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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 및 부당특약금지 조항의 강행규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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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8.03.02 ]


    1. 들어가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은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특히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에 관하여는 상세한 요건 및 조정 방식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그 동안 기획 재정부나 조달청 등 여러 국가기관은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이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해왔고, 이에 따라 실무상으로도 그렇게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이 강행규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당사자 사이에서 이를 배제하는 특약을 하더라도 그 특약은 유효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2007. 4. 16.경 공기업 A사(이후 피고는 원고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습니다)와 '○○지구 집단에너지시설 건설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액 중 국외업체와 계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물가변동(환율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기로 정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특약'). 이후 2008년에 발생한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환율이 상승하여 원고들이 국외에서 구입하기로 한 가스터빈 등의 가격이 폭등하자 원고들은 2009. 5. 7. 피고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의 계약금액 조정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특약을 이유로 거절하였습니다.



    3. 이 사건의 쟁점

    국가계약법령상의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강행규정에 해당하는지(즉, 이 사건 특약은 강행규정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인지),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강행규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 사건 특약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의 부당특약에 해당하는지



    4.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특약의 효력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1) 국가계약법령이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방법에 대하여 규정하면서도 그와 다른 내용으로 체결된 계약의 효력에 관하여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아니한 점, 공공계약은 국가나 공기업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私法)상의 계약이므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이상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비롯한 사법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점,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은 계약 상대자의 보호보다는 공공계약 이행의 적정성에 목적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계약당사자가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과 다른 내용의 특약을 둘 때 그 내용이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수 없다.


    (2) 다만,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 계약상대자에게 다소 불이익한 정도를 넘어,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특약을 함으로써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것일 경우, 이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의 부당특약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게 된다. 부당특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특약에 의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체결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특약의 내용이 현장설명 당시 이미 공지되었다는 점, 원고들은 소위 1군 업체로서 계약조건을 잘 알면서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점, 계약조건상 국외업체와 반드시 외국 통화로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 원고들이 외국 통화로 계약을 체결하며 별도의 환위험 회피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 국외업체 계약분은 전체 계약금액의 1.4에도 미치지 못하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특약은 부당특약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소수의견은, 국가계약법령이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의무규정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에 반하는 특약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법질서의 자기모순에 해당한다는 점, 공공계약 그 자체는 사법의 영역에 속하지만 공공계약에서 국가 등이 사인과 동일한 지위에 서있다고 할 수 없는 점,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은 공무원의 재량을 통제하여 계약의 이행과 실현과정에서 공공성을 유지·확보하기 위한 규정인데 국가나 공무원이 이러한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사전적으로 배제하는 특약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국가 원리에 반한다는 점,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은 입법 연혁적으로도 계약상대자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점, 다수의견은 계약담당공무원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사실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을 배제하는 것을 용인해주는 셈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이에 어긋나는 이 사건 특약은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5. 대상판결의 문제점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대상판결이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강행규정성을 부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1)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은 의무규정의 형태로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금액 조정의 요건, 산출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요건이 갖추어질 경우 계약금액 조정이 당연히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또한 국민이나 법규범, 법질서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가 스스로 법령에 규정된 내용을 위반하여 국민(계약상대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체결한 사법상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정의 관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3) 최초 입법 이래 지금까지의 개정 연혁을 살펴보더라도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은 계약상대자에 대한 배려 내지 보호에 최우선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광복 이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물가도 꾸준히 상승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은 실질적으로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다수의견이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강행규정성을 부정하는 가장 주된 근거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입니다. 사법상의 계약이 위 원칙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은 계약당사자 상호간의 관계가 대등한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공공계약에서의 계약상대자와 국가 등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상호 대등한 관계라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공공계약에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상 국가 등이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대상 판결이 이 사건 특약이 부당특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에도 상당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상 판결은 원고들이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전 이 사건 특약의 내용에 대하여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이 사건 특약이 부당특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의 주된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공공계약의 경우 국가 등이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정한 입찰 절차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계약상대자가 계약체결 과정에서 국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관한 실질적인 합의를 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공계약은 '계약체결 과정'에서부터 당사자 상호 간의 불평등 내지 힘의 불균형이 발생합니다. 즉, 계약상대자의 입장에서는 계약체결을 위해서는 국가 등이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계약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이 계약조건을 받아들였다고 하여 이를 계약상대자가 손해 발생 가능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고,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는 그러한 손해를 감수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하는 듯한 판단 방식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다수의견과 같이 계약금액 조정 조항의 강행규정성을 부정하면서 한편으로 '불리한 계약조건에 대한 인식'을 부당특약 인정에 있어서의 소극적 징표로 삼는다면, 국가 등은 국가계약법령의 내용에 비하여 계약상대자에게 불리한 내큼의 계약조건을 제시하면서도 얼마든지 "계약상대자의 계약조건 인식"을 근거로 부당특약 금지 조항에의 저촉 가능성도 회피해 나갈 수 있다는 결론이 됩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강행규정인지 여부에 대하여 최초로 명시적인 판단을 하였다는 점, 공간된 판결로서는 최초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의 부당특약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유병수 변호사 (bslyu@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