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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첫 인정
사실혼 관계에 있는 외국인 어머니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자녀의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우리나라 국적의 아버지가 대신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결정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씨가 낸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확인 신청(2020스575)에서 원고패소 결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3년 우리나라로 귀화한 남성 A씨는 중국인 여성 B씨와 사실혼 관계로, 2018년 9월 청주시 한 병원에서 자녀인 C양을 낳고 출생등록을 하려했다. 하지만 관할 주민센터는 "2009년 B씨의 중국 여권갱신이 불허됐고, 이후 일본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중국 여권이 아닌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이용해 우리나라에 출입했다"며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A씨는 C양에 대한 친생자출생신고를 위해 법원에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확인 신청을 냈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는 '모(母)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父)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부가 혼인 외 자녀에 대해 친생자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인 자(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며 "우리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해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그 절차가 복잡해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그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며,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는 우리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규정해 아동 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출생신고가 객관적 진실에 부합되도록 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며 "이 조항에서 정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출생신고에 필요한 모의 인적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 뿐만 아니라 △모의 소재불명,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모가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와 C양의 유전자 검사 결과 등에 의하면 부자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어머니인 B씨는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 해당돼 아버지인 A씨는 C양에 대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1,2심은 "B씨는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결정에 따라 미혼부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보다 간소하게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혼
출생신고
출생등록
혼외친생자
손현수 기자
2020-06-09
민사일반
[판결] "고(故) 조영래 변호사 유족에게 1억1400여만원 배상하라"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으로 영장도 없이 구금돼 고문 등을 당했던 고(故) 조영래 변호사의 유족들에 대해 국가가 1억14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9부(재판장 이민수 부장판사)는 조 변호사의 부인 이옥경씨 등 유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64795)에서 최근 "국가는 유족에게 총 1억1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5월 30일 서울고법이 조 변호사를 피고인으로 한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의 재심에서 "전체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47년만에 무죄 판결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조 변호사가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 사법경찰관들에 의해 열흘간 영장없이 구금됐고, 불법 구금 중 구타나 불리한 진술 강요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변호인의 조력이나 가족의 접견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로 유죄 판결을 선고 받은 조 변호사와 부모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조 변호사의 형제·자매 역시 가족의 장기구금과 이적행위자라는 오명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은 박정희정권 시절인 1971년 중앙정보부가 기획해 발표한 것으로, 군사정권 시기 대표적 용공 혐의 조작 공안사건 중 하나다. 당시 사법연수생이던 조 변호사는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서울대생 4명과 함께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후 징역 1년 6개월형이 확정됐다. 사법연수원에서 제적된 그는 1973년에 만기 출소한 후로도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돼 1980년에 수배가 해제될 때까지 도피 생활을 계속했다. 그는 수배 해제 후 사법연수원에 재입소해 1982년 수료했다. 우리나라 대표적 인권 변호사로 불리는 조 변호사는 △망원동 수해 주민 집단소송 △여성 조기정년제 철폐소송 △부천서 성고문 사건 △연탄공장 인근 주민 진폐증 소송 △군사정권 보도지침 사건 등의 변론을 맡았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조 변호사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1억800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은 구금되거나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이 무죄 판결을 받거나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받은 경우 무죄 판결 등을 한 관할법원에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영래
국가배상
내란음모
조문경 기자
2020-05-06
행정사건
[판결](단독) 이사회 1주일 전 개최 날짜 미통지 이유… 서울시, 복지관 대표 해임은 부당
이사회 1주일 전에 미리 이사회 개최 날짜를 통지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서울시가 복지관 대표를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사회 소집절차 미준수는 사회복지사업법상 임원해임명령을 할 수 있는 '현저한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소송(2019구합76726)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의 I사회복지법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A씨는 지난해 6월 서울시로부터 해임 처분 통보를 받았다. 서울시가 실시한 감사 결과 이사회 소집통지 절차를 5회 미준수 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A씨는 "사전에 조율을 거친 최종 일정만 이사회 개최에 임박해 공문으로 통지한 것"이라며 "공문을 통한 소집통보일이 이사회 개최일로부터 7일 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통지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2조 1항 2호는 '회계부정이나 인권침해 등 현저한 불법행위 등이 발견됐을 때' 임원해임명령을 발령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며 "이는 사회복지법인이 범한 모든 위법 및 부당행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위법 및 부당행위로 인해 법인의 임원을 해임하지 않고서는 그 법인의 유지와 목적사업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집절차 미통지 ‘현저한 불법행위’ 해당 안돼 이어 "소집통지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 수차례 반복됐다 한들, 그로 인한 이사회 결의의 효력이 다투어져 I법인의 유지 및 목적사업의 수행이 어려워졌다는 사정 등을 확인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한 이를 두고 '현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지적하는 세 번의 이사회의 경우 그 소집통지기간이 법정기간보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단축됐을 뿐이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사회 결의의 효력이 무효로 돌아갈 만한 중대한 위법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A씨에 대한 해임처분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는 서울시가 제시한 근거 법률이 정하는 임원해임명령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사회
