항운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관점을 전제로 한다. 반면에 순직경찰관의 명예와 가해자들의 명예를 대립상충의 관계로 보는 반대의견의 주된 논거는 치명적인 폭력의 수단을 동원하였다는 점에서 도저히 ‘민주화운동’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지만, 이러한 판단의 바탕에는 순직 경찰관들의 공권력집행의 정당성의 흠결성에 대한 의문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인식에는 공권력 집행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당시 체제의 정당성과 그에 따른 체제의 연속성에 대한 선판단이 내재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가정을 전제로 구성한 ‘역사이야기’가 일파만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예컨대 우리 헌정사가 혁명을 통해서 군부독재체제가 극복되는 전면적인 청산과 단절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면 동정은 나누어 질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역사적 평가와 법적 판단은 각하의견의 입장에서 내려질 수 있을 것이다. 반대의견의 표현을 빌리면, 순직경찰관들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케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의 대행자”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반면에 그렇다고 해서 당시 권위주의체제와 현 체제가 정체성의 완전한 연속성이 유지되고 있는가? 당시 집권세력의 핵심이 헌정질서파괴범으로 단죄된 상황에서 합법률적이기는 했지만 그들의 권위적 통치체제의 유지를 뒷받침해주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공권력행사의 정당성도 적어도 순정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물론 국민투표를 통해 형식적으로 정당성을 추인받은 점이나, 국보위에서 만든 법률은 물론이고 당시 체제 하에서의 모든 국정정행위의 효력이 인정되어 왔던 법상태, 특히 사건 당시의 사정이 극단적인 혁명의 혼란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순직경찰관들의 법집행행위가 ‘참기 어려울 정도로 정의에 어긋나는’ 부정당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3) 이 사건은 결국 이율배반의 모순의 역사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규범을 통해서 사태가 파악되고, 사태를 통해서 규범이 탐색되는, 사태와 규범의 교호관계가 특히 부각되는 헌법재판에서 우리 헌재는 ‘단절’과 ‘연속’이 착종되어 있는 이 혼돈의 역사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아픔들에 대하여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였을까? 동의대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를 ‘민주화운동’이라는 명명(命名)조차 허용될 수 없는 범죄행위일 뿐이라고 보는 소수의견은 순직경찰관과 그 유족의 명예와 가해자들의 명예가 논리필연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민주화운동관련자인정’의 결정과 순직경찰관에 대한 평가는 무관하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반론의 논거로 동의대 사건 가담자들과 순직경찰관들이 특정한 역사의 현장에서 상반되는 ‘가치관과 입장’을 대변하며 격렬하게 대치하였던 두 당사자였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과연 그 사태가 그들의 가치관과 입장의 차이와 대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는가? 외형상의 물리적인 대치였을 뿐, 적어도 그들은 서로 적이 아니었다. 반면에 순직경찰관들에 대한 사회적, 법적 평가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전제하지만위원회의 결정으로 그들과 유가족들의 명예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고 보는 다수의견도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아픔을 외면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제 3자이기 때문에 청구인적격이 부인된다는 간명한 법리로 담아내기에는 단절과 연속이 역사의 모순과 아픔이 너무 복합적이고, 깊고, 크다. 그들도 함께 권위주의체제의 피해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아픔도 보듬어야 될 아픔이다. 이 아픔과 저 아픔 모두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해야 하는 아픔들이다. IV. 맺는말 ‘단절’과 ‘연속’이 착종되어 있는 역사의 모순을 일정 부분은 그대로 끌어안고, 그 속의 아픔과 아픔들이 서로 위무하면서 화해의 선순환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여전히 우리 헌법과 정치에 주어진 주요과제로 나아 있다. 헌재가 두 손을 내밀지 않은 것이 아쉽다. 지금 우리에게는 역사와 헌법, 아픔과 아픔간의 타협과 화해가 필수적이다. C. R. 썬스타인(Designing Democracy, p. 243)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주헌법은 타협이 필수적인 경우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타협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것을 불필요하게 한다.”
