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국가는 변호사와 피의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항소2부(재판장 김영란·金英蘭 부장판사)는 4일 김모 변호사 등 변호사 2명과 최모씨 등 피의자 4명이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만큼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01나66139)에서 "국가는 변호사에게 3백만원씩을, 피의자에게 5백만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정보원 직원이 김 변호사와 박모씨의 접견장면을 사진촬영한 것은 자유로운 접견을 방해하고, 감시될 수 있다는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한 행위로서 변호인과 구속된 피의자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정보원 담당공무원은 이모 변호사가 변호인이 되려는 자임을 알면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접견을 거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헌법 제12조4항 본문에 의해 보장된 최씨 등의 접견교통권과 형사소송법 제34조에 의해 보장된 이 변호사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변호인이 되려는 변호사는 국가정보원에게 변호인이 되려는 의사를 표시함에 있어 국가정보원이 그 의사를 인식하는데 적당한 방법을 사용하면 되고 반드시 문서로서 의사를 표시할 필요는 없다"며 "이 변호사는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변호인이 되려는 의사를 구두로 표시했으므로 접견거부조치는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2000년 8·9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수감돼 있던 최씨 등을 접견할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이 접견장면을 촬영하고, 변호사 선임계와 가족들의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접견을 거부하자 이 사건 소송을 내 1심에서도 일부승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