해임
사회복지사업법
박미영 기자
2020-05-04
민사일반
[판결] "자백진술 과장"… 신문조서 작성상 의무 위반 첫 인정
경찰이 성폭행 혐의를 받는 청소년들을 '장문단답' 식으로 조사하고도 '단문장답' 형식으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것은 자백진술을 과장해 조서를 작성한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해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직무상 의무위반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가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풀려난 10대 A군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다224797)에서 "국가는 모두 1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29일 확정했다. A군(사건 당시 15세) 등 중·고학교 선후배인 이들 4명은 2010년 경기도 수원시 한 아파트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당시 18세)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 중 일부는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경찰관이 장문의 질문을 던지면 단답으로 대답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자백했다. 그런데 경찰관은 피의자 신문조서에 문답을 바꿔 마치 A군 등이 자발적으로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처럼 단문장답 형식으로 기재했다. 이후 A군 등은 모두 범행을 부인했다. 한편 법원은 경찰이 작성한 자백진술 조서를 근거로 A군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및 공범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A군 등이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자 이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고 석방했다. 이에 A군 등과 이들의 부모는 "진술 증거 조작 및 경찰이 수사과정 전반에 있어 적법절차 준수 및 수사원칙을 위반했다"며 "A군 등 10대 4명에게는 3000만원씩, 부모들에게는 500만~1000만원씩 배상하라"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경찰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직무상 의무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1,2심은 "사법경찰관이 제1회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과정에서 장문단답의 실제 신문내용을 단문장답으로 바꾸어 기재한 것은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직무상 과실에 해당한다"며 "해당 조서는 이후 영장심사 단계 및 검찰 수사 과정에서 소년인 원고들의 피의자로서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하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국가는 소년인 원고들과 보호자들에게 조서 작성 과정에서의 직무상 과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위자료를 일부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군 등에게는 300만원씩, 부모들에게는 1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A군 등과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할 때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하여야 하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다"며 "특히 피의자가 소년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에는 수사과정에서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배려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경찰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조서화하는 과정에서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경찰관이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함으로써 피의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국가는 그로 인해 피의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에 있어 직무상 의무위반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실상 최초의 선례"라고 설명했다.
성폭행
자백진술
국가배상
손현수 기자
2020-04-29
형사일반
[판결] '교도소 독방 거래' 변호사, 징역형 확정
교도소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독방거래' 브로커 역할을 한 변호사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모 변호사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9도14775). 판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교도소 수용자 3명에게 여러 명이 쓰는 혼거수용 거실에서 1인실로 옮겨 주겠다며 그 대가로 3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 변호사는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받은 돈은 형사사건 자문료로 받은 것으로 하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가 독방거래를 제의한 3명 중에는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동생 희문씨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씨의 경우 돈을 다시 돌려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1심은 "인권과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의 공적 지위를 망각하고 공여자들의 그릇된 믿음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교정시설 운영에 관한 교정공무원 직무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2200만원을 명령했다. 2심도 "김 변호사는 정당한 변호 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수용자들에게 변호사로서 적법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등 적법 절차에 따른 대행을 하는 취지로 설명한 것이 아니라, 교정청과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언급하며 개인적 인맥이나 이면의 어떤 역할을 통해 독방으로 이동을 시켜준다고 설명했다"며 "변호사로서 공익적 지위를 크게 훼손사고 사법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유사한 다른 사안과 비교하면 김 변호사가 얻은 금전적 이익이 크지 않고, 유·무죄를 다투지만 기본적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회한의 반성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추징금은 1심과 같이 선고했다. 대법원은 김 변호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변호사 징계절차는 유죄 확정 판결이 나면 대한변호사협회가 그 사실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전달하고, 징계개시 신청권자인 지방변호사회가 대한변협에 징계를 요청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알선수재
독방거래
교도소
손현수 기자
2020-04-10
형사일반
[판결](단독) 구속피의자 신문 때 수갑 풀어달라는 요청 묵살, 변호인 강제 퇴실… “위법”
