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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백화점이 납품업체에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경영정보’란
서울고등법원 2018. 1. 25. 선고 2017누612138 판결 원고는 백화점과 아울렛을 운영하는 대규모유통업자입니다. 「대규모유통업자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부당하게 납품업자에게 경영정보를 달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경영정보란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상품의 공급가격, 공급조건에 관한 정보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납품업자가 납품한 상품의 원가 정보나,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납품하는 상품의 매출액, 기간별 판매량 등 매출관련 정보, 판매촉진행사정보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시행령 제11조 제1항). 대규모유통업자가 유통업자에게 경영정보를 요구하려면 요구목적이나 비밀유지사항에 관한 사항 등을 적은 서면을 납품업자에게 미리 제공해야 합니다(제14조 제1항, 제2항).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과 경쟁사업자 점포에 동시에 입점해 있던 68개 납품업자에 경쟁사업자 점포에서 발생한 월평균 매출액 등의 정보를 별도 서면 제공 없이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제공 받아 문제가 되었습니다. 원고는 경영정보의 예시로 규정된 ‘매출관련정보’의 의미를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영업비밀로 볼 정도로 거래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원고가 납품업자에 요구한 월평균 매출액 정보는 이미 공개된 인터넷사이트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고, 정확한 근거자료도 없이 대강의 숫자만 기재되었으며, 추후 납품업자와 거래조건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아 후발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활용될 여지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원고는 정당한 기업활동인 시장조사 목적으로 대강의 매출액 정보를 문의하기만 하였으며, 후발적 불공정거래행위에 활용할 의도나 목적이 없었고 정보수집과정에서 납품업자에 어떠한 불이익을 제공하거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행위도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법원은 원고가 요구한 납품업자들의 정보가 새로 백화점을 설립하고자 하는 지역에 있는 경쟁사업자 백화점 내 점포에서의 월평균 매출액 관련 정보라는 사실에 주목하였습니다. 매출액은 납품업자의 선정이나 관리, 수수료율을 산정할 때 원고와 납품업자 사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인데, 원고가 납품업자들이 다른 사업자 점포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매출액 정보를 바탕으로 판매가격 인하, 수수료율 인상 등 원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습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나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납품업자의 월평균 매출액정보와 원고가 납품업자로부터 제공받은 매출액 정보의 내용이 다르고, 납품업자들이 원고에 월평균 매출액 정보를 제공하면서 ‘대외비’라고 명시한 점을 판단의 주된 근거로 삼았습니다. 둘째, 법원은 원고가 납품업자들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으므로, 만일 납품업자들이 원고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장래 재계약조건과 매장위치 선정, 신규 설립될 백화점에서의 입점조건 등에서 불이익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 요청에 따라 납품업자들이 월매출액 자료를 제공한 행위가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없고, 원고에게 자발적으로 제공할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셋째, 시장조사 목적의 정보로서 부당성이 없다는 원고 주장에 대해서는, 월평균 매출액 자료가 장래 수수료율 산정이나 입점업체 선정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이상 ‘오직’ 시장 조사를 위해서만 취득하였다고 믿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설령 오직 시장조사목적만 있었더라도, 이를 위해 매출자료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였는지도 의문이라고도 하였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전제로 합니다.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의 법률행위 또는 사실행위는 동등한 교섭력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며, 대규모유통업자의 특정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영정보 제공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판결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제공받은 매출액 정보는 실제 사용목적의 입증과 무관하게 대규모유통업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이상 경영정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외형상 대규모유통업자가 ‘요구’만 해서 정보를 제공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납품업자의 자발적 의사는 결여되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사이에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판결은 이러한 대규모유통업법의 특수성과 입법목적을 십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시장조사 등 영업활동을 위해 정보를 제공 받기 위해서는 대규모유통업법에서 정한 예외사유를 엄격하게 준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보 제공요구에 앞서 경영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목적, 비밀유지방법, 비밀침해 시 손해배상에 관한 사항, 경영정보 요구일자, 제공일자, 제공방법, 경영정보 제공요구가 불가피함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항 등을 서면에 적어 사전에 요청하는 방식입니다(법 제14조 제2항, 시행령 제11조 제2항). 다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영정보 제공행위의 사례가 충분히 축적되기 전까지, 대규모유통업자의 행위는 ‘흠흠(欽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매출
납품
대규모유통업자
대규모유통업법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8-03-26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할 경우의 형사책임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8230 판결 - 실제 저자가 아닌 자를 저자라고 표시하여 책을 발간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행위는 잘못된 것이니 당연히 처벌되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어느 정도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지는 헷갈리기 쉽다. 무죄판결 및 1, 2심의 결론이 다른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의미한다. 우선 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 엉뚱한 사람을 저작자라고 표시한다면 이는 ‘지적재산권침해죄’ 즉, 사권(私權)을 침해한 죄이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 중 어느 하나만 저질렀더라도 - 처벌된다(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소수의 사람들만 보거나 돈벌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행위를 한 경우에만 고소 없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40조). 다음으로 저작자의 동의를 받고 그런 행위를 한 경우를 살펴보자. 