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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수익자 변경에 대한 보험계약자 의사표시의 성격
Ⅰ. 서론 보험계약관계는 기본적으로 보험계약자와 보험자 사이의 계약이다. 하지만 보험계약에서는 피보험자의 개념이 있고 또한 인보험에서는 보험수익자의 개념이 존재한다. 이들 사이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며 계약을 체결하는 보험자가 당사자들을 조합할 수 있다. 손해보험에서는 보험금을 받기로 되어 있는 자가 피보험자이다. 하지만 인보험에서는 그 사람의 신체에 보험을 붙이는 사람이 피보험자이다. 그리고 보험금을 지급받을 자가 보험수익자가 된다. 이때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그 지정·변경권 행사와 관련하여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이에 이 글에서는 최근의 대법원 판례를 고찰대상으로 삼아 보험계약자의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의 성질, 내용에 대하여 살펴본다. Ⅱ. 대상판결(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다204869 판결) 1. 사안 2016년 12월 2일경 망인은 보험수익자 변경권을 행사하였다. 이로 인해 보험수익자가 피고에서 원고로 변경되었다. 그 사실을 보험자에게 통지하지는 아니한 상태에서 2017년 10월 8일 망인이 사망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청구권의 양도 및 그에 따른 양도통지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청주지방법원 2018. 5. 15. 선고 2018가단20668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제2심(청주지방법원 2018. 12. 19. 선고 2018나7420 판결)은 제1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하면서 제1심 판결을 취소한 다음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상판결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권리가 있다(상법 제733조 제1항). 이러한 보험수익자 변경권은 형성권으로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고 그 행사에 의해 변경의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 다만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변경한 후 보험자에 대하여 이를 통지하지 않으면 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상법 제734조 제1항). 이와 같은 보험수익자 변경권의 법적 성질과 상법 규정의 해석에 비추어 보면 보험수익자 변경은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보험수익자 변경의 의사표시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이상 그러한 의사표시가 보험자나 보험수익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험수익자 변경의 효과는 발생한다. Ⅲ. 보험수익자 지정과 변경 1. 보험수익자의 지정 또는 변경의 권리 생명보험에서는 보험계약자는 그 사정 여하에 따라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데(제733조 제1항) 이것을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이라 한다. 보험계약자가 이러한 지정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사망한 때에는 피보험자를 보험수익자로 하고 보험계약자가 이러한 변경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사망한 때에는 보험수익자의 권리가 확정된다.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권은 보험자의 동의를 요하지 않고 보험계약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 있으면 되므로 형성권이며 단독행위이다. 2. 지정·변경의 대항요건 보험계약자가 계약성립 후에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을 한 경우에는 보험자의 2중지급 방지를 위해 보험자에 대해 그 지정·변경을 통지하지 않으면 이를 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상법 제734조 제1항). 통지는 단지 대항요건이므로 나중의 보험수익자는 전의 보험수익자가 받은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Ⅳ. 독일의 법제와 논의 독일에서도 우리와 거의 유사하게 보험수익자 지정 변경을 이해하고 있다. 즉 보험수익자 지정은 계약체결 시에 이루어질 수 있고 그 이후에 이루어질 수 있다. 보험수익자 지정은 1)일방적인, 2)수령을 필요로 하는, 3)형성권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것은 따라서 처분행위이다. 다만 우리와는 다르게 독일에서는 수익자 지정의 의사표시는 수령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수령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내용은 계약법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보험계약자, 보험자, 제3자에게 있어서 권리를 변경하는 내용은 증빙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Ⅴ. 해석론과 입법론 1. 해석론 생명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의 보험수익자 지정은 보험자에게는 통지하여야 대항할 수 있다. 보험계약자의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이 일방적인 권리로서 형성권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와 같이 이해하는 한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경우에는 보험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약관을 두고 있다면 이는 상법 제663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래 타인을 위한 보험에서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에는 보험증권을 소지하거나 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상법 제649조 제1항). 하지만 보험계약자가 기존의 보험수익자에서 새로운 보험수익자로 수익자를 변경함에 있어서는 기존의 보험수익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보험수익자 변경을 보험회사에 통지하지 아니하였다 하여도 객관적으로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변경하였다면 그 사실을 보험자에게 증명하고 주장하여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통지는 단지 대항요건이므로 나중의 보험수익자는 전의 보험수익자가 받은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구 보험수익자가 신 보험수익자로 적법하게 변경이 된 이상 신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청구권자가 되기 때문에 신 보험수익자가 구 보험수익자에 대하여 보험금채권의 양도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신 보험수익자는 보험자에게 통지하여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시는 해석론으로서는 타당하다. 2. 비교대상으로서 독일의 내용과 입법론 독일의 경우에도 우리와 유사하게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을 이해하고 있다. 즉 수익자 지정권은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하는 형성권으로 본다. 다만 독일의 경우에는 우리와 달리 수익자 지정의 의사표시는 수령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보험계약자, 보험자, 제3자에게 있어서 권리를 변경하는 내용은 증빙수단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독일의 법제 및 학설 판례에 의하면 본 사안에서는 대법원 판결처럼 판시할 수는 없고 수익자 변경내용은 무효라는 결론이 될 것이다. 보험자에게 도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독일에서는 우리와는 다르게 보험계약법에서 수인의 보험수익자의 청구금액, 상속인간의 보험금청구비율에 대하여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수익자 지정·변경권을 형성권으로 보면서도 보험자에게 도달하여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를 참조하여 우리 상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상법 제734조 제1항을 아래와 같이 개정함으로써 수익자 지정·변경을 통지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대항요건이 아닌 내용으로 법률규정에 표현함으로써 민법 제111조가 적용되어 도달주의가 적용되는 것이다. Ⅵ. 결론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에서 보험수익자 지정은 법률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보험료를 출연하고 계약을 관리하는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일방적인 권리로서 형성권이다. 만일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경우에는 보험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약관을 두고 있다면 이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타인을 위한 보험에서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에는 보험증권을 소지하거나 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보험계약자가 기존의 보험수익자에서 새로운 보험수익자로 변경함에 있어서는 기존의 보험수익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지정·변경권을 행사한 경우 보험자에게 통지하는 것은 대항요건이다. 따라서 보험자에게 통지하지 않았어도 적법하게 보험수익자를 변경한 경우에는 새로이 지정된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청구권자가 된다. 그 결과 신 보험수익자는 구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채권의 양도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러한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그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 독일의 경우에도 우리와 유사하게 보험수익자 지정·변경권을 이해하고 있으며 수익자 지정권은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하는 형성권으로 본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수익자 지정의 의사표시는 수령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독일의 법제 및 학설 판례에 의하면 위의 사안에서는 대법원 판결처럼 판시할 수는 없고 수익자 변경내용은 무효라는 결론이 될 것이다. 수익자 변경의 의사표시가 보험자에게 도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수익자를 제 때 그리고 제대로 지정하는 것이 생명보험계약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사고는 뜻하지 않게 발생하고 생명보험의 속성상 사망한 후에 보험금이 지급되므로 그 구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병규 교수 (건국대 로스쿨)
보험수익자
보험금
보험계약자
최병규 교수 (건국대 로스쿨)
2021-01-04
지식재산권
선택발명의 진보성 법리 관한 대법원 판결의 변경
I. 들어가며 선택발명은 그 발명의 구성요소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선행기술이 개시하는 넓은 범위 중 일부인 좁은 범위를 선택하여 특정한 것이다. 선택발명이 일반발명과 차별될 특별한 이유가 없고 다른 기술분야에서는 차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제약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일반발명과 달리 취급되어왔다. 그러한 차별적 법리를 제시한 대법원 2008후736·743 판결('대상 판결')을 간단히 소개한다. II.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743 판결 대상 판결은 아래의 두 점을 설시하였다. 1.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점 일반발명에서는 선행기술의 구조와 대상 발명의 구조를 비교하여 그 차이점을 특정한 후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의 구조로부터 대상 발명의 구조를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에 따르면 선택발명에 있어서는 그러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오직 이질적 효과 또는 동질의 현저한 효과만이 고려된다. 2. '출원후효과증거(post-filing effect evidence)'를 배제하는 점 대상 판결은 명세서가 그 '효과'를 명확히 기재하여야 한다는 점, 그 명확한 기재는 이질적 효과에 관한 구체적 기재나 동질의 현저한 효과에 관한 정량적 기재이어야 한다는 점을 설시하였다. 그러한 법리로 인하여 출원 후에 제출되는 해당 선택발명의 효과를 증명하는 정량적 증거(출원후효과증거)는 고려되지 않는다. III.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 1. 산업정책적 관점에서의 판단 가. 대상 판결의 법리가 용인되어 온 그간의 사정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및 다른 법의 발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특허법 법리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왔다. 이제 우리 특허법의 법리가 주요국 특허법의 법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게 되어 소위 국제적 조화가 달성되었다. 