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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차 종료 통지 후 보증금 반환·시설 복구비 싸고 분쟁 ‘확증 편향’으로 조정 불응했다면 소송으로 되돌아 갈 뻔

    1. 들어가면서 가. ‘확증 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심리학에서 의사결정자가 그들의 주장을 확증하는 증거에 더 무게를 두고, 더 잘 알아차리고, 더 활발하게 찾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를 일컫는다고 한다. 쉽게 말한다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만 눈에 보이거나 기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 이러한 경향의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조화롭지 못하거나 옳지 않은 의사결정을 하였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다. 법적 분쟁에 있어서도 양당사자가 명백히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어느 한 쪽이 분명 거짓말일텐데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각각 들어보면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라. 이래서 ‘송사에 원고의 말이 바른 것 같으나 그 피고가 와서 밝히느니라’라는 잠언(성경 잠언18장17절)이 수천년전부터 남겨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미용업을 하는 사람이고, 피고1.은 예식촬영, 야외촬영, 신부화장, 미용마사지 및 메이크업을 하는 법인이며, 피고2.는 그 대표이사이다. 나.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피고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면서 피고가 진행하는 예식 등의 미용작업을 하는 경우 피고들로부터 그 대금을 지급받기로 하였는데, 임대기간이 만료되어 피고에게 임대차종료를 통지하였으나 피고가 보증금1억5천만원을 반환하지 아니하여 이사를 하지 못하다가 피고가 보증금 중 1억원을 지급하여 위 금원만을 수령하고 임차건물을 인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에 대하여 위 보증금 잔액 및 미용작업을 한 비용 약 400만원의 지급을 청구한다. 다. 피고들은 임대기간 종료후 미용작업 비용을 증액하면서 계약을 연장하였다고 주장한다. 3. 조정경과 가. 일견 간단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조정과정에서 피고들은 원고가 위 미용실 바닥에 한 시설에 대하여 이를 원상복구하여야 하며 그 철거비용은 약 20,000,000만원이 든다고 주장하였고, 원고는 강력히 반발하면서 철거하여야 한다면 원고가 주장하는 비용이 너무 과다하다면서 이를 스스로 철거하여 주겠다고 하였다. 나. 또한,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보증금을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하였으나, 계약서상 임대인은 피고1. 법인으로만 되어 있을 뿐이고, 피고들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1.은 사실상 폐업상태이며 집행재산이 확보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다. 상임조정위원은 원고에게는 위 나.항의 사유를 들어 집행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피고들에게는 원고가 미용실로 사용한 공간 바닥에 한 공사는 피고들이 운영하는 사업에 비추어 보아도 꼭 철거하여야 할 시설로는 보이지 아니하여 철거하는 것이 피고들에게 유리할 것도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 계약서상 임차인의 유익비 포기도 명백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보증금잔액을 반환하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고하였다. 라. 양측은 상임조정위원의 설득을 받아들여 실질적으로 자력이 있는 피고2.가 보증금잔액과 미결제 미용작업비를 반환하되 상당한 기간을 두는 것으로 하여 합의가 성립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소송에 처한 당사자들 중 이왕 소송까지 왔으니 승소판결을 받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굳게 가진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이 주로 제기하는 논리는 ‘돈이 문제가 아니며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 돈은 차라리 불우이웃돕기에 쓸 망정 상대방에게 귀속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어떤 멘토’로부터 확실히 이기리라는 장담을 받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나. 이 사건의 원고처럼 계약서상 책임자와 현실적으로 책임자력이 있는 자가 서로 다른 경우, 원고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한들 자력이 있는 당사자가 이를 수긍하지 않는 한 계약서상 당사자가 아닌 자에게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사자 또한 자력이 없는 계약서상 책임자에 대하여서만 즉시 변제의 책임이 인정되는 결론에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다. 이 사건 당사자들이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상임조정위원이 지적하는 문제점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확증 편향’으로 승소를 확신하면서 조정에 불응하였다면, 이 사건은 소송으로 돌아가 피고2.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 여부(피고1.의 법인격부인까지 거론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계약의 연장 여부, 원고의 유익비 주장과 그 금액 감정, 피고의 원상회복 주장과 그 비용 감정 등으로 지리한 법정공방과 입증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라. 