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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아보는 로펌 뉴스레터

     자녀들 공부 잘하게 하고 싶으시지요?

    [목요일언] 자녀들 공부 잘하게 하고 싶으시지요?

      예전에 인지과학에 관한 수업을 들을 때였다. 교수님께서 이렇게 수업을 시작하셨다. “자녀들 공부 잘하게 하고 싶으시지요? 그 방법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평소에도 너무 궁금했던 내용이라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가 아니던가? 일확천금처럼 손쉬운 공부비법을 기대하며 귀를 기울였다.      필자가 파악한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인출학습’ 내지 ‘아웃풋(output) 연습’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부는 주로 수업을 듣거나 책을 읽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전형적인 인풋(input) 방식이다. 수업을 들을 때나 책을 읽을 때는 그 내용을 다 이해한 것 같지만, 막상 수업이 끝나고 책을 덮으면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목요일언]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한 대표적인 표현이라고 생각되는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의미의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비교적 최근에 이와 비슷한 의미의 글로는 1992년 출판된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 석용산 저”라는 책이 있다. 그 당시 상당한 판매 부수를 기록했고 필자도 독자 중의 한 명이었다. 그 책을 읽고 어린 나이에 “왜 사람들은 죽을 때 무엇을 가져갈 생각만 하지”라는 의문이 들어서 사람들이 죽으면서 자기 것을 가져간다면, 전부가 아니라 자신이 이룬 것 중 하나씩만이라도 가져간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당장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가져가신다면 나는 무엇으로 이 글을 쓸 것이며 필자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음악은 모두 사라져서 들을 수 없

     말과 글

    [목요일언] 말과 글

      새벽 2시 40분. 의뢰인이 삶이 무의미하다며 그 동안 고마웠다고 자살을 암시하는 메일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이 나인 걸까? 당장 조치하지 않는다면 정말 생명이 위독해지는 것 아닐까? 벌떡 일어나서 침대 가운데 앉아 핸드폰을 쥐고 급히 답장을 썼다. 자살한다던 분이 몇 분 후 태연히 “그러면 다시 살아보겠다.” 짤막한 답장을 보내왔다. 휴, 왜 죄 없는 나에게 이러나 싶다. 답은 알고 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그의 마음 속을 가장 잘 알고, 뭐가 그를 불안, 초조하게 만드는지, 어떤 말이 그를 안심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이 약해진 날, 머리를 비우고 잠들 수 있도록 마음을 다독여줄 이야기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변호사뿐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듯

     내일을 향해 쏴라

    [목요일언] 내일을 향해 쏴라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유난히도 춥던 지난겨울을 뒤로 하고 만물에 생동감이 도는 봄 내음도 맡으니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신입생들은 한껏 부푼 마음으로 강의실로 들어가 주변의 친구들을 둘러볼 것이고, 재학생들은 지난 학기의 추억을 되새기며 새로운 마음으로 진지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공수처에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검사들이 막 임용되었고, 낯선 얼굴의 수사관들과 행정 파견 직원들도 보인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겠지만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공수처 식구로서 잘 어울려 지낼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업무적으로는 그동안 혼자 지고 있던 큰 짐을 나누어 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적으로는 서로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뒤늦게 손자병법을 읽고

    [목요일언] 뒤늦게 손자병법을 읽고

      이순신, 조조, 마오쩌둥, 다케다 신겐이 애독하였다는 손자병법이지만,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가 만 년에 뒤늦게 손자병법을 읽고 남겼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만일 20년 전에 손자병법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무참하게 패하지는 않았을텐데.” 흔히들 손자병법하면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을 떠올리지만 실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가 맞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이다. 일찍이 손자(孫子)는 아래와 같이 말하였다. “옛날에 전쟁을 잘했던 자는 먼저 적이 나를 이길 수 없게 만들고 이어서 내가 적을 이기게 될 때를 기다렸다. 지지 않음(不敗)은 나에게 달려있고, 이길 수 있음은 적에게 달려있다. 따라서 전쟁을 잘하는 자는

     훈련된 무능

    [목요일언] 훈련된 무능

      훈련된 무능은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렌이 고안한 개념으로 문제에 대한 해결은 물론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철저히 무능한 집단 혹은 상태를 말한다. 베블렌은 처음에는 엔지니어링이나 사회학에서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처리의 미숙을 지적하는 의미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해당 분야에서 요구되는 기술 혹은 기법을 익히기는 했으나 기존에 학습하지 않은 상황이 닥치면 그것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그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우둔한 현상을 가리키는 의미로 확대됐다. 설사 문제를 인식하기는 했으나 그 해결책은 그 문제해결에 맞게끔 변용 혹은 응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하게 기존에 학습된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결국 문제해결에 실패하는 때도 이 범주에

     Just do it!

