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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발명 특허에 대한 권리소진
Ⅰ. 판결의 요지 甲(원고)는 ‘마찰이동 용접방법’이라는 방법발명(A)의 특허권자이다. 해당 발명의 특징은, 접합할 부재들의 결합선 위에서 프로브에 강한 압력을 주면서 회전, 이동시킴으로써 마찰열로 부재를 녹였다가 굳혀 용접을 수행하는 데 있다. 甲은 乙(보조참가인)에게 A 발명을 실시하는데 적합한 장비 (마찰교반 용접기)를 제조·판매해도 좋다는 실시허락을 하였고, 그 뒤 丙(피고)은 乙로부터 乙이 제조한 마찰교반 용접기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甲은 丙을 상대로 자신의 방법발명(A)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손해배상청구)을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은, ①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그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에는 권리소진으로 인해 양수인이나 전득자가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② 사안에서, ㉠ 丙이 사용한 용접기는 방법발명(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이고 그 기술사상의 핵심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A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며, ㉡ 乙이 丙에게 마찰교반 용접기를 판매한 것은 특허권자인 甲의 허락 아래 이루어진 적법한 양도이다. ㉢ 이처럼 丙이 적법하게 용접기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상 甲의 A 특허는 소진되어 丙의 용접기 사용행위는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평 석 대상판결은 특허권의 소진에 관한 것이다. 종래 특허권 소진 문제가 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언급된 판례들은 있었으나, 소진의 근거와 성립요건, 방법발명에의 적용 가능성 등을 정면으로 설시한 대법원 판례는 대상판결이 처음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방법발명을 구현한 물건이 적법하게 유통된 경우, 그 물건의 사용행위는 권리소진으로 인해 적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1. 방법 특허권의 소진 법리 특허된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적법하게 유통된 경우, 그 물건을 통해 해당 방법에 대해서도 특허권의 소진이 일어나고, 특허권자가 이후의 거래 당사자에게 특허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물건과 방법 간 발명의 실질에 차이가 없는 예가 많고, 방법발명이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소진을 부정하면 특허권자는 청구항에 방법을 삽입하는 것만으로 권리소진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는 이미 미국{Quanta Computer, Inc. v. LG Electronics, Inc., 553 U.S. 617 (2008)}, 일본{知財高判 平成18年 1月31日 平成17年(ネ) 第10021號 判決}, 독일(BGH GRUR 2007, 773, 776-Rohrschweißverfahren) 등에서도 판례를 통해 확인되어 있다. 문제는 소진을 인정하는 근거와 그 범위이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입장이 있다. ① 소유권설: 대상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특허권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권리소진의 근거를 찾으며, 적법한 소유물의 사용·수익·처분에 저촉되는 특허권 행사는 저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넘어 특허 물건의 ‘생산’에 이르게 되면 권리소진은 작동할 여지가 없다. ② 묵시적 계약설: 특허권자가 특허물건을 양도하거나 방법의 실시를 허락하는 행위에는 그 이후에 적법한 경로로 이루어지는 물건이나 방법에 대한 제3자의 실시행위에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허락이 있는 것으로 본다. 영미(英美)에서 권리소진은 특허권자의 최초판매 행위에 포함된 묵시적 허락에서 근거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③ 신의칙 위반 내지 권리남용설: 특허물건이나 방법을 둘러싼 거래안전, 특허권자가 최초의 거래과정에서 이익을 회수할 기회를 가진 점 등을 감안하여, 특허권 행사와 관련된 신의칙 위반 혹은 권리남용을 정형화한 것이 권리소진 개념이라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에서의 통설·판례로 평가되고 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 (1) 대상판결은 소유권설을 기본 입장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권리소진의 주장 주체를 “양수인이나 전득자”라고 전제하는 점, 사안에서 丙이 방법발명 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으므로 권리소진이 성립한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그러하다(실제로 원심판결은 특허권 소진의 주된 근거가 양수인 등의 소유권 취득 때문이라거나, 권리소진은 특허권과 소유권의 접촉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이 특허권 소진의 근거로 ‘물건의 자유로운 유통 및 거래안전’과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의 실시대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음’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위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제(機制)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권리소진의 근거를 소유권에서 찾으면 권리소진의 성립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부당하다. 예컨대 사안에서 乙이 방법 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용접기를 생산하여 丙에게 ‘대여’한 경우라도 丙은 이를 양수한 경우와 똑같이 甲에게 권리소진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발명의 실시에 사용되는 물건 가운데 규모가 큰 설비(플랜트)처럼 생산·판매 대신 ‘대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많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특허권의 소진은 소유권 취득보다는 ‘신의칙 위반’ 또는 ‘묵시적 계약’에서 근거를 찾는 편이 합당하다. (2) 다음으로,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일으키는 물건의 범위가 문제 된다. 대상판결은 이를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라고 표현한다.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특허권은 그 방법으로 생산된 물건의 양도·대여에도 미친다(특허법 제2조 제3호 다목, 제94조). 따라서 그 물건의 유통이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이루어진 이상, 방법특허에 권리소진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며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라는 표현이 여기에는 꼭 들어맞는다. 한편, 해당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유통에 놓인 경우는 검토를 요한다. 그 방법특허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간접침해를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특허법 제127조 제2호), 전용물이 방법특허 전체의 실시에 기여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으므로 특허권자가 전용물의 유통을 양해했다는 것이 곧 해당 방법 전체에 대한 권리소진을 낳는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례는 '㉠ 해당 물건이 방법발명의 전용품인지, ㉡ 그 물건에 방법발명의 핵심적 기술요소가 모두 들어 있는지, ㉢ 그 물건을 사용하는 공정이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너무 모호하고 우회적이다. 차라리 방법발명과 물건의 상관관계를 분명히 반영하여, '① 해당 물건의 사용이 곧 해당 발명의 실시를 의미할 정도로 완전한 전용품 관계인 경우, ② 해당 물건에 다른 용도도 있지만 그 물건의 사용은 언제나 해당 발명의 실시를 수반하는 경우, ③ 해당 물건의 사용만으로는 방법의 실시가 완성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에 불가결한 요소인 경우'라고 설시하는 편이 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의 설시 중 ㉠은 ①상황을, ㉡은 ②상황을, ㉢은 ③상황을 의미하거나 전제로 한다. 그 결과, ①, ②의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물건이 유통에 놓인 이상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인정해도 무리가 없고, ③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파악되는 특허권자의 의사와 신의칙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전자의 물건에는 방법발명의 내용이 100% 구현되어 있는 반면, 후자의 물건에는 그렇지 않아서 물건의 유통을 승낙한 특허권자의 의사를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Ⅲ. 결 어 대상판결은 특허권 소진의 인정근거, 성립요건 및 범위, 방법발명에의 적용 등을 정면으로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권리소진의 근거를 소유권에서 찾은 점은 ‘양도’ 이외에 ‘대여’라는 형태의 유통을 제외시킨다는 점에서 부적절해 보인다. 특허권 소진은 거래안전이나 특허권자의 이중이득 방지를 위해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모습(신의칙의 구체화)으로 파악하는 한편, 사안에 따라 특허권자의 묵시적 이용허락 등 의사해석을 가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상판결은 방법발명의 권리소진을 성립시키는 물건을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물건의 생산방법 특허를 실시하여 생산된 물건’에는 적합한 표현이지만 그 밖의 경우에 대한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모호하다. 따라서 ⅰ) 해당 물건의 사용이 곧 해당 발명의 실시를 의미할 정도로 완전한 전용품 관계이거나, 다른 용도도 존재하지만 그 물건의 사용은 언제나 해당발명의 실시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물건이 유통에 놓인 이상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인정하고, ⅱ) 해당 물건의 사용만으로는 방법발명의 실시가 완성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에 불가결한 요소인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객관적 의사와 신의칙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가름해야 할 것이다. 조영선 교수 (고려대 로스쿨)
특허권
권리소진
조영선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7-15
민사일반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 검토
1. 이 사건 쟁점 책임보험계약이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질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말한다(상법 제719조). 그러므로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이란 변호사의 업무상 과실로 고객 또는 제3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힌 경우 법률상 손해배상금액 및 사고처리에 드는 제반 비용을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대상 판결의 경우 두 개의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는데, 2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고지의무 위반과 이에 따른 보험계약의 취소가 직접청구권과 관련하여 유효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고, 1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인 변호사의 위임계약의 불이행과 관련해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만약 인정된다면 이 경우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른 보험자의 면책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당해 변호사에게 등기업무를 위탁한 아파트 입주자들이고(그들은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원고가 되었다), 피고는 보험자인 현대해상화재보험(주)이다. 2. 사실관계 등기 사무장이 변호사를 대리하여 2011년 3월 28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당시 사무장은 종전의 횡령행위로 인하여 지급능력을 훨씬 초과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로부터 등기비용이 변호사의 계좌에 입금되자 그 일부를 종전 횡령행위 보상에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횡령행위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보험자인 피고가 알았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명백하므로 사무장은 신의칙상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고(2차 보험계약을 말한다), 그럼에도 사무장은 피고 보험회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위 기망사실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취소하였다. 