조정절차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아무리 ‘확증 편향’에 휩쓸렸던 당사자들이라도 사법절차에는 진실발견의 한계가 있다는 점, 사법정의가 절대적 진실의 발견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고, 특히 사적분쟁에서는 진실발견이나 정의구현을 위하여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을 그로 인하여 얻게 될 경제적 이익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음을 생각해볼 기회도 갖게 된다. 재판이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되는 일을 막는 길은, 꼭 그렇게 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적분쟁의 경우 당사자들로 하여금 과거의 사실관계에 집착하고 있는 안목을 미래로 돌려, 분쟁의 진행과정, 분쟁으로 인하여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과 손실의 비교형량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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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든 독거노인 사망… 집주인이 악취 소동에 뒤늦게 발견, 집 수리 등 이유 유족상대 손배소… 원고입장서 이해 설득

    1. 들어가면서 가. 현재 우리나라는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나. 통계청의 인구조사 자료에 의하면, 1인가구, 특히 고령의 1인가구, 소위 독거노인의 증가추이는 다음과 같다.<표1> 다. 불과 30년전만 하여도 1인가구는 전체 가구수의 5%에 미치지 못하였고, 1인가구에 대하여 연령별로 분류하여 조사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제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1/4에 육박하고 있으며, 70세 이상 고령자가 혼자서 생활하는 경우도 전체 인구의 1.63%에 이르고 있어, 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렀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원고의 집에 혼자 세들어 살던 독거노인이 사망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악취 등으로 주민들이 119에 신고한 후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여 장례를 마쳤으나,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한참이나 지났다는 소문이 나서 그 집에 세들어 오려는 사람이 없고, 집에서 냄새가 나는 등의 이유로 필요한 공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하면서 망인의 유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들이 자녀들로서 혼자 계신 노인에게 별 일이 없는지 확인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와 같은 일을 미연에 막을 의무를 다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임대인인 원고가 시세하락 손해 3000만원, 공사비 1500만원, 위자료 1000만원 등 합계 5500만원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다. 이에 대하여 유족인 피고들은 연락을 받은 다음 날 바로 장례 절차를 치렀고 돌아가신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으로부터 그렇게까지 많은 시일이 흘렀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는 이유없다고 주장하면서,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돌려달라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3. 조정경과 가. 조정기일에서, 원고는 이번 일로 119구급차가 출동하여 온 동네에 소문이 다 나게 되었으며 실제로 악취가 나는 등의 일이 생겨 새로 세들어 오려는 사람이 없게 되어 많은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피고들은 사람이 돌아가셨는데 이와 같은 청구를 하면서 전세보증금도 돌려주지 않는 원고에 대하여 오히려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였다. 나. 망인이나 유족인 피고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망인을 보조할 사람을 사용한다든지 혹은 며칠에 한 번씩 안부전화를 드리는 일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보였다. 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골이 깊은 사건은 막상 일선 소송현장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 쉽지 않다. 라. 상임조정위원은 원고에게는 돌아가신 분과 유족들의 아픔을 먼저 생각해보도록 설득하였고, 피고들에게는 원고의 청구를 무조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하지만 말고 약간이라도 원고의 입장을 이해해보도록 하자고 설득하였다. 특히, 이런 일은 합의로 끝나야만 망인과 유족들, 건물주와 앞으로의 세입자에게도 마음의 짐이 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점을 강조하였다. 마. 결국 원고와 피고들은, 원고의 청구 중 300만원을 인정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어 원고가 피고들에게 보증금 3000만원 중 위 300만원을 공제한 2700만원을 조속히 지급하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이번 사건은 독거노인이 아무도 모르게 돌아가신 안타까운 일의 사후 처리를 둘러싸고 집주인과 유족들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단순히 조정이 성립되었다는 것에만 그칠 일이 아니고,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찾고 싶다. 나. 