    [목요일언] Just do it!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무척 망설인다. 특히 글을 쓰거나 유튜브나 방송 출연을 하게 될 때는 이러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건 아닐까 걱정부터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어차피 나를 기억할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검색마저 안 될 것이라는 판단에 혹시 모를 대박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후 몇 차례 김칫국을 마시며 세상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의 성공은 여간해서 일어나지 않고, 때론 시도 자체로 배우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블로그였다. 첫 글을 올리고 어찌나 부끄럽던지 지인이라도 볼까 무서워 비공개로 돌리기 일쑤였다. 업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족한 모습으로나마 정기적으로 나만의 링에 오를 수밖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목요일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사업 실패 등 지금의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예전으로 돌아가 새 출발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은 시간을 거스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에 우리는 또다시 좌절하며 결국에는 체념하게 된다.그러나 우리가 종종 잊고 지내는 게 있다. 우리에겐 희망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는 사실 말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 수많은 재앙이 쏟아져 나왔으나 그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 때문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의 아픔은 묻어두고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충실히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공수처는 지

     블랙스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목요일언] 블랙스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는 주로 과거의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한다. 예컨대 최근 몇 년간 주가의 변동 추이나 패턴은 투자자들의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일찍이 어느 유명한 배의 선장은 "나는 이전까지 한 번도 사고라 할 만한 것을 본 적이 없고 다른 배의 조난을 목격한 일도 없다. 내가 재난의 주인공이 되는 사고를 겪은 적도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과거의 경험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미래 예측에서 과거의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귀납적 예측에 대하여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백조(swan)를 아무리 많이 관찰했더라도 모든 백조가 희다고 추론할 수 없다.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가 발견되기만 하면 이 결론은 충

     리더의 무능은 무죄일까?

    [목요일언] 리더의 무능은 무죄일까?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2021년 9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당시 4만7000달러였으나 1년이 지난 시점의 비트코인은 약 1만930달러로 전년도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여파로 엘살바도르 경제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영국의 체임벌린 총리는 체코슬로바키아 땅의 일부를 떼어주면 침략을 하지 않겠다는 히틀러의 간책에 속아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넘겨주었다. 히틀러는 이 땅을 넘겨받은 뒤 체코를 침략했다. 그 결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튀르키예(구 터키)의 대통령인 에르도안. 그는 이자를 금지한 이슬람 율법을 구현한다며 이자율을 대폭 인하했다. 에르도안이 이슬람 정신이 요구하는 대로 이자를 폐지 수준으로 끌고

     나로 사는 한 해

    [목요일언] 나로 사는 한 해

      지인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자신이 늘 주변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다 보니정작 자기 자신은 썩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을 하게 되다 보니 열심히 하게 되지 않아 결과 또한 실망스러운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기존 관계가 있어 어렵다는 하소연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가족외식을 하려면 아이들 입맛과 아이들이 먹다 남길 것까지 계산하다 보니 나에게는 메뉴 선택권이 없다.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원하는 걸 제때 먹을 즐거움을 몇 년째 누리지 못하다 보니 점차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되곤 했다. 음식은 소소한 것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느라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줄 모르게 된 경우는 더욱 마음이 저릿하다.

     연결의 의미

    [목요일언] 연결의 의미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지나간 해를 조금 더 붙잡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지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이 순간 새해의 시작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법조 직역에 국한하자면 특히 이번에 변호사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이리라. 적어도 3년의 기간 동안 힘든 전투를 치러온 그들은 지금쯤 사회와의 연결을 단절한 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을 것이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전 세계 1위라고 한다. 외국에서 소비하지 않는 수산물을 한국으로 수출함으로써 해당 국가 어민들이 한국 덕분에 먹고살 수 있다며 한국 상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골뱅이는 그 나라에서 할머니 발톱 맛이

    내가 선정한 올해의 책 시상식

    내가 선정한 올해의 책 시상식

      어느덧 12월 말이다. 이 시기에 언론에서는 10대 뉴스를 뽑고, 방송에서는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한 연기자, 가수 등을 선정한다. 나 역시 2022년을 결산하는 의미에서 올 한 해 동안 읽은 책들을 대상으로 부문별 올해의 책 시상식을 해보려고 한다. 먼저, ‘인문·사회’ 부문인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과 최철호의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의 공동 수상이다.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 헨리 뢰디거 등의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조벽의 《명강의 노하우 & 노와이》도 손색이 없었지만, 나를 아름다운 한양도성 순성길로 이끌어 주고 서울의 숨겨진 매력을 새로이 알려준 이 두 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다음으로 ‘문학’ 부문의 수상작을 발표한다.

    나의 조국(祖國)

    나의 조국(祖國)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제2곡 ‘몰다우(블타바)’를 듣고 있다. 내내 서사적이고 중후할 것 같은 표제의 곡이 어쩜 이리 서정적이고 풍경화 같을까? 햇살과 강물이 어우러지는 느낌의 도입부, 사운드와 템포를 쥐락펴락하는 전개부 모두 미려(美麗)하지만, 특히 임팩트 있는 피날레는 숨 멎는 감동이다. “나의 조국” 하면 인상 깊게 생각나는 분이 있다. 전 주한키르기스스탄 대사이다. 어느 해 여름휴가 때, 키르기스스탄 보콘바예바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부부가 친절하게 친구 집을 추천해주고 차로 안내해주었다. 며칠 잘 머물렀다. 귀국한 후 감사 메일을 보냈다. 부부는 두 분 다 외교관(당시 남편은 주일 대사)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그해 연말에, 뜻밖의 메일이 도착했다. 부인의 메일이