관여하지 않은 책의 초판부터 이름을 올리는 ‘부당저자표시’와 다른 사람의 저술한 책의 내용물은 그대로 둔채 저자로서 이름만 추가하는 ‘표지갈이’가 그 예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행위에 분노하는데 법은 이러한 분노를 보호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형사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위 규정이 실제 저작자(혹은 비저작자)의 인격적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저작자 명의를 허위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사회 통념에 비추어 사회 일반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범죄는 성립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6도16031 판결). 그러니 만약 실제 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저작자 명의를 허위로 표시한다면 지적재산권침해죄(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위반)와 부정발행죄(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위반)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이제 대상판결을 보자. 이 사건은 저술에 관여하지 않은 교수들이 실제 저자의 동의를 얻어 자신들의 이름을 전공서적의 공저자로 추가했다가 저적권법위반(제137조 제1항 제1호)으로 기소된 사안인데, 공교롭게도 인쇄된 책이 창고에 입고된 직후 검찰로부터 압수당하는 바람에 시중 서점에 출고되지는 않았다.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형사처벌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조 제25호는 “공표는 ······ 발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제2조 제24호는 “발행은 ······ 복제·배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복제·배포’의 의미가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를 뜻하는지 아니면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행위’를 뜻하는지 문제 되는데, 대법원은 법개정연혁, 문리해석, 죄형법정주의의 견지에서 ‘복제·배포’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바, 저작물을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가 있어야 저작물의 발행이라고 볼 수 있고, 저작물을 복제한 것만으로는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대상판결은 실제 저자의 동의를 얻은 부당저자표시의 경우 사회 일반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기에 아직 서점에 풀리지 않아서 일반 독자들의 오해를 살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무죄임을 보여주며, 기존 판례의 연장선에서 저작권법위반죄의 구성요건을 명확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 한편, 피고인들의 부정발행죄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서점으로 출고되지 못한 것이므로 ‘장애미수’라고 볼 수 있는데 미수범처벌규정이 없기에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흥미로운 것은 피고인들을 저작권법위반으로 기소한 것도 검찰이지만, 피고인들이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진행중인 범죄에 ‘압수’라는 장애물을 놓아준 것도 검찰이라는 사실이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저작권법
복제
발행
서적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03-13
형사일반
[판례해설] "마약 피의자가 제출한 모발·소변, 그 자리서 봉인 안했다면…"
-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4222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 1. 사건의 개요 가. 피고인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10월의 형을 복역하고 2015년에 만기 출소하였는데, 2016. 8.말 경 피고인의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 발부되었다. 나. 피고인은 2016. 9. 26. 서울OO경찰서에 자진 출석하여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경찰관으로부터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이에 동의하였다. 다. 경찰관은 조사실에서 아퀴사인 시약으로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필로폰 성분이 있는지를 검사하였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경찰관은 그 직후 소변을 증거물 병에 담고 봉인용 테이프로 붙이지 않은 채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고, 피고인의 머리카락도 뽑은 후 그 자리에서 별다른 봉인 조치를 하지 않고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경찰관은 조사실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수사서류가 있는 등 공간이 협소하여 불편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 책상에서 소변을 밀봉하고, 모발채집종이에 머리카락을 붙였다고 말했다). 라. 경찰관은 조사실 밖에서 봉인하여 가져온 소변·머리카락 봉합지에 피고인의 날인을 받았고, “직접 저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하여 봉합지에 넣어 날인하였습니다.”라고 기재된 소변모발채취동의서에 피고인의 무인을 받았다. 마. 서울OO경찰서는 2016. 9. 27. 위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반환하고, 같은 날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마약성분 검출 여부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였는데,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가 회신되었다. 바. 피고인은 “2016. 9. 17.부터 같은 달 26.까지 사이 알 수 없는 시간에 서울, 인천 또는 천안시 동남구의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알 수 없는 양의 메트암페타민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투약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위 감정결과가 필로폰 투약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이다. 2. 하급심의 판단 ㉮ 서울OO경찰서가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무렵에는 다른 마약 관련 피의자의 시료가 없었고, ㉯ 서울OO경찰서가 2016. 9. 19.부터 같은 달 30.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소변·머리카락의 감정을 의뢰한 내역은 1건만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경찰관이 봉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머리카락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소변·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1심에서 징역 1년 6월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이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3. 대상 판결의 내용 ① 피고인은 필로폰 투약혐의로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 혐의를 부인하며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였는데,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대한 아퀴사인 시약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고, ② 피고인의 눈앞에서 소변과 머리카락이 봉인되지 않은 채 반출되었음에도, 그 후 조작·훼손·첨가를 막기 위하여 어떠한 조처가 행해졌고 누구의 손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으며, ③ 감정물인 머리카락과 소변에 포함된 세포의 DNA 분석 등 감정물이 피고인의 것임을 과학적 검사로 확인한 자료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물이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위 감정결과의 증명력은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원심 파기). 4. 대상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지려면, ㉠ 감정인이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가지고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하였어야 할 뿐만 아니라, ㉡ 시료의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하며, 각 단계에서 시료에 대한 정확한 인수·인계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77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다. 