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정된 <중화인민공화국 반간첩법>(이하 ‘개정 반간첩법’)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반간첩법의 연혁을 보자면, 중국 반간첩법의 전신은 1993년에 제정되어 시행된 중국 국가보안법으로, 2014년 반간첩법이 제정되면서 폐지되었다. 금번 개정은 2014년 반간첩법(이하 ‘구 반간첩법’) 제정 이후 최초의 개정으로, 개정 반간첩법은 구 반간첩법의 5장 40개 조항을 기반으로 28개 조항을 새로 추가하고, 기존 37개 조항을 개정 또는 분할하여 최종적으로 6장 68개 조항으로 정리되었다.
금번 반간첩법 개정에 대해서는 중국 내외에 큰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외에서는 반간첩법 개정에 외국 및 외국기업들을 타겟으로 하는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비판하나, 중국 내부적으로는 ① 반간첩법의 제정 이후로 발생한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응 필요성, ② 국가의 반간첩법 집행기관의 권한 및 책임 범위 명료화, ③ 국가 안보 법률 제도의 체계화를 주요 개정 이유로 보고 있다.
반간첩법 개정이 신문 일면을 장식하는 주요 이슈로 부상하는 것에 비하여, 반간첩법의 법률 체계나 구체적인 구성요건 등에 대한 중국 내 법률적 분석은 아직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간첩법에 대한 막연한 추측을 해소하고, 중국 내 기업 실무자들을 위해 보다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서 개정 반간첩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1. 반간첩법의 행정법적 성격
반간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간첩법의 법적 성격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반간첩법은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의 상위법이나 특별법이 아니며, 그 기본적인 법적 성격은 행정법에 해당한다.1)
1) 단, 국가보안기관이 반간첩법에 근거하여 소환 등 일련의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으므로, 일부 형사소송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반간첩법의 제39, 53조에 잘 드러나 있다.2) 즉, 반간첩법에서는 모든 간첩행위에 해당하는 유형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전제하에, 일부 반간첩법 위반 행위가 동시에 형사 범죄를 구성할 경우, 이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해야 하며, 범죄 성립시에는 형법의 규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3) 그 외에 반간첩법 위반 행위는 행정법률 위반으로, 과태료, 과징금, 출국금지 조치, 15일 이내의 행정구류와 같은 행정처벌만이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며, 징역형과 같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반간첩법과 형법의 관계는 다음 도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2) 반간첩법 제39조 국가안보기관이 조사를 통해 간첩 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음을 밝혀낸 경우,『중화인민공화국 형사소송법』규정에 따라 입건하고 조사를 진행한다. 제53조 간첩 행위를 실행해 범죄가 성립된 경우는 법에 따라 형사 책임을 추궁한다.
3) 과실범이 아닌 이상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위자의 주관적 고의가 필요하다(형법 제14조).
2. 반간첩법 상의 간첩행위
가. 간첩행위와 간첩조직의 정의
반간첩법 상의 간첩행위는 주로 간첩 조직에 대한 가담, 대리, 기타 협력 행위 등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러나 ‘간첩 행위’와 ‘간첩 조직’에 대해서는 반간첩법 안에서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형법 조항과 문리해석에 따라 해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4)
4)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반간첩법은 형법이 아닌 행정법규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모호함은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는 어긋날 수 있으나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형법 제3조).
형법상 ‘간첩행위’는 “중국 경외의 기구, 조직, 인사를 위하여 절취, 정탐, 수매5) 한 국가비밀 또는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형법 제111조). 간첩 조직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나 그에 대한 유권해석이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간첩행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개인 및 여러 집단이 분화된 역할을 갖고, 그 활동을 통합 조정하는 집단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른 국가의 정보기관은 물론, 간첩행위를 위한 목적성을 갖고 있는 조직이라면 모두 간첩 조직으로 인정될 수 있다.
5) 형법 원문에서는 ‘收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불법적인 함의가 굉장히 강한 단어이다. 형법에서는 수매는 부녀와 아동의 인신매매나 공무원 매수 처벌 규정 등에서만 해당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의역한다면 ‘불법매수’라고 표현하는 것이 상당하다.
나. 개정 반간첩법 상의 간첩행위
반간첩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간첩행위는 다음과 같다(반간첩법 제4조. 개정 부분은 붉은 색으로 표시).
(1)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의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외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중화인민공화국의 안보를 해치는 활동.
(2) 간첩 조직에 가담 또는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으로부터 임무를 받거나 이에 생활을 의탁(投靠)하는 행위.
