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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격의료의 허용범위

    정규원 교수 (한양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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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전통적인 의료행위는 의사가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를 관찰하고 환자에게 가장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다른 증상들에 대한 문진을 한 후 청진, 촉진, 타진 등의 과정을 거친 후 환자가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 질병들을 나열한 후 이에 대한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등을 시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초진은 환자의 주관적 증상의 호소와 객관적 징후들을 알아내는 데에 매우 유용하다. 초진 후 의사는 환자의 검사결과 및 질병의 진행과정에 따라 추가적 검사 혹은 더욱 정밀한 검사를 하여 최종적인 진단에 이르거나 혹은 기존의 검사 결과로 충분한 경우에는 그에 따라 질병을 치료하기 시작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의사는 반복적으로 환자를 진찰하게 되는데 이러한 진찰은 질병의 경과 및 치료 효과나 부작용 등을 검토하여 치료의 방법을 유지·변경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진단의 변경을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볼 때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환자를 직접 보면서 하지 아니하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IT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통적인 의료행위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병원에서도 의사들이 환자의 얼굴을 마주하고 환자의 상태를 직접 살펴보는 것 보다는 다양한 영상검사와 모니터에 나타난 검사결과들을 토대로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결정하는 모습이 드물지 않게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를 진료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살펴보는 것과는 시간적으로 간격이 있으며 환자의 주관적 호소를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의료법’은 여러 차례의 논의과정을 거쳐서 원격의료에 대한 규정을 두었다. 원격의료는 직접 환자를 관찰하여 의료행위를 하던 전통적인 의료행위의 형태를 확장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면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비하여 정확도나 의료행위의 개별성이라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2. ‘의료법’ 제34조의 원격진료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해당한다)은 제33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할 수 있다”라고 하여 원격의료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원격의료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의료행위를 IT 기술과 접목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따라서 원격의료의 범위는 결국 IT 기술의 발달에 따라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의료법의 규정에 의하여 허용되는 원격의료는 (1)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해당한다)과 다른 의료인간에 행하여져야 하며, (2) 방법은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야 하며, (3) 내용은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의료인과 의료인이 아닌 자의 원격의료는 허용되지 아니하며, 컴퓨터나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을 활용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원격의료가 행하여지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즉 환자와 의료인간의 직접적인 원격의료는 의료법에 의하여 허용되는 대상이 아니며, 적어도 화상통신에 준하는 정도의 방식이 아닌 경우도 의료법에 의하여 허용되는 원격의료가 아닌 것이다. 

     
    전통적으로 의료행위가 의사의 오감에 근거하여 이루어져 왔던 것으로부터 IT 기술 등에 의하여 의사의 오감이 확장되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라는 전제에 의할 때 확장되는 의료행위도 최소한 전통적인 의료행위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의료행위는 환자에 대한 진찰과 진단 및 치료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진찰에 의한 진단 및 치료는 한 번의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찰 후 잠정적 진단, 잠정적 진단에 근거한 검사 및 진찰과정, 그 결과에 따라 진단과 치료,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효과 및 부작용 등에 대한 진찰 및 수정 등의 과정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진찰은 모든 단계의 의료행위에서 지속적으로 개입되는 필수적인 행위이다. 대법원은 “진찰은 환자의 용태를 듣고 관찰하여 병상 및 병명을 규명·판단하는 작용으로써 문진, 시진, 청진, 타진, 촉진 기타 각종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등의 여러 가지가 있다”(대법원 1993. 8. 27, 93도153; 대법원 2012. 7. 5, 2007도8924 등)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진찰에 대한 대법원의 정의에 의하면 문진, 시진, 청진, 타진, 촉진은 진찰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의료행위의 현장에서도 당연하게 행하여지는 기본적 행위이다.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 및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는 행위이며, 개별성을 가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행하여져야 한다. 의료행위가 개별성을 가진다는 의미는 동일한 질병명이라고 하여도 개별적인 환자마다 다른 증상 및 과정이 나타날 수 있으며 동일한 치료방법에 대해서도 환자마다 다른 효과와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의료행위의 개별성 때문에 의료인은 지속적으로 환자를 직접 관찰하여 진찰하여야 하는 것이다. 


    의료법이 규정한 원격의료가 환자의 직접 진찰에 대한 예외인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은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현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다”(대법원 2013. 4. 11, 2010도1388)라고 해석하고 있음에 반하여, 헌법재판소는 의료법 제89조 등 위헌소송에서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한’은 의료인이 ‘대면하여 진료를 한’으로 해석되는 이외에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고, 결국 이 사건 법률 조항은 의료인의 ‘대면진료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 주체’ 양자를 모두 규율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전원합의부 2012. 3. 29, 2010헌바83)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문언대로 해석하면 ‘직접진찰·검안의 원칙’과 진단서 등 의료문서의 발행주체를 규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진찰은 기본적으로 환자를 의료인이 대면하여 문진, 시진, 청진, 촉진, 타진의 방법 등을 사용하여 하는 의료행위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환자의 대면진찰에 대하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이라는 문언 속에서 대면이라는 개념을 도출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데, 이는 진찰이라는 개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진찰의 방식을 생각할 때 진찰의 기본이 되는 문진, 시진, 청진, 촉진, 타진 중 문진 이외의 방법은 모두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아니하고는 시행할 수 없는 의료행위이다. 또한 의료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건강증진 및 안전이다. 의료인이 환자를 대면하여 진찰하여야 한다는 것은 ‘직접’이라는 용어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진찰’이라는 개념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또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진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에 반하여 의료법 제 34조는 ‘원격의료’라는 용어와 ‘직접 대면하여 진료’(의료법 제34조 제2항)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대면하여 진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의료법 제34조 제2항을 근거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에 대면이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3. 나가며
    의료행위의 형태와 정의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고려할 때 일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환자의 건강 증진과 안전이다. 의료행위가 여러 가지 위험과 불확정성을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의료행위가 인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원격의료의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에서도 환자의 건강증진과 안전이 가장 핵심적인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의료인의 편의성이나 환자의 편의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경우에도 그러한 기술의 사용이 환자의 건강이나 생명에 대한 심각한 위해를 야기할 수 있다면 그 기술의 도입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행위는 사람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특정 의료행위를 시행할 때에는 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에 대하여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의료행위의 시행에 있어서는 과학적 사실 뿐만 아니라 가치를 동반한 규범적 고려도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는 과학적 행위의 일종이며, 의료행위를 규범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학이 확립한 사실을 항상 고려하여야 한다. 의료는 사회적 유용성만으로 정당화될 수도 없다. 또한 경제적, 산업적 고려에 의하여 의료행위의 허용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의료행위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정규원 교수 (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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