피고는 변호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변호사가 제공하는 등기업무 등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에 기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변호사의 직원인 사무장은 변호사의 명의로 등기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할 권한을 부여받고, 변호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체결한 다음,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 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소지하고 이 사건 아파트 등기비용이 입금된 변호사 명의의 계좌를 관리하던 중, 위 등기비용을 마음대로 인출하여 횡령하였고, 그로 인하여 변호사는 자신이 수임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인 이 사건 아파트 등기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이 부분은 1차 보험계약과 관련한 쟁점이다). 3. 판결의 요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된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서 중대한 과실이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 보험회사가 변호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변호사가 제공하는 등기업무 등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 때문에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등기사무장은 등기위임인인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받은 등기비용을 횡령하여 변호사가 위임받은 등기업무를 처리하지 못하자, 아파트 입주민들이 원고가 되어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사무장이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고 그 상태가 원인이 되어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된다. 4. 판례평석 2차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자인 피고가 종전 횡령행위등의 사실을 알았다면 그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명백함으로, 기망 사실을 이유로 또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험자가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민법 제110조 제3항의 선의의 제3자와 제3자의 직접청구권의 관계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나 원심은 피고의 주장을 인정하였고, 1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원심은 당해 변호사에게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의 불이행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이나 직원인 사무장에 대한 선임 감독상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변호사가 고의에 가까운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로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야기한 것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변호사는 등기사무장을 고용하면서 변호사 명의로 독자적으로 등기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할 권한을 부여하고 등기업무에 필요한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주고, 사무장으로부터 그 대가로 매월 500만원씩을 받기로 약정한 사실, 이에 따라 변호사는 사무장이 자신의 명의로 등기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는 것과 관련하여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아니하였고, 등기비용이 입금되는 자신 명의의 은행계좌에 대하여도 전혀 통제하지 아니한 채 방치한 사실, 사무장은 등기 위임계약의 위임자들이 변호사의 계좌로 입금한 등기비용을 횡령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사실, 사무장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한 행위,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자에게 자기의 명의를 이용하게 한 행위로 인하여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변호사가 사무장으로부터 대가를 받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사무장에게 등기사무에 관하여 자신의 변호사 명의를 사용하게 하는 변호사법 위반의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무자격자인 사무장으로 하여금 등기사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그 등기비용에 대한 사무장의 횡령행위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변호사가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의 이행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변호사가 약간의 주의만을 기울였다면 손쉽게 사무장의 횡령행위를 예견하여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과정에서 사무장의 횡령행위를 간과한 것이므로, 변호사는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이러한 상태를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되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원심의 경우, 너무나도 넘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판사들에게 인정되는 ‘자유심증주의’는 너무 자유스러워서 문제이다. 입법기술상 적절한 한계를 법으로 규정해서 설정할 수 없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판사들은 조자룡이 헌 칼 쓰듯이 이것을 남용하고 있어 문제이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부득불 민사소송법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경험칙 위반과 이에 따른 심리미진, 이유불비를 들어 상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여 변호사가 사무장에게 인감도장 등 모든 관련 서류를 맡겨놓고 지휘 감독도 하지 않으면서 방치할 수 있는가. 그래서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하여 보험금을 청구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돈을 횡령한 사무장은 실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한 자이고 변호사는 실세 사무장에게 고용되어 월급을 받으면서 단지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실세 사무장들은 소위 말하는 새끼 사무장들을 다수 고용하여 사건을 무작정 싹쓸이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법조비리의 적나라한 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전관예우와 법조 브로커 문제는 법조계의 뿌리 깊은 최대의 비리로 지목되고 있다. 이 판결은 일부 변호사들의 비정상적인 업무수행 행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의 경우, 보험회사는 추가로 보험료를 지급하면 직원 횡령도 추가 특약 가입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이런 특약에 가입되어있었더라면 원고들은 승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유중원 변호사 (서울회)
등기업무
명의대여료
변호사책임보험
입주자대표회의
상법 제659조 1항
현대해상화재보험
보따리사무장
유중원 변호사 (서울회)
2019-07-01
헌법사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한 검토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재판관 7대2의 결정으로 형법상 자기낙태죄 조항(제269조 제1항)과 업무상승낙낙태죄 조항(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2017헌바127, 이하 '대상결정'). 다만, 위헌의견 7인 중 4인이 ‘헌법불합치 및 계속적용’을 주장하여 결국 주문(主文)은 '헌법불합치 및 2020년 12월 31일까지 계속적용'이 선택되었다. 낙태죄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7년 전에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었고(2012. 8. 23. 2010헌바402, 이하 '종전결정'), 당시에는 합헌의견과 위헌의견이 4대4로 나누어졌었다. 대상결정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관점에서 상세한 분석과 검토가 이루어지겠지만, 여기서는 우선,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 그 의미와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기본권의 충돌'에 대한 이해의 변화(?)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종종 '기본권의 충돌'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을 언급하는 것은 기본권충돌이 문제되는 상황과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기본권충돌은 충돌하는 기본권의 조정을 위한 입법단계에서 혹은 입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일반법원의 재판이나 재판소원) 충돌하는 두 기본권을 조정하는 원리이고, 일단 입법이 이루어진 후 그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하는 단계에서는 대립하는 기본권이 이미 공익(입법목적)으로 전환되어 과잉금지원칙(또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적용만이 문제될 뿐 기본권충돌 논의는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한수웅, 헌법학, 법문사(제5판), 516-517면).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을 언급하면서도 사안을 과잉금지원칙에 의해 심사하였고, 기본권충돌의 해결방안으로 제시되는 ‘실제적 조화의 원리’도 결국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함으로써(2013. 6. 27. 2012헌바37, 판례집 25-1, 506, 512),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결정의 다수의견(헌법불합치의견)은 '심사기준' 항목에서 '이 사안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확정적으로 만들어 놓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의 존재와 역할을 간과한 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직접적인 충돌을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여 앞에서 본 학설의 비판을 수용하는 듯한 설시를 하였다. 다만, 법률의 위헌심사에서도 기본권충돌 논의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견해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바(과잉금지원칙은 자유권 행사가 공익침해라는 중간단계를 거쳐 간접적으로 대립당사자의 자유를 훼손하는 경우 적용되는 것이어서, 자유권 행사가 직접적으로 대립당사자의 자유를 훼손하는 기본권충돌의 경우에는 문제되는 충돌 상황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권충돌은 의미가 있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김하열, '자유권 제한입법에 대한 위헌심사', 동아법학 제56호, 1-35면), 기본권충돌 논의가 부적절한 이유에 대해 다수의견이 보다 분명하고 상세하게 설시할 필요는 있었다. 이 부분은 기본권충돌에 관한 종래 헌법재판소 입장과 명백히 구별되는 것으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 '자기결정권'인가, '자기운명결정권'인가? 헌법재판소는 간통죄(2011헌가31등), 성매매(2013헌가2), 혼인빙자간음죄(2008헌바58등), 연명치료중단(2008헌마385) 등의 사건에서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한 바 있고, 낙태죄에 대한 종전결정에서도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에서는 청구인이 '자기운명결정권'을 주장했음에도 위헌의견과 합헌의견 모두 '자기결정권'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기결정권과 자기운명결정권은 완전히 호환가능한 개념인가? 두 표현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인가? 자기결정권과 자기운명결정권은 의미도 다르고 보호영역도 달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은 자기운명결정권보다 훨씬 넓다. 자기결정권에는 일상의 사소한 선택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어서, 그 자유박탈의 의미가 매우 추상적이다. 반면, 자기운명결정권의 경우 그 제한의 의미는 무겁고 심각하게 느껴진다. 헌법재판소가 성적자기결정권이 문제된 사건들을 자기운명결정권으로 표현하고 낙태가 문제된 사건에서 자기결정권으로 표현한 것은 어딘지 기이하다. 하나의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것, 그의 부모가 되는 것, 그와 함께 한평생을 살아가는 것, 아니면 그 모든 가능성들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결정만큼 운명적인 결정이 또 있겠는가?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가 아닐까? 3. 위헌의견에 대하여 다수의견(헌법불합치의견)은 낙태죄 조항이 입법목적 정당성과 수단적합성은 인정되지만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는데, 그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출산 여부를 결정할 권리도 포함된다. (2)인간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를 달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3)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임신 22주)가 보호의 정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4)태아의 착상시부터 독자적 생존가능시기까지는('결정가능기간')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인해 낙태갈등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에게 낙태를 허용하여야 한다. (5)낙태죄 조항이 모든 낙태에 대해 예외없이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태아는 생존을 위해 모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독자적 생존가능시기를 기준으로 태아의 생명권 제한에 규범적 판단을 달리하는 것은 가능한 입론으로 보인다. 