검찰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구속 피의자의 수갑을 풀어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을 거부하고 변호인을 강제 퇴거시킨 검사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방어권 보장 등의 측면에서 피의자 신문 때 계구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천명했다. 검찰 신문과정에서 피의자의 신체적 자유 등 인권을 보장하고 변호인의 참여권을 두텁게 보호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옛 통합진보당 청년위원장 A씨와 그의 변호인인 B변호사가 "피의자 수갑을 풀어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을 거부하고 변호인을 퇴거시킨 검사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준항고 신청을 인용한 것에 반발해 검찰이 낸 준항고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2015모2357)를 최근 기각했다. A씨는 2013년 5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주도한 회합에 참석해 이 전 의원의 반미·친북 발언에 박수치는 등 동조하고, 후방혁명전과 사상전, 대중선전전 준비 태세 등을 토론한 혐의로 2015년 5월 구속됐다. A씨는 이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B변호사와 수원지검 영상녹화조사실에 들어갔다. 담당교도관은 A씨가 입실하기 직전 포승은 풀었으나 수갑은 해제하지 않았다. 조사를 맡은 C검사는 A씨가 수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신문을 시작했고, 이에 B변호사는 검사에게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C검사는 "인정 신문을 한 뒤 교도관에게 수갑 해제를 요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B변호사는 이에 반발하며 15분간 계속 수갑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C검사는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B변호사를 조사실에서 강제 퇴거시켰다. 이후 C검사는 A씨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등 인정 신문을 시작했지만 A씨가 답변을 거부하자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후 교도관에게 A씨의 수갑을 풀어주라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피의자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찰은 위법적인 방법으로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이에 항의하는 변호인을 강제로 끌어내 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론권을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사 퇴실 조치도 변호인 신문 참여권 제한” 지적 이에 수원지검은 "검사가 인정 신문을 하려고 하자 변호인이 의자에서 일어선 채 수갑 해제를 계속 요구해 잠시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변호인이 이를 거부한 채 15분간이나 거듭 같은 요구만 되풀이했다"며 "변호인의 행위가 수사 방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세 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를 듣지 않아 부득이하게 퇴실 조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의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며 "검사가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신문할 때 피의자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피의자에게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교도관에게 수갑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조치는 준항고 대상이 되는 '구금에 관한 처분'이고, A씨에게 도주·자해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검사의 처분은 위법하다"면서 "특히 검사가 인정 신문을 마친 뒤 곧바로 교도관에게 수갑 해제를 요청한 점에 비춰보면 인정 신문 전에 수갑을 착용하도록 강제할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변호인을 퇴실시킨 것 역시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의 참여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변호인 등이 참여를 신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며 "이때 정당한 사유란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염려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지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 중 부당한 신문 방법에 대한 이의제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인을 조사실에서 퇴거시키는 조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처분취소 인용결정’에 대한 검찰 재항고 기각 앞서 원심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도주·폭행 등의 위험이 없는 한 검사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피의자 신문 절차에서 담당 교도관에게 보호 장비 해제를 요청하고 보호 장비가 해제된 다음 인정 신문을 시작해야 한다"며 "계호 인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피의자가 사복을 착용한 경우는 조사를 받을 때 일어나는 통상적인 일로서, 단지 공범이 며칠 전 자해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A씨도 자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대법원 결정은 피의자 신문을 시작하기 전 단계부터 검사가 피의자의 수갑을 해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의자의 신체적 자유가 확장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나아가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는 변호인의 참여권을 배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검찰 피의자 신문 단계에서 대법원이 피의자의 인권과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찬희(55·사법연수원 30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피의자인 국민의 기본권 및 인권과 변호인의 조력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로서 수사기관에서 최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며 "이번 대법원 결정은 국민의 인권과 변론권 보장을 재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고, 수사기관은 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9월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피의자 등의 수갑·포승 등 보호장비 해제를 통한 신체의 자유 보장을 위해 '구속 피의자 등 조사 시 보호장비 해제 및 사용에 관한 지침(대검 예규)'을 제정·시행했다. 지침은 피의자 신문 때 보호장비를 해제하는 것이 원칙임을 명문화하고, 피의자의 '자살, 자해, 도주, 폭행, 난동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에만 예외적 보호장비를 사용할 것을 규정했다. 또 법무부는 지난 1월 '검찰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참여제한 사유를 '증거인멸, 공범도피, 중요참고인 위해 등'으로 보다 구체화했다. 검사가 변호인 참여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불복방법을 고지하도록 하고, 다른 변호인의 참여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국가보안법
퇴거
수갑
손현수 기자
2020-04-09
행정사건
[판결](단독) ‘원생 협박’ 아동복지시설 원장 해임은 정당
