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법률정보

    광장

    미국 연방법전 제28편 제1782조의 증거개시 제도가 국제상사중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결

    (ZF Automotive US, Inc., et al. v. Luxshare, Ltd.)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2022.06.22.]



    I. 들어가며

    지난 2022. 6. 13.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ZF Automotive US, Inc., et al. v. Luxshare, Ltd. 판결이 국제중재 실무가들 사이에서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1]


    미국 연방법전 제28편 제1782조(이하 제1782조)는 외국 또는 국제 판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사건 또는 절차(a proceeding in a foreign or international tribunal)의 이해관계인이나 당사자가 해당 판정부와 관할 내 미국 법원의 승인을 받으면 미국에 소재하고 있는 특정인을 상대로 미국법상 증거개시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미국 연방대법원은 사적(private) 또는 상사적(commercial) 성격을 지닌 국제중재판정부가 진행하는 중재절차에는 제1782조가 적용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II. 제1782조 적용 및 이에 대한 찬반 논란

    1. 제1782조의 적용 요건

    국제중재에서는 당사자들이 소송상 제출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각국의 사법공조를 구하는 등 중재절차 외의 제도들을 활용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자주 검토되는 제도가 각국 법원에서 제공하는 민사소송상의 증거개시절차입니다. 특히, 미국의 증거개시절차(discovery)의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광범위한 문서제출이나 증언을 받아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미국에 소재하는 회사가 당사자인 국제중재절차에서는 당사자들이 제1782조의 적용에 대하여 검토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1782조는 미국 연방지방법원에게 관할 내에 거주하거나 존재하는 사람에게 기소 전 형사수사를 포함하여 외국 또는 국제 판정부에 계속 중인 절차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진술하거나 문서를 제출하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2] 이러한 명령은 외국이나 국제 판정부의 요청 또는 해당 절차의 이해관계인의 신청에 의하며, 증언이나 진술, 문서제출 등에 있어서 그 외국이나 국제 판정부의 절차의 일부 또는 전부를 따를 수 있으나, 그 명령에 달리 기재되지 않는 한, 그 증언이나 진술, 문서 제출 등은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에 의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제1782조에 따른 증거개시를 신청할 경우, 당사자들은 (i) (미국 외의) 외국 또는 국제 판정부가 진행하는 절차의(a proceeding in a foreign or international tribunal) (ii) 이해관계인(interested person; 위 절차의 당사자 또는 당사자와 위임 관계에 있는 등 사건의 결과와 이해관계가 있는 자)으로서 (iii) 미국에 거주하거나 존재(resides or is found)하는 상대방에 대하여 (iv) 위 절차에 사용하기 위하여(for use) 증거개시를 신청하여야합니다.[3]


    위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미국 소재 당사자를 상대로 미국 내 소송의 서면질의, 참고인 신문, 문서제출신청 등의 증거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1782조 상의 신청을 제기한 외국 또는 국제 판정부나 이해관계인은 국제중재의 일반적인 증거조사보다 보다 광범위한 미국식 증거개시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2. 제1782조 적용에 대한 찬반 논란

    그동안 제1782조가 국제중재절차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는데, 주로 국제중재절차의 이념 및 특성을 근거로 찬반이 나뉘어 왔습니다.


    우선 제1782조의 적용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제1782조상의 “foreign or international tribunal”에 국제중재의 중재판정부가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과, 미국식 증거개시 절차 특유의 오랜 소요기간과 높은 비용이 국제중재의 핵심적인 속성인 비용절감성, 신속성, 그리고 효율성에 반한다는 점에 주목해 왔습니다. 또한 중재절차의 증거조사 방법보다는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미국 증거개시절차가 중재절차를 통제하고 절차 도중 제출될 문서의 관련성 및 중요성을 단독으로 판단할 중재판정부의권한을 축소시킨다는 주장 또한 제기되었습니다.


    반면에 제1782조의 적용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동 조항의 “tribunal”이 국제(상사)중재의 중재판정부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문언에 기반한 주장과, 미국 법원이 제1782조 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중재판정부에게 문서 제출을 통제할 궁극적인 권한이 있는 만큼, 중재 절차의 절차경제성을 위협하는 등 국제중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염려가 없다는 주장 등이 있었습니다. 또한 국제중재에서는 당사자들이 분쟁해결방식을 당사자 자치의 원칙에 따라 정할 수 있고, 당사자들이 증거조사를 위해 미국 법원의 공조를 구하는 것을 달리 배제하지 않았다면 제1782조에 기한 증거개시신청을 통해 미국 법원의 도움을 받는 것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III. 진행경과 - 20년 가까이 논란이 되어 왔던 제1782조의 적용 여부

