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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장성택 사형집행, 북한법은 제대로 지켰나

    이백규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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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들어가며

    북한당국의 보도에 의하면, 북한의 권력 2인자이던 장성택은 2013. 12. 8. 북한 로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현장에서 체포되어 2013. 12. 12.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통해 북한형법 제60조의 국가전복음모죄로 사형판결을 선고받고 즉시 집행되었다고 한다.
    체포로부터 사형판결을 받고 집행되기까지 불과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과연 장성택 재판과 사형집행에 있어 북한법은 제대로 지킨 것인가?
    북한 형사소송절차는 수사 → 예심→ 기소→ 제1심 재판 → 제2심 재판 → 집행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이하 각 단계별로 검토해 본다.
     
    2.  북한법의 수사 및 기소 과정에 대한 검토

    북한법에서 수사란 범죄자를 적발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형사절차의 최초 단계를 말하는데, 범죄자료를 얻은 수사원은 수사시작결정을 하고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북한 형사소송법 제133조, 제134조).  수사원은 수사시작결정을 한 때로부터 24시간 안으로 수사시작결정서 등본을 검사에게 보내도록 되어 있다(제135조). 검사의 승인 없이 체포한 경우 48시간 안으로 구금결정서를 만들어 검사의 승인을 받고, 체포한 날로부터 10일 안으로 조사하여 예심에 넘기도록 되어 있다(제143조).
    이 사건의 경우, 과연 수사원에 의한 수사시작결정과 검사에 대한 등본 송부가 이루어졌는지, 구금결정서를 만들어 검사의 승인을 받았는지 의문이다.
    다음 단계는 예심인데, 예심이란 피심자를 확정하고 범죄사건의 전모를 완전하고 정확하게 밝히는 것을 말한다(제147조). 실질적으로 우리 법의 수사에 해당한다.
    예심원은 범죄사건을 넘겨받은 때부터 48시간 안으로 예심시작결정을 하고 그 때부터 24시간 안으로 검사에게 알려야 한다(제156조). 예심원은 증거를 충분히 수집하였을 경우 형사책임추궁결정을 하고 48시간 내에 피심자에게 알려주고 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제158조). 형사책임추궁결정을 알려준 때로부터 48시간 안으로 피심자심문(우리 법의 피의자신문)을 하게 되는데(제161조), 예심절차에서 피심자(피의자)는 의견제기권, 해명요구권 등의 권리를 가지고(제169조), 변호인을 선임하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제60조). 예심원은 예심을 종결하면 예심종결조서를 작성하고 사건을 검사에게 넘기는 결정을 한다(제256조, 제257조).
    인신구속에 관해서 보면, 예심원은 형사책임추궁결정을 한 다음 체포, 구속을 할 수 있는데, 구금하지 않은 피심자를 체포하려는 경우 검사의 체포영장을 받아야 하고(제180조), 구류구속처분을 하고자 하는 경우 구속처분결정서를 작성하여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제185조).
    이 사건의 경우 2013. 12. 8.에 체포되어 2013. 12. 12.에 재판을 받은 것을 보면 과연 예심시작결정과 피심자에 대한 통지, 형사책임추궁결정과 피심자에 대한 통지 및 변호인 선임권 고지, 예심종결조서의 작성과 사건을 검사에게 넘기는 결정, 구속처분결정서의 작성 및 검사의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단계는 검사의 사건 검토 및 기소이다. 검사는 예심원으로부터 사건기록을 접수하면 사건검토결정을 하고 10일 안으로 결정하게 되는데(제261조), 그 경우 기소장을 작성하여 재판에 넘기게 된다(제265조).
    장성택에 대한 검사의 사건검토결정과 기소장 작성이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아니하나, 최소한 기소장은 작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3.  재판관련

    북한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재판준비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재판준비절차에서는 사건을 맡은 판사가 재판준비판정을 하고 증거자료를 확인한 뒤 범죄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판정을 하게 된다(제288조, 제291조). 판사는 재판심리를 시작하기 5일 전에 피소자(피고인)에게 기소장등본과 판정서등본을 보내야 하고(제297조), 재판심리를 시작하기 5일 전에 인민참심원, 검사, 피소자, 변호인에게 재판심리날짜를 알려주며 증인, 감정인에게 소환장을 보내야 한다(제298조).
    제1심재판은 재판심리시작, 사실심리, 론고와 변론, 피소자의 마지막 말, 판결의 선고 절차로 진행하게 된다(제300조). 재판심리는 검사와 변호인의 참가 밑에 하여야 하나, 피소자가 변호인의 방조를 받을 권리를 포기한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가 없이도 재판심리를 할 수 있다(제275조).
    재판소는 재판심리에서 충분히 심리되어 범죄사건이 정확히 밝혀졌을 경우 판결을 내리게 되는데(제338조), 판결서를 작성하여 판결을 선고하고 판결을 한 날부터 2일 안으로 검사, 피소자, 변호인에게 판결서 등본을 보내준다(제353조).
    이 사건의 경우, 체포된 지 불과 4일만에 재판이 이루어졌으므로 과연 재판준비판정,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판정을 하였는지 의문이고, 재판기일 5일 전에 피소자 장성택에게 재판기일 통지와 기소장등본 송달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 특히 후자의 5일 이라는 기간은 중요하다. 이 기간 동안 피소자는 기소장을 검토하면서 다가오는 재판에서 어떻게 자신을 방어할 것인지 궁리하고 준비하여야 할 텐데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 피소자의 방어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기 때문이다.
    한편, 재판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하였는지도 알 수 없다. 그 외 판결서를 판결 후 2일 내에 피소자에게 보내주었는지도 의문이다.
     
