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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이익소각계약의 해제시 원상회복 방법
1. 사실관계 가. 갑 주식회사의 2대주주인 을, 병은 을의 지분을 이익소각하는 방식으로 을의 출자를 환급하여 주기로 합의하고 갑 주식회사, 을, 병 및 그 관계회사들이 당사자가 되어 이익소각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위 이익소각계약에 따라 갑 주식회사는 이익소각절차를 밟았고 을은 자신의 지분 중 60% 가량을 소각하였다. 다. 그러나 갑 주식회사는 위 소각에 대한 소각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던 중 그 이행을 지체하였고 을은 갑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 소각대금잔금의 지급을 최고한 후 위 이익소각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서 소각된 주식의 재발행(신주발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가. 을이 소로써 구하는 신주발행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갑 주식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함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을에게 원상회복 방법으로 위와 같이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갑 주식회사 정관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나. 을은 갑 주식회사가 을에게 신주를 발행한다고 하여 실질적으로 신주인수권이 침해되는 주주가 없다고 주장하나, 주주 의결권 행사의 자유, 주식 양도 자유와 그 행사 가능성을 고려하면 을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나머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주식회사의 실질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갑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다. 을이 청구하는 신주발행의 취지를 갑 주식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이를 을에게 이전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자기주식취득 역시 강행법규인 상법 제341조의 예외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을의 위 주장도 이유없다. 3. 사건의 경과 을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09. 3.12. 대상 판결을 확정하는 내용의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다10399 판결). 4. 평석 가. 문제의 소재 대상 판결에서는 ① 이 사건 이익소각계약을 해제할 경우 이미 소각된 주식의 원상회복방법은 무엇인지 여부와 ② 만일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한다면 이는 상법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나. 이익소각계약 해제시의 원상회복방법 대상 판결은 이익소각계약에 따라 이익소각이 이루어진 뒤에 위 계약이 해제된 경우의 원상회복방법으로서 신주의 발행과 자기주식의 취득을 검토하고 있다. 신주의 발행은 을이 청구취지로서 주장하였던 것이고, 자기주식의 취득은 을이 청구취지에 추가하기 위하여 변론재개를 신청하였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유로서 대상 판결은 청구취지에 자기주식의 취득에 의한 원상회복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볼 경우의 판단도 덧붙이고 있다. 다. 원상회복을 위한 신주인수권 부여 대상 판결에서 을에 대한 원상회복을 위하여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면 이는 제3자의 신주인수권에 관한 문제가 된다. 상법 제418조는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적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상법 제418조는 강행규정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상법 제418조에 의하면 주식회사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으나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어야 한다. 대상 판결의 경우 이익소각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을 ‘경영상 목적’에 포섭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이다. 아직까지 ‘경영상 목적’의 범위에 관하여 판시한 판례는 발견하기 어려우나 학설상으로는 외국자본의 도입, 전후방 연계시장의 확보 등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고 주주배정에 의해서는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들고 있다(이철송, 「회사법강의」, 제15판, 박영사, 2008, 709면). 대상 판결의 경우 이익소각계약의 목적이 본래 주주간의 지분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이 문제로 된 것이므로 이를 위하여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행위를 ‘경영상 목적’에 기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기 위하여는 이에 관한 사항이 정관에 규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대상 판결의 경우 정관의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을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강행법규인 상법 제418조에 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라. 원상회복을 위한 자기주식취득 대상 판결은 원상회복을 위한 자기주식취득과 관련하여서도 상법 제341조에 규정된 자기주식취득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시하고 있다. 대상 판결의 경우 갑이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면 이를 자기의 계산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을에 대한 의무이행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의 계산이란 주식의 취득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즉 손익이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의미인데 주식취득을 위한 비용은 갑이 지출해야 할 것이므로 손실이 갑에게 귀속됨은 분명하다. 따라서 갑이 원상회복을 위하여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면 이는 자기의 계산에 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강행법규인 상법 제341조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마. 강행법규 위반과 신의칙의 관계 그러나, 대상 판결의 경우 각각의 개별규정을 떠나서 좀더 넓은 시야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을 이외의 주주들 대부분이 갑 주식회사 또는 병과 특수관계에 있으며 동시에 이익소각계약상의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신주인수권 부여를 거부하는 갑 주식회사의 행위는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행법규 위반과 신의칙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어느 것을 우선하여야 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 비교법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독일연방대법원은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인 계약이라 할지라도 그 무효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무효주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BGHZ 85, 39), 일본의 최고재판소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영업양도계약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그 양수인이 이미 이행지체에 빠진 자신의 나머지 채무이행을 거절하기 위하여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최고재판소 1986. 9. 11. 선고 판결). 한편, 우리나라의 대법원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주 전원이 영업양도 약정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회사측에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의 흠결을 이유로 재산양도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3. 3.28. 선고, 2001다14085 판결). 결국 어느 경우에 신의칙이 우선할 것인지의 문제만이 남는다고 할 것인 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비교법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이익형량이 일응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강행법규와 신의칙 위반의 관계에 비추어 보면 대상 판결의 경우 갑이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의무위반을 거부하는 행위는 신의칙에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대상 판결은 이 점에 관하여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였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 법인격부인론과의 관계 대상 판결은 법인격부인론과 관련하여서도 흥미로운 언급을 하고 있다. 즉, 대상 판결은 상법 제418조, 제341조의 강행법규성을 설시하면서 만일 갑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있다면 위 규정들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갑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주식회사에 관한 상법의 규정은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는 다른 사건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법리라고 생각된다.
2009-10-15
대표자의 횡령과 자세
Ⅰ.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코스닥상장법인인 F 주식회사(이하 ‘대상회사’)의 대주주였던 A는 2001년 7월13일 소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5,450,320주(발행주식의 54.8%)를 B에게 금 270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양수인 B는 약정기일까지 위 주식 양수대금 중 일부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2001년 8월21일 우선 H 주식회사로부터 액면금 84억원의 당좌수표 1매를 빌려 양도인 A에게 교부하였고, 다음날 대상회사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대표이사를 B의 하수인으로 교체한 후 그로 하여금 대상회사의 예금계좌에서 84억원을 인출하여 H 주식회사의 당좌예금계좌에 입금하게 함으로써 위 당좌수표가 결제되게 하는 방법으로 주식 양수대금을 지급하였다. B는 2002년 3월경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되자 같은 달 22일 보유하고 있던 대상회사 주식 2,794,930주를 C에게 양도하였고, C는 같은 날 대상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2003년 4월3일 해임되기까지 사이에 대상회사의 융통어음을 남발하는 방법으로 약 214억원을 횡령하였다. 이에 과세관청은 B와 C의 횡령액을 익금산입하고 상여처분하여 2005년 7월6일 대상회사에 대하여 2003 사업연도 2억3,500만원의 부과처분 및 2001년 귀속소득 84억원, 2002년 귀속소득 214억원의 각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년 12월24일 선고 98두7350 판결, 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그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1. 소득처분 및 원천징수의 개요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그 귀속자가 결정되는바, 이익의 일부는 배당금 등으로 사외로 유출되어 주주 등에게 귀속되며, 일부는 이익준비금이나 임의적립금 등으로 사내에 유보된다. 이와 같이 당기순이익에 대하여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는 것처럼 세무상 소득(각 사업연도소득)에 대하여도 그 귀속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에 대하여는 상법의 이익처분절차에 따라 귀속자를 결정하였으므로, 당기순이익과 세무상 소득의 차이인 세무조정사항에 대해서만 귀속자를 결정하면 소득 전체에 대한 귀속자의 결정이 완료된다. 이와 같이 세무조정사항의 귀속자를 결정하는 절차를 소득처분(所得處分)이라고 한다. 한편 법인세법에 따른 소득처분도 상법의 이익처분과 유사하게 사외유출(社外流出)과 유보(留保)로 크게 나누어지고, 사외유출은 다시 배당·상여·기타사외유출·기타소득으로 나누어지는데, 특히 세무상 소득이 사외유출된 경우 중에서 그 소득의 귀속자가 법인의 임원 또는 사용인인 경우에는 ‘상여’로 처분한다(실무상으로 이를 「인정상여」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상여로 소득처분하면, 소득처분한 법인은 그 귀속자인 임직원에게 인정상여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 해야 하고, 동 상여처분 금액은 소득세법상 갑종 근로소득에 해당하므로 그 임직원은 인정상여를 종합소득에 포함하여 신고해야 한다. 2. 사용인의 횡령의 경우 사용인(대표이사가 아닌 기타 임원 포함)의 횡령의 경우, 회사가 당해 사용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기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횡령금액을 회수하려고 하였음에도 횡령인의 무자력 등으로 이를 회수하지 못한 때에는 동 횡령액은 대손처리 등의 방법을 통하여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때 동 횡령액을 동 사용인의 근로소득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이를 상여로 처분하지 아니한다. 이는 법인세법 기본통칙 및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통해 과세관청의 일관된 실무 및 관행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의 경우 가.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이하 ‘기존 판례’)는 횡령의 주체가 법인의 대표이사 또는 실질적 경영자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라는 신분 때문에 일반 임직원이 횡령한 경우와는 달리 “횡령액의 회수를 위하여 법에 의한 제반 절차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단지 “법인의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고 설시하면서 동 횡령금액을 대표이사 등에 대한 상여 내지 임시적 급여로 보아 해당 법인에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용인해 왔다(대법원 1999. 12.24. 선고 98두7350 판결 등). 한편,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법인을 지배경영하는 자의 횡령에 관하여도 대표자 횡령에 관한 상기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하였고(대법원 2001. 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반대로 형식상 대표이사의 직위에 있는 자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피용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사용인의 횡령에 관한 법리(횡령금액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사외유출 여부를 판단)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 등에 관하여 판단해 왔다(대법원 2004. 4.9. 선고 2002두9254 판결 등). 그러나 대표자 횡령에 관한 위와 같은 기존 판례의 일률적인 해석에 관하여는 ‘횡령의 피해자가 그 의사의 여하에 불구하고 횡령자에게 자발적으로 대가 없이 재산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행 조세법상 실정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 및 그 논리구성이 과연 과세이론상 타당한지 여부에 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고,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해석으로 말미암아 횡령행위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 법인에게 횡령 당한금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까지 부과시키는 가혹한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과세로 인하여 횡령과 전혀 무관한 대다수의 선량한 소액주주들에게 횡령으로 인한 피해나 부담이 부당하게 전이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 등이 있어 왔다. 나.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둔 회사라면 대표이사의 횡령사실이 노출될 경우 대주주들이 주도하여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여 전 대표이사를 고발하고 그의 재산을 가압류 하는 등 일실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을 취하는 것이 전형적인 해결방법일 것이다. 대주주가 대표이사인 회사에서도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 등을 통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회사가 파산절차 등에 들어간 이후 관리인이 대표이사의 횡령책임을 추급하는 예도 흔하다. 