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律新聞
2146호
법률신문사
陳述拒否權의 不告知와 自白의 證據能力
白亨球
辯護士·法博
============ 15면 ============
I. 判例要旨
1. 判例의 대상인 自白
부산지방검찰청 檢事는 被疑者 길재근을 범죄단체조직혐의로 수사를 하면서 그 犯罪事實에 관하여 피의자 길재근이 陳述하는 장면과 내용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였으며 그 비디오테이프에는 피의자 길재근이 다른 共犯들과 犯罪團體(暴力·恐喝을 목적으로하는 團體)를 구성하였다는 범죄사실을 自白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다만 檢事가 被疑者 길재근으로부터 범죄사실에 관하여 陳述을 들음에 있어 피의자 길재근에게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하였다.
大法院判例는 被疑者 길재근의 陳述(自白)이 수록된 비디오테이프의 證據能力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다.
2. 判例要旨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2항은 檢事 또는 司法警察官이 피의자로부터 陳述을 들을 때에는 미리 被疑者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은 憲法이 보장하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强要당하지 않는 自己負罪拒否의 權利에 터잡은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訊問함에 있어서 被疑者에게 미리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않은 때에는 그 被疑者의 陳述은 違法하게 蒐集된 證據로서 陳述의 任意性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證據能力이 否認되어야 한다는 것이 大法院判例의 내용이다.
즉 搜査機關이 被疑者訊問을 함에 있어 피의자에게 미리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피의자신문에 의한 自白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違法蒐集證據의 排除法則에 의하여 그 自白의 證據能力을 否定하여야 한다는 것이 大法院判例의 要旨이다.
이 大法院判例는 檢事가 被疑者의 陳述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는 檢事가 作成한 被疑者訊問調書와 實質的으로 同一하다는 점을 理論的 前提도 하고 있다.
II. 판례평석
이번 大法院判例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美國의 判例, 일본의 學說·判例, 한국의 學說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美國의 判例
美國의 聯邦大法院은 1966년의 미란다(Miranda)判決에서 搜査警察官이 被疑者에게 默秘權을 告知하지 아니하고 被疑者를 訊問하여 自白을 받아낸 경우에는 美國聯邦憲法修正 제5조와 제14조가 규정하고 있는 適正節次(due process)의 法理에 의해서 그 自白을 有罪의 證據에서 排除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自白排除法則을 선언하였다. 이러한 自白排除法則을 미란다 法則이라 하며 被疑者訊問時 被疑者에 대한 陳述拒否權의 告知를 미란다경고라고 한다.
法의 適正節次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개인의 生命·自由·財産을 침해할 수 없다는 美國聯邦憲法修正 제5조와 제14조는 美國憲法의 支柱的 規定이므로 미란다法則은 自白排除法則의 핵심적 내용에 해당한다.
2. 日本의 判例·學說 昭和 25년(1950년)11월 21일의 日本最高裁判所判決은 檢察事務官이 被疑者에게 默秘權을 告知하지 아니하고 被疑者를 訊問하면서 작성한 陳述調書의 證據能力에 관하여 被疑者를 訊問하면서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陳述의 임의성이 없는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陳述調書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被疑者를 訊問함에 있어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不告知한 경우 그 被疑者의 自白의 證據能力이 인정되는가에 관해서는 이를 인정하는 積極說과 이를 否定하는 소극설이 대립되고 있는데 소극설이 다수설이며 團藤重光교수, 高田卓爾교수, 田宮裕교수, 石川才顯교수등이 소극설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소극설의 이론적 근거에 관해서는 見解가 갈리고 있다. 즉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被疑者의 自白의 임의성이 없다는 견해, 이 경우에는 자백의 임의성의 부존재가 추정된다는 견해, 이 경우에는 被疑者訊問節次가 無效로 된다는 견해 등이 있다.
3. 韓國의 學說
搜査機關이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하고 被疑者訊問을 한경우에도 그 被疑者의 自白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學說은 우리나라에 없으며 이 경우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다만 自白의 證據能力을 부정하는 理論的 根據에 관해서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被疑者訊問의 경우 陳述拒否權의 事前告知는 調査節次를 形成하는 要式行爲이므로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하고 작성한 被疑者訊問調書는 다른 자료에 의하여 그 陳述의 임의성이 입증되더라도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徐壹敎박사, 廉政哲교수의 견해이다.(徐壹敎 刑訴 254페이지: 廉政哲 刑訴 300페이지).