그런데 유독 제약 특허법의 분야에서는 주요국의 법리와 다른 우리나라의 독특한 법리가 아직까지도 잔존하고 있다. 그러한 독특한 법리는 다수인 국내 제약회사의 목소리가 소수인 외국 제약회사의 목소리를 덮어왔다는 점, 우리 제약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였다는 점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용인되어 왔다. 그 독특한 법리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선택발명을 진보성이라는 칼로 죽이게 하는 대상 판결의 법리인 것이다. 대상 판결이 선고된 2009년 당시에는 그 법리가 나름 용인의 이유를 가진 것이었으나 2020년 현재에는 더 이상 그러하지 않다. 나. 사정의 변경: 국내 제약회사에 의한 신약의 개발 우리의 자동차·반도체·영화·음악 등이 전세계를 누비듯 우리의 의약품이 전세계를 누비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고 그럼으로 인하여 외국의 신약 특허권자로부터 우리 제약회사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다소 국수적인 관점에서 특허법리의 왜곡이 용인되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의약품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우리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현행 선택발명에 대한 진보성 법리는 우리 제약회사가 개발한 신약발명을 진보성이라는 칼로 죽이게 한다. 우리 제약회사에 의한 신약개발을 조장하기 위해서도 선택발명을 특허로 제대로 보호하는 법리로 변경하여야 한다. 2.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오류 예전에는 (좁은 범위를 선택한) 선택발명이 (넓은 범위를 개시한) 선행기술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것이므로 신규성은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법리가 운영되었다. 넓은 구조와 좁은 구조를 동일하게 보는 관점으로 인하여 진보성 판단에서도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었고 효과만이 판단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그러한 잘못된 신규성 법리를 타파하고 선행기술이 선택발명을 구체적으로 개시하여야 한다는 소위 '구체적 개시'의 신규성 법리를 정립하였다. 즉 선행기술이 개시한 넓은 구조와 대상 선택발명이 선택한 좁은 구조의 비동일성을 인정한 것이다. 선행기술과 선택발명의 구조적 비동일성을 인정하지 않는 관점에서는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구조적 비동일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신규성 법리가 변경되었으므로 그에 상응하게 진보성 판단에서 구조적 용이도출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최근 특허법원 판결에서는 그러한 법리를 적용한다{특허법원 2020. 10. 16. 선고 2020허1052 판결 12면("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고려하면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 1로부터 이 사건 제1항 출원발명의 구성을 도출하는 것 자체는 쉽다고 봄이 타당하다"); 특허법원 2020. 10. 29. 선고 2019허7863 판결; 특허법원 2020. 10. 29. 선고 2019허8323 판결}. 상식적으로도 선행기술이 개시한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어려움과 선행기술이 개시한 만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어려움의 차이가 외면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 외 다른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정차호·신혜은, '선택발명인 거울상 이성질체 발명의 신규성 판단', 서울대 법학 제49권 제3호, 2008, 394면). 3. 선택발명에서 '출원후효과증거(post-filing effect evidence)'를 배제하는 오류 대상 판결은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법리를 설시하고 있다. 그 법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변경되어야 한다. 가. 주요국 및 우리나라의 출원실무와 배치됨 선출원주의에 따라 해당 발명의 효과가 어느 정도 확인되면 출원이 이루어지고 그 후 효과의 추가확인이 진행되는 것이 주요국 및 우리나라의 출원실무이다. 그러한 실무는 선택발명에서도 동일하다. 어떤 발명이 일반발명인지 또는 선택발명인지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으므로 출원실무도 구분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주요국이 그런 출원실무를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선택발명에 대하여 다른 실무를 고수하며 주요국의 모든 출원인에게 우리만의 실무를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의 법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함 미국·유럽 등이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을 허용하고 있음에 대하여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제약산업의 발전수준이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정도의 법리를 운용하고 있음은 주목되어야 한다. 우리가 적용하여 온 선택발명의 법리는 애초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것이나 일본도 그 선택발명의 법리를 변경하였다.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 2010. 7. 15. 선고 平成21(行ケ)10238호 판결이 (명세서 또는 도면의 기재로부터 추론될 수 있는)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이 허용됨을 설시하였고 일본 특허청 심사지침서(제3부 제2장 항목2, 3.2.1(2))가 동일한 법리를 설명하고 있다. 다. 중국마저 국제적 조화를 이루었음 중국도 과거에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과 관련하여 출원후효과증거의 제출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 법리로 인해 미국 및 유럽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특허청은 2017년 심사지침서를 다음과 같이 개정하였다. 중국 내에서는 그 개정이 국제실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며 그 개정으로 인해 예측가능성·합리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평가된 바 있다(Yuqing Feng, et al., China may lift curbes on software patents: SIPO proposed revisions to Examination Guidelines, Dec. 1, 2016). "출원일 후에 제출되는 실험데이터에 대하여 심사관은 심사하여야 한다. 그 제출된 실험데이터로 인하여 증명되는 기술적 효과는 그 기술분야의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이 개시한 내용으로부터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특허청 심사지침서 제2부분 제10장 3.5절, 291면. 라. 상충하는 법리를 제시한 대법원 판결의 존재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후2740 판결은 "선택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면 충분하고 그 효과의 현저함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교실험자료까지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만일 그 효과가 의심스러울 때에는 출원일 이후에 출원인이 구체적인 비교실험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에 의하여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면 된다"고 설시한 바 있다. IV. 나오며 선택발명에 대한 특허성 법리는 초기에는 진보성 법리는 물론이고 신규성 법리도 일반발명의 법리와 다른 독특한 것이 운용되었다. 그 독특한 법리는 넓은 범위를 개시하는 선행기술과 좁은 범위를 청구하는 선택발명이 구조적으로 동일하다고 보는 오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즉 선택발명을 '중복발명'이라고 본 것이었다. 대상 판결이 그 잘못된 신규성 법리를 바로잡는 소위 '구체적 개시'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선택발명에 관한 법리의 오류 중 일부가 시정된 것이다. 이제 그 시정의 연장선상에서 진보성 법리의 오류도 시정되어야 한다. 미국·유럽이 선택발명의 진보성과 관련하여 출원후효과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중국 및 우리나라의 법리를 비판하여 왔다. 그런데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마저 출원후효과증거를 인정하는 법리로 변경함에 따라 이제는 주요국 중에서는 우리나라만이 그 잘못된 법리를 아직도 운용하고 있다. 영화·음악·방역 등의 덕분으로 우리나라의 국격이 괄목상대 높아졌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모든 것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미흡한 점을 발굴·정비하여 일류 선진국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 특허법의 법리도 그러한 걸음에 동참해야 한다. 미국·유럽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법리가 조만간 변경되기를 기원한다. 정차호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선택발명
진보성
출원
특허
정차호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2020-12-07
조세·부담금
명의를 빌린 공급 상대방에 발급한 세금계산서와 매입세액 공제
I. 도입 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2호는 공급의 상대방이‘발급 받은 세금계산서에 필요적 기재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과 다르게 적힌 경우의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실제 발생한 매입세액이 세금계산서 기재 미비로 불공제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결과는 매출 자체에 대한 과세이고 납세자에 큰 불이익이 된다. 여기에는 다양한 논의가 있다. 이 평석의 목적은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16두62726 판결을 대상으로 이러한 논의를 확장해 보는 것이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타인의 명의를 빌린 공급 상대방에 발급한 세금계산서와 매입세액 공제, 조세법연구 제26권 제2호(2020. 8), 91면 이하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I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광고대행업을 하는 원고회사는 직원의 이름을 빌려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계산서 발급이나 부가가치세 신고도 하였다. 2. 쟁점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는 거래가 실질 귀속하는 원고회사에 생긴다. 과세관청은 원고회사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면서 세금계산서에 직원 이름이 적혔다는 이유로 매입세액을 불공제하였다. 기재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성명·명칭과 사업자등록번호로 쟁점이 또 나뉜다. 3. 판결 요지 (1) 대법원은 공급 상대방의 성명 등이 임의적 기재사항에 불과하여 사실과 다르더라도 매입세액은 공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공급하는 사업자의 성명 등이 필요적 기재사항인 것과 구별하는 입장이다. (2) 사업자등록번호의 쟁점에서는 사업의 실질적 주체가 원고회사이므로 등록번호를 누구 이름으로 받든 달리 혼동의 우려가 없는 한 이는 원고회사의 것이라고 한다. 결국 사업자등록번호는 사실과 다르지 않고 성명 등이 잘못 적힌 것은 불공제 사유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파기환송, 원고승소 취지). III. 평석 1. 논의의 배경 매입세액이 불공제되면 부가가치세는 이제 '부가가치'가 아니라 매출에 대한 세금이다. 그만큼 이는 예사롭지 않은 조치이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흔하고 또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다. 대상판결도 그러한 논의의 연장이다. 2. 첫 번째 쟁점 (1) 도입 대상판결은 세금계산서 기재사항 특히 공급하고 받는 사업자에 관한 법의 문구에서 결론을 끌어낸다. 그러나 문언의 차이가 반드시 결론의 다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이상의 제도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2) 세금계산서 제도의 의의 '실체적' 측면에서 볼 때 부가가치세의 핵심은 각 사업자 단계의 '부가가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이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함으로써 달성된다. 그런데 현실의 법은 나아가 납세의무를 지는 사업자들에게 일정한 협력의무를 지운다. 사업자등록과 세금계산서 수수가 그것이다. 과세행정을 위한 것이지만 법은 위반이 있으면 매입세액 불공제의 불이익으로써 아예 '핵심'을 건드린다. 현실의 세제는 세금계산서를 그만큼 중요히 여긴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과세관청의 '납세자 간 상호검증'과 '소득세 등 세원포착'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이 제도의 의의라고 하고(대법원 2002두5771 전합 판결) 대상판결도 같다. 곧 매입세액 공제의 판단에도 이러한 '상호검증'과 '세원포착'의 고려가 필요하다. (3) '비례의 원칙' 필요적 기재사항 중 하나라도 사실과 다르면 기재된 매입세액을 전혀 공제할 수 없다 함이 과세실무의 기본태도이다. 