    4.  상소 및 확정 관련

    제1심 재판소의 판결에 대하여 의견이 있는 피소자, 변호인은 상급재판소에 상소할 수 있고 검사는 항의할 수 있다(제356조). 북한은 3급 2심제를 취하고 있어 도재판소의 제1심 판결이나, 군사재판소·군수재판소·철도재판소와 같은 특별재판소의 제1심 판결에 대하여 상소하는 경우 그 제2심 재판은 최고재판소에서 관할하게 된다(제53조).
    북한은 장성택에 대한 재판을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으로 진행하였다고 하는데, 특별재판소의 일종으로서 국가안전보위부에 설치된 군사재판소에서 재판하였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따라서 그 재판은 제1심 재판이므로 상급법원인 최고재판소에 상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상소하는 경우 피소자는 판결서 등본을 받은 날로부터 10일 안에 제1심 재판소에 상소장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59조). 판결은 확정된 다음에 집행할 수 있고(제418조), 상소가 제기된 판결은 집행하지 못한다(제361조). 제1심 판결은 상소, 항의기간이 지났을 때,  제2심 재판소가 제1심 재판소의 판결, 판정을 지지하였을 경우,  상소, 항의할 수 없는 판결, 판정을 내렸을 경우 확정된다(제362조).
    이 사건의 경우 장성택에게 과연 상소의 권리가 부여되었는지, 판결서 등본이 판결 선고일로부터 2일 내에 장성택에게 송달되었는지, 판결등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0일이라는 상소기간도 경과하지 아니하여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바로 집행한 것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장성택 스스로 상소의 권리를 포기하여 판결선고 직후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냐 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북한 형사소송법에는 우리 형사소송법처럼 상소권의 포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 형사소송법도 피고인의 상소포기에 관해 규정하면서 다만 사형이 선고된 판결에 대해서는 상소의 포기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우리 형사소송법 제349조). 어느 모로 보나 장성택에 대한 판결이 2013. 12. 12. 선고되고 바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법이 정한 상소시간을 지나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위법하게 집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5.  사형집행 관련

    재판장은 판결이 확정되면 2일 안으로 집행문건을 해당 형벌집행기관에 보내고(제419조), 사형은 해당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집행할 수 있다(제418조).
    사형을 승인하는 해당 기관이 무엇인지에 관해 북한 형사소송법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과거 2004. 5. 6.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419조는 "사형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2. 5. 24. 개정된 현행 형사소송법 제418조는 "해당기관"의 승인을 받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종전 규정에 준하는 최고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으로 추측된다.
    사형집행의 방법에 관해 북한 판결, 판정집행법 제32조는 "사형에 처할 데 대한 판결의 집행은 재판소가 발급한 판결서등본, 사형집행지휘문건을 받은 다음 총살 같은 방법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성택에 대한 사형판결의 집행을 기관총 사살로 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규정에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6.  결론

    이상에서 본 것과 같이 북한도 형사사건의 수사 및 재판에 관해 형사소송법에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번 장성택에 대한 체포 및 재판과 사형집행에 관해 보면 과연 북한이 자신의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 상당히 의문이다.
    특히 재판기일 5일 전에 기일 통지와 함께 기소장을 보내주어 피고인이 재판을 준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런 절차를 생략하여 장성택이 자신을 방어할 기회를 제대로 가지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나아가 북한법에 의하더라도 판결은 확정되어야 집행할 수 있고, 피고인은 판결서 등본을 받은 날로부터 10일 내에 상소할 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판결 선고 직후 사형판결을 집행한 것은 위법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의 경우 세기적인 재판이라고 하는 보시라이 재판에서 보시라이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심리를 거쳐 무기징역이 선고되고 이 판결에 대해 보시라이가 상소하여 2심 재판을 받았던 것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재판 내용이 국내외에 공개됨으로써 북한의 반 법치국가성이 깊이 각인되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오히려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이 하루 빨리 법치주의의 길로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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