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禮誼, 너의 禮儀
1. 조선시대라 하자. 비 내린 직후라 땅이 질척거렸다. 맞은편에서 친구 아버님이 말 타고 오고 계셨다. 얼른 말에서 내려 인사하려 했더니 손사래를 치신다. "아이고, 진흙탕인데 내리지 마라, 옷 버린다. 뭐하려고 내리려고 하느냐, 그냥 말 탄 채로 인사하면 되지" 하시면서 기어코 못 내리게 했다. 하는 수 없이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드렸다. 아버님이 허허 웃으시면서 기분 좋게 가셨다. 며칠 후 친구 녀석이 와서, "너 무슨 실수했냐"고 한다. 아버님께서 나를 버르장머리 없는 놈, 건방지게 말에서 내리지 않고 고개만 까딱하고 지나가는, 배운 바 없는 놈이라고 하셨단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그게 아니라 땅이 질척거리니 내리지 말라고 하셔서 시키는 대로 한 거라고 했다. 친구가 자초지종을 알아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