사실, 예전에는 이와 같은 사건은 발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앞서 본 통계자료에 의하면, 비록 고령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예상되며, 실제로 홀로 또는 고령의 부부가 거주하다가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였다는 일은 뉴스 또는 소문으로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모든 손해를 임대인인 원고에게만 부담하게 한다면 혼자 거주하게 되는 노인 또는 병약자에게는 임대차계약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다. 현재 자치단체별로 65세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에 대하여 직권 또는 신청에 의하여 대상자를 파악하여 생활실태 및 정기적인 안전확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생활관리사 파견사업 등을 시행하여 주기적 방문, 안부전화 등을 통해 안전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이 철저하게 이루어진다면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과연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를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임대인 또는 유족 등 사인만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하여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라. 당사자들, 특히 망인의 유족들에게 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을 새삼스럽게 거론하여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책도 변경되어야 하고, 정책에 반영되는 부분이라면 그 책임의 소재에 대한 고려도 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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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관계인 원·피고 사이 수 건의 민·형사 법적분쟁 진행, 대여금 싸고 또 다툼… 진행 중인 訴 모두 취하, 조정 성립

    1. 들어가면서 가. 최근 ‘뱀이 사무실에 들어오는 경우 각 기업별 대처방법’이 회식자리의 화제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나. 이 주제를 조정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으로 던져보았는데 ‘암·수를 구별하여 짝을 맞추어 줌으로써 나가게 한다’,‘뱀이 들어온 이유를 확인하여 그 원인을 해결해줌으로써 나가게 한다’,‘규정집과 지난 1년간의 선례를 확인하여 뱀의 퇴치방법을 찾아본다’,‘차회 조정기일을 지정하여 일단 돌려보낸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다. 모두 실제 조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조정기법과 관련된 재치있는 답변들이라 좌중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하였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누이 부부를 상대로 대여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원고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운영일부를 누이 부부에게 부탁하고, 소요되는 비용의 처리를 위하여 통장과 도장 등 일부 은행계좌의 관리도 일임하였는데, 나중에 확인하여 보니 그 계좌에서 약 5년전에 인출된 2,000만원 정도의 사용처가 묘연하고, 원고의 추궁에 대하여 피고 부부가 일시 차용하였다가 변제하였다고 변명하나 이는 명백한 횡령이며, 변제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원고의 부탁으로 은행대출금의 이자, 직원들 급여 등 업무처리를 한 바 있으나, 원고의 돈을 임의로 사용한 바 없고, 피고들이 돈을 인출하여 갔다고 하는 기간에 원고의 계좌에 유사한 금액이 입금되었다고 한다. 라. 지난 3년여간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는 수 건의 민사소송과 형사고소가 있었고, 피고들이 원고를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는 다른 법적분쟁이 진행중이었다. 마. 담당재판부에서는 가족간 분쟁이 지속되는 사건이므로 분쟁의 종국적 종식을 기대하면서 변론전 조기에 조정에 회부하였다. 3. 조정경과 가. 회부된 사건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시점의 자금인출내역은 비록 간단하고 큰 금액이 아니지만, 원·피고간 거래내역에 비추어보면, 청구의 당부를 가리기 위하여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들의 자금인출 시점으로부터 적어도 5년전 이상 소급하여 자금의 이동을 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사안으로 보였고, 아직 그러한 자금거래내역에 관한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나. 또한, 원·피고간 진행된 수건의 법적분쟁의 내용으로부터 추정되는 거래규모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분쟁은 그리 큰 비중이 있는 사건으로는 보이지 아니하였다. 다. 상임조정위원은 이 사건은 ① 이 사건 소송으로 당사자들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이익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후 ② 당사자들이 얻고자 하는 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제3의 방법을 모색하거나 ③ 필요하다면 변론에 준하는 정도의 주장과 입증을 하게 하여 쌍방 거래내역을 모두 밝히게 한 후 주장·입증책임에 따라 쌍방의 입장을 명백히 하여 주도록 하며 ④ 가족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 문제라면 감정적 치유를 위한 대화의 장을 이어가도록 기일을 속행하는 방법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조정에 임하였다. 