대상 판결의 원심은, 위 ㉮, ㉯의 사실 및 ㉰ 경찰관이 피고인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건네받아 피고인이 없는 다른 장소에서 봉인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가져왔음에도 피고인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밀봉된 봉합지 위에 날인하였고, ㉱ 피고인이 위 감정결과를 알게 된 후 출석을 거부하다가 2016. 11. 25.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된 후 위 감정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머리카락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한 사실 등에 근거하여, 경찰관이 봉인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소변·머리카락으로 바꿔치기를 하거나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소변·머리카락을 훼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반하여 대상 판결은,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대한 아퀴사인 시약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점 등에 비추어 위 ㉮∼㉱의 사정만으로는 시료의 동일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봉인 조치가 피고인의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시료의 동일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정인데, 검사가 그 의문점을 해소하는 증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 판결의 원심이 내세운 위 ㉮, ㉯의 사정만으로는 시료를 봉인하는 과정에서 바꿔치기나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된다고 할 수 없는데, 대상 판결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하게 검사의 이 부분 증명부족을 지적하면서, 감정의뢰 대상물인 소변·머리카락에 대한 봉인 조치가 피고인의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의 시료의 동일성 인정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증거
증거능력
훼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3-09
조세·부담금
[판례해설]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국토해양부장관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에 따라 한국철도공사는 2008. 1.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 ①운임감면(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에 대한 운임감면), ②벽지노선 운영(철도이용수요가 적어 수지 균형을 맞추기 어렵지만 공익을 위하여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 ③특별동차 운영(국가의 특수목적을 위하여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이를 “공익서비스”라 한다), 국토해양부장관은 위 공익서비스 운영과 관련된 비용 중 2,661억 원(억 단위 이하는 버린다)을 보상금으로 지급하였다. 한국철도공사는 2008년 제2기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면서(부가가치세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 공통매입세액(사업자가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을 겸영하는 경우에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에 공통으로 사용되어 실지 귀속을 구분할 수 없는 매입세액을 말한다)으로 7,165억 원을 계산한 다음, 위 공통매입세액 중 면세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이를 “매입세액 불공제액”이라 한다)의 계산방식과 관련하여, ‘공통매입세액’에서 ‘면세대상 및 과세대상 사업 공급가액’을 분모로, ‘면세대상 사업 공급가액’을 분자로 한 수를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여 이를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였다. 그런데, 대전지방국세청장은 한국철도공사를 세무조사하고, “한국도로공사에서 철도이용객에게 제공하는 공익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국가가 지급하는 것으로 부가가치세법상 비과세대상에 해당한다. 위 공익서비스와 관련된 사업의 매입세액은 공제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철도공사는 공통매입세액을 안분계산하면서 공익사업과 관련된 보상금을 반영하지 않아 매입세액이 과다하게 공제되었다.”라는 이유로 한국철도공사에 2008년 제2기 부가가치세와 가산세를 합한 57억 원을 경정, 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위 경정, 고지하는 처분을 다투면서, 첫째,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은 재화 또는 용역의 대가로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한 공급가액에 해당되지 않고, 위 공익서비스 보상액은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국고보조금에 해당한다. 둘째, 위 공익서비스는 과세사업 및 면세사업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영업손실 중 일부를 용역제공의 상대방이 아닌 국토해양부장관으로부터 받는 것일 뿐이므로 비과세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한국철도공사에서 계산한 방식에 의하면 대전지방국세청에서 계산한 방식에 비하여 공통매입세액 중 매입세액 불공제액이 더 적게 산정되어(매입세액으로 공제되는 금액이 더 많게 된다) 결국 부가가치세 금액이 더 적어진다. 한국철도공사와 대전지방국세청의 견해 차이는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의 부가가치세법상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볼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견해대립이다. 이에 대하여, 1심과 2심 재판부는 위 공익서비스는 비과세사업에 해당하고,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은 국고보조금 등이 보조금 수혜자를 통하지 않고 사업자에게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므로, 이를 비과세사업의 수입금액으로 보아 공통매입세액을 안분하여 계산한 위 경정, 고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하였다. 위 공익서비스 이용자는 감면된 요금을 지급하거나, 실제 비용보다 낮은 대가를 지급하고 이용하고 있으므로 위 공익서비스를 직접 제공받는 자는 국가가 아니라 철도 이용자이다. 국가는 단지 국토해양부장관과 한국철도공사 사이에 체결된 계약에 따라 위 공익서비스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뿐이다.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의 성질을 이렇게 본다면,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은 용역의 공급 그 자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대가가 아니라 한국철도공사의 재정상의 원조를 목적으로 교부된 시설, 운영자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위 공익서비스의 보상금을 국고보조금으로 본다면, 종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두19875 판결 등, 「사업자가 비과세사업에 해당하는 용역의 공급에 관하여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별도의 공급대가를 지급받는 경우가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국고보조금 등을 지급받은 경우로서 비과세사업에 해당하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없는 경우라면 면세사업과 과세사업의 공급가액 비율에 따라 공통매입세액을 안분하여 계산하도록 한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61조 제1항의 규정을 유추 적용할 수는 없다.」)에 따라 위 공익서비스 보상금은 부가가치세를 산정할 때 고려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임웅찬 변호사 (법무법인 도원)
과세
한국철도공사
보상금
비과세
부가가치세법
임웅찬 변호사 (법무법인 도원)
2018-02-14
형사일반