그런데 기존 판례의 이론에 따를 경우 대표이사의 횡령에 관한 한 이러한 법인의 자구적인 노력은 적어도 과세에 있어서는 무의미한 행위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실무상 자주 접하게 되는 사례는 전문적으로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상회사의 자산을 오로지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세력(이른바 ‘기업사냥꾼’)에 의하여 발생한다. 즉, 일반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은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주권상장법인 또는 코스닥상장법인의 대주주로부터 주식 및 경영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위와 같이 사채업자로부터 융통한 주식양수대금을 상환하기 위하여 회사의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하거나, 법인 명의의 융통어음을 남발하여 이를 유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회사 중요자산(부동산, 투자유가증권, 무형자산 등)을 제3자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회사를 껍데기로 만든 다음 무책임하게 해외로 도주해 버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물론 기업사냥꾼 일당은 회사의 고소 등을 통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나, 이들은 이미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가사 이들에게 실제로 형벌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이미 망해 버린 회사를 되살리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회사가 이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기업사냥꾼들은 이미 재산을 전부 소비하였거나 제3자의 명의로 은닉한 상태일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법인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는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기존 판례의 형식 논리에 따라 이미 껍데기만 남아 망하기 일보 직전인 회사에 대하여 횡령금액에 관한 원천징수세액의 과세가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금액에 대한 지출 자체로서 이미 사외유출에 해당한다”라는 기존 판례의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이에 부가하여 새롭게 “유용 당시부터 회수를 전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는 횡령의 주체인 대표이사 등의 법인 내에서의 실질적인 지위 및 법인에 대한 지배 정도, 횡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횡령 이후의 법인의 조치 등을 통하여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법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대표자 횡령의 경우 무조건 당해 법인에 대하여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해 온 기존의 과세관행에 의미 있는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위 법리의 포섭과정을 분석해 보면, 주식이 고도로 분산되어 있어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법인의 경우 일반적으로비상장회사의 경우는 사실상 대표이사 등의 의사가 법인의 의사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되기 쉬울 것이나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판시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사실을 인지한 직후 지체없이 횡령금액의 회수를 위하여 해당 대표이사 등을 형사고소 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적극적인 회수조치를 취한다면 동 횡령금액 상당의 자산이 사외유출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 즉 해당 법인은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인 대표이사 등이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 대표이사 등의 의사를 법인의 의사와 동일시하거나 대표이사 등과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이 경우에는 “사용인에 대한 횡령” 사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횡령금원에 대한 회수노력의 유무에 따라 해당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부담 여부가 결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로 최근 서울고법에서도 대상판결의 판시사항을 전제로 대표자의 횡령과 관련된 조세쟁점에 대하여 의미 있는 판단을 한 바 있다(서울고법 2009. 1.14. 선고2006누16504 판결). Ⅳ. 결어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대표이사 등 실질적 경영자의 횡령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현행 세법 규정의 문언적 해석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기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일률적인 해석 및 과세관행에 합리적인 제한을 가함으로써 형식 논리에 따라 파생된 부당한 결과를 적절히 시정할 수 있는 설득력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바, 바람직한 입장의 정립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9-10-05
신용보증기금의 상업어음할인대출 신용보증
Ⅰ. 사실 원고 신용보증기금(X)은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하여 소외 A주식회사가 금융기관인 원고보조참가인(X’)에게 부담하는 채무에 대하여 신용보증을 하였고, 피고 Y1, Y2는 원고가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신용보증채무를 이행할 경우 소외 A주식회사가 원고에게 지게 되는 구상금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하였는 바, 원고가 발급한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는 신용보증 대상이 되는 ‘대출과목’이 ‘할인어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한편, ‘본 보증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세금계산서가 첨부된)의 할인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의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었다. A의 채무불이행으로 X가 X’에게 보증채무를 이행하고 Y1과 Y2에게 구상하자, Y1과 Y2는 A가 X’로부터 할인받은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었으므로 X는 X’에게 보증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없었고 따라서 Y1과 Y2에게 구상할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Ⅱ. 판지 1.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1993. 8.24. 선고 92다47236 판결, 대법원 2007. 7.12. 선고 2007다1364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한 신용보증은… 상업어음할인대출을 그 보증 대상으로 하는 것임은 명백하다. 어음의 발행 경위 자체를 따짐이 없이 금융기관이 소정의 조사·확인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으로 판단하여 실시하는 이른바 ‘상업어음할인대출’이라는 과목의 대출을 가리키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이는 종국적으로 진정한 상업어음이 아닌 어음을 상업어음할인의 절차에 의해 할인받아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의 위험을 금융기관 또는 원고 중 어느 쪽에 귀속시킬 것인가의 중대한 문제로서 신용보증서의 위 기재 내용이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하여 앞서 설시한 법리에 따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이 사건 신용보증서를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를 가려야 할 것이다. 2. 원래 원고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채무를 보증함으로써 기업의 자금융통을 원활히 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신용보증기금법 제1조) 그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대해 일정한 심사를 거쳐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이 대출을 신청한 경우에도 별도의 담보를 요구함이 없이 신용보증서에만 의존하여 그 기업에게 대출을 시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의 원활한 자금융통을 지원하는 신용보증을 그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같은 법 제23조). 금융기관이 상당한 주의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님을 가려내지 못하는 때가 있을 것이고, 만일 금융기관이 필요한 조사·확인조치를 모두 취하였는데도 나중에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신용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금융기관은 그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신용보증제도를 기피하거나 신용보증서에 부가하여 별도의 담보제공을 요구하게 되어 신용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자금융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러한 결과는 원고의 설립 취지나 신용보증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그 스스로 신용보증을 하고자 하는 기업의 경영상태·사업전망·신용상태 등을 공정·성실하게 조사할 의무가 있고(같은 법 제27조), 기업의 신용도와 보증종류 등을 감안하여 보증금액에 따라 소정의 보증료를 징수하고 있으므로(같은 법 제3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의2), 원고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 신용보증을 한 이상 당해 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에 의해 보증금액의 범위 안에서 위험을 인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당사자의 의사는 금융기관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시한 대출에 대하여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대법원은 최근, 이 사건 상업어음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과 취지, 내용 및 형식이 거의 동일한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의 해석에 관한 일련의 사안에서 금융기관이 기업구매자금대출을 한 후 그 대출한 자금이 기업구매자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그 대출과정에서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원고가 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계속함으로써(대법원 2006. 3.9. 선고 2004다67899 판결, 2006. 3.10. 선고 2005다24349 판결, 2006. 4.27. 선고 2006다859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판단과 궤를 같이 하는 견해를 이미 표명한 바도 있다. Ⅲ. 해설 본 판결 이유에는 논리상의 문제점과 신용보증의 취지에 관한 실질적인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1. 논리상의 문제점 본 판결은 신용보증서의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이 사건 신용보증서에 의한 신용보증은… 상업어음할인대출을 그 보증 대상으로 하는 것임은 명백하다”고 하면서도 “어음의 발행 경위 자체를 따짐이 없이 금융기관이 소정의 조사·확인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으로 판단하여 실시하는 이른바 ‘상업어음할인대출’이라는 과목의 대출을 가리키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신용보증서의 위 기재 내용이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해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였다. 보증 대상이 “명백”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일치하는 의사가 없다고 모순된 전제하에 명백한 보증서 문언과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출금융기관이 내부적으로 과실 없이 보증서의 명백한 문언과 다른 업무취급을 하였다는 이유로 보증서를 이 업무취급에 따라 해석한다면, 본 사안의 원고나 피고들처럼 다른 관계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김능환·전수안 대법관의 반대의견, 나). 다만, 김능환·전수안 대법관이 위와 같은 법률행위 해석론은 처분문서에는 적용되지 않는 듯이 표현한 것(위의 반대의견, 가)은 의문이다. 이기택 부장판사(서울고법)도 신용보증기금의 특약에 관한 대부분의 판례(대법원 2001. 6.12. 선고 2001다16678 판결 ; 대법원 2001. 5.15. 선고 2000다30035 판결 ; 대법원 2001. 1.19. 선고 99다55489 판결 ; 대법원 1998. 8.21. 선고 97다37821 판결 등)처럼 보증채무 성립 후에 발생하는 대출금융기관의 담보확보의무 위반에서는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본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변경된 그의 해설 대상판결(대법원 2001. 11.9. 선고 2000다23952 판결)처럼 “신용보증기금이 어음할인대출에 관한 신용보증을 함에 있어서 상업어음의 할인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특약”은 주채무의 성립 시에 보증의 대상이 되는지 논하여지고 “따라서 그 범위 밖의 대출채무는 금융기관이 대출 시에 그 범위 안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는가에 관계없이 보증계약에서 약정한 주채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금의 보증책임이 부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대법원판례해설 제38호 (2002년), 법원도서관, 193~195면). 2. 실질적인 문제점 본 판결이 “금융기관이 상당한 주의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님을 가려내지 못하는 때가 있을 것이고, 만일 금융기관이 필요한 조사·확인조치를 모두 취하였는데도 나중에 그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신용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금융기관은 그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신용보증제도를 기피하거나 신용보증서에 부가하여 별도의 담보제공을 요구하게 되어 신용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자금융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러한 결과는 원고의 설립 취지나 신용보증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것은 경청할 만하다. 유중원 교수는 본 판결에 대한 찬성평석에서 위 특약은 신용보증기금이 공공기관으로서 우월한 지위에서 대출금융기관에게 합리적 근거 없이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키는 부당한 특약이라고 한다(법률신문 제3710호, 2009. 1.1.). 그러나 금융기관이 대출에 있어서 부담하는 위험 중에서 상업어음할인에 대해서만 보증을 하는 것도 전혀 무익하지 않다. 원고가 보증하는 주채무자의 영업상 위험에 비하여 상업어음인지 아닌지 판별의 위험은 적으며, 판결이유도 설시한 바와 같이 “이는 종국적으로 진정한 상업어음이 아닌 어음을 상업어음할인의 절차에 의해 할인받아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의 위험을 금융기관 또는 원고 중 어느 쪽에 귀속시킬 것인가의 중대한 문제”인데, 이 판별은 신용보증기금보다는 당해 어음을 할인하는 주채무자의 거래은행에게 더 수월할 것이다. 본 판결은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에 관한 판례를 원용하는데 이 경우에도 법이론상은 용도가 기업구매자금인지 아닌지 판별은 주채무자인 구매자의 거래은행이 담당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제도일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이 이러한 판별의 위험에 대해서까지 보증을 한다면 보증사고발생의 증가에 대비하여 기본재산 충실화를 위해서 보증료를 높여야 할 것이다. 이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연쇄도산이 상업어음할인제도에 한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여 중소기업의 금융부담도 완화하기 위하여 한국은행이 2000.4.20.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도입하기로 하고 2000.5.22.부터 시행한 제도이다(한국은행 보도자료 공보2000-4-13호 참조). 정부의 기업구매자금대출 활성화 조치로서 ① 신용보증 지원 이외에도 ② 세제 및 세정상 지원 ③ 정부물품 구매입찰 시 우대 ④ 불공정 하도급행위에 대한 제재 완화 등이 예정된 반면 상업어음할인은 점차 억제하게 되었다(위 보도자료의 참고2). 그러므로 기업구매자금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에 있어서는 순수한 법이론에 대하여 정책적 예외를 인정하는 판례는 이해하더라도, 억제의 대상인 상업어음할인에 대한 신용보증에 관하여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려는 본 판결은 정부정책에도 어긋난다.