라. 첫 조정기일에 대면한 원·피고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공격으로 일관하여 조정위원이 예정한 순서대로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조정안은 예상외의 곳에서 발견되었다. 법정이 아닌 조정실에서 상호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이루어진 공방에서 양측은 모두 ‘상대방으로 인하여 거액의 손해를 보았고, 상대방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조정위원은 그간의 숱한 법적분쟁들로도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본인들의 의도는 쌍방 이룰 수 없었음을 주지시키면서 법적분쟁이 계속되는 한 상호 만나지 않을 방법이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는데, 양측의 답변은 뜻밖에 상대방이 문제를 일으키므로 그만둘 수도 없다는 답변이었다. 바. 조정위원은 상호 현재 진행중인 절차를 모두 취하하기로 하고, 향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조정안을 제시하여 보았는데, 양측은 모두 이에 동의하여 조정이 성립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가장 바람직한 조정은, 당사자들 사이에 드러나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하여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당초의 원만한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형제자매 등 가족간 또는 동업관계와 같이 장기간의 깊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관계일수록 조정의 이상과는 달리 감정의 골이 깊어 제3자가 보기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할만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고, 법원이 진실을 가려 판결에 의하여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는 요구가 강하다. 나. 우리나라 대법원의 대법정 앞에는 온화한 표정의 선녀차림 여신이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지만, 그 외 우리나라나 외국의 대부분의 정의의 여신상은 두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이러한 정의의 여신상에 함축되어 있는 사법절차의 한계와 법관들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당사자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다. 사건 당사자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과 분위기, 시간을 허용한다면, 분쟁의 원인이나 목적,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있다. 라. 이 사건의 경우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분쟁을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정의의 여신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분쟁의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버릴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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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집서 손상된 할머니 밍크코트는 아들의 마지막 선물, 인간적 아픔 듣고 슬픔을 위로하도록 한 후 조정성립

    1. 들어가면서 오래 전에 밀란 쿤데라의 원작 소설에 기한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작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에서도 모든 일이 워낙 빨리 진행되다 보니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될 일을 소홀히 하여 큰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 유명 커피점에 가서 커피를 주문한 할머니가 커피 잔이 너무 뜨거워 화상을 입은 일로 커피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다. 그 이후 그 커피점에서 두꺼운 마분지를 컵 옆면에 끼워 커피를 제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피할 수 있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소한 사고 원인들이 때론 큰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가 조심해야 한다. 너무 소심해서는 안 되겠지만 너무 조심스러움이 없어서도 안 되므로 아래 사례를 소개한다. 2. 사안의 개요 가.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갑’ 할머니는 아들이 선물해준 밍크코트를 입고 동네 빵집에 빵을 사러 갔다. 주문한 빵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서 있던 중 빵집 주인 ‘을’이 외부에서 빵 식판을 들고 데스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므로 갑 할머니는 벽 쪽으로 비켜서게 되었는데, 그 때 벽에 걸려있던 벽걸이식의 전열기에 밍크코트가 손상되었다. 빵집 주인이 영업배상책임보험을 든 ‘병’ 손해보험회사와 ‘갑’ 할머니가 합의를 추진하였으나 잘 되지 않자 보험회사는 할머니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조정신청을 제기하였다. 나. 이 사건에 있어 빵집 내부를 비추는 CCTV 영상 CD가 증거로 제출되어 상황을 잘 살필 수 있었다. 문제가 된 빵집은 그야말로 좁은 동네 빵집이었는데, 사고 경위는 할머니의 주장대로 빵집 주인이 식판을 들고 오자 할머니가 벽 쪽으로 피해주다가 전열기에 깜짝 놀라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 초기 합의 과정에서 보험회사가 200만원을 제시함에 반하여 ‘갑’할머니는 1,000만원 이상을 요구하여 결렬된 것이었다. 3. 