[판례해설] ‘교통 통제된 도로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가한 사람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죄 적용 문제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 - 2015. 11. 14. 서울광장 등에서 ○○노동조합총연맹은 총53개 시민ㆍ사회단체들과 함께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같은 날 16:00경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여 본 집회인 ‘민중총궐기 대회’를 진행하기로 계획하였다. 이에 따라 사전 집회를 진행한 후 사전 집회에 참가하였던 집회참가자 총 68,000여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본 집회를 개최하겠다며 태평로 일대를 점거한 채 광화문 광장 쪽으로 행진하다가 금지 통고된 행진임을 이유로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하였다. 피고인은 ○○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 ○○지회 간부인데, 2015. 11. 14. 15:00경부터 16:00경 위 사전 집회로 인하여 이미 경찰 차벽으로 차단된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위 사전 집회참가자들에 합류하여 위 도로의 차로를 점거하여 위 사전 집회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육로를 불통하게 하는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①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이 아직 행진을 개시하기도 전에 경찰의 차벽 설치로 인해 태평로에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집회 참가 행위로 인해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인과관계가 없고,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한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의 행위태양인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은 비록 경찰이 당시 차벽을 설치하여 도로를 통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경로를 현저히 벗어나 진행함으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이므로,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의 행위와 교통방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일반교통방해죄가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태양은 ‘기타의 방법’에 포섭될 수 있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고지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의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고, 또한 승계적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는 확립된 법리에 따라 다른 집회참가자들의 도로점거가 완료된 이후에야 시위에 합류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 시위대에 합류하였다거나 사전에 공모가 없었다고 해서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 이유는 적절하지 않지만, 피고인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항소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먼저 경찰의 차벽으로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의 도로점거가 교통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대법원은 1심과 같이 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함)에 따라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 또는 시위라고 하더라도 당초에 신고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따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종래 일반교통방해죄는 집회·시위 참가자를 처벌하는 대표적 조항으로 활용되어 왔는데, 본 판결에서도 기존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교통방해죄의 공동정범 성립 문제를 살펴보면,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승계적 공동정범의 법리를 인정하지 않는 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반교통방해죄에서 교통방해 행위는 계속범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교통방해의 상태가 계속되는 한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 의해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에 비추어 피고인과 기존 집회참가자 사이에에 공모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결론에서는 항소심과 동일하게 되었다. 피고인의 ② 주장에 대해서는 1심 판결 이후 특별히 다투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헌법재판소가 2010. 3. 25.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형법 제185조의 ‘기타 방법’이라는 구성요건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고,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은 과잉입법으로도 볼 수 없다는 합헌결정에 기인한다. 현재 집회참가자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아닌,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교통방해죄의 행위태양이 광범위하여 쉽게 적용될 수 있고, 또 법정형이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되어 있어 현행범체포 뿐만 아니라 손쉽게 긴급체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통의 보호라는 법익 못지않게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집회 참자가들을 손쉽게 일반교통방해죄로 의율하여 처벌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이므로, 보다 신중하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와 구성요건이 유사하지만 ‘기타 방법’이라는 일반조항이 사용되지 아니하고, 독일의 경우도 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이 구체적이고 상세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입법례를 참조하여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도 구성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일반교통방해
시위
교통방해죄
집회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2-02
기업법무
상사일반
[판례해설] 명의주주와 실질주주가 다른 경우, 회사의 주주는 누구?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주주총회결의취소]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상장법인인 피고를 상대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 결의의 하자를 다투면서 주위적으로 주주총회결의의 부존재, 무효의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주주총회결의를 취소해 달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가 소외인에게 명의를 대여한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다투었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1·2심의 판단 이 사건은, 형식상 주주에 불과한 원고가 과연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주주권을 행사하여 주주총회결의의 하자를 다툴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1심 법원은 ‘상법 제376조 제1항에 의하면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당해 회사의 주주, 이사 또는 감사에 한하는데, 실질상의 주주에게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자는 회사의 주주로 볼 수 없고, 주주명부에 기재된 명의상의 주주는 주주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격수여적 효력을 인정받을 뿐이지 주주명부의 기재에 의하여 창설적 효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므로 