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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촌

    (5) 기업어음의 지급은행에 어음 할인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지울 수 없어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두4855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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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8.04.25 ]


    1. 사실관계

    원고 은행은 기업어음 발행기업들과 당좌예금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은 원고 은행이 기업들에게 당좌계좌를 개설하여주고, 위 기업들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만기가 도래하여 지급제시되면 당좌계좌에서 해당 기업어음의 액면금액을 인출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원고 은행은 2011년 내지 2013년에 약 444억 원(이하 ‘이 사건 할인액’)이 할인발행된 약 8조 2,545억 상당의 기업어음(이하 ‘이 사건 기업어음’)에 대하여 어음금을 지급하였으나 이사건 할인액에 대하여 원천징수를 한 바는 없다.


    피고는 원고 은행이 발행기업들의 이 사건 할인액에 대한 원천징수업무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았다는 이유로 구 법인세법(2013. 1. 1. 법률 제116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을 적용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납부불성실 가산세 내지 지급명세서 미제출 가산세를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통상적인 기업어음과 이 사건 어음의 비교

    기업어음은 통상적으로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발행 및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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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과정에서 투자자가 할인매출 시점의 원천징수를 신청하였다면 원칙적으로 발행기업은 기업어음을 할인매출하는 시점에 이자소득(할인액)에 대한 세금을 원천징수하게 된다[법인세법 시행령 제111조 제6항,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3. 2. 15. 대통령령 제24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0조 제1호 본문].


    한편, 투자자가 할인매출 시점의 원천징수를 신청하지 아니하였다면 원천징수는 어음금 지급 시점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실무적으로는 예탁결제원이 할인기관에게 전체 어음금을 지급하면서 그 중 할인기관 예탁분에 대하여 원천징수를 하고, 할인기관은 투자자에게 어음금을 지급하면서 투자자 예탁분에 대하여 원천징수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기업어음의 소지인들은 앞서 본 통상적인 어음금 결제 과정과 달리 어음의 만기 전에 예탁결제원에서 기업어음 실물을 인출한 뒤,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제시은행에 직접 지급제시하여 어음금을 지급받았고, 그 결과 이 사건에서는 예탁결제원 등에 의하여 어음할인에 따른 이자소득이 원천징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과세관청은 기업어음을 예탁결제원에 예탁하였다가 만기 전에 인출하여 지급제시함으로써 어음금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지급은행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있다면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이다.



    3. 쟁점의 정리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1항 제1호는 ‘소득세법 제127조 제1항 제1호의 이자소득금액을 내국법인에 지급하는 자가 그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지급하는 금액에 100분의 14의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에 상당하는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자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이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이 사건 할인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는 어음금을 지급하는 기업어음 발행기업이 부담하여야 하고, 지급은행인 원고가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피고는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1항 제1호가 아니라 같은 조 제4항(“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의 행위는 수권 또는 위임의 범위에서 본인 또는 위임인의 행위로 보아 제1항을 적용한다”)을 적용하여 원고 은행에게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원고 은행이 기업어음 발행기업의 ‘원천징수의무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4. 대상판결의 요지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 제1항의 제1호의 문언과 그 취지 등을 종합하면,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에 따라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로서 그 수권이나 위임의 범위에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같은 조 제1항 제1호의 이자소득금액을 지급해야 할 자로부터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의 지급과 아울러 원천징수업무 즉,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법인세를 원천징수하는 업무와 원천징수한 법인세를 관할 세무서에 납부할 업무 등을 수권 또는 위임받은 자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이러한 원천징수업무의 위임은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원천징수의 성격과 효과 등에 비추어 볼 때 묵시적 위임이 있다고 하려면 명시적 위임이 있는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임 의사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원심은 원고 은행이 기업어음 발행기업들로부터 당좌예금계약상 이 사건 기업어음의 어음금 지급 외에 원천징수업무까지 명시적으로 위탁받은 바 없는 점, 원고 은행이 원천징수대상 소득인 이 사건 할인액 발생의 원인이 되는 이 사건 기업어음의 할인에 관여한 바 없고, 어음금 지급 위탁과 관련하여 발행기업으로부터 받은 수수료의 액수 등에 비추어 보아도 원천징수업무의 묵시적 위임 의사를 추단하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원고 은행이 발행기업으로부터 이 사건 할인액에 대한 원천징수업무를 수권 또는 위임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은행은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에 따른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앞서 본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타당하다.



    5. 해설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령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원천징수제도는 납세의무자가 아닌 소득의 지급자로 하여금 납세의무자에게 지급할 소득금액 등으로부터 납세의무자가 납부할 세액을 공제하여 납부하도록 하는 예외적인 징수방법으로서 원천징수의무자로서는 반대급부 없이 원천징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고, 원천징수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가산세뿐만 아니라 원천징수하여야 할 세액에 상당하는 금액까지 징수당하는 위험을 부담하게 되어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 평등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제도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원천징수의무를 지우는 조세법령을 해석할 때에는 더더욱 엄격한 해석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기존에도 소득세법상 원천징수의무와 관련하여 “소득세법 제127조 제2항 에 따라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로서 그 수권이나 위임의 범위 안에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법 제127조 제1항 각 호의 소득금액을 지급해야할 자로부터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의 지급과 아울러 원천징수업무, 즉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 하는 업무와 원천징수 한 소득세를 관할 세무서에 납부할 업무 등을 수권 또는 위임받은 자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원천징수업무의 위임은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나, 원천징수의 성격과 효과 등에 비추어 볼 때 묵시적 위임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명시적 위임이 있는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임 의사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단순한 소득금액의 지급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것만으로는 원천징수업무의 위임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0두21952 판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 은행이 발행기업과 체결한 당좌예금계약에는 어음금 지급위탁에 관한 약정만 존재할 뿐 명시적인 원천징수업무와 관련된 수권이나 위임약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원고 은행은 발행기업들로부터 지급 위탁에 대한 수수료로 어음용지 책 1권당 약 10,000원 정도의 실비만 수령하였는데, 앞에서 본 것처럼 원천징수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가산세뿐만 아니라 원천징수하여야 할 세액에 상당하는 금액까지 징수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고려하면 원고 은행과 발행기업간에 묵시적으로라도 원천징수의무의 수권이나 위임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의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기업어음 액면금액의 지급을 위탁받은 것만으로는 기업어음 발행기업으로부터 원천징수업무까지 수권 또는 위임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 



    임선민 변호사 (smim@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