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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받을 일이지만

    정문경 고법판사(서울고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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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로서 법원 생활을 계속하여 일정 시기가 되면 법원 구성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처음 단독판사가 되었을 때, 인사이동에서 희망하는 보직이나 근무지로 발령이 났을 때, 연수 법관으로 선정되었을 때, 연임되었을 때, 부장판사가 되었을 때 등이다. 이와 같은 법원 생활의 변곡점 무렵에 축하를 받게 되면 축하해 주는 법원 구성원들에게 소소하게나마 기분 좋게 한턱을 내기도 한다. ‘재판장’이라는 호칭을 처음 듣게 되는 단독판사가 되었을 때 책임감과 동시에 설렘이 느껴진다면, 합의부 재판장 자격이 주어지는 초임 부장판사가 되어 ‘부장님’으로 불리게 되었을 때는 장기근속 승진을 한 듯 뿌듯함도 느껴진다. 요즘은 부장판사라도 사무분담에서 단독판사 업무를 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주변 선후배들에게 이른바 ‘부장 턱’을 내야 부장님으로 불러줄 수 있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축하받을 일임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다.

    이러한 축하에 담긴 의미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좋은 일을 기뻐하고 즐거워한다는 것이 첫째일 것이다. 그에 더해 판사의 직위·직책과 연결된 축하의 의미는 그 시점에 이르기까지의 노고를 인정하면서 앞으로도 그 역할에 부응하리라는 기대가 함께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임 단독판사에게는 재판장으로서의 홀로서기도 잘 해낼 것이라는 기대, 초임 부장판사에게는 합의부 구성원들과 함께 소가나 형량이 커진 합의부 사건도 무난히 감당하리라는 기대가 그것이다.

    좀 더 성숙해진 결과일까. 자신의 존재를 그 자체로 오롯이 축하받을 일인 생일도 세월이 지날수록 점차 나 자신을 존재하게끔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판사로서 축하받을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판사에 대한 축하에서도 나 자신의 기쁨과 뿌듯함에 그치지 않고, 판사로서 지금까지 무탈하게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해 올 수 있도록 음양으로 도와준 법원 구성원들, 사건의 종국까지 재판을 함께 형성해 온 재판 참여자들, 법원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신뢰하고 지원해 준 가족들, 나아가 해당 직책을 맡겨 준 사법제도와 이를 지지하는 국민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축하받는 순간이 더욱 빛나고 의미가 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문경 고법판사(서울고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