단순한 명의대여인은 주주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형식상 주주에 불과한 원고가 제기한 이 사건 소는 원고적격이 없거나 확인의 이익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고, 2심 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되어 있는 자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 역시 주주명부상 주주 외에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고자 하였던 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행사를 부인할 수 없으며,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자의 주주권행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면서,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않고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주주명부에의 기재 또는 명의개서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되었다는 등의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고 판결하였다. 4. 해석 회사 주주명부상 명의주주와 실질주주가 따로 있는 경우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누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그동안 대법원은 ① 타인의 명의를 빌려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고 그 대금을 납입한 경우에 그 타인의 명의로 주주명부에 기재까지 마쳐도 실질상의 주주인 명의차용인만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② 회사는 주식인수 및 양수계약에 따라 주식의 인수대금 또는 양수대금을 모두 납입하였으나 주식의 인수 및 양수에 관하여 상법상의 형식적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의 주주로서의 지위를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③ 회사가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실질상의 주주를 주주로 인정하는 것은 무방하고 ④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 그 의결권 행사가 위법하게 된다는 취지로 판결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위 대상판결을 통해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전면적으로 변경하면서,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는 ‘주주명부상의 주주’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가 주주명부상의 주주라는 의미이므로, 회사 이외의 주체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대법원 취지대로 실질상 주주가 주식의 소유권자임에는 변동이 없다. 이 판결은, 주주들과 회사 간의 권리관계를 획일적이고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주식 실명을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부동산등기부와 같은 권리공시 기능이 없는 회사의 주주명부상의 기재에 권리귀속의 추정력과 같은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의문이 있고, 무엇보다 주식 소유명의를 실질과 일치시킬지 여부는 법률적 제한이 없는 자유선택의 영역이라고 할 것인데, 사실관계에 의하여 실제 권리자가 명의자와 다른 제3자라는 점이 증명된 사안에서까지 비권리자인 명의자에게 주주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점에 의문이 있다. 여하튼,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가 전면적으로 변경된 이상, 실질주주가 명의주주의 주주권행사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실질주주는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주주총회
파기환송
이사
감사
주식회사
전속권한
선임의결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8-01-30
행정사건
[판례해설] "제6회 변호사시험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해야"
1.사건의 개요 가.원고(대한변호사협회)는 2017. 6. 22. 피고(법무부장관)에게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 및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였다. 나.피고는 2017. 7. 3. 원고에게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은 공개하였으나,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관한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하는 부분공개 결정을 하였다(이하 위 비공개결정 부분을 ‘이 사건 처분’, 비공개 대상 정보를 ‘이 사건 정보’). 다.이에 원고는 2017. 7. 17. 이 사건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대상판결의 요지 가.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및 합격자 수와 관련된 통계를 작성하거나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피고가 출신 법학전문대학원을 입력한 변호사시험의 응시원서를 인터넷으로 접수하여 관리하고 있고, 피고가 전산기기를 이용하여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개개의 정보를 검색·가공하여 결과물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별다를 어려움이 없이 원고가 공개를 청구한 이 사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개연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본안전 항변을 배척하였다. 나.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대상판결은 아래의 논거를 들어 이 사건 정보가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 즉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내지 ‘공개하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정보와 같이 이미 결정된 합격자 등의 통계에 관한 사항은 변호사시험법에서 정하고 있는 피고의 시험업무의 수행과는 무관한 것이고, 이를 공개하더라도 피고의 시험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떠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의 과다경쟁과 대학 서열화의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각 조항이 정보의 비공개로써 보장하고자 하는 보호법익, 즉 변호사시험 업무 수행의 공정성과는 직접적이거나 상당한 관계가 없다. ·피고는 사법시험에 대해서는 매년 출신대학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여 왔다.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별로 교육이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 기여할 수 있고, 법학전문대학원의 공정한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며, 낮은 서열로 인식되는 대학에 설치된 법학전문대학원으로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통해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기존에 형성된 대학 서열이 그대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방지할 수도 있다. 결국 대상판결은 이 사건 정보가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피고는 대상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상태이다. 3.해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고,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채점표, 답안지, 그 밖에 공개하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조항들을 처분사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피고의 변호사시험에 관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로, 비공개함으로써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 이익과 공개로 보호되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두19021 판결 등)라고 판시하고 있고, 특히 시험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인지 문제되는 경우 “정보공개법 및 시험정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입법취지, 당해 시험 및 그에 대한 평가행위의 성격과 내용, 공개의 내용과 공개로 인한 업무의 증가, 공개로 인한 파급효과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두15936 판결,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두6114 판결). 