2009-02-19
상업(商業)어음할인(割引)의 법률관계
1. 서언 상업어음은 상거래가 원인이 되어 거래상 대금결제를 위하여 발행 또는 교부된 어음을 말한다. 그래서 상업어음을 상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어음이라는 의미에서 진정어음 또는 진성어음이라고 한다. 반면에 실제 상거래 없이 오직 자금융통의 목적을 위하여 발행된 어음을 융통어음이라고 한다. 융통어음은 상거래 없이 발행된 어음이므로 남발되기 쉽고 따라서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은행이 상업어음의 할인을 통하여 기업에게 단기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은행의 중요한 업무이고, 또 은행은 한국은행에서 이 할인어음에 대하여 재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은행은 상업어음할인 과정에서 할인의뢰인 또는 어음발행인의 신용이 부족할 경우 물적 담보의 제공이나 연대보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대보증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공적 기관이 바로 신용보증기금이다. 다만 신용보증기금은 은행의 상업어음할인의 경우에 한하여 유효한 보증을 제공하고 융통어음의 경우에는 보증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할인은행과의 보증계약서에서 특약을 맺고 있다. 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특약과 관련한 할인은행의 주의의무에 대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2. 사실관계 가. 사실관계 (1) 피고 1 주식회사(어음할인 의뢰인겸 신용보증 의뢰인)는 2002년 5월15일 보증원금 1억 6,000만원, 보증기한 2003년 5월14일까지로 정하여 원고(신용보증기금)와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고(이 사건 신용보증약정) 피고 2, 4는 위 신용보증약정에 기하여 피고 1이 원고에게 부담하는 구상금채무에 연대보증하였다. (2)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의 내용은, 원고가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보증채무를 이행한 때에는 피고 1은 원고에게 그 대위변제 금액과 이에 대하여 원고가 정한 지연손해금, 위약금, 구상채권의 행사 또는 보전에 지출된 법적절차 비용을 지급하는 것 등이다. (3) 피고 1은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에 의한 신용보증서를 보조참가인(할인은행)에게 제출하고 보조참가인과 2억원을 한도로 한 어음할인 대출약정을 체결한 후, 피고 5 주식회사가 발행한 액면금 9,850만원, 지급기일 2003년 3월5일로 된 약속어음(이 사건 약속어음)에 배서하여 이를 보조참가인에게 교부하고 대출금(어음할인금)을 지급받았다. (4) 보조참가인은 그 후 이 사건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에 그 지급을 위한 제시를 하였으나 어음금의 지급이 거절되자, 원고에게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2003년 10월23일 대출원금 78,800,000원과 이자 금 3,756,493원을 합한 금 82,556,493원을 보조참가인에게 대위변제하고 보조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았다. (5) 원고가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고 보조참가인 앞으로 발행한 신용보증서에 특약 제2항으로 “본 보증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 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세금계산서가 첨부된) 할인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6) 피고 2는 2002년 12월5일 그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일자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여 피고 3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해 주었다. 나.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 2, 4는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의 연대보증인들로서, 원고가 보조참가인에게 대위변제한 금 82,556,493원과 위약금 260,570원, 법적절차비용 금 970,940원을 합한 금 83,788,003원 및 그 중 위 대위변제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연대하여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2, 4는, 원고는 상업어음의 할인에 대하여서만 보조참가인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기로 하였는데, 이 사건 약속어음은 융통어음이므로 원고는 위 어음에 관한 어음할인 대출금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보조참가인에게 그 대출금을 임의로 대위변제하였더라도 피고 2, 4에 대하여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에 따른 구상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3. 쟁점과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상업어음 할인대출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보증을 하였는데, 금융기관이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니라 융통어음인 것으로 판명된 경우 그래도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 주된 쟁점이다. 가. 항소심의 판단 위 신용보증서 특약 제2항은 그 문언상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주채무의 내용을 한정하는 취지로 되어 있고, 달리 대출 금융기관인 보조참가인이 보증채무의 성립 후에 취하여야 할 조치나 의무에 관한 것이 아니며, 보조참가인의 입장에서 이 사건 특약을 준수하기 위하여 상업어음인지를 확인할 필요성은 주채무인 대출채무의 성립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일 뿐이지 그 성립 후에 어떠한 조치나 의무의 이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특약은 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신용보증에 기하여 어음할인 대출을 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라면 그 대출채무는 이 사건 신용보증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그 대출채무에 관하여는 신용보증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어음할인 대출을 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닌 이상 원고는 위 특약에 기하여 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대출 금융기관인 보조참가인이 신용보증에 기하여 어음할인 대출을 할 당시 어음이 상업어음인지 여부에 관한 조사에 있어서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하여 원고가 보증책임을 부담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 나. 대법원의 판단 신용보증기금이 발급한 신용보증서에 신용보증 대상이 되는 ‘대출과목’이 ‘할인어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한편, “본 보증서는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업체 간에 당해 업체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고 경상적 영업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재화 및 용역거래에 수반하여 발행된 상업어음(세금계산서가 첨부된)의 할인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의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신용보증서에 기재된 대출과목과 특약사항의 내용, 신용보증기금의 설립 취지, 신용보증이 이루어지는 동기와 경위, 신용보증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신용보증에 의하여 인수되는 위험 및 상업어음 할인대출 절차의 엄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신용보증서의 상업어음할인 특약에 의해 신용보증을 한 당사자의 의사는 금융기관이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해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시한 대출에 대하여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합리적이고, 따라서 금융기관이 상업어음으로서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님이 드러났다 하여도 그 할인에 의한 대출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그에 대하여는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증책임을 부담한다. 금융기관이 이 사건과 같은 상업어음할인 특약이 있는 신용보증서에 기하여 할인을 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 그 어음할인 대출채무에 대하여는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하고, 금융기관이 어음할인대출을 할 당시 할인 대상 어음이 상업어음인지 여부에 관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신용보증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1년 11월9일 선고 2000다23952 판결, 대법원 2002년 1월22일 선고 2001다57983 판결, 대법원 2003년 2월11일 선고 2002다55953 판결, 대법원 2003년 10월10일 선고 2003다38108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4. 결어 기존 대법원 판례 위 2003다38108 판결 등은 “이 사건 신용보증조건에 관한 특약은 그 문언상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주채무의 내용을 한정하는 취지로 되어 있고 달리 대출 금융기관이 보증채무의 성립 후에 취하여야 할 조치나 의무에 관한 것은 아니며, 대출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이 사건 특약을 준수하기 위하여 상업어음인지를 확인할 필요성은 주채무인 대출채무의 성립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일 뿐이지 그 성립 후에 어떠한 조치나 의무의 이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특약은 대출 금융기관이 이 사건 신용보증에 기하여 어음할인대출을 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라면 그 대출채무는 이 사건 신용보증의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그 대출채무에 관하여는 신용보증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사실심 판결은 이러한 기존 판례의 취지에 맞춰 할인은행이 상업어음이 아닌 융통어음을 할인한 경우에는 그 은행이 할인해 준 어음이 상업어음인지 여부에 대하여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신용보증기금은 신용보증서 특약 제2항에 의하여 신용보증책임은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할인은행이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여 정상적인 업무처리절차에 의하여 상업어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업어음할인의 방식으로 실행한 대출에 대하여는 신용보증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가령 할인은행이 상업어음으로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니라 융통어음임이 드러났다고 해도 그 할인과정에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였다면 그에 대하여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증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위 특약은 할인은행에 대하여 사실상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책임은 과실책임이 원칙이고, 이 사건의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할인은행에 대하여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킬 하등의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이나 할인은행 모두 금융기관으로 신용보증기금 역시 신용보증기금법에 의하여 할인 의뢰인의 신용상태·경영상태·사업전망 등을 공정·성실하게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모든 책임을 할인은행에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점에서 위 특약은 그 타당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일종의 공공기관으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부당한 특약을 할인은행에 강요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소수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타당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2009-01-01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