2005-11-14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이 과연 관습헌법인가
* 결정요지 수도서울’은 관습헌법이므로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에 의한 방법 외에는 개정이 될 수 없음에도 이러한 헌법개정방법을 취하지 않고서 수도이전을 하는 이 사건 법률은 헌법에 위반된다 * 평석요지 ‘관습헌법론’을 동원하여‘수도서울’이 곧 헌법인양, 수도이전을 헌법개정의 방법 외에는 할 수 없는 것으로 무리한 논리를 전개하였다. 그러나‘수도서울’은 관습헌법일 수 없다. 이 사건은 각하하든지 국민투표를 거친 후에 수도이전 여부를 결정하도록 입법개선을 명하고 헌법소원을 기각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된다 I. 서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 10. 21. 청구인 최상철 외168인(2004헌마554), 청구인 정재명(2004헌마566)이 제기한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2004. 1. 16. 법률 제7062호, 이하 ‘이 사건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결정에서 동법률을 위헌선언하였다. 다수의견은 ‘수도 서울’은 관습헌법이므로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에 의한 방법 외에는 개정될 수 없음에도, 이러한 헌법개정방법을 취하지 않고서 수도이전을 하는 이 사건 법률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을 취하였다. 김영일 재판관의 별개의견은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전제로, 대통령이 수도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의하지 않은 것은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헌이며, 그러한 한에서 청구인의 국민투표부의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확인하였다. 전효숙 재판관의 반대의견은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사실을 불문헌법으로 인정한 다수의견에 반대하였으며, 이 사건 헌법소원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침해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각하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하에서는 수도이전헌법소원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함으로써, 전 국민적 관심을 모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과연 헌법적으로 정당한 논거에 기하고 있는지를 몇 가지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II. 평석 1. 적법요건에 관한 검토 (1) 기본권침해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전술한 이유에서 국민투표권의 침해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헌법상 국민투표권은 헌법 제72조에 따라서 대통령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의한 경우와,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절차에 따른 국민투표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 제130조 소정의 ‘헌법’개념에는 그 내용이 불명확한 ‘불문헌법’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은 처음부터 문제될 수도 없다. 다음으로 헌법 제72조의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은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일정사항에 대하여 국민투표에 부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 헌법상의 국민투표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직접성·현재성도 인정할 수 없다. 그 밖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구체적 기본권성을 인정하기 어렵거나 사실상의 경제적 불이익의 경우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헌재 1998. 9. 30. 97헌마404)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2) 고도의 정치적 사안에 대한 사법자제의 필요성 여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그 위헌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며, 헌법재판소 역시 이 사건에서도 그와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하지만 지난번 이라크파병결정(헌재 2004. 4. 29. 2003헌마814)에서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는 사항은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각하한 바 있었다. 같은 논리로 수도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일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결정도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헌재 판례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 위헌여부에 대하여 (1) 헌법 제130조의 국민투표권 침해여부: ‘수도 서울’이 과연 관습헌법인가· (가) 관습헌법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첫째, 관습헌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사항이 실질적 헌법성을 갖추어야 한다. 실질적 헌법은 국가기관의 조직, 구성, 권한 및 국민의 국가에 대한 관계, 즉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율하는 법질서라고 할 수 있는데, 행정수도의 위치는 이와 상관이 없는 문제이므로 실질적 헌법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관습헌법이 될 수 없다. 둘째, 어떠한 관행이 관습법이 되기 위해서는 규범적 관행이어야 할 것인데 ‘수도 서울’은 규범적 관행이 아니라, 사실에 불과하다. 셋째, 어떠한 관행이나 사실이 제아무리 오랫동안 계속하여 존재하여 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당위, 또는 규범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가령 호주제가 아무리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전통적 제도에 속한다고 하여 그 자체가 곧 관습헌법으로서의 실효성과 강제성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사실적인 것이 규범력을 갖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는 있으나(가령 우측통행), 이 경우에도 규범력을 인정할 만한 정당화사유가 존재하여야 할 것이다(가령 ‘질서유지’). 