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31.]
최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하여도 효력이 없다고 본 하급심 판결이 연이어 선고되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대한 분쟁은 지난해 5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 소정의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본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에 의해 촉발되었습니다. 다만 위 2017다292343 사건의 경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한 판결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하급심 판결은 위 대법원 판결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하급심 판결들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2017다292343 판결이 제시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기준(①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 대상자들의 불이익 정도, ③ 대상조치 유무 및 그 적정성, ④ 임금피크제로 확보한 재원이 제도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면서도, '정년이 연장된 사실' 그 자체에 주목해서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2. 19. 선고 2022나2025019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19. 선고 2020가합604507 판결 등).
또한, 종전까지 하급심 판결들을 보면 법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은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여 왔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5. 27. 선고 2020가합103192 판결이나 대전고등법원(청주) 2022. 12. 7. 선고 2022나50254 판결은 ‘정년이 연장된 구간에 대해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게 된 것이므로 근로자들이 어떠한 불이익을 입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애초에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고된 하급심 판결들은 반드시 ‘정년연장형=적법·유효’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신용정보회사의 전·현직 직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회사가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임에도 고령자고용법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의무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여 원고들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1. 선고 2020가합575036 판결).
위 회사는 2016년 2월 과반수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는데, 위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55세부터 감액을 적용하며,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에게 직전 연도 연봉의 45~70%를 성과연동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 도입 전에는 만 55세부터 기존 정년인 만 58세에 도달할 때까지 3년간 기존 연간 보수 총액 대비 300%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던 반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에는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인 5년 동안 성과평가에서 매년 높은 등급(S등급 또는 A+등급 등)을 받은 경우에만 기존과 같은 임금수준(300%)을 수령 가능하고, 성과평가에서 최저 등급을 받으면 5년간 기존 연간보수 대비 225%까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성과평가에서 실제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은 제한적이므로 근무기간이 2년 더 늘어났더라도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 총액은 오히려 기존보다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근로자의 불이익이 과도하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이처럼 임금피크제로 인해 임금 삭감이라는 불이익이 초래되었음에도 회사가 업무량·업무강도 저감 등 대상조치를 적절하게 마련하지 않았다고 보아 위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상의 연령차별금지 의무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4월 27일 지역 협동조합의 퇴직근로자 5명이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사용자가 정년을 연장하며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단하고, 원고들에게 동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삭감된 임금을 지급할 것을 명하였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3. 4. 27. 선고 2021가합205418 판결).
위 사건 임금피크제는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근로자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만 57세부터의 기존 대비 급여지급율을 57세에 70%, 58세에 65%, 59세에 60%, 60세에 55%로 감액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사용자는 노사협의회, 개별사업장별 설명회 등을 거쳐 과반수 근로자들로부터 동의서 등에 서명·날인을 받아 동의의사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201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수령 가능한 임금총액이 일부 증액되기는 하였으나, 정년 60세 연장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른 것이지 피고의 취업규칙 개정으로 인해 비로소 향유하게 된 것이 아닌 점, 위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기존 정년 도래 이전 기간(57세, 58세) 임금의 감액이 수반되고, 근로자들은 기존 정년 대비 2년간 동일한 직무로 더 근로를 하더라도 그로 인해 증가되는 임금총액의 규모가 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위 임금피크제 도입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이러한 불이익변경을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 사건의 경우 변경절차에 있어서 ‘사용자의 개입·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취합하는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을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최근 하급심 판결을 보면 ‘정년연장형’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령자고용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거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그로 인해 임금총액의 실질적인 감소폭이 과도하게 크거나 근로기간 연장에 따른 이익이 미미한 경우에는 여전히 고령자고용법상의 연령차별금지 의무를 위반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를 실시 중인 각 기업에서는 향후 위와 같은 판례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실질적인 불이익의 규모 및 이에 대한 업무량 경감, 성과급 및 복리후생 개선 등 보상이 적절한 수준으로 이루어졌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고, 취업규칙 개정 과정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및 그에 필요한 변경요건 구비 여부 등에 대하여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송우용 변호사 (wysong@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