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원의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기소된 철거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해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대해 검찰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등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 고연금 판사는 28일 용산참사 당시 농성을 주도하고 화염병을 사용해 진압 경찰관들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로 기소된 이모씨 등 철거민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0가단67744)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각 300만원씩 모두 1,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원이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처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명한 이상, 법치국가와 권력분립의 원칙상 검사로서는 당연히 법원의 결정을 지체없이 따라야 한다"며 "당시 검찰의 거부행위는 원고들의 열람·등사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원고들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의 거부행위로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거부행위에 대한 검사의 고의 내지 과실도 인정되므로 국가는 소속 공무원인 검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검찰은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5항은 검사가 법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용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지 못할 뿐 다른 제재는 없으며 검찰이 이 사건 공판과정에서 미공개 부분을 증거로 제출하지도 않았다"며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들에게 열람·등사를 허용해줘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어 "수사기록 공개 거부는 검찰의 직무상 판단에 따른 것인데 이번 판결과 같은 식으로 검찰의 과실을 인정한다면 법원 판사들도 2심, 3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때마다 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용산참사 사건으로 지난해 2월 기소된 이씨 등은 1심 공판과정에서 검찰이 수사기록 가운데 진압 당시 경찰 지휘부의 진술 등이 포함된 2,160쪽을 공개하지 않자 재판부에 미공개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해 달라고 신청했다. 재판부는 지난 4월 이씨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열람·등사 허용 결정을 했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고, 공판은 그대로 진행돼 이씨 등은 징역 5~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씨 등은 이후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항소심 공판에서도 미공개 수사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허용을 요구했고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재판부에 배당됐던 관련 재정신청사건을 재배당받아 심리하면서 재정신청사건 기록에 편철돼 있던 미공개 수사기록을 이씨 등이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에대해 검찰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하면서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는 한편 대법원에 재항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원의 기록 열람·등사허용 처분은 재정신청사건을 심리 중이던 원심법원에 재정신청과 관련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변호인 등이 재정신청사건기록에 편철된 수사기록에 대해 열람·등사 신청서를 제출하자 재판장이 이를 받아들이는 취지의 날인을 한 것"이라며 "검찰이 재항고의 대상으로 삼은 기록 열람·등사 허용처분은 재판장의 처분에 불과할 뿐 형사소송법 제415조에 의한 불복대상인 '법원의 결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2010모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