(3)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 이외의 국외 기관·조직·개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국가 기밀 및 정보 그리고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을 절취·정탐·수매·불법 제공한 경우, 또는 책동·유인·협박·매수를 통해 국가 공직자가 반란을 일으키게 하는 활동.
(4)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외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국가기관·기밀 관련 부처 또는 핵심 정보 기반 시설 등에 대해 사이버 공격·침투·교란·통제·훼손을 하는 활동.
(5) 적을 위해 공격 목표를 지시
(6) 다른 간첩 활동을 전개
위 법조항을 분설하면 다음과 같은데, 이 중 붉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므로 형사 입건의 가능성이 있다.<표2> 단, 중국 형법에서는 일정 이상의 중대성이 있는 경우에만 범죄 구성요건을 이루기 때문에, 같은 행위라고 하더라도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중 주로 자주 논란이 되는 내용 및 개정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국가안전·이익 관련 문서 등의 절취 (제4조 3항)
개정 반간첩법은 제4조 제3항에 국가안전·이익 관련 문서 등에 대한 불법적 취득을 간첩행위의 유형으로 새로이 추가하였다. 반간첩법 제4조 제3항 중 국가 기밀 및 정보 관련 문건 등의 불법취득에 대한 내용은 특히나 많은 논쟁이 있는 조항이므로, 여기에서 그 내용에 대해 자세히 분설하기로 한다.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 이외의 국외 기관·조직·개인이 실행 또는 지시·후원을 통해 타인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국내 기관·조직·개인이 이와 결탁해 국가 기밀 및 정보 그리고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을 절취·정탐·수매·불법 제공한 경우, 또는 책동·유인·협박·매수를 통해 국가 공직자가 반란을 일으키게 하는 활동.
가) 국가비밀 및 정보
국가비밀은 국가안전과 이익에 관계되고 법정절차에 따라 확정되며 일정한 시간 내에 일정한 범위의 인원만 알게 되는 사항을 말한다(국가비밀보호법 제2조). 즉, 법정 절차에 의해 비밀로 지정되는 정보만이 국가비밀에 해당한다.6)
6) 국가비밀에는 중요성에 따라서 극비, 기밀, 비밀 3등급으로 구분되며, 국가비밀의 범위는 각 외교, 공안, 국가안전 및 기타 국가 부서가 규정하고, 국가비밀의 경우 중앙군사위원회가 규정한다(국가비밀보호법 제10조).
그러나 본조에서는 ‘국가 정보’도 보호의 객체로 하고 있는데, 여기서 ‘국가 정보’라 함은 ‘국가의 안전과 이익에 관련되거나, 아직 공개되지 않았거나, 관련 규정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아야 하는 정보’를 말한다.7) 즉, 국가의 비공개 정보는 반간첩법의 보호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미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과 관련해서는 반간첩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7) 경외에서 국가비밀, 정보를 절취, 정탐, 매수, 불법으로 제공한 사건을 심리하기 위하여 법률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한 제 문제에 관한 최고인민법원의 해석 제1조
나) 국가안전 및 이익
반간첩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안전의 확보이다. 여기서 국가안전이라 함은 ‘국가정권, 주권, 통일과 영토의 완전성, 인민복지,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가의 기타 중대한 이익에 대한 위험이 없고 내외의 위협을 받지 않는 상태 및 지속적인 안전상태를 보장하는 것’(국가안전법 제2조)으로 정의되나, 그 개념이 극히 추상적으로, 광범위하게 정의되어 있으며, 국가 이익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 규정을 찾기 어렵다.8)
8) 다만 이는 자의적 법적용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입법 기술의 한계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의 국가보안법, 미국의 애국자법, 일본의 파괴활동방지법에서도 국가 안전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거나, 추상적 정의만 두고 있다.
다) 국가이익 관련 문건·데이터·자료·물품
개정법에서는 국가기밀/정보의 불법 취득 외에도 국가이익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문건이나 데이터 등에 대한 불법 취득도 간첩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 안보, 이익에 관련된 문건, 데이터, 자료, 물품은 그 요건이 추상적이므로, 이는 포괄규정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즉, 국가의 안보/이익과 관련하여 국가비밀, 국가정보에 준하는 정도의 중요성을 갖고 문서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개정법에서 추가된 ‘문건·데이터·자료·물품’ 등의 요건은 정보의 저장 방식을 세밀하게 설명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즉, 기존 규정에 의하더라도 국가비밀 등을 담은 문건 등을 취득하는 행위 등은 반간첩법 위반에 해당한다. 따라서 세간의 논란과는 달리 본 조의 개정으로 인한 실질적인 변경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라) 정보의 취득방식에 대한 요건(절취, 정탐, 수매, 불법제공)
설령 국가비밀에 해당하더라도, 부당한 방법으로 이를 취득한 경우에만 반간첩법에서 금지하는 간첩행위 행위에 해당한다. 각 요건을 분설하면 다음과 같다.
