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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사고, 애도와 책임규명·재발방지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몫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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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사고는 ‘참사’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21세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사고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번 사고를 보면서 8년 전 세월호 사고에 대한 기억을 다시 소환하게 된다. 세월호 사고에서 미래 세대를 지켜주지 못하였던 기성 세대로서 이번 사고에서도 미래 세대를 지켜주지 못하였음에 미안하고 아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대구지하철 폭발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 대형사고에 대한 기억이 여전하고, 세월호 사고의 아픔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음에도 또다시 이번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은 안전에 관한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산업재해 발생에 있어 널리 인용되고 있는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면 그 이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있었고,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일이 300번 있었다고 한다. 1:29:300의 법칙은 대형산업재해가 일어날 사전의 조짐을 미리 잘 파악한다면 이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이번 이태원 사고와 관련하여서도 이미 그 전날인 금요일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있었고, 인파에 떠밀려 사람이 넘어졌다가 다행히 사람들이 이동을 멈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목격담도 있었다고 하며, 금요일에 이미 이태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걷기가 힘들 정도인 상황이었다고 한다. 사고 전날인 금요일의 상황을 우리가 인식하고 이를 고려하였다면 토요일의 참사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대형사고는 많고 작은 부주의들이 모여 발생
    미래 세대 지키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


    대형사고는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지는 않으며, 많은 작은 부주의들이 모여 큰 사고를 일으킨다. 서울시는 이번 이태원에서의 핼러윈 행사를 앞두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한 것이 없으며, 용산구 역시 코로나19 방역과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에 나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 외에 안전사고에 대비한 대책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 역시 200명의 경찰관을 현장에 배치하였지만 주로 범죄 발생에 대한 대책이었지 안전사고 발생을 대비하는 것, 곧 경찰의 기본직무인 국민의 생명,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고 이후 이태원 일대 통행량을 조정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나마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시켰어야 한다거나 왕복 4차로인 이태원로 일부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사람들이 모일 공간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사고 전의 상황을 보면, 서울시나 용산구, 경찰 모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비책을 세운 것이 없었던 것이다. 특별한 주최자가 없는 가운데 핼러윈 행사를 즐기기 위해 젊은 층이 10만 명 이상 이태원의 좁은 지역에 운집하는 행사의 특성상 사고발생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임에도 관계당국의 어느 누구도 사고발생을 우려하거나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경우 인파(人波)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파도가 거세면 방파제를 넘듯 대형 인파 역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그동안의 많은 사고에서 보았음에도 이번 사고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일 때이다. 핼러윈 행사 참여를 비난하거나 근거 없는 비방을 해서는 안 된다. 영어조기교육을 통해 핼러윈에 익숙하게 만든 것은 기성 세대이다. 비이성적·비합리적 언동을 통해 정쟁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일체의 시도도 거부되어야 한다. 골목길을 공중이용시설에 포함시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식의 법만능주의적 대책을 갖고 와서도 안 된다.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고에 대한 원인과 책임규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번과 같은 참사가 없도록 확실한 재발방지책 또한 세워져야 한다.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미래 세대를 지키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