그러나 필요적 기재사항도 다양하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혔다 해도 세금계산서의 기능을 해치고 과세행정에 어려움을 야기하는 정도는 같지 않다. 기재된 작성일이 실제와 다르더라도 일정한 경우 매입세액을 공제하는 시행령 규정(제75조 제3호)은 이를 감안한 사례이다. 또 공급하는 사업자가 '사실과 다르게' 적혔다는 사실에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이면 공제가 가능하다는 오랜 판례(대법원 83누281 판결)는 당사자들의 관여 정도를 감안한다. 즉 '사실과 다르다'고 늘 공제를 일절 불허하지는 않는다. 이때의 매입세액 불공제가 담세력과 무관한 일종의 제재이므로 '비례 원칙'의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가 '상호검증'이나 '세원 포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개별적 검토의 필요가 있다. 또 그러한 정도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는 입법이나 해석에 타당성이 있음도 물론이다. 반대로 공제를 허용하는 몇몇 경우가 법에 존재하므로 그밖에는 늘 공제를 불허해도 비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전히 많다. 또 예외조항의 경우 말고도 고려할 만한 사정이 다양하므로 비례 원칙에 따른 추가적 입법이나 해석론이 필요한 공간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도 그러한 인식과 관련을 맺는다. (4) 구체적 검토 1) '상호검증' 측면 이쪽에서 매입세액으로 공제 받은 금액과 저쪽에서 매출세액으로 신고한 금액이 같은지 맞추어 보는 일이 '상호검증'이다. 이때 공급하는 사업자와 상대방을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2) '세원포착' 측면 '세원포착'이란 숨어 있는 납세의무자를 찾아낸다는 의미일 터이다. 매입세액 공제를 미끼로 공급 상대방이 공급자로부터 제대로 된 세금계산서를 수수하게 함으로써 공급자의 납세의무가 드러나도록 유도한다. 여기서는 공급 상대방보다 공급자의 정보가 충실하게 세금계산서에 담기는 것이 중요하다. (5) 소결론 세원포착의 측면에서 공급자에 관한 정보와 공급 상대방의 정보가 제대로 적히지 않은 세금계산서 중 전자가 세금계산서 제도에 더 큰 해를 끼친다. 즉 둘을 달리 취급하는 대상 판결의 결과는 정당화될 수 있다. 3. 두 번째 쟁점 (1) 도입 대상판결은 사업자등록번호의 문제에서 판단의 주요기준으로 세금계산서에 적힌 공급 상대방의 '사업'이 누구의 것을 가리키는지 따진다. '사업'이 실질 사업자의 것이라면 직원에 부여된 등록번호도 경우에 따라 실질 사업자의 것이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2) 관련 판결 이러한 명의차용에 관하여는 먼저 나온 대법원 2014도14990 판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세범처벌법 적용이 쟁점인 이 형사판결은 이때 부가가치세와 관련된 모든 행위는 명의 차용인에 귀속된다고 본다. 즉 비록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할지언정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 받거나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등의 행위는 모두 이러한 차용인의 것이다. (3) 판례 입장의 분석 이러한 입장은 대상판결에 이어진다. 명의대여인 고유의 사업과 혼동될 우려가 없다면 원고회사는 본래의 사업자등록번호와 명의를 빌려서 받은 번호를 모두 자기 것으로서 갖고 있다는 결론이다. 물론 그러한 혼동 가능성의 유무는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판단할 일이다. (4) 검토 이 문제를 세금계산서의 기능과 연관시켜 살펴 보자. 직원에 부여된 사업자등록번호라 해도 공제된 매입세액과 신고된 매출세액의 상호검증에 별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다. 또 공급자는 제대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세원포착에도 어려움이 생기지 않는다. 여기서도 대상판결의 결론은 정당화된다. 다만 이때 원고회사가 직원 이름으로 매출 세금계산서를 발급한다면 이는 '사실과 다른' 것이고 판례(대법원 2016두43077 판결)에 따를 때 공급 상대방의 매입세액 공제로 이어질 수 없다. 이 비대칭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실 법의 문구만으로 이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추가적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IV. 맺음말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문제에서 현재의 법이나 실무가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비판은 흔하다. 부가가치세 도입 초라면 몰라도 모든 면에서 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현재에도 그러한 태도가 계속되고 있음은 의문이다. 게다가 가산세와 형사처벌까지 있어서 종종 가혹한 결과가 생기고 탄력적 운용도 쉽지 않다. 공제의 범위를 넓힌 대상판결은 이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나아가 비례 원칙을 현실에서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일반론의 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더 넓은 시각에서 관련된 정황에 따라 결론을 달리할 수 있는 입법·해석론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실 그러한 논의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닫아 버린다는 점에서도 현재의 '경직'된 법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대상판결이 그러한 이론 정립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 평가한다면 그 의미와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 논의할 가치가 있다. 윤지현 교수(서울대 로스쿨)
세금계산서
부가가치세법
국세기본법
윤지현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0-11-30
민사일반
단체협약상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의 의미 및 한계
Ⅰ.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단체협약에 '쟁의기간 중에는 징계나 전출 등의 인사 조치를 아니 한다'는 이른바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을 두는 경우 이 규정의 해석에 관한 것이다. 즉 당해 규정이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이 쟁의행위와 무관한 근로자의 개인적 일탈행위에 불과하고 이 징계로 인해 단체행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사용자는 징계 등 일체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가 하는 것이 쟁점이 된 사안이다. II. 대상판결의 판단요지 이 사건 단체협약의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은 "회사는 정당한 노동쟁의 행위에 대하여 간섭방해, 이간행위 및 쟁의기간 중 여하한 징계나 전출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으며 쟁의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 처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문언 자체로 징계사유의 발생시기나 그 내용에 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므로 위 규정은 그 문언과 같이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 중에는 사유를 불문하고 피고가 조합원에 대하여 징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만일 이와 달리 비위사실이 쟁의행위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 일탈에 해당하거나 노동조합의 활동이 저해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피고가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여 해석하게 되면 위 규정의 문언 및 그 객관적인 의미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해석은 쟁의기간 중에 쟁의행위에 참가한 조합원에 대한 징계 등 인사 조치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위 규정의 도입 취지에 반한다.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이 앞서 본 취지에 따라 도입된 것임에도 쟁의행위와 무관하다거나 개인적 일탈이라 하여 징계가 허용된다고 새기게 되면 사용자인 피고가 개인적 일탈에 해당한다는 명목으로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 중에 임의로 징계권을 행사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요컨대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정당하게 개시된 쟁의행위의 기간 중에는 일체의 징계를 금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쟁의행위 기간 중에 원고를 징계해고한 것은 위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III. 평석 - 단체협약상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의 의미 및 한계 '쟁의 중 신분보장'규정에 대한 대상판결의 판단(해석)에 대해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협약자치의 한계와 단체협약의 해석 단체협약이란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자주적으로 노사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협약자치의 산물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쳐 체결되는 협정 즉 계약을 말한다. 따라서 단체협약의 내용에 관하여 계약 당사자 사이에 해석상 견해의 차이 내지 다툼이 생긴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논리와 경험칙에 따른 합리적 해석과 단체교섭의 실질적 의미를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 없다는 두 가지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102452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86287 판결 등). 이에 따르면 단체협약은 문언에 따라 합리적이고 합목적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는 조합원과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내용의 명료성과 법적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석되어야 한다. 또한 협약자치는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적자치의 한 영역이므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단체협약의 목적도 헌법과 노조법 이외에 사법상의 일반원칙 예컨대 민법 제2조, 제103조 등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허용된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이 쟁의행위와 무관한 개인의 비위사실을 이유로 그리고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까지 쟁의행위 기간 중 일체의 징계를 금지한다고 해석한 것은 위 단체협약 해석 기준 중 후자 즉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 없다는 기준은 준수하였지만 합리적이고 합목적적인 해석이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단체협약의 해석에 있어서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헌법에 부합하도록 해야 하며 아울러 단체협약에서 당사자의 의도, 단체협약 체결 경위, 단체협약이 규율되어 온 노사관계 등에 맞게 강행법규나 사회적 타당성을 결여하지 않도록 해석하여야 함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특히 판례는 협약 당사자인 사용자의 징계권의 근거를 사용자의 고유권 내지 경영권에서 구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경영권은 전속적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헌법 제119조 1항, 제23조 1항 및 제15조를 그 법적 기초로 하고 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두10902 판결 등). 이러한 경영권은 근본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 사항이 아니며 인사권의 본질적인 내용은 협약으로 제한 또는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우리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는 사회생활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일반국민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일반규범이면서 사적자치·계약자치에 대한 부당한 개입금지 또는 개입의 정당화에 대한 법적 근거로 이해할 수 있다. 정의 관념에 반하는 행위, 인륜에 반하는 행위,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행위 등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된다. 신분보장 규정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위한 제반 상황이 이와 같다면 신분보장 규정의 도입 취지인 단체행동권의 실질적 보장 영역을 벗어난 범위에까지 사용자의 헌법상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일체의 징계를 금지한다는 해석은 적어도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은 신분보장 규정을 해석할 때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면서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도록 한계를 보다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2. 