원생들에게 '정신병원 입원', '강제 퇴소조치' 등을 언급하며 통제한 아동복지시설 원장에 대한 해임 조치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등 중징계 조치 권고처분 취소소송(2018구합81134)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만 18세 미만의 여성 보호대상자들이 입소하는 B아동복지시설 원장이었다. 인권위는 2018년 1월 B시설의 아동 인권침해 여부에 관해 직권조사를 하기로 의결하고, 2018년 2월부터 같은 해 4월까지 현장조사, 자료조사 등을 실시했다. 그 결과 A씨가 원생들에 대해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정신병원 입원 시도 등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인권위는 A씨에 대해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내릴 것을 관계기관에 권고했고, 이에 반발한 A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원생인 아동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시도한 행위는 정신병원 입원치료를 주로 아동에 대한 통제나 관리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며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관해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했더라도 이는 형사적인 범죄 혐의 인정 여부에 관한 검사의 판단이므로, 인권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반드시 이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기본적 보호·양육 소홀” 원고패소 판결 이어 "B시설에 입소한 아동들은 가정에서 학대·방임을 당하는 등 적절한 양육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거나 보호자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A씨는 아동들에 대해 기본적인 보호와 양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아동들에 대해 일시 귀가조치를 하거나 다른 시설로 전원을 시도한 행위는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아동에 대한 기본적 보호·양육을 소홀히 하는 것으로 아동복지법 취지에 반하는 행위"라며 "A씨는 다른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행위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아동들에 대해 이처럼 권리 침해 소지가 큰 조치를 취했어야 할 급박하거나 현실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해임
정신병원
아동복지시설
박미영 기자
2020-04-02
민사일반
[판결] "긴급조치 피해자 위자료, 재심 무죄 확정 '3년 내' 청구 가능"
긴급조치 피해자가 국가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시한인 소멸시효는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게 된 지 3년 이내'라고 판단한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가 갖는 국가배상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제도 등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첫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긴급조치 피해자 A씨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나2036194)에서 "국가는 2억8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75년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하며 유신체제를 비판하고 대한민국 헌법 폐지를 주장하는 내용의 간행물을 제작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영장 없이 체포·구금됐고 조사 과정에서 극심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A씨는 1년여가 지난뒤에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A씨는 이후 2013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자 재심을 청구했고 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앞서 1심은 헌재가 2018년 내린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 적극적·소극적 손해만 포함할 뿐,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A씨가 생활지원금을 수령했어도 국가는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 등의 위법행위와 유죄 판결 및 그에 따른 복역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이에 대한 소멸시효를 6개월로 판단해 그 이후에 청구한 A씨 가족의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과거사 사건에서는 소멸시효를 3년으로 봐야 한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올린 것이다. 재판부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중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의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자는 재심으로 기존 유죄 확정 판결이 취소된 후에야 비로소 불법행위 요건을 인식할 수 있다"며 "피해자 등이 재심 무죄 확정 판결이 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국가에 배상을 청구하면 단기소멸시효를 지킨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8년 헌재 결정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당시 국민보도연맹 등 과거사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2014헌바148등)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기간 등을 정한 민법 제166조 1항과 제766조 2항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등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1항 3·4호가 규정하고 있는 사건에 적용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일부위헌 결정한 바 있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내고 "소멸시효를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로 본 것은 긴급조치 피해자 사건에서는 최초의 고등법원 판결"이라며 "종래 대법원이 밝힌 내용보다 긴급조치 피해자 구제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긴급조치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
박미영 기자
2020-02-13
형사일반
[판결](단독) 긴급체포시 피의자가 임의제출한 휴대폰 ‘증거능력’ 없다
현행범 체포나 긴급체포 때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한 휴대폰을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한 것은 위법하므로 이렇게 확보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최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9고합441). A씨는 지난 5월 마약을 소지하고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씨에게 휴대전화가 어디 있는지 물은 다음 A씨가 몸에 지니고 있던 휴대폰을 확보했다. 경찰은 A씨에게 휴대폰 잠금장치를 해제하도록 한 뒤 마약 매매와 관련해 A씨가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등 일부를 촬영했다. 이후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으로 A씨의 휴대폰을 가져간 뒤 나머지 텔레그램 메시지와 메모 등을 촬영했다. 이틀 후 경찰은 A씨의 차량과 주거지 등에서 압수한 물건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A씨의 휴대폰과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 등을 촬영한 영상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받지 않았다. A씨는 수사과정에서 혐의 내용을 자백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피고인의 휴대폰 전자정보 출력물 1권'에 대한 압수조서(임의제출)를 작성하고 A씨로부터 그러한 취지의 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받은 다음 A씨를 기소했다. 