변호사시험에 관한 피고의 업무는 변호사시험의 공고, 출제, 실시, 채점, 응시자별 응시제한 사항의 확인, 합격자 결정 등 변호사시험법에서 정한 피고의 시험업무라고 할 것인데,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이 사건 정보의 공개 여부가 위와 같은 피고의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법학전문대학원의 과다경쟁과 서열화 문제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문제와 피고의 시험업무 수행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상판결에서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이 사건 정보의 공개가 그와 같은 문제를 발생·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특히 피고는 사법시험의 경우 매년 출신대학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여 왔으므로, 변호사시험의 경우에만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모순적이다. 피고는 변호사시험의 경우 사법시험과 비교하여 정보 공개에 다소 소극적인데, 사법시험의 경우 응시번호 및 성명을 기재한 합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변호사시험의 경우 응시번호만을 공개하고 있는 점, 사법시험법의 경우 “시험에 응시한 자는 당해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부터 6월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본인의 성적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2011. 7. 25. 개정된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1항은 “시험의 성적은 시험에 응시한 사람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험에 불합격한 사람은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부터 6개월 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본인의 성적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여 시험 성적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 점이 그 예이다. 이러한 변호사시험의 정보 비공개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 2015. 1. 8. 선고 2014구합13034 판결은 합격자 성명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비공개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고(이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이 항소하였으나 2015. 9. 23. 항소기각되었고, 법무부장관이 상고함에 따라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위 개정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1항 본문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였거나 심판청구 당시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청구인들의 알 권리(정보공개청구권)를 침해한다고 보아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5. 6. 25.자 2011헌마769, 2012헌마209, 536(병합) 결정]. 대상판결은 위 서울행정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시험에 관한 정보의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공익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국민의 알 권리가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는 권리로서 현대사회에 들어 더욱 중시되고 있는 점,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모든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점(정보공개법 제3조, 제5조 제1항),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에 관한 정보의 공개가 피고의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오정한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시험
법무부
로스쿨
합격률
오정한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
2018-01-24
형사일반
[판례해설] '돈 봉투 만찬’에서 제공된 음식물은 수수 금지 금품이 아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2. 8. 선고 2017고합608 부정청탁및금품수수등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 1. 사건의 개요 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인 피고인은 자신이 본부장으로서 지휘한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종결하고 그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특별수사본부 간부 7명 전원과 법무부 검찰국 간부 3명이 참석한 만찬을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에서 주재하면서, 참석한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모두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이다)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현금 100만 원씩이 들어 있는 봉투를 건네고, 1인당 95,000원 상당의 식대를 결제하였다. 나. 위 만찬은, 피고인이 특별수사본부 간부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법무부장관 부재중에 고생을 많이 하였다.”며 법무부 검찰국장과 검찰과장 2명을 초대하여 이루어졌는데, 격려금은 특수활동비에서 지급되었고, 식대는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결제되었다. 다. 피고인은 공직자 2명에게 각각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109만 5,000원 상당의 수수 금지 금품등을 제공하여 청탁금지법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2. 이 사건의 쟁점 제공된 음식물이 수수 금지 금품등 예외사유인 ‘상급 공직자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등에게 제공하는 금품등’(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하는지, 더 구체적으로는 피고인이 ‘상급 공직자등’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다(청탁금지법은 제2조 제2호에서 ‘공직자등’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을 뿐 ‘상급 공직자등’에 대하여는 따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3. 대상 판결(무죄)의 내용 가. 제공된 금품의 종류나 제공 형태 등에 따라 각별로 수수 금지 금품등에 해당하는지를 따져 수수 금지 금품등의 가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과 위 검찰과장 2명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으므로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의 상급 공직자와 하급 공직자에 해당하며, 피고인은 하급 공직자인 위 검찰과장 2명에게 위로·격려 등의 목적으로 음식물을 제공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음식물은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에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한다. 다. 위 음식물(식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 즉 금전(격려금) 부분은 그 액수가 각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아 청탁금지법 제22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피고인은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지방검찰청 검사장)로서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 겸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인 위 2명보다 직급상 상위자임은 분명하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인 피고인과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은 직무상 명령·복종관계에 있지는 않다. 