기본권 충돌의 해결- 과잉금지의 방법 적용 이처럼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이 일체의 징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침해할 여지가 있다. 즉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근로3권(구체적으로 단체행동권)과 사용자의 경영권(구체적으로 징계권)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기본권의 충돌에 관한 헌법상의 해결방법이 논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기본권 사이의 충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실제적 조화(Praktische Konkordanz)론이 원용되어야 한다. 문제는 조화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인데 실제적 조화론은 '과잉금지의 방법'을 구체적 해석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잉금지의 방법'이란 충돌하는 기본권 모두에게 일정한 제약을 가함으로써 모든 기본권을 양립시키되 기본권에 대한 제약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도록 하는 방법이다. 말하자면 제한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고(필요성), 제한의 방법은 적합하여야 하며(적합성), 제한된 기본권 간에는 비례관계(비례성)가 성립되어야 한다{허영, 헌법이론과 헌법, 457면; 계희열, 헌법학(中), 128면}. 그러므로 이 해석기준에 따라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을 둘러싼 사용자의 징계권과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이 모두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나타낼 수 있도록 적정한 조화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검토 결과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에 대해 문제는 단체행동권의 실질적 보장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 예컨대 쟁의행위와 무관한 개인적 비위 내지 일탈행위까지 일체의 징계를 금지함으로써 단체행동권의 보장을 극대화한 결과 사용자의 징계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최소한도에 그치는지(필요성), 즉 제한의 정도가 비례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필요성 및 비례성의 의미는 달리 표현하면 충돌하는 두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두 기본권의 원심영역(Randzonen)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 결과 어느 한 기본권이 절대적인 효력을 나타내거나 반대로 완전히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이 '정당한 노동쟁의에 대해 쟁의기간 중' 사용자의 징계권을 제한함으로써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사용자의 기본권의 침해는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의 해석처럼 단체행동권의 실질적 보장과 관계없는 개인의 비위행위에 대해서까지 일체의 징계를 금지하는 것은 사용자의 징계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필요성 및 비례성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김희성 교수 (강원대 로스쿨)
노동조합
신분보장
쟁의행위
김희성 교수 (강원대 로스쿨)
2020-11-23
민사소송·집행
조세·부담금
가집행선고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에 있어서 원천징수세액의 처리
Ⅰ. 서론 원천징수란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자(원천징수의무자)가 그 상대방(원천납세의무자)으로부터 세액을 과세관청을 대신하여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원천납세의무자는 국가에 대하여 조세법상의 법률관계를 갖지 않으나 원천징수를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원천징수의무자가 소득금액을 지급하면서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면 원천징수의무자의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채무는 모두 변제로 소멸한다(대법원 2001. 7. 10. 선고 2001다16449 판결).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지급받은 소득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확정된 경우 원천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 범위가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실제 수령금액인지, 원천징수세액을 포함한 전체 소득금액인지에 대한 다툼이 있다. 이는 잘못 징수·납부된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청구권과도 관련된 문제다. Ⅱ. 원천징수와 부당이득 반환 1. 원천납세의무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 범위 원천납세의무자에게 지급된 소득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경우 그 반환은 근본적으로 부당이득 반환이다. 원천납세의무자는 실제로 지급받은 돈을 반환하면 되고 원천징수세액으로 공제된 돈에 대하여는 아무런 이득을 취득하지 않았으므로 반환의무가 없다. 이는 변제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였는데 그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대위변제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에게 변제금원 반환의무가 없는 것과 같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은 주식회사가 법률상 원인 없이 대표이사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하였다가 원천징수세액을 포함한 전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 사안에서 대표이사는 원천징수세액을 제외하고 실제 지급받은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원천징수세액의 처리 가. 국가의 부당이득반환의무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하여 세액을 징수·납부하였거나 징수하여야 할 세액을 초과하여 징수·납부하였다면 국가는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이를 납부 받는 순간 아무런 법률상의 원인 없이 그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보유하게 된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8780 판결). 따라서 국가는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나. 환급청구권의 귀속 관계 국세기본법은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하여 납부한 세액에서 환급받을 환급세액이 있는 경우 그 환급액은 그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할 세액에 충당하고 남은 금액을 환급하되 그 원천징수의무자가 그 환급액을 즉시 환급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나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할 세액이 없는 경우에는 즉시 환급한다고 정하고(제51조 제5항) 환급금은 납세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제51조 제6항) '납세자'란 납세의무자와 세법에 따라 국세를 징수하여 납부할 의무를 지는 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제2조 제10호). 이에 따르면 잘못 징수·납부한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청구권은 납세자인 원천징수의무자에게 귀속되고 원천납세의무자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대법원도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잘못 징수·납부한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청구권은 원천납세의무자가 아닌 원천징수의무자에게 귀속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8780 판결). Ⅲ. 원천징수와 가지급물 반환 1. 대상판결: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5다35270 판결 가. 사안 지급자가 제1심의 가집행선고에 따라 임의로 지연손해금 100을 가지급하면서 원천징수세액 20(기타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 20%)을 공제한 나머지 80을 실제로 지급하였는데 상소심에서 지연손해금 70이 의무 없는 것으로 확정되고 그 부분에 대한 가집행선고가 취소됨에 따라 가지급물 반환범위가 문제된 사안이다. 나. 판시요지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현실적인 지급은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에 해당하고 지급자가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라 지연손해금을 실제로 지급하면서 공제한 원천징수세액도 가지급물에 포함된다. 2. 평석 가. 가지급물 지급과 원천징수의무 1) 대상판결의 판시요지 수급자가 가집행선고 판결에 의하여 지급자로부터 실제로 지연손해금에 상당하는 금전을 수령하였다면 비록 본안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의 실현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된다고 해야 하므로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현실적인 지급은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제된 원천징수세액 20을 포함한 지연손해금 100이 가지급물이다. 2) 검토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임의지급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천징수세액을 포함한 전체 소득금액을 실제로 지급하여야 하고 소득세액 징수는 본안판결 확정 후 다른 절차를 통해야 한다는 것은 원천징수세제에 어울리지 않는다. 대상판결의 판시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하여는 판례평석이 공간되었고 실무상 대상판결의 적용에 의문이 없다. 나. 가집행선고의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과 원천징수세액 1) 가지급물 반환의 법적 성질 가집행선고에 따른 변제의 효력은 그 가집행선고가 취소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발생한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다38127 판결). 따라서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라 금원을 지급받았다가 그 가집행선고가 실효됨에 따라 금원의 수령자가 부담하게 되는 원상회복의무는 성질상 부당이득 반환채무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1다81320 판결). 2) 대상판결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방법 가지급물 액수가 100(= 실제로 지급된 소득 80 + 원천징수세액 20)이므로 이 금액에서 정당한 지연손해금 30(= 실제로 지급된 소득 중 정당한 24 + 납부된 원천징수세액 중 정당한 6)을 뺀 나머지 70이 가집행선고 취소에 따라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는데 이 70은 실제로 지급된 소득 56(= 80-24)과 과다하게 납부된 원천징수세액 14(=20-6)로 구성된다. 따라서 수급자가 실제로 지급받은 가지급물 중 56을, 국가가 원천징수세액으로 납부된 가지급물 중 14를 각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지급자가 원천징수세액 14를 국가로부터 환급받기로 하여 가지급물 반환신청에서 제외한 까닭에 이 부분 가지급물 반환주체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판시가 없었다. 3) 검토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나머지만을 지급하더라도 전체 소득금액 지급채무에 대한 변제로 유효하고(대법원 2001. 7. 10. 선고2001다16449 판결) 이는 가집행선고에 따른 지급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따라서 원천징수세액 20을 포함한 전체 소득금액이 지급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때 원천징수세액 20은 실제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 지급된 것으로 인정될 뿐이므로 그 인정효과가 상실되었을 때 실제로 지급된 것과는 달리 취급된다. 대위변제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가 아니라 변제금원을 수령한 제3자가 변제자에 대하여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처럼(대법원 1990. 6. 8. 선고 89다카20481 판결) 가집행선고가 취소되어 가지급물 지급의 변제효과가 상실된 경우 원천징수세액을 실제로 수령한 국가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공제된 원천징수세액도 가지급물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고 하여 수급자에게 공제된 원천징수세액에 대하여도 가지급물 반환의무가 발생한다고 봐서는 안 된다. 대상판결은 원천징수세액 부분도 가지급물 지급의 효력이 있고 가집행선고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고 이를 종래의 대법원판결에 비추어보면 지급자에 대한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가지급물 반환의무(세액환급의무)는 국가에게 있음을 전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상판결이 별다른 설명 없이 "공제한 원천징수세액도 가지급물에 포함된다", "피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라고 설시한 까닭에 수급자의 가지급물 반환의무가 공제된 원천징수세액에까지 미치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어 아쉽다. Ⅳ. 결론 수급자가 지급자로부터 지급받은 소득을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할 경우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한 실제 수령금액을 반환하면 되고 이는 가집행선고의 취소에 따른 가지급물 반환에 있어서도 같다.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5다35270 판결은 가집행선고 판결에 따른 수급자에 대한 실제 금원의 지급과 국가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의 납부가 모두 가지급물 지급에 해당하고 가집행선고 판결이 취소된 경우 가지급물 반환의무로 수급자는 실제로 받은 돈을, 국가는 납부된 원천징수세액을 지급자에게 반환(환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 이정훈 고법판사(서울고법)