다만, 낙태죄 조항이 위헌인 이유 또는 그 범위가 불명확하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대해 예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일정한 규율영역으로 확정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입법자에게 명확한 입법지침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단순위헌의견은 위에서 본 다수의견 논거들에 동의하면서, 더 나아가 임신 전체 기간을 3분기(trimester)로 나누어 제1분기(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동안에는 아무런 제한없이 낙태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기간에 자유로운 낙태가 허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임신기간을 3분기로 나누는 것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며, 낙태가 허용되어야 하는 사유로 안전한 낙태를 드는 것은 '1분기에는 왜 태아의 생명침해가 정당화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임신여성에게 안전하기 때문이다'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4. 합헌의견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태아는 그 시기를 불문하고 생명보호 필요성에 있어 출생한 사람과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므로 위헌의견에서 말하는 결정가능기간이나 3분기에 의한 구분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리고 임신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본다. 다만, 합헌의견은 대상결정의 사안을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충돌'이라고 하였으나, '낙태의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함으로써, 명시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본권의 충돌 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5. 주문의 문제점 대상결정이 자기낙태죄가 위헌으로 판단되면 논리적으로 위헌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는 형법 제270조 제1항을 굳이 '의사' 부분으로만 심판대상을 한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입법개선이 필요한 헌법불합치 주문을 내면서 형법 제270조 제1항 전부가 아닌 '의사' 부분만 헌법불합치를 선언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대상결정은 형벌조항에 대해 계속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는데, 위헌으로 판단된 형벌조항의 계속적용을 명하는 것은 법치주의원리에 위반되고, 형벌조항은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이 상실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의 명문규정에도 반한다(제47조 제3항). 위헌인 형벌조항을 계속적용하는 도중에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경우 그 개선입법이 당연히 소급하는지, 소급한다면 그 시기는 어디까지인지도 문제되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제시하지 않는다. 개선입법이 헌법재판소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 그 개선입법의 위헌 여부가 다시 문제될 수 있고 개선입법이 재차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그 소급효의 범위 또한 다시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법적공백의 방지를 명분으로 헌법불합치 주문을 선택하지만 헌법불합치결정과 개선입법 사이에, 혹은 그 이후까지 법적 규율의 불확정으로 인해 법적안정성이 위협받는다. 무엇보다도 대상결정의 헌법불합치의견은 스스로 낙태죄 조항의 실효성을 부인하고 그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하였음에도, 단순위헌결정으로는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되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긴다고 한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이는 헌법불합치결정이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이른바 법률의 흠결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예외적인 주문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구체적 검토 없이 헌법불합치 주문을 남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상결정에서는 위헌의 영역을 특정하여(예컨대, 독자적 생존가능시기) 한정위헌을 선고하거나, 위헌 영역을 특정하기가 불가능하다면 단순위헌을 선고했어야 할 것이다. 전상현 교수 (서울대 로스쿨)
형법
의사낙태죄
낙태
전상현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6-17
행정사건
사법상 계약에 의거한 행정처분의 성립가능성 문제
Ⅰ. 사안의 개요 자사제품에 대해 조달청장으로부터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다음, 갑은 조달청과 사이에 갑이 각 수요기관으로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납품요구를 받으면 계약금액의 범위 안에서 해당 제품을 실제로 그 수요기관에 납품한 후 조달청장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기로 하는?물품구매계약(제3자를 위한 단가계약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였다. 이?물품구매계약에는 ‘갑은?물품구매계약 추가특수조건(이하 ‘추가특수조건’이라 한다)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취지와 ‘이 사건 제품의 규격은 우수조달물품(모자이크스톤블록) 규격서와 같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조달청장이 "甲이 이 사건 수요기관에 공급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계약이행내역 점검 결과 계약 규격과 상이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6호에 따라 갑에 대하여 6개월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라 한다). 이에 갑은 거래정지조치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서울행정법원 2014.11.6. 선고 2014구합60924판결)은 인용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서울고등법원?2015.9.4.?선고?2014누71469?판결)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계약상 의사표시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였는데, 상고심은 항소심과 정반대의 입장에서 파기환송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조달청이 계약상대자에 대하여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의 거래를 일정기간 정지하는 조치는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계약상대자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인 나라장터를 통하여 수요기관의 전자입찰에 참가하거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등록된 물품을 수요기관에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지위를 직접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거래정지 조치는 비록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지만 행정청인 조달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서 그 상대방인 갑 회사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다만 추가특수조건에서 정한 제재조치의 발동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위 거래정지 조치가 위법하므로 갑 회사의 행위가 추가특수조건에서 정한 거래정지 조치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추가특수조건의 내용이나 그에 기한 거래정지 조치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 등을 위반하였거나 평등원칙, 비례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을 위반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나아가 살폈어야 하는데도, 위 거래정지 조치가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의사표시에 불과하고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Ⅲ. 문제의 제기 행정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하나가 ‘공권력의 행사’인데, 이는 공법영역에서의 일방적 조치이어야 비로소 행정처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상판결도 인정하듯이,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다. 사법계약에 따른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본다는 것은 사법상 계약에 의거한 행정처분의 성립가능성을 시인한 셈이 된다. 대상판결 및 그와 동지인 대법원 2018.11.15. 선고 2016두45158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Ⅳ. 항소심의 논거 항소심(서울고등법원?2015.9.4.?선고?2014누71469?판결)은 다음의 논거로 소를 각하하였다: ①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6호 등은 계약의 일부로서 원고가 그 적용에 동의한 경우에만 당사자 사이에서 구속력이 있을 뿐 법규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법령이 아니라 계약에 근거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②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민간의 일반 종합쇼핑몰에서 계약상 의무위반에 대하여 계약에 부가된 조건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보낸 문서에도 계약위반에 따라 거래정지를 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달리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 외형이 보이지 않는 점. 판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업이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를 함에 있어서 법령이나 계약에 근거하여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2018.10.25. 선고 2016두33537판결). 아울러 판례는 정부투자기관이 공공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입찰참가제한 특약을 사법상 계약으로 보며, 아울러 그에 의한 입찰참가제한조치 역시 사법상의 조치로 본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0다83182판결 등). 이런 맥락에서 원심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전적으로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등과 같이 법률에서 직접 규정한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와는 구별되게 접근하였다. Ⅴ. 대상판결의 논증상의 문제점 사법상 계약인 추가특수조건에 의거한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가 공법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민사논리를 수정하는 논거가 필요하다. 사법관계를 수정시키는 명문의 규정을 통해 그 사법관계는 공법관계가 된다. 대표적으로 국유일반(잡종)재산의 대부료 징수는 국세징수법상의 체납처분규정의 준용으로 인해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관철할 수 없다(대법원 2014다203588판결 등).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강한 공익상의 요청이 있거나 공권력주체로서의 우월적 지위가 확인되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전자조달법 및 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쇼핑몰운영규정(조달청 고시), 구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조달청훈령)에 의거해서 처분성을 논증하였다. 전자조달법은 처분성 논증에 아무런 착안점을 제공하지 않는다. 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쇼핑몰운영규정(조달청 고시)과 구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조달청훈령)은 국가계약법과 조달사업법의 단가계약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이들 규정은 -판례가 행정처분으로 보는 국가계약법상의 행정청의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경우를 제외하고- 사법상의 계약인 단가계약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이들 규정에서 공법적 착안점을 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Ⅵ. 처분성인정에 따른 후속 물음: 법률유보의 물음 단가계약이 사법계약인 이상, 그것을 집행하는데 특별한 공법적 메커니즘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계약법의 차원에서 그런 점이 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를 처분으로 볼 때, 제기될 수 있는 물음이 법률유보의 원칙이다. 일찍이 필자는 근거규정의 성질과 처분성인정여부는 연관되지 않음을 강조하였는데 판례가 이를 채용하였다(이런 사정은 김중권, 행정법 제3판, 2019, 210면 이하). 