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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집시법의 발본적 개혁에 관한 소고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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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상판결 : 헌재 2018.7.20. 2018헌바137 결정 -

     

     

    Ⅰ. 문제의 제기
     헌법재판소가 일찍이 집시법 제11조 제1호 중 ‘국회의사당’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는데(헌재 2018. 5. 31. 2013헌바322 결정 등), 동호 중 ‘각급 법원’ 부분에 대하여 종래 2차례나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선례(2004헌가17 결정, 2006헌바13 결정)를 변경하여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다(헌재 2018. 7. 20. 2018헌바137).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이 법관의 독립이나 법원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각급 법원 인근의 모든 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일련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계기로 집시법의 전면적인 개편이 강구될 수밖에 없다. 촛불집회를 통해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과거와는 비할 수 없는 의미를 지녀서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기에, 현행 집시법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자 한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적인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그리고 시위는 집단적인 견해표명이다. 즉, 집회형식의 견해표명이다. 시위를 통해 시위의 자유가 집회의 자유의 특별한 경우이나, 기본적으로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결합된 것이다(Dietel/Gintzel/Kniesel, VersammlG, 16.Aufl. 2011, § 1, Rn.24.). 집단성을 통해 견해표명의 영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시위의 특성이 자칫 그것의 제한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지닌 특별한 의의에 비추어 집시법상의 금지와 해산은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해산명령을 위해 집회신고미이행의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례의 태도(대법원 2011도6294 판결 등)는 이 점에서 정당하다. 비록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여지가 인정되더라도 집시법 제11조상의 집회금지가 최후 수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비례원칙의 차원에서 가늠될 수 있다. 원칙적 금지의 예외가능성을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은 일종의 절대적 금지로 접근한 것인데, 이는 집회시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셈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정당하다.


    Ⅲ. 현행 집시법의 몇 가지 문제점
    1. 집시법상의 시대 맞지 않는 용어의 정비

    현행 집시법 제2조 제2호에 의하면,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威力) 또는 기세(氣勢)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制壓)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집단성을 통해 견해표명의 영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시위의 특성이 자칫 그것의 과도한 제한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법률상의 이런 시위개념에는 그것에 관한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배어있다고 여겨지는데, 헌법상 보장된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기본권적 의의에 맞게 시위개념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2. 집회금지구역제의 문제

    헌법재판소가 집시법상의 집회금지지역제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은 법률상 허용가능성이 원천 봉쇄되어 그것이 절대적 금지가 되어버린 점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독일의 경우 집회금지구역제를 채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1920년 1월 13일에 발생한 제국의회 앞에서의 대학살을 계기로 의회를 위해 1920년에 마련되었다. 종전에는 연방 집시법에서 연방과 주의 입법기관 및 연방헌법재판소에 대해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하여 구체적인 집회금지구역은 연방과 주의 집회금지구역법에 의해 정하도록 규정하였지만, 지금은 2원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1999년부터 시행된 연방 집회금지구역법(BefBezG)에 의하면, 연방헌법기관(연방의회, 연방참사원, 연방헌법재판소)을 위한 집회금지구역이 설정되어 있으며, 동시에 예외적 허용이 법률상 규정되어 있다(이런 예외적 허용은 통상의 허가가 아닌 예외적 승인에 해당한다. 상론은 김중권, 행정법, 231면 이하). 연방 집회금지구역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해당 연방기관의 업무를 방해할 염려가 없을 때는 해당기관장의 동의를 얻어 집회가 허용되어야 하며(의무규정),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이 휴회하는 날에는 원칙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연방 집시법은 주의 입법기관만을 대상으로 집회금지구역제를 채택하면서 구체적인 집회금지구역은 주 집회금지법에 의해 정해지도록 하였다(제16조). 연방 집시법은 집회금지의 예외허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주 집회금지구역법(Bannmeilengesetz)은 예외허용 규정을 두고 있다. 가령 베를린 주 집회금지구역법 제2조 제2항에 의하면, 주의회 의장은 주 내무장관의 동의하에 예외를 발할 수 있으되, 휴회 중에는 그 예외를 발해야 한다. 

     

    독일 집회금지구역제가 의회와 헌법재판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그 대상이 너무 넓다. 집회신고에 대해 통상적인 집회금지처분을 통해 나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의 축소를 고려할 만하다. 현재의 대상을 그대로 둔 채 예외허용만 규정하는 것으로 대처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는 금지구역설정에서 오스트리아(300미터)와 마찬가지로 거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독일의 경우 일정한 도로를 기준으로 구역을 정하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의 경우 그 구역이 의사당을 기점으로 대략 최소 130미터에서 최대 1600미터에 이른다. 그런데 도로를 기준으로 구역을 정하면 독일 연방의회 홈페이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듯이 집회신고자가 허용구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도 독일처럼 도로명 주소시스템을 채택하기에, 집시법의 부칙이나 하위법령에서 해당 금지구역을 도로명으로 직접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처벌규정의 문제
    대법원 2010도6388 전원합의체판결(전교조시국선언사건)과 대법원 2011도2393 판결을 통해 집회신고가 정보제공적 신고에 해당한다는 점이 정당하게 확인되었다{김중권, 법률신문 제4248호(2014. 8. 21.)}. 집회신고는 집시법에서 협력원칙의 근거이자 요건이며, 행정청과 집회개최자간에 상호협력을 위한 출발점이다. 집회신고의 성질에 따라 집회신고의 미 이행에 대한 처벌규정 전반에 검토가 필요하다.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서 금지된 집회를 주최한 경우와 동일하게 규정한 것은 집회신고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신고집회에 대해 행정형벌의 내용으로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집시법 제22조 제2항과 관련해서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기왕의 태도가 수정될 필요가 있다. 리딩결정인 헌재 1994. 4. 28. 91헌바14 결정은 집회신고를 정보제공적 신고로 인식하기 전에 내려졌으며, 헌재 2009. 5. 28. 2007헌바22 결정도 대법원판결과 동일한 궤에서 집회신고의 정보제공적 의의를 앞세웠기에, 앞으로의 태도 변화는 자연스럽다.


    Ⅳ. 맺으면서-미룰 수 없는 집시법의 발본적 개혁

    촛불집회 사건에서 법원의 집행정지결정을 통해 청와대로부터의 집회허용장소의 한계가 800미터→400미터→200미터→100미터로 낮아졌다. 집회자유의 두드러진 의의와 집행정지제도의 제도적 존재이유가 극명하게 표출되었다(상론은 김중권, 집회금지처분에 대한 잠정적 권리구제에 관한 소고, 법조 제725호, 2017. 10. 28., 541면 이하). 민주화 이후에는 법치국가원리가 더욱더 강조되어야 하는데, 관건은 민주주의원리에 충실하게 법치국가원리가 구현되어야 한다. 계획하지 않은 우발적 집회와 긴급집회를 아날로그시대에 기반을 둔 현행 집시법상의 신고제로는 커버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자기의 휴대폰을 휴대하고 있는 초연결사회에서 이런 집회들을 법외로 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예 : 독일 바이에른주 집시법 제13조 제3항). 광장의 민주주의가 현실이 되고, 우리 네 현실과 행정환경이 이전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인 이상, 집시법의 핵심개념 및 규율시스템을 시대에 맞춰 시급하게 개혁해야 한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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