원천징수세액
가지급물반환
가집행선고취소
이정훈 고법판사(서울고법)
2020-11-09
기업법무
형사일반
채용비리와 업무방해
I. 대상판례 회사의 직원을 채용함에 있어 피고인(상무이사 D) 외 3인의 면접위원(A·B·C)이 면접을 실시하였는데 A가 채점표를 제출하고 먼저 면접장소를 떠난 후 D가 면접점수와 무관하게 자신이 임의로 순위를 정한 명단을 B·C에 제시하여 이들의 동의를 받고 그에 따라 최종합격자를 결정하였으며 대표이사인 E도 이러한 채용을 양해한 사안에서 검사가 A 또는 E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기소하였는데, 대법원은 (i) 직원채용업무는 대표이사에 귀속되고 A의 업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직원채용에 관한 업무'가 아니라 직원채용을 위한 '면접업무'이며 (ii) 채점표를 제출하고 면접장소를 이탈함으로써 A의 면접업무는 종료되었으므로 그 후 D가 합격자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더라도 A에게 오인·착각·부지(이하 '오인')를 일으켰다고 할 수 없고 (iii) 대표이사 E도 위와 같은 채용방식을 양해하였으므로 E에게 오인을 일으켰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무죄 취지로 판단하였다. II. 검토 1. 판례의 유죄법리 채용비리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다. 종래 판례는 이를 업무방해죄로 의율하여 왔다. 그리하여 점수조작으로 필기시험에 합격시켜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면접위원으로 하여금 응시자의 정당한 자격 유무에 관하여 오인을 일으키게 하는 위계로 면접업무의 적정성 또는 공정성을 저해하여 면접위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고(2009도8506) 특정인이 부정하게 포함된 사정안에 대해 심의·의결을 하게 하는 것은 교무위원들의 입학사정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을 방해한 것이라고 한다(2017도19499). 요컨대 심사(면접이나 사정)의 대상자나 심사자료의 내용에 조작이 있으면 이를 토대로 하는 심사위원에 대한 업무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비록 채용권한은 대표자에게 있고(2005도6404) 심사위원의 업무는 그로부터 위임된 업무이지만 이는 독립된 업무로서 대표자와의 관계에서도 타인의 업무에 해당하여 대표자의 지시에 의한 경우도 마찬가지라 한다(2017도19499, 2009도8506, 92도255). 2. 채용비리는 업무방해 문제인가 가. 엄격해석의 요청 이와 같이 우리 판례는 채용비리를 업무방해죄로 의율하고 있지만, 업무방해죄를 형법상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입법례는 일본형법 정도가 발견되고 독일형법도 프랑스형법도 그러한 규정이 없다. 일본형법의 업무방해죄는 원래 노동쟁의를 대상으로 만들어졌었다. 우리 형법은 법문상 그러한 제한이 없지만 노동쟁의와 관련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사례가 많았는데 근자에 이르러 실무상 채용비리로 그 적용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채용비리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업 및 경제활동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되기 때문에 법률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기업은 누구를 고용할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가령 특정한 사상이나 신조를 이유로 고용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위법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례이다. 미국법에서도 업무방해죄 규정이 발견되지 아니하고 나아가 사기업이 부정한 고용을 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되는 사례 역시 발견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자체가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사기업에서의 채용비리를 형사처벌하는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이다. 그렇다면 우리 업무방해죄를 운용함에 있어 가급적 그 적용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며 이를 채용비리에 적용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나. 공정성과 불법의 주소 우리 판례는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법리가 확고하다(2006도1721 등). 그러나 업무방해죄의 연혁과 입법례들을 살펴볼 때 이러한 법리가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대체로 업무수행 자체가 방해된 경우들이 실무상 문제되고 있으며 학설도 업무의 내용적 적정이나 공정이 방해된 경우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채용비리가 사회적 비난을 받는 이유는 그것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당한 다른 지원자들 나아가 공정함이 저해된 사회가 피해자이다. 채용비리에 대한 사회적 분노는 채용비리를 행한 회사나 면접위원들의 이익이 침해되었다는 데 있지 않다. 판례가 이들을 피해자로 한 업무방해죄로 의율하는 사이 정작 채용비리의 트리거가 된 청탁자(대체로 유력자)들은 처벌의 그물에서 벗어나고 있다. 공정성이라는 명분이 착시현상을 일으켜 공정의 피해자라기보다 오히려 가해자라 할 수 있는 회사 등을 보호하는 업무방해죄로 달려간 것이다. 사회적 분노는 불법을 구성할 수 있지만 그 불법을 담는 구성요건이 아닌 엉뚱한 구성요건을 끌어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만일 채용비리의 불법이 회사나 면접위원들에 대한 것이라면 이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방해되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민법상 이러한 청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매우 의문이다. 채용비리의 불법은 업무방해에 있지 않다. 3. 판례 유죄법리의 이론적 난점 나아가 판례에 따라 채용비리를 업무방해로 의율한다 하더라도 그 법리(이하 '유죄법리')에는 여러 난점이 있다. 가. 업무의 타인성 채용절차는 다양하지만 필터링-서류전형-1차 면접-2차 면접의 단계를 거치고 각 단계마다 평가자(이하 '면접위원')의 평가를 토대로 인사팀이 사정표를 작성하고 이 표를 토대로 결정권자가 단계별 합격자를 결정하는 구조가 전형적이다. 유죄법리는 면접위원의 업무는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독립된 타인의 업무이므로 대표이사나 인사팀의 점수조작은 면접위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한다. 위 법리는 결국 위임인(대표이사)의 방해로 수임인(면접위원)이 수임업무를 적정하게 행하지 못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임인의 방해로 수임인의 업무가 적정하지 못한 결과로 되었더라도 선관의무(민법 제681조) 위배가 있다고는 할 수 없어 위임계약상 책임질 일이 없는 수임인이 어떠한 손해를 보았다고 할 수도 없다. 면접업무는 적어도 공정성에 관한 한 타인의 업무라고 하기 어렵다. 나. 업무의 내용범위 면접위원의 업무는 공정한 채용업무가 아니라 면접업무 자체이다. 대상판례는 이를 인정하고 면접업무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단계 채용절차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당해 면접업무에 대한 방해는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면접종료 후 사정표를 조작하여 결국 불공정한 채용업무가 되더라도 면접위원에 대한 업무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유죄법리는 다음 단계의 면접위원에 대한 위계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최종면접에 부정이 있는 경우나 특별채용 또는 서류전형만 있는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채용업무의 공정성은 면접업무가 아니라면 면접업무는 주어진 대상자에 대한 면접평가 자체에 그치지 나아가 전단계에서의 대상자 선정이 정당했는지 여부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유죄법리가 말하는 응시자 자격에 관한 위계는 업무범위 밖의 사항에 대한 것이고 이로써 면접업무의 공정성이 저해된다고도 할 수 없다. 유죄법리를 관철한다면 전단계의 조작은 이후의 모든 업무에 대한 방해가 된다고 하게 된다. 회사의 업무는 대체로 많은 사람이 협동하여 수행되는데 누군가 자신의 업무를 부정하게 행하였다면 이후에 관여하는 수많은 직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게 되며 회사에 대하여 범죄(가령 배임)를 저지른 사람은 언제나 업무방해죄를 동시에 범한 것이 된다. 이러한 결론은 타당하지 않다. 다. 위계의 상대방 대표자의 의사는 법인의 의사로 평가된다. 대표자가 기망행위자와 동일인이거나 공모하는 등 기망행위를 안 경우에는 착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법인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2016도18986). 마찬가지로 대표자가 채용비리에 관여한 경우에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면접위원에 대한 죄가 독립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 유죄법리에 의하더라도 면접위원이 공모·양해한 경우는 그에 대한 업무방해도 성립하지 않는다(2009도8506). 사장과 직원이 공모하여 점수를 조작하여 면접시험을 보게 한 사안에서 위계의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판례(2005도6404)도 같은 궤에 있다. 이 판례는 면접위원들은 공모한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이들에 대한 위계도 부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회사(인사팀)의 부정이 면접업무에 대한 방해는 아니라는 것으로 위계인데 양해했다기보다 위계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저변에서 발견된다. III. 결론 채용비리는 비난받을 행위이다. 그러나 이를 회사나 면접위원에 대한 업무방해로 구성하는 것은 엉뚱한 곳에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대상판례가 업무방해죄의 적용을 엄격하게 한 점에서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면접위원에 대한 업무방해죄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모든 관여자가 똘똘 뭉쳐 비리를 저지른 경우에는 오히려 무죄가 되고 관여자가 적을수록 많은 죄가 성립하는 역전현상은 해결하지 못하였다. 채용비리는 업무방해로 의율할 것이 아니다. 이상원 교수(서울대 로스쿨)
채용비리
업무방해
채용
이상원 교수(서울대 로스쿨)
2020-10-29
금융·보험
항공·해상
보험계약의 변경과 최대선의의무의 관계