    이러한 찬반 논란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2004년 Intel v Advanced Micro Devices 사건에서부터 해당 쟁점에 대한 미국 법원들의 대립된 입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Intel v Advanced Micro Devices 사건에서 제1782조를 해석함에 있어 지방 법원이 “외국 또는 국제 판정부의 절차에 활용될 문서 제출을 위해 공조”를 제공함에 있어 폭넓은 재량이 있다고 보았습니다(이하 Intel 판결).[4]


    해당 사건에서는 유럽연합의 행정부로 기능하는 European Commission의 공정경쟁 감독총국(Directorate-General for Competition of the Commission of the European Communities) 하의 행정적 소송이 문제되었는데, 미국 연방대법원은 해당 소송 건이 제1782조상의 “외국이나 국제 판정부의 절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Intel 판결은 제1782조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못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특히, Intel 판결에서는 국제상사중재의 당사자가 제1782조상의 증거개시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는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판결이유에 포함되지 않는 방론(dicta) 부분에서 미국 의회의 제1782조 개정 입법 연혁을 언급하면서 특히 국제중재의 중재판정부 및 준사법적인 기관의 판정부 또한 제1782조 상의 판정부에 해당한다는 Hans Smit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였습니다.


    그 범위와 의미가 모호했던 Intel 판결 이후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들(US Circuit Courts of Appeal)에서는 일관적이지 못한 판결들이 내려지는 경우가 속출하였습니다. 5th Circuit Court의 경우 국제상사중재의 중재판정부(tribunal)는 제1782조의 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스위스에 중재지를 둔 중재판정부가 진행하는 국제중재 사건의 당사자가 신청한 제1782조 신청을 기각하였고,[5] 6th Circuit Court의 경우 이와 반대로 두바이국제금융센터-잉글랜드 국제상업중재판정부(DIFC-LCIA)를 제1782조에서 정의하는 외국 또는 국제 판정부에 해당한다고보았습니다.[6]


    이처럼 일관되지 못한 법원의 입장으로 인하여 당사자가 어느 법원의 행정 관할에 속하는지 여부에 따라 제1782조 상의 증거개시 신청이 받아들여질지여부가 좌우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IV.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단 - 국제상사중재에는 적용할 수 없음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2개의 별도 사건[7]을 병합하여 심리하였는데, 첫번째 ZF Automotive 사건에서는 독일중재원(이하 DIS) 중재사건의 당사자가, 두번째 AlixPartners 사건에서는 러시아와 리투아니아 간 양자간투자협정(BIT)에 따라 러시아 투자자가 리투아니아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엔 국제거래법위원회(UNCITRAL) 임의투자중재 사건의 당사자가 제출한 제1782조 신청이 문제되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오로지 국가적(governmental) 또는 국가간(intergovernmental) 사법(司法)기관만 외국 또는 국제 판정부를 구성한다”라고 판단하며, 사적(私的) 합의에 의해 사건을 심리하는 기관은 제1782조 상의 ‘판정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다음 ZF Automotive 사건 및 AlixPartners 사건의 중재판정부가“국가적 또는 국가간 사법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즉 연방대법원은 위 ‘판정부’에는 국가 또는 다수의 국가들에 의하여 정부적 권한(governmental authority)이 부여된 사법기관만이 포함되고, 위 두 건에 관여하고 있었던 상사중재사건의 중재판정부와 임의투자중재사건(ad hoc investor-state dispute)의 중재판정부 하에 진행되었던 중재사건들에는제1782조에 의한 증거개시절차가 활용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V. 대상판결의 시사점-미국에 자회사나 사무소를 둔 국내기업들이 국제중재로 분쟁 해결할 실익 커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최근 대상판결은 하위법원인 미 연방순회항소법원들(Circuit Courts of Appeal)의 제1782조 적용 여부에 대한 첨예한 의견대립을 해소하였습니다. 당사자들의 사적 합의에 따라 설립된 중재판정부인 국제상사중재사건의 중재판정부 및 임의투자중재사건의 중재판정부는 제1782조 소정의 “외국 또는 국제판정부”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해당 중재사건의 당사자 또는 중재사건의 이해관계인은 제1782조에 따라 증거개시 신청을 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우선 대상판결의 긍정적인 효과로는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국제상사중재 사건에 연루될 경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막대한 비용이 지출될 수 있는 미국 증거개시절차의 대상이 될 우려가 해소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에 자회사나 사무소를 두고 있는 국내 기업의 경우 국제상사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더 이상 미국식 증거개시절차에 따른 증거조사를 요청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회사가 미국회사를 상대로 국제상사중재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법원이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이나 참고인 신문에 대한 협조 등 강제적이고 상당한 비용 및 시간이 소요되는 증거조사를 명할 수 없게 되며, 해당 기업은 오로지 국제상사중재상의 증거조사절차에 따라 문서 제출 등의 증거조사에 응하게 됩니다.[8] 즉, 대상판결로 인하여 국내기업은 제1782조 증거개시 신청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상당한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 않은 다른 기업과 국제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의 문제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경우에 제1782조가 국제중재절차에 적용된다면 상대방 기업은 미국 법원에서 제1782조에 기한 신청을 통해 국제중재절차의 문서 제출 절차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폭넓은 범위의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반면, 한국 기업은 미국에 소재하지 아니한 상대방 기업을 상대로 제1782조상의 신청을 통한 증거조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9] 이는 승소 여부가 상당부분 증거의 유무 및 증거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국제상사중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대상판결이 제1782조의 적용대상에서 국제상사중재절차를 제외하며, 한쪽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에 비해 비교적 더 풍부한 증거를 확보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이 사라진 셈입니다.