I. 논의의 범위 이 사건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관련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해석과 관련하여 (i) 시장획정의 문제, (ii) 제23조와의 관계의 문제, (iii) 경쟁제한성의 판단요부에 대한 문제와 입증책임의 문제, (iv) 경영상 정당화 사유의 고려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다. 이글은 위의 각 쟁점 중에서 (ii)와 (iii)의 쟁점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보도록 한다. 참고로 본고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회에서 2008. 4.30.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II. 사실관계와 사건의 경과 1. 요약된 사실관계 이 사건 원고 주식회사 포스코(이하 ‘원고회사’)는 제철 및 제강 사업을 하는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사업자이고, 보조참가인 현대 하이스코 주식회사(이하 ‘피고 보조참가인’)는 현대자동차 계열 회사로서 냉연강판을 제조하는 회사이다. 2000년 심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냉연강판을 제조하기 위하여 필요한 열연코일은 국내에서는 원고회사만이 생산 공급하고 있었으며, 냉연강판 시장은 원고회사가 58.4%, 피고 보조참가인은 11.1%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7.8. 이후 이 사건 냉연강판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였고, 시장 진입을 위한 생산라인의 시험가동 및 제품 생산 등을 위하여 원고회사에 열연코일의 공급을 요청하였으나, 원고회사는 이러한 피고 보조참가인의 공급요청을 거절하였다. 결국 피고 보조참가인은 일본회사로부터 열연코일을 수입하여 냉연강판의 생산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2. 요약된 사건의 경과 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1-068호)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회사의 피고 보조참가인에 대한 열연코일 공급거절행위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3항 제3호 및 위원회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심사기준’ IV. 3. 다. (1)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당하게 특정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의결하였다. 원고 회사는 피심인으로 (i) 자동차 냉연강판용 열연코일은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을 위한 중간재로서 제품이 아니라는 주장, (ii) 열연코일 공급능력의 부족으로 인하여 추가로 냉연용 열연코일을 공급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주장, (iii) 피고 보조참가인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계열사로서 원고 회사가 피고 보조참가인의 요청에 따라 자동차용 냉연강판용 열연코일에 대한 물량을 공급하는 경우 현대자동차 그룹 내부가 수직계열화되어 수요 독점적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 등을 하였다. 이 중 (i)의 점에 대하여는 제품으로 원고회사가 소외 동부제강(주)이나 연합철강공업(주)에 판매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일본의 고로업체들이 피고 보조참가인에 열연코일을 공급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제품이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ii)의 점에 대하여는 공급능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생산설비가동률의 여력, IMF 이후의 수요감소, 피고 보조참가인이 요구하였던 물량이 소량에 그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역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실제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는 (iii)의 점에 대하여 수직계열화로 인한 수요 독점적 폐해에 대한 우려가 원고회사의 공급거절을 정당화시켜주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여 역시 원고회사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서울고등법원(서울고등법원 2002.8.27. 선고 2001누5370 판결) 원고회사는 위 (i) 내지 (iii)의 주장 외에 새로운 주장을 하였던 바, 이 사건의 경우 원고회사의 행위는 기존의 공급관계에서 거절을 한 것이 아니라, 거래를 개시한 일이 없고, 이와 같이 계속 중인 거래의 거절이 아닌 경우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도 ‘특정사업자에 대하여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에 포섭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만일 특정사업자에 대한 거래거절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거래거절 행위는 자유경쟁의 원칙상 용인되어야 할 범위 내의 행위로서 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회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원고회사의 행위는 열연코일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하여 냉연강판시장에서 경쟁사업자인 피고보조참가인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자신의 시장지배적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하에 행한 행위라고 보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피고 보조참가인에 대한 열연코일 공급거절행위는 소위 레버리지 효과에 기초한 부당한 거래거절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고회사의 정당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거래 거절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러한 원고회사의 행위로 인한 피고보조참가인이 겪은 피해는 단순한 불편이나 경제적 손실의 정도를 넘어 경쟁자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를 초래하여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보았다. III. 공정거래법 제3조의2와 제23조의 관계 1. 문제의 소재 거래거절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은 제3조의2와 제23조에서 모두 규율하고 있으며, 거래거절이 성립되기 위한 요건도 거의 동일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양자가 왜 별도로 규율되어야 하는 것이며, 어떤 점에서 구별되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2. 견해의 대립 가. 특수관계로 이해하는 견해 학계 다수설의 태도이며, 이 사건 대법원 소수의견이다. 이 견해에 의하면 제3조의2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사업자가 가지는 일종의 특수 신분으로 이해하여, 불공정거래행위와의 관계에서 제3조의2와 중복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로 보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제3조의2가 적용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제23조가 적용된다고 본다. 단독의 거래거절의 관점에서도 양자의 관계는 같은 의미로 이해가 되어야 하며, 독점규제의 관점에서 경쟁제한성의 판단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지위남용을 한 사실이 인정되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나. 서로 별개의 요건으로 이해하는 견해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규정을 적용하여 거래거절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업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 입법목적에 맞는 해석이 이루어져야 하며, 따라서 제23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로 이 사건 대법원의 다수의견의 태도라고 할 것이다. 3. 검토 공정거래법 제3조의2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그 경쟁의 양상이 이미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의 존재로 인하여 잔여경쟁의 유지가 쟁점이 되는 시장으로서 이러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경쟁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는 조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므로 특수관계로 이해하는 견해가 타당하고, 이러한 견해에 의하더라도 입법목적의 차이 내지 각 조문의 존재의의는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IV. 공정거래법 제3조의2의 적용과 경쟁제한성의 판단과 입증책임 1. 문제의 소재 공정거래법 제3조의2를 위와 같이 이해한다면 이 사건 대법원의 다수의견에서 제3조의2를 적용하기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성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소수의견과 같이 제3조의2에 있어서는 경쟁제한성의 입증이 불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경쟁제한성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입증책임의 분배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세 가지의 대안에 대하여 아래에서 각 검토하여 보기로 한다. 2. 견해의 대립 가. 경쟁제한성 요건이 필요하다는 견해 현행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는 그 행위의 성질상 우월한 지위 남용과 같이 경쟁배제적 효과를 발생하기 어려운 경우뿐만 아니라 단순히 한 두 개의 사업자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서로 법적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시장지배력 남용규제의 적용범위를 그 본질에 반하여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채택되고 있지 않은 강력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아울러 채택하고 있는 현행 공정거래법 체계하에서는 법정책적인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나. 경쟁제한성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견해 법문의 문언상의 내용이나 체계적인 점에서 제3조의2를 제23조와의 관계에서 별도로 구별하기 위한 징표로 경쟁제한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부당성의 판단에 있어 제23조와 달라질 것은 없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가 규정상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3조의2의 적용이 있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되므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법원의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과 같다고 할 것이다. 3. 검토 결론적으로 위 양자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같이 특수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다. 간단히 말하자면, 행위의 속성으로서의 거래의 거절이 그 본질에서 상이하지 않다. 양자가 규범화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은 양자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 내지 속하고 있는 관련시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법성 조각사유 및 항변을 인정하는 것은 가능하므로 경쟁제한성 내지 위험의 부존재를 항변으로 허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하여 제3조의2가 규정하는 것은 통계적인 귀무가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일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귀무가설이 참이 아닌데 귀무가설을 받아들일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므로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법은 설계하여 행위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위법성 조각사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대하여 상대방인 피심인 내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등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가 이를 경쟁제한성의 없음을 포함한 정당화사유를 항변으로 주장하여 입증한다면, 위법성을 인정하는 귀무가설을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법적으로 말하면, 경쟁제한성에 국한하여 보자면 이홍훈·안대희 대법관의 소수의견과 같이 다른 구성요건을 충족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우에는 일단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러한 추정을 당해 사업자로 하여금 복멸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2008-10-23
모자회사간 법인격부인의 요건
I. 사실관계 피고가100%를 출자한 필리핀국 소재 자회사인 코리아텔레콤필리핀 주식회사(이하 ‘KTPI’)는 필리핀의 통신회사인 필리핀텔레그라프앤드텔레폰 주식회사(이하 ‘PT&T’라고 한다)와 마닐라 근교 통신망확장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공사계약(이하 ‘OSP계약’)을 체결하였는바, KTPI는 그 중 자재공급·용역제공 업무 및 통신선로 설치공사 부분은 원고 등에게 발주하여, 원고와 이에 관한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KTPI는 OSP계약 및 이 사건 계약 이행을 위한 투자재원조달을 위하여 1996. 7.24. 체이스맨해탄은행으로부터 미화 4,000만 불을 한도로 하는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하였는데, 피고는 KTPI의 요청에 따라 경영기획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KTPI를 위하여 위 은행과 사이에 위 여신거래약정에 따른 대출금(이하 ‘체이스론’)에 대한 보증계약을 체결한 바 있고, KTPI는 위 여신거래약정에 따라 수시로 체이스론을 인출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대금 및 그 이자를 지급하여 왔다. 그러던 중, 1997년경 동남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여파로 PT&T가 1998. 6.30.경 지불유예선언을 하자, 피고는 자회사인 KTPI에 대하여 ‘체이스론의 지급보증 잔여분의 인출금지 최소화’ 또는 ‘체이스론 인출시 피고와의 사전협의’ 등을 지시하여 사실상 체이스론의 인출을 제한하였고, 그에 따라 KTPI는 그 무렵부터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상의 대금 지급을 중단하였으며, 원고도 PT&T에 대한 나머지 자재공급을 중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KTPI의 미지급대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II. 대상 결정의 요지 친자회사 사이에 있어서는 상호간에 상당 정도의 인적·자본적 결합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자회사의 임·직원이 모회사의 임·직원 신분을 겸유하고 있었다는 사정이나, 모회사가 자회사의 전 주식을 소유하여 그에 따른 주주권의 행사로서 이사 및 임원 선임권을 지닌 결과 자회사에 대해 강한 지배력을 가진 사정, 그 밖에 자회사의 사업 규모가 확장되었으나 자본금의 규모가 그에 상응하여 증가되지 아니한 사정 등만으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자회사의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적어도 자회사가 그 자체의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하고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 일부로서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 요구되며, 구체적으로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양자가 서로 혼용되어 있다는 등의 객관적 징표가 있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여기에 더하여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사용되거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등의 주관적 의도 또는 목적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KTPI가 그 조직, 재산, 회계 및 업무 내용에 있어 확연히 구분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결국 법인격부인에 요구되는 객관적 징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나아가 원고와 KTPI 사이의 이 사건 계약에 있어서 피고가 불법 또는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현지법인인 KTPI를 이용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KTPI의 독자적 법인격을 주장하여 피고 자신의 계약상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III. 대상 결정의 검토 1. 