검사는, 하급 공직자와 직무상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직급상 상위 공직자만이 위 예외사유에서의 ‘상급 공직자’라는 전제 하에, 피고인은 위 예외사유의 ‘상급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한 것이다(참고로, 청탁금지법의 소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상급자와 하급자는 원칙적으로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는 관계이므로 위 예외사유는 같은 공공기관 소속 및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공직자 사이에서 성립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설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① 검사는 1∼2년 주기로 검찰청 간의 전보나 겸직, 타기관 파견, 복귀 등의 인사이동을 하고 있는 점, ②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장관 소속인데 특히 법무부 근무 검사들은 일선 검찰청 검사로 겸직을 하고 있는 점(이 사건에서도 그러하다), ③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상 법무부 검찰국의 분장사항이 일반적인 검찰 업무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과 위 검찰과장 2명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 예외사유에서의 ‘상급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소극적 구성요건인 위 예외사유를 문언의 본래적 의미를 벗어나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유추하거나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될 수 없는데, ① 상급의 사전적 의미는 ‘보다 높은 등급이나 계급’을 의미하는 점, ② 청탁금지법의 모태가 된 공무원 행동강령뿐 아니라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공무원 징계령 등 다수의 법령에서 상급자, 하급자의 개념에 직무상 명령·복종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는 점, ③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의 예외사유가 ‘상급 공직자와 하급 공직자’의 관계 외에 ‘위로·격려·포상 등’이라는 목적상 제한을 두고 있어 ‘상급 공직자’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더라도 위 예외사유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되지는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상 판결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대상 판결은 위 예외사유에서의 ‘상급 공직자’를 직무상 명령·복종관계는 없더라도 같은 조직에 속하여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상급자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비교적 넓게 해석한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충실하게 따른 판결이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청탁금지법
돈봉투
국정농단
금품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01-15
민사일반
[판례해설] 시내버스에 설치되어야 하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의 의미
원고는 휠체어를 사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지체장애인으로 이 사건 버스를 이용하였다. 이 사건 버스는 2층 광역버스인데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로 ‘수동식 경사로’(휠체어승강설비에 해당한다)가 설치되어 있으나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다만 1층 좌석 중 2석에 접이식 좌석이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 사용 승객이 탑승시 접이식 좌석을 접어 그 자리에 휠체어를 고정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 버스 출입구 쪽을 바라보고 착석할 수 있을 뿐 버스의 전진 방향을 바라보고 착석할 수는 없다. 원고는 이 사건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2심(서울고등법원 2017나2024388)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2에는 시내버스(저상형·일반형·좌석형)에 설치되어야 할 이동편의시설의 하나로 휠체어승강설비 및 교통약자용 좌석을 규정하고 있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별표1에는 교통약자용 좌석에 관하여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길이 1.3미터 이상, 폭 0.75미터 이상 확보하여야 하며, 지지대 등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시내버스에는 휠체어승강설비 및 교통약자용 좌석을 설치해야 하고, 특히 휠체어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이 사건 버스를 이용하여 운송사업을 하는 피고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 다만, 이 사건 버스는 1층에 설치된 접이식 좌석을 접어 그 자리에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데 이것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별표1에서 규정하고 있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 “길이 1.3미터 이상, 폭 0.75미터 이상”에서, ‘길이’는 버스의 긴 방향과 평행한 면을, ‘폭’은 버스의 짧은 방향과 평행한 면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므로(아래 그림 2) 이 사건 버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버스의 공간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라고 보는 것은(아래 그림 1)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의 문언상으로도 타당하지 않지만,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그림 1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 버스 통로의 일부를 침범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은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이 규정하고 있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 될 수 없다. 또한 휠체어의 일부가 통로에 걸쳐 있을 경우 승·하차하는 승객들의 이동이 방해되거나 승객들과 충돌할 위험성이 높다. 둘째, 그림 1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는 버스의 뒤쪽출입구 쪽을 바라본 상태로 착석해야 하는데 이 경우 버스의 전진 방향을 바라보고 착석하는 다른 승객들과 비교하여 급정거 또는 급출발 등의 경우에 상대적으로 높은 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마치 KTX의 역방향 좌석보다 순방향 좌석이 선호되는 것과 비슷하다. 셋째, 그림 1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는 버스 정면을 응시하는 다른 승객들의 좌석방향과 달리 버스 측면만을 보게 되어, 탑승한 시간 내내 자신의 모습이나 표정이 일반 승객들의 정면 시선에 위치하게 되어 모멸감, 불쾌감 또는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넷째, 무엇보다도 그림 1의 경우 통로가 좁아지는 결과 일반 승객들은 휠체어 사용자를 반기지 않을 것이고, 휠체어 사용자도 그와 같은 일반 승객들의 불만으로 인해 시내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한 시설이 오히려 교통약자의 이동 욕구와 의지를 감퇴시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교통약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장애도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정상적이고 발전된 사회이다. 설령 사회적 비용이 들더라도 그렇다. 육교, 대학건물, 아파트 입구에 계단 외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통행로가 설치되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시내버스에도 휠체어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공간이 설치되어야 한다.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교통약자법 제3조).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장애인