조정경과 가. ‘갑’할머니는 아주 점잖고 무리한 요구를 할 것 같지 않아 보였는데, 밍크코트의 손상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조정 과정에서 계속하여 눈물을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밍크코트는 할머니의 아들이 1,000만원 이상의 목돈을 들여 선물한 것이었는데, 그만 이번 사고로 손상을 입어 제대로 입고 다닐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부족한 점은 있겠지만 합의를 하고 수선을 하든지 새로 하나 장만하든지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하였으나 눈물을 그치지 않는 것이었다. 나. 그 연유를 캐물으니 안타깝게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밍크코트 손상 사건이 있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보험처리가 되지도 않는 사건이었고, 유족인 할머니는 보상금도 변변히 받지 못하고 합의까지 해주었다고 한다. 사정이 그리 되다 보니 아들이 사준 밍크코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 되었는데 손상당하고 보니 아들도 잃고 밍크코트도 잃게 되어 그 슬픔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 조정성립 상임조정위원은 한참 동안 그 슬픔을 밖으로 끄집어내게 한 후 적절한 합의를 하고 아들을 잘 떠나보내도록 권유하였고, 할머니도 어느 정도 동의하였다. 다만 보험회사에서 직권조정형태를 원하여 금 350만원에 합의하도록 직권 조정한 결과 양측 이의가 없어 조정 성립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이 사건 조정은 금액이나 합의조건을 떠나 당사자의 인간적인 아픔을 듣고 슬픔을 표현하도록 한 후 적절한 금액으로 조정성립을 할 수 있었다. 나. 문제는 빵집 주인의 사소한 실수 즉, 빵 식판을 들고 데스크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전열기가 없는 쪽으로 잠깐 피해달라고 부탁하기만 하였으면 피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이다. 사소한 피해 같아 보이지만 피해자가 느끼는 엄청난 슬픔을 어떻게 금전으로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다. 위 사건 외에도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자주 다니는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갔다가 지하 주차장에 남아있던 살얼음에 넘어져 요추압박골절상을 입은 사건(650만원에 합의), 엄마와 함께 전철 에스컬레이터 탑승 중 에스컬레이터 옆면의 보호 커버가 떨어져 나가 다친 사건(500만원에 합의), 영화관에서 전화받으러 나가다가 넘어져 다친 사건(200만원에 합의) 등의 사례가 조정센터에서 있었다. 또한 대규모 유통센터에서 바닥의 물이나 젤 등에 미끄러져 다친 사건, 공사 현장 출입구에서 나오는 화물차에 충격당한 사건 등 다중 집합시설에서 다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라. 기본적으로 이런 다중 시설의 이용자들도 사고를 막기 위해 방어적 보행이나 안전규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위 시설들의 소유, 관리자들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단순히 추상적인 최선의 노력만을 할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하여 좀 더 과학적인 예측을 하여 상당한 대비책을 세워놓지 않으면 큰 법적 책임 문제로 곤란을 겪게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마. 조정과정에서는 사건관계자들에게 이러한 안전에 관한 인식 및 대책의 필요성을 수용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상호간 공유된다면 분쟁해결을 위한 의사접근은 한층 신속하고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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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사이 욕설이 발단… 소액심판 청구서 위자료 지급판결, 항소심서 신속히 조정회부… 1심판결 유사한 금액조정 결정

    1. 들어가면서 가. 제14대 이용훈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법원이 갈등과 분쟁을 실질적이고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명실상부한 최종 분쟁해결기관이 되어야 하며, 재판이 분쟁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된다면, 그것은 국민과 국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강조하였다. 나. 우리나라의 재판제도는 헌법상 원칙적으로 삼심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삼심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취지는, 법해석과 적용에 있어 오류를 최소화하고, 통일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지, 동일한 분쟁을 되풀이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 재판이 분쟁의 근원적 해결책이 되려면, 재판제도에 대한 이해와 재판결과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토대가 마련되어야만 재판을 분쟁해결의 장으로 받아들이고, 재판결과를 수용하여 분쟁의 반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재판제도의 실상과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긋나거나 재판결과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재판을 반복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고자 하는 욕구를 견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언니가족과 함께 지내는 독신의 여자이고, 원고의 언니는 피고의 어머니와 수십년전 학창시절부터 친구관계로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그러나, 서로 성인이 된 이후에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지내왔다. 