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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법정 희망 일기》 (안지현 대전고법 상임조정위원 著, 이와우 펴냄)

    안지현 상임조정위원(대전고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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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사회라고 할 만한 요즈음이다.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지른다. 정치는 더 이상 타협이 없는 진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끌려야 할 젊은 남성과 여성까지 갈등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법정은 갈등과 싸움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법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서로에게 희망이 없다. 이제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이다. 하지만, 나는 법원에서 상임조정위원으로 일하면서 이처럼 대립하던 사람들이 극적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싸우고 증오하며 화를 내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협상자나 중재자의 바람직한 역할이 무엇일지 이야기해 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1부는, 이렇게 조정위원으로 겪는 매일의 에피소드를 통해 얻게 된 깨달음을 말해 보고자 했다.

    이어지는 2부는, 상임조정위원으로 일하기 전 10년간 소년재판 국선 변호를 하면서 만난 비행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뉴스에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이들을 혐오하며 몰아세운다. 법무부에서 발표한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 이슈도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소년재판을 하면서 만났던 아이들은 대부분 불우한 환경 때문에 거리를 배회하다, 비행에 휘말리게 된 경우가 많았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절망적인 현실에 처한 이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무조건 벌하고 미워하는 것은 쉽다. 보다 어려운 길인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 그 희망을 이야기해 보고자 했다.

    이렇게 언뜻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가지 이야기가, 《법정 희망 일기 : 조정 변호사가 써 내려간 미움과 용서, 그 경계의 순간들》이라는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법정이라는 심판과 처벌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말인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와 전쟁의 소문으로 흉흉해진 우리네 삶도 쉽사리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가장 어둡고 힘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기대와 소망이 싹틀 것이다.

    그러고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미움의 감정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용서도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미움과 용서의 경계선에서 어느 쪽 방향으로 발자국을 내디딜 것인지는 결국 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조정'과 '소년재판'이라는 두 키워드를 통해, 어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의 실마리가 있음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안지현 상임조정위원(대전고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