그리하여 대법원 2005.2.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은 처분성 여부를 논증한 다음, 법률유보의 원칙을 적용하여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 2016두45158판결의 원심((대전고등법원 2017.1.26. 선고 2016누11801판결)은 처분으로서의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가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추가특수조건이나 쇼핑몰운영고시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공히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의 처분성을 인정한 대상판결과 대법원 2005.2.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이 본안판단에서 법률유보의 물음을 제외하다시피 하는 식의 논증을 한 것은 처분성 및 위법성의 논증에서의 앞선 판례의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 이런 논증상의 모순은 실은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를 처분으로 본 데서 비롯되었다. Ⅶ. 맺으면서-처분성인정이 능사가 아니다. 처분성의 확대는 행정상의 권리구제가 여의치 않을 때 강구할 수 있다. 민사적 권리구제가 주효한 경우에는 처분성의 확대가 동원될 상황이 아니다. 처분성의 인정의 裏面에는 행정의 우월적 지위가 합리화되고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불가쟁력의 존재나 공익과 사익의 형량과정 등의 차원에서 보면, 국민의 권리구제의 측면에서 행정소송이 민사소송보다 항상 더 유리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자칫 공법과 사법의 구별 시스템을 무색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생각건대 대상판결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및 행정계약의 해지와 관련해서 부당하게 처분성을 인정한 판례가 빚은 결과로 여겨진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나라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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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정지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05-27
민사일반
강제징용 소송과 청구권협정 검토
Ⅰ. 대상 판결 원고들은 구 일본제철이 운영하는 제철소에서 강제노역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01년 3월 27일 청구기각 판결을, 2003년 10월 9일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판결을 각 받았다. 원고들은 2005년 2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과 2심에서 패소하였으나,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68620호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주장하는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하여 원고승소 판결하였다. Ⅱ. 역사적 검토 이 사건에서는 국제 재판관할권, 일본판결의 승인, 피고의 법적 동일성, 소멸시효 등 다양한 쟁점들이 있으나, 논의의 방향을 청구권협정으로 모으고, 청구권협정의 탄생 배경, 역사적 평가 등에 관하여 살펴본다. 조선의 멸망 과정, 일제의 억압과 수탈, 친일파 청산의 좌절, 박정희 정권과 친일파의 역사 등에 대해서는 먼저 역사책을 보기 바란다. 사실 매국노와 친일파를 빼놓고 우리 현대사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청구권협정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정확한 법적 판단이 가능하다. 1961년 5월 16일 새벽 박정희 소장이 이끄는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했다. 박정희 정부는 일본 자본을 도입하기 위하여 한일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박정희 정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반대 시위를 진압한 후 1965년 6월 22일 한일 기본조약(청구권협정 포함)을 체결했고, 그해 12월 18일 발효되었다. 조약 내용은 “일본 정부가 박정희 정부에 무상 3억불, 유상 2억불을 제공하는데,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 하지 않고, 한국과 한국민의 일본에 대한 청구권은 모두 포기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의 대부분을 포항제철, 소양강댐 등 국가 기반시설의 확충에 사용했다. 한일 기본조약은 공개되지 않았다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월 1월에서야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청구권협정 원문은 찾아보기 바란다. 살펴보면, 친일파들은 해방 후 대한민국의 권력기관뿐만 아니라 언론·교육 등 각 분야를 주도한 지배세력이 되었다. 청구권협정도 그들의 주도로 탄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은 다음과 같이 비판을 받는다. ① 박정희 정부는 ‘식민지배 청산’에 관한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하였는데, 한일회담은 청구권 교섭에 밀려 식민지배 청산이라는 본질을 추구하지 못하였다. ② 청구권 문제, 어업 및 문화재 문제 등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양보함으로써 매우 굴욕적이었다. ③ 국가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조약임에도, 그 내용 및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④ 일제의 식민지배로 수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았는데도, 박정희 정부는 그들을 보호하거나 피해를 배상하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과 권리를 억압하였다. Ⅲ. 법률적 검토 1.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 가. 불포함설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설, 대법원 판례이다.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인다. (2)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 정부가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에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3)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한일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4) 대한민국이 요구한 12억 2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3억 달러만 받은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도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나. 포함설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는 견해로서 소수설이다. 논거는 아래와 같다. (1)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Ⅰ)은 청구권협정상 청구권의 대상에 ‘피징용 청구권’도 포함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위 피징용 청구권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도 포함한 것이고, 청구권협정 제1조에서 정한 경제협력자금은 제2조에서 정한 권리관계의 해결에 대한 대가 내지 보상으로서의 성질을 포함하고 있다. (3) 양국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배상’도 당연히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상호 인식하고 있었다. (4) 대한민국은 청구권협정에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후 장기간 그에 따른 보상 등 후속 조치를 취하였다. 다. 검토 조약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문언뿐만 아니라 체결 당사국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일본은 개인의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일체의 청구권을 더는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완전히 최종적으로 종결하고자 했다. 박정희 정부는 쿠데타로 잡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개발과 그 자금 마련이 절실히 필요했던 점, 박정희와 정일권 등 집권자들의 친일 성향과 청구권협정의 체결 과정 등을 고려하면, 일본의 의사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조약 문언, 당사자의 의사, 후속 조치 등을 종합해보면,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은 이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즉 청구권협정 체결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알려진 바 없었고, 전혀 논의대상이 되지도 않았던 점,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Ⅰ) 제2조 (g)항에서 말하는 대일청구요강(소위 8개 항목)에 위안부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에 관하여는 불포함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는 경우에도 가능설, 불가능설로 견해가 나뉜다. 가. 가능설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청구권협정에는 개인청구권의 포기나 소멸에 관하여 양국 정부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만큼 충분하고 명확한 근거가 없다. (2) 청구권협정에서 양국 정부의 의사는 개인청구권은 포기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정부 간에만 청구권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하자는 것, 즉 ‘외교적 보호권에 한정하여 포기하자’는 것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청구권협정을 이탈리아와 서독 사이의 조약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불가능설 소송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논거는 아래와 같다. (1) 양국의 진정한 의사가 외교적 보호권만 포기하기로 했다고 볼 수 없다. (2) 청구권협정은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일괄처리협정에 해당한다. (3) 청구권협정 제2조에서 규정한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 검토 청구권협정의 문언과 해석, 양국 정부의 의사 등을 종합해보면,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2015. 12. 28. 박근혜 정부는 한일 외교부 장관 사이의 합의로써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였다. 위 합의 문언상 개인청구권의 포기나 소멸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없고, 양국 정부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명확한 근거도 없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Ⅳ. 결론 대상 판결은 역사적·법률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그에 대한 최고 법관들의 법적 판단이 두루 담겨 있는 귀중한 판결이다. 논거의 차이는 있지만,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대상 판결의 결론도 지극히 타당하다. 다수의견이든 소수의견이든 그 논거는 모두 설득력이 있다. 다만 피해를 당한 국민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외면하기 어렵다. 나라가 망하여 피해를 보았고, 과거 정부가 잘못하여 피해를 배상받지도 못하였기에 더욱 그렇다. 이 비극과 치욕적인 역사를 부디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기를 바란다. 허용구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일본전범기업
손해배상청구소송
전원합의체
허용구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
2019-05-14
지식재산권
실시권자의 의뢰로 방법발명의 전용품을 제작·납품한 행위의 특허권 간접침해 성립여부