그런데 그러한 정당화사유가 없고, 오히려 그보다 우월한 헌법적 법익이 그 관행의 폐지나 변경을 정당화하는 경우, 그 관행은 더 이상의 규범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넷째, 관습헌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존재 자체가 명확하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명확한 것은 서울이 수도였다는 사실일 뿐, ‘수도 서울’이 관습헌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결코 명확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러한 관습헌법의 존재 여부의 문제가 이번의 헌법재판에 의해서 비로소 전국민적 토론의 대상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헌재가 인정하는 명료성의 요건도 실상은 결여되어 있다. 다섯째, 대의제를 골간으로 하는 우리 헌법질서 하에서는 국회의 의사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이전의사를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는 것은 나름대로 수도이전의 국민적 합의가 국회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혹 필요한 경우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경험적 의사를 확인해 볼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확인절차도 없이 헌법재판소는 ‘수도 서울’의 관행에 대한 국민적 확신을 단정하고 있는데 그 근거가 박약하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논리는 헌법재판관들이 인정하는 관습을 헌법으로 확대시켜 다른 실정헌법규범의 효력을 무력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관습헌법의 폐지를 위해서는 헌법개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헌법개정과 같은 헌법상의 절차규정은 될 수 있는 한,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헌법상 절차나 조직규정은 개방성, 광의성, 추상성을 특징으로 하는 그 밖의 다른 헌법규정들과는 달리 결코 개방적이거나 불확정적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규정에 해당하는 헌법 제130조의 ‘헌법’ 개념에 소위 관습헌법을 포함시키게 되면 확정적이어야 할 절차규정이 가장 불확정적이 되어서, 헌법생활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개정사항의 해당여부의 문제는 매번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기 전까지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다) 헌법 제130조의 국민투표권침해여부에 대한 결론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성을 인정할 수 없는 한, 이 사건 법률이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지탱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제 헌법 제72조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관한 국민투표권의 침해여부의 문제로 돌아가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침해 여부 김영일 재판관의 별개의견은 수도이전이 헌법 제72조 소정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며, 이것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이전여부에 대하여 국민투표를 붙이지 않은 것은 국민투표부의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행정법분야에서 적용되는 행정청의 재량행위의 한계에 관한 법리(소위 ‘재량의 0으로의 수축이론’)가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는 헌법상 재량권의 한계의 문제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양 행위의 법적 의미와 비중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헌법 제72조가 문구상 국민투표부의 여부를 대통령의 재량으로 하고 있는 이상, 수도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지 아니한 것이 명백히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3. 이 결정의 기속력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이러한 기속력은 결정주문과 이 결정주문의 논리필연적 이유에 해당하는 소위 ‘주요이유’에 미친다. 다만 주요이유의 범위가 문제된다. 주요이유는 관습헌법 ‘수도 서울’은 헌법개정의 방법으로만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수도 서울’에 대한 국민적 확신 내지는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경험적으로 확인될 수 있다면, 더 이상 관습헌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러한 상황에서까지 이러한 이유의 기속력이 존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국민이 수도이전을 반대하고 ‘수도 서울’에 찬성하는 경우, 더 이상 수도이전을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도 서울’이 계속해서 관습헌법으로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실정헌법은 헌법제정권력과 개정권력에 의하여 헌법적 절차와 의사·의결정족수를 거쳐서 제·개정된 것인데 반하여, ‘관습헌법’의 경우 그 성립요건으로서 국민적 합의가 어느 정도이어야 하는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아뭏든 대통령과 국회는 여전히 헌법 제72조를 근거로 수도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을 것이며, 그 결론 여하에 따라서 수도이전에 관한 정책의 속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III. 결론 결론적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전효숙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잘 지적하고 있듯이 각하하든지, 백보 양보하더라도 국민투표를 거친 후에 수도이전여부를 결정하도록 입법개선을 명하고 헌법소원을 기각하는 촉구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된다. 헌법재판소는 소위 ‘관습헌법’론을 동원하여, ‘수도 서울’이 곧 헌법인 양, 수도이전을 헌법개정의 방법 외에는 할 수 없는 것으로 무리한 논리를 전개하였다. 그러나 전술한 이유로 ‘수도 서울’은 관습헌법일 수 없다. 이제 바야흐로 우리 나라에서도 헌법재판관의 헌법해석권한의 한계를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정립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진 한, 이 결정의 기속력(즉 이 사건 법률이 위헌이고 그 효력이 상실되었다는 점)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기관들도 나름대로 헌법을 해석하고 구체화 내지 실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므로, 차후의 문제에 대하여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소신껏 정책을 펴 나가는 것이 전체 헌법질서의 정신에 부합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4-11-22
6
7
8
9
10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