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0.]
1. 머지포인트 사건 제1심 판결과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개념
지난 11월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1부(성보기 부장판사)는 세간을 뒤흔든 머지포인트 사건과 관련하여 운영사 대표들에 대하여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8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머지포인트는 온라인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할인(약 20%) 발행된 머지포인트를 머지머니라는 온라인 포인트로 전환하여 충전한 후 개별 가맹점(표준산업분류 중분류 2종 이상)에서 바코드 형태의 증표를 통하여 결제대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기본서비스 외에도 “VIP 구독서비스”를 통하여, 월 구독료를 납부하는 회원의 신용카드결제에 대하여도 결제금액의 20%를 상시 할인하여 주는 사업을 영위하였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여러 범죄혐의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데, 그 중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점은 바로 무등록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업 및 무등록 전자지급결제대행업(VIP 구독서비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특히 무등록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업의 점에 대하여 재판부는, 비록 머지머니를 사용하는 경우 다른 모바일상품권사업자의 모바일상품권으로 교환되고 실제 가맹점은 이러한 모바일상품권의 사용에 따라 결제가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제반 사정에 비추어볼 때 실질적으로 매장에서 상품대금을 지급하는 수단은 머지머니이고, 모바일상품권(바코드)는 머지머니를 지급수단으로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시스템상 필요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생성되어 일종의 도관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머지머니 자체가 표준산업분류 중분류 2종 이상의 재화 또는 용역의 구입대가 지급에 사용된다고 보아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전자금융거래법 시행 이후 여러 유권해석과 법적 논란에 의하여 어느 정도는 판단기준이 구체화되어 왔음에도 아주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았던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사용처에 관한 판단기준을 사법적 판단에 의하여 명확화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됩니다.
2.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2022. 10. 21. 윤한홍 의원 발의)
저희 법무법인에서 11. 8. 배포한 뉴스레터1)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만, 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머지포인트 사건으로 문제된 여러 이슈을 반영하여 선불전자지급수단 규제의 틀을 고도화하여 향후 유사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 또는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의 주요 개정내용 중 실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몇 가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개념 확대 및 등록면제 예외의 축소
위 개정안에서는 (i)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범위에 전자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지류식 선불 지급 수단을 포함하고 (ii) 업종 기준을 폐지하여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ii) 등록이 면제되는 기준으로서 가맹점 기준을 축소(하나의 가맹점/하나의 사업주)하고, 총발행잔액 기준뿐 아니라 총발행액 기준을 추가하는 등 선불전자지급수단 대상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제1개정안 제2조 제14호, 제28조 제3항 제1호).
이러한 개정안의 내용은 위에서 살펴본 머지포인트 사건 등, 실제 표준산업분류를 원용한 선불전자지급수단 해당성 여부에 대한 기준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기존에 법적 성격이 불명확한 상태로 유통되던 제3자형 지류식 상품권, 기프트카드 형태의 온오프라인 상품권 등을 등록 선불수단으로 포섭하며, 등록 선불업자의 범위를 확대하여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이에 대하여는 실무적으로 지류상품권을 무기명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규율할지, 이러한 경우 기존의 무기명/기명 구분에 따른 규제체계와 특정금융정보법상 자금세탁방지의무, 예치금 신탁의무 등과 관련하여 상충되는 문제는 없을지, 다른 선불수단의 구매에만 사용(포인트 스왑)되고 그 자체로는 전자식으로 전환되지 않는 경우의 지류식 상품권과 실물카드는 어떻게 규율하여야 하는지, 다사업주 프랜차이즈 방식의 가맹점에서만 쓰이는 기프트카드에 대하여는 예외 적용을 배제할지 등 여러 해결이 필요한 이슈가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하위법령이나 해석 등을 통하여 기준을 구체화해 나가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선불충전금의 전액 신탁 및 가맹점 축소시 잔액 환급 의무
개정안에서는 선불업자가 이용자예탁금의 전액을 신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1개정안 제25조의2, 제43조 제2항 제5호 및 제51조 제1항 제1호의2). 이는 2022. 9. 28. 개정 후 행정지도인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탁비율 범위 (100% 원칙, 10% 지급준비금 예치운용 가능)을 더욱 강화하여 전액 신탁의무를 부과하고 지급보증보험 방식을 배제한 것입니다. 보다 실효적인 이용자 예탁금 보호와 도산절연 등을 목적으로 한 개정취지로 이해됩니다. 이에 더하여 개정안에서는 우선변제권 및 상계/압류 금지를 명시하는 등 민사법적 보호도 강화하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이에 대하여는 종전에도 지급보증보험 등 탄력적인 운영을 어느 정도 허용해 달라는 업권의 목소리가 있었고, 따라서 추후 논의 과정에서 실무적인 논의를 거쳐 최종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축소하는 경우에는 선불전자지급수단에 기록된 잔액의 전부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포함하여야 하는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의 환급과 관련하여 잔액 전부를 지급하여야 하는 경우의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제1개정안 제19조 제2항 제4호, 제36조의2 제4호 및 제51조 제1항 제2호의5). 이에 대하여는 향후 “정당한 이유 없이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축소하는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할인발행 및 적립금 등 경제적 이익 공여 제한
개정안에서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 및 관리하는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 중 일정한 재무건전성을 갖춘 경우에 한해 선불사업의 수익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인 발행 또는 적립금 등 경제적 이익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제1개정안 제36조의2 제1호 내지 제2호). 즉, 원칙적으로 과도한 할인발행 또는 마케팅 적립을 제한하여, 선불업자의 경영건전성을 통제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머지포인트 사건과 같이 과도한 할인발행 또는 혜택부여에 따른 사실상 폰지(Ponzi) 구조의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됩니다. 다만 이에 대하여는 기존의 경영건전성기준 및 환급보장 등의 장치로 선불업자의 건전성은 어느 정도 규제 가능하다는 점, 할인발행 및 포인트적립 등의 마케팅 성격의 활동은 기업의 영업의 자유의 일환으로 시장에서 상당히 탄력적으로 기획, 운영되어 왔다는 점에서 실제 이러한 행위규제가 도입되는 경우 핀테크 산업 측면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4) 선불가맹점 직계약의무
개정안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 및 관리하는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직접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1개정안 제36조의2 제3호). 이는 선불업자들이 직접 책임을 부담하고 가맹점의 모집 및 관리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가맹점 관리에 관하여 선불업자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한다는 기본적인 방향성과는 별개로, 기존의 선불사업자/1차PG - 2차PG 등을 통한 간편결제 정산구조 또는 외국환PG를 통한 해외 가맹점 결제정산구조, 카드사 가맹점망을 활용한 오프라인 PG결제구조와 관련하여 선불전자지급수단에 관하여는 기존의 계약 및 거래구조가 유지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추후 논의 과정에서 업권의 현실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적용범위와 기준이 합리적인 내용으로 구체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와 같이 살펴본 선불전자지급수단 관련 개정안의 내용은 2007년 시행된 이후 큰 틀에서 유지되던 선불전자지급수단과 관련한 전자금융거래법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크게 손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과 기준을 수립하기 위하여 향후 입법 및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의 애로사항에 대한 고민과 업계 동향 그리고 핀테크 산업의 진흥 측면의 다양한 목소리가 합리적인 범위에서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준희 변호사 (jhlee@yulchon.com)
이상빈 변호사 (sangbinlee@yulchon.com)
최정영 전문위원 (jungyoungchoi@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