1. 사실관계 마찰이동 용접방법에 관한 발명(이하 ‘본건 방법발명’)의 특허권자인 원고는 소외 A회사와 본건 방법발명에 관해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했고, 해당 계약에는 본건 방법발명의 실시장소를 제한하고 타인에게 재실시허락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는 A회사로부터 본건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마찰교반용접기(이하 ‘본건 전용품’)의 제작을 의뢰받고 20여대를 제작해 A회사에 납품했고, 그 과정에서 본건 전용품을 검수·시연할 목적으로 본건 방법발명을 사용했다. 원고는 전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간접침해를, 후자에 대해서는 직접침해를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 심급별 판단 가. 1심과 항소심의 판단 1심은 원고의 간접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였고, 직접침해 청구 부분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6. 16. 선고 2015가합578109 판결). 간접침해와 관련하여 피고는 자신의 행위가 통상실시권자인 A회사의 기관으로서의 행위이며, 직접침해가 되지 않는 경우 그와 관련된 간접침해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으나, 1심은 실시권 계약상의 실시장소 제한, 재실시허락 금지 등의 내용을 근거로 A회사가 피고로 하여금 본건 전용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은 당해 실시권 계약에 의해 A회사에 허락된 내용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이유로 위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그러나 항소심(원심)은 피고의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특허법원 2017. 11. 16. 선고 2016나1455 판결). 원심은 원고의 간접침해 주장에 대해, 방법발명에 관한 통상실시권자가 ‘스스로’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하여 그 방법방법을 실시하는 경우를 간접침해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통상실시권자가 ‘제3자를 통해’ 전용품을 공급받아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간접침해 책임이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만약 이러한 경우에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한다면 특허권의 부당한 확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가 직접침해를 주장한 검수·시연행위에 대해서도, 본건 전용품의 제작·납품행위가 간접침해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작·납품행위에 불가분적으로 수반되는 검수·시연행위도 별도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 대상 판결(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7다290095 판결) 대법원은 피고의 간접침해 책임과 직접침해 책임을 모두 부정한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먼저 간접침해 부분에 관해,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가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i) 방법발명의 실시권자의 의뢰로 전용품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를 간접침해로 인정하면 실시권에 부당한 제약을 가하는 동시에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ii) 특허권자는 실시권을 설정할 때 제3자로부터 전용품을 공급받아 방법발명을 실시할 것까지 예상해 실시료를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당해 특허권의 가치에 상응하는 이윤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실시권자가 제3자로부터 전용품을 공급받는다고 하여 특허권자의 독점적 이익이 새롭게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2가지 이유를 들어, 실시권자의 의뢰로 전용품을 제작·납품한 제3자의 행위는 간접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검수·시연행위에 의한 직접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원심과 대동소이한 이유를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3. 대상 판결의 검토 가. 간접침해 법리 : 학설 및 판례 특허권의 침해는 권원 없는 자가 특허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해 실시하는 행위에 의해 성립하며, 이러한 원칙적인 침해의 모습을 '직접침해'라고 한다. 그러나 특허법 제127조는 물건발명의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 방법발명의 경우 그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를 침해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강학상 이를 '간접침해'라고 한다. 특허법이 간접침해 규정을 마련한 취지는 침해행위 전 단계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직접침해에 이르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 특허권을 부당하게 확장하지 않는 범위에서 장래의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후3356 판결 등 참조). 즉 간접침해는 직접침해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직접침해로 인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인정되는 것인바, 이러한 간접침해 제도의 의의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해 왔다. 간접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가 되는 직접침해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종속설과, 직접침해가 없더라도 간접침해가 독자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는 독립설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소모품인 프린터 카트리지가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요소에 불과하고 완성품인 레이저 프린터의 사용에 제공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소정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그것이 직접침해 물건인 레이저 프린터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는데(대법원 1996. 11. 27.자 96마365 결정), 이를 독립설에 입각한 판례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특허발명을 구현한 휴대단말기의 반제품은 국내에서 생산되어 수출됐지만 완성품인 휴대단말기의 조립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사안에서 그 반제품 생산이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이 판결을 종속설적 입장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있다(이와 달리 단순한 속지주의의 귀결로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결국 대법원이 종속설과 독립설 중 어느 입장을 취하였는지는 명백하지 않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에서 대법원은, 간접침해의 성립여부는 특허법 제127조의 형식적 요건에 더해 간접침해 제도의 목적을 실질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함을 분명히 하면서, 간접침해 제도가 가진 권리 구제의 실효성이라는 목적에는 특허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나아가 대상 판결은 직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는 실시권자의 행위를 전제로 하는 사안에서 간접침해를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독립설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고, 이는 2015년에 선고된 2014다42110 판결에 이어 대법원이 독립설의 기초를 이루는 도그마틱한 접근을 지지하지 않음을 다시금 분명히 한 것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직접침해 해당행위 내지 그 가능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관해서는 아직 대법원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으므로 대법원이 종속설을 정면으로 채택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특히 특허권 침해의 다른 요건인 '업으로서'의 실시로 볼 수 없는 직접침해 해당행위가 전제된 경우에 대해서는 관련 사안에서 간접침해를 긍정하여 독립설적 입장으로 평가되는 대법원 2014다42110 판결이 폐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정적으로 판단하기가 더욱 곤란하다. 대법원이 대상 판결로써 종속설과 독립설 중 어느 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기보다는, 간접침해라는 예외적 규정의 적용이 문언적·형식적 해석이 아닌 목적적·실질적 해석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적 견해를 종속설과 독립설의 대립 국면으로 여겨져왔던 사안을 배경으로 재확인하였을 뿐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대상 판결이 향후 간접침해 법리 해석의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 판결로서의 의의를 가진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4. 결론 및 향후 과제 대상 판결은 향후 많은 간접침해 사안에서 적용될 법원의 판단규준을 정립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간접침해와 직접침해의 행위태양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방법발명의 사안을 다루고 있어, (1) 동일한 법리가 물건발명의 간접침해에 관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도 적용될 것인지, (2) 만약 그러하다면 실시권자가 제3자에게 반제품을 위탁하여 생산하는 경우 영미법상의 위탁생산권(have-made right)을 우회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특허법의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 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또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 중 자신의 행위가 실시권자의 ‘기관’으로서의 행위이므로 자기실시라는 주장을 직접 판단하지 않았는데, 대상 판결이 이 주장에 대한 판단을 통해 실시권자와의 관계에서는 물론 공유특허권자 중 1인의 위탁생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자기실시의 인정 기준을 제시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밖에도 대상 판결은 간접침해에 불가분적으로 수반되는 직접침해 해당행위의 침해 책임을 부정하면서 그 근거를 명확하게 설시하지 않았는데, 그러한 판단의 당부와 법이론적 근거도 향후 학리적으로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시원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특허권
간접침해
류시원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9-04-29
민사일반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단의 권한 범위 및 한계
1. 들어가기 우리나라 집합건물에 적용되는 법률은 대표적으로 공동주택관리법(이하,'공주법'이라고만 함)과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집건법'이라고 함) 이다. 이 두 법이 규율하는 내용은 각각의 법의 취지에 따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특히 아파트)들은 이와 같은 차이점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법률행위를 하고 있는 바 대부분 각하 또는 기각판결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최근 대법원에서는 아파트 관련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자 기존의 법리와는 다소 다른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이에 대한 법리적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사실관계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라고 함)로서, 공용부분 변경과 관련하여 입주민 4/5 서면동의를 받아 공사를 진행한 이후 공사비를 분담하지 아니한 피고에 대하여 공사비 청구를 하고 있다. 3. 원심 판결(이전 대법원 판시내용) 집합건물에 관하여 구분소유관계가 성립하면 집합건물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당연히구분소유자의 전원으로 건물 및 그 대지와 부속시설의 관리에 관한 사항의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인 관리단이 구성되고 관리단집회의 결의에서 관리인이 선임되면 관리인이 사업집행에 관련하여 관리단을 대표하여 그와 같은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행위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다17774 판결 참조). 그런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법 제43조,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등 관계 규정에 따라 아파트 동별 세대수에 비례하여 선출된 대표자로 구성된 공법상의 단체로서,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여 시행하는 등의 관리권한만을 가질 뿐,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당연설립되는 사법상의 단체인 관리단과는 구별되므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단은 각각 별개로 구성되어 존립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의 관리가 아닌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공용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구분소유자, 즉 집합건물의 관리단만이 그 결의로써 결정할 수 있고, 이를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대상 판결(판례 변경은 아님) 집합건물의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는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법률상 당연하게 성립하는 관리단에 귀속되고 그 변경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집회에서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분의 3 이상의 결의(집합건물법 제15조 제1항) 또는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의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등에 의한 합의(집합건물법 제41조 제1항)로써 결정하는 것이므로, 집합건물의 관리단은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결정으로 구분소유자들의 비용 부담 아래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음은 물론, 타인에게 위임하여 처리할 수 있고, 집합건물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 해당하여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입주자대표회의에 위임하여 처리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5.