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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의 성립과 부당성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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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8.07.24. ]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A(이하 ‘A그룹’)에 속하는 B사는 자기가 노력하여 만들어낸 인터넷 광고 수익을 계열회사인 C사가 전부 누리도록 하고, 계약상 지급받기로 한 통신 판매 수수료를 이유 없이 면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C사와 A그룹 총수 자녀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였다. 


    또한, B사는 계열회사인 D사에게 콜센터운영 업무를 위탁한 후 시스템 장비에 대한 시설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D사와 A그룹 총수 자녀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였다. B사와 계열회사인 C사, D사에게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서 정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이하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가 성립할까?


    공정위는 B사가 특수관계 계열회사인 C사 및 D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총 14억 3,0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B사와 특수관계 계열회사인 C사, D사 사이의 내부거래계약이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공정위의 시정명령, 과징금부과처분을 취소했다.


    위 사례는 2015년 2월 본격 시행된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금지규정이 적용된 첫 사례로,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의 경우에도 ‘부당성’이 별도의 성립요건인지에 대한 법리해석이 치열했던 사건으로 향후 대법원 최종 결론에 따라 확정되면 공정위 실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의 성립요건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가 금지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해 행위의 양 당사자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규율대상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의 지원주체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이어야 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란, 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회사들의 자산총액의 합계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의미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의 거래상대방인 지원객체는 특수관계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발행주식 총수 100분의 30(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100분의 2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이어야 한다.


    한편,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에 해당하려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의 세부유형별 금지행위(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기회 제공,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의 성립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 그렇다면, ‘부당성’도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의 독립된 성립요건일까?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는 금지행위의 유형별에 해당하는 경우 특별한 다른 사유가 없는 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독립된 성립요건으로 공정위가 이를 입증해야 할까?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부당한 지원행위가 행위요건과 별도로 ‘부당성’ 요건을 입증하여야 하는 것과 달리,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는 금지행위의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 특별한 다른 사유가 없는 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앞서 본 사례에서 B사와 특수관계 계열회사 C사, D사를 제재했다.


    이와 달리, 서울고법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입법취지, 목적, 입법경과, 문언내용, 법령 해석의 일반 원칙 등에 비추어 볼 때 ‘부당성’도 독립된 규법적 요건이라고 인정되고,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정상가격에 관한 해석론을 참작하되 입법취지에 맞게 공정거래저해성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 등의 맥락에서 조화롭게 해석해야 한다고 하면 위와 같은 부당성의 증명책임은 공정위에 있다고 보고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했다.


    즉,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성립요건은 ①행위주체, ②행위객체, ③각 호의 행위, ④비정상적거래를 할 만한 특별한 사정 또는 합리적 이유의 부존재하고 주장하였으나, 서울고법은 ④의 요건은 ‘부당한 이익’을 규범적으로 판단하는 중요한 하나의 사정에 불과할 뿐, 그것만으로 ‘부당한 이익’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공정위가 언급하는 위 4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거래의 규모나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추어 사익편취를 통한 경제력 집중의 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없거나 극히 미미한 경우 또는 이를 규제하는 것이 사적 자치의 본질을 해하는 경우라면 그러한 경우에까지 ‘부당한 이익’이 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서울고법은 C사가 B사의 행위로 인해 얻은 이익이 C사의 2015년 총 매출액의 0.5%, 당기순이익의 6%에 그치는 수준이고, 공정위가 주장하는 위반금액은 위 이익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그 규모가 미미하므로 이 정도 규모의 거래를 통하여 B사와 C사가 사익을 편취하고 경제력의 집중을 도모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결국, 공정위가 총수일가가 편취한 이익이 상당한 규모라는 점을 입증해야 

    결론적으로, 총수일가가 편취한 이익이 상당한 규모였다면 비교적 무난하게 부당성이 인정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공정위가 사익편취를 규제할 때 정상가격 산정기준을 합리적으로 마련하여 특수관계인에 귀속되는 이익이 상당한 규모임을 보여주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론이 나왔을 수도 있어 보인다. 


    비록 공정위가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로 인해 대기업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와 위법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다소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는 근본 취지가 대기업 집단 소속회사의 경제적 부가 지배주주 일가 개인에게 부당하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이에 대한 입증을 보완·강화한다면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를 적발하고 부당한 내부거래 관행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백광현 변호사 (kwanghyun.back@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