- ‘절취’(窃取)는 정보를 보유한 자의 인지나 동의 없이 부당한 방법으로 해당 정보를 취득하는 행위 또는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부당한 방식으로 이용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
- ‘정탐’(刺探)은 상대방의 인식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을 방식으로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관찰, 조사하여 상대방의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 ‘수매’(收买)는 사전적 의미에서는 단순한 구매를 의미하지만, 형법상 ‘수매’라는 표현이 부녀, 아동에 대한 인신매매나 공무원 매수 처벌 규정 등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적으로는 해당 단어는 법률상 또는 사회관습상 거래가 금지되는 거래 행위를 지칭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 ‘불법 제공’(非法提供)은 그 정보를 보유하거나 제공할 권한이 없는 자가 무단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 컴플라이언스 TIP
‘불법적 취득’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간첩행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제공 주체가 그 정보를 취득할 정당한 권한이 있고, 그 정보 취득 절차에 불법적 요소가 없었다면 반간첩법 위반 소지는 없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반간첩법 위반 가능성이 낮다.
▶국유회사로부터 용역을 받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비밀을 제공 받거나 알게 된 경우
▶국유회사와의 합작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국가비밀을 제공 받거나 알게 된 경우
▶공항, 기차역, 관광지에서의 촬영
- 군사기지 등과 같이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된 장소가 아니라면, 공항, 기차역과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촬영이 반간첩법에 해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정보를 취득한 경우
- 공개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불법적 취득으로 보기도 어려움
▶정보의 국외 반출 개인정보에 해당할 경우
-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요건을 갖춰야만 경외 제공이 가능하나, 그 외에 정보의 경우 경외 제공에 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비밀유지계약상에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 반면 아래의 경우에는 반간첩법 위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국가 공무원, 국유회사 임직원과의 개인적 관계를 통해 비공개 정보를 취득하는 경우
- 반간첩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해당 공무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경우 문제될 소지가 크다. 다만, 한국과 달리 국가공무원과의 일반적인 교류 과정에서 접대나 선물이 포함되더라도 뇌물죄(또는 ‘김영란법’ 위반)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국유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민간회사 임원에게 뇌물, 향응을 제공하고 정보를 취득할 경우
- 국유회사 임직원 뿐 아니라, 국유회사 산하의 민간회사에 파견된 임원도 법률상 공무원에 해당한다. 만일 상대방 업체에 국유회사 지분이 있을 경우 그 신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컨설팅 업체 등을 통해 출처가 불분명한 비공개 정보를 제공 받는 경우
- 컨설팅 회사로부터 제공 받은 정보가 설령 불법적으로 취득한 국가기밀에 해당하더라도 컨설팅 업체가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불법취득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컨설팅 목적이나 내용 자체에 불법적인 목적이 드러나 있다면 불법취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처벌 사례를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최근 미국계 컨설팅 업체를 타겟으로 한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당분간 분위기를 관망하는 것이 좋다. 만일 컨설팅 업체로부터 정보를 제공 받는 경우에는, 컨설팅 업체로부터 “해당 정보가 불법취득한 국가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과 보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정보제공자의 동의 없이 국가비밀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제3자(모법인 등)에게 제공한 경우
- 특히 상대방과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한 경우 ‘불법 제공’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유회사와의 비밀유지계약 위반
- 국유회사 등으로부터 정당하게 정보를 취득하였다면, 이와 관련한 비밀유지합의/계약이 있을 것이다. 해당 비밀유지합의를 위반하는 경우 불법 제공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설령 해당정보가 국가기밀이 아닌 상업비밀에 해당하더라도, 상업비밀침해죄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비밀유지계약상의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에 ‘계열사’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좋다.