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집건법에서 요구하는 결의 또는 합의의 정족수를 충족하기만 하면 관리단의 업무를 입대의에서 아무런 의사표시가 없었거나 기타 안건조차 특정되지 않았음에도 '자동으로' '포괄위임'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고 할 것인데 결국 입주자대표회의가 일정한 경우 관리단을 대신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것이다. 6.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의 적용범위 흔히 집합건물이란 1동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을 의미하고 집건법은 이와 같이 각각의 소유권을 가진 구분소유자들에 관한 집합건물의 재산권 등에 관련된 내용을 규율하는 법이다. 반면에 공주법은 주거생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를 투명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여 궁극적으로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즉 공주법은 기본적으로 주거생활을 영위하는 아파트에 관하여 국가에서 어느 정도 개입을 허용하는 공법에 해당하는 법이다. 당연히 위 두 법은 적용되는 내용이 상이한 바, 일단 '구분소유자의 재산권'과 관련해서는 공주법보다는 집합건물법 제2조의2에 따라 집합건물법이 우선 적용된다(즉 여타의 논문에서는 집합건물법이 일반법 그리고 공주법이 특별법이라고 하지만 적용영역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법, 특별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따라서 아파트에 한하여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하여서는 공주법이 적용되고 구분소유자의 재산권과 관련하여서는 집건법이 적용되는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는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으며 특히, 공용부분 관리 및 변경에 관해서는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집건법이 적용되고 집건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부분 기각 또는 각하를 면치 못하였다. 7. 기존 대법원 및 하급심 판례 대법원은 이 사건 원심의 판시와 동일(대법원 2003다17774, 2007다6307 판결 등 다수)하게 판단해 왔으며 하급심 역시 이와 동일하게 입주자대표회의는 구분소유자의 권리 즉 관리단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며(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3가합6398,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카합81583 판결), 대법원은 안건이나 수임인이 특정되지 않은 포괄위임은 무효라고 판시(대법원 2009다36555 판결)하였고, 특히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단 사이의 관계에서 집건법 제16조 제2항, 제24조 제4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동위임조항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마치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단으로부터 묵시적 포괄위임을 받았기 때문에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이 사건 청구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일단 기존 판결과는 다소 다른 판단인 것이다. 8. 평석(대법원 판단의 근거 및 향후 재판에 적용여지) 결국 이와 같이 대법원은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단은 분명히 구분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음에도 대상판결과 같은 판시한 이유를 필자는 ① 법리상, 그리고 ②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찾고자 한다. 법리적으로 첫째,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이라고 함은, 집합건물법 및 판례에서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되면 당연설립(집합건물법 제23조 제1항)되는 단체(대법원 2003다45496 판결)로서 관념적 단체에 해당한다. 즉 입주자대표회의 같이 구청에 신고를 통하여 실제 활동을 해야만 비로소 성립되는 단체가 아니라 구분소유 관계만 성립되면 곧바로 당연성립되는 '관념상'의 단체일 뿐이다. 다만 외부적 의사표시를 위해서는 결국 관리인을 선출하여야 하고 관리인 선출에 있어서는 관리단 집회가 전제가 되어야 하며 이로 인하여 현재 관리단 사건의 대부분은 오로지 관리단집회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느냐의 문제로 넘어간다. 결국 관리단이란 개념은 관리인의 선출전까지는 관념상 존재하기 때문에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집건법상의 일정절차만 충족된다면 포괄위임의 법리 오해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둘째, 대상판결 사안에서는 집건법상의 절차를 어느 정도 준수하였다. 즉 공용부분 변경에 관하여 서면동의 형태로 4/5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4/5 동의 요건은 관리단집회 절차 상관없이 4/5 동의를 받기만 하면 충분하고 실재 구분소유자로부터 동의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리상, ① 실체적으로 관리단이란 단체는 관념상으로 존재하여 절차상 요건만 충족되면 자동 위임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고, ② 절차적으로 이미 집합건물법상 5분의 4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절차는 준수하여 실체적, 절차적 하자가 어느 정도 치유될 수 있었는바 부득이 관리단이 입주자대표회의에 포괄위임 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대상판결의 아파트 입주민 대다수가 공용부분 비용에 관하여 부담하였으나 대상판결의 피고만이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대상판결이 원심과 같이 입대의 공용부분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고 확정된다면 이미 비용을 납부한 입주민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뿐 아니라 오히려 입대의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당할 수 있는 등 극심한 법적 혼란에 빠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더욱이 공용부분 변경으로 인한 혜택은 현재 구분소유자에 해당하는 입주민 전부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법조인조차도 혼란스러운 법리 때문에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위의 법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 같은 이유로 대상판결은 향후 하급심이 원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도 대법원 스스로도 과연 이와 동일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입주자대표회의가 집합건물법의 절차를 모두 진행한 상황일 경우 예외적으로 적용여지가 있을 뿐이다. 권형필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집합건물법
업무처리비용
권형필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2019-04-22
노동·근로
행정사건
학습지교사의 근로자성 판단
-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병합) 판결 - I. 사건경위 학습지 개발 등의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甲은 학습지교사들인 乙 등과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고 학습지회원에 대한 관리, 모집, 교육을 하여 왔다. 위탁사업 수행의 대가로 甲은 乙 등 학습지교사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였다. 위탁사업계약은 매1년 단위로 연장되어 왔는데, 이후 甲이 위탁사업계약을 해지하자 乙 등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명령을 신청하였다. II.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노동법상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관한 것이다. 우선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나 명칭에 상관없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종래 판례법리를 재확인하고, 이 사건 乙 등 학습지교사에 대해 어느 정도 甲의 지휘·감독이 있었지만,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乙 등 학습지 교사에 대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III. 평석 1. 학습지 교사의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 (1) 인격적 종속관계와 근기법상 근로자 근기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법 제2조 제1항 제1호). 이때 근로계약은, 독일 민법 제611a조에서 보듯 (i) 인격체인 인간의 노동력을 편입시켜 (ii) ‘도구’로 삼아 ‘사용’하는 것을 급부의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관계는 지시와 복종으로 구체화된다. 근로지시를 통해 근로자의 '행동(Taetigkeit)'은 장소, 시간, 방식 등에서 일일이 통제된다. 복종은 인사나 제재에 의해 담보된다. 이처럼 인격체인 사람을 도구로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근로계약은 ‘인격적 종속관계’를 초래한다. 근기법은 인격적 종속관계에 놓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범이다. 이에 착안하여, 대법원은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 “사용자의 업무내용 지정 여부와 업무수행과정에서의 상당한 지휘·감독 여부, 그리고 근무시간과 근로 장소의 지정 여부 등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한다. (2) 평가 대상판결은, (i) 학습지 회원에의 교육에 있어 그 시·종료시간은 물론 장소 등도 학습지교사와 회원 간의 협의로 정해질 뿐 甲사의 개입이 없으며, (ii) 위탁업무 수행 이후에는 자유로이 업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시·복종관계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사실들이다. (iii)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승진과 징계 등 인사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편입이 없고, 지시에의 복종을 실현하는 장치도 없다는 의미다. (iv) 학습지도방식의 결정도 중요하다. 학습지도방식이 학습지교사의 자율과 능력에 맡겨져 있다는 것은 곧 업무수행에 따른 경영위험을 교사 스스로 부담한다는 뜻이다. 근로자는 도구로서 지시에 따를 뿐이므로 경영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 乙 등 학습지교사들에 대하여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2. 학습지교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1) 경제적 종속관계와 노조법상 근로자 노조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법 제2조 제1호). (i) 노무제공자가 그 대가로 얻어지는 금품에 주로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ii) 당사자 간 힘의 대등성이 결여되면 이른바 경제적 종속관계(대상판결에서는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가 발생한다. 노조법은 경제적 종속관계 하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 근로이든, 위임이든 노무제공형식은 상관없다. 이에 착안하여 대법원도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등을 고려”하여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2) 평가 대상판결은, (i) 회사로부터 수령하는 수수료가 학습지교사들의 ‘주된’ 수입원이며, (ii) 사실상 당사자 관계가 전속적이면서도 지속적이고 (iii) 보수 등 위탁사업계약의 내용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점 등에 비추어 학습지교사가 경제적 종속관계 하에 있음을 적절히 확인하고,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3.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의 근로자성 판단 (1) 방법론 대상판결을 통해 노동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방법론이 보다 명확해졌다.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당사자 간 ‘경제적 종속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을 위해서는 (i) 경제적 종속관계를 넘어 (ii) 노무제공(=급부목적)의 실질을 살펴 인격적 종속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2) 회색적 노무제공관계 오늘날 회사 등 단체와 개인사업자 사이의 위탁사무계약관계에는 대부분 근로적 요소와 그 이외의 요소(위임, 도급, 무명계약 등)가 혼재되어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학습지교사에 대한 업무처리지침이 있고, 표준필수업무가 시달되었으며, 관리구역도 회사가 배정하는 점 외에도 주3회 오전에 조회도 하고, 2-3개월에 한번씩 학습지교사들을 대상으로 집필시험을 치르도록 한 사실 등이 있었다. 이로 인해 방송연기자나 보험설계사, 채권추심인 등 다양한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 근로자성이 다투어졌거나, 다투어지고 있다. (3) 경제적 종속관계와 위임지시의 결부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 지휘·감독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근로계약상 지시는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근로자의 행동을 일일이 제어하는 수단이다. 위임지시는 다르다. 위임계약에서 확정된 사무의 세부내용과 수행방식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제시하는 수단이다. 양자는 개념상 명확히 구별된다. 문제는 위임지시가 경제적 종속관계와 결부될 때다. 