교통약자법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버스
차별
채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원)
2018-01-10
민사일반
[판례해설] 시·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에 있어서의 차별구제
1. 판시 내용 이 사건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2. 7. 선고 2016가합508596 판결)은, 시·청각 장애인인 원고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차별 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구제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면서 영화상영관 시설을 보유하고 영화상영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인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피고들이 제작업자 또는 배급업자 등으로부터 화면해설 또는 자막 파일을 제공받은 영화에 관하여 시·청각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영화 관람에 필요한 화면해설·자막·점자자료·통역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상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에 관한 구제조치를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제1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직접 차별, 장애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실질적 불리함으로 안겨주는 간접 차별, 편의시설에서 장애인에게 서비스 제공하기를 거부하는 것 등이다(제4조 제1항). 구체적으로 이 사건 사안에서, ①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해설이,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 FM 보청기기 등의 수단 및 편의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② 피고들은 영화를 상영함에 있어 화면해설, 자막, FM 보청기기를 제공하지 아니하였고, 장애인인 원고들이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영화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구축하지 않았으며, 영화상영관에서 원고들에게 점자자료,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 한국수어 통역을 제공하지도 않았는바, 이 사건 판결은 피고들이 제공하고 있는 영화관람 서비스 및 영화 관련 정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에서도 판시한 바와 같이, 자막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제2호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수단이고, 이를 재생할 수 있는 장비는 같은 법 제24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장비 및 기기”에도 해당하며, 화면해설 및 FM 보청기는 같은 법 제2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하는 “이에 상응하는 수단”이자 화면해설을 재생할 수 있는 장비, FM 보청기는 같은 법 제24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장비 및 기기”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위 판시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을 함에 있어서의 정당한 사유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및 차별행위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차별을 함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3항). 그리고 이 사건 판결은, ① 부산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에서 배리어 프리 영화를 상영하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 영화의 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배리어 프리 영화의 자막을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이 유통되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영화상영관 좌석 뒤에 화면을 설치하여 자막을 제공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존재할 수 있고, ② 위와 같은 장비나 기기는 영화상영관 별로 소수의 장비나 기기 설치로도 설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③ 나아가 피고들은 2014년 기준 국내 전체 스크린 2,281개 중 각 948개, 698개, 452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사업자이므로, 피고들의 국내 스크린 점유율, 보유하고 있는 영화상영관 규모 등에 비추어 장비나 기기 설치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피고들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에, 피고들에게 차별을 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소송에서 처음에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에 대해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해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피고들이 소송 진행 중 그렇게 하는 경우에 부담이 너무 크다고 주장해 영화제작업자나 배급업자로부터 자막이나 화면해설 등을 받은 경우 위와 같은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청구를 최종적으로 변경했던 것으로서, 피고들이 이처럼 자막이나 화면해설 등을 받은 경우에도 이를 제공하는 것에 과도한 부담이 있다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제공하도록 위 판시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4. 법원이 명할 수 있는 구제조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항은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 맞게 구제조치의 내용과 그 범위 등을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피고들에게, 장애인인 원고들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이용하기 위하여 ① 화면해설 또는 자막 파일을 제공하는 영화에 관하여 시각장애인인 원고들에게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인 원고에게 자막, FM 보청기를,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에게 자막을 제공할 것, ② 원고들이 영화 및 영화관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통하여 원고들에게 화면해설 또는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와 영화 관련 정보(상영관, 상영시간) 및 그 밖에 장애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의의 내용을 제공하고, 영화사영관에서 시각장애인인 원고에게 점자 자료 또는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를, 청각장애인인 원고, 청각·언어장애인에게 한국수어 통역 또는 문자에 의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는바, 이러한 조치들은 장애인인 원고들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이용하기 위하여 필수적이고 적정한 조치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구제조치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5. 결론 이 사건 판결은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삽입된 채 제작된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에 대해 편의 제공이 이루어져 장애인이 영화 관람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장애인차별금지법
간접차별
영화관
장애인
영화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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