오늘날 기업들은 자회사를 두고 모회사의 단일적 지휘하에 통일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하여 사안에 따라서는 모회사와 자회사를 독립된 법주체로 취급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와 같은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서 법인격부인론의 적용이 문제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원고는 피고의 보증이나 대리권 수여의 의사의 존재, 무권대리의 추인, 상법 제401조의 2의 위법한 업무집행지시, 공동불법행위와 함께 법인격부인을 주장하였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에 설시된 모자회사간 법인격부인의 적용요건이라는 논점에 한정하여 이를 평가하여 보기로 한다. 2. 법인격부인론의 적용요건에 관하여는 각국의 판례와 학설상 아직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우리나라의 학설 또한 다양하게 법인격부인론의 적용요건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판례는 법인격부인론의 적용유형을 법인격남용(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과 법인격 형해화(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으로 대별하고(대법원 2001. 1.19. 선고 97다21604 판결), 특히 법인격 남용의 경우에는 주주와 회사간 재산의 상호혼융 및 회계구분 결여, 업무실태 및 기업거래활동의 혼동 등의 객관적 징표 뿐만 아니라 채무 면탈 목적 등 주관적 의도 또는 목적 또한 요한다고 보고있다(대법원 2004. 11.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3. 대상 판결에서도 모자회사간 법인격남용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사용되거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등의 주관적 의도 또는 목적 또한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주관적인 고의 또는 목적의 입증상 난점은 법인격 부인론의 효용성을 반감시킬 수 있으며, 진실로 배후의 지배자에게 남용의 의도가 없는 경우에도 그에게 개인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구체적 정의에 부합하는 경우(예컨대 회사의 자본이 거의 전무할 때)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고의나 목적의 요건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다수설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면 모회사의 목적을 요건으로 본 판결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대상판결은 본 사안에서 거래의 상대방인 원고가 모회사와 자회사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그 중 어느 회사와 거래하는지에 관하여 분명한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자기가 거래하고 있는 자회사의 자본이 당해 거래에 따른 위험성에 비추어 충분하지 못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충분한 조치없이 거래한 점을 들어 모회사의 불법 또는 부정한 목적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상판결에 의하면, 거래 상대방의 인식이나 행위에 의해 모회사의 불법 또는 부정한 목적이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법인격의 부인은 주식회사의 유한책임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제한적으로 인정될 필요가 있으나, 이는 객관적 징표를 좀 더 엄격히 인정함으로써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고 반드시 주관적 목적 요건을 도입함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4. 자회사의 소수주주나 채권자의 보호를 위해 법인격부인론을 적극 활용될 필요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자회사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주주인 모회사의 지배하에 있게 되고 상호간에 인적·자본적 결합관계가 존재하게 되므로, 단순히 이러한 사실만으로 법인격부인을 쉽게 인정한다면 전통적인 회사법상 법인격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일상적인 업무행위는 자회사에 일임하고 중요한 행위에 한하여 자회사에 개입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회사의 지배력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회사의 행위에 대하여 함부로 법인격부인론을 적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상 판결 역시 모자회사 사이에 있어서는 상호간에 상당 정도의 인적·자본적 결합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자회사와 모회사간 임·직원 겸유나, 모회사가 자회사의 이사 및 임원 선임권으로 인해 자회사에 대해 강한 지배력을 가진 사정, 그 밖에 자회사의 자본금의 규모가 사업 규모에 상응하여 증가되지 아니한 사정 등만으로는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설시는 모회사의 지배력의 존재만을 근거로 법인격부인론이 적용되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을 제한한 것으로 해석되는바, 이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대상 판결이 모자회사간 법인격부인의 적용요건으로 설시한 완전한 지배력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의 혼용 등의 객관적 징표에 의해 인정되게 되는데, 이러한 객관적 징표의 요구는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완전한 지배력이 인정되는 객관적 징표가 충족될지 여부는 앞으로 판례가 축적되고 학설의 연구가 진행됨으로써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5. 대상 판결은 모자회사 간에 법인격남용의 법리를 적용하면서 그 적용요건을 설시한 판결로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대상판결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법인격부인론의 요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하는 판례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법인격부인은 일반조항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서 그 적용요건을 체계화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나, 모자회사간 관계를 비롯한 다양한 사안에 대해 법인격부인에 관한 다수 판례가 생성되고 이에 대한 학설의 심도있는 연구가 계속된다면, 법인격부인론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구제받을 필요가 있는 자들의 구제수단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판례 및 이에 대한 학설의 연구가 계속되어 법인격부인론의 적용요건에 대한 이론이 정립되기를 기대한다.
2008-10-06
통일도메인분쟁해결정책의 구속력 인정의 한계
Ⅰ. 사실관계 1. 피고와 에이치에스비씨홀딩스피엘씨의 서비스표 피고는 프랑스에 660여개의 지점을 두고 개인 및 기업금융, 투자은행업, 자산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금융회사인바,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전세계 여러 나라에 ‘CCF’와 관련된 상표 내지 서비스표를 다수 등록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1989. 8. 31. ‘CCF’ 표장을 서비스표로 등록하였다. 소외 에이치에스비씨홀딩스피엘씨(HSBC Holdings Plc., 이하 ‘소외 회사’)는 HSBC 금융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80여 개국에 약 7,000개의 지점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 ‘HSBC’는 지주회사인 소외 회사와 소외 회사의 계열사를 표창하는 상호 및 영업표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소외 회사는 ‘HSBC’와 관련된 상표 내지 서비스표를 전 세계 수십여 개 국가에 등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1998. 12. 4. 서비스표로 등록하였다. 2. 소외 회사의 피고 인수와 원고의 도메인이름 등록 소외 회사가 피고를 인수하기로 하였다는 피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협정이 2000. 4. 1. 발표되었고, 이러한 사실은 그 다음날인 2000. 4. 2. 국내의 주요 일간신문에도 보도되자 원고의 남편인 A는 위 보도당일인 2000. 4. 2. 인터넷 도메인 이름 ‘ccfhsbc.com’과 ‘hsbcccf.com’을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The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이하 ‘ICANN’)로부터 ‘.com’등으로 끝나는 일반최상위 도메인(gTLD) 이름의 국내 등록기관으로 인증받은 한강시스템 주식회사에 등록하였고, 이후 A는 원고에게 위 각 도메인이름의 명의를 이전하였다. 피고는 2000. 7.경 소외 회사의 피고 주식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피고가 HSBC 그룹의 계열사가 되었다는 발표를 하였고, 2001. 3. 5.에는 소외 회사로부터 ‘HSBC’ 표장의 프랑스 내 사용권을 정식으로 허여받았다. 피고와 소외 회사는 그 통합 이전부터 ‘ccf.com’, ‘hsbc.com’을 비롯하여, ‘ccf’와 ‘hsbc’를 포함하는 다수의 도메인 이름을 각 등록하여 사용하여 왔으며, 앞서 본 2000. 4. 1.자 기업인수 발표 이후로 ccf와 hsbc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ccfhsbc.com.fr’, ‘hsbcccf.com.fr’, ‘ccf-hsbc.com’, ‘hsbc-ccf.com’ 등의 도메인 이름을 등록하여 두고 있다. 3.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방침(UDRP) 가. ICANN은 인터넷 도메인 이름의 등록과 사용에 관한 분쟁의 신속하고 저렴한 해결을 위하여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방침(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UDRP’) 및 동 규칙(Rules for 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UDRP 규칙’)을 마련하고, 등록기관으로 하여금 이를 채택하도록 하였으며, 이에 따라 한강시스템도 도메인이름등록약관 제1조에 위 약관에 동의한 도메인 이름 등록인은 UDRP에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두는 한편 위 UDRP의 한국어 번역문을 한강시스템의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는데, A와 원고는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등록 및 이전등록하는 과정에서 한강시스템이 마련한 위 도메인이름등록약관에 각 동의하였다. 나. 이 사건과 관련된 UDRP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UDRP 제3조(등록취소, 이전 및 변경) 등록기관은 당해 사건에 대하여 적법한 관할권이 있는 법원 또는 중재기관으로부터 명령이 있는 경우(b항), 또는 ICANN이 채택한 UDRP에 따라 진행되고 등록인이 당사자가 된 의무적 행정절차(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에서 도메인 이름의 등록취소, 이전 또는 변경 결정이 있는 경우(c항)에는 도메인 이름의 등록을 취소, 이전 또는 변경한다. (2) UDRP 제4조(의무적 행정절차, 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 a항 (적용대상분쟁) :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은 제3자(이하 ‘신청인’이라고 한다)가 분쟁조정기관에 대하여 UDRP 규칙에 따라 다음에 열거된 사항을 이유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에 의무적 행정절차에 따라야 한다. 그 절차에서 신청인은 다음 각 호의 세 가지 요건을 입증하여야 한다. ⅰ) 도메인 이름이 신청인에게 권리가 있는 상표 또는 서비스표와 동일하거나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하다는 것. ⅱ)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이 당해 도메인 이름에 관하여 권리나 정당한 이익이 없다는 것. ⅲ) 도메인 이름이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 및 사용되고 있다는 것. 4.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분쟁경과 피고와 소외 회사는 2001. 7. 27. 및 8. 14. 원고에게 ‘ccfhsbc. com’과 ‘hsbcccf.com’을 이전하여 달라는 취지의 서신을 보냈으나, 원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피고는 2001. 12. 3.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에 대한 의무적 행정절차 개시신청을 할 권한을 부여받아, 2002. 1. 29. UDRP 및 동 규칙에 따라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등록자인 원고를 상대로 하여 WIPO 중재조정센터에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의무적인 행정절차 개시신청을 하였고, 중재조정센터는 2002. 2. 27. 원고에게 피고의 신청내용과 행정절차개시의 통지를 발송하였다. 한편, 원고는 위와 같은 중재조정센터의 통보를 받고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이에 중재조정센터 담당 행정패널은 2002. 4. 30. 원고는 피고와 소외 회사가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위 각 도메인 이름을 등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등록 및 사용에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한강시스템은 위 결정 이후 2002. 5. 27. 원고에게 10일 이내에 관할 법원에 제소하지 않으면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겠다고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02. 6. 4.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인터넷도메인사용금지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1심에서 기각되자 이에 항소하였고, 항소심인 원심은 이 사건의 쟁점을 피고가 UDRP 제4조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등록이전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로 보고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등록 및 사용은 UDRP 제4조 a항 ⅰ) 내지 ⅲ)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사용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상고를 제기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Ⅱ. 