위임지시가 ‘경제적 약자’에게 행해지면 일견 근로 지시처럼 비춰질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 학습지교사에 대한 업무처리지침, 표준필수업무 시달, 오전 조회, 집필시험 실시 등의 사실 등이 그런 예다. 미리 정해진 위탁업무의 내용과 방식 그리고 당사자 적격성에 관한 것이지만, 학습지교사와 회사 간 경제적 종속관계가 맞물리면서 모호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 간 경제적 종속성 판단과 노무제공의 실질에 대한 판단은 구별되어야 한다. ‘경제적 약자’의 노무제공이라고 해서 곧 ‘근로의 제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이 점을 잘 포착하고 있다. 경제적 종속성과 결부되어 단지 근로와 유사하게 보이는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이 있다고 하면서, 학습지교사의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최근 방송연기자 사례(대법원 2018.10.12.선고2015두38092 판결)도 마찬가지다. ‘연기’는 연기자의 일정한 재량과 능력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것인 바, 그 속성상 근로로 볼 수 없다. 이때 방송연기자가 경제적 약자로서 경제적 종속관계 아래에 놓인 탓으로, 방송사가 방송연기자의 배역을 지정하고, 연출감독자가 연기 시간과 장소 등을 정한 사실 등이 마치 근로지시처럼 보일 뿐 그 실질을 근로관계로 평가할 수는 없다. 대법원이 방송연기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하면서도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이유다. (4) 경제적 약자의 노무제공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 방식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당사자 사이의 경제적 종속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급부목적이 근로의 제공인지 여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대상판결도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 노무제공자의 보호를 위해 집단적 단결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학습지교사, 텔레마케터, 보험설계사, 생명보험사 지점장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수탁개인사업자들이 회사와의 관계에서 경제적 종속관계 아래 놓여 있음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이 주는 의미는 사뭇 크다. 한편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경제적 종속관계와 인격적 종속관계를 준별하면서, 제공되는 노무의 실질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종속관계에 결부되어 외형상으로만 근로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계약상 급부목적인 업무의 속성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를 통해 위탁업무가 수행되도록 하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하거나 오히려 비효율적인 경우가 있어서다. 또한 계약사항에 대한 제재나 불이익의 결부 여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인사 제재나 불이익이 결부되지 않으면 근기법상 근로자로 평가하기 어렵다.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인격적 지배관계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노무 제공방식을 지향할 수도 있다. 이를 간과할 경우 자칫 계약의 실질은 물론이고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권혁 교수 (부산대 로스쿨)
근로자
학습지교사
근로자성
위탁계약
권혁 교수 (부산대 로스쿨)
2019-04-15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담보지상권은 유효한가?
- 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5다69907 판결 - [사실관계] 소외 A농업협동조합은 2005. 8. 11.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중 1인인 소외 1의 지분에 관하여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치면서,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의 공유자들인 소외 1, 2와 이 사건 토지 전부에 관하여 견고한 건물 및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18. 지상권 설정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소외 1, 2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수목의 소유를 위한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7. 10.경부터 같은 해 11월경까지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약 300주의 단풍나무를 식재하였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중 소외 2의 지분에 관하여 개시된 임의경매절차에서 피고가 위 지분을 매수하고 2011. 7. 15. 그 매각대금을 납부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소유인 위 단풍나무 중 일부를 임의로 수거하여 제3자에게 매도하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단풍나무는 이 사건 토지에 부합하여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소외 2 등의 소유로 되었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판결이유] 민법 제256조는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상권설정등기가 경료되면 그 토지의 사용·수익권은 지상권자에게 있고, 지상권을 설정한 토지소유자는 지상권이 존속하는 한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다. 따라서 지상권을 설정한 토지소유자로부터 그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지상권이 존속하는 한 이와 같은 권리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정한 ‘권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금융기관이 대출금 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토지에 저당권과 함께 지료 없는 지상권을 설정하면서 채무자 등의 사용·수익권을 배제하지 않은 경우, 토지소유자는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킬 우려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토지소유자로부터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이러한 권리는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정한 ‘권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평석] 1. 담보지상권에 관한 판례의 태도 종래 특히 금융기관이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하는 경우에, 그 저당 목적물에 관하여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목적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저당목적물인 토지에 대하여 지상권을 아울러 취득하는 것이 거래상 많이 행하여지고 있다. 이를 보통 담보지상권이라고 부른다. 이에 관한 종래의 판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던 토지소유자가 제3자에게 위 건물에 대한 건축주 명의를 변경하여 준 경우, 담보지상권자는 방해배제청구로서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대결 2004.3.29. 선고 2003마1753 등). 둘째, 담보지상권의 목적 토지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권 및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담보지상권자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판 2008.1.17. 선고2006다586). 셋째, 담보지상권의 피담보채권이 변제나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면 담보지상권은 피담보채권에 부종하여 소멸한다(대판 2011.4.14. 선고 2011다6342). 넷째, 담보지상권과 함께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고 그 대신 다른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그 실행에 의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는 담보지상권은 나중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소멸되므로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대판 2014.7.24. 선고 2012다97871,97888). 그리고 대상판결은 담보지상권의 경우에는 보통의 지상권자와는 달리 토지소유자가 토지의 사용·수익권을 가진다고 하였다. 2. 학설 이러한 담보지상권의 효력에 관하여는 무효설과 유효설이 대립한다. 무효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인데, 토지상의 저당권에 대한 침해배제만을 보전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한다는 것은 지상권의 내용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으므로 물권법정주의에 어긋난다. 나아가 담보지상권은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지도 않는다. 또한 실제로는 전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할 생각도 없으면서도, 지상권설정계약서나 등기신청서에만 등기를 위하여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기재하는 것은 허위표시에 해당한다. 그리고 저당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를 배제하기 위하여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므로 별도로 담보지상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윤진수, 저당권에 대한 침해를 배제하기 위한 담보지상권의 효력, 고상룡 교수 고희기념 논문집, 2012). 반면 유효설은, 지상권에서 공작물 등의 소유 자체가 지상권의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한다. 또한 당사자 사이에서는 분명히 지상권을 설정하고자 하는 진의와 표시의 합치가 있으므로 허위표시라고 할 수도 없다고 본다. 그리고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보다 담보지상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가 더 쉽게 인정될 수 있으므로 담보지상권을 인정할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다고 한다. 다만 유효설도 담보지상권의 부종성을 인정하는 것은 새로운 유형의 담보물권을 창설하는 것으로 법해석의 한계를 넘는다고 한다(최수정, 담보를 위한 지상권의 효력, 민사법학 제56호, 2011 등). 3. 유효설에 대한 반박 필자는 종전부터 담보지상권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는 유효설이 드는 논거를 반박하여 보고자 한다. 첫째, 유효설은 민법이 지상권을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제279조)을 전혀 무시하고 있다. 공작물 등을 소유하지 않는 지상권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효설은 지상권에서 공작물 등의 소유는 토지를 사용하는 전형적인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민법은 공작물 등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지상권은 예정하고 있지 않았다. 민법이 지상권의 요소를 규정하고 있는 것을 전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하나의 예시로서 취급하고, 그러한 요소가 없어도 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물권법정주의라는 측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 둘째, 유효설은 당사자 사이에서는 분명히 지상권을 설정하고자 하는 진의와 표시의 합치가 있으므로 허위표시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하지만, 공작물 등을 소유하겠다는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상권설정계약서에 공작물 등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겠다고 기재하였다면 허위표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당사자들은 지상권설정계약에서 견고한 건물 및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지상권 설정의 목적은 등기사항으로서(부동산등기법 제69조 제1호), 지상권의 최단존속기간을 정하는 기준이 되고, 이러한 목적의 기재가 없는 지상권 설정등기 신청은 각하사유이다. 셋째, 현실적으로 저당권에 대한 방해배제를 위하여 담보지상권을 설정할 필요성도 없다. 유효설은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하려면 저당권의 실행을 방해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지상권에 기한 방해배제는 그러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의 경우에만 다른 물권적 청구권의 경우에는 요구되지 않는 이러한 주관적 요건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 그리고 담보지상권은 결국 저당권에 대한 방해를 배제하는 것 외의 다른 내용은 없는데, 저당권에 대한 방해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담보지상권에 대한 방해가 성립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 설정과 말소에 드는 비용이 낭비이기 때문이다.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선언함으로써 금융기관이 담보지상권을 설정하는 관행을 없앤다면, 이러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4. 결론 종래의 판례가 담보지상권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 결론은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대법원도 굳이 판례를 변경하면서까지 담보지상권을 무효라고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상물 등을 소유할 필요가 없는 지상권을 인정하고, 지상권자의 사용수익권을 부정하며, 담보지상권의 부종성을 긍정하는 등 논리의 곡예(logical acrobatics)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곡예를 멈추고, 형용모순(oxymoron)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담보지상권이라는 것을 폐기하는 것이 국민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할 것이다.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담보지상권
