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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자의 권리 대상인 유증 목적물에 관한 법률관계

    - 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7다289040 판결 -

    이소은 변호사 (서울대 로스쿨 법무지원실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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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사건의 개요 및 경과 

    A는 1971년 10월 16일 사회복지법인인 피고 법인을 설립한 이래,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피고 법인을 운영해 왔다. 피고 법인은 1987년 7월 31일 A 소유인 X토지 위에 피고 법인 소유의 Y건물을 신축하였고, 이후 X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해 왔다. A는 1994년 6월 13일 X토지를 B종친회에 유증한 뒤 1999년 11월 1일 사망하였다. 그에 따라 2001년 4월 11일 X토지에 관하여 B종친회 앞으로 유증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B종친회의 채권자인 원고는 B종친회가 피고 법인에게 가지는 토지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어 원고는 피고 법인을 상대로 추심금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 법인은 A가 생전에 피고 법인에게 X토지에 관한 무상사용을 허락하였으며, 특정물 유증의 경우 민법 제1085조에 따라 수유자가 유증 목적물에 관한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요컨대 이 사건에서 피압류채권, 즉 B종친회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피고 법인 주장의 요지였다.

    1심 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 법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A가 사망하기 전까지 피고 법인이 X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피고 법인이 그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현재 X토지의 소유자인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1심 법원은, 민법 제1085조는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게 제3자의 권리 소멸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취지일 뿐, 수유자가 대항력 없는 제3자에게 직접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았다. 원심 법원도 이러한 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내용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민법 제1085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해석론을 제시하였다. 제1085조는 ‘유증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가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에는 수증자는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유증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 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수증자에게 주는 것이 유언자의 의사라는 점을 고려하여, 유언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수증자 역시 유증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 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취득하는 것이 원칙임을 확인하는 규정이다. 그러므로 유증 목적물이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 그와 같은 제3자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 목적물이 수증자에게 귀속된 뒤에도 그대로 존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III. 분석 및 검토
    1. 민법 제1085조의 해석론

    민법 제1085조는 ‘제삼자의 권리의 목적인 물건 또는 권리의 유증’이라는 표제 아래,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즉 적어도 그 문언만 놓고 보면, 제1085조는 수유자와 유증의무자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조항이다.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에서 제1085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론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해석론은 제1085조가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보는 해석론이다. 편의상 이를 ‘좁은 해석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좁은 해석론에 따르면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는 제1085조가 아니라, 권리의 우선순위에 관한 일반 법리에 의해 규율된다. 가령 유증 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항력 있는 임차권이 설정되어 있으면, 그 유증 목적물의 소유권이 수유자에게 이전된 후에도 그 임차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제1085조를 적용한 결과가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임차권에 대항력을 부여하는 법리를 적용한 결과이다. 반면 대항력이 없는 임차권이나 사용권으로는 새로운 소유자인 수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채권으로는 물권을 깨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제1085조는 이러한 경우 수유자가 제3자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을 배제하는 조항이 아니므로, 제1085조의 존재로 인하여 그 결론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두 번째 해석론은 제1085조가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도 규율하는 조항이라고 보는 해석론이다. 편의상 이를 ‘넓은 해석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넓은 해석론에 따르면 수유자와 제3자 사이의 관계는 권리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일반 법리가 아니라 제1085조에 의해 우선적으로 규율된다. 제1085조의 문언이 수유자와 제3자의 관계를 규율하지 않는데도 위와 같은 해석론을 도출할 수 있는 근거는 유언자의 일반적 의사이다. 즉 유언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유증 목적물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던 제3자의 법적 지위를 유증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시키고자 하는 의사를 가진다는 것이다.

    2.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은 제3자가 그 권리를 가지고 수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원심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피고 법인이 A에 대한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새로운 소유자인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점유권원에 관한 피고 법인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민법 제1085조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은 피고 법인이 그 무상사용권을 가지고 B종친회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있다고 보인다. 즉 제1085조의 규율 범위에 관하여 ‘넓은 해석론’을 취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대상판결의 해석론에 반대한다. 법률해석은 문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제1085조의 문언으로부터는 유증 목적물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한 수유자가 그 권리를 제3자에게 행사하여 관철시킬 수 없다는 해석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제1085조의 문언은 수유자가 유증의무자에게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유언자의 일반적 의사에 기대어 제1085조의 규율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유증 목적물에 존재하던 제3자의 권리의 속성이 무엇이건 간에, 유증 이후에도 그 권리가 유지되기를 유언자가 희망하였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유언자가 본래는 제3자에게 인정되지 않던 법적 지위나 법률 상태를 유증이라는 우연한 기회에 추가로 부여하려는 의사까지 가지지는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유언자의 일반적인 의사가 어느 쪽인지 불명확하다면, ‘유언자의 일반적인 의사’라는 불명확한 개념에 기대어 법률의 문언에서 도출해낼 수 없는 법률관계를 창설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정 유증의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제1085조에 관한 넓은 해석론보다는 좁은 해석론이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이 문제는 유증의 법적 성격을 상속과 증여 중 무엇과 비슷하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 있다. 유증의 법적 성질을 상속과 비슷하게 보면 넓은 해석론이, 유증의 법적 성질을 증여와 비슷하게 보면 좁은 해석론이 각각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유증은 상대적으로 증여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수유자가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를 가지게 되는 포괄적 유증과 달리, 특정 유증은 구체적으로 특정된 목적물을 수유자에게 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유자의 입장에서도 증여를 받건 유증을 받건 대가 없이 타인의 권리를 승계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수증자는 대항력 없는 권리를 가진 제3자에 대해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여 관철시킬 수 있는데, 그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수유자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다.

    결국 유증도 재산처분의 한 종류이므로, 재산법의 규정이 이에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등기의 선후(先後)로 권리의 순위를 정하는 물권법의 법리, 채권으로는 물권을 깨뜨릴 수 없다는 일반 법리 등이 비단 유증에만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특히 특정 유증의 경우 수유자의 법적 지위를 수증자가 아닌 상속인과 비슷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민법에서는 이러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대상판결이 근거로 제시하는 ‘유언자의 의사’도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제1085조의 해석론으로서는 좁은 해석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결론

    대상판결은 그동안 존재감이 희박한 조문이었던 민법 제1085조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한편, 재산법과 상속법, 유증과 증여, 유언자의 의사 등 다양한 쟁점이 교차하는 흥미로운 소재를 던져주었다. 대상판결이 취한 제1085조의 ‘넓은 해석론’에는 문제가 없지 않지만, 대상판결을 계기로 제1085조의 해석론에 관한 논의가 더욱 풍성해지고 정교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소은 변호사 (서울대 로스쿨 법무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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