1. 기초사실 원고는 원심 공동피고(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와 원고가 생산하여 브라질 소재 매수인에게 수출한 크레인 자재(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한다)를 마산항에서 브라질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소외 회사는 실제 해상운송인인 피고 보조참가인과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보험자인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화물에 대한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보험증권(이하 '이 사건 보험증권'이라고 한다)에는 "이 보험증권 하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책임 문제는 영국의 법과 관습에 의해 규율된다(All questions of liability arising under this policy are to be governed by the laws and customs of England)"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이 사건 선박의 일등항해사는 출항일에 이 사건 화물의 일부가 손상되어 있었다는 취지의 본선수취증(Mate's Receipt)을 발행하였다. 피고 보조참가인은 위와 같은 내용의 본선수취증이 발행되자 소외 회사에게 고장선하증권을 발행하거나 원고로부터 보상장(Letter of Indemnity, LOI)을 발행받아야 무사고 선하증권을 발급받을 것이라고 통지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소외 회사의 보상장 발행 요청을 거절하였다. 소외 회사가 선임한 검정인은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적부와 고박이 통상적인 기후조건 아래에서 해상운송을 감당하기 적절하게 시행되었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의 검정보고서를 발행하였다. 그러나 소외 회사는 피고에게 검정보고서를 송부하면서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달리 "선적 전까지 이 사건 화물 상태가 양호 또는 정상으로 화물에 이상이 없고 고장 선하증권이나 보상장이 발행되었거나 그러한 사정이 없다"고 알렸다. 한편 소외 회사는 피고에게 반복하여 소외 회사에 대한 대위권 포기특약{Subject To Waiver Of Subrogation Right Against The Named Applicant(forwarder), 이하 '이 사건 대위권 포기특약'이라 한다}을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대위권 포기특약을 추가하는 것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변경하였다. 피고 보조참가인의 대리점인 ○○종합물류는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무사고 선하증권의 발행을 요청하면서 '무사고 선하증권의 발행으로 인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게 되는 모든 책임에 관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을 면책시키고 자신이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보상장을 발행하고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을 대리하여 소외 회사에게 무사고 마스터 선하증권(Master B/L)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박이 브라질에 도착하여 하역작업을 개시하려고 할 때 이 사건 화물이 손상된 사실이 확인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이라고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수출계약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손상된 화물의 수리작업을 진행하고 그 비용을 지출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보상을 청구하였지만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보상하지 않겠다는 면책 통보를 하였다. 2. 판결이유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제17조는 '해상보험계약은 최대선의(utmost good faith)에 기초한 계약이며 만일 일방당사자가 최대선의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방은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무는 해상보험계약의 체결·이행·사고 발생 후 보험금 청구의 모든 단계에서 적용된다. 특히 계약의 체결 단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요구된다. 즉 이러한 최대선의의 원칙에 기초하여 같은 법 제18조는 피보험자가 계약 체결 전에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항을 의미한다. 이처럼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 의무는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도 계속되는 공정거래의 원칙(a principle of fair dealing)으로 계약 전반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하지만 계약의 이행 단계에서도 최대선의의무를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로 인정하면 피보험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고 계약관계의 형평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일단 계약이 성립된 이후에는 계약 상대방의 편의를 증대시키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고 상대방에게 손해를 일으키거나 계약관계를 해치지 않을 의무로 완화된다고 보아야 한다{Manifest shipping Co. Ltd v. Uni-Polaris shipping Co. Ltd.(The Star Sea), 2001 Lloyd's C.L.C.608}. 특히 영국 해상보험법상 보험계약 계속 중 기존 계약의 내용을 추가 또는 변경할 때에는 해당 변경사항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만 고지의무를 부담하는 것이지 제18조에 규정된 고지의무와 같이 모든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분석 소외 회사는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보상장 발행 없이 무사고 선하증권이 발행될 것이라고 통지한 후 이 사건 대위권 포기특약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변경하였는데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계약체결 후 최대선의의무 위반이 되는지 문제 된다. 대법원은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무가 보험계약의 전 과정에서 요구된다 하더라도 계약체결 이후 그 의무의 강도와 내용은 완화될 뿐만 아니라 계약변경과 관련해서는 변경되는 내용과 관련한 중요한 사정에 관하여만 고지하면 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는 The Star Sea사건의 영국 판례의 법리를 정확히 기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보험자 등의 보험계약 체결 후의 행위가 영국법상 계약체결 후 최대선의의무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Carter v. Boehm사건 (1766) 3 Burr 1911'에서 Mansfield경이 설시한 최대선의의무 내지 고지의무의 목적으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영국 법원은 보험계약상 고지의무가 요구되는 이유를 사기의 방지와 선의성 제고에 있다고 보고 있고 보험계약 체결 후의 고지의무위반 여부의 실정법적 근거를 영국 해상보험법 제17조뿐만 아니라 동 법 제18조 내지 제20조의 유추적용에서 찾고 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의 변경과 관련하여 고지의무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를 이 사건 보상장이 발행된 일련의 경위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변경된 사항에 관하여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이 사건 보상장이 보험계약 변경에 있어 고지대상인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보상장이 송하인인 원고가 아닌 피고 보조참가인의 선박대리점이 소외 회사의 부탁을 받아 발행한 것이고 해상운송 실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의 보상장도 아니라는 점에서 피고의 계약체결에 결정적 역할을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 보상장의 제공 여부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위권행사의 전제가 되는 중요한 문제였다는 점에서 보상장 작성 주체가 원고가 아닌 제3자라고 하더라도 보상장의 발행여부는 신중한 보험자의 계약변경의 결정에 있어 일정한 기여를 할 수는 있다거나 다른 사실과 결합하게 되면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 판시는 영국법상 보험계약 체결 후 고지의무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영국 법원은 고지의무위반의 성립요건으로서 중요한 사항의 불고지 등으로 인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Induce)되었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 보상장이 발행된 일련의 경위는 신중한 보험자 입장에서 판단할 때 중요한 사항이지만 보상장 발행 여부가 피고의 보험계약 변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한 해석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의 경우 보상장 발행 여부는 계약변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지만 그러한 사정이 피고의 보험계약의 변경에 유인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정원 교수 (부산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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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교수 (부산대 로스쿨)
2020-10-26
공정거래
부동산·건축
장기계속공사에 관련된 불법행위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1. 사실관계 원고(국가)의 요청에 따라 조달청장이 공고한 장기계속공사에 관한 입찰에서 甲회사 공동수급체는 2009년 12월 중순경 乙회사 등과 담합한 바에 따라 입찰에 참가하여 2010년 2월 24일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이에 甲회사 공동수급체는 2010년 3월 24일 원고와 위 공사에 대하여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에 따른 장기계속공사계약의 1차분 차수별 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제1차 계약') 그 계약서에 1차분 차수별 계약의 공사대금과 공사준공일 외에도 총 공사금액과 총 공사준공일을 부기하였고 그 후 2012년 1월 13일까지 차수별로 제2차 내지 제4차 계약을 체결하여 결국 총 공사금액은 당초보다 50억 원 정도가 증액된 1976억9650만 원으로 변경되었다. 원고는 2010년 3월 30일부터 2012년 12월 29일까지 피고 甲회사에게 공사대금의 대부분을 지급하였고 피고 甲회사는 2014년 7월경 이 사건 공사를 완성하였다. 그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12월 12일 甲회사 공동수급체와 乙회사 등의 담합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8호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甲회사와 乙회사 등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원고는 위 시정명령 등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2015년 11월 13일 甲회사 등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피고 甲회사 등은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이 총괄계약 및 제1차 계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국가재정법(제96조 제1항)이 정한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나 소멸하였다고 항변하였고 1심 법원 및 원심 법원은 위와 같은 소멸시효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제1차 계약시에 이 사건 공사 전체에 관한 총괄계약과 1차분 차수별 계약이 동시에 성립하였고 위 각 계약을 통하여 피고 甲회사의 총 공사금액에 대한 권리의무가 확정됨으로써 그 때 총 공사금액 전부에 관한 손해가 원고에게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본 것이다. 이에 원고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공사계약은 우선 1차 년도의 제1차 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공사금액과 총 공사기간에 대한 합의(총괄계약)를 부기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위 총괄계약은 그 자체로 총 공사금액이나 총 공사기간에 대한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업의 규모나 공사금액·기간 등에 관하여 잠정적으로 활용하는 기준으로서 각 연차별 계약의 체결에 따라 연동된다. 따라서 총괄계약의 효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 계약이행의사의 확정, 계약단가 등에만 미칠 뿐이고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연차별 계약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甲회사 공동수급체가 국가와 총 공사금액 및 총 공사준공일을 부기하여 이 사건 공사의 제1차 계약을 체결과 동시에 총괄계약을 체결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甲회사에 지급할 총 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사정만으로 원고의 甲회사 등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전부의 소멸시효가 위 제1차 계약의 체결시부터 진행하여 모두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괄계약과 차수별 계약의 관계 및 총괄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 4. 평석 가.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괄계약의 효력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장기계속공사계약과 관련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에 적용하였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장기계속공사계약에 있어서 총 공사기간의 연장과 관련된 간접비가 문제되었는데 총괄계약의 총 공사금액 및 총 공사기간은 각 차수별 계약을 체결하는 잠정적 기준에 불과하고 차수별 계약에 의하여 위 공사금액 등이 비로소 구체적으로 확정된다고 보아서 총 공사기간이 연장되었더라도 공기연장비용이 이미 차수별 계약금액에 포함되었고 그에 따라 공사가 진행되었다면 계약금액의 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간접비청구를 배척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구체적인 손해액의 확정이 차수별 계약을 통하여 확정된다는 점을 들어 각 차수별 계약시점을 위 손해배상청구권에 있어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나. 