지상권
수목
윤진수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4-08
노동·근로
사회변화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연장
Ⅰ. 사안의 개요와 소송 경과 망아(亡兒, 4세)는 2015. 8. 9. 인천 소재 워터파크 수영장에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여 물놀이를 하였다. 워터파크 수영장에는 수심 1m인 이 사건 풀장이 있었다. 신장이 1m에 불과한 망인은 위 풀장 출입구에 설치된 철제 사다리로 올라가 이 사건 풀장으로 떨어져 익사하였다. 이에 망아의 가족인 원고들은 워터파크를 운영하는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제1심은, 이 사건 풀장 출입이 제한되는 망아가 사다리를 이용하여 이 사건 풀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지할 의무가 있는 피고들이 이를 게을리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하였다. 원고들은 항소를 하면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주장하였는데, 원심도 마찬가지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제한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망아의 일실수입을 산정함에 있어 망아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Ⅱ. 판결요지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 대법원의 견해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여 원심을 전원일치로 파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다수의견, 별개의견 1, 별개의견 2로 나뉘었다. 다수의견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평균여명이 2017년에 남자 79.7세, 여자 85.7세에 이르고, 실질적인 평균 은퇴연령이 남성 72.0세, 여성 72.2세에 이른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만 65세로 보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별개의견 1은 60~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 연령대별 사망확률, 일반적인 법정 정년 등을 근거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만 63세까지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별개의견 2는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나, 구체적으로 만 60세를 넘어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는지는 사실심 법원이 판단하여야 하며 대법원이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Ⅲ.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1.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기준으로서 경험칙 도시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통상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이를 인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할 수 있지만, 사안과 같이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는 경험칙에 기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경험칙은 경험을 통해 귀납적으로 얻어지는 사실판단의 법칙이므로 사회구성원의 공통인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며 그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동연한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의미한 통계, 각종 규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가동연한의 인정은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이를 반영한 정확한 통계가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적으로 그에 따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각종 규범과 관련하여서는 그 규범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고려에 의하여 마련된 것인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2.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사정변경 대법원은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합 판결을 통해 육체노동종사자는 만 55세를 넘어서 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후 1991. 3. 27. 선고 90다11400 판결을 통해 도시일용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하는 실무가 확립되었다. 종전 전합 판결의 주된 논거는 ① 국민의 평균여명이 남자 63세, 여자 69세로 늘어난 점, ② 기능직공무원 중 육체노동을 주된 업무내용으로 하는 공무원의 정년이 만 58세로 연장된 점이다. 그러나 위 전합 판결 이후에 많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평균여명이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에 이르고 있어 그 사이에 평균여명이 남녀 모두 16.7세나 증가하였다. 둘째, 기능직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대부분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었다. 관련하여 이러한 법정 정년의 증가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특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문제가 된다. 만약 가동연한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면 만 60세 무렵을 가동연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의 경우 실제 소득활동 연령에 대한 통계를 고려하지 않고 법정 정년인 67세를 가동연한으로 보고 있다(독일 연방대법원 1989. 5. 30. 판결, BGH NZV 1989, 345). 그러나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60~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1.5%에 이른다. 고령자가 법정 정년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비교적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의 법정 정년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종전 전합 판결 당시 6,516달러에 불과하였는데, 2018년에 30,000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1인당 GDP 수치는 연령별 인구비율에 비추어 만 60세를 넘은 고령자층이 일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액수이다. 실제로 만 60세를 넘어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인구는 종전 전합 판결 당시 120만 명이었으나 2017년 12월 기준 417만 명으로 급속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저한 사정 변화를 감안하여 대상판결은 타당하게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를 넘어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구체적으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어떻게 정할지 견해가 대립되었다. 3. 육체노동의 가동연한 65세? 63세? 불특정?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만 65세로, 별개의견 1은 만 63세로 보았다. 별개의견 2는 대법원이 이를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별개의견 2의 경우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특정 연령으로 단정하면 가동연한에 대한 유연한 판단에 장애가 되어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우 경청할 만한 견해이다. 그러나 위 견해에 따를 경우 하급심 법원으로서는 개별 사건마다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일일이 심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급심의 혼란으로 인한 법정 안정성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법원이 하급심에 가동연한에 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특정하더라도 하급심 법원이 반드시 대법원이 제시한 가동연한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칙을 배제할 다른 증거가 제시되는 경우, 하급심 법원은 대법원이 제시한 결론과는 다른 판단을 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31667 판결 참조). 별개의견 1의 경우 가동연한 관련 통계적 사실과 법령을 가장 보수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① 60~64세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1.5%이나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은 29.5%로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② 사망확률이 60세는 0.00520, 65세는 0.00791로 증가폭이 0.00271로 커지며, ③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2세라는 점에 부합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에 되도록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요청되고, 가동연한은 피해자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장래에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가까운 장래에 예측되는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현 시점에서의 통계적 사실과 법령에 국한하여 판단하면 대법원이 제시한 가동연한에 관한 판단은 얼마 안 있어 다시 그 기초가 흔들릴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에 가족에 의한 노인 부양이 급감될 것이 예측되어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증가가 충분히 예상되고, 2033년이 되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수급개시연령이 65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4. 대상판결의 파장 다수의견에 따르면 도시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경험칙상 만 65세에 이르는 날까지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대상판결이 향후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다. 우선 종전에 대법원은 개인택시 운전사, 형틀목공 등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았는데, 이제는 그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농촌일용노동의 가동연한도 만 65세로 보아야 하며, 현재 자동차보험의 표준약관도 그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정 정년을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인 65세에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으며,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이 65세로 늘어남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경로우대 등 노인복지서비스는 가동연한이 60세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65세부터 적용되고 있는데, 향후 노인복지서비스를 65세보다 고령인 노인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법정 정년 이후에도 적어도 65세까지 계속 일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고령인구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대상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대상판결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만 65세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이다. 가동연한은 기본적으로 하급심의 권한인 사실인정의 문제로 경험칙상 인정되는 가동연한을 배제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하여 판결의 요체인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Ⅳ. 결론 법원 판결이 사회구성원이 느끼는 현실과 괴리되어 내려진다면 법원에 대한 신뢰는 요원하다. 대상판결은 사회 현실을 법적 판단에 반영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로 급속한 인구의 고령화, 그에 따른 노동인구의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육체노동
가동연한
전원합의체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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