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일실수입 산정 때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주 5일 근무제 등 변화한 시대상에 맞춰 기존 경험칙으로 인정되던 22일이 아닌 18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일실수입이란 피해자가 사고로 잃게 된 장래소득을 말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이종광 부장판사)는 의료과실로 신체장애를 입게 된 A씨가 담당 의사인 B씨와 병원장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나50009)에서 최근 1심을 취소하고 "A씨에게 7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실수입을 산정하면서 도시 일용근로자 월 가동일수를 18일로 적용해 1심에서 인정된 6000여만원의 일실수입을 5100여만으로 낮춰 재산정했다. 이에 따라 일실수입과 위자료 등을 포함한 손해배상액 총액이 1심 7800여만원에서 700만원가량 줄었다.
A씨는 2014년 왼쪽 무릎 관절염을 수술받는 과정에서 B씨의 의료과실에 따른 신경손상 등으로 근육이 약화돼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한 채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일명 '족하수' 증상이 발생해 영구적 보행장애 피해를 입게 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처럼 사고로 근로능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은 경우 '일실수입'을 산정한다. 이때 일실수입은 은퇴할 때까지 남은 기간과 시간당 근로소득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1심 재판부는 일실수입 산정 기준이 되는 월 근무일수를 기존 판례대로 22일로 적용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 등을 반영해 가동일수를 월 18일로 산정하고 이를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의 재산상 손해 중 일실수입을 5100여만원, 적극적 손해를 1900여만원으로 산정하고, 이에 대한 피고들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또 위자료는 1500만원으로 산정해 최종적으로 71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오늘날 우리 경제는 선진화되고 레저산업이 발달돼 근로자들도 종전처럼 일과 수입에만 매여 있지 않고 생활의 여유를 즐기려는 추세"라며 "1990년대 후반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이 처음 등장한 이후 2003년 9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주 5일 근무로 변경됐고, 같은 해 11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대체공휴일이 신설되는 등 법정근로일수는 줄고 공휴일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정규근로자 뿐만 아니라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단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 및 근로조건의 변화"라며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더라도 도시 일용근로자와 관련된 고용형태별, 직종별, 산업별 월 가동일수는 월 22일보다 감소하고 있고, 이러한 감소 추세는 단순히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자들의 수입은 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인데, 1995년부터 정부노임단가가 폐지되고 시중노임단가에 의해 일용노임이 산정되고, 최근 가동연한이 60세에서 65세로 상향된 점도 영향이 크다"며 "결국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를 월 22일로 본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현재 시점에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앞으로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를 반영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단순노무 종사자 비정규근로자와 건설업 근로자의 가동일수의 평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월 18일을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기존에도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과 달리 법원에 현저한 사실, 통계자료, 직종별 특성 등을 반영해 월 22일보다 적은 가동일수를 인정한 하급심이 존재했다"면서 "최근 보험회사 등을 중심으로 실제 현황과 통계에 맞게 월 가동일수 감축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고, 실제 사건에서 그러한 주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근거를 기초로 자세한 논증을 거쳐 근본적으로 도시 일용근로자에 관한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이 변경될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