장기계속공사에서 총괄계약의 효력과 소멸시효의 관계 (1) 총괄계약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지 여부는 장기계속공사계약과 관련된 불법행위에 있어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논의에도 영향을 준다. 필자는 위 총괄계약 중 공사기간이나 공사대금에 대한 내용이 장차 차수별 계약에 의하여 확정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잠정적인 기준에 불과하다는 위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 논리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소멸시효에 관련한 부분만 보면 위 논리를 따름으로써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은 결론에 비교적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음을 수긍한다. 제1차 계약과 동시에 총괄계약이 체결된 사정만으로 甲회사 등에게 지급할 총 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 곧바로 그때 甲회사 등의 총 공사금액에 대한 권리의무가 확정되었다거나 원고의 손해가 이 시점에서 현실화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손해의 현실화는 구간별로 공사금액이 정해지거나 또는 변경된 각 차수별 계약의 체결시가 된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기 위하여 반드시 위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의 논리에 의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총괄계약에 의하여 당사자들은 총 공사기간과 총 공사대금을 기준으로 대금지급의무 및 공사완성의무를 확정적으로 부담하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와 같이 개별 차수별 계약에 따라 공사대금이 증액되었다면 그에 따라 손해도 차수별 계약에 의하여 변경·확정되어 그 때부터 위 증액된 부분과 관련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다. 계속적 불법행위의 소멸시효 법리의 유추가능성 그런데 혹시 차수별 계약에 의하여 종래 총괄계약에서 정한 공사대금의 액수가 변경된 경우에 마지막 차수별 계약의 시점에서 공사대금 전체와 관련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비로소 진행한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을까?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계속적 불법행위에 있어서 소멸시효에 관한 논의이다. 대상 판결의 사안은 가해행위 자체가 공사도급계약의 체결로 종결되고 손해가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손해의 구체적인 확정 및 현실화 시점이 문제될 뿐이므로 이를 계속적 불법행위로 볼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 손해의 현실화시점이 결국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된다는 점에서 보면 계속적 불법행위에 있어서 전부진행설·개별진행설·분류설과 같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계속적 불법행위의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진행 중의 손해에 대하여는 그 진행이 정지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전부진행설의 해석론이나 이를 입법화한 유럽연합의 Directive 2014/104/EU에 따른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의 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선희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공정거래
담합
장기계속공사
국가계약
이선희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2020-09-28
민사일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서 발생하는 간접비에 대한 소고
우선 지면상 ① 국가계약법(이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 적용되는 각 법률 및 법령을 통칭하여 '국가계약법')상 다년도계약 체결 방식은 계속비계약과 장기계속계약으로 나뉜다는 점 ② 장기계속계약에서 수급인 측의 귀책사유 없이 총공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추가 간접비가 발생하는 구조와 이를 청구하기 위한 요건 및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상세히 논하지 못함과 각주로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존재함을 미리 밝힌다. 다만 독자의 이해를 위하여 예를 들어 7년의 장기계속계약에서는 7년을 명시한 총괄계약이 먼저 체결되고 이후 매년 1년짜리 차수별계약이 별도로 체결되면서 그 해의 공사비용도 정산하여야 하는데 간접비의 경우는 누구의 책임으로 공사가 지연되었는지를 함께 밝혀야 하기 때문에 해당 연도에 발생한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지 못한 채로 다음 연도로 넘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는 점 정도만 간략히 기재한다. I. 대상판결(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의 경과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의 수급인인 원고들은 이 사건 공사기간이 약 2년간 연장됨에 따른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게 되었다. 1·2심에서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상판결은 장기계속계약에서의 총괄계약에 기재된 총공사기간이나 총공사금액에는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분석 1. 대상판결에서의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장기계속계약 방식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서 이미 지난 차수의 공사기간에서 발생한 추가 간접비를 총괄계약 종료 전이기만 하면 청구할 수 있는지가 주요 다툼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장기계속계약에서 총괄계약과 각 차수별 계약의 법리적 성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구체적으로는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의 계약상 구속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로 쟁점이 집중되었다. 2.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요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장기계속계약에서의 총괄계약상 전체적인 사업 규모나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직접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예산일년주의나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 계약금액 조정 신청의무 조항 등을 들었다. 반면 소수의견은 총공사기간 등에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는 계약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점들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 처분문서 해석의 법리에 반하는 결과 -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 및 실무례 대상판결은 국가계약법상 계약이 공공기관 등과 계약 상대방이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 계약임을 강조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결론과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태도를 종합하면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에 대하여 계약의 양 당사자가 어떠한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와 통상 실무상 어떻게 취급되어 왔는지에 의하여 계약이 해석되어야 한다. 총공사기간 7년의 장기계속계약이 체결될 때 당사자들이 '7년짜리 계약을 1년으로 쪼개어 체결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1년짜리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7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의 문제이다. 실무상 당사자들은 총공사기간 동안 하나의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현장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차수별계약이라는 형식적인 시간대 별로 나누어진 공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일반조항을 후퇴시키는 결과 발생 총공사기간의 구속력 유무에 대한 결론과 무관하게 국가계약법상 일반원칙은 여전히 관급공사 도급계약에 적용된다. 국가계약법 제5조는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계약법과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가계약법상 다년도계약은 예산이 확보된 계속비계약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나 장기계속계약은 오로지 발주자의 사정이나 편의에 의하여 체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속비계약이 아닌 장기계속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이행됨에 따라서 수급인인 민간 사업자가 입게 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장기계속계약 제도는 일본의 회계법에 규정된 것을 도입한 것인데 일본의 경우는 장기계속계약의 적용범위를 전기·가스·수도 및 공공전기통신 역무 등 해당 연도에 이루어진 역무 범위를 특정하기 쉬운 종류에 한정시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공사에까지 확대시키고 있어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해주어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따라서 해당 차수별 기간으로 계약상 권리의무를 제한하는 법리를 장기공사에 적용함에는 매우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공사계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청구는 각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간접비를 청구하는 경우까지 형식적으로 적용하게 된다면 발주자 측의 일방적 사정으로 장기계속계약 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실인 점을 고려할 때 계속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보다 불리한 조건을 계약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특약금지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다.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관련 조항의 규정 목적(예산 확보로 인한 결과 및 부실공사 방지)에 반하는 결과 발생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제도를 둔 이유는 ① 세수의 증가로 계약금액을 증액해 줄 예산 재원의 확보 ② 건설비용의 증가에 따라 계약금액을 증액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부실공사 방지에 있다. 간접비는 차수별계약의 특정 기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 아님에도 그 시적 한계만을 강조하여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그만큼의 부실공사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장기계속계약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계약방식으로 인하여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라는 대원칙이 훼손되는 결과까지 입법자가 의도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라. 국가계약법상 사인으로서의 지위와 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가 적용되어야 할 영역이 오히려 바뀐 해석 국가계약법에는 발주자에게 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하는 영역이 있다.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된 부분이 그러한 영역 중 하나이다. 대상판결은 발주자가 예산을 확보하여 둔 경우보다 더 가혹하고 불리한 결과를 계약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불리한 지위에서 장기계속계약을 체결한 사인에게 재차 사적자치의 원칙을 강조하여 간접비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이러한 영역에서의 해석상 타당한지 의문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국가계약법이 예정하는 강조점(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계약금액 조정에 성실히 응할 의무의 존재)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을 면하기가 어렵다. 마. 간접비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 발생 대상판결에 따르더라도 계약 상대방이 매 차수별 준공시마다 간접비를 발주자에게 청구하면 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는 증명의 어려움인데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액수 외에도 계약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 둘째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다. 