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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판례] 캐나다 대법원 ‘아동의 상거소(Habitual Residence) 판단 기준’

    장지용 연구위원 (사법정책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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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4. 20. Office of the Children’s Lawyer v. Balev(2018 SCC 16.) 사건

    1. 들어가며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Civil Aspects of International Child Abduction, 이하 ‘아동탈취협약’이라 한다)은 불법적으로 이동 또는 유치된 아동을 신속하게 상거소국으로 반환하여 한 나라에서 인정된 양육권을 다른 나라에서도 보호하기 위하여 1980년 10월 25일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에서 만들어진 협약이다. 아동탈취협약은 불법적 이동 또는 유치 이전의 상태로 신속하게 되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양육권에 대한 판단은 상거소국에 맡기고 있다. 

     
    독일, 캐나다를 비롯하여 현재 98개국이 아동탈취협약의 체약국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위 협약에 가입하였으며, 이행법률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아동반환 관련 지원 및 다른 나라와의 연락을 담당하는 중앙당국으로는 법무부를 지정하였으며, 협약에 따른 아동반환사건은 서울가정법원의 전속 관할이다. 

     

    아동탈취협약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양육권 또는 면접교섭권이 침해되기 직전에 아동이 체약국에 상거소(常居所, Habitual Residence)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아동이 현재 다른 체약국에 소재해야 한다. 하지만 아동탈취협약에는 상거소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구체적 판단기준이 문제될 수 있다.

    2. 사실관계 및 쟁점
    대상 아동들의 부모는 2000년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결혼하여 2001년 독일로 이주하여 영주권을 취득하였으며, 독일에서 살면서 2002년, 2005년에 두 자녀를 낳았다. 자녀들이 독일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자, 부모는 모가 자녀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가서 2013~2014학년 동안 캐나다학교에 보내면서 상황이 개선되는지를 살펴보기로 합의하였다. 부는 자녀들이 2014년 8월 15일까지 캐나다에서 지내는 것에 동의를 하였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양육권을 일시적으로 모에게 양도하였다. 

     

    부는 모가 독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2014년 4월 11일 아동탈취협약에 따라 독일의 중앙당국을 통하여 온타리오 중앙당국에 반환지원신청을 하였고, 2014년 6월 26일 온타리오 법원에 아동탈취협약에 따른 반환신청을 하였다. 부는 2014년 3월 독일 법원에도 양육권 관련 청구를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15년 2월 6일 부의 대리인은 온타리오 법원에서 아동반환 여부를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법원은 2015년 4월 21일 아동법률사무소(Office of the Children’s Lawyer)도 아동들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에 참가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2014년 8월 16일 이후의 불법 유치 직전에 아동들의 상거소가 독일에 있었다고 보아 아동들을 독일로 반환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부모 일방의 한시적 동의를 받아 캐나다에 머무르고 있는 아동의 상거소가 캐나다로 변경되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다(추가로 아동탈취협약 제13조 제2항에서 정한 반환거부사유인 ‘아동이 반환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아동의 의견을 고려하는 것이 적절할 정도의 연령과 성숙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도 다루어졌다).

    3. 하급심 법원의 판단
    신청 판사(application judge)는 아동들이 온타리오 사회와 융화되었지만, 부모에게 아동들이 캐나다에 거주하는 것에 대한 합의된 의사가 없었고 부가 교육 목적의 일시적 체류만 동의하였으므로, 독일을 아동들의 상거소지로 인정하여 독일로의 반환을 명하였다. 또한 아동들의 나이가 9세, 12세로 어느 정도 성숙하였으므로 아들의 의사도 고려되어야 하는데 강한 거부감에 따른 실질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반환 예외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합의부(divisional court)는 부모에게 아동들을 캐나다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도록 할 합의된 의사가 있었고, 그 기간 동안 아동들이 모, 외조모와 생활하였고 영어를 쓰고 학교에 다니면서 공동체와 융화되었다는 이유로 아동들의 상거소지가 독일에서 캐나다로 변경되었다고 보았다(모의 주장 인용). 