2) 간첩조직에 대한 의탁을 간첩행위의 유형으로 추가
개정법에서는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에 대한 ‘의탁’(‘投靠’)이 새로운 간첩행위 유형으로 추가되었다. 여기서 의탁은 사전적으로 ‘생계를 의존하다’는 함의가 있다. 따라서 개인이 실제 간첩조직으로부터 임무를 받거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금전을 지급받는 관계가 있다면 간첩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반간첩법에 따라 조사대상이 되거나 행정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해외 조직/단체, 컨설팅 업체 등으로부터 명확한 역할을 부여 받지 않은 채 학자금, 연구자금, 컨설팅비 등의 명목으로 정기적인 자금을 지급받는 관계에 있다면 개정 반간첩법 상 간첩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3) 사이버 공격·침투·교란·통제·훼손을 하는 활동
개정법에서는 국가기관이나 비밀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 핵심 정보인프라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을 간첩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중국의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활동을 실시하는 경우’라고 규정한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다만, 기존의 내용에 의하더라도 사이버 공격 등은 간첩행위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실질적인 변경점은 미미하다. 사이버 공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인터넷 안전법’ 상에 규정되어 있다.
다. 처벌
앞서 본 바와 같이 개별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형사재판 후 형법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그 외의 간첩행위는 반간첩법 제54조에 의해 처벌된다. <표3>
간첩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른 수사와 재판을 거쳐 아래와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형법 중 간첩행위와 관련된 주요 조항은 다음과 같다. <표4>
9) 집행유예와 유사한 제도이며, 범죄자는 3개월 이상의 2년 이하의 관제 처분을 받을 수 있다(형법 제2절).
10) 정치권 박탈은 생략하였다.
11) 강제노역에 해당하는 처벌로, 한달에 1~2회 귀가할 수 있으며, 노동에 대한 보수를 받을 수 있다(형법 제3절).
주의할 것은, 설령 위 형법 범죄나 반간첩법 위반에 해당하더라도, 중국 당국에서 특히 중요시하는 산업 관련 상업비밀에 대한 불법적 침해가 발생한 경우 아래 Stern Hu 사례와 같이 중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 중국 내 철강 업체들은 글로벌 3대 광업 회사인 BHP Group, Rio Tinto Group, Vale S.A. 간에 계속적인 철광석 거래를 해왔는데, 각 회사들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연간 매매 가격을 협정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해왔다. Rio Tinto Group소속 임원인, 중국 태생의 호주인인 Stern Hu은 뇌물 등 각종 방법으로 중국 철강 업체들의 내부 영업 정보(재고 비축량, 판매계획, 내부 판매가 기준 등)를 확보하였고, 한편 중국 철강 업체들은 Rio Tinto Group과 보다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Stern Hu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례도 적발되었다. 2009년 Stern Hu 등 4인은 중국 기업들의 내부 인원을 포섭, 매수하여 중국 국가 기밀을 정탐하고 절취한 이유로 상업비밀침해죄, 비국가공직자의 수뢰죄로 10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사건 당시 Stern Hu가 국가비밀에 침해하여 구속되었다는 언론보도가 많았으나, 최종적으로는 기업의 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죄목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상업비밀침해라는 죄목에 비하여 이례적으로 높은 형을 받은 점을 주목할 만하다.
3. 반간첩법 상의 협조의무
반간첩법은 반간첩 업무에 대한 협조의무를 일반에 부과하고 있다. 이에 각 아래의 경우에는 경고조치, 10일 이하의 행정 구류, 3만 위안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단, 범죄 성립시에는 형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
(1) 반간첩 업무 관련 국가 기밀 유출 행위
(2) 타인의 간첩 행위를 알면서도 국가안보기관의 조사와 증거 수집 제공을 거부할 경우
(3) 국가안보기관의 법에 따른 임무 수행을 고의로 방해한 경우.
(4) 국가안보기관이 봉쇄·압수 수색·동결한 재산을 은닉·양도·판매·훼손한 경우.
(5) 간첩 행위와 연관된 재산임을 알면서도 이를 은닉·양도·구매·대리 판매 혹은 기타 방법으로 은닉,기만할 경우
(6) 법에 따라 국가안보기관의 업무를 지지하고 이에 협조한 개인이나 조직에 대해 공격·보복한 경우
4. 국가안전기관의 강제조치
개정법에서는 “제3장 조사처분” 규정을 신설하였고, 아래와 같이 국가안전기관이 취할 수 있는 강제조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반간첩법 제23조). 단, 국가안전기관은 반간첩 업무 수행과 관련해서만 강제조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12), 원칙적으로 비표(담당자가 국가안전기관 소속임을 밝히는 증표)를 제시해야 한다.
12) 관련 공무원이 권한 남용시에는 반간첩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개인 및 조직은 권한남용에 대해 신고 및 고발을 할 수 있다(반간첩법 제11, 52, 69조).
