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 중 성추행을 당한 직원에게 성희롱 및 모욕적 발언을 한 직장 상사와 사용자인 회사에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회사가 성추행 사건과 별개로 허위문서작성과 근무지 무단이탈 등의 이유로 성추행 피해자에게 내린 징계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부(재판장 김지영 부장판사)는 A씨가 ㈜한국중부발전과 직장상사인 B씨,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7나4354)에서 "중부발전은 B씨와 공동해 3000만원을, C씨와 공동해 12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중부발전 직원인 A씨는 2012년 9월 이탈리아로 해외교육을 위한 출장을 갔다가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하지만 이 회사 해외교육 담당자인 C씨는 A씨의 피해를 구제하기는커녕 A씨에게 '몇 명이나 후리고 다녔냐'며 성희롱적 발언을 하고, 다른 직원들이 있는 앞에서 '냄새 나니 옷 좀 빨아 입고 다녀라'는 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성추행 건과 별개로 C씨의 성희롱 사실 등을 회사에 알렸다. 3개월 뒤 열린 징계위원회는 B씨에게 해임, C씨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징계위는 허위문서작성과 근무지 무단이탈 등의 혐의를 적용해 A씨도 해임했다. '출장 중 자유여행 일정을 넣는 게 관례'라는 B씨의 조언대로 A씨가 자유여행이 포함된 출장기안을 올린 것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A씨가 반발하자 사측은 2013년 1월 정직 6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이후 A씨는 2015년5월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회사는 B씨와 공동해 3000만원을, C씨와 공동해 2000만원을 배상하는 한편 해임 등 부당한 처분을 한 데 대해 66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의 성적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을 주는 강제적 신체접촉을 했다"며 "이씨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 "C씨도 A씨가 처신을 잘못해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며 "책임 소재를 왜곡해 A씨에게 오히려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의 추행행위와 C씨의 발언은 회사의 사무집행과 관련성이 있다"며 "회사는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회사가 A씨에게 내린 징계처분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건과 별개로 A씨의 부당한 해외출장을 이유로 한 것"이라며 1심과 달리 A씨에 대한 징계가 적법하다고 봤다.
앞서 1심은 지난해 12월 "회사와 B씨 등은 총 1억1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