대법원의 판결의 요지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의 법적 성격 및 위 방침이 의무적 행정절차를 벗어나서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ICANN이 마련한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UDRP)은 도메인이름 등록기관과 도메인이름 등록인 사이에 합의된 등록약관의 내용에 편입되어,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상표 또는 서비스표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제3자) 사이에 도메인이름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그 등록의 유지·취소·이전 등에 관한 판단을 신속히 내려 등록행정의 적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등록기관의 행정절차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고,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에서는 위 분쟁해결방침이 상표 등에 관한 권리와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등에 관한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제3자는 의무적 행정절차를 벗어나서 위 분쟁해결방침이 정한 요건에 의하여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도메인이름 등록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실체적 권리가 없다. 따라서 도메인이름에 관한 소송을 심리·판단 하는 법원은 위 분쟁해결방침에 의할 것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당해 사건을 심리·판단 하여야 한다. Ⅲ.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절차(UDRP)의 법원에 대한 구속력 1. 견해의 대립 먼저 ‘구속력인정설’은 UDRP를 법원의 판단에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인데, UDRP는 기본적으로 등록기관과 등록인 사이의 약관으로서 제3자와 등록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내용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등록인은 제3자와의 분쟁에 관한 사법적 판단에 UDRP를 적용할 것을 사전에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제3자는 UDRP를 이용한 분쟁해결을 원하여 신청을 하면 UDRP의 적용을 승낙한 것으로 볼 수 있어, UDRP은 단지 분쟁해결절차 안에서 뿐만 아니라 법원의 심리에도 규범적인 근거가 된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반면, ‘구속력배제설’은 UDRP을 법원의 판단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견해인데, UDRP는 위 기준을 분쟁해결절차 내에서만 규정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당사자가 따라야 할 분쟁해결준칙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도메인 이름 등록인으로서는 자신의 방어방법이 충분히 마련되지 있지 않아 제도적으로 불리한 UDRP 규정을 강제적 행정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을 넘어서 법원의 재판기준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소송의 상대방인 분쟁해결절차 신청인도 UDRP를 소송에 있어서 사법적 판단의 준거로 수용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만일 법원이 UDRP 규정에 구속된다면 특정국가의 법원심리가 국제적인 절차인 UDRP 판정의 항소심 내지 재심의 형태가 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의하여 도메인이름의 등록으로 인해 분쟁해결신청인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 하급심 판례의 혼란 지금까지 다수의 하급심 판례는 대상판결의 원심처럼 당사자들이 다툼 없이 해당 도메인이름이 UDRP 제4조 a항 각 호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한 사안에서 UDRP의 요건충족여부를 판단하여 결과적으로 UDRP의 구속력을 인정하여 왔다. 반면 일부 하급심판결(startv.co.kr에 관한 서울지방법원 2003.12.26. 선고 2002가합79664 판결, imbc.co.kr에 관한 서울북부지방법원 2004. 11. 11. 선고 2004가합2018, 3363 판결 등)은 비적용설의 입장에서 분쟁조정규정의 적용을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라고 바로 상표법 내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만을 판단하여 하급심의 판단기준에 일치되지 않았다. 3.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분쟁해결정책(UDRP)은 상표권자인 피고와 도메인이름 등록인 원고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구속력이 없으므로, 법원의 심리·판단의 대상은 위 도메인이름 등록이 위 분쟁해결방침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위 금융회사가 자신의 상표권에 터 잡아 위 도메인이름 등록인의 도메인이름 사용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구속력배제설의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의 도메인이름에 관한 소송을 심리·판단하는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쟁해결정책(UDRP)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은 hpweb.com에 관한 서울고등법원 2005. 11. 8. 선고 2005나23049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다75071 판결)에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Ⅳ.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도메인이름 관련 소송은 통상 ① 상표권자 등이 등록인을 상대로 등록말소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 ② 등록인이 UDRP 판정이나 조정결정과 상관없이 상표권자 등을 상대로 등록말소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 ③ 등록인이 UDRP 판정이나 조정결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분쟁해결신청인을 상대로 금지청구권의 부존재확인이나 도메인이름 이전청구를 구하는 소송 등을 상정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①과 ②의 경우 법원은 UDRP를 분쟁해결의 준거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인데, ③의 경우 UDRP에 의한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앞의 유형들과 차이가 없으므로 관련 법률에 의거하여 당해 사건을 심리하는 것이 법원의 판단기준을 통일하는 차원에서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도메인이름 관련소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UDRP이 아닌 우리나라의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의 적용 결과에 따라 그 당부가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2008-09-01
전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조건
Ⅰ. 대상판결 대법원 2005년 6월23일 선고 2004다 51887호 판결〔주식반환 등〕 Ⅱ. 사실관계 1995. 9. 피상속인이 가족에게 상장회사의 주식을 증여. 가족들이 동 주식을 은행에 채무의 담보로 제공, 은행이 담보권을 실행, 제3자가 주식취득. 2000. 피상속인 사후(死後) 원고가 상속인에게 주식의 유류분반환을 청구 주위적 청구 : 주식 실물의 (유류분)반환청구 예비적 청구 : 주식 실물의 양도불능시 주식의 가액청구 2004. 8. 서울고등법원 판결 Ⅲ. 대법원 판결요지 1. 유류분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들이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17885 판결 참조), 당해 피고에 대해 반환해야 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할 것이다. 2. 기록에 의하면 총 발행주식은 200만 주를 상회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대체물인 주식회사 보통주를 제3자로부터 취득하여 반환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로서는 위 주식 중 소정의 수량을 취득하여 이를 원고에게 양도함으로써 원물반환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위 피고가 망 소외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주권 그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원고에 대한 주식반환의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에서 본 특별한 사정의 유무에 관해 심리한 다음 원물반환이 가능하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했어야 할 것이고, 만약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원물반환이 불가능하다면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으로 위 반환했어야 할 주식의 원심 변론종결일 당시의 시가 상당액을 산정하여 그 지급을 명했어야 할 것이다. Ⅳ. 쟁점 쟁점 1 : 유류분반환청구에 있어서 유류분 재산의 반환불능시 전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시점 쟁점 2 : 재산의 원물반환 불능시 채권자가 행사하는 가액전보배상청구 인용하는 조건 및 가액의 산정방법 Ⅴ. 판례평석 가. 원고의 주식(유류분)반환청구권은 추상적, 관념적으로는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에서 성립되지만 구체적, 현실적으로는 법원이 원고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을 인정하여 피고에게 반환을 명하는 이행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집행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대법원이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존부와 범위는 피상속인의 사망시점에서 판단하지만 유류분의 원물반환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가액반환청구를 인용하는 경우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타당하다. 나. 그러나 피고가 주식시장에서 동일한 보통 주식을 구입하여 원고에게 이전할 수 있으므로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주식실물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것만 가지고는 피고의 주식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이행불능’을 전제로 한 원고의 가액청구(예비적 청구)는 기각하여야 하며 오히려 피고에게 주식원물의 인도를 명하여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얼핏 보면 매우 논리적이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현실적 타당성도 없고 법리적 타당성도 의문이다. 다. 우선 이 판결대로 하면 주식인도 판결이 확정된 후 피고가 임의로 시장에서 주식을 사 원고에게 주식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원고는 주식인도 판결을 집행할 수단이 없고 그렇다고 주식인도의 불능을 이유로 하는 가액배상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채무의 이행여부는 채무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고 채권자가 받은 승소판결은 아무런 현실적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이는 불합리한 결과이다. 그러면 왜 이런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대법원이 가액배상청구를 인용하는 조건으로서 채권자의 ‘집행불능’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채무자의 ‘이행불능’을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이사건에서 ‘집행불능’을 기준으로 하면 반환의 대상이 되는 주식은 이미 제3자의 소유로 이전되었으므로 일응 원고 즉 채권자가 주식인도 판결을 집행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민법은 권리자에게 물건의 원물인도 대신 물건의 가액을 대신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대상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라. 구체적으로 민법 제747조는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 “원물반환 불능시 가액반환”이란 이름으로 규정하고 있고 나아가 민법 제395조는 채권일반에 대하여 ‘이행지체와 전보배상’이란 이름으로 전보배상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민법 제395조에 보면 ‘이행불능’이 아닌 ‘이행지체시’에도 최고기간만 지나면 전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비금전 채권의 경우 집행지연 내지 곤란에 따르는 권리자의 부담을 덜어주어 권리의 실효성을 확보하여 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원래 가액배상청구는 비금전 급부의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집행이 곤란한 경우 청구권자에게 비금전 급부 대신에 당해 급부의 가액을 금전으로 청구하여 금전채권으로 집행할 수 있는 소위 “금전대상청구권(金錢代償請求權)”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비금전 채권의 경우 권리자에게 비금전 급부 대신에 대상청구로서 전보배상청구를 인용할 것이냐 아니냐는 권리의 효율적인 실행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권리자의 금전대상청구가 부당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극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입장에서 운용되어야 한다. 마. 집행불능 여부가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미확정일 경우에도 장래의 집행불능에 대비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현재의 집행가액을 조건부, 추가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 (대법원 1975. 5. 13. 선고 75다 308호,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 55411호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이 사건에 적용해 보면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반환의 대상주식은 타인(은행)의 점유하에 있어 사실상 소유자(채무자)는 동 주식을 임의로 채권자(원고)에게 양도할 수 없다. 원고는 위 판례에 의하여 가액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주식이나 부동산이 제3자에게 넘어가 있으면 그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 채권자는 집행불능을 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혹시 채무자가 임의로 이행할지 모르니까 채권자가 집행불능을 이유로 한 가액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채권자의 입장을 무시하고 채무자의 입장만 고려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만일 집행불능 여부가 불명이라면 집행불능시에는 금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여 가액배상청구를 인용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종전 대법원의 판례취지인 것이다. 결국 종전 판례에 의하여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이사건을 대법원이 공연히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러기 위하여는 원고 소송대리인이 주식인도와 가액지급을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로 나누어 선택적 청구로 할 것이 아니라 ‘피고는 원고에게 주식 0주를 인도하라. 만일 인도하지 않을 시엔 금 0원을 지급하라’라고 원물급부청구에 가액급부청구를 추가, 부가시켜 단일 청구로 신청했어야 할 것이다.