법원은 긴급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 받은 휴대폰을 영장없이 압수수색해 얻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은 영장주의 원칙을 선언하는 한편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로 긴급체포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때에도 48시간 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도록 한 것은 수사의 효율성이 남용돼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체포 경우라도 영장 없이 압수수색은 위법 이어 "근래 이러한 위험은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한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수색의 경우 더욱 커지는데, 휴대전화는 대량의 전자정보를 저장하는 저장매체일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버에 전자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단말기이기도 하므로, 그 안에 있는 파일은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내용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혼재돼 있어 종전의 일반적인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보다 대상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고, 파일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무제한적인 수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을 통해 휴대전화를 손쉽게 입수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등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또 "휴대전화에 대한 무제한적인 탐색은 주거지의 점유를 아예 수사기관에 내줘 수사기관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몇번이든 수색을 허용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다"며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형사소송의 목표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객관적 진실 규명이 저해되거나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헌법이 정하는 적법절차의 테두리 내에서 추구돼야 할 가치이므로, 영장주의 원칙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은 헌법이 금지하는 자기부죄에 가까운 것으로서 휴대폰 개발 전에 우리 헌법과 형소법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수사기관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피의자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는 방법으로 확보하는 것은 영장주의 원칙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며 "다만 면도칼 등 날카로운 도구를 숨기거나 폭발물 등 원격 조정에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수사기관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무기로 사용되는 경우 또는 인신매매된 사람의 위치 등 특수한 생명 위협 관련 정보가 저장된 경우 등 아주 예외적으로만 임의제출에 의한 휴대전화의 압수수색이 허용되며, 이 같은 경우라도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긴급체포 현장에서 영장없이 적법하게 휴대전화를 압수했더라도 이를 근거로 그 안에 든 전자정보까지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찰이 확보한 영상물은 영장 없이 압수한 것으로 48시간 내 사후영장도 청구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검찰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이 출력물을 임의제출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제출하고 '압수조서(임의제출)'가 작성됐다고 하더라도 증거수집 과정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실체적 진실발견은 적법절차의 테두리 내서 추구 재판부는 다만 다른 증거들로도 A씨의 필로폰 소지·제공, 대마 재배·소지 혐의 등이 인정된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8월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지하철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2018노2757). 당시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체포대상자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체포대상자에게서 증거물을 제출받는 것은 강제에 가깝다는 취지로 현행범이 체포현장에서 임의제출한 휴대폰을 영장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체포현장에서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수색을 허용함으로써, 수사기관은 현행범이 임의제출한 증거물을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하고도 추후에 영장을 신청하지 않는 등 긴급압수물에 대한 사후 영장제도를 형해화하고 있다"며 "대법원이 체포대상자의 임의성 없는 압수물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있지만,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수사기관은 체포대상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체포대상자로부터 증거물을 제출받는 절차가 강제성을 띠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장 없는 압수수색은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에는 어긋나지만 영장주의 원칙에는 오히려 충실하다"며 "수사기관은 현행범에게서 증거물을 압수수색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긴급압수한 후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사후 영장을 발부받으면 되므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증거능력
긴급체포
압수수색
휴대폰압수
박수연 기자
2019-12-23
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민변 안에 북변' 하태경 의원 글, 명예훼손 아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SNS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안에 북한을 변호하는 이들이 있다'는 취지로 글을 올린 것을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3일 민변이 하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다224494)에서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하 의원은 2015년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대사를 피습한) 김기종의 변호사는 민변 소속인데 머릿속은 '북변'(북한 변호)이다", "민변 안에 북변인 분들 꽤 있죠"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민변은 "김기종씨의 변호인은 민변 회원이 아닌데도 하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민변을 종북 인사가 상당수 포함된 단체로 지칭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북변'이라는 용어가 '종북 변호사'를 뜻하는 것으로 사용됐는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북'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며 "해당 표현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하 의원의 표현을 구체적인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고 민변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하 의원은 '종북 변호사'라는 의미로 '북변'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사회에서 '종북'이란 용어는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서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민변 안에 북변이 꽤 있다'는 표현은 민변의 활동이 원래 목적인 인권 옹호에서 벗어나 종북 세력을 비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며 "하 의원은 민변에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하태경
민변
북한
명예훼손
손현수 기자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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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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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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