    2022년 일본 주요 컴플라이언스 관련법 개정을 돌아보며

    2022년 일본 주요 컴플라이언스 관련법 개정을 돌아보며

      법규 준수, 준법 감시, 내부통제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이 최근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 경향에 발맞춘 기업문화 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동시에 관리 감독의 부족 및 부재가 사회 이슈로 번진 여러 사례로부터도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도 올해 여러 컴플라이언스 관련 법제를 정비, 개정하였는바, 2022년의 마지막 달을 맞아 몇 가지 특기할 사항을 정리한다.1.개인정보보호법 개정(4월 1일). 이번 개정의 중요 내용은 본인 청구권의 확대, 당사자가 지켜야 할 책무의 추가, 당사자의 자주적 대처 촉진, 데이터의 이용·활용 촉진, 영외적용 범위 확대, 벌칙 상향 등이다. 이용정지 청구의 요건이 확대되고, 제3자 제공기록의 개시 청구가 가능해졌으며, 개시

    올해를 마무리하며

    올해를 마무리하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벌써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연초부터 진행해 왔던 일들을 갈무리하고 해를 넘길 일과 정리 후 평가할 일을 나누어 본다. 매년 느끼는 일이지만 항상 이맘때 아쉬움이 남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오늘은 나무에 매달려 있던 12개의 잎새 중 마지막 하나가 남은 날이다. 이 잎새가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뭇잎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가슴 졸여야 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마치 소설 속의 인물처럼 마지막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공수처의 탄생과 그동안의 경과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았다. 1996년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안 입법청원을 시작으로 25년의 논의 끝에 2020년 1월 우여곡절을 거쳐 공수처법이 공포되었고, 그 1년 후인 2021년 1

    인공지능시대 법관의 미래 모습

    인공지능시대 법관의 미래 모습

      “소송법에 따라 모든 1심 법원의 재판은 대법원 지하의 거대한 서버에 연결된 인공지능(AI) 판사가 진행한다. 법정 공방 없이 서면이나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1심 재판은 여전히 인간 판사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얻어 처리하는데, 머지않아 인공지능 판사가 도맡을 예정이다. 인공지능 판사의 도입 이후에 재판절차는 매우 신속해졌다. 그동안 비판을 받아왔던 재판절차의 지연 현상이 인간 판사를 증원하지 않고도 거의 해소되었다. 법복을 입은 인공지능 판사의 외모는 중성적이다. 인공지능 판사는 권위 있는 외형을 갖추기 위해서 보통의 인간보다 큰 키로 만들어졌다. 일어서면 2미터쯤 될 터인데, 일어나는 법은 없고 언제나 제자리에 앉아 있다.”조광희의 소설 《인간의 법정》의 한 장면이다. 이 소설에서는 인공지능

    어느 낙천가의 초상화(肖像畵)

    어느 낙천가의 초상화(肖像畵)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의뢰인에게 결과를 전했다. “어쩔 수 없지요, 이제부터 잘 되겠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낙천주의자의 언어는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인의 신년 인사 뒤에 정중한 부탁이 이어졌다. “보이스피싱 사건 상담 가능하시겠습니까?”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분이 군대 간 아들로부터 크리스마스 무렵에 반가운 메시지를 받고, 의심 없이 응답한 것이 화근이었다. “부대에서 인터넷 주문한 걸 취소하려 하는데 내 통장으로 받을 수 없어서…” 아버지는 입금만 받는다 하니 무심결에 개인정보를 유출하고는 회의에 들어간 것이다. 1시간 후 핸드폰을 보니 화면이 계속 바뀌면서 송금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속한 대응으로 일부는 취소

     나의 시간이 이만큼 대단했을 리 없다

    나의 시간이 이만큼 대단했을 리 없다

      내가 변호사로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등록 전문분야 중 하나인 도산과 관련된 것이다. 나는 매년 성인 남성 노숙인을 지원하고 재활을 돕는 서울특별시립 은평의 마을에서 신용회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제도 안에서의 신용회복과 경제적 구제 절차가 유용한 시기는 이미 오래 전 지나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신용으로 장기간 시설에서 지낸 분들이 대다수라, 내가 진행하는 1시간의 제도 설명과 1시간의 개별상담이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리라는 기대도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졌으며 어려운 환경에서 지냈다는 30대 청년이 상담을 신청했다. 그는 감당하기 어려운 빚의 압박을 받고 부모와 불화가 생겼으며 가출과 노숙을 반복하다 시설에서 기거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를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를

      인생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부푼 마음을 안고 미래를 설계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획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점점 희미해져 갈 뿐이다. 내면의 능력이나 외부 사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처음의 구상은 저 멀리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반면, 우연한 선택이나 부질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예기치 않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별다른 생각 없이 한 어떤 말이나 행동이 뜻하지 않은 시점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나 매체를 거쳐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깊은 감명을 주기도 한다.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문구는 1942년에 개봉한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이다. 이 대사가 탄생한 배경을 들었을 때, 인생은 자신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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