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공소장의 범행장소와 시기가 잘못 기재됐다고 주장하는데도 재판부가 공소장변경 절차없이 그대로 유죄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사기혐의로 기소된 부동산업자 고모(36)씨에 대한 상고심(2011도1460)에서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항소이유서를 통해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죄의 일시, 장소와 그에 따라 1심판결이 인정한 범죄사실의 일시, 장소가 잘못 특정됐음을 명시적으로 지적함과 아울러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기망행위의 일시, 장소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투면서 기망행위의 일시, 장소 및 내용 등에 관해 공소장변경이 이뤄지면 그에 관해 다시 자세히 다툴 뜻을 명확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그런데도 원심이 다른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면서도 정작 피고인이 다투는 피해자 김모씨에 대한 기망행위의 일시, 장소에 관해서는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은 채 공소장 변경없이 직권으로 공소사실과 기망행위의 일시, 장소를 전혀 달리하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고씨는 아파트입주권 매매대금을 속여 판매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고씨는 피해자 김씨에게 '2007년11월 하순경 서울 서초동 서초경찰서 매점'에서 김씨를 속여 입주권을 판매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날짜와 장소가 잘못됐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이 피해자 김씨에 대한 사기부분 중 기망행위의 일시, 장소에 관해 공소장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1심과 같이 징역 8월을 선고하자 고씨는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