나. 그런데, 공교롭게도 양집안이 10년 정도 같은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면서 원고의 언니와 피고 어머니의 사이는 더욱 좋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피고의 가족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이후 10년 정도는 상호 왕래없이 지내게 되었다. 다. 2008년경 원고의 언니는 피고의 가족이 다시 같은 아파트단지로 이사를 올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피고의 어머니에게 확인을 하고자 하였는데, 이 때부터 다툼이 생겨 원고의 언니는 피고의 어머니에게 부적절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었다는 사유로 벌금형을 받았고, 원고의 언니와 피고의 부모 사이에서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이 있어 상호 접근하지 아니한다는 법정화해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라. 이후 피고의 가족은 같은 아파트단지로 이사하였고, 수개월이 지나 주차장에서 원고와 원고의 언니는 피고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이 사이에서 다시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의 외모와 관련된 욕설을 하였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되었고, 정식재판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마.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주차장에서의 다툼을 이유로 위자료청구의 소액심판을 청구하였고, 1심 재판부는 6차의 변론기일을 진행하면서 증인신문, 기록송부촉탁 등의 증거조사를 거쳐 2백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선고하였다. 3. 조정경과 가. 피고가 위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하였고,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변론기일을 지정하기 전, 법원조정센터의 조정에 회부하였다. 나. 이 사건은 비록 소액사건이나 이미 관련 분쟁들이 수건 진행되었고, 쌍방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하여 오고 있는 상황이며, 원인된 사실관계의 존부, 손해배상액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기록은 법전의 두께를 훨씬 넘어서고 있어 조정의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쌍방의 의견접근은 어려워 보이는 사건이었다. 다. 조정기일에 양측은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에 치중하고자 하였고, 상임조정위원은 양측의 주장을 경청하면서 이 사건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양측의 목표와 실현가능성에 대한 예측에 질문을 집중하였다. 쌍방은 이 사건 진행의 목표에 대하여는 소송물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였지만, 그 목표들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모두 자신있는 의견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라. 다행히 양측 모두 변호사인 대리인들을 선임하고 있어 재판제도의 한계에 관하여서는 쉽게 의견의 접근을 이룰 수 있었다.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금액에 관하여는 양측의 의견접근이 어려워 그 동안의 대화를 토대로 상임조정위원이 화해를 권하면서 1심판결에 유사한 금액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고,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이 사건 조정의 의미 가. 2010년 우리나라 1심판결에 대한 항소율은 7.3%(합의사건 42.3%, 단독사건 12.7%, 소액사건 2.7%)이고, 항소심판결에 대한 상고율은 37.2%(고등법원사건 42.1%, 1심단독사건 39.1%, 1심소액사건 24.8%)에 이르고 있다. 나. 이러한 상소사건의 대부분은 당초 삼심제도의 취지에 따른 법해석과 적용의 통일을 기하고자 하기보다는, 원심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원심과는 다른 결론을 받아보고자 함에 있다. 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양측은 항소심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에 대하여서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실제 재판제도의 운영현실에 비춘 목표의 실현가능성에 대하여는 상호 한계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라. 이 사건 당사자들이 조정의 자리에서 이러한 한계에 관하여 그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였더라면, 비록 소액사건이라 하더라도 항소심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며, 이 사건에서 진술한 증인들에 대한 위증 여부를 놓고 다시 한 번 분쟁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 다행히 항소심 재판부의 신속한 조정회부로 양측은 사적 분쟁을 법정에서 해결함에 있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한계에 관하여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였고, 그 결과 비록 사건 자체의 내용에 대하여 화해는 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3년에 걸친 지리한 법정싸움만은 그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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