2008-05-26
소득의 실질적 귀속과 수익적 소유
1. 사실관계 (1) 원고 회사는 2002년 6월28일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에 소재한 외국법인 Sunday Ltd., Monday Ltd. 및 Saturday Ltd.(이하 ‘Sunday Ltd. 등’)로부터 주식회사 푸드스타(이하 ‘푸드스타’)의 비상장주식 72만주를 대금 약 15억원에 양수했다(이하 ‘이 사건 주식거래’). (2) 서울지방국세청은 Sunday Ltd. 등은 단순히 조세회피를 위해 설립된 도관회사(Conduit Company)이기 때문에 Sunday Ltd. 등의 소유자로서 Cayman Island에 소재한 Hongkong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Private Equity Fund 2 Ltd. (이하 ‘HSBC PEF 2’)가 이 사건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로 보고, 원고가 원천징수의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2002년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로 징수하는 처분을 했다(이하 ‘이 사건 각 징수처분’). (3) Sunday Ltd. 등은 HSBC PEF 2가 라부안에 100%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으로 회사 대표나 실체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 HSBC PEF 2는 투자전문회사인 홍콩 소재의Hongkong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Private Equity Asia Ltd. (이하 ‘HSBC PEA’)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투자를 위해 Cayman Island에 설립한 사모펀드회사이다. HSBC PEF 2는 HSBC PEA의 직원인 ‘T’가 운용했으며, 푸드스타의 주식에 대한 주주권은 HSBC PEA가 행사했다. 2. 판결의 요지 (1) OECD 모델조세조약의 관련주석규정 및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법인세의 부과는 실질적인 귀속자를 기준으로 하여 조세협약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2) Sunday Ltd. 등은 그 대표나 실체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고 이 사건 주식거래 이외에 다른 사업활동을 했다는 자료가 없는 점, 푸드스타에 대한 주주권은 Sunday Ltd. 등이 행사하지 아니한 점, HSBC PEF 2가 조세피난처인Cayman Island에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대금과 양도대금이 모두 HSBC PEF 2의 소유 자금이거나 그 소유로 귀속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한국·말레이시아 조세협약에 의하면 주식양도소득에 대해 거주지국 과세로 규정되어 있고 말레이지아 현지세법에 의하면 자국 법인의 해외원천소득에 대해 저율과세 또는 비과세 하도록 되어 있는 점 등을 비추어 보면 Sunday Ltd. 등은 정상적인 투자목적으로 말레이지아에 설립되어 사업활동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 사건 주식거래와 관련해 소득 발생지국의 조세징수를 회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Paper company에 불과해 주식양도차익의 실질귀속자는 HSBC PEF 2로 보는 것이 정당하다. (3) 원고들은 HSBC PEF 2 역시 HSBC PEA가 설립했고, HSBC PEA 소속의 T 등에 의해 지배·관리되고 있는 펀드회사이므로 이 사건 주식거래의 이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는 HSBC PEA이거나 투자자금에 대한 투자자들이라고 주장하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HSBC PEF 2는 미국 등지의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투자해 이를 장기간 운용하고 있는 회사로서 그 정상적인 투자 목적을 가지고 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주식거래자금의 공급처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는 이상 그 설립자인 HSBC PEA나 투자자금자체의 개별 투자자들을 이 사건 주식거래에 있어서의 이득의 실질적 귀속자로 볼 것은 아니다. (4) 따라서 이 사건 주식의 양도차익의 실질적인 귀속자는 HSBC PEF 2로서 그 거주지국인 Cayman Island와 우리나라는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으므로 국내세법을 적용하여 과세한 이 사건 징수처분은 적법하다. 3. 평 석 가. 대상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최근 수년 간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실질적인 귀속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판단을 함으로써, 논란이 되고 있는「수익적 소유자(beneficial owner)」개념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나.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한 판단기준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에서는 Sunday Ltd. 등, HSBC PEF 2, HSBC PEA와 HSBC PEF 2의 개별 투자자들 모두 4개의 주체가 문제된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이 HSBC PEF 2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라고 인정한 이유 중 하나는, Sunday Ltd. 등이 푸드스타의 주식에 대한 주주권을 스스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지만 푸드스타에 대한 주주권은 과세관청과 대상판결이 인정한 HSBC PEF 2가 행사한 것이 아니라 그 상위의 HSBC PEA가 행사했으며, 이 점은 대상판결 또한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HSBC PEF2는 실질적 귀속자가 될 수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HSBC PEF2를 실질적인 귀속자로 판단하고 있다. 법원은 그 이유에 대해 HSBC PEF 2는 정상적인 투자목적을 가지고 운용되고 있으므로 도관회사로 인정할 수 없고 그 설립자인 HSBC PEA나 투자자금자체의 개별 투자자들을 실질적 귀속자로 볼 수 없다고만 하고 있다. (2) 대상판결에서 법원의 판단기준 대상판결의 설명에 따르면, HSBC PEF 2를 실질적인 귀속자로 본 이유는 HSBC PEF 2는 정상적인 투자목적을 가지고 운용되고 있고 실체를 가지고 있음에 반하여 Sunday Ltd. 등은 정상적인 투자목적으로 설립되어 사업활동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오직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만약 Sunday Ltd.등이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라면 HSBC PEF2도 Sunday Ltd.등의 조세회피목적에 종사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설립된 것이므로 실질적인 귀속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또한 최근 론스타 펀드에 관한 국세심판원의 결정 등에서 사용된 것과는 다른 기준을 사용함으로써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론스타 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Star Holdings SCA (이하 ‘SH’)가 주식회사 스타타워의 주식을 양도한 사건에 관해 국세심판원은 ‘벨기에 법인인 SH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됐고, 정상적인 사업활동이 없으며, 소득의 실질적 지배·관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도관회사로 판단하고, 론스타 펀드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심판결정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동 경정이 외국의 파트너쉽은 소득세법상 공동사업자로 보아 과세해야 한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을 수용하는 데에 있다 할 것이다. 실제 과세관청은 론스타 펀드가 ‘파트너십’이므로 소득세법 제1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법인으로 보는 단체 외의 단체’로 보고 이익의 분배방법이나 비율이 확인되면 공동사업자로 보아 각 ‘파트너’별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자 했다. 반면 대상판결에서는 오히려 납세자가 스스로 파트너십인 HSBC PEF 2의 배후에 있는 HSBC PEA 및 투자자금의 개별 투자자들이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라고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목회사라는 점에서 Sunday Ltd.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HSBC PEF 2를 동 펀드가 다만 ‘정상적인 투자목적을 가지고 운영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주식양도차익의 실질적 귀속자로 본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고, 방론으로 홍콩에 소재한 HSBC PEA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있는 조세조약이 없으므로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시를 했으나, 개별 투자가에게 초래될 부당한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 등지에 소재하는 HSBC PEF 2의 개별 투자자들에 대해서까지 실질적인귀속여부를 판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3) 비판적 검토 이러한 대상판결의 불투명한 입장은 과세관청 및 판례가 소득의 명목적 귀속자 배후에 있는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추적해 나가다가 어디에서 멈추어 과세를 할 것인지를 납세자가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추적하다가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여 우리나라의 과세권이 미치는 곳에 설립된 실체에서 멈추어 과세를 하고, 그 배후 주체 중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우리나라의 과세권이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곳, 예컨대 미국에 있는 투자자에 관해서는 침묵해 버리는 것으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다. 국내법상 실질과세 원칙과 OECD Model Commentary의 적용 대상판결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기준으로 조세조약을 적용하고 이에 따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하여야하는 근거로, OECD 조세조약 모델협약과 관련 주석서(Commentary) 규정 및 국내세법상 실질과세원칙을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조세조약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국내법상 실질과세원칙을 통하여 조세조약상 허용되는 혜택을 부인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해서는, OECD가 2003년에 비로소 그 주석서를 개정해 이를 명시적으로 긍정했기 때문에, 이를 2003년 이전에 체결된 한국·말레이시아 조세조약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어 왔다. OECD 조세조약 모델협약과 그 주석서가 우리나라 국회를 통과한 국제조약이 아니므로 헌법상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졌다고 보기에 의문이 있으므로 법원이 이를 얼마나 존중해 줄 것인가 하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하나 이에 대한 정확한 설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라.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한 입증 문제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판단하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원천징수의무자가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과세관청은 동일한 말레이시아 라부안 소재 법인과의 거래라 하더라도 어떠한 거래에서는 라부안 법인의 독립적인 실체로서 소득의 귀속을 인정하고 또 다른 거래에서는 부정하고 있다. 결국 그 판단기준이라는 것은 오직 조세회피의 목적을 위해 설립된 실체인가 하는 점일 것인데, 이를 파악하기 위해 원천징수의무자가 거래상대방에 관해 어느 정도의 조사의무를 다 해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나아가 실질적인 귀속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가다 보면 배후의 투자자를 밝혀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고 투자기구와 투자자와의 계약에 따라 투자기구가 투자자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을 의무를 지는 경우도 있을 것인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론스타 펀드의 심판례에서와 같이 단지 납세의무자 측의 입증 실패 내지 거부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단체에서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을 중단할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점에 관해 과세관청 및 법원에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면, 원천징수의무자에 대해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마. 결 론 대상판결은 외국계 사모펀드들과 관련해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과세관청과 납세의무자 모두에게 여전히 정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겠다. 특히 이 판결이 과세관청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실질적인 귀속자를 면밀한 분석 없이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그간 쌓여 오던 일련의 판단기준들에 대한 신뢰마저 희석시켜 버리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란다. 과세관청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다단계 출자구조에 의한 회사의 소유구조 연결을 부인하고 실질과세를 추구하는 것인 만큼, 법원을 비롯한 심판기관들은 과세관청이 지적하는 실질적인 귀속자에 대해 보다 진지한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2008-04-14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권과 공사도급채무의 소멸시기와 범위