개정법에 따르면, 국가안전기관의 권한행사를 위한 절차 등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종전 법령에 비하여 그 권한행사 절차가 객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 대인 조치
- 중국인 또는 외국인 신분증 검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연관된 개인과 조직에 대한 상황을 질의할 수 있다.
- 신분이 불명확하거나 간첩 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다(반간첩법 제24조).
- 필요시 상급부서의 승인을 득하여13) 소환 조사를 할 수 있으며, 불응할 경우에는 강제 소환도 할 수 있다. 단, 심문 시간은 8시간을 넘을 수 없고, 행정 구류 또는 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경우라도 24시간을 초과할 수는 없으며, 연속소환은 금지된다. 심문 시 충분한 음식과 휴식을 제공해야 하며, 소환시에는 소환사유 및 근거를 당사자 및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반간첩법 제27조).
- 상급부서(시급 국가안보기관 책임자)의 승인을 득하여 간첩행위 혐의가 있는 자에 대한 신체수색, 물품, 거주지 수색을 할 수 있다(반간첩법 제28조).
- 국무원 국가 안보 주무부처는 중국 공민에 대한 출국 조치를 할 수 있다. 성급 이상의 국가안보기관은 혐의자(외국인)에 대한 출국 조치를 할 수 있다(제33조).
- 국무원 국가 안전주관부서는 입국 후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활동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제34조).
13) 상급 부서의 승인만으로 강제소환 등이 가능하므로 영장주의 위반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중국 형사소송법에서는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나. 대물조치
- 필요시 시급 이상 국가안보기관 책임자의 승인 하에 개인이나 조직의 전자기기, 시설, 관련 프로그램, 도구를 조사할 수 있으며(반간첩법 제25조), 문건, 데이터, 자료, 물품을 열람, 수거할 수 있다(반간첩법 제26조).
- 필요시 시급 이상 국가안보기관 책임자의 승인 하에 혐의자에 대한 재산 정보 조회를 할 수 있다(반간첩법 제29조).
- 필요시 시급 이상 국가안보기관 책임자의 승인 하에 간첩 행위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시설 또는 재산을 법에 따라 봉쇄 및 압수 수색을 하고 동결할 수 있다(반간첩법 제30조).
5. 2015~2023년 집행 사례 분석
반간첩법 및 국가안전법 관련 사건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내용이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중국 당국에서는 2016년도부터 매년 국가안전법 관련 사례를 공표하고 있다. 확인할 수 있었던 공개 사건들은 총 53건이었는데, 이 중 기업과 관련된 처벌 사례는 19건에 이른다.14) 이를 통해 비교적 최근의 집행동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14) 기업이 아닌 개인 범죄의 경우 주로 학생, 기자들이 처벌된 사례가 많았으며, 주로 홍콩 관련 이슈와 관련된 사건이 많았다.
가. 중국 국적자에 대한 처벌 사례가 많음
우선 실제 간첩행위 가담자의 신분을 보자면, 주로 중국 국적자가 많았으며, 그 외에도 각각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스웨덴 국적자가 있었으나, 이들 역시 실제로는 외국국적을 지닌 중국인들이었다. 법률상 행위자의 국적에 기반한 차이는 없으나, 실제 처벌사례를 보면 중국 내 기업의 중국 국적 임원/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다만, 최근에 아스텔라스 제약,15) 이토추 상사 관련 사건의 경우 일본국적의 일본인을 직접 구속한 사례도 있다.
15) 아스텔라스 제약의 임원이 2023년도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사자는 50대 일본인 남성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일본계 기업의 단체 중국일본상회 간부를 맡기도 한 베테랑 주재원이다.
나. 자문업 종사 기업에 대한 사건이 많음
관련 업종, 정보의 성격으로부터 분석해보면 반도체, 전력, 해운, 제약, 고속철도, 원자력 업종과 관련된 정보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사안의 성격상 금융업, 에너지, 군수산업, 첨단기술, 제약업과 관련된 컨설팅 업체가 연루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Capvision, Mintz Group, Bain & Company의 경우 모두 다국적 컨설팅 기업에 해당한다. 특히 Capvision은 중국 내 정책, 국방, 금융, 첨단 과학 기술, 에너지 자원, 의약 분야에 대한 전문가, 학자를 초빙하여 중요 정보를 취득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 다국적 기업 관련 사건이 많음
기업이 연루된 반간첩법 사건의 경우, 연루된 기업들 대부분이 다국적 기업의 중국 내 회사인 경우가 많았다. 다만 중국계 기업의 외국 주재원이 외국 첩보기관에 포섭되어 처벌받은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