    다만 대상판결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의 또 다른 한 축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the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이하 ICSID)에 의해 구성된 투자중재판정부가 “국가적 또는 국가간 사법기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ICSID 투자중재 절차는 최근 점차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로 외국에서 사업을 영위중인 투자 기업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위 대상판결에서는 미국 소재 당사자가 ICSID 투자중재사건에서 제1782조에 따라 증거개시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히 다뤄지지 않았으므로, 향후 ICSID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제1782조의 활용 여부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각주1] United States Supreme Court, ZF Automotive US, Inc., Et Al. v. Luxshare, Ltd. (2022), No. 21-401. 본 사건은 후술하는 바와 같이 No. 21-518, AlixPartners, LLP, et al. v. Fund for Protection of Investors’ Rights in Foreign States와 병합하여 심리되었습니다.

    [각주2] 제1782조(a)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district court of the district in which a person resides or is found may order him to give his testimony or statement or to produce a document or other thing for use in a proceeding in a foreign or international tribunal, including criminal investigations conducted before formal accusation. The order may be made pursuant to a letter rogatory issued, or request made, by a foreign or international tribunal or upon the application of any interested person and may direct that the testimony or statement be given, or the document or other thing be produced, before a person appointed by the court. By virtue of his appointment, the person appointed has power to administer any necessary oath and take the testimony or statement. The order may prescribe the practice and procedure, which may be in whole or part the practice and procedure of the foreign country or the international tribunal, for taking the testimony or statement or producing the document or other thing. To the extent that the order does not prescribe otherwise, the testimony or statement shall be taken, and the document or other thing produced, in accordance with the 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A person may not be compelled to give his testimony or statement or to produce a document or other thing in violation of any legally applicable privilege.”

    [각주3] 증거개시신청에 반대하는 당사자는 해당 절차에서 서면 및 증거 제출 기한이 도과된 경우 또는 본안 심리가 이미 종료된 경우, 증거개시절차에 따른 증거는 더 이상 사용될 수 없으므로 위 for use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여 신청의 기각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각주4] Intel Corp. v. Advanced Micro Devices, Inc., 542 U.S. 241 (2004)

    [각주5] El Paso Corp. v. La Comision Ejecutiva Hidroelectrica Del Rio Lempa, 341 Fed. Appx. 31, 32 (5th Cir. 2009)

    [각주6] Abdul Latif Jameel Transp. Co. v. FedEx Corp., No. 19-5315, 2019 U.S. App. LEXIS 28348 (6th Cir. Sept. 19, 2019)

    [각주7] ZF Automotive v. Luxshare(“ZF Automotive 사건”) 및 AlixPartners, LLP v. Fund for Protection of Investors’ Rights in Foreign States(“AlixPartners 사건”).

    [각주8] 국제상사중재에서는 흔히 문서제출절차(document production)를 통해 증거조사를 하며, 이는 미국식 증거개시절차보다 훨씬 제한적이라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습니다.

    [각주9] 문지회, 박주현, 이민규. (2020). 국제상사중재와 미국법상 디스커버리의 교차점에 관한 연구. 영남법학, 51, 33-58., 39면.



    임성우 변호사 (sean.lim@leeko.com)

    Robert WACHTER 외국 변호사 (robert.wachter@leeko.com)

    김새미 변호사 (saemee.kim@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