Ⅰ. 사실관계 피고 대구광역시는 어린이 교통안전체험교육장 조성공사를 소외 회사에 도급하고, 소외 회사는 원고 주식회사 A산업에게 그 중 알루미늄 창호공사를 하도급했다. 소외 회사와 원고는 2005년 10월21일 “하도급대금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에 따라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피고에게 제출했다. 그 후 원고가 위 창호공사를 완공하고 2006년 1월18일 피고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소외 회사의 다른 채권자들이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에 대해 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채권가압류 등이 그 이전에 피고에게 송달돼 경합됐다는 이유로 원고의 직접 지급요청을 거절했다. Ⅱ. 대상 판결의 요지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07. 7. 19. 법률 제83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의 문언상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의 3자간에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불이 합의된 경우라도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를 시행하고 발주자에게 그 시공한 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에 비로소 수급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 지급청구권이 발생함과 아울러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하도급대금의 범위 안에서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이와 달리 수급사업자의 하도급공사 시행 및 발주자에 대한 시공한 분에 상당한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요청이 있기도 전에 3자간 직불 합의만으로 즉시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하도급대금의 범위 안에서 소멸한다고 볼 수는 없다.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공사를 시행하기도 전에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의 3자간 직접 지불 합의가 먼저 이루어진 경우 그 합의 속에 아직 시공하지도 않은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요청 의사표시가 미리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다. Ⅲ. 대상판결의 검토 1. 공사대금채무의 소멸 시기에 대하여 (1) 대상판결 결론의 타당성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고만 함) 제14조 제1항에 일정한 경우에는 도급인(발주자)이 수급인(원수급인)을 거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해당 하수급인(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 경우에 하수급인은 도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청구권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 하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직접 지급청구권을 취득하는 것과 관련하여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무가 언제 소멸하는지와 소멸되는 채무의 범위가 문제가 된다. 그 소멸시기와 범위에 따라 수급인의 채권자가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가압류 할 수 있는지 결정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대상판결은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07. 7. 19. 법률 제83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하도급법’이라고만 함) 제14조 제1항의 문언상 발주자·원사어자 및 수급사업자의 3자 간에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불이 합의된 경우라도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를 시행하고 발주자에게 그 시공한 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에 비로소 수급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 지급청구권이 발생함과 아울러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하도급대금의 범위 안에서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구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는 수급인의 지급정지·파산, 허가·이가·면허·등록 취소,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간에 합의, 수급인의 하도급대금의 2회분 이상 미지급, 수급인의 지급보증의무 미이행 등의 사유(이하 ‘직접지급 원인 사실’이라고만 함)가 발생하면 하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직접지급을 요청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도급인은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에는 ‘직접지급 원인 사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공사대금 지급채무가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구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에 ‘직접지급 원인 사실’이 발생한 경우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 안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어 ‘직접지급 원인 사실’이 발생했을 때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무가 소멸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도급인이 ‘직접지급 원인 사실’의 발생 사실을 알지 못하고 공사대금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이미 소멸된 공사대금채무를 변제한 것이 돼 도급인에게 하수급인에 대한 이중의 변제책임이 생길 수 있어 부당하다. 대상판결은 하도급법 시행령 제4조 제1항의 “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 요청은 그 의사표시가 발주자에게 도달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규정을 그 판단의 근거로 들지는 않았으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 즉 그 의사표시가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본 것은 법령의 해석상 타당하다. 이로써 도급인이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의 ‘직접지급 원인 사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한 이후 하수급인의 직접지급 의사표시가 도급인에게 도달했다 하더라도 도급인은 하수급인에 대항할 수 있어 도급인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지않게 돼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므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2) 현행 하도급법 해석과 관련하여 그런데 위와 같은 해석은 구 하도급법의 해석에 관한 것이고, 현행 하도급법의 해석상 달리 봐야 할 부분이 있다. 구 하도급법에 의하면 ‘직접지급 원인 사실’ 중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간에 합의가 있었던 경우에도 본문 규정에 의하여 직접지급을 요청했을 때 공사대금 지급채무와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행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본문에 ‘직접지급을 요청한 때’라는 규정이 삭제되는 대신 각호의 ‘직접지급 원인 사실’ 중 지급정지·파산, 허가·인가·면허·등록 취소, 수급인의 하도급대금의 2회분 이상 미지급, 수급인의 지급보증의무 미이행 등의 경우에는 ‘직접지급을 요청한 때’가 각호의 사유에 편입되었으나,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간에 합의의 경우에는 각호에 ‘직접지급을 요청한 때’라는 조건이 없다. 따라서, 현행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경우 도급인,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대상판결의 결론과는 달리 직접 지급을 요청할 필요없이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 공사대금 지급채무와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2. 소멸되는 공사대금 채무의 범위에 대하여 (1) 대상판결의 결론 대상판결은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공사를 시행하기 전에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의 3자 간 직접 지불 합의가 먼저 이루어진 경우 그 합의 속에 아직 시공하지도 않은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요청 의사표시가 미리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소멸되는 공사대금은 하도급계약상의 하도급공사대금 채권 전부가 아니라 하수급인이 시공한 기성 하도급공사대금 채권이라고 보았다. 구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는 “발주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제조·수리·공 또는 용역수행한 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한 때에는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현행 하도급법에도 지급돼야 하는 하도급대금은 시공수행한 분에 상당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하도급법 해석상 소멸되는 공사대금 채무의 범위는 하수급인이 공사를 수행한 부분, 즉 기성고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직접지급을 청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도급인,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에 직접지급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도 해당하는 해석이 될 수 있다. (2) 대상판결의 결론에 대한 비판 미시공 부분이 남아 있을 때 도급인, 수급인, 하수급인이 직접지급의 합의하였으나 아직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급인의 채권자가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을 압류·가압류하고 그 이후 하수급인이 공사를 완성해서 시공한 부분에 대해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 요청을 하게 되는 경우에 문제가 된다. 수급인의 채권자는 장래에 지급받을 공사대금에 대해서도 압류·가압류할 수 있는데, 대상판결의 결론과 같이 하수급인이 도급인으로부터 직접 지급받을 수 있는 하도급공사대금은 완성한 부분에 대한 것일 뿐이라면 수급인의 채권자가 공사대금채권을 압류·가압류하였을 경우 하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의 범위는 상당히 축소돼 사실상 하수급인이 보호받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게 된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의 해석상 직접지급의 합의가 있는 경우 소멸되는 공사대금채무의 범위는 하수급인이 완성한 부분에 대한 하도급대금에 대한 것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도급인·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의 직접지급 합의가 모두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서 말하는 합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3자 사이의 합의 내용에 따라 달리 봐야 할 경우가 있다고 봐야 한다. 3자 사이의 직접지급 합의에는 기성하도급 공사대금뿐만 아니라, 도급인이 공사의 완성을 위해 수급인을 배제하고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공사대금 전부를 지불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내용의 합의는 도급인이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공사대금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하수급인이 수익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봐야 하거나, 수급인과 하수급인 사이에 하도급 공사대금 채권에 상응하는 도급인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하기로 하는 채권양도합의 및 채권양도통지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경우 소멸되는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무는 하수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하도급공사대금 전부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3자 사이에 이러한 합의가 있으면 그 이후 수급인의 채권자가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을 압류·가압류했다 하더라도 그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수급인의 채권자의 보호도 무시할 수 없으나,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에 관한 규정은 수급인의 파산 등으로 하수급인이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연쇄부도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하수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과 밀접한 상호관련성이 있으므로 공사대금채권 중 하수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채권액에 상당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일반채권자들보다 하수급인을 우대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헌법재판소 2003. 5. 15. 선고 2001헌바98 결정 참조)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원활히 해 공사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것이 도급인의 의사에도 부합하므로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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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2024-04-25 22:08
태그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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