관급 공사의 수주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건설업계에서 위 처분은 사실상 사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정도로 기업의 존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계약 상대방으로서는 남은 계약기간 동안 발주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분쟁의 소지가 발생하더라도 매년 발주자에게 불리한 사유를 주장하면서 간접비를 청구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그런데 간접비 청구 포기는 배임의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서 선택을 어렵게 한다). 이와 같은 리스크로 인하여 건설회사들로서는 공사입찰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우량한 업체의 경우 리스크를 부담하기 싫어 입찰을 포기하게 되고 리스크에도 불과하고 일단 낙찰을 받기에 급급한 업체들만이 입찰에 참가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이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가계약법이 이와 같은 결과를 의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III. 맺으며 법리적인 관점에서만 볼 때 대상판결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계약 방식이 대규모 공사에 대해서도 도입되어 버린 점, 수없이 체결되었고 앞으로도 체결되어야 할 장기계속계약들의 이행 실무,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관련 조항은 부실공사를 방지함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수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발의된 국가계약법 개정안에는 장기계속계약상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이는 사법적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개정이 아니라 사법적 판단을 열어주기 위한 개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준민 교수 (전남대 로스쿨·변호사)
공사대금청구
장기계속공사계약
대림산업
서울시
이준민 교수 (전남대 로스쿨·변호사)
2020-09-14
민사일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압류·추심명령 및 추심소송
[사실관계] 소외 회사는 피고를 상대로 임대료지급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받았다. 원고는 위 사건 소송계속 중 소외 회사를 채무자, 피고를 제3채무자로 하여 위 임대료채권에 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위 사건 항소심에서는 소외 회사에게 당사자적격이 없음을 확인하는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져 2017년 5월 16일 확정되었다. 그 후 원고는 2017년 8월 11일 위 추심명령을 근거로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였고 원고는 선행사건 화해권고결정 확정시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를 제기하여 민법 제170조에 따라 선행사건 소 제기 시부터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등으로 재항변하였다. [법원의 판단]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은 원고의 시효중단 재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대법원은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이는 추심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권능만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가지는 채권이 추심채권자에게 이전되거나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금전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후 채권자가 위 금전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채무자가 권리주체의 지위에서 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집행법원의 수권에 따라 피압류채권에 대한 추심권능을 부여받아 일종의 추심기관으로서 그 채권을 추심하는 추심채권자에게도 미친다"고 하면서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금전채권의 이행소송이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한 당사자적격의 상실로 각하되더라도 위 이행소송의 계속 중에 피압류채권에 대하여 채무자에 갈음하여 당사자적격을 취득한 추심채권자가 위 각하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하였다면 채무자가 제기한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발생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추심채권자의 추심소송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여 "원심의 이유설시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평석] 1.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고 또 이를 기초로 추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소멸시효 중단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이 문제된다. 우선 (1)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추심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피압류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될 수 있는지 및 중단된다면 민법 제168조의 어느 중단사유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다음으로 (2) 추심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먼저 피압류채권의 이행에 관한 소('이행소송')를 제기하였다가 각하, 기각 또는 취하된 후 다시 추심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추심소송')를 제기하는 경우 또는 반대로 추심소송이 각하 등으로 종결된 후 이행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양 소송의 관계가 문제된다. 2. 먼저 위 (1)에 관하여는 이미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다16238 판결을 통해 정리된 바 있다. 압류 및 추심명령은 민사집행법상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 방법으로 일종의 '권리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이를 통해 소멸시효 중단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압류 및 추심명령은 추심채권자가 추심채무자에 대하여 갖는 집행채권의 만족을 위한 강제집행 방법이기 때문에 집행채권과 관련하여서는 문언 그대로 민법 제168조 2호 '압류'로서 확정적인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채무자가 다시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갖는 피압류채권에 대하여도 시효중단 효력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다수설과 위 2003다16238 판결은 집행채권에 관하여는 민법 제168조 제2호의 압류로서 확정적인 중단 효력이 생긴다고 할 수는 없고 다만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그 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이 되었다면 거기에 단지 '최고'로서의 효력은 인정된다고 본다. 다만 추심채권자가 법원을 통하여 집행행위에 나아갔으므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 보기 어렵고 압류 및 추심명령에 잠정적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보다는 좀 더 강력한 효과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압류 및 추심명령은 어디까지나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행사로 피압류채권은 권리행사의 대상물에 불과하다. 피압류채권을 현실화하기 위하여는 다시 추심소송을 통한 집행권원 확보 등 추가적 권리행사절차가 요구되므로 피압류채권에 대해서까지 '압류'로서 확정적인 중단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추심채권자로서는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추심소송 등 적극적인 집행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3. 대상판결은 위 2003다16238 판결과 같이 압류 및 추심명령이 피압류채권에 대하여는 '압류'로서의 확정적인 시효중단 효력은 없다는 전제에서 위 (2)에 대하여 즉 먼저 추심채무자의 이행소송이 각하 등으로 종결된 후 그로부터 6개월 내에 추심채권자의 추심소송이 제기되는 경우에 이행소송의 시효중단 효과가 민법 제170조에 의해 추심소송에도 유지되는지에 대하여 판단한 것이다. 재판상의 청구에 관하여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소급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소멸하나(민법 제170조 제1항) 이 경우에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등을 한 때에는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 효력이 유지된다(동조 제2항). 그런데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추심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소송과 추심채권자가 제기한 추심소송 사이에서도 위 제2조의 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지 문제된다. 원심과 대상판결 모두 결론적으로는 이행소송의 소멸시효 중단 효과가 추심소송에도 지속된다고 보았으나 이유 구성은 서로 다르다. 원심은 시효중단이 당사자 및 그 승계인간에 효력이 있다는 민법 제169조를 들면서 원고가 추심채권자로서 소외 회사의 권리승계인에 해당하여 소외 회사의 소제기 효과가 원고에게도 미친다고 보았다. 이에 반하여 대상판결은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이는 추심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권능만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가지는 채권이 추심채권자에게 이전되거나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고 하여 원고가 소외 회사의 권리승계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시하면서 "채무자가 권리주체의 지위에서 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집행법원의 수권에 따라 피압류채권에 대한 추심권능을 부여받아 일종의 추심기관으로서 그 채권을 추심 하는 추심채권자에게도 미친다"고 하였다. 대상판결은 추심채권자에게 시효중단 효력이 유지되는 이유에 관하여 상세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추심소송의 일반적인 법적 성질에 근거하여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채권자의 추심할 권능은 추심명령에 의하여 창설적으로 취득하는 것이고 채무자로부터 승계하는 것은 아니므로 추심채권자를 추심의무자의 승계인으로 볼 수는 없다. 추심소송은 채권자대위소송과 마찬가지로 제3자인 추심채권자가 타인인 추심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법정소송담당설) 추심소송의 대상은 결국 추심채무자의 권리 자체이고 실체법상 권리의무의 당사자는 추심채무자와 제3채무자로 고정된 채 단지 당사자적격자만이 추심채무자에서 추심채권자로 변경된 것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채권의 성질과 특성, 상태가 모두 유지된 채 추심채권자는 추심채무자를 대신하여 추심권능을 갖게 되는 것이므로 추심채권자가 추심채무자가 한 소멸시효 중단행위의 효과도 적용받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4. 대상판결은 추심채무자의 이행소송이 먼저 있은 후 추심소송이 나중에 제기된 사안인데 반대로 추심소송이 먼저 있은 후 이행소송이 나중에 제기되는 경우에도 민법 제170조 제2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 채권의 원래의 성질과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추심명령의 특성상 소제기 순서 전후를 불문하고 이행소송과 추심소송 사이에서는 민법 제170조 제2항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 사안에는 물론 추심소송이 각하, 기각 또는 취하된 후 이행소송이 있는 경우에도 양 소송의 관계는 서로 제170조에 규정된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대상판결은 이행소송과 추심소송 사이에서 민법 제170조에 관해 판단한 최초로 사례로 향후 추심소송과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실무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수십 년간 국내에서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비롯한 제도 전반에 관한 개정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독일이나 일본 등에서도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쟁점은 이러한 개정 논의에서 다소 빗겨나 있는 것이어서 설령 향후 소멸시효 중단사유 등이 대폭 개정되더라도 대상판결은 여전히 실천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신지혜 교수(한국외대 로스쿨·변호사)
채권자
시효중단
채무자
신지혜 교수(한국외대 로스쿨·변호사)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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