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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 소송법 판례분석

    (19) 순환소송과 민사소송법 제1조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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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2017. 2. 15.선고 2014다19776·19783 판결 - 

    1. 사실 및 쟁점
    (가) 이동전화사업자인 원고와 유선전화사업자인 피고는 자신의 통신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가 상대방의 통신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에게 통화를 하는 경우, 다른 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사업자는 통신망을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통신망의 이용대가인 접속통화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접속통화료는 ① 2003년 12월 26일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상호접속협정’ 제39조와 ② 구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제22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다.


    (나)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2009년 9월 18일 이후의 접속분에 대하여2G MSC 우회접속방식이 유지됨으로써 피고가 추가로 이용한 접속설비에 대한 접속통화료의 지급을 청구한다면, 원고에게 그 접속통화료를 지급한 피고는 다시 원고에 대하여 원고의 통신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에게 통화를 하는 경우 접속인 LM 3G호와 VM 3G호에 관하여 MSC 방식의 접속을 원고가 거부한 것을 이유로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어 원·피고 사이의 순환소송이 된다. 이러한 순환소송은 허용될 수 있을 것인가.

    2.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제공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뢰를 하는 데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2) 원·피고 사이의 순환소송을 인정하는 것은 소송경제에 반할 뿐만 아니라 원고는 결국 피고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하는 것이 되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2008년 9월 18일부터의 접속에 대한 추가 접속통화료의 청구는 상호접속협정에 의하여 형성된 피고의 신뢰에 반하는 권리 행사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3.논점의 전개
    (1)문제의 소재
    민사소송법 제1조는 ‘민사소송의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제목아래 ①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①항은 민사소송의 이상에 관한 규정 ②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규정으로 이해하여 왔다. 그러므로 민사소송법 교과서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발현되는 형태를 보통 (a) 소송상태의 부당형성 (b)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거동 (c) 소권의 실효 (d) 소권의 남용의 4가지로 풀이하고(이시윤, 32면 이하 참조. 나머지 교과서들도 같다), ①항 규정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판시를 함에 있어서 ①항과 관련하여 판시하고 있어서 주목되는 것이다.

    (2)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의 개념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생존을 위해서 서로 싸우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잘되어야 내가 잘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회공동생활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상대방의 신뢰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성의 있게 행동하여야 한다는 원칙, 즉 신의칙이 우리 사회의 한 규범으로 형성되어 있다. 주로 채무의 이행에 관하여 요구되다가 권리의 공공성과 사회성이 강조되면서 사법(私法) 전체에 적용되었으며 이제는 민사소송법 제1조에 규정되게 된 것이다.

     

    원래 민사소송이란 국가가 개인의 자력구제를 금지하는 대신 법에 따라 자기의 권리를 실현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구태여 신의칙이라고 하는 일반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왔다. 그러나 소송의 당사자는 이해가 대립되고 있으나 정당한 재판을 바란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비록 패소당사자라 하더라도 정당한 재판에 의한 결과라고 한다면 자기의 다른 권리도 재판에 의하여 보호되리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도 정당한 재판을 추구하여야 하는 문화적 사명을 띠고 있으므로 당사자와 서로 협력하여 그 사명을 완수할 임무가 있다. 따라서 소송관계는 채권·채무와 유사한 협동적 법률관계라고 할 수 있다. 민사소송은 당사자의 행위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고, 당사자는 승소를 목적으로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여러 가지 소송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권리행사가 법의 취지를벗어나서 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깨뜨릴 경우에 신의칙이 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요청은 당사자 사이의 소송행위에서만 아니라 당사자와 법원 사이의 소송행위에서도 필요하다. 즉, 재판은 당사자들 사이의 적정·공평한 처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구체적 타당성의 입장에서 신의칙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나 동시에 재판은 신속·경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 견지에서 법원과 당사자와의 사이에서도 신의칙이 요청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신의칙은 적정·공평의 이념 및 신속·경제의 이념에 봉사한다(이상은,강현중의 신 민사소송법 48면에서 인용).

    (3) 민사소송의 이상과의 관계
    그렇다면 신의칙은 민사소송의 이상과 구별되는 개념이 아니라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재판의 적정·공평의 이념 및 신속·경제의 이념에 위반되는 소송행위는 신의칙에도 위반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4.결론

    (1) 대상판결의 취지
    대상판결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소송상)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제공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뢰를 하는 데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이어서 이 사건 순환소송은 소송경제에 반할 뿐만 아니라 원고는 결국 피고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하는 것이 되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으므로 따라서 2008년 9월 18일부터의 접속에 대한 원고의 추가 접속통화료의 청구는 상호접속협정에 의하여 형성된 피고의 신뢰에 반하는 권리 행사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2) 민사소송의 이상과 신의칙의 관계
    (가)그렇다면 신의칙은 민사소송의 이상에 봉사하여야 하므로 민사소송의 이상에 위반되는 소송행위는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는 권리행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의 순환소송은 원·피고 사이의 상호접속협정에 의하여 형성된 피고의 신뢰에 반하는 권리 행사로서, 원고가 결국 피고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하는 결과가 되어 소송경제에 반하므로 이를 허용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하지 못하다는 결론이 된다.


    (나)대전판 2002. 3. 21. 2000다62322는 산업재해가 보험가입자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근로복지공단이 제3자에 대하여 보험급여액 전액을 구상할 수 있다면, 그 급여액 전액을 구상당한 제3자는 다시 공동불법행위자인 보험가입자를 상대로 그 과실 비율에 따라 그 부담 부분의 재 구상을 할 수 있고, 재 구상에 응한 보험가입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5조의2의 유추적용에 의하여근로복지공단에게 재 구상당한 금액의 재 구상을 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순환소송이 되어 소송경제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 결국은 보험가입자에게 반환할 것을 이 사건으로 청구하는 것이 되어 이를 허용함은 신의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상당하지 아니하다고 하였다. 대판 2015 .7. 23. 2014다42202는 제1책임보험계약과 제2책임보험계약의 피보험자 갑과 제2책임보험계약의 피보험자 을의 공동불법행위로 피해자 병이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제2책임보험계약의 보험자가 병에 대한 보험금의 지급으로 갑, 을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한 후 제1책임보험계약의 보험자를 상대로 병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이 중복보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각자의 보험금액의 비율에 따라 산정한 중복보험 부담 부분 전액을 구상할 수 있다면, 중복보험 부담 부분을 구상당한 제1책임보험계약의 보험자는 상법 제682조,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다시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인 을과 그 보험자인 제2책임보험계약의 보험자를 상대로 과실 비율에 따라 부담 부분의 재 구상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순환소송이 되어 소송경제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제2책임보험계약의 보험자는 결국은 보험가입자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하는 것이 되어 이를 허용함은 신의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상당하지 아니하므로, 제2책임보험계약의 보험자는 제1책임보험계약의 보험자를 상대로 을의 과실 비율 상당액은 구상할 수 없다고판시하여 순환소송에 관한 판례가 형성되었다.

    (3)신의칙의 발현형태
    민사소송의 이상에 관한 제1조 1항은 단순히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이아니고 이에 위반된 소송행위는 상대방의 신뢰에 위반되는 권리행사가 된다는 것이 순환소송에 관한 판시라 할 것이다. 순환소송에 관한 우리 판례를 보면 제1조 1항이 위반되는 경우에는 신의칙이 발현되는 제5의 형태가 된다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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