     

    항소법원(court of appeal)은 이와 반대로 부모가 공동으로 양육권을 행사할 경우 자녀의 상거소를 일방이 변경할 수는 없고 이 사건에서 부의 동의는 한시적이었으므로 아동들의 상거소가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일을 상거소지로 보았다(부의 주장 인용). 

     

    항소심의 결정 이후 항소심과 대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아동들은 2016년 10월 15일 독일로 돌아갔다. 모는 독일 법원에 양육 및 면접교섭 관련 청구를 하여 단독양육자로 지정되었으며, 모와 아동들은 2017년 4월 5일 다시 캐나다로 돌아왔다.

    4. 캐나다 대법원의 판단
    캐나다 대법원은 연방 사건과 (준)주 사건을 모두 관할한다. 대법원이 심리를 개시하였을 때 이미 모와 아동들이 독일로 돌아가서 상고의 이익이 없었지만, 대법원은 장래의 사안에서 아동의 상거소를 결정하는데 기준을 제시하기 위하여 이 사안에 대하여 판단을 하였다(https://scc-csc.lexum.com/scc-csc/scc-csc/en/item/17064/index.do). 

     

    상거소의 판단에는 ① 아동의 거소지정권이 있는 부모의 의사에 따라 판단하는 부모의사 기준설(parental intention approach, 캐나다 하급심 법원의 지배적 견해), ② 부모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아동의 적응에 따라 상거소지를 결정하는 아동 중심설(child-centred approach), ③ 모든 관련 사항을 고려하여 사회적·가족적 환경에서 일정 정도의 결합이 인정된 곳을 상거소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혼합설(hybrid approach)이 있는데, 대법원의 다수의견(6인)은 혼합설을 받아들였다. 그 이유로 최근 EU사법재판소, 영국 대법원, 호주, 뉴질랜드, 미국의 항소심 법원 등 여러 체약국 법원에서 부모의사 기준설 대신 혼합설을 채택한 점, 혼합설이 아동탈취협약의 문언과 목적에 부합하는 점을 들었다(혼합설에 의할 경우 사실적 요소도 고려하여야 하므로 캐나다가 상거소지로 인정될 여지도 있었는데, 다수의견은 사안이 종결되었다는 이유로 상거소지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3인의 소수의견은 부모의사 기준설을 취하여 독일이 상거소국이라고 판단하였는데, 혼합설이 불분명한 기준으로 인하여 절차를 지연시키고 법원의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하였다.

    5. 나가며
    상거소는 나라별로 해석이 다른 주소를 대신하기 위하여 1896년 헤이그국제사법회의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개념으로, 현재는 EU 규정을 비롯한 여러 협약에서 연결점(connecting factor)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 국제사법도 국적이 없거나 국적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상거소지법을 본국법으로 하도록 규정하여, 상거소를 준거법 판단의 기준이 되는 2차적 연결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현재 입법예고된 국제사법개정안에서는 국제재판 일반관할의 기준으로 상거소를 채택하였다. 


    상거소는 주소보다는 사실적인 개념이고 거소보다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는데, 통상 생활의 중심지로 일정기간 지속된 장소로 이해된다. 상거소에 대하여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해석이 필요하지만, 이동성이 높은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협약에서는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우리 국제사법도 상거소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가족관계등록예규인 ‘신분관계를 형성하는 국제신분행위를 함에 있어 신분행위의 성립요건구비여부의 증명절차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에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가정법원에서 “법관이 여러 법리적 견해를 토대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상거소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한 결정이 있었으나(최근 아동탈취협약의 반환예외사유에 대한 대법원 결정도 있었다) 아직까지 상거소의 판단에 부모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은 없었는데, 캐나다 대법원의 판단은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장지용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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