그러나 檢事 또는 司法警察官의 被疑者訊問에 대한 檢察事務官 또는 司法警察官吏의 참여는 被疑者訊問節次를 형성하는 行爲이지만(형소법 243조)그러한 자를 참여시키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被疑者訊問調書에 기재된 自白의 證據能力이 否定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고려할때 陳述拒否權의 告知가 피의자신문절차의 요식행위라는 점을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론적 根據로 삼는 견해에 대해서는 그 理論的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被疑者에게 진술거부권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 被疑者訊問調書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實定法的 根據로 刑事訴訟法 제312조를 내세우는 견해가 있다. 金箕斗 교수의 견해이다(金箕斗 刑訴 206페이지).
그러나 刑事訴訟法 제312조 제1항은 檢事가 작성한 被疑者訊問書는 그 성립의 眞正과 진술의 特信狀態가 立證되어야 證據能力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규정이고 同條 제2항은 檢事 以外의 搜査機關이 작성한 被疑者訊問調書는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이 공판정에서 그 調書의 내용을 인정하여야 證據能力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규정이라는 점, 成立의 眞正은 署名·捺印·間印등의 眞正, 즉 形式的 成立의 진정과 陳述과 調書記載의 一致, 즉 內容的 成立의 眞正을 의미하므로 陳述拒否權의 告知는 成立의 진정에 관한 要素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刑事訴訟法 제312조제1항, 제2항은 被疑者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 그 피의자신문에 의한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실정법적 근거로 될수 없다고 본다.
搜査機關이 被疑者에게 진술거부권을 告知하지 아니하고 被疑者를 訊問하여 自白을 받아낸 경우 그 自白은 임의성이 의심되는 自白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의해서 그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車鏞碩교수, 李在祥교수의 견해이다.(車鏞碩 刑訴139페이지, 李在祥 刑訴 123페이지, 514페이지, 517페이지).
그러나 수사기관이 被疑者를 訊問하면서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被疑者訊問에 의한 自白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刑事訴訟法 제309조는 「被告人의 自白이 拷問: 欺罔 기타의 方法으로 임의로 陳述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들 有罪의 證據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임의성이 의심되는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自白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09조를 適用할 여지가 없다는 점, 임의성이 인정되도 自白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09조가 적용된다는 해석론은 제309조의 내용에 正面으로 배치된다는 점등을 고려할때 車鏞碩교수, 李在祥교수의 견해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合理性을 인정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訊問하면서 被疑者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아니하는 경우는 被疑者訊問節次의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므로 그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違法蒐集證據의 排除法則에 의해서 그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白亨球변호사의 견해이다(白亨球 刑訴 255페이지, 講義 668페이지).
이 견해에 의하면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告知하지 아니하였다는 理由로 自白의 證據能力을 부정하는 경우에 관해서는 刑事訴訟法 제309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刑事訴訟法 제309조는 自白의 임의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自白의 임의성은 인정되나 그 自白의 수집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는 경우에는 그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실정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이 견해의 理論構成이다.
이 견해는 수사기관의 被疑者訊問節次에 있어 陳述拒否權의 不告知는 중대한 違法에 해당한다는 점, 陳述拒否權의 告知와 같은 違法搜査를 抑止하기 위해서 가장 效果的인 대책은 證據能力의 부정이라는 점등을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론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刑事訴訟法 제309조는 임의성이 없거나 의심되는 자백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不告知한 경우는 自白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被疑者訊問節次에 있어 陳述拒否權의 不告知는 중대한 違法에 해당한다는 점, 違法하게 수집한 證據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通說이라는 점등을 고려할때 被疑者訊問時 陳述拒否權을 不告知한 경우는 違法蒐集證據의 排除法則에 의하여 自白의 證據能力을 否定하는 理論構成이 타당하다고 본다.
4. 판례평석
大法院判例는 수사기관이 被疑者를 訊問하면서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는 그 自白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違法蒐集證據의 排除法則에 의해서 그 自白의 證據能力이 부정된다는 내용으로서 가장 합리적인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搜査機關의 被疑者訊問時 陳述拒否權의 事前告知義務를 규정한 刑事訴訟法 제200조 제2항이 거의 死文化되다싶이한 것이 종래의 搜査慣行이었으나 이번의 대법원판례에 의해서 종래의 수사관행이 是正되리라 확신한다.
수사기관이 被疑者訊問을 함에 있어 陳述拒否權을 사전에 철저하게 告知하는 搜査慣行이 確立되는 경우에는 搜査의 民主化가 큰폭으로 진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